☏ TV Review

劍聖 2013. 6. 10. 21:31

토요일과 일요일의 주말 브라운관을 평정하는 예능의 제왕이 누구인가에 관해 물어볼 때 <무한도전>과 <런닝맨>이라는 대답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갤럽이 실시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위와 2위에 <무한도전>이 1위, <런닝맨>이 2위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각각 8년과 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온 프로그램이기에 이번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는 방영 회수와도 비례하고 있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프로그램몰입도 지수 조사에서도 <무한도전>은 1위를 치지하고 있었다.

 

선호도 1위와 2위라는 차이가 뭐 그리 중요할 수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에게 있어 <무한도전>은 예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개의 예능은 한바탕 웃고 즐기면 그걸로 끝이 난다. 정서적 휘발이 강한 예능이 많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부동의 1위인 <무한도전>은 2위인 <런닝맨>을 통해서는 찾을 수 없는 반짝반짝한 아우라가 시청자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다.

 

먼저 <무한도전>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무모한 프로젝트에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봅슬레이나 프로레슬링 같은 경우, 멤버들이 개인적인 스케줄을 쪼개거나 희생하며 연습하지 않는 이상 연습 강도 및 해당 종목의 기술적인 기량을 습득하기 어려운 운동들 아니던가. 이를 연습하는 가운데 있어서도 멤버들은 늘 부상의 위험에 시달리고 또 부상의 고통으로 하염없이 괴로워한다.

 

이러한 역경 가운데서도 멤버들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미션을 위해, 경기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달린다. 좌절을 주는 상황에 주눅 들고 굴복하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서 도전하는 멤버들의 노력하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의 제목인 ‘무한도전’의 정신이 무엇인가를 시청자에게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런닝맨>에서는 멤버들이 상대 선수의 이름표를 떼거나 내달리는 것 이상의 도전 정신을 찾아보기란 해변에서 바늘 찾기와 같지 않을까. 비록 추격 예능이라는 <런닝맨>의 정체성이 <무한도전>과 비교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런닝맨> 가운데서는 극한의 도전 정신이나 불굴의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두 번째는 사회적인 파장이다. <무한도전>이 선보인 역사 TV 특강은 역사 과목을 선택 과정으로 지정해버린 나라의 국민이 예능으로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뜨끔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마냥 사기꾼 스타일일 것만 같던 노홍철의 역사 강의, 일제에 압박당한 설움을 강의로 열변하던 거성 박명수의 강의는 역사 공부의 중요성이 희석된 시청자 및 청소년으로 하여금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런닝맨>은 재미는 있을지언정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킬 만한 예능은 되지 못한다. <런닝맨> 해외특집 편을 통해 <런닝맨> 멤버, 그 중에서도 기린 광수의 폭발적인 인기는 한국에서의 인기를 뺨칠 정도라는 것만 확인할 뿐 <런닝맨> 멤버들이 한류 붐을 해외에서 재확인해 주었다는 의미 이상의 사회적인 파장을 제공하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무한도전>이 <런닝맨>과 결정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파토스’다.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는 페이소스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 <무한도전>과 <런닝맨>의 결정적인 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조정 경기 도전이나 프로레슬링 도전과 같은 미션 수행은 불가능해 보이기만 하던 상황에 도전하는 멤버들의 불굴의 정신을 통해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제공했다. 특히 프로레슬링 특집 편에서 정준하가 부상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해 레슬링에 임하는 모습은 불굴의 정신이 가져다주는 감동이 무언가를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 방영된 무한상사와 역사 TV 특강은 어떠한가. 역사 TV 특강 가운데서 유재석이 언급한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에게 남기는 편지 내용은 시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일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함으로 아들을 잃는 어머니로서의 아픔보다, 민족과 대의를 위해 죽음을 앞둔 아들이 효도하는 아들이라고 천명하는 유재석의 멘트 앞에 가슴이 먹먹하지 않은 시청자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15년 동안 근무한 무한상사에서 퇴출당하는 정준하의 모습을 보며 정리해고라는 현실의 비정함에 울분을 삼키지 않았을 시청자 역시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한도전> 가운데에는 레슬링이나 무한상사,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처럼 시청자의 파토스를 움직이게 만드는 방영분이 하나 둘도 아니고 깨알처럼 8년 동안 박혀 있다. 300회 특집에서 유재석이 텐트 안에서 다른 멤버를 향해 속내를 밝힌 방영분 역시 멤버들이 <무한도전>을 촬영하는 형식적인 멤버 이상으로 똘똘 뭉친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파토스적 연출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런닝맨>에서는 유재석이 유르스윌리스가 되거나 멍지효가 반전의 화신이 되고, 혹은 최약체 기린 이광수가 의외의 히든카드를 꺼내든다는 통속적인 예능의 재미는 제공할지언정 파토스는 제공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런닝맨> 가운데서 멤버가 다른 멤버를 향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혹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제공할 만한 방영분이 있던가. <런닝맨>이 <무한도전>과 갈리는 결정적인 지점은 시청자로 하여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파토스가 있느냐 없느냐에서 구분이 된다.

 

재미만 있는 예능이 <런닝맨>이라면 <무한도전>은 재미 외에도 사회적인 파장과 불굴의 도전 정신,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청자의 가슴을 사로잡을 파토스까지 부여잡고 있다. 한 장의 카드만 달랑 갖고 있는 예능과, 네 장 이상의 패를 갖고 있는 예능의 차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위와 2위 이상의 엄청난 차이를 갖고 있다.

 

(오마이스타/사진:MBC&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