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 Review

劍聖 2013. 6. 14. 09:19

북한의 남파특수공작부대 5446 출신 레전드급 최정예 요원 세 명이 남한으로 급파된다. 원류환(김수현 분)과 리해랑(박기웅 분), 리해진(이현우 분) 이들은 동네 바보와 록커, 고딩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위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내려올 지령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비록 남조선에서는 별 볼일 없는 이로 신분을 위장해도 이들 삼인방의 품 안에는 조국 통일의 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북조선의 지령만이 이들을 남한 땅에 존재할 명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삼인방을 기다리고 있던 건 조국 통일을 앞당길 혁명의 임무가 아니라 청천벽력 날벼락과 같은 임무가 세 명 모두에게 떨어진다. 그동안 북한에서 갈고 닦은 요인 암살이나 남조선을 교란하라는 임무가 아니라 용도 폐기의 임무가 떨어진다는 건 이들의 조국인 북조선에게 이들의 존재 자체가 버거워졌다는 걸 의미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건 5446 삼인방 레전드를 용도 폐기 하게끔 만든 북한 내 권력집단의 음모와 패권 다툼이다. 헤게모니를 누가 거머쥐느냐 하는 권력의 놀음 앞에서 놀아나는 건 이들 북조선의 실세들 수하에 있는 부하들 및 부대원이다.     

 

 

마치 조선 시대 노론과 소론과 같은 당쟁 가운데서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부귀영화나 사약 둘 중의 하나를 택일하야 하는 극단의 상황처럼 북한 내 최고 권력층의 헤게모니 다툼은 부하들의 명줄을 쥐고 흔드는 생사여탈권의 성격으로까지 확장한다.

 

5446 최정예 부대원을 조국 평화를 위한 혁명의 전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들을 용도 폐기라는 극한의 상황으로 끌고 가는 북한 내 최고 권력자들의 권력놀음은 류환과 해랑, 해진에게 있어 좋은 아버지가 아닌 ‘나쁜 아버지’로 작용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어떤 상황에 있든 간에 끝까지 품어줄 수 있어야 좋은 아버지가 된다. 설령 그것이 5446 부대원이 남한에서 암약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게 전락할지라도 말이다.

 

반면에 나쁜 아버지는 아들이 제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넘치더라도 자신의 욕망 추구에 있어 걸림돌이 된다면 아들을 거침돌로 생각하고 아들을 제거하려 든다. 좋은 아들인 5446 최고 부대원을 거침돌로 취급하는 북한 내 최고 권력은 제거당할 위기에 놓인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쁜 아버지와 다름 아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나쁜 아버지의 폭정에 항거하는 세 아들인 5446 부대원의 반란기와 맥락을 같이한다. 자신들의 정체성인 남파 공작이라는 정체성을 거세하게 만드는 북조선이라는 아버지의 권력에 마냥 순종하기만 한다면 착한 아들은 될지언정 나쁜 아버지에게 항거하지는 못한다.

 

김수현이 연기하는 류환은 해랑이나 해진과 달리 나쁜 아버지인 북한에 항거하는 이유가 명확한 캐릭터다. 류환은 나쁜 아버지가 목숨을 반납하라고 하면 반납할 준비가 되어있는 최정예 혁명 전사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무조건 나쁜 아버지에게 복종하지만은 않는 조건이기도 하다. 류환의 어머니가 북에서 신변이 보장 받는다는 조건이다. 어머니가 평안할 수 있다는 조건만 충족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나쁜 아버지의 불합리한 요구에 순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어머니의 안녕이 북에서 보장받지 못할 때에 류환은 더 이상 나쁜 아버지인 북한에 순복할 당위성이 사라진다. 류환에게 있어 나쁜 아버지인 북한의 이권 다툼보다 중요한 건 어머니라는 모성이다. 모성보다 나쁜 아버지가 위에 있을 수는 없다.

 

어머니의 안전이 우선시되고 보장받을 수 있어야만 나쁜 아버지의 불합리한 요구라도 순종하고 따를 수 있지, 어머니의 안녕이 보장받지 못한다면 나쁜 아버지의 요구에 순복할 당위성은 사라진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나쁜 아버지의 폭압을 극복할 힘이 어디로부터 기인하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류환에게 있어 나쁜 아버지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는 건 류환 스스로가 아니다. 어머니라는 모성이 아니라면 나쁜 아버지의 불합리한 요구에 순복하고야 말겠지만 류환이 나쁜 아버지에게 대들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건 어머니라는 여성성이다. 엄마가 아들을 나쁜 아버지의 불합리함으로부터 구원하도록 만들어준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시선으로 읽을 수 있는 영화다. 류환을 나쁜 아버지로부터 구원토록 만드는 힘은 엄마로부터 나온다. 어머니가 아니라면 나쁜 권력인 나쁜 아버지로부터 아들이 항거할 힘을 제공하지 못한다. 북한의 혁명 투사가 아니라 소모품에 불과한 아들 류환으로 하여금 체제의 권력 투쟁이라는 나쁜 아버지에게 대항할 힘을 제공하게 만드는 건 어머니다. 어머니는 위대하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