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6. 24. 09:59

<스팸어랏>에서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배우는 정준하나 서영주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주연 배우인 정준하와 서영주의 나태함이나 연기적인 불찰이 아니라 웃기는 배역을 맡은 정상훈의 비중이 그만큼 커서다. 그렇지만 웃기는 역할에도 내공이 필요하다.     

 

 

그냥 무턱대고 웃기는 것이 아니라 웃음 안에 잘 준비되고 훈련된 연출이 녹아있어야만 한다고 정상훈은 보고 있었다. 단순히 관객을 웃기려고 즉석에서 지어낸 애드리브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코미디로 관객의 배꼽을 우수수 도둑질하기에 여념이 없는 정상훈 배우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만났다.

 

- 정준하보다 대책 없이 웃기는 거 아닌가.

 

“일부러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뮤지컬 안에서 제가 웃기는 비중이 많아서 그렇다. 제가 코미디가 주특기다 보니 그런 측면도 있고 초연에서 한 번 공연했기에 제가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

 

관객이 코미디를 더욱 좋아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극과 콘서트의 중간이자 동시에 연기와 노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야가 뮤지컬이다. 뮤지컬도 세분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테면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 뮤지컬 등등 말이다. 세분화가 이루어진다면 제가 자주 설 수 있는 자리가 코미디 뮤지컬이 아닐까 생각한다.”

 

- 품격 있는 코미디를 추구하는 경향이 보인다.

 

“<유머 일번지>나 심형래 씨가 선보인 콩트 식으로 대본을 맛깔나게 수정했다. 현장에서 연기하다 혹여 실수라도 하면 큰일 나기에 코미디 방송보다 훨씬 연습을 많이 하고 연습 기간도 길었다. 대본 분석도 밀도 깊게 했다. 이런 코미디 뮤지컬을 꾸리는 가운데서 저만이 추구하는 코미디의 색깔을 입히고 싶었다.

 

<스팸어랏>은 제가 선보일 수 있는 코미디 연기를 모두 쏟아 부은 총력전 성격의 뮤지컬이다. 가령 1막에서 정준하 씨를 갖고 노는 프랑스 병사 연기는 언어유희에 풍자를 집어넣는다. 단순한 재미를 위해 욕만 늘어놓으면 일차원적 코미디가 된다. 욕에 정치 풍자라는 저만의 코미디를 불어넣어야 독창적인 해석이 가능했다.”    

 

 

- 코미디의 순발력은 거저 생기는 게 아니다.

 

“틈날 때마다 코미디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 외국 시트콤을 챙겨보는 편이다. 할리우드는 코미디 시장이 큰지라 윌 페렐, 잭 블랙과 같은 코미디 전문 배우가 코미디라는 장르를 지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을 손꼽으라 하면 연기를 너무나도 잘한다는 점이다. 코믹 연기의 달인이 되는 것과 동시에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

 

- 2010년 초연에 비해 동선에 수정이 가해졌다.

 

“초연 당시에는 한국적인 정서를 가한다고 가미했지만 관객 반응은 ‘저게 뭐지?’ 하는 부분이 없지나마 있었다. 초연 때의 리뷰를 감안해서 이번에는 한국적인 정서로 다가가는 작업에 있어 연출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품격 있는 정치 코미디와 풍자를 위해 초연보다 1막에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처음 부분과 아더가 나오는 장면에는 사회 현상을 담았다. 최소한 관객이 웃지 않아도 ‘음’ 혹은 ‘그렇지’ 하는 정서적인 공감을 최대한 얻을 수 있게끔 가다듬었다.”

 

- <어쌔신> 때도 그랬지만 풍자가 강하다.

 

“풍자란 대중이 80%는 인정할 정도로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겁이 나서 함부로 말 못하거나 뜨뜻미지근하게 넘어가는 부분을 속 시원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제맛이라고 본다.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은유적으로 풍자하는 것이야말로 단수 높은 고단수 풍자가 된다.

 

1막 후반부에서 정준하 씨를 조롱하는 프랑스 병사를 북한으로 비유하고, 아더 왕인 정준하 씨를 현 정부로 비유할 수 있는 시추에이션이라든가, 극 중 성배를 현실 가운데에선 북한의 핵으로 읽을 수 있다. 아더가 성배를 신성시하듯이 지금의 북한 역시 핵을 신성시하지 않는가. 해학적인 웃음을 집어넣는 것이 관건이다.

 

제가 애드리브를 남발하는 듯해 보이지만 실은 대사 하나하나도 계산된 연출이지 즉석에서 급조된 애드리브가 아니다. 즉석에서 애드리브를 남발하면 상대 배우에게 득보다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예상치 못한 애드리브를 받는 상대 배우는 호흡을 놓치거나 기분을 망칠 수도 있기에 즉흥적인 애드리브는 삼가야 한다.”    

 

 

- 코미디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평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코미디는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착각할 정도로 즐겁게 작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대로 된 코믹 멘트가 나오지 않는다. 만에 하나 상대방을 헐뜯는 멘트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즐거울 때 코미디는 물 만난 물고기가 될 수 있다. 서로간에 사이가 좋다는 걸 확인하고 분위기를 계속 띄우는 작업이 중요하다.”

 

- 연기 컬러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있는가.

 

“연기 톤을 바꾸고 싶다고 해서 제가 바꾸는 게 아니다. 대중이 바랄 때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대중이 이미지를 바꾸는 것에 호응할 때 연기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현명하지, 제가 혼자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해서 바꾼다면 그건 이미지 변신이 아니라 제 욕심이 될 게 분명하다.

 

제가 좋아하는 것과 관객이 좋아하는 걸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좋아하는 것에만 집착한다면 그건 프로가 아니다. 욕심이다. 관객이 좋아하는 건 프로 정신이다. 가령 제가 코미디 외에도 메소드 연기에 일가견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아직까지 제가 연기 가능한 메소드 연기는 관객이 몇 만원 혹은 십 몇 만원을 지불하고 찾아올 값어치는 아닐 수도 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서 관객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역시 코미디다.”

 

(오마이스타 / 사진: 오디뮤지컬컴퍼니)

쓰신글 잘 읽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