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7. 5. 13:38

전작인 <광화문연가>가 고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노래를 주크박스 형식으로 담아낸 뮤지컬이라면 후속작인 <광화문연가2>는 전작을 콘서트로 만드는 에피소드를 담는 극중극의 형식을 갖는 뮤지컬이다. 그런데 여주인공의 얼굴이 눈에 띈다. 가수 베이지다. 감성적인 발라드 선율로 무대에서 노래하는 베이지와 더블캐스팅으로 함께 연기하는 최서연을 숙명여대에서 만났다.

 

     

- 두 배우가 연기하는 여주인공 가을은 어떤 캐릭터인가.

 

최서연: “가을은 두 남자의 다리 역할을 하는 여주인공이다. 연출가는 가을이를 사랑스럽고 예쁜 캐릭터로 바라보는데 요즘은 청순가련형 스타일의 여가수가 드물잖은가. 가을이를 무조건 예쁘게만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실제 성격도 청순가련형의 성격이 아닌지라 청순한 스타일의 가을이는 오히려 베이지 언니가 더 잘 들어맞는다. 언니가 연기하는 제 역할을 볼 때 ‘저렇게 연기해야 하는데’라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웃음)”

 

베이지: “제가 최서연의 연기를 볼 때에는 반대로 서연이의 연기를 닮고 싶다. 가령 ‘가을이 오면’ 같은 곡을 서연이는 사랑스럽고 상큼하게 소화한다. 아무리 상큼하게 소화하려 해도 서연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제는 공연이 반 이상 지났으니 서연이를 따라하려하기보다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역점을 두고자 노력한다. 가을이가 폭발력 있거나 개성이 있는 역할이 아니다. 가을이의 내면을 관객에게 공감시킬 수 있게 연기해야 하는지라 어려운 캐릭터다.”

 

- 평소 뮤지컬에 관심이 있었나.

 

베이지: “어려서부터 목소리로 노래하거나 연기해야 하는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별이 빛나는 밤에, DJ입니다’하며 라디오 DJ를 흉내 내면서 공테이프에 녹음하는 걸 즐길 정도였다. 가수 활동을 하지만 뮤지컬에도 관심이 많았다.

 

처음 뮤지컬 무대에 올랐던 <코로네이션 볼>은 프랑스 뮤지컬이었다. 연기나 춤이 많지 않고 노래가 많은 뮤지컬인지라 저와 잘 맞았다. 그 후 다른 뮤지컬 작품의 섭외가 들어올 때에는 가요 활동 일정과 맞질 않았다.

 

그러다가 <광화문연가2> 제의가 들어왔을 때에는 만사 제쳐두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고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노래를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이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해서다. 뮤지컬 외에도 성우도 해보고 싶고 아나운서에도 욕심이 가는 건 왜일까.(웃음)”

    

 

- 같은 배역을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다. 긴장되지는 않는가.

 

베이지: “(서연이는) 저보다 예쁘고 어리고 실력도 좋아서 당연히 긴장된다. 가요처럼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언제든지 도움을 준다. 반면에 서연이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다. 발라드 가수이다 보니 맨 처음 연습실에서 춤을 출 땐 영 아니었다. 창작뮤지컬이다 보니 사전에 보고 예습할 수 있는 동영상이나 공연 영상이 없었다. 더군다나 창작물은 중간에 완성도를 위해 다듬을 때가 많아서 동선이 하나라도 바뀌면 이를 소화하기 위해 애를 많이 쓰는 편이다. 이럴 때 서연이가 많은 부분에 있어 큰 힘이 되었다."

 

- <남자의 자격> 촬영은 어땠나.

 

최서연: "당시 박칼린 선생님으로부터 '시간 되면 같이 할래?'라는 제안을 받았다. 솔로 파트였고, 선우 언니나 배다해 언니는 성악 발성임에 비해 저는 성악 발성이 아니다. 녹화 당시 살 떨리는 긴장감 없이 편안하고 충실하게 녹화에 임했다."

 

- <코로네이션 볼>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이번 <광화문연가2>가 두 번째 도전작인데 어떤가.

 

베이지: "솔로 가수다 보니 콘서트 같은 경우 동선에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저 혼자만 감당하면 된다. 자유로우면서도 편한 동선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다르다. 여러 배우들이 다함께 어울려 호흡을 맞춰야 한다. 다른 배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제가 받춰주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여러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무대 뒤는 칠흑같이 캄캄하다. 무대 뒤에서 머리를 살짝 돌리다가 음악감독 역할을 연기하는 김태령 배우와 머리를 세게 부딪친 적이 있다. 너무 세게 부딪혀 바닥에 쓰러져서 무대에 등장하지 못할 뻔 할 정도로 아찔한 적도 있었다."    

 

 

-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뮤지컬에 몰두하면서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나가고 있는가.

 

베이지: “멘붕에 빠질 정도로, ‘왜 이런 일들이 내게 닥쳐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런데 일련의 안 좋은 일들이 뮤지컬 작품에 더욱 매달리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작품 하나에만 몰두하고 빠져보자’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대에 몰두하게 됨으로 어려움을 잊을 수 있었다.

 

무대 연기에만 정진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행복한 사람이 된다. 이영훈 선생님의 노래들은 모든 노래들이 예술 그 자체다. 가사와 멜로디가 주는 아름다움에 개인적인 아픔은 잊을 수 있게 된다. 어떤 장면에서는 감정이 박차 올라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뮤지컬 노래의 아름다운 감성을 개인적인 음악적 감성으로 승화하는 중이다.”

 

- 뮤지컬을 전공한 것이 연기나 뮤지컬 활동에 있어 어떤 도움이 되었는가.

 

최서연: “학교 다니며 배운 것이 지금 연기하는 데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연기보다 노래를 하고 싶어 처음에는 실용음악과를 갈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제 생각에 부모님이 제동을 걸어주셨다. ‘노래 하나만 배우는 건 위험하다. 노래와 춤, 연기를 함께 가르쳐주는 학과로 진학하라’는 부모님의 조언 덕에 뮤지컬학과로 진학했다.

 

처음부터 뮤지컬을 좋아했다면 뮤지컬학과에 진학했겠지만 처음에는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뮤지컬 과제를 제출하는 가운데서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수업하며 배운 강의들이 지금 제가 하는 연기의 뿌리를 만들어주었다.”    

 

 

- 일 욕심이 많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최서연: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것보다 집에서 연습하는 걸 즐긴다. 스스로의 노래와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찝찝하고 괴롭다. 뮤지컬을 하면서 잘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행복하고 못한다고 느낄 때에는 불행하다. 그래서 나름의 신조가 있다. ‘한 번 할 때 최선을 다하자’는 개인적인 신조가 있다. 만족하지 못할 때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데 그것이 오히려 편하다.”

 

- ‘어게인’이라는 타이틀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베이지: “올 초 ‘어게인’을 내놓기 전에 일 년 동안의 공백기가 있었다. 이전 회사와 계약이 만료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스무 살에 재즈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가수를 시작했다. 공백 기간 중 6개월 동안 재즈 클럽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곳에서 재즈를 부르고 음악가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 노래가 너무 좋아서 가슴이 방망이질 치던 감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처음 나온 앨범이 ‘어게인’이다. 다시 한 번 일어서고 싶은 의미가 담겨있고, 원곡을 부른 <스페이스 에이>의 안유진 언니를 만나서 많은 응원을 받았다. 지금의 <광화문연가2>를 할 수 있게끔 만든 원동력이 된 노래가 바로 ‘어게인’이다.”

    

- 어떤 연기를 하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가.

 

최서연: “자연스러운 걸 좋아한다. 무대 위 연기는 다소 과장될 수 있다. 어릴 적 뮤지컬에 관심을 갖지 않은 이유가 과장된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보이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호한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장르라면 뮤지컬 외에도 영화 등의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렌트>나 <스프링 어웨이크닝> 같은 작품에도 도전하고 싶다.”

 

베이지: “3년에서 5년 사이에 창녀 역할을 해보고 싶다.(웃음) 이전에는 뮤지컬 배우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를 관람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극중에서 마리아는 창녀다.

 

그럼에도 창녀의 이미지와 순수함이라는 정반대의 면모를 너무나도 멋지게 소화하는 것을 보며 ‘나라면 저 역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제가 갖고 있는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는 역할이나 제 성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역할, 이를테면 과격한 역할이나 남자 역할에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다.”

 

(오마이스타/사진: 로네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