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7. 16. 12:07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 출연하는 김다현이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 출연하는 것처럼 배우 이석준 역시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에 출연하면서 드라마 <원더풀 마마>에 출연하고 있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에 이석준은 인터뷰하는 내내 힘들어하는 기색은커녕 활기차게 인터뷰 답변을 해주었다. 그의 아내는 고 추송웅 배우의 딸 추상미, 다독가로 알려진 장인과 아내의 독서 섭렵이 사위 이석준 배우까지 대물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인터뷰 자리였다. <투모로우 모닝>에 출연하는 이석준을 만났다.

    

- 대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로 알고 있다.

 

“대본을 분석하며 읽는 편이 아니다. 대본을 손에 접했을 때 소설처럼 끝까지 다 읽는 작품에 출연하는 편이다. ‘다음 페이지에서 뭐가 있을까’ 하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공연을 할 때도 관객으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 자신의 성향이 드라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 공연 같은 경우에는 제가 공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소개되기 전에 브로드웨이에서 음악 CD를 선물 받았음에도 음악만 들었을 때에는 ‘이 작품이 왜 좋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재미를 붙이게 된 계기는 대본을 보았을 때였다.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대본에서 재미를 붙이지 못하면 흥미가 떨어지는 편이다. 대본이 재미있으면, 그리고 대본의 가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명확하다면 작품에 재미를 느끼고 작업하는 편이다. 설사 음악이 주는 재미가 약간 떨어지더라도 가사가 좋으면 가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 <투모로우 모닝>은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게끔 만드는 작품이다.

 

“부부는 굉장히 단순한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기 쉽다. <투모로우 모닝>에서 캐릭터가 옥신각신하는 부분이라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 아닌가. 감정적인 부분이 실제 부부생활과 닮은 면이 있는 뮤지컬이다.

 

대개의 뮤지컬은 캐릭터가 너무나도 강한 편이다. 누군가를 죽여야 하거나 반대로 죽어야 하고,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거나 하는 극단적인 설정이 강하다. 그렇지만 <투모로우 모닝>은 부부생활의 일부분을 잘라놓은 느낌의 뮤지컬이다. <투모로우 모닝>에서 나타나는 각양각색의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결혼을 거대한 모험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 정도쯤이야’ 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결혼은 이해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부부가 ‘우리 둘은 하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벌어지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부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문화권 안에 있다고 해서 같은 성장을 한 건 아니잖은가. 서로 다른 인격체가 만나서 부부가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를 하나로 바라볼 때 결혼에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각자의 공간을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느냐에 관한 문제와, 부부 사이에 공유해야 할 것이 얼마나 있는가에 관한 문제를 얼마나 부부가 현명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혼생활의 문제를 예방하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최대한 양보하는 것을 배우는 법이 결혼생활의 노하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 인터뷰 답변이 조리 있으면서도 밀도 있게 답변하는 편이다.

 

“대화하는 것과 친구와 의견을 나누는 걸 즐겨하는 편이다. 이러한 측면이 배우로서의 끼를 만들어주는 계기도 되었다. 답변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천 번째 요인은 ‘이야기쇼’ 덕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쇼’는 배우에게 관객의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고 관객의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서 나의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 하나의 요인은 아내다. 아내를 만나면서 굉장히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결혼 전에는 기본적인 책만 읽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깊이 사귀다 보니 바닥이 보이더라. 아내는 책을 좋아하면서 많이 읽는다. 아내가 ‘무슨 책 읽었어?’ 물어보면 ‘읽었지’ 라고 답하지만 솔직히 책의 내용보다 제목만 아는 경우가 많았다.

 

아내가 읽는 책은 제목조차 모르는 책이 많았다. 아내가 읽은 책의 저자가 궁금해서 저자의 책을 섭렵하다가 저자를 좋아하는 경우도 생겼다. 어려운 책만 권하는 경우도 많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처럼 어렵지만 오기로 읽은 책도 많다. 아내의 인문학적 소양은 장인(고 추송웅)에게 물려받았다.

 

장인어른 세대의 예술가들은 책이 제공하는 지식으로 경력을 가져다주었다. 무대에 서는 배우는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문학적인 소양을 쌓는 게 기본이었던 세대라 2세들에게 자연스럽게 문학적인 토양을 쌓는 작업을 물려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내만 많은 책을 읽는 게 아니다. 처갓집의 가족들 모두가 활자중독증에 가까울 정도로 정말 책을 많이 읽는다.

 

가령 아내가 육아를 할 경우 책부터 찾는 스타일이다. 아이를 갖자마자 아내가 읽은 책이 오십여 권 가량 될 정도다. 장인어른의 영향력이 제게도 닿는다고나 해야 할까. 장인어른이 생전에 책을 많이 읽으신 게 아내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제게도 다독의 영향이 크게 미친 게 아닌가 싶다.”

 

-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음으로 무대에서 깊이 있는 연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제 연기의 90%가 많은 책을 읽은 덕이라고 본다. 배우로서의 자존감을 생각하게 된 게 아내를 만난 다음부터다. 가능성이 있는 배우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저 자신은 주변 사람에게 잘 맞추는 배우였다고 본다.

 

아내와 처음 데이트할 때 아내가 조언해준 말이 있다. ‘자기는 굉장히 좋은 배우인데 자기 색깔을 모르겠어’ 당시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저만의 색깔은 분명히 있는데, 배우로서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 탓이다.

    

그 후로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는 세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석준이라는 배우가 무대에서 무얼 보여줄 것인가를 그때부터 고민하게 된다. 그 전에는 공연을 만드는 연출가에게 잘 대들지 않았고,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해서 이기지도 못했다. 배우로서의 자리매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 결정적인 사람은 지금의 아내다.

 

아내는 승부욕을 불러일으킨다. 사물의 본질을 정확하게 보는 때가 많다. 공연을 보고 난 다음에도 ‘이렇게 해야 하지 않겠어’ 라는 대답이 아니라 ‘맞다’‘아니다’로 정의된다. ‘난 이번 공연이 이상해’ 혹은 ‘이번 공연은 너무 좋아’하는 식으로 대답함으로 공연을 하는 사람이 신뢰를 갖게 만드는 모니터를 해주는 사람이 아내다. 그 때문에 아내에게 공연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웃음)”

 

- 무대 위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윤복희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범하기 쉬운 오류가 뮤지컬 배우는 뿜어내기 쉽다’는 거다. 객석이 많아지고 관객이 많아지면 무대 끝까지 배우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배우의 모든 에너지를 발산해서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쇼’에서 이런 말씀도 하셨다. ‘천 명의 관객이 있으면 배우에게 관객이 천 개의 코드를 꽂는 것이지 배우가 관객에게 코드를 꽂아주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배우에게 코드를 꽂기 싫은 관객도 있을 것이다’

 

윤복희 선생님의 말씀처럼 배우는 발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끌어들이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반대로 어떻게 관객을 끌어들일까 하는 생각으로 고쳐먹는다. 관객을 끌어들이는 건 무대 위에서의 호흡이나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 상대방이 대사를 하는 순간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다.”

 

-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일까.

 

“좋은 배우란 버릴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순간에 많은 부분이 날아간다. 연습할 때 제일 먼저 캐릭터를 만든다. 그리고는 이 캐릭터가 어떤 이야기와 행동, 어떻게 노래를 하고 움직일까를 덕지덕지 붙인다.

 

그 다음에 이를 잊어버릴 때까지 하나씩 지운다. 버릴 만큼 죄다 버리고 캐릭터를 날씬하게 만든다. 캐릭터를 날씬하게 만들면 한 마디의 대사를 하더라도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긴다. 의도적으로 캐릭터를 잊기 위해 노력한다. 캐릭터의 색깔을 빼는 다이어트 감량이 중요하다.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부르고 싶다든가 혹은 슬픈 감정을 토로하고 싶을 때 가슴을 치면서 격동적으로 표현하기 쉽다. 그런데 격동적인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감정만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 배우가 완벽한 배우가 아닐까?

 

요즘은 놀라운 배우들이 많다. 저는 사십대라는 나이 대에 들어서야 캐릭터를 떼는 작업을 하는데 어떤 배우는 애초부터 캐릭터의 군더더기가 없이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눈에 띈다. 연기에 있어 태어나기를 군더더기 없이 연기할 줄 아는 배우다. 입에서 나오는 대사와 표현하는 감정이 똑같이 나온다. 연기적인 요소에서 천재적인 감성을 지닌 배우가 눈에 보인다. 이런 배우를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

 

- 많은 뮤지컬 배우가 무대 말고도 영화나 드라마 같은 전방위 영역에서 활약한다.

 

“제가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해서 경력이 넓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배우가 어떤 한 장르에만 머무르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장르에 도전한다는 건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어떤 배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습실에서만 만들지 않는다. 배역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지하철로 이동할 때 얻을 때가 많다.

 

좋은 배우는 일상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만 잘 해도 소스를 얻는다. 연기라는 공간 안에 다른 스펙트럼을 갖는 영화와 드라마는 무대와는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다른 영역에서 만드는 다른 스타일의 인물이 있는데 다른 영역에서 만드는 인물이 뮤지컬로 올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보자.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가 많아졌다. 요즘은 뮤직비디오를 찍더라도 가수가 눈물 흘리고 연기도 잘 해야 하는 식으로 뮤지컬처럼 연기하며 찍어야 하는 추세다. 뮤지컬에서 터득한 긴 호흡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무대 밖에서 체득한 미니멀하고 디테일한 연기는 무대 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개인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공간에서 단체 작업을 해야 하는 공간으로 넘어와서 이를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가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언젠가 이러한 작업을 거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영화화 할 수도 있고 드라마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마이스타/사진: 창작컴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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