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al Review

劍聖 2013. 7. 22. 10:18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다가 아니었다. 오늘 소개하는 <스팸어랏> 역시 2010년 한국 초연 이후 3년 만에 한국 무대에 다시금 올랐다. <스팸어랏>의 원작은 코미디 영화다. 1975년에 만들어진 영화 <몬티 파이톤과 성배>를 토대로 만들어진 뮤지컬 <스팸어랏>은 2005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엔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과 연출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스팸어랏>의 진가는 ‘전복’의 미학을 통해 드러난다. <스팸어랏>에서 말하는 전복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가치관을 전복하고 그 자리에 코미디를 불어넣는 걸 의미한다. 갈라하드 경을 연기하는 윤영석만 보아도 그렇다. 윤영석은 <지킬앤하이드> 및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뮤지컬 배우다.

 

그런데 전작에서 그토록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하는 윤영석이 ‘대변 감별사’로 등장한다면 수긍이 가겠는가? 귀족의 대변을 보고는 건강에 이상이 없는가를 체크해주고 귀족의 뒤태를 닦아주는 극 중 설정은, 윤영석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카리스마 이미지를 탈색하고 코믹이라는 전혀 다른 연기 톤을 덧입힘으로 전복의 미학을 발생하게 만든다.

 

위풍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던 이전의 위용이 사리진 자리에는 망가진 윤영석의 이미지 전복으로 말미암은 코믹이 하나 가득 자리한다. 윤영석이 갈라하드라는 기사의 작위를 받아도 코믹 연기는 이어진다. 그의 출연작 <지킬앤하이드>를 패러디하는 장면은 <지킬앤하이드>의 주연 배우가 직접 웃음을 선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뮤지컬 팬이라면 <스팸어랏>을 200% 이상 감칠맛 나게 즐길 수 있다. 뮤지컬을 제작하라는 신탁을 받은 아더 왕과 그의 기사들은 듣도 보도 못한 미래의 뮤지컬을 패러디한다. 그 가운데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느 뮤지컬에서 등장하였는가를 맞춰보는 재미는, 마치 DVD가운데 숨어있는 이스터 에그를 발견하는 것처럼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세계 4대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 <미스 사이공>은 물론이고 <헤어스프레이>를 비롯하여 올해 한국 무대에 선보일 <시카고>와 <위키드>, <헤드윅>의 캐릭터를 알아맞히는 재미는 뮤지컬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쏠쏠한 재미임에 분명하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자회사 뮤지컬을 희화하는 건 <지킬앤하이드>의 패러디뿐만이 아니었다. 1막에는 아더 왕이 선출한 5명의 기사를 소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느닷없이 <맨오브라만차>의 돈키호테가 등장한다.(<맨오브라만차>는 오디뮤지컬컴퍼니가 보유한 라이선스 뮤지컬 가운데 하나다)

    

<스팸어랏>의 베데베르 경은 <맨오브라만차>에서 산초를 연기한 이훈진이 맡아 연기한다. 그런데 돈키호테가 “가자 산초야”라고 이훈진에게 이야기하자 “주인님”하고 달려가는 모습은 <맨오브라만차>를 본 적이 있는 관객이라면 이들의 배꼽을 일순간에 우수수 떨어뜨린다. 뮤지컬이 뮤지컬을 패러디하고 풍자하는 가운데서 큰 웃음이 터진다.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하는 배우는 랜슬럿을 연기하는 정상훈이다. 가히 ‘우리나라 최고의 코믹 뮤지컬 배우’라 불러도 좋을 만큼, 하도 웃어대느라 관객의 눈주름을 팍팍 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배우 정상훈이다.

 

가령 1막 후반부에서 아더 왕을 조롱하는 프랑스 성주를 연기할 때엔 “루이비똥~쏴” 라는 식의 말도 안되는 엉터리 프랑스어와 중국어로 관객을 웃음으로 대동단결시킨다. 아더 왕의 일등 공신인 랜슬롯을 이렇게도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배우가 정상훈이다. 정상훈은 <스팸어랏>을 위해 태어났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어마어마한 웃음의 핵폭탄을 관객에게 무자비하게 투하하고 있다.

 

엽기적인 코드도 등장하지만 관객의 비위를 상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팔이 잘리고 목이 뎅거덩 하고 달아나도 이를 비위 상하는 잔인함이 아닌 웃음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은 풍자에 있었다. 2010년 초연과 달리 이번 재공연은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도록 토착화를 시도한 흔적이 역력하게 보인다.

 

링컨 대통령의 그 유명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정치 슬로건을 <스팸어랏>에 대입하면 뮤지컬 <스팸어랏>의 정의가 명확해질 듯 싶다. ‘웃음의, 웃음에 의한, 웃음을 위한 뮤지컬’이 <스팸어랏>이다.

 

(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