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al Review

劍聖 2013. 7. 22. 10:39

아무리 공연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해도 이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고 하면 단 몇 십분 만에, 아니 십 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티켓이 동이 나는 배우가 있다. 계좌 잔고를 부족하게 만드는 회전문 관객(같은 공연을 보고 또 보는 뮤지컬 관객을 지칭하는 용어)을 양산하는 일등 공신이자 지갑 두께를 얇아지게 만드는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조승우다.

    

드라마 <마의>를 마치고 그가 선택한 뮤지컬 복귀작은 <헤드윅>이었고 그가 등장하는 회차는 티켓 예매를 시작한 지 불과 몇 분만에 동이 났다. 광클릭으로 조드윅 공연을 예매하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이쯤 되면 동방불패가 아닌 ‘뮤지컬불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드윅>이 회전문 관객의 잔고를 줄어들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라는 사실은 뮤지컬 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가령 필자가 박건형 버전의 <헤드윅>을 보았다고 <헤드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만석 버전을 보고 조정석 버전을 관람하고 송창의 버전도 찾고 손승원 버전 모두를 섭렵해도 <헤드윅>의 느낌과 감동은 ‘그 때 그 때 달라요’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 가능하다. 이는 <헤드윅> 공연을 하는 배우가 어느 넘버와 연기에 방점을 두는가에 따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천양지차라는 <헤드윅>만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조승우가 선사하는 <헤드윅>은 어떤 풍미를 갖고 있을까. 우선 그는 관객 친화형 <헤드윅>을 선사한다. 하이라이트 시연을 하는 가운데 조승우는 공연 중 리액션이 없기로 악명 높은 공연기자들을 향해 “웃으니까 좀 좋아?”라는 너스레를 서슴 잆이 즐긴다. 하지만 조승우의 기자시연회 중의 너스레는 애교에 불과했다. 본 공연에서는 조승우의 즉흥적인 애드리브가 태평양의 바닷물처럼 넘쳐난다.

 

조승우의 헤드윅은 다른 배우의 헤드윅에 비해 새로운 헤어스타일과 복장으로 다가온다. 헤드윅의 전매특허인 곱슬머리 금발 가발을 뒤로 한 채 생머리 금발 가발로 치장하고 핫팬츠를 선호한다. 그 덕에 조승우의 팬츠는 자세를 잘못 잡으면 엉덩이 사이가 팬츠를 잡아먹는다. 그럴 때면 조승우는 “끼고 난리야”라고 천연덕스럽게 애드리브를 한다. 여성 관객의 배꼽은 객석에서 우수수 떨어진다.

 

맨 앞에 있는 관객을 향해 “남친 관리 잘 해야 해” 혹은 “카톡만 하지 않으면 돼” “어딜 봐? 저질!”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건 예사다. 가발을 바꿀 때 “이제 하이X로 바꾸세요”할 때 관객은 숨 넘어가기 일보 직전으로 웃음의 핵폭탄을 맞는다. 자신을 향해 “나이도 먹고 해서 살이 쪘어”라고 자학하면서도 “후덕하지만 괜찮은 몸매”라고 하면서 여성 관객에게 눈보시할 기회를 아끼지 않는다.

 

조승우 공연을 관람할 때 통로 쪽에 앉은 관객이나 맨 앞좌석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관객임에 분명하다. 운이 좋으면 조승우가 여성 관객의 무릎에 앉고 심지어는 눕기까지 한다. 조승우의 마스카라와 체취가 물씬 풍기는 손수건을 득템할 기회도 앞좌석 관객만의 특전이 아닐 수 없다. 필자 역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조승우의 타액이 닿은 고로 세수나 샤워를 하지 말아야 할까를 순간적으로 고민할 정도였으니 여성 관객의 반응은 공연장이 떠나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 할 정도였다.

    

조승우의 애드리브는 매 공연마다 관객의 호응도와 반응에 따라 그 때 그 때 모두 다르다. 그렇다고 모든 공연이 애드리브로만 메꾸는 건 아니다. 애드리브 가운데서도 출연하는 밴드 및 배우와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밴드 한 명 한 명을 소개할 때 조승우는 요염한 교태를 잊지 않으면서도 밴드와 사전에 협의된 대사, 이를테면 “언니, 그거밖에 못 쳐?”라는 애드리브로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조승우의 단독 원맨쇼가 아니라 밴드와의 하모니를 어떻게 구가할지를 알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다른 배우의 헤드윅과 다른 점 또 하나, 조승우는 집중과 이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공연장을 록의 열기로 만드는 걸 바란다면 굳이 조승우 버전의 헤드윅을 감상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른 배우의 연기를 통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록의 열기, 이를테면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리트’ 같은 롯 콘서트 분위기로 객석을 뜨겁게 달구다가도 조승우는 헤드윅의 기구한 사연을 관객에게 전달할 때에는 록이 아닌 동네 아줌마의 정서로 관객에게 접근할 줄 알고 있었다.

 

동네 아줌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는 것처럼 조승우는 헤드윅의 기구한 팔자를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체화하고 관객에게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가고 있었다. 꿈의 나라 미국으로 향하기 위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포기하고 트렌스젠더를 위해 수술을 받다가 불완전한 수술로 말미암아 애매한 살덩이 1인치가 남아야만 했던 헤드윅의 기구함은 어쩌면 헤드윅의 어릴 적부터 싹이 트고 있었다.

 

엄마에게 해야만 하는 행동을 어린 아들에게 해대는 파렴치한 아빠를 향해 “내가 크면 아빠를 죽여버려도 돼?”라고 아빠에게 묻는, 어릴 적부터 성학대를 당해야만 했던 헤드윅의 기구한 사연은, 록 콘서트장을 방불케 만드는 뜨거운 집중 뒤에 남겨진 이완이 관객에게 남기는 인간적인 아픔이 아닐 수 없다.

 

찬물과 뜨거운 물을 왕복 달리기하는 조승우의 헤드윅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아픔만, 쓴 맛만 알고 있던 조드윅이 마지막에 어떻게 인생의 아픔을 승화하는가를 집중과 이완이라는 이중주로 관객에게 완벽하리만치 풀어가고 있었다.

 

팁 하나 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전매특허 넘버인 ‘겟세마네’를 조승우의 육성으로 확인하고픈 관객이라면 조드윅을 놓치면 후회 막급할 것이다. 애드리브가 많은 덕에 공연시간이 다른 역대 헤드윅에 비해 길어진 점도 조드윅의 팬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마이스타)

좋은 포스팅 잘보고갑니다. 날마다 좋은날 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