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 Review

劍聖 2013. 7. 26. 11:30

매스미디어는 대중의 알 권리를 전달한다는 사명 아래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실시간으로 실어 나른다. 매스미디어의 전달력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공할 수준이어서, 한반도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실시간으로 퍼다 나르는 실시간의 위력을 갖고 있다.

    

한데 이 매스미디어가 범죄와의 관계에 있어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갖는다면? 매스미디어와 범죄와의 상관관계는 지금 영화와 뮤지컬이라는 다양한 영역에 걸쳐 묘사되고 있다. 먼저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보자. 하정우가 연기하는 앵커 윤영화는 어느 청취자로부터 질문과는 동떨어진 황당한 답변을 받는다. 라디오 방송의 원활한 흐름을 잇기 위해 윤영화는 동문서답하는 청취자의 사연을 무시하고 끊어버리지만, 그의 전화는 끊긴 것이 아니었다.

 

끊기지 않은 청취자의 전화는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로 바뀐다. 그러나 윤영화는 이를 장난전화로 치부하고 청취자의 전화를 또 한 번 무시한다. 하지만 바로 그 때 거대한 굉음이 울리고 마포대교가 폭발한다. 청취자의 전화는 테러리스트의 전화였다. 미디어의 생리를 잘 아는 윤영화는 이 청취자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테러리스트의 전화 통화를 단독 생중계할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시청률이란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만일 윤영화가 마포대교를 폭파한 테러리스트와 단독으로 통화하며 방송할 수만 있다면 타 방송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다. 생중계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료는 천정부지로 뛸 수밖에 없다.

 

폭파범을 시청률과 직결시키는 윤영화의 기지는, 한강 다리를 폭파하는 극악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미디어의 수익 창출을 위해서라면 범죄자에게 거액을 송금해서라도 기꺼이 타협할 줄 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테러범은 방송사에게 거액의 돈을 송금받는다. 윤영화의 방송사는 테러범과 단독으로 방송할 수 있으니 테러범과 방송사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성립한다.

    

범죄가 매스미디어와 공생하는 관계를 뮤지컬로 영역을 옮겨서 좀 더 살펴보자. 영화 팬에게는 조니 뎁이 연기한 <프롬 헬>로 잘 알려진 잭 더 리퍼의 살인사건은 실제 영국에서 일어난 영구미제 사건으로 5명의 매춘부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일컫는다. <잭더리퍼>에서 살인마 잭을 추적하는 앤더슨은 런던타임즈 기자 먼로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잭이 저지르는 매춘부 살인 사건을 단독으로 취재할 수만 있게 해준다면 수익금을 나눠주겠다는 제안이다. 먼로의 이런 제안을 앤더슨은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수락한다. 그 결과 런던타임즈는 다른 매체는 사진조차 찍지 못하는 잭의 연쇄살인을 독점에 가깝게 보도할 수 있다.

 

19세기 당시에도 잭의 연쇄살인 기사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사인지라 잭이 매춘부의 생명을 앗아간 다음날은 런던타임즈가 신문을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잘 팔린다. 물론 먼로가 벌어들이는 수익금의 절반은 앤더슨의 주머니로 들어가니 <더 테러 라이브>와 마찬가지로 범죄가 매스미디어의 지갑을 불려주는 역할을 하기에 이른다.

    

범죄가 매스미디어와 결탁하는 사례의 뮤지컬은 하나 더 있다. <시카고>가 이에 해당한다. 여주인공 록시와 벨마는 남자를 총으로 살해한 살인범이다. 그런데 이들이 공정한 법 집행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데에는 변호사 빌리가 큰 몫을 한다. 그 어떤 죄수든지 빌리에게 수임료만 지불하면 빌리는 범죄자를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끔 만들어주는 데 있어 탁월한 수완을 가진 변호사다.

 

빌리는 범죄자로부터 돈을 받아 지갑을 살찌우면 되고, 빌리가 변호하는 범죄자는 빌리의 동정심을 이끄는 변호 덕에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빌리가 변호하는 범죄자는 다른 일반 범죄자와는 달리 언론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포장된 사연이 있으니, <사키고>는 <더 테러 라이브>와 <잭더리퍼>에서 찾을 수 있는 범죄-매스컴의 윈-윈 관계에서 하나가 더 추가된다.

 

범죄-매스컴의 관계에 빌리라는 변호인이 추가되는 삼각관계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얽힌다. 변호사는 수임료를 챙기고, 시카고의 범죄자는 빌리의 변호 덕에 형량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매스컴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기에 이른다. 매스컴 역시 빌리의 화려한 변론 덕에 시카고 감옥에 수감된 여러 여죄수의 사연을 끊이지 않고 다양하게 기사화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관계가 성립한다.

 

범죄가 매스미디어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사례는 1888년의 런던이나 1920년대의 시카고, 그리고 지금의 한국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영화와 뮤지컬 가운데서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언론의 먹잇감이 되는 범죄는 금전적 이익과 연관된다는 상관관계 또한 찾아볼 수 있다.

 

시카고에 범죄자가 끊이지 않는 한 변호사 빌리는 밥 굶을 일은 없으며, 잭의 연쇄살인이 멈추지 않는 한 먼로의 런던타임즈가 파리 날릴 일은 없다. 마포대교를 폭파한 테러범은 방송사에게 거액의 돈을 입금받고 그 대가로 윤영화가 앵커로 있는 방송국은 단독으로 범죄 현장을 테러범과 생중계할 수 있으니, 이들 세 작품에서 범죄와 매스미디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놓여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공연사진: 엠뮤지컬-신시컴퍼니/오마이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