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Review

劍聖 2013. 8. 8. 11:31

2 연타석 홈런을 날린 다음에 출전한 선수는 홈런을 치는 건 고사하고 1루타에 진출하는 것도 버거워하는 선수가 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내 딸 서영이>에 이어 KBS주말드라마로 방영 중인 <최고다 이순신>이다. 두 전작들이 사회성 있는 이슈를 던지거나 참신한 풍자 정신, 혹은 진정한 가족주의가 무언가를 시청자에게 환기시켰다면 후속작인 <최고다 이순신>은 변변한 사회적 이슈나 참신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지지부진한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시청률에 있어서도 두 전작이 시청률 50%를 넘나들었다면 <최고다 이순신>은 이에 못 미치는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공중파에서 시청률 20% 돌파면 대단한 것 아니겠느냐는 칭찬이 앞서야 하겠지만 주말 저녁 8시라는 시청대는 두 전작의 명성을 등에 업고, 혹은 온 가족이 TV앞에 모이는 시간대임을 감안하면 현재 <최고다 이순신>의 시청률은 반토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 최고다 이순신>은 방영 초반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임진왜란으로부터 조선을 구한 구국의 영웅을 아이유에게 작명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논란은 노이즈 마케팅이라 치더라도, 방영분의 거의 4/5가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지지부진한 전개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 드라마에서 사골 곰국 우려먹듯 빼먹는 업둥이, 출생의 비밀이라는 진부함은 그렇다 치더라도 각 캐릭터가 작정이라도 한 듯 돌아가면서 이순신에게 심적인 고통을 안기는 도돌이표만 극 전개의 80%에 다다르도록 반복하고만 있다.

 

둘 째 언니 이유신(유인나 분)에게 구박받는다는 건 업둥이인 이순신만 챙기는 엄마 김정애(고두심 분)의 처사가 못마땅한 데에서 오는 반사작용이라 치더라도 업둥이라는 아이유의 정체성으로 인해 할머니 심막례(김용림 분)에게 홀대당하고 이순신이 가장 믿었던 엄마 김정애마저도 싸늘하게 돌변하는 건 양반에 속한다.

 

이 순신의 생물학적인 엄마 송미령(이미숙 분)은 이순신이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이순신에게 갖은 음해와 방해를 거듭하다가 이순신이 친딸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서는 악행을 멈춘다. 생물학적인 친엄마가 친딸의 연예인 행보를 방해하는 패착을 자행한 셈이다.

 

이 제는 이유신과 김정애, 심막례, 그리고 송미령도 모자라 최연아(김윤서 분)마저 이순신을 괴롭힌다. 촬영장이 바뀐 사실을 이순신에게 알려주지 않고 도리어 이순신에게 거짓말을 해서 이순신이 촬영장을 벗어나게끔 만든다. 극 중 캐릭터가 돌아가면서 이순신에게 악역을 자행하는 드라마가 <최고다 이순신>이다.

 

물 론 작가도 나름대로의 항변이 있을 것이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극 마무리에 연예인으로 보란 듯이 성공하는 이순신을 묘사하기 위해 이순신을 향한 고난이 퍼레이드로 펼쳐질 수밖에 없노라는 항변 아닌 항변 말이다. 하지만 도돌이표 마냥 다양한 패턴의 어려움이라는 돌팔매질만 당하는 이순신을 향해 시청자가 온전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 드라마를 이해할 수 없는 패턴 하나 더, 아이유는 자신의 싱모 송미령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못하다. 송미령이 친딸 이순신을 위해 온갖 좋은 것으로 대해주려 해도 이순신은 송미령을 유령 취급하거나 악다구니를 쓰며 송미령의 호의를 뿌리치기 바쁘다.

 

하지만 최연아의 거짓말과 방해공작에 대해서는 엄마 송미령에게 하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항변하려 들지 않고 그저 당하고만 있을 뿐이다. 이순신의 행동에 있어서도 일관성이 떨어지는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이 전작인 <내 딸 서영이>에서 이서영(이보영 분)은 아버지를 죽은 아버지로 가장했어야 하는 아픔을 설득력 있게 시청자에게 전했지만 지금의 <최고다 이순신>은 작가의 가학적인 설정, 그것도 반복되는 도돌이표 설정으로 말미암아 전개력과 몰입도를 떨어뜨리고만 있다.

 

필 자는 <최고다 이순신>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이순신이 미운오리새끼의 아픔을 딛고 화려한 도약의 날개를 펴는 게 언제일까 하는 궁금증이 아니라 아이유 이순신을 향한 수난기는 언제쯤 멈출까 하는 궁금증이다.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드라마 홈페이지의 기획 의도가 언제쯤 나타날까 하는 궁금증은 방영 초반에 증발한 지 이미 오래다.

(오마이스타/ 사진: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