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Review

劍聖 2013. 8. 13. 10:40

요즘 케이블TV 프로그램이 시청률 확보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띤다. ‘박종진의 쾌도난마’에서는 갓 봉합수술을 마친 환자의 실밥을 일부터 터트리려고 작정하는 것 마냥 장윤정의 가족사를 들쑤셔 놓는 것도 모자라, 일부러 논란이 될 만할 연예병사에 관한 질문을 정준호에게 던짐으로 정준호로 하여금 논란의 불길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었다.

    

tvN이라고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었다. eNEWS <기자 대 기자: 특종의 재구성>은 장윤정의 가족사를 다시 들쑤시기에 바빴으며 SBS E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엄마>에서는 네 살 배기 어린이에게 5km단축마라톤을 완주하게 만듦으로 자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엄마의 승부욕을 포장하기에 바빴다.

 

이번에는 Mnet이 논란의 불씨를 점화했다. Mnet 프로그램 <댄싱9>에서 낸시랭을 출연시켰다. <댄싱9>은 찬조출연자 낸시랭을 방영함에 있어 시청자에게 논란의 여지를 제공한다. 하나는 낸시랭의 모자이크 처리다. 낸시랭이 퍼포먼스를 하는 가운데 벌어진 탈의는 선정적인 요소를 갖지 않은 퍼포먼스였다. 마리 앙뜨와네뜨의 옷을 연상하는 의상을 벗고 카키색 의상이 드러날 때 Mnet은 이 장면을 모자이크로 처리한다. 관음증적 상황이거나 노출을 유발하는 선정적인 장면이 아님에도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편집의 자충수를 두었다.

 

다른 하나는 국기를 집어던지는 장면과 손바닥에 ‘앙’이라고 쓴 마지막 퍼포먼스가 시청자에게 공감 가는 퍼포먼스였나 하는 점이다. 공연 기사 가운데서 클릭률이 가장 나오지 않는 장르가 클래식과 무용에 관련된 기사다. 반대로 대중과 친숙한 장르일수록 클릭률은 보장된다. 대중이 가장 많이 찾는 장르이기에 이와 관련한 기사도 많이 양산되고 대중도 해당 기사에 갖는 호기심이 풍부하기에 그렇다.

 

<댄싱9>은 대중과는 괴리가 분명한 무용 혹은 춤이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도록 만들어놓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제작진이 참가하는 출연자의 무용이나 춤이 시청자에게 어렵게 다가서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프로그램의 정서를 항시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낸시랭을 출연시킴으로 Mnet의 <댄싱9>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잠시 망각한다. 낸시랭의 퍼포먼스가 대중과 심사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하는 ‘의미 부여’의 기회를 놓쳤다는 점 말이다.

 

낸시랭이 전제국가 혹은 왕정을 상징하는 앙리 앙뜨와네뜨의 의상을 탈의한다는 건 선정적으로 연출해야 하는 장면이 아니라 근대 국가, 사민 국가 혹은 민주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장면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Mnet 제작진은 이를 모자이크로 처리함으로 낸시랭의 탈의를 선정주의로 몰고 갔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낸시랭이 왜 한국과 프랑스 국기를 두 번이나 내동댕이쳤는가 하는 점과 손바닥에 ‘앙’이라는 글자를 적어놓고 이를 심사단에게 마지막 퍼포먼스로 보여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무용이나 춤이 대중에게 먼 장르가 아니라고 하는 대중친화적인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유보하게끔 만드는 난해한 퍼포먼스임에 분명했다.

 

설사 낸시랭이 대중에게 이해가 분명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해도 국기를 내동댕이치는 상식 밖의 퍼포먼스를 두 번이나 재연한 낸시랭의 퍼포먼스를 왜 Mnet 제작진은 적절한 편집을 하지 않았을까.

 

낸시랭을 향한 심사위원단의 반응이 온정적이었다면 낸시랭의 일탈 퍼포먼스에 대한 해석이 심사위원 중 최소한 한 명 이상이라도 이 해괴하고도 괴상망측한 퍼포먼스에 대한 의미를 시청자가 이해 가능하도록 해석할 수 있는 편집은 부재했다. 반면에 넣지 말았어야 할 모자이크 처리와 국기를 두 번 내동댕이치는 낸시랭의 퍼포먼스는 편집하지 않는 청개구리 행보를 잇는다.

 

제작진의 청개구리 행보는 이에 그치는 게 아니다. 실력이 월등한 정식 출연자의 퍼포먼스보다 낸시랭이라는 찬조출연자의 분량이 왜 길었어야 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 않는가. 봄부터 낸시랭은 각종 구설수의 중심에 올랐던 구설수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인물이다.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발언은 거짓으로 드러나고, 출생 연도 역시 79년이 아닌 76년생임이 드러났다. 논문 표절 의혹과 BBC 거짓말 역시 낸시랭에게 사과를 받은 대한민국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논란거리가 까도 까도 끝이 없는 행위예술가를 출연시킨 Mnet 제작진의 자충수가 아닐 수 없는 씁쓸한 <댄싱9>이 아닐 수 없다.

 

대중에게 공감받을 수 있도록 이해 가능한 측면으로 퍼포먼스를 펼칠 재량의 행위예술가가 낸시랭이 아니었다면 적절한 편집이나 그녀의 퍼포먼스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관한 심사진의 최소한의 해석이라도 있었어야 할 것이다. 하나 이러한 설명도 부재한 채 대중에게 낸시랭의 이해불가능한 해괴망측한 퍼포먼스를 이해했어야 할 심사위원단마저도 멘탈 붕괴에 빠뜨린 낸시랭의 과도한 출연 분량은 Mnet이 신의 한 수가 아닌 ‘신의 하수’를 드러내었음을 방증했다.

 

(오마이스타 / 사진: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