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8. 30. 14:28

드라마나 영화에서 세련된 도회적인 이미지로 관객과 시청자에게 다가오는 배우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차수연이다. 얼마 전에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을 마친 차수연은 연극 <클로저>를 통해 무대에 데뷔한다. 무대가 설레면서도 낯선 공간으로 다가오는 그에게 <클로저>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아름다운 작품’으로 무대 데뷔작을 기억하고 싶다는 그는 설렘과 긴장으로, 열정과 도전으로 연습실의 열기를 채우고 있었다. 프리뷰 첫 공연 때 생전 처음으로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차수연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성균관대학교 근처 카페에서 차수연을 만났다.

 

- 무대에는 처음으로 출연하는 처녀작이 <클로저>다.

 

“예전부터 무대에 오르고 싶었다. 이십 대 후반이 되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삼십 대를 준비할 때 내 안에 내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할 때 한 번에 내공이 다가온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에 서려고 하면 때마침 드라마 섭외가 들어오는 식이 되다 보니 지금의 제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이 시기가 지나면 무대가 두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때를 놓치면 무대에 오르는 게 정말로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작품을 얼마만큼 잘 소화할 수 있고 좋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끔 내가 필요한 게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남편에게 연극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해서 여러 작품을 받았다. 사실 <클로저>를 먼저 선택하지 않고 다른 작품을 선택했다. 다른 연극 작품은 기존의 연극 배우들이 만들어놓은 작품에 제가 들어가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클로저>는 처음부터 제가 연습에 들어가야만 하는 연극이었다. 연출가도 좋다고 평판이 자자해서 <클로저>를 선택한 이유도 크다.

 

- TV 드라마나 영화는 자신이 연기하는 장면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연극은 극의 전반적인 호흡을 따라야 하는 새로움이 있는 장르다.

 

“드라마는 제가 연기하는 장면만 책임지면 된다. 그런데 연극 같은 경우에는 호흡이 중요했다. 전체적인 호흡이 TV나 영화와는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드라마도 연극처럼 상대 배우의 피드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장면을 찍을 때에는 상대 배우가 있더라도 저의 감정을 모두 전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극에서는 저의 감정을 송두리째 상대 배우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 새롭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 차수연의 입장에서는 이십 대 혹은 미혼이었을 때 <클로저>를 연기하지 않고 지금에 작품을 수락한 것이 득이 아닌가 생각한다. <클로저>는 사랑의 달콤함을 노래하는 작품이 아니라 사랑의 달콤함이 지나간 다음을 묘사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맞다. 남편을 만나고 인기 톤이나 생각하는 것이 결혼하기 전보다 바뀌었다. 아무래도 이십 대라는 나이는 사람에 대한 이해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지금보다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 주위로 모든 상황이 돌아갈 것이라는 착각도 하기 쉬운 나이가 이십 대다. 하지만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나서는 이십 대에 알던 인간관계나 이해가 다가 아니구나 하는 걸 깨닫고 연기가 조금씩 달라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클로저>의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하는 사랑은 ‘나쁜 사랑’이다. 좋다고 쫓아다닐 때는 언제고 막상 여자를 내 여자로 만들면 여자에게 상처를 주는 나쁜 사랑 말이다.

 

“제 입장에서 보면 남자들의 사랑이 나쁜 사랑인 게 맞지만 제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되는데, 사랑이라는 게 꼭 그렇지는 않다. 나만 생각하길 바라고 내 위주로 사랑을 바라보기 때문에 힘드는 것이지 서로가 맞추어만 줄 수 있다면 그 사랑은 오래 갈 수 있다. 맞춰주려고 하다가 안 되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닌가.”

 

- 차수연이 연기하는 안나는 사랑에 과감한 인물이지 않은가. 래리라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음에도 자신을 유혹하는 댄에게도 마음의 문을 여니 말이다.

 

“자신의 남자가 있는 여자라도 자기 남자만이 최고로 멋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다른 남자가 마음 안에 들어왔다기 보다는 ‘멋있다’ 혹은 ‘섹시하다’고 느낄 수는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

  

  

- 클라리넷을 전공하다가 모델로, 그리고 연기의 길로 접어든다.

 

“모델 활동이 재미가 있고 관심 가는 분야였다. 예쁜 옷을 입고 화장하고 포즈를 갖는 상황 자체가 좋았다. 제가 모델로 나온 잡지를 보고 뮤직비디오를 함께 촬영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사진은 한 컷으로 남지만 뮤직비디오는 5분 동안 이야기로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뮤직비디오 촬영 후 CF 섭외도 들어오고 드라마 작업을 하게 된다.

 

드라마는 끊기지 않고 무언가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장르로 색다른 재미를 저에게 안겨주었다. 재미로 시작한 작업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기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연극영화과를 전공했다면 어느 정도의 연기적인 기초가 있어서 현장의 흐름을 잘 따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연영과를 전공하지 않은 저로서는 연기의 맨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야만 했다.

 

연기라는 세계가 제 감정으로만 가는 작업이 아니라 다른 심오한 무언가가 더 있을 것 같은 탐구의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지금의 남편을 만난 회사에는 좋은 배우들이 많았다. (하)정우 오빠나 (전)도연 언니, (김)효진 언니와 같은 배우들을 보며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들었다.”

 

- 연기를 학부에서는 전공하지 않았지만, 연기도 음악처럼 끊어야 할 때와 장단처럼 맞춰야 할 때가 있기에 음율적 화음과 같은 음악적인 요소가 연기와 접목되지 않겠는가 싶다.

 

“감성적으로는 클라리넷을 전공한 것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 안나를 어떤 인물로 바라보았으면 하는가.

 

“영화는 카메라가 잡아주는 부분만 신경 쓰면 된다. 하지만 제가 무대에서 안나를 연기한다는 건 카메라가 잡지 않는 모든 걸 관객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걸 뜻한다. 남자가 보호할 것 같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깨질 것만 같아서 보호해주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의 아슬아슬한 느낌, 누군가가 감싸주는 듯한 느낌의 인물로 보아주었으면 한다.”

 

- 맡은 역할인 안나는 사진작가다. 평소 사진 찍는 일에 관심이 있었는가.

 

“전혀 없었다. 모델이나 연기자다 보니 사진을 찍히는 피사체의 역할만 했지 누군가를 조리개에 담는다는 생각을 하질 못했다. 심지어 여자들이 많이 찍는 셀카도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진작가 흉내만 내면 되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흉내만 내면 티가 다 나겠더라. 연습을 시작하고 일주일 후부터 실제로 사진 찍는 것도 배우는 중이다. 다른 배우가 런스루를 연습할 때 연습실 현장을 사진으로 담기도 하면서 사진 찍는 것도 연습하는 중이다.”

 

- 연기로 승부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후배 연기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십 대에는 열정만으로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삼십 대 이후에는 통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계속하여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위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제가 시청자 주위에 맴돌았다면 사십 대를 바라보았을 때의 차수연은 시청자와 저와의 심리적인 거리가 키스할 정도까지 가깝게 다가서는 배우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상 시청자와 관객 주위에 남아있는 배우로 자리 잡을 때 연기로 승부하는 배우로 남을 것 같다.”

 

(오마이스타/사진: 악어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