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劍聖 2013. 10. 8. 09:57

최우리 배우와 오늘 소개하는 차지연 배우 두 사람의 공통점을 손꼽으라면 공백기가 6개월 안팎이었다는 점이다. <아이다> 이후 <몬테 크리스토>나 다른 작품으로 뮤지컬 팬을 찾을 줄 알았지만 그 기간에 차지연은 두 발 전진을 위해 재충전을 하고 있었다.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한 작품을 마치자마자 다른 작품으로 무대에 서는 것과는 달리 휴식이라는 무대 위 행간의 미를 아는 배우가 차지연이었다. <잃어버린 얼굴 1895>로 반 년 만에 관객을 찾는 차지연을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다.

 

- 국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서양 음악 일색이던 기존의 뮤지컬에 비해 이번 공연은 본인의 색깔과 잘 맞을 것 같다.

 

“<서편제>와는 다른 한국적인 맛을 어떻게 낼까 고민이다. <서편제>와 겹쳐 보이기 싫어서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보일까가 고민되는 게 사실이다. 이는 작곡가나 연출가가 해결해줄 부분이 아니라 제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잃어버린 얼굴 1895>에는 6-7분 가령의 굿이 있다. 굿을 하는 장면에서 명성황후가 한을 토하는 부분이 있다. 이 장면에서 <서편제>와 겹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서편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구음을 하며 장례식을 하는 장면이 있다.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굿 장면에는 명성황후가 억울하게 죽은 어머니, 너무나 일찍 세상을 뜬 아이들, 대원군과 고종의 관계 등 여러 요인으로 한이 표현된다. 이 부분을 어떡하면 좀 더 세련되게 선사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 기존의 명성황후를 다뤄온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잃어버린 얼굴 1895>은 명성황후의 다른 면을 부각한다.

 

“이 작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런데 공통점을 하나 찾았다. 그건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비장한 면만 강조된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기존의 장르가 다뤄온 명성황후의 비장함 외에도 인간적인 면모를 무대 위로 펼쳐놓는다.”

 

- <아이다>를 마치고 이번 공연을 하기까지 공백기가 있었다.

 

“<아이다>를 마치고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뉴욕에 한 달 있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12편을 보았다. 느낀 점이 많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무대 위 배우와 관객이 자유로우면서도 배려가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면 공연 중에라도 상관하지 않고 ‘브라보’를 외치며 환호를 한다. 배우는 자연스럽게 관객의 환호에 화답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이 부러웠다.

 

톰 행크스가 출연하는 공연 <럭키 가이>를 보았다. 도로 하나를 막고 바리케이트로 둘러싸인 가운데서 운 좋게 맨 앞줄에 서 있게 되었다. 톰 행크스가 나왔을 때 ‘뒤의 사람들이 밀면 영락없이 밟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 한 사람도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밀치는 사람이 없었다. ‘헤이 톰, 나를 봐 주세요’(룩 앳 미)라고 할 뿐이지 질서 정연한 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일본에 들려 극단 사계의 공연을 보았다.

 

공백 기간 동안 해외 무대를 보며 느낀 점이 많다. 한국에서는 무대 위에서 관객을 보았는데 제가 무대 위 배우를 올려보는 관객의 입장이 되어보니 팬심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좋아하는 배우의 공연을 보기 위해 날자를 잡고 티케팅을 하고 객석에 앉아 보니 ‘오늘 그 배우가 나오는 거야? 어머, 어떡해?’ 하는 마음으로 오는 관객이 많겠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의 마음을 느끼게 되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전부터 날자를 계산하고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부분에서 느낀 점이 많아 한국에서 보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역지사지가 느껴진다. 전에는 미처 몰랐던 관객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관객의 입장을 이번 공연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고자 하는가.

 

“무언가를 남기지 말고 최선을 다해 공연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다>를 공연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왜 이렇게 미련하냐, 약게 행동하지 않느냐’고 충고하는 분들이 있음에도 인지도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한다. 좋은 뮤지컬 배우였으면 좋겠지만 그 전에 좋은 배우였으면 좋겠다. 힘이 있고 깊이 있는 배우였으면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주목 받는 것보다는 자기가 갈 길을 눈 뭉치를 굴리듯 묵묵히 걸으면서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다. 여러 작품을 하면서 여기를 보아도 차지연, 저기를 보아도 차지연.. 이런 다작의 배우가 아니라 <서편제>의 송화면 송화, <잃어버린 얼굴 1895>의 명성황후면 명성황후 등 배우다운 모습이 드러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무대에서 멋있게 늙어갔으면 좋겠다. 세월이 지나서 제가 나이 드는 걸 받아들임으로 ‘아, 내가 서른이지’ 하는 식으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기하며 살고 싶다. 훗날 누군가가 저를 롤 모델 삼고 싶다면 존경스럽다는 표현이 나올 수 있는 삶을 저 자신이 살고 싶다.”

 

- 욕심이 많아 보인다. 차지연 하면 노래 잘 하는 뮤지컬 배우로 인식되지만 노래를 잘 소화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메소드 연기까지 탐내는 부분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뮤지컬 배우가 꿈이 아니었기 때문에 노래를 시원하게 부르면 되는 건가보다 하고 더 많이 발성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노래를 했다. 그런데 점점 뮤지컬을 하면 할수록 노래보다 연기가 중요하다는 게 느껴진다.

 

명칭 자체가 뮤지컬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다. 노래를 소홀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배우라는 두 글자에 제 마음이 점점 옮겨지더라. 더 많이 저를 비움으로 자연스럽게 숨 쉬는 듯한 여유 안에서 노래를 소화하고 싶다.”

 

- 일 욕심이 많아서 연애를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를 사모하는 마음이 작품할 때 큰 원동력이 된다. 연애를 하는 감정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모하는 감정을 간직한 상태로 작품을 하면 그 감정이 살짝 묻어나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 지금은 연습하고 작품을 준비하느라 외로울 틈이 없다.”

 

- 대중은 뮤지컬 배우보다 <불후의 명곡>의 가수로 인식한다. 음반을 낼 계획이 있다면.

 

“회사를 나와서 자유로운 상태다. <불후의 명곡>을 하며 너무 좋은 무대에 섰다. 가수는 자기 색깔을 나타내야 한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는 (자기 색깔이) 없는 상태에서 배역의 색깔을 입어야만 한다. 가수로 설 때 ‘너 무슨 색깔이야?’라는 질문을 들을 때 질문으로부터 오는 괴리감이 상당했다. 그로 말미암아 가수로서의 꿈보다는 배우라는 길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만에 하나 앨범을 내더라도 혼자 읊조리는 듯한 자작곡, 어쿠스틱한 앨범을 낼 것 같다.”

 

(오마이스타/사진: 서울예술단)

비밀댓글입니다
모르는 분였는데, ㅎㅎ 배우들은 다 멋지고 열정적인것 같아요
잘 보고갑니다 ㅎ
잘 보고 갑니다.
그 열정을 저도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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