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0. 11. 24. 11:07

삼국지(三國志) (142)

 

조조의 기습으로 시작된 관도 대 혈전 <하편>

 

조조군의 공격은 치밀하였다.

궁노대(弓弩隊)와 철포대(鐵砲隊)가 적진을 향하여 화살을 빗발치듯 쏘아갈기고, 발석차(發石車)

는 먼 거리에서 사람 머리통 크기의 돌과 포환을 원소군 머리위로 쏟아부었다.

 

"아 ! 저게 뭐야 ? 저거야말로 벽력차(霹靂車) 아닌가 !"

처음으로 나타난 벽력차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부수었다. 쇠사슬에 엮인 굴렁쇠에 꼿힌 철쇠

는 양쪽의 말(馬)에 의해,  끌려 구르면서 그 앞에 놓인 모든 것을 쇠꼬챙이로 닥치는 대로 박살을

내었다.

 

그 뒤를 이어서 조조의 철기군이 진격을 했다. 조조의 철기군은 넓은 관도 일대를 개미떼 처럼

뒤덮으며 원소군을 향하여 돌격을 감행하였다. 그리하여 원소의 철기군과 창과 칼이 불꽃을 일

으키며 부딪쳤고, 다시 그 뒤는 조조군의 보병이 새카맣게 뒤를 받치고 달려들었다.

 

앞에서는 조조군의 신형 무기가 사방에서 번쩍거리고, 뒤에서는 적장 허저와 장요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이미 조조군의 선제공격으로 사기가 저하된 원소군은 갈팡질팡 하였다.

이런 것을 중군에서 이를 지켜보던 백전 노장 원소가 모를 리가 없었다.

 

"물러나는 자는 죽는다 !"

원소는 전투를 독려하며 연실 외쳐대었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군사들의 아우성에 묻혀서 들리

지가 않았다. 모사 허유가 이런 상황을 지켜보다가 원소의 전투마차로 오르며 긴급히 아뢴다.

 

"주, 주공 !... 우리 선두가 무너졌습니다 ! 지금은 잠시 물러나야 합니다 ..."

"아니 ! 계속해 ! 철기군, 보병 ! 계속 공격하라 !"

원소는 병사들을 향하여 계속해 고함을 질러댔다. 

"주공 ! ..."

허유의 외침이 원소에게는 들리지 않는지, 원소는 칼을 휘두르며 계속해 소리친다.

"겁내면 죽음이다 ! 돌격 ! 어서 !"

 

그러자 이번에는 허유가 원소의 몸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주공 ! 보세요 ! 조조의 철기군이 우리 중군까지 뚫었습니다 ! 지체하면 늦습니다 !"

그 순간 원소의 전투마차에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크 !"

원소와 허유가 동시에 깜짝 놀라며 몸을 숙였다. 

허유가 재빨리 측근 호위무사에게 명한다.

"뭣들 하는 게냐 ! 어서 주공을 뫼시지 않고 !"

그러자 원소의 호위 무사들이  전투 마차로 <우루루> 몰려왔다.

 

"아냐 ! 후퇴 못해 !"

원소는 극구 부인하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허유는,

"주공 ! 어서 가세요 ! 제 말을 들으세요, 위험합니다 !"

하고, 말하며 자신의 주공을 마차에서 끌어내리다시피 하였다.

"난 못 가네 !"

"어서 가셔야 합니다 !"

이런 실랑이를 하는 중에 원소의 전투마차에 실려있는  대형 전고(戰鼓)에 화살이 꼿히며 소리를

냈다.

"펑 !"

 

원소의 전투마차 아래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장공자 원담이 깜짝 놀라며,

"어서 주공을 모시고 후퇴하라 !"

하는, 명을 내렸다. 그리하여 전투마차를 버리고 말에 오른 원소가 그 자리를 떠나자 원소의

전투마차에는 수십 발의 화살이 일시에 꼿히는 것이 아닌가. 조금만 더 지체했더라면 원소는

여지없이 화살에 꿰뚫릴 뻔  하였다.

 

원소가 전투마차를 버리고 떠나는 것을 본 조인이 소리친다.

"원소가 도망친다 ! 애들아 ! 어서 쫒아가 원소를 죽여라 !"

"와아 ! ...."

 

조조의 철기군이 명령일하, 원소의 뒤를 쫒아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원소군은 공격과 방어를

멈추고 일시에 뒤로 돌아서 도망치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조조가 원소의 동정을 유심히 살펴 보다가, 천자의 수레에 올라타며, 목청껏 소리를 내질렀다.

"원소가 달아났다 ! 패장 원소를 죽여라 ! 살려뒀다간 다시 올 것이니 ! 원소를 반드시 죽여라 !"

 

"죽여라 ! 죽여라 ! 죽여라 !"

조조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계속 질러대었고, 양군의 전투 한복판에 있던 천자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얼마가 지난 후, 원소군이 후퇴하고 조조의 추격군이 떠나간 관도 벌판에는 전쟁뒤 고요가 밀려

왔다.

전투로 죽은 병사의 사체가 너른 벌판을 가득 메울 만큼 즐비하였고, 주인 잃은 군마는 끼리끼리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한편, 황급히 후퇴를 한 원소는 관도 한편으로 군영을 옮기고 패잔병들을 불러모았다.

원소는 군막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이날의 참담한 패배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조조 ! 지독하고 간사한 도적놈 !  정면으로 붙었다간 내 적수가 못 되니까, 그런 개수작을 벌

였지 ! 아이 참 ! 내가 그놈의 수작에 그만 넘어가다니 !"

 

원소는 군막안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분을 삭이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모사(謀士) 허유와 곽도도 함께 있었다. 너무도 분한 나머지 원소는 허유에게 손가

락 세개를 펴보이며 말한다.

"조조놈 수작에 내가 세번이나 속았군 ! 그놈이 거짓으로 화친을 청하고 천자를 내주겠다면서..."

원소는 이번에는 곽도에게로 옮겨가 계속 지껄인다.

"궁녀까지 풀어서 군심을 흐렸어 ! 아이구 ! 이걸 ..아이구 이걸 !"

원소는 한탄과 더불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러자 허유가 입을 연다.

 

"주공 ! 조조가 차 대접을 한 것은 아군 후방을 기습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위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서향 햇빛을 이용해 우리 군의 시선을 막은 겁니다."

"내 실수야 ! 정신이 나갔지 ! 교활한 조조놈의 술수에 넘어가다니 ! ..."

원소는 자기 머리를 두드리며 오만상을 찡그리며 한탄조의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서 자기

의 가슴을 치며,

"이 한 몸 잘못 판단으로 수 많은 병사를 잃었어 !"

원소는 발악하듯이 격분했다. 허유가 그를 달랜다.

"주공 ! 슬퍼하지 마십시오. 승패는 병가지상사이오니, 이번 일로 우리가 교훈을 얻는다면 결코

노여워 하실 일 만은 아닙니다."

곽도도 원소의 심기를 달래는 말을 한다.

 

"주공 ! 아픔을 돌이켜보니 문득 한 사람이 생각납니다."

"엉 ? 누구 ?"

원소는 곽도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그러자 곽도가,

"전풍이옵니다. 주공 ! 전풍이 여러번 간언하길 조조는 술수와 전쟁에 능해, 굳이 전쟁보다는

신속하게 기세로 제압해야 하며 당장의 전쟁보다는 부국강병에 힘쓰면 사오년 후엔 반드시

승리한다고..."

"맞아 ! 그 말을 안 들어서 이 꼴을 당했어 ! 전풍이 지금 어딧나 ?"

 

원소는 모든 것을 그때그때 판단하는 자신의 성격대로 갑자기 전풍의 안위가 궁굼해졌다.

그러자 허유는 쓴 얼굴을 하고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곽도가 대답한다.

 

"전풍은 지금 기주의 감옥에 있습니다."

"엉 ? 기주 감옥에는 왜 있나 ?"

"잊으셨습니까 ? 주공께서 하옥을 명하셨지요."

하고, 곽도가 대답하였다.  그러자 허유가 입을 연다.

"주공 ! 전풍과 조조의 목을 한데 모아 불태운다고 하셨습니다."

"엉, 그래 ? "

 

원소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곽도의 등을 끌어 당겨 문쪽으로 밀면서 말한다.

"어서 내 마차를 타고가서, 당장 전풍을 감옥에서 꺼내서 관도까지 데려오게. 그를 중용해야겠어 !"

"네, 주공 ."

"어서 다녀와, 어서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