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1. 13. 12:09

삼국지(三國志) (195) 주유의 넘치는 자신감 ...

 

유강구의 유비 진영을 다녀온 여몽이 대도독 주유에게 다녀온 결과를 보고하자 주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뭐라고 ? 유기도 유강구에 있다고 ?"

"네, 병사들까지 이끌고 온 것 같습니다."

"직접 보았나 ?"

"직접 보지는 못 하고 유비가 보고 받는 자리에서 함께 들었습니다."

"유기가 정말 유비 진영에 있다면, 애기가 좀 달라지겠군."

"어떻게요 ?..."

"제갈양이 허세가 아니라, 정말 남군을 치려는 것이야."

"대도독, 유비군은 만 오천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 병력으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죠."

"유기의 오만 병사가 강하에 있지 않은가 ? 유기가 유강구로 왔다면, 필시 유비와 유기가 협력하여 남군성을

공격할 모양인데, 그 정도 병력이라면 남군성을 충분히 공격할 만 하지 !" 

"하지만 유비군 진영에는 사다리가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흠, 자네는 그쪽에서 보여주려는 것만 보고온 것이지, 모르겠나 ? ... 성 공격에서 중요한 것은 사다리가 아니

라, 성 안에서의 호응이지 ..."

"지금 그 말씀은 ...."

"형양 부근은 원래 유표의 땅이었네, 평생 애써 확장했는데, 일순간 조조의 손에 넘어갔지 않은가 ? 허나, 형양

각 성에 주둔해 있는 군대중에는 유표를 못 잊어하는 병사도 적지않아, 남군성에도 유표의 부하들이 많이 있

지. 이들은 유표를 그리워 할 것이네. 만약 공명이 유기의 병사를 이용해서 남군성을 공격한다면, 유표 부하들

은 분명히 남군성 문을 저희들 손으로 열어줄 것이네, 그러면 유비는 손쉽게 남군성을 점령할 수 있겠지."

"그렇군요. 유비가 실수로 말을 하면서, 출병을 준비하는 중이었는데, 마침 군량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

서 제가 어디로 출병할 것이냐고 묻자, 영릉에 뜻을 두고 있다고 둘러댔죠."

"흥 ! 영릉 ?... 그런 작은 성을 위해 전쟁을 벌이겠다구 ? 그렇게 뻔한 거짓말을 하다니, 우리가 그렇게도 우습

게 보였던가 ?"

"대도독, 그럼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하지요 ?" 

"음, 조급해 말게 ! 공명의 속임 수에 넘어가면 안 되지 ! ... 진위를 확실히 파악한 뒤에 움직여야 하겠어. 지금

당장 유강구로 가서 유기가 있는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

주유는 이렇게 말을 한 뒤에, 그 길로 직접 유강구 유비 진영으로 찾아갔다.

                    ...

 

한편, 공명은 주유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여몽이 돌아간 다음날 부터 유강의 강상에 병선을 즐비하게 배치하

고 강안 일대에는 군사들을 빼곡히 배치하였다. 

 

주유가 강을 건너오며 유강구의 떠있는 병선과 강기슭에 배치된 군사를 살펴보고, 

(허어.... 유비의 군사들이 만만치 않은 병력을 가지고 있구나 ! ... 그렇다면 필시 ? ...)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주유가 유강 나루에 도착하니, 취악대가 나팔을 불고, 군사들이 양 옆으로 도열하여 주유와 그를 수행하는

장수들을 성대하게 맞이한다. 유비와 공명도 마중을 나왔다가 주유를 보자, 유비가 예를 표하며 말한다.

"그러잖아도 대도독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는데, 오늘 이렇게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진작 찾아와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일이 바쁘다 보니, 이제야 왔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주유는 유강구에 진출한 유비의 의중을 살펴보기 위해 왔으나, 속셈과 다르게 유강구를 찾은 이유를 다른

것으로 둘러대었다.

"별 말씀을 ..."

 

주유는 유비의 말을 듣고, 유강구를 한번 돌아보며 말한다.

"이곳 군영이 너무 장엄하여 간담이 다 서늘함니다."

하고 느낀 바를 감추고 유비를 추켜세웠다. 

 

그러자 공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대도독께서 친히 왕림해 주시니 최대한 격식을 깆춰서 맞아야 하겠지요."

"고맙습니다."

주유는 이렇게 말 한 뒤에  본심을 드러내었다.

"아, 유기 공자께서 강하에서 이곳으로 오셨다고 들었는데, 보이지 않는군요."

 

유비가 주유의 말을 받아 대답한다.

"유기 공자는 지금 병 중인지라, 나오지 못 했습니다."

"그래요 ? 큰일이군요 !"

주유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병세가 어떻습니까 ? 심각합니까 ?"

하고, 재차 묻는 것이었다. 

"현재 지병이 도져서 누워있습니다."

"그렇습니까 ? 그렇다면 제가 직접 병문안을 하고 싶은데... 보십시오. 강동의 명의(名醫)도 데리고 왔습니다."

 

주유는 이렇게 말하며 데리고온 의원을 유비와 공명에게 인사시켰다.

그러자 유비가 짐짓 한 발 빼는 소리를 하였다.

"아, 공자가 체력이 너무 약해지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할 처지가 아닙니다. 공자를 대신해 감사드리겠습니다.

의원께서는 그냥 돌아가셔도 되겠습니다."

 

그러나 주유는 정말 유기가 이곳에 왔다면 분명히 군사를 이끌고 왔을 것이고, 또 이들이 이곳에 모여든 이유

는 자기보다 앞서서 조인이 지키고 있는 남군성을 공격하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유기를 만나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래도 만나겠다면요 ? 계속 막으실 겁니까 ?"

하고, 고집을 피운다. 

 

그 말을 듣고 유비가,

"허허, 막다뇨 ?"

하고, 난처한 모습을 보이자 이번에는 공명이 나서서 말한다.

"주공, 대도독께서 유기 공자를 뵙고 싶어하니, 만나게 해 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직접 만나지 않으시면 대

도독께서 마음이 편치 않을실테니까요."

"네, 그렇습니다." 

"자, 그럼. 들어가시죠."

유비는 그제서야 주유를 유기가 누워있는 병상으로 앞서 가는 것이었다. 

 

주유가 데리고 온 강동의 명의가 유기의 진맥을 본 뒤 물러선다.

병상에는 초최한 모습의 유기가 가냘픈 눈을 뜨고 있었다. 

주유가 유기에게 걱정스런 어조로 말한다.

"공자, 오랜만에 뵙는 것인데 어째 병환중이신 겁니까 ?"

 

유기가 누운 채 두 손을 맞잡아 보이며 간신히 말한다.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일어나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병이 깊어 보이는데 강하에서 쉬지않고 어찌 이곳에 오신겁니까 ?"

"아시겠지만 형양 9군(郡)은 아버님의 영토인데 조조에게 빼앗겼습니다. 이곳에서 남군과 형주를 차례로

공격하여 아버님의 영토를 회복하려 했는데 갑자기 지병이 도져, 이렇게 뜻을 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유기는 병석에서도 아쉬운 말을 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주유가,

"공자의 마음은 참으로 가상합니다."

하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이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몸조리 잘 하십시오. 형주를 되찾게 될겁니다."

하고, 덕담을 하였다.

"고맙습니다."

 

유기는 그 말 조차도 간신히 해보였다.

유비는 장중으로 주유를 불러들여 주안을 베풀었다.

그리하여 주유에게,

"강동 사람들은 참으로 마음이 따듯하군요. 며칠 전에는 오후께서 군량을 보내주셨는데, 오늘은 대도독께서

이렇게 직접 의원을 대동하고 친히 병문안을 와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자, 한 잔 올리겠소이다."

하고, 말을 하며 잔을 들어 보였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주유는 단숨에 잔을 비우고 유비를 향해,

"황숙,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흔쾌하게,

"얼마든지요."하고, 대답하였다.

"유기 공자가 이곳으로 병마를 이끌고 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

주유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겸언쩍은 웃음을 보이고 나서,

"허허.. 그건.."하고 선듯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주유는 유비의 속셈을 안다는 듯이,

"함께 남군을 치실 건가요 ?"

하고, 재차 묻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가 역시 딱 부러지게 대답하지 아니하고 주유를 핑게로 말한다.

"사실은... 대도독과 상의하고 싶었소이다."

"상의라뇨 ?"

"아 !..."

유비는 역시 대답하지 아니하고, 이번에는 공명을 건너다 보았다. 

 

그러자 공명이 유비의 말을 가로맡고 말한다.

"대도독,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조가 허창으로 돌아갔지만 남군성에는 조인을 비롯하여 정예병을 남겨 두

었습니다. 그의 날개를 꺾지 않게 되면, 우리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겁니다. 그래서 주공께서 수만 병사를 희생

시키더라도 정면으로 부딪쳐 남군을 회복하고 강동의 방패막이가 되려고 합니다."

"하하하하하 !... 말씀은 그럴 듯 하군요."

 

주유는 속셈을 드러내 보이면서 한바탕 웃음을 웃은 뒤에,

"강동을 위해 남군을 치시겠다 ?... 정말 그런가요 ?... 남군을 얻는 것은 형주를 얻는 것과 같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 난세에서 제후들은 영토를 가장 중요시 여깁니다. 우리가 연합한 사이지만, 그래도 따질

것은 따져야겠습니다. 이번 적벽 대전에서 강동의 병사들이 많아 피해도 더 심했지요. 전쟁이 끝나고 우리

강동은 아무 것도 못 얻었는데, 이쪽에서 알짜배기 땅을 독차지 하겠다는 겁니까 ? 그건 좀 너무하군요."

 

그 말을 듣고, 유비가 잊은 것이 있었던 듯이 너스레를 떨어 보인다.

"아이고 !... 이런, 이런 이런 !... 대도독 ! 미처 그 생각은 하지 못했소이다. 우린 그저, 앞에서 얼쩡대며 위협이

되는 조조군을 쫒아낼 생각 뿐이었소이다. 만약, 오후께서 남군을 원하신다면 우린 이제라도 빠지겠소이다."

"정말입니까 ?"

주유가 일말의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정색을 하며,  

"그야 물론이지요."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유비를 쳐다보며 두 손을 모아 보인다.

"역시 자비로우시군요. 고맙습니다."

유비도 마주 예를 표해 보이며 말한다.

"천만에요."

 

유비의 대답을 본 뒤, 주유가 정색을 하면서 자신있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럼,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주공의 명을 받아 오만 병사를 모집했으니 한 달이내에 남군성은 우리 강동의

손에 함락될 겁니다. 반듯이요 !..."

 

주유의 결심어린 소리를 듣자 유비는 공명을 건너다 보며 말한다.

"아, 그럼 저희는 대도독께서 전해주실 낭보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그러자 공명이 주유를 건너다 보며 입을 연다.

"조조가 적벽에선 패했지만 중원의 네 개 주를 점령하여, 병력도 자원도 우리보다 풍부합니다. 남군을 지키고

있는 조인 역시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어, 조조가 신임하는 장수중에 한명이지요. 강동군이 적벽 대전을 치룬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출병하신다니 조금 걱정이 되는군요."

"무엇이 말이오 ?"

"남군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지칠 것 같아서요."

 

공명의 말은 노파심 어린 말이었으나 자존심 높은 주유를 건드리기에 충분하였다.

그러기에 주유는,

"공명 선생, 우리 강동 군사들은 그 깟 남군성 하나 쯤은 함락시키는 것은 식은 죽 먹기와 마찬가지요."

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대답을 하였다.

"아 ? .. 대도독께서 벌써 생각해 두신 것이 있으신가 보군요. 정말 탄복했습니다."

 

공명은 주유를 치켜 세우며 예를 표해 보였다. 그러자 주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러실 것 없소. 내가 한 달 안에 남군을 취하지 못하면 그때는 선생께서 해결하시오. "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공명은 그 말을 듣고,

"정말 그리해도 됩니까 ?"

하고, 물었다. 주유가 대답한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까 믿어도 좋소이다."

"좋습니다. 이렇게 자신있게 말씀하시니, 우리는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기로 하겠습니다. 한달 후에, 대도독께서

실패하시면 그때는 우리가 나서서 남군을 취하겠습니다. "

"한 달 안으로 남군 성내에서 연회를 베풀어 유황숙을 초청하겠습니다. "

 

주유는 자신감이 넘치는 어조로 큰소리를 친 뒤에, 선심을 쓰듯이 말한다.

"아, 그때, 공명 선생도 바쁘지 않으시면 같이 오시죠."

"하하하하, 초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벌써부터 그 연회가 기대가 되는군요.

그때는 실컷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

"그러시구려. 하하하하 !..."

"자, 듭시다."

 

유비가 이렇게 권하며 술잔을 들어 보이자,

주유와 공명도 잔을 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