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1. 14. 10:45

삼국지(三國志) (196) 남군성 공격

 

주유가 돌아가고 나자, 유비와 공명은 유기의 병상으로 찾아갔다.

 

유기가 가까이 다가온 유비를 발견하고, 몸을 일으키려 하자, 유비가 만류하며 말한다.

"아픈 몸인데도 불구하고 도움을 주어 너무 고맙네."

"주유는 갔습니까 ?"

유기는 관심사 부터 물었다.

"응, 돌아갔네."

 

유기는 그 말을 듣자, 공명에게 눈길을 향하며,

"남군을 공격하겠다는 말을 믿던가요 ?"

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명이 대답한다.

"네, 확신하더군요. 한 달 안으로 반드시 남군을 치겠다고 큰소리쳤습나다."

"이게 다 자네 덕분이네, 자네가 아픈 몸을 이끌고, 수백 리 길을  이렇게 와 주었기 때문에 주유를 속일 수가

있었지만, 아픈 자네를 생각하면 몹시 가슴이 아프다네." 

 

유비가 애틋한 마음을 담은 말을 유기에게 하였다. 그러나 유기는,

"형양이 아버님 땅이었으니, 제가 되찾아 와야 하는 건데, 제 몸이 이렇다 보니, 황숙께 부탁할 수밖에요. 황숙

께서 형양을 차지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수백 리 길이 아니고 수천, 수만 리 길이라도 달려왔

을 겁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가 말한다.

"지금 이 애기를 하늘에 계신 유표 형님께서 들으셨다면 좋아하셨을 것이네.. 형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형주

를 자네에게 물려주셨더라면 좋았을 것을 ...."

"제가 물려받지 못 했다고 해서, 아버님을 원망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아버님께서 형주의 앞날

을 조금 더 멀리 내다보셨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버님께서 끝까지 고집을 피워, 형주를 황숙께 넘겨주셨더라면,

오늘과 같이 조조, 그 역적의 손에 넘어가는 일을 없었을 것입니다. "

 

감정이 겪해진 유기가 이렇게 말하고 나서, 심하게 기침을 해댄다. 그러자 유비가 유기를 만류하며,

"진정하게, 이미 지나간 일 이니, 앞으로 현명하게 수습하면 될 걸세..."

하고, 말하면서 유기를 진정시켰다.

           ...

 

한편, 주유는 본영으로 돌아오기 무섭게 막하에 영을 내려, 남군성을 취하라 하였다.

노숙이 묻는다.

"대도독은 남군성을 그처럼 소중히 여기시면서 어째서 우리가 취하지 못할 경우에는 유비보고 취하라고 하셨

소 ?"

"그건 헛생색을 내 보인 것이오. 우리 힘으로 왜 남군성을 취하지 못하겠소 ?"

주유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만만하였다.

 

주유는 감녕에게 오천 병사를 주어 선봉에 서게 하고, 정봉, 서성으로 그의 뒤를 따르게 하고, 주유 자신도 중군

을 거느리고 남군성으로 진격하였다.

 

그 소식을 들은 조인은 곧 참모들과 함께 남군성 망루에 올라 긴급 사항을 논의하였다.

"상장군 저길 보십시오. "

 

조인은 성 밖에 펼쳐지고 있는 적들의 기세를 살펴보며,

"강동군의 기세가 드높구나. 백 리를 달려왔을 텐 데도 지친 기색이 없고..."

하고, 걱정조로 말을 하자, 효장 우금이,

"제게 정병 오백을 주시면 맞서 나가 싸우겠습니다."

하고, 선봉을 자처한다.

"좋다 ! 용기가 가상하군 ! "

 

조인이 이렇게 말하며, 허락할 기색을 보이자, 장흠이 앞으로 나서면서 아뢴다.

"상장군, 적군이 적벽 대전에서 승전하였기에 기세가 매우 높습니다. 병법에 따라, 저들의 기세가 꺾이길 기다

렸다가, 그 후에 맞서는 것이 옳을 겁니다."

"장수라면 전쟁에 대패한 뒤에는 전쟁을 피하는 것이 옳은 일 이긴 하오. 병법에만 그렇게 기록된 것이 아니라

적장들도 우리가 그렇게 대응해 올 것이라고 여길 것이오. 허나, 적군의 대오를 자세히 살펴보면, 빈틈이 없어

보이나 약간의 헛점이 있소. 적들은 필시 교만해진 상태이니, 지금이 절호의 기회요. 지금 공격한다면 분명이

우리쪽에 승산이 있소!  우금 !"

"명만 내리십시오 !"

"저 밑에 있는 자는 강동의 상장군 감녕이다. 실력이 뛰어나고 용맹한 장수라고 들었다. 그에 못지 않게 장군도

남 못지 않은 효장이니, 나가서 싸우겠나 ?"

 

조인은 이렇게 우금의 적개심을 부추켰다. 그러자 우금은 두 말 없이,

" 나가겠습니다 !"

하고, 우렁찬 표효를 해 보인다.

"좋 ~ 아 ! 내 친히 북을 울려, 사기를 북돋아 주겠네 !"

"고맙습니다 !"

 

우금은 성 밖으로 나가기 위해 성루를 내려가자 장군 장흠이 다시 말한다.

"상장군, 적장 감녕이 오천 군사를 이끌고 달려왔는데, 우금 장군에게 군사를 오백 만을 주어서 내 보내는 것은

대단히 무모한 일입니다. "

하고, 말하자, 조인은,

"무모한 싸움을 하라고 보낸 것이오."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는 대고(大鼓) 앞으로 가버린다.

"아니 ?"

장흠이 깜짝 놀라며, 곁이 있는 장수들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곧 이어 조인에 의해 공격을 독려하는 대고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둥,둥,둥,둥,둥둥둥 !..."

 

대고 소리와 함께, 남군성 문이 활짝 열리며, 장수 우금이 오백 병사들을 독려한다.

"형제들이어 ! 나를 따르라 ! 강동군을 박살내자 !"

이렇게 소리친 우금은 선두로 나서며 오백 철기병을 몰고 쏱아져 나갔다.

 

역시 조조의 북방 철기병은 강했다. 수 년간에 걸친 수십 번의 전투로 단련된 군사들은 비록 숫적으론 적었으

나, 강동군이 만만하게 여길 상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는 것이랄까 ? 절대적 숫자가 적다

보니, 시간이 지날 수록 조조군의 사상자가 늘어났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강동군의 피해는 조조군에 비해 더욱

컸다. 

 

성루로 돌아온 조인에게 장흠이 양군의 격전을 지켜보다가 말한다.

"상장군, 보십시오. 이젠, 우금의 병사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좋아 ! 잘 하고 있다 !"

"그냥 두면 전멸하고 말 것 입니다."

"아냐 ! 잘 하고 있다. 자, 똑똑히 보게. 고작 오백 명의 군사가 열 배도 넘는 오천 군사를 헤집어 놓고 있지

않은가 ? 적들의 진형이 완전히 흐트러지지 않았는가 말야 !  오백 명이 모두 전사한다 하더라도 값진 죽음이

될 것이야 !"

 

조인은 이렇게 외치고난 뒤에, 주위의 장수들에게 명한다.

"모두 들으라 !"

"말씀하십시오 !"

"지금 즉시, 성 안의 만오천 군사 모두를 성문 앞에 대기시키라. 그리고 북소리가 나거든 성문을 열고, 나를

따라 돌격하도록 하라 !"

"상장군 ! 성안에 병사는 모두 만오천 뿐인데, 모두가 공격에 나가버리면, 성은 누가 지킵니까 ?"

장흠이 놀라며 물었다. 그러자 조인은,

"남군성은 이제 자네 혼자 지키도록 하게 ! "

"예 ? 저 혼자서요 ?"

"그래, 자네는 여기 남아 우리 병사들을 위해, 북을 크게 울려주게 ! 잘 보게, 오천 명의 적군들은 방금 교전을

치뤘다. 지칠대로 지쳐 있으니까, 내가 만오천의 군사를 이끌고 돌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 !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주유가 대군을 이끌고 밀어닥칠 것이야. 그러니 지금이 우리의 유일한 기회일 걸세,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끝이야 !"

장흠이 그 소리를 듣고 결연히 외친다.

"성을 잘 지키겠습니다 !"

"좋아 ! 자 받게 !"

 

조인은 장흡에게 북채를 쥐어주고, 장수들에게 소리친다.

"모두 날 따르라 !"

 

성루의 대고를 장흠이 북채로 힘차게 두드리기 시작하자, 남문성 문이 활짝 열리면서 조인을 선두로 군사들이

쏱아져 나갔다. 그리하여 숫적 우세를 발판으로 선봉군 우금과 그의 남은 병사들을 구출하며, 강동군을 무차별

로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주유의 강동군은 조인의 군사들에 의해, 무참히 몰살하다시피 당했다.

 

남군성 벌판 앞에서 승리를 거둔 조인은 군사를 거두어 성 안으로 들어왔다. 그로 인해 성안은 모처럼의 승리

로 병사들의 사기가 양양하였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강동의 총대장 주유는 초전의 실패를 전해 듣고 크게 분노하였다.

 

주유는 감녕을 비롯해 정봉과 서성을 크게 나무라며 이번에는 주유 자신이 대군을 이끌고 나서면서,

"남군성은 내가 몸소 취해 보이리라."

하고, 말했다.도독께서 직접 나가시기 보다는 정병 오천을 주시면 제가 먼저 남군성의 배후인 이릉을 취하겠습

니다. 제가 이릉을 함락시키거든, 그때 도독께서 남군을 취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갔습니다."

능통의 간언이었다.

주유는 그 말을 옳게 여겨, 능통에게 군사 일만을 주며, 주태를 부장으로 삼아, 이릉을 먼저 치게 하였다.

이릉은 조홍(曺洪)과 조순이 지키고 있었으나, 워낙 성이 견고하지 아니하고 군사의 숫자도 오천 명밖에 되지

않은 관계로  성의 전,후면에서 공격해 오는 갑절이나 많은 강동군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조홍과 조순은 싸우다 못해 성을 버리고 패주하였다.

 

그러나 강동군은 곳곳에 매복을 두고 있어, 가는 곳 마다 치열한 소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그리하여 얼마 남지도 않은 병사들은 뿔뿔히 흩어지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조홍은 어쩔 수 없이 말을 버리

고 산으로 숨어가며 남군성으로 몸을 피해 돌아왔다.

 

주유는 이릉성을 완전히 점령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숨돌릴 사이도 없이, 오만에 이르는  대군을 몰아 남군성

으로 향하였다.

 

남군성 앞에 도착한 주유는 그 앞에 널부러진 강동군 병사와 군마의  처참한 모습에 새삼 분노하였다. 여몽이

분연히 나서며 말한다.

"놈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대도독, 공격을 명해 주십시오 !"

"제가 선봉에 서서 치욕을 씻겠습니다."

 

선봉으로 나섰던 감녕까지 거들고 나섰다. 그러자 주유는 남군성 전체를 둘러보며 말한다.

"성을 보아라. 높은 성벽을 타고 넘으려고 하다가는 우리 모두가 이곳에 묻히고 말 것이다. 그런 무모한 싸움을

해선 되겠느냐. "

"그런, 어떻게 하실 겁니까 ?"

감녕이 묻는다. 그러자 주유는 단 한 마디로 말한다.

"끌어내야지 !"

  ...

 

 주유는 투석기에 돌과 불 붙인 기름 항아리를 얹어, 남군성 안으로 무차별로 쏱아 붇게 하였다.

 

적벽 대전에서 크게 효용을 발휘했던 투석기가 연달아 돌덩이와 불덩이를 남군성 안으로 떨어뜨렸다.

이로 인해  조조군은 크게 어지러웠다. 성 안 곳곳이 불타고, 돌덩이에 맞아 병사들이 쓰러지고, 성 밖으로 군사

를 내보내 주유군과 접전을 치루게 하였으나, 강동의 주유가 이끄는 대군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

이 지날 수록 조조군의 피해만 커질 뿐이었다.

 

한편, 사태가 위급한 지경에 이르자, 조인은 곧 참모들을 모아 놓고 금후의 대책을 논의하였다.

그 자리에서 조홍이 말한다.

"이제 이릉을 잃은데 다가, 남군성 까지  형세가 급하게 되었으니, 승상께서 두고가신 비계(秘計)를 꺼내 보시

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아닌게 아니라,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네."

 

조인은 조조가 허창으로 돌아가며 위급할 때에 펴보라고 말해두고 간 유계서(遺計書)를 꺼내 보더니 별안간

얼굴에 안도감이 충만해지며,

"오늘밤 삼경(三更: 밤 11시 ~새벽 1시 사이)에 성을 버리고 나간다 !"

하고, 뜻하지 않았던 군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한편,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주유는 남군성 십 리밖에  군영을 구축하고 다음날 싸움을 하기 위해 휴식을 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갈 무렵 장군 여몽이 급히 들어오며 보고한다.

"대도독, 대도독 ! "

"뭔가 ?"

 

주유가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물었다. 그러자 여몽이,

"지금 조인군이 성문을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짐까지 든 것으로 보아, 성을 버리려는가 봅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주유는 그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며 묻는다.

"뭐야 ? 얼마나 나왔던가 ?"

"수 천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며칠 더 버틸 줄을 알았는데, 벌써 떠난다는 말인가 ? 그렇다면 병사들을 바로 깨워, 조인을 죽이고, 남군성을

함락하도록 하자 !"

"예 !"

 

주유는 곧바로 대군을 이끌고 어둠속에 파묻힌 남군성으로 달려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