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3. 2. 09:51

삼국지(三國志) (233) 숨겨진 주유의 속셈, 감춰진 공명의 대비

 

형주에 다녀온 노숙은 그길로 주유를 찾아갔다. 그리하여 형주에서 있었던 사항을 빠짐없이 말해주었다.

그러자 담담한 표정으로 듣던 주유가,

"서천의 유장과는 같은 황친이라 못 치겠다고 ? 흥, 가증스러운놈 !..."

하고, 유비가 했다는 말을 듣고, 분개하는 것이었다. 이에 노숙이 묻는다.

"공근, 이렇게 우리가 예상했던 유비의 대답이 돌아왔소. 그렇다면 우리의 계획대로 서천을 취하는 명목으로

길을 빌려달라는 가도멸괵지계(假途滅괵之計)를 과연 주공께서 허락하시겠소 ?"

"자경은 주공께서 윤허할 거라고 생각하시오 ?"

오히려 주유가 되묻는다. 그러자 노숙이 곧바로 대답한다.

"주공께서는 필시, 심사숙고하신 뒤, 결정하시겠지요."

그러자 주유는 그 말을 듣고, 자신있는 어조로,

"그러면 솔직히 말하겠소. 자경이 형주에 가있는 동안, 주공께 말씀 드려, 이미 윤허를 받아냈소."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노숙이 놀란 눈으로 주유를 바라보니 주유의 말이 이어진다.

"선생이 형주에 가있는 동안, 정보(程普), 황개(黃蓋), 한당(韓當), 조무(祖茂),등 노장군 넷과 서성(徐盛), 정봉

(丁奉), 감녕(甘寧), 여몽(呂蒙) 등, 젊은 장수 넷과 여덟이 함께 주공을 찾아가 형주를 치자고 했소. 그리고 주

공께선 그 자리에서 동의하셨소."

"세상에 !... 강동의 장수 모두가 나서다니 !..."

 

노숙은 말은 그렇게 했으나 속으로는...

(장수들 모두가 주공께 무력시위를 했구먼... 쯔쯧 !...)

하고 혀를 찼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의견을 모두 접고 주유의 주장을 적극 지지하는 표정으로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말한다.

"대도독 ! 그렇다면 명을 받들어, 오늘 이후로 대도독을 적극 지지하겠소. 대도독의 명은 뭐든 듣겠소."

"좋소 !"

        ....

 

그리고 며칠후, 공명은 강동에서 유비에게 서신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유비는 침통한 표정으로 서신을 읽고 있다가 공명을 맞았다. 그리고 서신을 공명에게 전해주며 말한다.

"선생, 보시오. 손권이 서천 공격의 명을 내렸소. 정보를 주장으로 삼아, 삼만 군사로 하여금 서천을 친다 하오.

전군 주장 여몽이 일만 군사로 서진하고, 정보가 대군으로 뒤를 받쳐, 반 년 안으로 서천을 취한다는 계획이오.

그런 뒤에 서천 땅으로 형양 9군을 바꾸자고 하는데... 서천의 유장은 절대 강동의 적수가 되지 않잖소? 서천은

이제, 끝이요, 끝 !"

 

유비가 흥분하며 탁자 위의 찻잔을 들었다, <탁 !> 하고 내려놓았다.

"예상은 했었지만, 상황은 더 나빠질 겁니다. 만일 동오가 서천을 취하게 되면 강동은 천하의 이대주(二大州)

를 갖게 됩니다. 강동에 팔십일 현(縣)과, 서쪽에 서천 오십일 군(郡), 그리고 우리 형양 9군은 그들의 입장에서

는 목에 걸린 가시와도 같으니 제거대상입니다. 아 !... 주공, 주유는 멀리 보는 자입니다. 그 자는 오 년, 십 년

후를  내다보고 형주에 급급하지 않고 유리한 전략적 지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城)이나 땅에 연연하지 않

고 천하를 거뭐 쥐겠다는 야심을 품은 자입니다. "

"서천을 치겠다는 노숙의 말에 동의하는게 아니었어 ! 이제, 어찌하는 것이 좋겠소 ?"

 

유비는 이렇게 말하면서 공명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손권의 서신을 유심히 살피던 공명이 갑자기 눈을 번쩍뜨며, 유비를 향해 돌아선다.

"아 ?.. 주공 .. 하하핫 ..!"

공명이 갑자기 소리내어 웃으며 정면으로 향하자 유비는 느닷없는 공명의 웃음소리에 놀라며 다가왔다.

그러자 공명은 손권의 서신을 유비 눈앞에 보여주면서,

"보십시오. 주유는 역시 주유로군요... 그는 서천을 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서천으로 가는 길을 빌려달라는

거지요. 보십시오. 서신에 분명히 써있습니다. 강동의 서천 정벌대가 형양의 길을 빌려 지나갈 것이라고..."

공명은 걱정에 휩싸인 유비에게 서신에 쓰인 문구를 조각조각 읽어 내리며 말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아니, 설마 ?... 이 서신에는 형주를 정말 치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하고, 의문에 싸인 소리를 내뱉었다. 

 

유비는 그 말을 듣자 즉각,

"정말 교활하기 짝이 없군, 서천 정벌을 핑계로 형주로 들어오겠다니, 이거야 말로 대놓고 우리를 치겠다는

소리 아니오 ?"

"우리는 염탐꾼을 보내서 동오의 막후 계략을 파악해야 합니다. 동오에서 장군 정보를 보내 서천을 친다면,

우리가 군량을 지원해 서진을 도와 달라는 것인데 그러나 전군 상장군이 정보가 아니고 주공근이라면 그때는

그들의 목적은 서천이 아니라 형주인 것이죠. 이에 대비하고 우리는 동오와 결전을 벌일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동오는 이번 서천 정벌에 전투경험이 풍부한 정병 3만을 동원한다고 했는데, 우리의 실제 오만 병사들 중엔

신병이 대부분이니, 막상 그들과 맞붙으면 적수가 못 될 것이오."

"그렇지 않습니다. 정병 3만 가지고는 서천은 물론, 형주조차 취하지 못합니다. 동오의 말대로 3만 정병을 동

원할 리가 없습니다. 적어도 5만이 될 겁니다." 

"5만 ? 그렇다면, 우리는 더 더욱 상대가 안될 게 아니오 ?"

"아, 그게 아닙니다. 주공께서 지금, 우리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

"전부 5만 이쟎소 ?"

"그건, 형양 각 군의 군마이고, 실제로는 모두 8만 입니다." 

"8만 ? 왜 그리많소 ?"

 

유비는 자신이 알고 있는 병사의 숫자보다 많은 병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명의 소리에 놀라며 묻는다. 그러자

공명이,

"형양 외에, 남부 4군에서 얻은 군마를 비롯해, 죽은 유표의 수하들과 그들을 따랐던 무리들이 있습니다.

조조와 손권에게 우리사정을 은폐하기 위해, 주공께도 밝히지 않았던 것이니, 주공께서는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반 절을 해보인다.

 

공명의 말을 듣고, 유비는 얼굴이 환해지며 묻는다.

"아주 잘 하셨소 ! 병서에도 병력을 숨기라 했소. 그래야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지. 다만, 주유 역시 당대의

명장인데, 그와 교전을 하면 승산은 얼마나 되겠소 ?"

"주유는 먼 길을 오지만, 우리는 대비가 가능해, 조건상 유리합니다. 제가 보기엔 아군의 승산이 9할은 됩니다."

 

공명이 차분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잠시 머뭇 거리더니,

"허나... 우리의 주(主) 적은 조조요. 주유와 교전을 벌인다면 손유 동맹은 철저히 와해될 거요."

하고, 또 다른 걱정을 쏟아낸다. 그러나 공명은 역시 차분한 어조로 득실을 논한다.

"만사에는 득실이 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강동과 우리는 전력이 약해지겠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주유와 같은 동오의 적대적 세력들이 모두 붕괴 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형주를 견

제하는 세력들이 와해 되면서, 우리 형주는 장기간 평화를 유지할 수가 있을 겁니다."

 

공명의 말을 듣고, 유비가 분연히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리고 결연한 어조로 입을 연다.

"좋소, 주유가 다른 뜻을 품고 온다면, 결사 항전을 할 수 밖에, 싸웁시다 !"

공명이 두 손을 모아 올리며 대답한다.

"그러면 주공께서는 지금 바로, 손권에게 회답하십시오. 형양을 빌려, 서천을 치는데 동의하겠다고."

                                  ...

 

조조군과의 남군성 전투에서 불시에 독화살을 맞고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던 주유는 유비가 보낸 회신의

소식을 접하고 손뼉을 치며 기뻐하였다.

"제갈양이 이번에야 내 꾀에 속아 넘어가는구나..곧 주공을 찾아 뵙고 출전일을 택해야 하겠소."

 

주유는 독화살 후유증을 숨기고 이렇게 말한 뒤에 노숙과 함께 손권을 찾아가 출전을 상의하니, 손권도 무릎을

치며 좋아한다.

"과연  도독은 천하의 지략가요. 유비, 공명의 운명은 이제야 다했나 보오."

 

주유는 몸이 회복되었다며, 이번에는 자신이 군을 통솔하고 선봉에 나서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감녕을 최선봉으로, 가화, 정봉을 중군으로, 능통, 여몽을 후군으로 삼아, 시상구를 떠나서 형주로의

길을 재촉하였다.

그리고 동오군 오만 명은 형주성에 이르는 동안, 유비군의 저항이나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시상구를 떠난지

사흘만에 주유가 이끄는 대군은 형주성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도착하였다.

 

주유가 여몽, 감녕, 능통, 가화 등 장수를 거느리고 선두에 나서서 형주성을 바라보며 말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드디어 형주성 앞에 도착했군, 여몽, 명을 전하라. 우리의 목표는 서천 정벌이 아니라 형

주성의 공격이라고."

주유의 뜻을 알고 있던 여몽은 즉시 병사들에게 형주성 공격을 명한다.

"형주성을 공격하라 ! 우리의 목표는 서천이 아니라 형주성 탈환이다, 공격하라 ! 공격 !..."

 

동오의 군사들이 개미떼 처럼 형주성으로 몰려들었다.

성벽을 기어오르기 위해 열 척 사다리가 성벽에 걸쳐졌다.

그러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유비의 군사들이 사다리를 기어 오르는 동오의 군사들을 향하여 활을 쏘고 창을

휘둘러 댄다.  심지어 돌과 끓는 물과 기름을 쏟아 붇자, 이를 본 여몽이 깜짝 놀라며 주유에게 다가가서,

"대도독, 이상합니다. 유비군의 대항이 공격을 예상했던 것처럼 치밀합니다."

하고, 놀란 눈으로 말하였다. 그 순간, 형주성 우측에서 한 떼의 군사들이 동오군을 향해 치고 나오는데 선봉에

선 장수는 조자룡이었다.

"어엇 ? 매복에 결렸다 !"

 

여몽이 상황은 판단하고, 소리를 지르고 보니, 이번에는 형주성 좌측에서  관우와 장비가 벌떼같은 병사들을

몰고 달려 나오는 것이었다.

"여장군 ! 보십시오, 관우, 장비, 조자룡 입니다 !"

가화가 여몽을 향해 소리쳤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크게 낙담한 주유가 외마디 소리를 내지르며,

말위에서 푹 쓰러지더니, 즉석에서 피를 토하며 말에서 떨어졌다.

"후퇴 ! ...대도독을 보호하고 후퇴하라 ! 후퇴 ! 후퇴 !..."

여몽이 다급한 소리로  혼란에 휩싸인 병사들을 향해 독려했다.

그와 동시에 우왕좌왕하는 동오군을 향하여, 조자룡과 관우, 장비가 이끄는 병사들의 창검이 난무하였다.

후퇴를 명하자 전세는 일방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후퇴를 명 받은 병사가 죽기로 싸울 수는 없는 일이 아닌

가. 그러려니 도망을 치기에 바빴고, 공성 장비는 가지고 후퇴할 수도 없었다. 

 

여몽은 주유를 호위하며, 후퇴하는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유비의 군사만을 대적할 뿐으로써, 주유가 몰고 온

5만의 군사들은 제각기 오던 길을 되돌아 황급히 후퇴하는데 급급하였다.

                       ...

 

쓰러진 주유를 호위하여, 유비군의 추적을 따돌리고 후군으로 후퇴한 여몽은 주유의 곁을 밤새 지키고 있었다.

밤이 이슥해져서야 주유가 눈을 떴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곁에 있는 여몽에게 묻는다.

"바깥 상황은 어떤가 ?"

 

여몽이 침울한 어조로 대답한다.

"아군의 절반이 넘는 삼만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게다가 유비의 대군이 사방에서 포위한 상태입니다. 날이

밝으면서 사방에서 공격해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입니다."

"음 ! 제갈양 !..."

 

흥분한 주유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여몽이 이를 막아서며 말린다.

"대도독, 그런데 유비쪽에서 더이상 공격을 하지 않습니다."

"뭘 기다리는거지 ?"

 

주유는 일어나다 말고 여몽의 말에 큰 의문을 보인다. 그러면서 예상을 했다는 듯이,

"맞아 ! 우리가 군량이 떨어져 굶어 죽기를 기다리는 게로군 !"

하고, 말하면서 여몽을 향해 묻는다.

"지금 군량으로 얼마나 버틸 수가 있겠나 ?"

"보급로가 끊긴지라, 남은 군량은 사흘치 뿐입니다."

 

여몽이 현실적인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절망어린 대답을 한다.

"아 ! 정녕 하늘이 이 주유를 버리는 것인가 ! ..."

 

그때, 장군 가화가 들어온다. 그는 한쪽 무릅을 꿇으며 아뢴다.

"대도독, 유비쪽에서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투항하라는 거겠지..."

 

주유는 낙심 천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자 가화는,

"사자의 말로는 제갈양이 대도독께 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고, 말한다. 이에 주유가 차분한 어조로 말한다.

"읽어라."

 

가화가 공명이 보내온 서신을 읽어내린다.

"공근 형 전 상서,

일전에 오후께서 길을 빌려 서천을 쳐서 형주와 바꾸자는 제안을 하셨을 때 소생이 감격하여 언제든 가져갈

수 있도록 군량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헌데, 오늘 갑자기 대군으로 하여금 형주성을 공격하니, 소생은 까닭

모를 배신에 황당할 뿐입니다. 황건적의 봉기로 황실이 기울자 역적 조조가 탐관을 등에 업고, 제후들을 호령

하는 상황에서 강동마저 위기에 처할 무렵, 손유가 동맹을 맺어 적벽대전을 이끌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

했습니다. 조조의 중원 진출은 천하의 화근이며, 손유 양측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만이, 조조의 중원진출에 대

항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손유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패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일전은 방어를 위해서

일 뿐,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호의 표시로 삼군에게 동남쪽을 비우라 하였으니 날이 밝는대로 이 길

로 나가시면 공격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노획한 전리품들은 모두 돌려 드릴 것이니 부디, 이 성의를

잊지 말고 영원한 동맹관계를 지속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황위를 찬탈하려는 조조를 없애고 한실 중흥의

염원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아우 제갈양 상서."

"대도독, 이건 제갈양의 가식적인 아량입니다. 이런 술수에 넘어가면 안됩니다. 아직 2만의 군사가 남아 있으

니, 하명하십시오. 제가 나가서 필사적으로 싸우겠습니다."

 

여몽이 분연한 어조로 말하면서 주유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주유는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젖는다.

그리고 한참을 묵묵히 넋을 잃은 표정으로 있더니, 무겁게 입을 연다.

"됐다, 살아남은 병사라도 데려가야지 ..."

"대도독 !"

 

여몽이 안타까운 소리를 질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 주유의 입에서 이렇게 자신없는 소리가

나오는 것을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삼군에 명을 전하라... 날이 밝는대로 동남쪽 샛길로 조용히 철수하라고..."

 

이렇게 말하는 주유의 눈에서는 굵은 두 줄기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