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3. 2. 09:56

삼국지(三國志) (234) 영웅 주유의 죽음

 

제갈양의 배려로 형주성 공격에 나섰다가 살아 남은 병사들과 함께 건강으로 돌아온 주유는 그 길로 자리를

보존하고 누웠다. 그리고 처음 당하는 쓰디 쓴 대패의 큰 충격속에 울화병까지 겹친데 다가, 남군성 전투때

맞은 독화살의 후유증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수하 장수들이 걱정을 하며 병상을 지키는 가운데, 손권이 이런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병석에 누운 주유는 손권이 들어오는 것이 희미하게 보이자,

"주공 ...."

하고, 불렀으나, 몸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공근, 많이 나쁜 것이오 ?"

손권은 이렇게 말하며, 주유의 병상에 걸터 앉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오셨군요... 저는 이제 갑니다."

주유는 힘에 겨운 소리로 간신히 말하였다.

"무슨 소리요 ? 곧 좋아질 것이오."

 

손권은 이렇게 말하면서, 어떡하든지 주유에게 희밍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주유는,

"아닙니다. 제 병은 제가 잘 압니다. 이번에는 가망이 없습니다."

"무슨소리를 하는거요. 천하의 주공근이 이런 약한 소리를 하다니..."

 

손권이 안타까워 하면서 주유의 손을 꼭 잡아 보였다. 그러나 주유는 이렇게 말한다.

"주공께서 선공(先公)의 대업을 계승한 뒤, 제가 많은 무례를 범했습니다. 주공, 원망은 안 하시겠죠 ?..."

"공근, 그런 말씀 마시오. 그대는 동오의 기둥이오."

"사실 저 역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강동의 노장들은 선대(先代)를 이어온 데다가 백부 장군도 일찍 떠나면

서 동생만 남기셨기에, 저라도 앞장서서 노장들을 제압하여 주공의 권위를 살리고자 나섰던 것입니다. 그런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근, 그대의 마음은 모두 이해하오."

손권은 병석의 주유를 내려다 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 !..."

주유는 병석에서 긴 한숨을 토해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주공, 유비와 조조는 몇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효웅들입니다. 우리 동오의 편협된 땅을 가져가고 싶어

하는 중원의 야심가들이죠. 그러니 주공께서는 조금도 방심하셔선 안됩니다. "

"공근의 말씀 깊이 새겨 두겠소."

 

주유는 계속해 말하기가 어려웠던지, 하던 말을 멈추고, 침을 한번 삼킨다. 그런 뒤에 잠시후,

"주공, 제 후임 대도독은 저보다 대국적이고 덕까지 겸비한 강동의 대들보..."

하고, 하던  말을 멈췄다.

"누구요 ?" 

손권이 물었다. 그 순간 손권의 뒤에서 이 말을 함께 듣던 여몽의 눈도 빛을 발했다.

주유는 희미한 눈을 뜨고, 힘에 겨운 듯 한 자씩 천천히 대도독을 천거한다.

"노... 자.. 경..."

"노..숙 ?"

손권이 주유를 내려다 보며 물었다.

"그를 청해 대도독을 맡기십시오...."

"걱정마시오. 자경에게 병권을 맡기겠소."

 

손권이 흔쾌히 대답하자 주유가 눈을 감으며 다시 큰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러면서,

"안심이 됩니다..허나 애석합니다. 애석해 !..."

하고, 통한의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손권이 물었다.

"무엇이.. 애석하단 말이오 ?"

"하늘이 주유를 낳았으면 됬지, 어찌 제갈양을 낳았는가 !...."

 

주유는 순간, 허공을 향해 손을 뻣쳐 들며 오열했다. 그리고 당대의 영웅 주유는 이것을 끝으로 숨을 거두어

버리고 말았다.

"공근 !"

"대도독 ! "

손권과 여몽이 주유를 외치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의 몸은 차츰 식어가는 것이었다.

"대도독 ! ~ 으어 ! ~.."

안에서 여몽의 울움 소리가 터져나오자, 문 밖에 입시해 있던 장수들 모두가 주유가 숨을 거둔 것으로 확신

하고 울부짖는다.

"대도독 ! ~~..."

      ...

 

* 인물평. 

주유(周瑜: 175 ~ 210년)

오(吳)의 장수. 

자는 공근(公瑾).

서성(舒城) 출신이다.  수륙 양면에 탁월한 식견을 갖춘 불세출의 장수로써 적벽대전 당시에 동오의 수군 대

도독에 올랐다. 손책과는 같은 나이로, 어렸을 때부터 그와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후일에 이르러서는 동서지

간(同壻之間)이 되었다.

또 손책이 부친 손견을 잃은 뒤부터 장소와 함께 손책을 도와 오나라의 기초를 공고하게 하였다.

200년에 손책이 죽고 19세의 손권이 뒤를 잇자 그는 장소, 정보, 황개등의 문무관과 함께 손권을 보좌하였다.

208년, 조조가 형주를 취하고 동오를 공략하려할 때, 조조와의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

데 노숙과 함께 단호히 싸울 것을 주장하여 적벽대전에서 대승을 거둔 후일에 남군 태수(南郡 太守)가 되었다. 

그는 익주(益州)의 유장이 한중(漢中)의 장로 공격을 하려고 출병한 틈을 타서 장로를 평정하고, 이어서 마초

와 동맹하여 조조를 멸할 계획을 세웠으나 원정 도중에 남군성에서 맞은 독화살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36

세의 젊은 나이에 병사하고 말았으나,  본 삼국지 에서는 형주를 탈환하기 위한 전투를 수행하던 중에 절명한

것으로 쓰여졌다.(삼국지를 중간에 읽는 분을 위해 220편에 썼던 주유의 약력을 다시 소개하는 바이다.)

                                ...

 

손권은 그 길로 노숙의 집으로 그를 찾아갔다.

노숙은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집사가 주군이 자신의 집으로 찾아 왔다는 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나왔다. 

"하 ! 주공 !"

노숙은 허리를 깊숙히 숙여 손권을 향해 절을 하였다. 손권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연다.

"자경 ? 공근이... 떠났소..."

노숙이 그말을 듣자, 들고 있던 책을 떨어뜨리며 놀란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아니하고 넋을 일은 표정과 놀란

눈으로 손권을 바라본다. 그리고 한참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가,

"공근이...정말 갔습니까 ?..."

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나도 그게, 거짓이었으면 좋겠소..."

"당대의 명장이 이렇게도 젊은 나이에 허무하게 가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재능도 다 펼치지 못했는

데... 흐흐흑 !..."

 

노숙을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리고 오열하듯 말한다.

"주공... 공근은 분명히 편히 눈 감지 못했을 겁니다. 흐흐흑 !..."

"그 말이 맞소, 허나, 공근은 성격때문에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소."

손권은 이렇게 말하면서 노숙을 손수 붙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공근이 임종 전에 후임 대도독을 천거했소. 그대의 의견이 어떤지 듣고싶소."

하고, 말하고 나서 돌아서는 것이었다. 

뺨에 눈물이 마르지 않은 노숙이 손권에게 묻는다.

"대도독이 누구를  천거했습니까 ?"

"그대요."

"저요 ?"

 

노숙이 놀란 눈으로 손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공...저는 대도독과 정치적 견해가 다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손권이 돌아서며 말한다.

"그렇지요. 그래서 나도, 솔직히 그 소리를 듣고 무척 놀랐소. 세상에서 가장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오.

으흠, 재미있지 않소 ? 대도독은 도량이 가장 좁은 사람이기도 했지만 또, 어떤 한편으로는 도량이 가장 넓기도

했소."

"대도독을 만나서 교분을 쌓고 지낸지 십오 년이 됬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떠나니 마음이 너무 아파,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

"슬퍼할 겨를이 없소.  대도독은 십여 년간 병권을 장악했소. 그런 그가 떠났으니, 한시라도 빨리 후임자를 정

해야 하오. "

"주공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

 

노숙은 손권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손권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입을 열어,

"지난번에 대도독 집에서 내가 어째서 그대에게 불같이 화를 낸 지 아시오 ?"

하고, 지난 날 주유와 함께 있던 자리에서 노숙의 참군 도위직을 박탈하던 때를 가리켰다.

"그 날은 제가 말이 지나쳐 주공께 불경을 저질렀습니다."

 

손권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흔들며,

"겨우 그런 말 몇 마디에 그렇게까지 화를 낸다면 , 내가 어찌 아버님과 형님이 남겨주신 강동을 다스릴 수가

있겠소 ? 대도독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오. 그의 체면을 살려줌과 동시에, 그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했던 것이오. 대도독은 누구보다 더 눈앞의 명분과 실리를 따지는 사람이오. 내가 그렇게 하면, 대도독

은 은혜를 입은 그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할 것이니,후일, 대도독 직을 그대에게 물려 줄 수도 있을거

라 생각했소. 장군들 대다수가 대도독을 따르기 때문에 그가 정한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로 따르지 않을 것이오. "

"저에게 일부러 그리 대하신 것이군요."

노숙이 손권을 향하여 반절을 해보이며 말하였다.

"하 !.. 강동의 대업을 위해서 그리 할 수밖에 없었소. 이제부터 그대에게 대도독의 중책을 맡기겠소."

 

손권이 단호한 의지를 담아 말하였다. 이에 노숙은 손권을 향하여 깊숙히 허리굽혀 절한다.

"주공의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그렇지만... 모든 장군들이 여몽 장군을 염두에 두고 있을 터인데 제가 대도독

직을 맡으면 여장군은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 "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자 !"

 

손권은 품에서 서신 한장을 꺼내 보인다.

"이게 뭡니까 ?"

노숙은 손권이 내미는 서신을 받으며 물었다. 그리고 대답을 기다리는 순간에 서신을 열어보았다.

"여몽이 내게 올린 충성의 서약서요. 보면 알겠지만 여몽 역시 그대를 강동의 대도독으로 적극 추천하고 있소. "

"여몽이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