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3. 3. 09:59

삼국지(三國志) (236) 이어지는 방통의 기행

 

한편, 이시간 방통이 들어앉은 술집이 보이는 먼 발치에는 노숙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방통이 문밖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노숙은 방통을 발견하자 지체 없이 달려가며 그를 불렀다.

"사원 ? 사원 !..."

"자경 ?..."

 

자신을 부르는 사람이 노숙인 것을 알아 본 방통이 노숙에게 무슨 일로 자신을 부르냐는 어조로 대꾸하였다.

노숙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사원, 공명이 유비에게 의탁하라고 하였소 ?"

"으잉 ? 어째서 나를 감시한 거요 ?"

 

방통은 불쾌한 어조로 노숙에게 손가락 질을 하면서 대꾸하였다. 그러나 노숙은 미소를 잃지 않고,

"보물을 아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소 ? 사원, 공명을 따르지 않는 게 상책이오. 유비는 기반도 약하고 병력도

부족하오. 게다가 형양도 우리 강동이 빌려 준 것이오. 갑시다. 오후를 만나게 해 주겠소. 강동은 병력도 풍부하고,

오후는 인재를 중히 여기시는 분이니. 그대의 뜻을 펼 수있도록 도와주실 것이오. 갑시다 ! 아, 가자니까요 ?..

갑시다 !..."

노숙은 방통의 손을 잡아 끌다시피 그를 데리고 간다.

"어,어,엇 !... 이, 양반이 !..."

 

술에 취해 제대로 몸조차 가누지 못하던 방통은 노숙이 잡아 끄는 바람에 그의 손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

 

한편, 주유의 빈소를 돌아본 태부인은 아들 손권과 함께 내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주유가 평소에 교만한 면이 있기는 했어도 우리 손씨 집안과 강동을 위해서 열심히 일 했고, 많은 공을 세웠지.

지금 강동의 절반은 주유덕분에 얻은 것이야. 내 마지막 그의 가는 모습까지 지켜 보았으니, 배웅은 제대로 한

셈이지, 하지만 뒤에 남겨진 처자식을 생각하면 지난 날 내가 겪었던 고통이 생각나서 가슴이 찟어지는 것 같

구나."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소자가 그의  남은 가족들을 잘 돌보겠습니다."

태부인과 손권이 이런 말을 주고 받고 있을 때, 노숙이 기쁜 어조로 손권을 부르며 달려온다.

"주공 !..."

 

낮익은 목소리에 태부인과 손권이 말을 멈추고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노숙은 예를 갖추며,

"주공, 태부인, 오늘 좀처럼 보기힘든 인재를 만나, 어렵게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손권은 손을 들어 지칭하며 묻는다.

"인재라니, 그게 누구요 ?"

"봉추라고 불리는 방통, 방사원 입니다."

그러자 태부인은 대번에 안색이 싸늘하게 변하면서 대답한다.

"누군지 아오, 조문객들 앞에서 헛소리를 지껄였다는 주정뱅이가 아니오 ?"

"아, 예... 태부인께서 그걸 어찌 아시는지요 ?"

 

노숙은 조금 전 기쁨에 넘치던 안색이 굳으면서 물었다.

"누가 일러주어서 들었소. 그 주정뱅이가 적벽대전은 주유가 세운 공이 아니고 또, 주유는 속이 좁기 때문에

큰일 한 인물이 아니라구 ? ..했다지, 맞소 ?"

"아... 그건..일부러 그런 말을 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한 것이지요."

"아무리 그래도, 주유는 강동의 일등 공신이오. 그런 식으로 욕을 보이다니, 이건 강동을 모욕한 것이오. 얼마

나 뛰어난 인재인 지 몰라도 그런 미치광이는 필요없소 !"

태부인은 말의 말미에 아들 손권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모후의 시선을 받은 손권이,

"옳은 말씀입니다. 방통이란 자는 너무 제 멋대로 입니다. 어머니 뜻에 따르겠습니다."

손권은 이렇게 모후를 안심시키고 노숙을 향해 나가란 손짓을 해 보이는 것이었다.

"하 !..."

주군의 뜻을 단박에 알아 차린 노숙이 입 속으로 한마디 읊조리며 예를 표하고 물러나왔다.

            ...

 

노숙은 그 길로 방통에게로 갔다. 

그리고 침울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방통은 술을 마시다 말고, 넋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노숙을 보고,

"뭐요 ? 오후가 날 안 보겠다고 했소 ?"

하고, 결과를 알고 있다는 듯이 물었다.

 

이에 노숙이 당장 할 말을 못 찾고 눈을 깜빡이고 있다가, 방통에게 다가가서 입을 연다.

"사원, 조급해 하지 마시오. 태부인께서 무슨 애길 들으셨는지, 그대를 오해하고 계시오. 주공은 태부인의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어서 잠시 만남을 미루셨소. 며칠 이곳에 머무르면 다시 주공께 말씀 올리겠소."

"엉 ? 하하하하 !... 강동이 세력이 강해지더니 거만하기 짝이 없구려 ! 자경 ? 아까 오후가 인재들을 예우 한다고

말하지 않았소 ? 헹 ! 헌데..찾아온 사람도 만나지 않겠다고 하니, 너무 하는구만. 솔직히 말해 내가 빈소에서

주유를 욕한 것은 오후의 아량이 얼마나 넓은지 시험하려 한 것이오. 내가 재능을 펼친다면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터...그런데 오후가 이런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안 만나도 그만이오. 그럼 난 이만 가보겠소이다."

방통은 이렇게 말한 뒤에 그대로 문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노숙이 깜짝 놀라며 방통에게 다가서며 말린다.

"사원 ! 사원 !...기다리시오 ! 지금은 주공께서 대도독을 잃고 깊이 상심하고 계시오. 며칠만 기다려 주시면 다

주공께 아뢰겠소. 틀림없이 그대를 중요하실 것이오."

"이보시오, 자경 !...세상에 어떤 새가, 며칠동안 한 가지에 만 머무른 단 말이오 ? 그것도 봉황이 말이오 ?"

봉추 방통은 그 말을 뒤로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사원, 사원 !"

노숙은 안타깝게 방통을 붙잡아 두려고 연거푸 불렀으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아니하고 그대로 가버리고 말았다.

 

방통을 떠나 보낸 노숙은 태부인이 어째서 주유의 상가에서 벌어진 방통의 괴의한 언행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

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였다. 그리하여 수하를 불러 묻는다.

"대인 ! 부르셨사옵니까 ?"

"오늘 오전에 누가 태부인을 찾아왔었느냐 ?"

"네, 한 시각 전에 형주의 조문사절로 함께 온 손건이 아가씨 소식과 함께 조의를 표하는 선물을  전한다며 태

부인을 뵙고 갔습니다.

"뭣이 ?"

 

노숙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리다가 마지막에는 수하에게 소리쳤다.

"제갈양이 지시를 한 게로다, 손건을 시켜, 방통이 대도독 빈소에서 벌인 기행을 고해 바친 모양이야... 그러니

태부인께서 노할 수밖에 없었던게지... 아 ! 이대로 방통이 형주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가 ?...

이런 원통한 일이 있을 수 있나 ! ... 어서 쫒아가서 방통을 다른 곳으로 못가게 막게 ! 어서 !"

       ...

 

한편, 붙잡는 노숙을 뿌리치고 나온 방통은 그 길로 배를 타고 형주로 들어왔다. 그리하여 저자거리를 떠돌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수군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곳에는 관(官)에서 붙인 벽보가 한장 붙어있었다.

"저게 무슨 소리를 알리는 벽보라오 ?"

 

글을 모르는 사람 하나가 유식해 보이는 사람에게 묻는다.

"아 ? 얼마전 유황숙께서 인재를 대거 모집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관리들이 자신의 자식들을 천거했다고 하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나중에 재능이 없음을 알게 된 이후, 대노하셔서 그들을 모두 파직시키셨지. 그때문에 인

재를 선발할 과거를 새로 치루니, 시험에 응시하라고 관청에서 방을 붙인 것이라오." 

 

그 소리를 옆에서 듣던 방통이 묻는다.

"아, 저기.. 부탁좀 합시다. 내가 눈이 좀 나빠서 그러는데, 혹시 시험관이 제갈공명이 아니오 ?"

 

그러자 청년이 방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더니 대답한다.

"아닌데요."

"왜요 ?"

"그게... 제갈공명 선생은 이곳 남양 출신인 관계로 형주의 선비들과 친분이 있으니,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우려가 있어, 시험관을 사양하고 지방 순시를 가셨다 하오."

"오호 ?... 그렇군요. 고맙소이다."

 

방통은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를 떠나, 곧 실시하는 인재모집 시험에 응시하였다.

 

그리하여 손건이 감독이 되어 실시한 시험에서 장원을 하게 되었다.

손건은 시험 답안지를 유비에게 보여 주면서 처분을 기다렸다.

유비가 용광(龍光)이라는 이름으로 제출한 답안지를 읽어 보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용광이란 자가 제출한 답안지가 가장 훌륭하구만, 용광을 들라하게."

"용광을 들라하라 !"

 

명은 곧 수하에게 전달되어 방통이 유비의 앞에 불려나왔다.

"소인, 용광이 유황숙께 인사 올립니다."

방통이 큰소리로 인사를 고하였다.

"용광, 글을 잘 보았소. 견해가 남 다르군요."

 

유비가 방통의 답안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 보았다.

그런데 <아뿔싸 !> ...

불려온 용광의 용모가 더할 나위없이 천박해 보이는 것이 아니던가 ? 

순간, 유비가 손건에게 눈길을 주었다.

손건이 겸양쩍은 얼굴로 유비에게 다가오자, 유비가 의문이 담긴 나지막한 소리로 묻는다. 

"이게 정말 저 사람이 쓴 것인가 ?"

"예, 헌데, 주공. 용광의 재능은 훌륭하나 용모가 너무 추하니, 요직에 등용하면 한 왕실의 체면을 떨어뜨릴

지도 모릅니다. 허나, 재능이 아까우니 내치기 보다는 그의 능력을 시험해 보는 의미에서 작은 고을의 수령을

맡겨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좋소, 그러면 여기서 백여 리쯤 떨어진 뇌양현의 현령(縣令)자리가 비어 있으니 잠시 그 자리를 맡겨서 하는

것을 보아 중용(重用)하는 게 좋겠군. 그리하도록 하오."

그리하여 방통은 손건으로부터 유비의 결정을 통고 받고,

"현령이오 ? 그거라도 가라면 가보지요."

방통은 내심 매우 섭섭했으나 그날로 임지로 떠나갔다.

 

그러나 방통은 현령으로 가서는, 백성들을 다스릴 생각은 아니하고 날마다 술만 마시고 있었다.

유비가 용광을 뇌양현에 보내 놓고, 얼마후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니, 용광은 현령이 가려주어야 할 백성들의

송사(訟事)를 뒤로하고 만날 술에 쩔어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

유비가 그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여 장비를 불러 말한다.

"되먹지 못한 현령이 정사를 돌보지 않고 매일 술타령만 하고 있다니, 자네가  가서 실정을 바로잡고 오라 !"

 

장비는 분부를 받고 손건과 함께 뇌양현으로 떠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