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5. 12. 12:30

삼국지(三國志) (291) 화를 부른 관우의 오판(誤判)

 

관운장이 수공(水攻)으로 우금을 사로잡고 방덕을 생포하여 참했다는 소식과 함께 지원군 팔만 명 대부분이

몰살했다는 소식이 허창에 전해지자 조조는 간담이 서늘하도록 놀랐다. 

그리하여 문무백관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대책을 상의한다. 

"내 본시 운장을 호랑이로 여겨왔으나 우리가 이처럼 참패할 줄은 물랐네. 운장이 이제 번성을 쉽게 함락시키

고 그 길로 허도로 쳐들어올지 모르니 우리가 도읍을 미리 옮기는 것이 어떻겠나 ?"

조조는 관우의 용맹함에 위협을 느끼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자 사마의가 간한다.

"이번 싸움의 패인(敗因)은 우리가 약한 탓이 아니라, 장마의 홍수(洪水)가 운장을 도왔기 때문입니다. 하오니

이제, 동오의 손권을 이해로써 설복하여, 형주를 비롯해 관운장의 후방을 공격하도록 부추키면 우리는 안전해

질 수 있으니 그 길을 택하도록 하소서."

 

이번에는 주부 장제(主簿 蔣濟)가 간한다.

"중달의 말씀이 명안(名案)입니다. 손권에게 관운장을 공격하게 할 일이지, 그가 무서워 우리가 천도를 논한다

면 천하인들이 웃을 것입니다."

조조는 그 말을 옳게 여기며,

"두 사람의 의견이 타당하네, 그러나 손권을 말로만 설득하는 것보다는 우리도 운장과 싸우면서 손권을 설득해

야만 말발이 설 터인데 운장의 예기를 꺾을 사람이 없어 걱정이야..."

"제가 관우와 대결하겠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외치며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상장군 서황(徐晃)이었다.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즉석에서 정병 오만을 내주었다. 그리하여 서황은 여건(呂建)을 부장으로 삼아 출전하였다.

동오의 손권과 원만한 군사협정을 맺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었다. 그리하여 손권이 조조의 제의에 응해서 형주

를 급습하게 되면 그 즉시로 번성에 나와있는 관운장을 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

 

한편, 관우는 조인이 지키고 있는 번성을 공격하기 위해 형주의 주력군을 이끌고 번성을 눈앞에 두고 진영을

구축하고 있는 때에 육구에 주둔중인 동오의 수군 대도독 여몽은 최전선에 장군 가화와 함께 시찰을 나왔다.

그리하여 적군의 진지를 살피는데 가화가 적의 진지를 가르키며,

"대도독, 보십시오. 형주군이 장강을 따라 십여 리 간격으로 봉화대를 세워놓고 유사시에 낮에는 연기로, 밤에

는 불로써 위급함을 알린다고 합니다. "

하고, 말한다. 그러자 여몽이,

"봉화대를 세워놓고, 형주로 즉각 연락체계를 구축했다는 말이군. 번성에 나가 있는 관우도 달려올 수가 있구

말야. 그렇다면 아군이 형주의 수군은 물론이고 달려온 관우의 지상군에게도, 양쪽에서 공격 받을 수가 있겠군."

"당장 공격을 명해주십시오. 관우가 오기 전에 형주를 공격해 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

가화가 여몽에게 공격의 명을 재촉하였으나, 여몽은 고개를 흔든다. 그러면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가화는 안타까운 어조로 재차 말한다.

"대도독 ! 관우가 번성을 함락하면 영원히 기회가 없습니다 !" 

 

여몽이 가화의 요청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곧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가슴에 얹으며

괴로운 어조로,

"엇 ?...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

하고, 머뭇거리더니 그만 뒤로 벌렁 나 자빠져 버리는 것이었다.

"대도독 ! 대도독 !..."

 

순간, 여몽을 수행하던 장수들이 놀라며 뒤로 넘어진 여몽에게 모여들었다. 

            ...

 

여몽이 전선을 시찰하던 중에 쓰러졌다는 소식이 손권의 귀에 들어가자, 손권이 육손을 불러들여,

"백언? (伯言: 육손의 字) 내가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네."

하고, 말한다.

"분부하십시오."

"자명(子明: 여몽의 字)이 중병에 걸려 어려운 상황이네, 서신을 보내왔는데 적임자를 찾아서 대도독 자리를

맡기라는군, 해서, 자네를 보내려고 하네."

"저를요 ?"

"그럼 누가 있나 ?"

"황공하옵니다. 헌데, 대도독의 병세가 어느정도길래 ?..."

"과도한 피로에 풍한(風寒)이 들어 병이 중하다는군, 지금 당장 육구로 들어가 대도독의 업무를 인수받도록

하게."

육손이 손권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기울이며 말한다.

"주공, 대도독은 병사 출신으로 매우 강건한 체질을 가진 사람입니다. 또 수십 년간 전장에 있었어도 끄떡도

없었는데, 왜 하필 형주의 공격을 눈앞에 두고 중병에 든 것일까요 ?"

"분명, 관우를 속이기 위한 꾀병일 겁니다. 지금쯤이면 건강으로 돌아오지 않고, 형주로 출병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으,하하하하 ! 자네는 속속들이 꿰고있구만 ! ... 맞아 !  여몽은 건너편 관우의 봉화대를 보면서, 관우가 출병

하며 형주에 정예병 만오천 을 남겨 두었다는 사실을 안 거지... 해서, 꾀병으로 속여, 형주에 있는 관우의 나머

지 정예병력을 번성에 보내려는걸세, "

"해서, 저같은 일반 서생출신의 장수를 선발하여 수군 대도독자리를 맡김으로서 관우를 방심케 하시려는 거지요."

"흠 !... 백언 ? 벌써 강동 각지(各地)에 통보했네, 여몽은 병이 나, 후임으로 육손이 간다고... 지금 쯤 형주 첩자

들이 이 소식을 관우에게 고했겠지... 그러니 자네는 여몽의 계략에 맞춰, 육구로 부임해 가도록 하게 !"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여몽이 형주를 함락하더라도 관우는 못 죽이도록 명해주십시오."

"그건 왜지 ?"

"관우는 유비에겐 골육(骨肉)과도 같아, 그에게 관우의 위치는 공명을 능가합니다. 형주를 잃더라도 유비는 우

리를 적대시 하지 않을 겁니다. 사실 형주는 강동의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관우를 죽인다면 주공과

유비는 불구대천지 원수가 되고 형주가 열 개라도 유비와는 절대 화해를 못합니다. "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은 손권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육손의 말이 이어진다.

"관우를 죽이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 즉시 유비의 백만대군이 조조군을 포기하고 군사를 돌려, 강동으로 몰려

올 것입니다."

"맞어 ! 이보게 백언 ! 당장 육구로 달려가 여몽에게 명을 전하게, 형주를 함락하더라도 절대, 관우는 죽이지

말라고 말야 ! 이건 엄명일쎄 !"

손권은 육손을 향하여 손을 뻤어 가면서 자신의 말의 중요성를 표현해 보였다.

"알겠습니다."

                 ...

 

한편,  이시각 관우는 번성을 공격하고 있었다.

조인이 지키고 있는 번성은 결코 호락하지 않았다. 번성 성벽에 공성(攻城)용 사다리를 걸친 촉군이 개미떼

처럼 성벽을 기어올랐지만 조인군은 그때마다 창과 칼, 그리고 돌과 끓는 물을 부어내려 촉군의 성벽 진입을

극렬히 저지하였다.  이렇다 보니 시간이 지날 수록 촉군의 사상자는 늘고 사기는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먼 발치에서 아군의 공격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는 관우의 얼굴에는 근심이 밀려왔다.

(으음 !... 조인의 저항이 의외로 완강하군 ... 그렇다면 ?...) 하고, 속으로 작전을 구상하는 중에 적군의 동향을

담은 첩자의 서신이 도착한다. 

서신을 풀어본 관우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여몽이 중병이라 그를 대신해 서생출신인 육손이 수군 대도독에 임명되었다는군 !...봐라, 내 말이 맞지 ? 동오

엔 쥐새끼들 뿐이야 ! 관평 ?"

"아버님, 분부하십시오 !"

"명을 전하라 ! 형주의 일만 정예병과 공성장비를 이곳 번성으로 가지고 오라고 !"

"아버님, 그럼 형주에는 오천 군사만이 남게 됩니다 !"

"무슨 걱정이냐 ? 강동의 백면서생 출신의 육손이 새로 수군대도독이 되었다는데, 그 자는 감히 군사를 몰고

형주를 칠 위인이 못되느니라. 어서 명을 전하라 !"

 

관평은 부친의 명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마지 못한 심정으로,

"알겠습니다 !"

하고, 복명한 뒤에 말을 달려 형주로 향하였다.

            ...

 

형주를 지키고 있던 일만 오천의 정예병이 관우의 명에 따라 오천 명만을 남긴 채 번성으로 떠나 버린 다음 날,

어둠속에 반달이 창황히 비추는 가운데 장강을 마주보고 펼친 육구의 동오의 군영에서는 오십여 명의 특공대

가 건너편 관우의 봉화대를 급습하기 위해 출발하였다. 

이들은 모두가 수영과 잠행에 능숙할 뿐만 아니라,  담력 또한 갖춘자들로 수만 명의 병사들중에 선발된 자들이

었던 것이다.

 

관우군의 봉화대에서는 십여 명의 보초병들이 건너편 여몽의 진지를 유심히 바라보고는 있었으나 너무도 고요

한 달밤에 들리는 것이라곤 바람소리와 이따금 들리는 물결 소리 뿐, 보이는 것은 어둠과 함께 달빛에 어우러진

건너편 적군 진지의 희미한 산의 공제선(空際線: 야간에 보이는 하늘과 맞닿아 이루는 선) 뿐이었다.

잠행으로 관우군의 눈을 피해 뭍으로 오른 동오의 수군 특공대는 봉화대를 기어올라 보초병들과 교대를 위해

휴식을 취하던 병사들을 일거에 제압하였다. 그런 뒤에 건너편 아군의 진지를 향하여 흰색 깃발을 흔들어 대니,

이곳을 유심히 관찰하던 여몽과 가화의 눈에 띄었다.

"대도독 ! 저길 보십시오 !"

가화가 여몽을 향해 소리쳤다. 여몽도 가화와 마찬가지로 흔들리는 깃발을 보았다.

"명을 전하라 ! 전군은 강을 건너 형주를 취한다!"

"예 !"

"돛을 올려라 ! 강을 건너 형주를 공격한다 !"

 

가화가 명을 전달하자, 두 사람이 탄 배의 뒤로, 정병 삼만이 팔십여 척의 군선(軍船)에 나눠 타고 형주를 향해

일제히 돛을 올리고 쏜살같이 수면을 박차고 출발하였다.

이때 삼군의 장수인 한당(韓當), 장흠(蔣欽), 주연(朱然), 반장(潘璋), 주태(周泰), 정봉(丁奉) 등의 맹장들도 참전

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