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6. 17. 09:54

삼국지(三國志) (313) 장비(張飛)의 분노와 유비의 결심

 

한편, 동오의 손권은 따듯한 봄날을 맞아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이때, 제갈공명의 형인 동오의 책사 제갈근이 손권의 등 뒤로 다가와,

"주공 !"

하고, 부르니, 손권은 그 목소리를 알아 듣고,

"무슨 일이오 ?"

하고, 무술 연습을 계속하며 물었다. 그러자 제갈근은 손권의 뒤에서 이렇게 아뢴다.

"소식에 따르면 유비가 성도에서 황제로 등극하면서 처음 내린 조서가 동오 토벌이랍니다."

손권이 이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하여 검술 연습을 멈추고 칼을 거두며 칼집에 다시 넣는데,

몸이 떨려 한번에 넣지 못하였다. 그만큼 유비의 동오 공격의 계획은 손권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버거운

일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손권이 긴장한 채로 명한다.

"명을 전하시오. 내일 진시에 전 문무 백관들은 조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라."

"예 !"

                                  ...

 

다음날  문무백관들이 기다리는 가운데 손권이 등장하여 자리에 앉자 제갈근이 아뢴다.

"주공,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왜 ? 유비가 출정했다고 하오 ?"

손권은 긴장하며 물었다. 그러나 제갈근이,

"아닙니다. 공명이 출정을 막았다고 합니다."

하고, 아뢰자 순간, 손권의 얼굴이 펴지면서,

"하하하하 !... 역시 그대의 아우는 현명한 사람이오. 그렇다면 곧 오촉(吳蜀)동맹이 회복되지 않겠나 ?"

하고, 말하면서 크게 기뻐하였다.

                                  ...

 

한편, 그동안 장비(張飛)는 어찌하며 지내고 있느니 알아보자.

멀리서 낭중을 지키고 있던 장비는 관운장이 손권의 손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상복을 입고 주야를 가리지

아니하고 날마다 땅을 치며 대성통곡하였다. 음식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열흘, 보름을 계속해 울어도 그의 슬

픔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러니 제아무리 천하의 장비라 할 지라도 음식을 먹지않고 날마다 슬픔에 잠겨있어

서는  몸이 견뎌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그의 머리는 온통 하얗게 세어버렸다.

 

부하들은 근심을 하다 못해 그에게 술을 권하였다. 장비는 워낙 술을 좋아하는지라 날마다 술을 고래처럼 마

시고 나서는 또다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니, 오로지 관운장 생각뿐이었다.

"손권 이놈 ! 어디 두고보자. 네 목은 기필코 내 손으로 베어 우리 형님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 !"

장비는 술이 곤죽이 되어서도 동녘 하늘을 노려보며 이를 <북북> 갈았다.

 

그러던 어느날, 유비가 제위에 올랐음을 알리면서 장비에게는 거기장군 서황후(車騎 將軍 西鄕侯)의 벼슬을

내린다는 조서를 가지고 성도에서 사자가 달려왔다. 사자가 장비의 군막에 들어서며 보니 장수를 비롯해 모

든 군사들은 상복을 입고 조상(弔喪)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사자를 맞이하는 장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

"아, 선생 ! ... 상장군의 명에 의해 관우 장군의 조상을 아직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상장군의 신경이

날카로워 병사들이 조금이라도 잘못하게 되면 관장군의 영정을 열흘 간이나 지키게 하는 벌을 내리고 있습니다."

장수는 낙심천만한 어조로 말하였다.

"장군은 지금 어디 계신가 ?"

"안에 계십니다."

장수의 안내로 장비의 군막에 들어선 사자가 장비에게 천자 유비의 조서를 바치자, 이를 읽어본 장비가 자리

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친다.

"형님께서 즉위하신지가 벌서 한달이 되었고, 나는 여기서 공격 명령만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형님께선

왜 아직도 동오토벌의 출동 명령을 내리지 않는건가 ?"

장비의 불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사자는 손을 모아 올리며 즉각 대답한다.

"폐하께서 공격시기를 늦추셨습니다."

"늦춰 ? ..."

장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자 앞으로 다가가서 재차 묻는다.

"이유가 뭔가 ?"

"문무 대신들이 폐하께 아뢰길, 우리의 숙적은 동오가 아닌 조위(曺魏)라 하며 일단은 위를 먼저 멸한 후,

오를 치자고 건의했습죠."

"그게 뭔 소리야 ?"

장비가 손을 휘저으며 불만 가득한 소리를 내질렀다.

"어,엇 ?"

사자는 장비의 호통에 순간, 깜짝 놀라며 몸을 움추렸다. 그러나 장비의 말은 계속되었다.

"우리 삼형제는 도원결의로 한날 한시에 죽기로 맹세한 사이다 ! 이제 둘째 형님이 해를 당하셨는데 어찌

복수를 미룬단 말인가 ? 누구냐 ? 어떤 자가  출병을 반대한 것이냐 ? 말해 !"

장비는 사자를 몰아 세우며 물었다. 그러자 사자는 쩔쩔매면서,

"아.. 아 !.. 승, 승상이 반대하셨습니다."

하고, 몸을 떨며 대답하였다.

"또 그 놈이 그랬단 말이지 ? 음 !... 내 당장 성도로 가서 형님을 뵈어야겠다 !"

장비는 사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

 

한편, 관운장의 원수를 갚기 위해 동오를 즉각 공격하려던 유비는 공명과 조운의 반대에 부딪혀 원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안타까운 마음이 되어 관운장 사후에 자신의 침소에 만들어 놓은 그의 제단에 촛불과 향을 피워

놓고 드나들때 마다 관운장을 조상하였다.

 

이날 밤도 유비는 관운장을 애통하게 잃은 슬픔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었는데..., 문밖에서 평소에 듣지 못하던

발소리가 나는 바람에 잠을 청하려고 누웠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밖의 시종을 불렀다.

그러자 시종이 즉각 달려온다.

"폐하, 분부하십시오."

"궁에서 못 듣던 발소리가 나는구나."

그러자 시종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한다.

"발소리가 아니고 바람소리인 듯 합니다."

"응 ? 들어봐라... 아, 셋째로구나 !"

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실로 나오며 독백하듯 중얼거렸다.

"이건 셋째 발소리야, 소리가 남달랐어. 난 알 수가 있어... 셋째 발소리는 남들과 다르지..."

이렇게 내실 가운데로 나선 유비는 입구에 대고 말한다.

"익덕 !... 셋째 ? ... 자넨가 ? ..."

그러자 장비가 불쑥 들어서며 소리를 지른다.

"형님 ! ~..."

장비는 상복을 입은 채로 유비의 발앞에 주저 앉았다.

"형님 !.. 형 ~님 !... 으흐흑 !... 형님 , 형님 !...어 흐흐흑 !..."

장비가 대뜸 유비를 붙잡고 울부짖는데, 그의 울음 소리에는 유비에 대한 원망과 갈등이 혼잡하게 섞여 있었다.

 

유비는 애타는 장비의 심정을 모르지 않았다. 그도 역시 장비처럼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장비와 맞잡고 울 수는 없는 일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유비가 엎드려 울고있는 장비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애처러운 심정을 담아 물었다.

"셋째... 자넨 낭중을 지키고 있질 않았나 ? 성도에는 웬일인가 ?"

"형님 ! 낭중에서는 하루가 여삼추였소.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동오출정의 그 날만을 기다리다가 내

눈이 빠져버릴 지경이오. 견디다 못해 한 걸음에 달려온거요. 형님 ! 혹시 황제가 되더니 도원의 그 맹세를 잊

으신건 아니오 ? 형님 !"

장비는 유비를 붙잡고 따지듯 호소하듯 말을 쏟아냈다.

그러자 유비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셋째 ! 운장의 원한을 내 어찌 잊겠나 !... 보게, "

유비가 장비에게 고개를 돌려 한쪽 벽을 보며 말하였다. 장비가 유비의 시선을 쫒아 바라보니, 그곳에는 관운

장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엇 ?..."

"운장이 여기 있잖나... 운장은 줄곧 내 곁에서 함께 먹고, 함께 잔다네."

장비가 관운장의 초상화가 있는 제단 앞으로 달려간다.

"형님 ~ ! ... 둘째 형님 !... 어, 흐흐흑 !... 형님, 형님 ..."

장비의 오열은 한참을 지나도 그치지 않았다.

시종이 장비의 뒤에서 입을 열어 말한다.

"관 장군께서 별세 하신 후, 폐하께서는 화공을 불러 장군의 화상을 그리게 한 후, 매일 같이 여기에 대고

대화를 나누곤 하셨습니다."

"그랬었군요. 헌데, 왜 둘째 형님 원수를 갚기 위한 동오 출병의 명령을 내리지 않았소 ?"

장비는 유비를 돌아보며 말했다.

"탓하지 말게. 운장의 전사 소식을 듣고나서 동오 토벌에 나서려고 했지만, 그때 아군이 형주에서 패전하고

난 뒤라 모두가 권하기를... 삼군을 정비하라 하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네. 즉위 후에 바로 출정을 명했지만 ...

허 ! ... 맹달, 그 역적놈이 조위에 투항해서 군량이 바닥나 버렸네. 군량이 없으니 늦출 수밖에..."

"형님, 늦추는 이유가 그게 아니잖소 ?"

장비가 벌떡 일어나며 유비를 향해 따지듯이 말했다. 그러자 유비가 쾡한 눈으로 장비를 바라보며 반문한다.

"그럼, 뭐라고 생각하나 ?..."

"공명의 반대가 두려워서 그러지 않소 ?"

장비는 손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러자 유비가 그렁그렁한 눈을 들어 장비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여태껏 나는 자네가 거친 줄만 알았는데 그런 생각까지 다 할 줄 알다니... 셋째 ! 무리한 출병은 앞으로 못

하네... 승상이 조리를 들며 극구 말리는데 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네. "

"음 !... 형님은 황제고, 그놈은 신하인데 말을 들을 사람이 대체 누구란 말이오 ? 동오와 싸움을 피하는 건

그놈의 형인 제갈근이란 작자가 손권 밑에 있기 때문이 아니오 ?"

"그런 말 말게 ! 승상과 나는 십 수년을 함께 의논하고 협력했어, 승상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어 !"

"제갈양이 없다고 형님이 대업을 이루지 못하겠소 ? 직접 동오 정벌에 나서지 못하겠소 ? 천하를 거머쥐지

못 하겠냔 말이오 ! 헹 ! 내가 보기에는 제갈양은 형님이 데려오지 않았다면 놈도 이런 호사를 못 누렸을

것이오 ! 제갈양이 보좌한 것은 그리도 생각하면서 형님께서 그를 키운 것은 왜 모르시오 !"

"듣고 보니 그건 자네 생각이 아니야, 말해 보게 ! 누가 그러던가 ?"

"둘째 형님 생전에 둘이서 했던 말이오."

"아 !... 그랬었군 !... 그러나 이 일은 여기서 그만 끝내고 더 이상 아무말 말게. 익덕, 며칠 쉬다가 낭중으로

돌아가 보게, 하시라도 나태하게 행하거나 군심을 흐려서는 안돼."

 

유비가 그 말을 하고 장비에게서 돌아섰다. 그러자 장비는 유비를 향해 돌아서며 말한다.

"그러면 둘째 형님의 목숨은 어쩜니까 ? "

"셋째... 전략을 세울 시간이 필요해... 조금만 참고 기다리게..."

그러자 장비는 다 틀렸다는 심정으로,

"에,잇 !"

하고, 팔을 털며 돌아섰다. 그리고 문밖으로 두,세 걸음 발을 움직였다.

"잠깐 !"

유비가 밖으로 나가려는 장비를 불러세웠다.  불만 가득한 얼굴의 장비가 돌아서지도 않은 채로 걸음을

멈추고 있으려니, 유비가 세워놓은 옷걸이에서 자신의 겉옷을 가지고 장비의 등 뒤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옷을 장비의 어깨에 걸쳐주며,

"바람이 차니 걸치고 가라."

하고, 말하였다. 장비가 그제서야 유비에게 돌아서며 말한다.

"형님 !"

유비가 겉옷의 앞 매무새를 고쳐주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다.

"셋째야, 또 한가지... 운장이 당한 것은 성품하고도 관련이 있어... 자네도 불같은 성질을 죽여야 하네, 응 ?

이제 병사들 학대는 하지 말고, 잘 대해 줘... 알았나 ?..."

장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어조로 대답한다.

"알았소, 가 보겠소. "

"으, 응..."

유비가 얕트막한 대답을 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윽고 <저벅저벅> 장비가 문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밖으로 나가기 전에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는 유비를 향해 돌아 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서는 닭똥같은 두 줄기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장비가 다녀간 다음날, 천자 유비는 촉군 태수 이엄(蜀郡 太守 李嚴)을 불러들였다.

"폐하 ! 불러계시오니까 ?"

이엄이 예를 표하며 알현 하였다. 유비가 이엄을 보고 고요한 음성으로 말한다.

"정방(正方: 이엄의 字), 앉으시오."

"황공하옵니다."

이엄이 단하에 꿇어 앉자 유비가 입을 열어 말한다.

"순식간에 짐이 육순이 되었소. 짐이 과연 한실 재건의 순간을 볼 수가 있을지 모르겠소. 그  뿐만 아니라 운장

의 원혼은 언제 갚을지도..."

"폐하, 상심하실 것 없습니다. 신이 뵙기엔 폐하께선 아직 젊고, 포부가 깊으신 데다가 휘하에 용맹한 장수는

물론 백만에 이르는 대군을 거느리고 계시니, 천하의 그 누구라도 폐하와 겨룰 자가 없사옵니다. 걱정하지 마

시길 아뢰옵니다."

"정방, 동오의 손권과 허창의 조비는 모두 난적들이오. 솔직히 말해, 승상과 자룡이 동오 토벌을 말리고 있소.

두 사람이 뭘 걱정하는지 아시오 ?  동오까지는 천 리가 넘는 험한 여정이니 군량과 전쟁수행 물자 조달이 어

렵다고 하는 게지... 허나, 내 생각엔 조위에 비하면 동오는 약한 편이라, 대업을 이루려면 동오를 먼저 멸하고

조위를 쳐야 한다고 생각하오. 우리 군사들은 최근에 한중 대전을 거쳐 사기가 높지만 손권의 장수들은 대부

분 노장이며, 적의 철기병과 보병은 우리의 적수가 못 되오. 이럴 때 사기 높은 아군이 남하를 한다면 조위군

출병전에 동오를 격퇴할 수가 있소. 더구나 조비의 군세는 자체의 기반보다는 그의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물려

받은 데다가 그 스스로가 대규모 실전을 경험한 바가 없소. 즉, 조조가 살아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형편이란

것이지. 그래서 우리가 동오를 치는 순간이 오면 고작해야 허장성세만 부리면서 위협만 할 뿐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오. 그리고 우리가 신속하게 움직인다면  함부로 모험하지도 못할 것이오. 정방 ! 병법을 잘 알고 있

으니, 말해 보시오. 지금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

이엄이 잠시 생각을 고르더니 대답한다.

"폐하께서는 대세를 읽는 눈이 심오하십니다. 신이 탄복하는 바입니다. "

"음 !...."

그러나 유비가 바라는 이엄의 대답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천자 유비는 좀더 핵심에 접근해서 말한다.

"아무래도 관건은 군량과 무기요. 지난번 그대와 황권에게 논의하라고 했는데 무슨 해결책이 있었소 ?"

"신과 태부 허정, 우장군 황권이 사흘 밤낮을 상의한 끝에 얻어낸 결론은... 각 군에서 조세를 더 걷고 징병인력

도 좀 더 늘린다면, 예상컨데 금년 가을이 지나면 증가하는 군량이 백오십 만석 정도이고 새로 편입될 병사들도

이십오만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비가 이엄의 말을 듣고 의문의 눈길로 재차 묻는다.

"정말이오 ?"

"틀림없사옵니다."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단하의 이엄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를 향해,

"좋소, 그대 말을 들으니 근심이 사라지는 듯 하오. 이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겠소."

하고, 말하면서 얼굴이 펴진다. 이엄이 다시 아뢴다.

"허나, 폐하. 승상은 조세와 징병인력을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인 듯 합니다. 만약 그리한다면 촉중 백성들의

부담이 가중되는지라..."

"음 !..."

 

유비가 그 말을 듣고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한다. 그러던 순간 결심어린

소리를 한다.

"중요한 시기이니 비상수단을 써야지... 짐이 당장 조서를 내리겠소. 올 해 안까지 그대와 황권은 군량 백오십

만석과 병사 이십오 만을 확보해 놓도록 하시오. 조만간 동오를 칠 수있도록,"

"예, 명에 따르겠습니다."

이엄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유비가 이엄의 대답을 듣자, 그의 손을 붙잡으며 말한다.

"정방, 기분이 이렇게 좋은 것은 참 오랜만이오. 자, 한잔 합시다 !"

"황공하옵니다 !"

       ...

 

사가로 돌아온 이엄은 거실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그것은 자신이 황제 유비에게 너무 희망어린 소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중에 이엄의 아들 이풍이 들어와 아버지께 묻는다.

"아버님, 황궁에 들어가셨을 때 폐하께 동오 토벌에 찬성한다고 하셨나요 ?"

"그래 !..."

이엄은 짧은 한숨과 함께 대답하였다.

"소자에게 말씀 하실 땐 반대한다 하셨는데..."

이엄이 자리에 앉으며 아들에게 말한다.

"폐하께서 결심을 굳히셨다. 풍아, 우리 신분을 잊지 말거라. 우린 투항을 했지만 공명과 자룡은 폐하를 다년

간 모셔서 그 어떤 문제든 직언을 아뢸 수가 있지만 우린 아니다... 우린 폐하의 심중을 헤아려 행해야 한다.

더욱이 폐하가 공명과 의견이 분분할 때에는 더욱 더 폐하의 입장에 서야만 하는 것이 처세에 이르는 길이다."

"군마와 군량을 모두 쏟아 부어 천 리 먼 길의 정벌을 갔다가 패 하기라도 하면 어찌합니까 ?"

"그게 무슨 말이냐 ?"

이엄이 눈꼬리를 치켜뜨면서 힐난하듯이 아들에게 물었다.

"위오(魏吳)가 손을 잡으면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

"꼭, 그러리란 법도 없다. 폐하께선 조위(曺魏)가 개입하기 전에 동오를 격퇴하실 생각이시다. 그럼, 조위도

경거망동 못 하겠지."

"하 !...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

아들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 보였다. 그러자,

"풍아, 명심해라. 앞으로 그렇게 앞,뒤 재는 말은 다시는 해서 안 된다 !"

이엄은 아들을 크게 꾸짖었다.

"전... 예, 알겠습니다."

    ...

 

다음날, 마속이 황제 유비의 조서를 가지고 공명을 찾아왔다.

"승상, 폐하께서 조세를 더 걷고 징병을 늘리자는 이엄, 황권의 상주를 윤허하셨습니다."

하고, 말을 하면서 조서를 올렸다. 천자의 조서를 근심어린 눈으로 읽어본 공명이 입을 열어 말한다.

"그 일은 이미 알고 있네."

"승상, 그렇다면 왜 가만히 계십니까 ?"

"두 번씩이나 말렸네, 허나, 군세와 징병을 늘리라고 한 것은 폐하께서 동오 토벌을 결심했다는 것이 아니겠나?

말려도 듣질 않으시니 좋은 말도 한 두번이지... 이제 더 이상은 안되네."

"승상,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

"최선을 다해 도와야지... 달리 방법이 있겠나 ?"

"승상,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

마속이 공명의 허락을 구했다.

그러나 공명은,

"아니야, 아무런 말도 하지 말게."

하고, 허락하지 아니하며, 마속을 돌려보냈다.

 

공명은 돌아서 나가는 마속을 보면서 생각했다.

("허 !.. 폐하께서 나를 거치지 않고 촉중의 대신들에게 직접 동오 토벌의 의지를 밝힌 것은 그만큼 이 결정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계신 것이 아닌가 ? "...)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