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6. 17. 09:59

삼국지(三國志) (314) 비운의 영웅 장비(張飛)

 

한편, 성도에서 천자 유비를 만나고 돌아온 장비는 둘째 형님 관운장의 원수를 갚기 위해, 곧 큰 형님 유비

의 동오 토벌의 명령이 내릴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출정할 때에 병사들에게 입힐 흰 갑옷십만 벌을

삼일 안으로 지어 입도록 하는 실로 무리하기 짝이 없는 군령을 내렸다.

군사가 일이천 명이라면 삼 일 이내에 흰 갑옷을 지어 입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십만 대군이 삼 일 안에 흰 갑옷을 지어 입는 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많은 갑옷을

지을 수도 없었지만 우선 옷감을 만드는 것 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술에 취한 장비가 제조 책임자로 지명한 수하 장수 범강(范疆)과 장달(張達)을 불러 묻는다.

"너희들에게 삼 일 안에, 백기와 갑옷 십만 개를 만들라고 말했는데, 오늘이 며칠 째 더냐 ?"

범강이 장비의 질문을 받고, 두 손을 모으며 당황한 어조로 대답한다.

"삼 일 째입니다."

"음 ! 준비 됐냐 ?"

"어 !"

범강과 장달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무릅을 꿇었다. 그리고 장달이 대답한다.

"용서해 주십시오 ! 기한이 촉박해 삼 일 안에는 십만 개 갑옷을 만들기엔 무리였습니다 !"

"뭐야 ?"

장비가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며 대꾸한다. 

"형님의 출정명령이 코 앞에 닥쳐있고, 지금 당장이라도 동오를 치지 못해 한 인데 !... 네 놈들이 감히 군령을

어겨 !"

장비의 노여움은 하늘을 찔렀다. 범강이 엎드려 호소한다.

"상 장군 ! 깃발과 갑옷을 만들 재료가 턱없이 부족해 도저히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

"헛소리 ! 네놈들이 군령을 태만히 한 것이구나 ! 여봐라 !"

장비는 질책에 이어 군막밖의 병사를 불렀다.

"예 !"

장비의 명에 의해 호위병사들이 득달같이 달려 들어왔다.

"저 두 놈이 군령을 어겼으니, 내가 듣는 앞에서 채찍 이백 대씩을 때려라 !"

"예 !"

호위병사들은 범강과 장달을 붙잡아 가지고 끌고 나간다.

끌려 나가는 범강과 장달은 각각 <"상장군 !">을 외치며 끌려나갔다.

 

이윽고 장비의 군막 밖에서는 형틀을 설치하고 범강과 장달의 채직 태형이 가해졌다.

"차,악 ! ~"

"으, 윽 !..."

이렇게 태형이 한참 진행 되는 가운데 장비의 호위 장수가 들어와 아뢴다.

"상장군 ! 두 장수에게 채찍 백 대씩을 가했는데, 두 사람 모두 견디지를 못합니다."

하고, 말하면서, 벌을 감해 줄 것을 아뢰었다. 그러나 장비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소리를 지른다.

"뭐야 ? 장수란 자가 그깟 채찍 이백 대를 못 견딘 단 말이냐 ? 안 된다. 나머지 백 대도 때려라 !"

"예, 알겠습니다."

장비의 명령은 가차 없었다. 

 

채찍 이백 대씩을 맞은 범강과 장달은 병사들에 이끌려 장비의 군막앞으로 끌려 나왔다.

장비가 밖으로 나와 묻는다.

"이제야 너희의 죄를 알겠냐 ?"

채직을 맞아 피투성이가 된 범강과 장달은 땅바닥에 엎드린 채로 연실 신음을 토해 내면서 간신히 입을

열어 말한다.

"소장이 잘못 했습니다..."

"잘 못 했..습니다..."

범강과 장달은 대답조차 간신히 하였다. 그러나 장비는 청천벽력 같은 명을 내린다.

"사흘을 더 주겠다. 사흘 안에 백기와 갑옷 십만 벌을 만들어 내도록 해라. 알겠냐 ?'

"아, 알겠습니다..."

범강과 장달은 신음을 지르며 명을 수령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소리내어 웃으며 말한다.

"일어나 ! 술이나 마시자 !"

그러나 이미 초주검이 된 범강과 장달은 술은 커녕 몸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엎드린 채로,

"장군, 용서하십시오. 소장, 꼼짝을 못하겠습니다."

하고, 고통속에서 대답하였다. 

"그래 ? 그럼 가봐라."

장비는 이렇게 말한 뒤에 불현듯 다시 생각이 난 듯, 손가락 세 개를 펴보이며 말한다.

"명심해라, 사흘이다 !"

 

부하 병사들의 부축으로 자신들의 군막으로 돌아온 범강과 장달은 이틀 반 나절이 지나서야 간신히 몸을

수습하였다. 범강이 간신히 걸어 장달을 찾아간 뒤 입을 열었다.

"장 장군, 좀 어떻소 ?"

그러자 장달은 엎드린 채로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한다.

"아, 살갗이 문들어져 너무도 고통스럽소. 움직일 수가 없소."

그러자 범강이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한다.

"상장군 성질이 이리도 포악하니, 전쟁은 커녕 머지않아 우리 두사람은 상장군 손에 죽고 말거요."

"그런데 오늘이 며칠 지났소 ?"

장달은 불현듯 장비에게 사흘 말미를 받은 것이 생각났다. 그러자 범강이 이렇게 말한다.

"오늘이 이틀 밤 째요."

"뭐요 ? 그럼.. 벌서 이틀이 지났단 말이오 ?"

장달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러자 범강이,

"우리가 태형을 당하고 정신을 잃은 사이에 이틀 반나절이 지난 것을 모르시오 ?"

하고, 말한다. 그러자 장달은 또다시 놀라며 말한다.

"그럼... 내일이면 또 !...."

 

장달은 엎드린 채로 몸을 떨었다. 날이 밝는 대로 상장군 장비에게 그제와 같은 닥달을 당할 것을 생각하니

눈 앞이 아득하였다. 그리하여 자신을 지켜보던 범강에게 입을 열어 말한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오. 참수를 당하고야 말겠지..."

"아 ! 우리가 무슨 재주로 사흘 안에 십만 벌의 갑옷과 깃발을 만든단 말이오 ? 이보시오 장 형, 무슨 방법이

없겠소 ?"

범강이 장달에게 물었다. 그러자 장달은 비장한 어조로 나지막히 말한다.

"앉아서 당 할 바에야, 차라리...우리가 선수를 써서 장비를 죽이는 것이 생책일 것 같소.

"에, 엣 ?"

장달의 말은 실로 놀라운 말이었다. 그러나 장비의 손에 죽지 않으려면 장비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범강도

알고 있었다. 

"그 말에는 나도 동감이오. 그러나 우리가 무슨 재주로 장비를 죽일 수가 있겠소 ?"

"관운장이 죽은 뒤로 장비는 심기가 비통하여 저녁마다 술이 곤죽이 돼있소. 허니, 오늘 밤중에 둘이 함께 들어

가서 자는 장비를 칼로 찔러 죽이면 될 것이오."

범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밤 삼경이 되자, 범강과 장달은 칼을 품고 장비가 자고 있는 장중으로 들어갔다.

"누구냐 !"

장비의 호위병사가 어둠 속에서 창을 내밀면서 외쳤다.

그러나 범강과 장달은 태연히 대답한다.

"상장군께 급히 여쭐 것이 있어서 들어간다 !"

두 장수가 태연히 대답하니 호위병은 창을 거두고 물러났다.

 

장중으로 들어와 보니 장비는 술에 만취하여 코를 무섭게 골고 있었다.

범강과 장달이 장비를 해치우기 위해 다가서는 순간, 코를 골며 자던 장비가 돌아 눕는다.

"어, 엇 !"

범강과 장달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돌아 누운 장비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그러나 이어서 장비는 코 골이를 계속하였다. 그야말로 장비는 자는 중에도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이었다.

범강과 장달은 너무도 놀란 나머지 맨손으로  떨어지는 칼을 붙잡다가 손이 베이고, 한 사람은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이윽고, 서로의 눈을 마주친 범강과 장달은 동시에 장비의 가슴을 향해 달려들어 그의 가슴을 칼로 찔렀다.

 

천하의 장수 장비도 가슴을 두 군데나 찔려서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악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려다가

세 번 네 번 연거푸 가슴을 찔리는 바람에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범강과 장달은 그 자리에서 장비의 목을 베어 들고 동오(東吳)로 투항하기 위해 길을 떠났으니 관우에 이어

장비까지 동오의 손권은 유비에게 있어 천하의 원수가 되고 말았다.

                      ...

 

*장비 (張飛) ? ~ 221년

삼국시대 촉(蜀)의 상장군. 자는 익덕(益德)이다. 

하북성 탁군 출신으로 유비, 관우와 더불어 도원결의로 의형제를 맺어 평생 그 의(義)를 저버리지 않았다.

후한 말 동란기에 수많은 전쟁에서 절세의 용맹을 떨쳤으며, 유비의 서천 익주(西川 益州) 공략 때는 주력

군을 이끌고 큰 공을 세워 파서 태수(巴西 太守)가 되었다. 위(魏)명장 장합이 장로를 제압하고 파서로 밀고

들어오자 역전 끝에 그를 격퇴하였다.

유비가 제위에 오르자 거기장군(車騎將軍), 사례교위(司隷校尉)에 임명되었다. 관우가 죽은 뒤 그의 복수를

하기 위해 오(吳)를 치려는 도중에 종군하던 휘하의 장수 범강(范疆)과 장달(張達)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그

의 나이 오십오 세였다.

 

관우와 더불어 당대의 최고의 용장으로 일컬어지며, 특히 산야성에 있던 유비가 조조의 대군에 쫒겨 형세가

아주 급박해졌을 때 장판교(長阪橋) 위에서 단신으로 <내가 장익덕이다 !>하고 일갈함으로써 조조군을 물리

쳤다는 일화는 후세에 이르기까지 유명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