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6. 17. 10:02

삼국지(三國志) (315) 분노하는 유비, 긴장하는 손권

 

이즈음 유비의 꿈자리는 연일 좋지 않았다.

이날 밤도 이유없는 흉몽에 시달리다가 잠을 깨게 되었는데, 여간 찜찜하지 않았다.

유비가 잠시 앉은 채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누웠는데, 그 순간 시종이 달려 들어오며,

"폐하, 폐하 ! 낭중의 부장 오반이 황급히 폐하를 뵙고자 하옵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 아닌가.

 

유비가 막연한 불안감이 몰려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니, 이어서 낭중에 장비의 부장 오반(副將 吳班)이

달려들어와 발아래 엎드리며 아뢴다.

"폐하 ! 폐하 !... 흐흐흑 !..."

오반은 이렇게 거푸 말한 뒤에 흐느껴 울기만 하였다.

"말해라. 무슨 일 이냐 ?"

유비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음을 직감하고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그러자 오반은 울음이 섞인 소리로,

"역장(逆將) 범강과 장달이 어젯밤에 상장군을 살해한 뒤, 상장군의 수급을 들고 동오 쪽으로 도주하여 소장이

추격하였사오나  잡지 못하였사옵니다. 으 흐 흐 흑 !..."

"무, 무어라 ?... 세, 세.. 셋째가 ?... 제발 !..."

유비는 여기까지 말한 뒤에 그 자리에서 혼절(昏絶)하였다.

"엇 ! 폐하 ! "

"폐하 !"

낭중의 부장 오반과 시종은 혼절한 유비에게 달려들었다.

                                       ...

 

한편, 장비의 수급(首級)을 들고 동오로 도망한 범강과 장달은 손권을 알현하였다.

그리하여 그 자리에서 장달이,

"장비가 오후(吳侯)께 한을 품어 밤,낮으로 출정을 요구하면서 오후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고 호언장담

하기에 저희가 참다 못해 장비를 없애 버리고 동오에 투항하게 된 것이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하고, 아뢰었다.

"흠 !... 어디 좀 보자, 나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고 한 놈이 어찌 생겼는지 ..."

손권이 이렇게 말하자 범강이 장비의 수급이 담긴 목함을 들어 단상 앞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단상에서 내려온

손권이 목함 속에 들어있는 장비의 수급을 보곤 크게 놀라며 돌아선다.

"장비란 자는 과연 흉악하게 생겼군 !..."

하고, 말하면서, 이어서,

"애석하겠군, 운장의 복수도 못하고 부하의 손에 죽어, 머리만 달랑 내 손에 들어왔으니 말야 ! 범강, 장달, 큰 공을 세웠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범강과 장달은 일시에 복명한다.

"황공하옵니다 !"

"헌데, 둘은 장비를 죽여서 왜 조비한테 안 가고 내게 온 것인가 ?"

손권이 범강, 장달에게 물었다. 그러자 장달이,

"평소, 전하를 흠모한 지라 무조건 달려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으, 응 ?..."

손권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단상의 자리로 향하다 말고 갑자기 뒤로 돌아서며 범강과 장달을 향해 소리쳤다.

"이런 화근 덩어리들 같으니라고 ! 관우 때문에 유비에게 원수를 졌는데, 이제 장비까지 들여와서 불에 기름을

부어 ? ... 여봐라 !"

"예 !"

"저 두 놈을 옥에 가두고 철저히 감시해라 !"

"옛 !"

 

손권의 명에 의해 측근 호위 병사가 달려들어 범강과 장달을 끌어 내간다.

"살려주십시오 !"

범강과 장달은 전혀 예상치 못한 손권의 명을 듣고, 당황하며 소리쳤지만 손권은 뒤도 돌아다 보지 않았다.

이윽고 자리에 앉은 손권이 단하의 대신들에게 명한다.

"밀정을 늘려서 성도의 유비를 철저히 감시하도록 하라 !"

"예 !"

                                   ...

 

성도에 장비의 빈소가 차려졌다.

유비가 허방한 걸음으로 빈소로 들어섰다. 그리하여 장비의 위패 앞에 주저앉아  오열하였다.

"셋 째야 !... 이리 억울하게 가다니 !.... 어 흐흐흐흑 !... 내가 잘못했구나... 어 흐흐흐흑 !... 자네 말 대로 진작에

강동을 쳤더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을 ... 어 흐흐흐흑 !..."

유비의 오열하는 소리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승상 공명과 자룡의 가슴을 찢어지게 하였다.

"폐하 !"

장비의 아들 장포(張苞)가 유비를 불렀다.

"이게 다, 손권 때문이니 복수를 해야 합니다. 명을 내리시면 강동을 쳐서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 명을

내려 주십시오 !"

하고, 외치었다.

"포 야 !... 정말 미안하구나 ! "

유비는 조카 장포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숙부님 !..."

장포가 유비앞에 머리를 숙여 울음을 터뜨린다.

손건이 유비에게 말한다.

"폐하 ! 이럴 수록 옥체를 보전하셔야 합니다."

"내 어찌 슬픔을 거둘 수가 있겠는가... 셋째와의 옛 기억이 떠오르는구나. 으 흐흐흑 !... 생각할 수록 내 간장이

찢어질 것 같구나... 으 흐흐흐흑 !..."

"폐하 ! 아버님의 복수를 해 주십시오 !"

장포가 오열하며 소리쳤다.

"오냐... 오냐 ! 내 이 원한을 기필코 갚을 것이다 !..."

 

유비가 분연히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러자 함께 엎디어 있던 문무 대신들도 자리에서 일어나니, 유비가 이들

을 향해 말한다.

"내, 지난 번에  운장을 강동 놈들에게 당했는데 이번엔 범강과 장달이 익덕의 머리를 베어서 강동으로 도주했

다. 손권이 내 양팔을 자른 것이야 !... 내 반드시 두 놈을 죽이고 손권을 멸망시킬 것이야 ! 진림 ?"

"예, 폐하 !"

"당장 강동을 토벌할 격문을 작성하도록 하라 !"

"폐하 ! 명을 재고해 주십시오."

진림은 바닥에 엎드리며 말한다. 그러자 유비가 진림을 가르키며 노한다.

"명을 어길 셈이냐 ?"

"아룁니다. 강동에서 간계로 형주를 차지 했지만, 제위를 찬탈한 조비가 더욱 악랄합니다. 그 조비를 친다면

강동은 순순히 항복할 것이니, 한나라를 재건 할 수가 있습니다. 하오니 폐하, 사직을 먼저 생각하시어 위를

친 후, 오를 멸하시옵소서. 그래야 대업을 이룰 수가 있사옵니다 !"

"또 그 애기군, 지금 위는 강하고 오는 약하다. 우린 대업도 이루고 복수도 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쳐야 할

곳은 위가 아닌 바로 오 다 ! 마음을 굳혔으니 더 이상 논하지 말라 ! "

"폐하 ! 강동의 손씨 집안은 삼대에 걸쳐 기반이 탄탄합니다. 조조가 팔십 만의 대군을 이끌고 갔을 때에도

적벽에서 참패했었지요. 폐하 ! 감정을 앞세운다면 ... 어쩌면 우리도 참패를 당할 지도 모르옵니다."

"무엇이 ? 여봐라 !"

"예 !"

"당장 이놈을 끌고가서 목을 베어라 !"

화가 동한 유비는 진림의 목을 베어 버리라는 명을 내렸다. 그러자 진림이 소리높여 아뢴다.

"폐하 ! 신은 죽어도 좋으나, 촉이 상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으니 재고해 주십시오 !"

하고, 끌려 나가면서도 주장을 굽히지 아니하였다. 순간, 조자룡이 나서며 입을 열었다.

"폐하 ! 진림이 경솔했으나 충심을 헤아려 주십시오 !"

"무엇이 ? 저놈을 위해 사정할 것 없다 !"

유비는 대노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승상 공명이 유비앞에 무릅을 꿇으며 말한다.

"폐하 ! 진림을 용서 하십시오. 신이 대신, 격문을 작성하겠습니다. "

 

공명까지 나서며 이렇게 말하자, 유비는 아득한 심정이 되어 한동안 말이 없었다. 

조운에 이어 공명까지 나서며 동오 토벌에 대한 반감을 억누르려 하는 자신의 처사가 온당하지 않음을 상주

하니 어찌 해야 할 것인가 ? ... 그러나 유비는 자신의 결정을 결코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아니, 그럴 것 없소. 짐이 직접 오를 토벌하는 격문을 쓰도록 하겠소. 진림은 우선 하옥시키도록 하오. 짐이

강동을 친 후, 다시 처벌하도록 하겠소."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난 뒤에,

"지금 이 순간 이후로 오를 토벌하는데 막는 자가 있게 되면 짐에게 대적하는 것으로 여기겠소 !"

하고, 말하니, 이 소리를 들은 문무백관들은 일시에,

"예, 폐하 !"

하고, 복명하기에 이르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