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6. 22. 12:06

삼국지(三國志) (316) 유비의 동오 출정

 

천자 유비가 대군을 거느리고 동오정벌의 길에 오르려 하니 장비의 맏아들 장포(張苞)가 아뢴다.

"폐하 ! 신에게 선봉을 주시옵소서."

"오, 오 ! 네 뜻이 장하구나. 그래, 너를 선봉으로 삼을 테니 부친의 원수를 갚기에 전력을 다하여라."

하고, 허락하니, 그 뒤에 있던 관운장의 아들 관흥(關興)이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저도 부친의 원수를 갚겠사오니, 소장을 선봉으로 삼아주소서."

 

유비가 관흥의 부탁을 받고 보니 선봉을 서려는 그의 심정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리하여,

"장포에게 이미 선봉을 허락하였으니, 두 장수가 모두 선봉에 설 수는 없지 않느냐 ?"

하고, 말하니 관흥이 장포를 보고 말한다.

"그대는 선봉을 나에게 넘겨라 !"

"그건 안 된다. 내가 앞장을 서서 부친의 원수를 갚아야 하겠다."

"손권을 죽여 원수를 갚아야 할 사람은 그대보다도 내가 아니냐 ? 잔 말 말고 선봉을 나에게 넘겨라 !"

"무슨 소리냐, 절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폐하께서도 내게 이미 선봉을 맡기지 않으셨드냐 ?"

 

장포와 관흥이 제각기 선봉을 서려고 말다툼을 하니 유비가 옆에서 보기에 매우 딱하였다. 그리하여 이

렇게 말하였다.

"그러면 너희끼리 옥신각신할 것이 아니라 무예(武藝)를 다투어 선봉장을 결정하기로 하자. 백 보 밖에

깃발을 세워서 홍심(紅心)을 맞추는 사람으로 선봉을 삼겠다."

하고 말하니, 장포와 관흥은 모두가 <좋습니다 !> 하고 대답하였다.

 

그리하여 즉시로 군사를 시켜 백 보 밖에 홍심이 그려진 깃발을 세우게 하였다.

장포가 먼저 화살을 쏘는데, 연거푸 쏘아 갈기는 화살 세 대가 모두 다 홍심의 가운데를 꿰뚫고 지나갔다.

그리하여 이를 지켜보던 문무 백관들이 감탄의 환호성을 질러댔다.

"우~ 와 !.. 대단하군 !"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일세 !"

"대단해 ! 어쩌면 이렇게도 !..."

 

그러나 관흥은 조금도 주눅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깃발의 홍심을 쏘아 맞추는 것이 뭐가 대견스러운가 ?"

하면서 화살을 막 쏘아 갈기려는데, 때마침 머리 위로 <끼룩 끼룩> 하고 기러기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관흥이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니 저멀리 십여 마리의 기러기가 떼를 지어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

"나는 깃발을 쏘는 대신에 저 하늘에 날아가는 기러기 중에 앞에서 세번째 기러기를 쏘아 떨어뜨리겠다."

하고, 호언장담을 함과 동시에 하늘을 향해 무섭게 화살을 쏘아갈기니 날카로운 시윗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하늘높이 날아가던 세 번째의 기러기가 갑자기 급전직하로 땅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와아 ! 과연 명사수(名射手)로구나 !"

문무 백관들이 경탄의 소리를 일시에 내질렀다.

 

그러자 장포가 크게 노여워하며, 장비의 유물인 장팔사모(丈八蛇矛)를 휘두르며,

"관흥아, 자신이 있거든 나와 승부를 직접 겨뤄보자 !"

하고, 외친다.

관흥도 못마땅한 얼굴을 하며 큰 창을 비껴들고 말을 달려나오며 외친다.

"너는 무슨 재주가 있다고 나에게 덤비려는 것이냐 ! 재주를 겨룰 자신이 있다면 한번 덤벼보아라 !"

 

사태가 험악해지자 유비가 조카들을 가로막으며 큰소리로 꾸짖는다.

"너희들은 내 앞에서 어찌 이렇게도 무례하단 말이냐 ?"

장포와 관흥은 그제서야 자신들의 경솔을 깨닫고 제각기 말에서 뛰어내려 땅에 엎드린다.

"소신의 잘못이 크니 벌 해 주소서."

"아니올시다. 소신이 잘못했사오니 엄히 벌을 주소서."

"너희들은 성은 비록 다르나 의리로 보아서는 형제나 다름이 없거늘 부친의 상(喪)을 당한 지 얼마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다투기 시작하니 장차 앞날이 어찌 될 것인지 걱정스럽구나 !"

 

유비가 이렇게 나무라니 장포와 관흥은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저희들이 죽을 죄를 저질렀나이다. 이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없도록 하겠나이다."

하고, 말한다.

"너희들 중에 누가 나이가 많으냐 ?"

"제가 관흥보다 한 살이 많사옵니다."

그러면 오늘부터 관흥은 장포를 섬기고 장포는 관흥을 아우로 여겨 앞으로는 생사고락을 같이하도록 하라 !"

관흥이 그 말을 듣고 장포에게 머리를 수그려 절하면서 말한다.

"형님, 제가 잘못했으니 용서하소서."

그러니 장포도 관흥의 손을 붙잡으며,

"아우야, 내가 잘못했노라."

하고, 사과하면서 두 젊은 장수가 손을 굳게 마주 잡으니 이를 지켜보는 유비를 비롯해 문무 백관들이 만족스

러워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지 수일 후, 유비는 장비의 부장 오반(吳班)을 선봉장으로 삼고 장포와 관흥을 자기 곁에 직접

거느리고 불공대천의 원수인 손권 정벌에 나섰다.

 

승상 공명은 동오 정벌에 출정을 하는 천자 유비를 환송하기 위해 나왔으나 유비는 그 앞을 그냥 지나쳤다.

공명이 출정 대열에 참모로 참전하여 행군 대열에 참가한 마량을 불렀다. 그리하여 마량이 그의 앞에 대령하

자 부탁을 한다.

"승상, 불러 계시오니까 ?"

"마량, 잘 듣게, 강동으로 진입하면 주둔지의 지형과 적의 움직임을 기록하여 즉시 사람을 보내 내게 알려 주

도록 하게, 빠뜨리면 안 되네."

"알겠습니다. 헌데, 승상, 이번 전쟁에서 승산이 얼마나 있을까요 ?"

"걱정말고 내가 말한 것을 잘 이행하고 폐하를 잘 보필하도록 하게."

승상 공명은 이렇게 말하고 마량을 행군 대열로 돌려보냈다. 

                   ...

 

한편, 유비의 출정 소식은 곧바로 강동에 알려졌다. 그리하여 이 문제를 가지고 노장군 정보가 황급히 손권을

배알하였다. 

"주공, 밀정의 보고에 의하면 유비가 직접 대군을 이끌고 사흘 전에 성도를 출발했다고 합니다."

손권은 보고서를 결재하다가 그 말을 듣고 굳은 표정이 되면서 붓을 멈추고 낙심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 올 것이 왔군. 제갈양도 유비의 출정을 막지 못한 모양이군 ! ... 허나, 모두 예상했던 일이오. 병력는 얼마

나 된다고 하오 ?"

"수군까지 합해서 총 칠십 만입니다."

"칠십 만 ?... 병력을 총 동원한 모양이군. 그렇다면 맹공을 퍼부을 작정인가 보군, 정 장군 ?"

"예,"

"지금 즉시 문무백관 모두를 소집하시오."

"네 !"

 

잠시후 문무 백관들 모두가 대청에 모여들었다.

정보가 앞으로 나서서 유비군의 동향을 보고한다.

"주공, 유비군은 수륙 모두 합해서 칠십만 병력으로 밀려오고 있습니다. 현재 수군은 목우에 이르렀고 기마병

은 곧 자귀에 다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

 

정보의 이 말을 듣고 문무백관들 사이에서는 일시에 걱정과 놀라움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하여 장내가 소란스

러워졌는데, 손권의 이 말로 소란은 일시에 잠재워졌다.

"경들, 어떻게 하면 좋겠소 ?"

이러한 질문에는 모두가 묵묵부답이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제갈근이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주공, 유비가 이렇듯 거침없이 빠른 속도로 진군하는 것은 속전속결로 최대한 전쟁을 빨리 끝내려는 심산인

것 같습니다. 허나, 우리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적당한 기회가 올 때까지 지연 작전을 펴야할 것 같습니다."

"지연 작전을 펼칠 계획이라도 있소 ?"

"유비는 장비를 죽인 범강, 장달에 대한 증오심이 클 것입니다. 이번에 출병한 이유중에 하나가 장비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 하오니, 범강과 장달을 유비에게 넘겨 주면서 넌즈시 휴전을 청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시도해 볼 방법이긴 하나, 아마 소용 없을 것이오. 내가 알고 있는 유비는 한번 결심한 일은 잘 바꾸지 않는

사람이지... 우리는 전쟁을 해야 하오 ! 그래야 강화도 할 수 있소. 전쟁없이 애걸해서 맺은 강화는 굴욕일 뿐만

아니라 투항과 별 차이가 없소."

"지당한 말씀입니다. 소신도 반드시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아군의 위엄을 보여 준 뒤, 시간을

끌면서 유비군의 군량이 바닥날 때까지 기다린 뒤에 강화를 제안해야 합니다."

노장군 정보가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그러자 손권이 즉석에서 동의하며,

"정 장군 말이 옳소 ! 아마 곧, 유비의 기마병이 자귀에 당도할 것이오. 자귀는 우리 동오의 관문이오. 반드시

지켜내야 하오. 그럼, 누가 자귀로 가서 유비와 맞서 싸우겠소 ?"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장중이 일시적으로 수근거림만 무성하

였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노장군 정보가 자원하며 말한다.

"주공 ! 신이 가겠습니다 !"

그러나 손권은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며, 노장의 예우를 대하는 입장의 말을 꺼낸다.

"정보 장군은 그동안 공적이 많기는 하나, 연로한 만큼 직접 싸우는 것은 무리일 것이오. 아무래도 젊은 장수

들이 좋을 것 같소. 누가 좋겠소 ? "

 

그러나 손권의 이 말에도 자원하는 젊은 장수는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장중은 더욱 수근거림만 커질 뿐이었다. 실망감이 얼굴에 가득한 손권이 자리에서 일어나 장중을 휘

돌아 보면서 독백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조조가 팔십삼 만을 이끌고 우리를 공격해 왔을 때, 주유와 노숙이 불과 오만의 병사로써 승리를 거두었소.

허나, 이젠 주유도 노숙도 없으니... 인재가 사라진 우리 동오는 이대로 사라져야 하는가 ? ... 하 !... 정말 개탄

스럽구려 !"

"아닙니다 !"

 

이렇게 소리치고 앞으로 나서는 젊은 장수가 있었으니 그는 손권의 사촌인 손환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