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6. 22. 12:09

삼국지(三國志) (317) 촉군의 승전, 위기에 몰린 손권

 

분연히 장중의 가운데로 나선 손환이 자신감에 넘치는 소리를 한다.

"주공 ! 저 손환이 그 두 분의 뒤를 잇겠습니다 !  신이 비록 어리지만 병서(兵書)를 통해 병법을 익혔고,

주유 대도독을 따라 전장에도 참가 했었습니다. 신에게 오만 병력을 주시면 자귀성에서 유비를 맞아 격퇴

시키겠습니다. 만약 패한다면 벌을 내려 주십시오 ! "

아무도 나서지 않는 가운데 손환이 자원하여 출정을 아뢰니 이를 기특하게 지켜보던 손권이 만족한 미소

를 지으며 명한다.

"좋다 ! 내 그대를 진서 좌도독에 봉하니 정예병 오만을 이끌고 자귀로 가서 유비와 맞서 싸워라 ! "

"알겠습니다 !"

"그리고 잘 들어라. 유비군을 바로 격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니, 자귀에서 우선 한 달간 버티고 있으라,

그러는 동안 유비군의 사기는 꺾일 것이고, 군량을 비롯한 전략물자의 조달도 원활치 않을 것이니 그때는

다루수월할 것이다. 허니...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달 동안 자귀를 지켜내야 한다 ! 알겠나 ?"

"네 !"

                 ...

 

한편, 유비가 몸소 이끄는 촉군은  동오의 자귀성 공격을 앞두고 군영을 구축하고 군량을 비롯한 전쟁물자

조달에 힘쓰고 있었다. 이때 책사(策士) 마량이 들어와 아뢴다.

"폐하 ! 오의 책사 정병이 폐하를 뵙길 청했습니다."

"들라하게."

동오 공격의 전략을 구상하던 유비가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이윽고 동오의 책사 정병이 들어와 예를 표하며 말한다.

"오후(吳侯)를 대신해 황숙(皇叔)께 인사 올립니다."

유비는 이미 촉중 황제이거늘, 정병이란 자는 유비의 호칭을 예전의 황숙으로 부르는 것이 아닌가 ? 유비

는속으로 괘씸하였다. 그리하여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결코 호의롭지 못했다.

"무슨 일로 왔는가 ?"

"아, 신은 오후의 명을 받고, 황숙께 강화를 청하려고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또 오후께서 예물을 보내셨읍

니다."

"무엇인가 ?"

"황숙의 원수(怨讐)이자 익덕(翼德)장군을 살해한 범강(范彊)과 장달(張達)입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장비의 아들 장포(將苞)의 눈이 반짝 빛났다. 유비는 정병의 말을 듣고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뱉어낸 말은 수하 병사를 부르는 소리였다.

"여봐라 ! 사신을 포박하고. 범강, 장달과 함께 참수하라 !"

"어, 엇 !" 

정병은 당황하며 소리를 내지르며 끌려나갔다. 그러자 곧 마량이 앞으로 나서며,

"폐하 ! 비록 교전중이라도 적국의 사신은 죽이지 않는 것이 관례이옵니다."

하고, 아뢴다. 그러나 유비는,

"손권에 대한 증오심이 너무 크니, 오늘은 관례를 무시할 것이네."

하고, 말을 하니 유비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 것인지 가늠을 하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정병의 처분을 내린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보았는가 ? 교전도 하기 전에 손권은 겁을 먹었다. 자귀는 동오의 관문이다. 따라서 자귀를 함락 시키

면 동오의 문이 열리는 것이니 반드시 자귀를 함락시켜 동오로 가는 문을 활짝 열자. 장포, 관흥은 듣거라 !"

"예 !"

"지금 바로 자귀로 가서 사흘안에 성을 함락하라 !"

"알겠습니다 !"

이리하여 유비군의 자귀성 공격은 시작되었다.

             ...

 

공성(攻城) 장비인 투석기가 동원되고 돌과 함께 불덩이를 얹은 단지가 성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신기전(神機箭)이 발사되어 여러 개의 창(槍)이 일시에 성안으로 날아갔다. 

그 뒤로 장포와 관흥이 이끄는 촉한의 정예병들이 장포의 명에 의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열 척에 이르는 사다리가 성벽에 걸쳐지고 촉한의 용감무쌍한 병사들이 사라리를 타고 기어올랐다.

성문 앞에는 성문을 깨뜨릴 공이치기가 무시무시하고 예리한 공이로 연실 성문을 공격하였다. 

드디어 굳게 닫혔던 성문이 관흥이 지휘하는 군사에 의해 여지없이 깨져버리고 성안으로 촉한의 병사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갔다.

이와 함께 성벽을 기어 오르던 촉한의 병사들도 성루에서 동오군과 백병전을 펼쳤다. 

대세가 기울자 동오의 장수들은 손환에게 철수를 권했다. 이에 손환은 자결로써 책임을 다하려 하였으나

장수들의 만류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패퇴하기에 이르렀다. 

 

서전(緖戰)을 대승으로 장식했다는 보고를 받은 유비는 측근과 함께 전쟁의 혼란을 수습하고 있는 자귀성

에 입성하였다. 유비는 마상에서 병사들의 노고를 치하하였다.

"공격을 시작한지 이틀 만에 자귀성을 함락시키고 이렇게 진입할 수가 있다니, 성과가 아주 좋구나."

하고, 감격해 하자, 마량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동오의 관문인 자귀성을 함락시켰으니 이런 기세라면 입동 전에 형주로 진입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유비가 곁에서 있던 장포에게 묻는다.

"장포 ? 제일 먼저 성안에 진입했다던데..."

그러자 장포가 대답한다.

"예 ! 병사 오천을 이끌고 들어왔습니다."

"잘했다 ! 용맹함이 아버지 못지 않구나. 명하노라, 모든 병사들에게 고기 두 근과 술 두 단지를 내리고 교위

이상은 논공행상을 하라. "

"망극하옵니다."

"그리고 마량 ?"

"예 !"

"앞으로 성을 함락시킨 뒤에는 모두 촉의 땅이라고 여기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소중히 보전하라.

또 백성들은 남녀 노소 가리지 말고 모두 소중히 대하고 재산과 생명을 보전토록 병사들에게 주지 시키라.

아울러 이를 행하지 않는 자는 엄히 처벌 한다고 이르라. 그리고 점령지의 논과 밭의 크기를 상세하게 파악

하고, 기록하도록 하라. 또 기존의 동오의 법을 폐지하고 촉의 법령을 반포하여 백성들이 따르도록 하라."

"예 !"

 

이렇게 유비는 점령지의 백성 위에 군림하지 아니하고 새로운 법령을 반포하여 백성들을 안심시키는데 주력

하였다. 

                   ...

 

한편, 손환이 자귀성에서 대패하여 오만에 이르는 병사 대부분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한 손권은 만조 백관을

모아놓고 큰 걱정을 하였다.

"손환이 자귀성을 잃음으로써 형주의 관문이 뚫렸으니 이를 어지할꼬 ?... 내가 그토록 자귀성을 한달 만이라

도 지키라고  당부 했건만 불과 이틀만에 이렇게 쉽게 내주고 말았다니 ! ..."

손권은 손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분개하였다. 그러면서 말했다.

"누가 유비군의 진행상황을 아는 사람이 없소 ?"

그러자 손권의 화가 가라앉기를 기다린 제갈근이 잠시후 가운데로 나와 전쟁의 진행 상황을 아뢴다.

"주공, 자귀성이 이렇게 짧은 시각에 함락 됨으로써 촉군의 실력이 확대 생산되어 소문이 퍼졌고, 그때문에

건강을 비롯한 동오의 백성들이 큰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재물을 옮기고 서둘러 딸을 시집보내는 등, 젊은

총각을 서로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손권이 이 말을 듣고 기막혀하는 순간, 전장에서 돌아온 장수가 보고서를 가지고 들어왔다.

"전장에서 온 소식입니다."

장수는 죽간서를 두 손으로 올려 보이며 아뢰었다. 손권이 낙심천만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보나마나 또 패전 소식이겠지 ? 괜찮으니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읽어 보거라 !"

손권은 역정이 가득한 말을 쏟아내었다. 그리하여 장수가 보고서를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읽어

내렸다. 

"일만 병력을 이끌고 온 관흥에게 흥성이 함락당했고, 영호명 장군은 자결하였으며 병사들은 거의 전멸했

습니다. 촉군은 성을 차지한 후, 살인과 약탈을 금하였고 관리를 파견하여 백성과 가축의 수, 논 밭 크기를

조사하고 있으며 오(吳)의 법령을 폐지시키고 촉의 법령을 반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에, 잇 !..."

 

화가 동한 손권이 책상위의 집기를 손으로 쓸어버리며 대노하였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단하로

내려와서 입시한 대신들을 향하여,

"경들 ! 유비가 왜 저러는지 아시오 ?  응 ?... 왜 그러는거겠소 ? ... 그 이유는 유비가 우리 땅을 촉의 땅이라

고 여기기 때문이오 ! 우리 백성 또한 촉의 백성으로 보기 때문이오 ! 이제 알겠소? 응 ?... 유비의 목적은 복

수가 아니라 우리 동오를 집어 삼키고 천하통일을 이루려는 것이오 ! "

하고, 말하면서 크게 대노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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