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6. 24. 09:42

삼국지(三國志) (319) 조자(趙咨)의 세 치 혀의 위력

 

조자는 위국에 오자, 먼저 태위(太尉) 가후를 만나 조비와 대면시켜 주기를 청하였다.

조비는 동오에서 사신이 손권의 표문을 가지고 왔다는 소리를 듣고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흥 ! 손권이 유비의 공격을 막을 수가 없으니 내게 도움을 청하려는구나 !)

 

다음날 조비는 만조 백관들이 좌정한 가운데 조자를 불러들였다.

조비는 손권의 표문을 모두 읽고난 뒤에 조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일어나라 ."

조자는 단하에 꿇어앉아 있다가 명을 받고 일어나 단상의 조비를 우러러 보았다.

조비는 휘황 찬란한 천자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그러한  조비가 위엄서린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조자, 묻겠다. 손권이 당신에게 어떤 주공인가 ?"

조자가 질문을 받자, 천자 조비에게 예를 표해 보인 뒤에 입을 열어 말한다.

"총명하고 어질며 기백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조비가 조소를 머금고 다시 묻는다.

"그건, 지나친 과장 아닌가 ?"

그러자 조자는 전혀 당황함 없이 또렷한 어조로 차근차근 조목조목 반박을 하는데 한 치도 예(禮)에 벗어 남이

없었다."

"신이 어찌 과장하겠습니까 ? 폐하도 잘 아시겠지만, 저희 주공은 작고하신 무황제(武皇帝 : 조조를 칭함)께서

도 감탄 하신 분입니다."

"감탄이라니 ?"

조비는 조자가 자신의 부왕(父王)을 거론하자, 그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몹시도 궁금하였다.

"과거 무황제의 위왕 시절에 오후(吳侯)와 위수에서 한때 교전할 때에, 저희 주공이 말을 타고 나타나자 건너편

에서 그를 보고 놀라시면서 <손권같은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탄식을 한 일화가 있습니다. 당시 폐하께서는 세자 시절이셨으니 묻고 싶습니다. 위왕께서 저희 주

공을 보고 감탄하셨다면 저희 주공이 세자의 본보기가 아니었던가요 ?"

"하하하 !... 음, 음 ... 그랬었지 ! "

조비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대답하였다. 조자가 조비의 긍정적인 대답에 허리를 굽혀 반절을 해보이며 다시

말한다.

"폐하께서 판단하십시오. 예를 들어 말씀드리지요. 저희 주공이 노숙을 거두었으니 총명하고, 여몽을 발탁했으

니 명쾌하고, 우금을 살려 주었으니 어질고, 형주를 무력없이 취했으니 지혜롭고, 장강을 끼고 천하를 주시하니

기백이 있고, 오늘 처럼 폐하께 머리를 숙이니 지략이 있지요. 이것만 보아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 주공께서는

총명하고 어질고 기백이 있지 않습니까 ? "

"손권이 시서(詩書)에는 능통한가 ?"

조비는 조자의 대답에 내심 감탄하면서 손권의 다른 면에서 결점을 찾고 싶었다. 그리하여 시빗꺼리를 찾으려

는 질문을 하였는데, 조자는 하나도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저희 주공께선 전선 만 여 척에 백만에 이르는 군사가 있고 인재를 발탁해 지혜를 얻습니다. 비록 정무에 바쁜

지라 문장을 깊이 연구를 할 시간은 없으나 틈틈히 역사서를 탐독해 요점만을 흡수해서 학식이 매우 풍부합니다."

"음 !... 손권이 투항한다지만, 현재의 상황은 촉간의 전쟁으로 위급함에 처한 것이 분명할 진대, 짐이 투항을

거절하고 동오를 공격하면 어찌 대항할 것인가 ?"

조비는 짐짓, 조자를 몰아세워 보았다. 그러나 조자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아니하고 대답한다.

"대국에 정벌책이 있다면 소국에는 대비책이 있습니다. 폐하께서 어떤 결단을 내리셔도 저희의 준비는 되어있

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두렵지 않다는거군 ?"

"동오가 병력은 적으나, 수군의 위력이 천하 무적이며 장강이라는 요새는 견고한 수비벽이 되니 크게 두려울

것은 없다는 판단입니다."

"음 ! 대단한 달변가(達辯家)로군 ! 동오에 자네같은 인재가 얼마나 있나 ?"

"지용(智勇)을 겸비한 자, 백 명이 넘고, 저 정도는 수 없이 많아 셀 수가 없지요." 

"음 !... 손권이 자네를 보낸 건 탁월한 선택인 것 같군. 좋아 ! 손권의 투항서를 거두니, 가서 전해라. 손권을

오왕(吳王)에 봉하고, 구석(九錫: 천자가 제후에게 하사하는 아홉 가지 물품)을 내린다 !"

조비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천자의 아량을 유감없이 떨쳐 보이며 말하였다.

"망극하옵니다 !"

 

조자는 단상의 조비를 향하여 바닥에 엎드려 절하였다.

                 ...

동오의 사신 조자를 돌려보낸 뒤, 천자 조비가 사마의와 함께 거닐며 묻는다.

"중달(仲達: 司馬懿의 字), 이번 오촉(吳蜀)전쟁 결과를 어찌 보시오 ?"

"신이 볼 땐, 유비가 이깁니다."

"어째서 ?"

"황제가 된 유비는 야심이 커져 살아 생전에 천하 대업을 완성하고자 합니다. 총력전에 나선 만큼, 군량도 풍부

하고 군사의 수(數)나 사기도 최고조에 있습니다. 반대로 손권 진영은 수군은 막강하지만 보,기병(步騎兵)이 약

한 편이라 견고한 자귀성도 이틀 만에 잃었습니다. 동오의 관문이 열렸으니 이것만 봐도 촉군의 승리는 당연한

일 입니다."

"그럼 이번에 손권이 멸망할 것이란 말이오 ?"

"패전은 해도 멸망 하지는 않을 겁니다. 유비가 동오를 멸하려면, 두 번의 고비를 넘어야 합니다. 첫째는 역시

형주 공략입니다. 형주는 천하의 중심이자 사통팔달의 요새입니다. 그러니 형주를 얻어야 주도권을 잡습니다.

둘째로는 군량과 군사를 보충해, 강을 따라 동진해야 동오를 취할 수가 있지요."

"음 !  손권이 큰 화를 면하기 위해 부득이 투항을 한 거로군. 더구나 나 더러 한중을 취하라니 그들의 술수에

넘어갈 수는 없지. 짐은 촉이건 동오건 도울 것 없이 조용히 지켜보다가 나설 것이오."

"영명하십니다 ! 그겁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오군(吳軍)이 이기면 그 틈을 타서 한중(漢中)을 취하시고, 촉군

(蜀軍)이 이기면 그 틈을 타, 형주를 취하십시오. 어차피 오촉간 전쟁으로 인하여 어느 쪽이 이기게 되더라도

그들은 모두 지쳐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마지막 승자는 폐하가 되십니다 ! 허허허허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