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7. 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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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341) 손권의 선택

 

  손권이 묻자 장소의 대답이 이어진다.

"촉의 사신의 의도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 대전(大殿)입구에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 놓고 기름을 펄펄 끓이면서, 사자가 헛소리를 늘어 놓는다면 그것은 제갈양의 허장성세가 분명한 것이오니, 위국의 사신이 보는 앞에서 촉의 사신을 끓는 기름솥에 넣어 죽여 버리십시오. 그리하면 동오의 굳은 의지를 조비에게 표명하는 것이고, 반대로 위 사신을 촉의 사신 앞에서 죽여 버린다면 오촉동맹의 불변함을 과시하는 것이니 어느 쪽으로든 우리 쪽에 유리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하하하하!... 좋은 생각이오!"

 

손권은 장소의 말을 옳게 여겨 대전 입구에 큰 가마솥을 걸어 놓게 하고, 형리들을 배치시킨 뒤, 기름을 끓이게 하고, 위국의 사신을 불러들일 자리에 촉의 사신 마속을 먼저 불러들였다.

오왕 손권의 알현이 허락된 마속이 대전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걸려 있었고 그 안에서는 기름이 끓고 있는지 지글지글 기름 끓는 냄새가 진동하였다.

 

마속은 그 앞에서 잠깐 걸음을 멈추고,

"음! 사태를 보아하니 예사롭지 않겠군. 아무래도 오늘은 위국 사신이나 나, 둘 중에 한 사람은 팽형(烹刑)을 당하겠군!"

하고, 말하고 난 뒤에 그대로 대전으로 들어갔다.

 

대전 한 가운데 단상에는 손권이 좌정하고 앉은 채로 좌우로 문무 백관들이 도열해 앉아 있었고, 손권은 제갈양이 보낸 서신을 들여다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속이 예를 표하며 고한다.

"촉의 사신 마속이 오왕께 인사올립니다."

그러자 대뜸 대부 장소가 호통을 내지른다.

"어찌하여 촉의 사신은 전하를 알현하며 무릅을 꿇어 절을 하지 않는가?"

그러나 마속은 당당한 어조로 대답한다.

"상국(上國)인 촉제의 사신이 어찌 조그만 나라의 국왕에게 절을 할 수 있으오리까?"

그 소리에 손권이 짐짓 대로해 보이며,

"무엄하다! 과인은 그러잖아도 그대를 죽여 버리기 위해 기름을 끓이고 있었다. 여봐라! 저 자를 당장 기름솥에 던져 넣어라!"

손권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속은 소리내어 크게 웃으며,

"하하하! 동오에 현인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제 보니 모두가 헛소문이었구려. 나같은 서생(書生)하나를 죽이려고 문밖에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 놓고 기름을 끓이고 있다니, 잡아 갈 것도 없소, 내 발로 가리다. 하하하하!"

 

마속이 이렇게 좌중을 돌아보며 한바탕 웃고난 뒤에 밖으로 나가기 위해 돌아서자, 손권이 말한다.

"서시오!"

그 소리에 마속이 고개를 뒤돌려 보니,

"내 어찌 그대를 두려워하겠소?"

하고 말한다. 

이에 마속이,

"그렇다면 제 말은 어찌 들어보지도 아니하고 대뜸 위협을 하시는 겁니까?"

하고, 반문하였다.

그러자 손권이 제갈양의 서신을 들어 보이며 말한다.

"나를 설득하러 온 것을 다 알고 있소. 뻔하지 않소? 오촉 동맹을 강화하여 위를 치고, 촉을 위기에서 구하려는 것이 아니오?"

"아닙니다!"

 

마속은 먼저 이렇게 손권의 말을 부정해 놓고 손권을 향해 말을 이어나간다.

"저는 촉을 구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실상은 오를 구하러 온 것입니다."

"뭣이라? .. 으, 하하하하!... 오를 구해?... 황당한 얘기로군!"

손권은 마속을 향해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웃음과 함께 조소(嘲笑)를 보냈다. 그리고 이어서,

"뭔가 착각했나 본데, 현재 포위된 것은 촉이지 오가 아니오! 어쨌든 사신의 임무를 띄고 왔으니 어디 얘기 좀 해보시오. 나를 설득할 수 있다면 모르겠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솥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오."

"그리하겠습니다."

마속은 전혀 주눅들지 아니하고 손권을 향하여 입을 열었다.

"전하, 전하께서는 어진 군주로 잘 알려져 있고, 우리 촉의 승상은 당대에 뛰어난 인재입니다. 서로 연합한다면 천하는 태평할테지만 반목한다면 양측 모두가 손해입니다. 지형적으로도 촉에는 험준한 산이 많고 오는 삼면이 강이니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여 위에 맞서면 촉과 오는 그 세력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하께서 눈앞에 작은 이익을 탐하시어 위를 도와 촉을 친다면 설혹 승리를 거두신다 해도 동오가 얼마나 갈 수 있겠습니까? 곧 멸망하게 될 겁니다. 만약, 전하께서 위를 도왔는데 촉이 위를 격퇴시킨다면 저희 폐하께서 전하를 가만 두실까요? 촉과 오는 원수가 될 게 뻔 합니다. 아룁니다. 지금 오, 촉, 위는 저 밖에 있는 솥의 삼발이와 같은 것이니 하나가 꺾이면 천하가 뒤집힐 것입니다. 또한 오와 촉은 사람의 두 다리와 비교할 수 있으니 그 중 하나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는 것이 이치 이옵니다. 전하께서는 사신의 다리를 스스로 벤 자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마속이 이렇게 말을 하는 동안 동오의 손권은 물론이고, 장소를 비롯한 제갈근, 고웅 등의 대신들은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못하고 듣고만 있었다.

마속이 대전을 거닐며 이들의 면모를 살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만하겠습니다. 전하께서는 강동 팔십일개 주를 조비에게 바치실 모양이군요. 그럼 저는 약속을 이행해야 하니 물러가겠습니다."

 

마속이 이렇게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그러자 손권이 그를 불러 세운다.

"잠깐!"

"왜요, 가마솥에 기름을 더 부으실 생각이십니까?"

손권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속을 향해 한 발 다가서며 말한다.

"그대는 언변이 뛰어나고 담력도 대단하구려. 저 쪽에 가서 기다리시오."

마속이 손권을 향해 돌아서며 묻는다.

"여쭙겠습니다. 솥에 저 많은 기름을 그냥 버리실 겁니까?"

"무슨 뜻이오?"

"감히 청하옵건데, 저 대신 위의 사신을 끓는 기름솥에 집어 넣어, 촉과 연합하여 위에 대항하겠다는 전하의 의지를 만천하에 천명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을 마친 마속이 손권을 향하여 결단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자 마속의 말을 옳게 여긴 손권이 명한다.

"위의 사신을 들라 하라."

명은 곧 전달되어 대전 앞에 시종이 큰소리로 이를 고한다.

"위의 사신은 들라 하시오!"

 

그러나 위의 사신은 대전 안에서 벌어진 손권과 촉의 사신 마속과의 논쟁의 결과를 보고 받고, 안절부절 하던 차에 대전 입구에 끓는 기름솥을 보자 기가 질려 버리며 그대로 위국으로 줄행랑을 쳐버리고 말았다. 이러려니 제갈양이 기획한 동오 설득의 계략은 마속의 헌신으로 보기 좋게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마속은 당당하게 성도로 귀환 길에 오르게 되었다.

 

마속을 보낸 뒤에 손권은 제갈근에게 위촉간 전쟁 결과에 대한 추가적인 보고를 받는다.

"아룁니다. 우리 측 첨병에 의해 확인된 바로는 사로에서 촉을 공격하던 위군과 그의 동조세력은 모두 제갈양의 계획에 말려 고전하다가 제각기 철수했다고 합니다."

"응? 자세히 말해 보시오."

"번왕 가비능은 서평관에서 촉의 상장군 마초를 만나자 싸우지도 않고 후퇴를 하였고, 만왕 맹획은 촉의 남부에 있는 네 개 군을 공격했으나 위연의 눈속임 작전에 속아 넘어가 병사를 절반 이상을 잃은 뒤에 철수했다고 합니다. 맹달은 행군하던 도중에 갑자기 병을 얻어 할 수없이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대도독 조진은 양평관을 지난 뒤에 조자룡과 마딱뜨려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대치만 하다가 결국은 군량이 바닥나서 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허! 아무래도 조비는 제갈양의 상대가 못되나 봅니다. 허허허허! 주공께서 그날 촉국의 사신 마속에게 동맹 결속의 의지를 보여 주신 것은 정말 잘 하신 일 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결국, 위와는 원수지간이 되었소. 위가 촉을 치는데 실패한 책임을 우리에게 덮어 씌우며 향후 우리에게 눈을 돌릴 것이오."

"심려치 마십시오. 이번에 촉과의 동맹을 강화했으니, 앞으로 조비가 쳐들어 온다면 촉에 지원요청을 해서 도움을 받으면 되지않겠습니까?"

"그동안 나는 전쟁을 하든 강화를 맺든 국력을 기르는데 힘써왔소. 우리가 힘이 있어야만 남에게 도움도 받을 수 있소. 이보시오 자유?"

"예!"

"형주의 육손에게 명을 전하시오. 병사들의 훈련을 강화하여 조비의 침략에 대비하라 하시오."

 

손권이 제갈근을 지목하여 말하자, 제갈근이 명을 접수하는 예를 표해 보인다.

"알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