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정비석) 연재

홍반장 2021. 8. 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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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345) 남만 대원정(南蠻 大遠征) 상편

 

익주(益州) 평정을 끝내자, 공명은 대군을 거느리고 영창성(永昌城)으로 향했다.

영창성 성주 왕항(王伉)은 옹개의 공격으로 분전하던 중, 성도에서 출병한 공명이 건녕태수 옹개를 제압하고

개선한다는 소식을 듣고 성문을 활짝 열고 공명을 반갑게 영접하였다.

"승상께서 친히 출병하시어 반적을 물리치고 개선하심을 축하드리옵니다! 더구나 이런 벽지에 친히 왕림해

주시니 무한한 영광이옵니다."

공명은 왕항의 손을 정답게 붙잡으며 정중한 영접에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이윽고 두 사람이 승전 축하의 주연을 나누는 자리에서 공명이 왕항에게 묻는다.

"내가 보기에는 영창성의 성벽이 튼튼하고 백성들의 생활도 윤택해 보이는구려. 이는 필시 태수의 밑에 좋은

신하들이 많은 증거요. 이곳에는 어떤 현사(賢士)들이 있소?"

태수 왕항이 공손히 대답한다.

"저의 고을에는 뛰어난 현사가 한 사람 있습니다. 성은 여(呂)씨이옵고, 이름은 개(凱)라 하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을 내게 한번 소개해 줄 수 없겠소?"

"곧 불러오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에 여개가 들어와 공명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한다.

공명도 예를 갖춰 대하며,

"내 이제 이곳에 온 길로 남만왕 맹획(南蠻王 孟獲)을 정벌하고자하오. 그리하여 공의 높은 지견(知見)을 들어

보고자 뵙자고 청했소이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여개는 품안에서 지도 한장을 꺼내 보이면서 말한다.

"소생의 우견(愚見)을 말씀드리기보다는 승상께서는 이 지도를 잘 보아 주소서."

"허어... 이게 무슨 지도요?"

 

"이 지도는 남방의 지세를 그린 지도이옵는데, 이곳에는 산의 높이와 그 형세를 비롯하여 물과 그 깊이 등을

알 수가 있으니, 이것을 이용하시어 남방 오랑캐들을 정벌하시는데 유용하게 쓰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방 오랑캐들은 본시 효(孝)와 예절(禮節)을 어려서부터 가르치지 않는데다가 그들은 만용과 자부심

이 강한 까닭에 그들을 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옵니다. 무력으로 일단 굴복시켰다 하더라도, 일단

군사를 철수시킨 뒤에는 또다시 배반하는 것이 그들의 못된 버릇입니다."

"음... 그러면 그들을 진심으로 귀화시키려면 어떻게하면 되겠소?"

"소생은 진작부터 그 방법을 알고자 남만지방을 두루 살피며 그들의 생활풍습과 무기, 전법(戰法) 등을 자세히

조사하여 지도에 주서(註書)를 해 놓았으니, 승상께서 살펴 보시면 반드시 좋은 방책이 계실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그리하여 공명이 여개가 건넨 지도를 자세히 살펴 보니, 과연 지도에는 남만 지방 곳곳의 주요 지형과 평균기

온, 강우량을 비롯해 군사 요충지 등이 앞,뒤로 세밀하게 쓰여 있는 것이었다.

"음... 공께서 평소에 이런 좋은 연구를 하고 계신 줄은 몰랐소이다."

공명은 크게 감탄하며 여개를 행군교수(行軍敎授)로 삼음과 동시에 향도관(鄕導官)의 벼슬을 내렸다.

그리고 곧 대군을 거느리고 남만 변경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많은 군사와 군량을 비롯해 군수품을 가득 실은 수백 대의 우마차가 날마다 백여 리씩 끝없는 행군 대열이 이

어졌다. 그렇게 남만으로 가까이 갈수록 날은 덥고 습한 데다가 풍토병과 해충이 많아서 야영(夜營)을 할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였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때, 천만 뜻밖에도 천자 유선의 사신이 오고 있다는 전갈이 들어왔다.

"뭐?... 칙사(勅使)가 온다고?"

공명이 행군 대열을 정비하고 몸소 영접을 나가 보니, 칙사로 파견되어 온 사람은 마속(馬謖)이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오는 마속이 상복(喪服)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상? (幼常: 마속의 字), 무슨 일로 상복을 입었는가?"

"군중에 상복을 입고 온 무례를 용서하소서. 실은 신이 황명을 받잡고 길을 떠나기 직전에 가형 마량(家兄

馬良)이 신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셨기에 상복을 입은 채로 떠나왔나이다."

"저런, 계상(季常: 마량의 字)이 세상을 떠나다니?... 그래 어쩌다가?"

"승상께서 원정을 떠나신 직후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곧 숨을 거두었습니다."

"애석한 일이오. 그럼 장사(葬事)는 어찌하고?"

"신은 황명을 받잡은 몸이기에 나머지 가족에게 장례를 잘 치뤄 줄 것을 부탁하고 떠나왔사옵니다."

 

* 인물평

마량(馬良) 187 ~ 222년

촉(蜀)의 모사로써, 자는 계상(季常)으로 의성(宜城) 출신이다.

마속의 형으로 형제 5인이 모두 재능이 뛰어났으나 마량이 그중 가장 뛰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평소에

눈썹이 희었기 때문에 계상이라는 자(字)와 함께 백미(白眉)라고도 불렸으며, 뛰어난 것 중에 더 뛰어난 것을

<백미로 친다>는 고사(故事)를 만든 인물이다.

유비 휘하에서 장래가 촉망되었으나 애석하게도 이릉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필자가 이릉전투

이후, 사진을 빌려쓰는 장면에 등장시킨 바람에 오늘에서야 그를 죽게하였다.

                            ...

 

"어려운 가운데 국정 수행에 노고가 많네,  그래 무슨 황명을 받들고 왔는가?"

공명은 마속을 위로한 뒤에 물었다.

"신이 황명을 받들고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성도에 무슨 일이 생긴때문은 아니옵고, 다만 남만 벽지로 원정을

떠나신 승상과 장군들을 비롯한 병사들에게 위문의 말씀을 전하러 온 것입니다. 천자께서는 많은 술과 고기를

보내시면서 승상과 장병을 위로하라는 분부를 내리셨습니다."

"황은이 망극하여이다."

 

공명은 천자가 내린 위문품에 세 번 절하고 인수하였다. 그리하여 그날로 위문품을 장병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며 하룻밤을 즐겁게 지내고 황은을 높이 찬양하게 하였다.

그리고 공명 자신도 조운, 위연, 왕평, 마충 등 장군들과 함께 주연을 베풀며 마속에게 물었다.

"남만 평정에 대한 그대의 의견이 있으면 듣고 싶네."

공명의 물음에 마속이 대답한다.

"남만 토벌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오나, 토벌 후에 그들을 계속 굴복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사

옵니다."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네, 그러면 그들을 영원히 덕화(德化)시키려면 어떤 방법이 좋겠나?"

"그게  가장 어려운 일 인 것 같습니다.  자고로 용병법(用兵法)에 상대의 마음을 굴복시키는 것을 으뜸으로

삼고, 무력으로 항복시키는 것은 하지하(下之下)로 치지 않습니까? 그러니 승상께서는 무력으로 그들을 굴복

시키기 보다는 어렵더라도 덕을 베풀어 심복(心腹)케 하는 방법을 취하소서."

그 말을 듣고 공명이 손뼉을 치며 찬성하였다.

"과연 옳은 판단일세. 나도 진작부터 그와 같은 방법을 고려하고 있었네."

공명은 마속의 진언을 높이 평가하며, 그를 참군(參軍)으로 삼아 행군을 같이 하였다.

 

성도에서 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원정의 길에 오른 공명의 심중은 자못 비장하였다. 남만은 기후와 풍토가 낫

설어 행군하는데 고통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군수품의 수송도 거리가 멀어질 수록 시간과 노력이

배가되었다. 이런 난관을 무릅쓰고 나선 원정 길인데, 만에 하나라도 실패하는 날이면 그 기회에 조위(曺魏)와

손권의 동오(東吳)가 촉중으로 출병하는 날이면 자국(自國)의 멸망은 불을 보는 듯이 명확한 일이 아닌가?

황제 자신이 위와 오를 상대로 군을 지휘하여 싸워서 승리를 거두기에는 아직은 너무 어리다. 그러기에 공명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번 원정만은 승리해야 한다!)하고, 낮이나 밤이나 결심을 수없이 다져왔다.

그러는 중에 어느덧 공명이 함께 하는 대군의 선두는 남으로 남으로 향한 끝에 마침내 남만땅에 도착하였다.

                                       ...

 

그러면 당시의 남만의 정세는 어떠하였던가?

만왕 맹획(蠻王 孟獲)은 공명이 옹개와 주포를 지략으로 섬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휘하의 세 장수를 불러 상의

하였다. 맹획에게는  호랑이 같은 세 장수가 있었으니, 첫번째는 금환삼결(金環三結)이었고, 두번째는 동도나,

세번째는 아회남이었다.

맹획은 세 장수를 한자리에 모아 놓고 말한다.

"제갈양이 지금 대군을 몰고 우리를 치러 왔다. 이에 그대들은 각각 삼만군을 이끌고 삼로(三路)로 나아가 촉

군을 섬멸하라."

하고, 말한 뒤에 금환삼결을 중군으로 삼고, 동도나는 좌군, 아회남은 우군으로 삼아 출정시켰다.

 

공명도 그에 대비하여

"왕평(王平)의 군은 좌군이 되고, 마충(馬忠)은 우군이 되라, 나는 조운(趙雲), 위연(魏延)과 함께 중군이 되리라."

하고, 작전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조운과 위연이 불만을 갖고 말한다.

"승상! 저희들이 선봉에 서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공명은 고개를 흔들었다.

"왕평과 마충은 이곳 지리에 능통하기 때문에 그들이 선봉에 서야 하오. 게다가 젋고 총명하니 위기에 빠져도

실수없이 병사를 이끌 수가 있을 것이오."

공명은 두 사람의 불평을 온화하게 달래어 돌려보냈다.

조운은 공명의 앞을 물러나와서도 불평이 만만하였다.

"이보게 위연! 승상이 우리더러 결국은 늙은데 다가 지리도 몰라서 선봉으로 못 쓰겠다는 말이 아닌가, 이런

망신이 어딨나?"

 

위연도 그 불평에 즉각 한 마디 거든다.

"누가 아니랍니까, 우리가 왕평과 마충보다 못한 게 뭐 있습니까?"

"우리가 이런 수모를 받고 잠자코 있어야 한단 말인가?"

조운이 이런 푸념을 늘어놓고 있는 그때, 일선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위연이 조운에게 말한다.

"우리가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병 몇 놈을 사로잡아 길잡이로 앞세우고, 적을 치러 가십시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조운과 위연이 일선으로 나오니, 마침 만병 십여 명이 눈에 띈다.

조운은 번개같이 달려가 눈깜짝할 사이에 그들을 죄다 붙잡아 버렸다.

조운과 위연은 그들에게 술과 고기를 주면서 적정을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전방 산 어귀에 금환삼결이 본진을 치고 있으며 그의 좌우에는 동도나와 아회남이 각각 삼만의 군사로 진을

치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조운과 위연은 적정을 듣고 각각 정병 오천씩을 거느리고 일선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날 밤, 야심한 시각에

조운이 중군을 치기로 하고, 위연은 좌군을 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병사들을 일찍 재우고 밤이 이슥하여 병사들에게 밥을 해먹이고 본진을 떠나 사경 무렵에 적진 앞에 이르렀다. 조운은 출동 준비중인 적진 속으로 정예병 오천을 이끌고 질풍신뢰와 같이 뛰어들어 적병을 닥치는

대로 후려쳤다. 적들은 채 잠도 깨기 전에 몰려든 조운의 병사들로 인하여 크게 당황하며 어지러웠다.

놀라 달려나온 금환삼결이 조운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하여 두 장수는 즉시 싸움이 붙었다. 그러나 남만의 호랑이라고 불리는 금환삼결은 조운의 적수는 아니었다. 

불과 십여 합만에 조운의 창에 찔린 금환삼결이 마상에서 땅으로 굴러 떨어지니, 조운이 마상에서 창을 후려

갈겨 그의 머리를 베어 창 끝에 꿰어 쳐들었다. 그리고 혼전하는 적진을 향해,

"금환삼결의 수급이 여기 있노라!"

하고 소리를 치니, 적들은 당황하며 무기를 버리고 뿔뿔히 흩어지며 도망치는 것이었다.

 

한편, 위연은 군사를 반씩 나누어 한 패는 동도나의 진지로 보내고 자신은 아회남을 무찌르기 시작하였다.

이들이 각각 만병의 진지를 급습하여 쇄도해 들어가니, 만병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대장 아회남과 동도나

는 혼비백산하여 부하들을 내버려 두고 필마단기로 달아나는 것이었다.

위연의 군사들은 달아나는 그들을 맹렬히 추격하였으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고, 워낙 험한 산길에 익숙한

그들인지라 하나도 붙잡지 못하고 모두 놓쳐버리고 말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