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귀거래사 2016. 3. 25. 07:39

    이쯤에서 다시 만나게 하소서 / 이정하


    그대에게 가는 길이 멀고 멀어
    늘 내 발은 부르터 있기 일쑤였네. 한시라도 내 눈과
    귀가 그대 향해 열려 있지 않은 적 없었으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사람.
    생각지 않으려 애쓰면 더욱 생각나는 사람.
    그 흔한 약속 하나없이 우린 헤어졌지만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슬픔으로 저무는 사람.

    내가 그대를 보내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그대는 나의 사랑이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찬이슬에 젖은 잎새가 더욱 붉듯
    우리 사랑도 그처럼 오랜 고난 후에 마알갛게
    우러나오는 고운 빛깔이려니.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으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