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의 진원지, 배론성지
가을의 길을 걷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학리 644-1
신앙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
천주교사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배론성지
그곳에도 가을은 오고 있습니다.
아직 마르지 않은 촉촉한 길을
걷고 왔습니다.
- 성지의 길을 걷다 -
깊어지는 가을의 향이 난다.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잎은 계절의 시간을 일깨운다.
더욱 깊어 질 가을이면 성지의 산하는
붉고 노란 자연의 색으로 덮히겠지,
촉촉히 젖은 그길을 걷는다.
화려함에 작은 눈은 호강을 하며 마음을 일깨운다.
느리면 느릴수록의 편한 걸음걸이는
느긋한 풍경이 주는 평안함이겠지,
노란 은행잎은 어떨런가,
박해속에 떨던 질려버린 그대들의 낯이 아닌가.
서슬퍼런 능지처참의 두려움도
순교자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리라
문득 고개들어 나무를 본다.
붉은 빛의 단풍은 그날의 핏빛이었음을 일깨운다.
귀한 목숨도 불사하며 지킨 순교자는
누구보다도 편안히 잠들어 있겠지,
그리고..
깊은 가을의 젖은 길을 걷는다.
이방인의 걸음걸이에 작은 발자욱 소리..
젖어 자박한 소리가 아득한 먼날의 외침과 같다.
들리지 않는 그 소리에 억지로 귀 기울이며
그들과 함께 배론에 자리한다.
-배론성지에서..길손-
by 박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