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이야기

1995년 영광포도원을 개원하고 많은 세월을 포도와 사랑에 빠졌다.(www.kangpodo.com)

포도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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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이야기

2021. 1. 11.

초등학교를 진학하기 전이였을까?

아마 6~7살 정도 되지 않았을까?

구이저수지 뒷편에 우리 과수원이 있었다. 지금도 그 땅이 일부 남아있지만 그곳에 여러가지 과실나무가 있었는데 그 어렸을때 포도원이 있었다. 지금기억으로 켐벨이였던 것 같다.

포도향이 진동하고 포도가 먹고 싶었다.

 '엄마 나 포도 먹고 싶어'

엄마는 나를 잘 타이르면서 내일 따 준다고 했다.

내일 전체를 시장에 내다 팔고 나서 따 준다고 했다.

그시절에는 정말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였다. 근근이 먹고 살았다고나 할까?

지금 세대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가난함...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해도 내일 따준다고 하면서 집으로 갔다.

아침에 아이고! 아이고! 우리 아들 포도나 한송이 따 줄것을....

울면서 하시는 말씀이셨다.

밤새 누가 포도원의 포도를 모두 훔쳐간 것이였다.

단 한송이도 남겨두지 않고 모두 포도를 훔쳐갔다.

한송이만 달라는 큰아들을 외면하고 내일 팔아서 돈을 좀 마련하려 했건만 이럴줄 알았으면 아들이라도 한송이 먹일 것을 그랬다고 후회하신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아들 한 송이 줄 것을 그랬다고 하신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포도원 아래 냇가에 포도껍질이 수두룩했다는 말을 나중에 아버지한테 들었다.

그날 이후로 과수원의 포도나무는 볼 수가 없었다. 너무 낙심하여 모두 잘라냈다는 말을 후에 들었다.

그 어린 시절의 연관이였을까?

포도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일까?

대학시절에 대산농촌문화재단을 알고 만난 대학 동기를 통해서 포도의 대부를 만나게 되었다.

한남용선생님을 만나서 포도를 알게 되었고 포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생겨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농사를 시작했다.

3년이면 그렌져를 타고 (요즘 성공한 사람이 탄다고 TV에서 선전하는 그 차) 올 줄 알았다.

여기저기서 자금을 끌어와서 드디어 포도원을 만들었다.

하우스를 짓고 야심찬 포도 농사가 시작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농사가 많은 일년내내 일이 끝이 없는 집의 큰아들로 태어나서 돈 벌러 간다고 군대에 가서 5년 6개월을 근무한 갓 군대를 제대한 특공대 중사였다.

"안되면 되게하라"는 군대 표어처럼 군인정신이 투철한 상태였다.

전역후에 대학을 마치고 농사를 시작했지만 그때까지도 군인정신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 일이 많은 집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을 마치고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아버님이 다시금 물어보신다.

"너 정말 농사지을거냐? 진짜로?"

전역후에 대학을 다니면서 이미 결혼도 한 상태였고 생계를 위해서는 무엇인가 해야 했고 군에 있을때는 클래식레코드 전문점과 오디오 전문점을 하는 것이 꿈이였다. 실제로 하려고 가게에 계약까지 하러 갔었다.

계약당일 전까지는 그 가게를 계약하면 돈을 벌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당일 아침 주위를 돌아보고 그 가게 앞에 섰는데 완전히 상권이 무너진 자리였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분명히 어제까지는 정말 내 가게 자리였는데 그날 아침에는 완전히 죽은 자리였던 것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는 여전히 상권이 죽은 자리이다.

그때 정말 안하고 돌아서기를 잘했다.

하나님이 나를 포도농사 하게 하시려고 그러셨나?

대학을 졸업할때가 되어서 조경사 자격시험을 보러 갔다. 2번의 기회가 있는데 첫번째 시험에 낙방했다.

몸에 열이 많아서 거의 배탈이 나지 않는 사람이 실기시험 중에 뱃속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시험을 포기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참 알 수없는 일이였다.

두번째 실습 시험에 들어갔다. 또 배탈이 나서 결국에는 시험 도중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일인지....

배탈이 거의 나 본일이 없는 사람이였다.

그런데 시험볼때마다 꾀병처럼 배탈이 나서 결국에는 시험을 포기하고 마는 상황이 두번이나 연출 된 것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이 나를 포도농사하게 하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 같다.

이미 결혼도 했고 세 아이의 아빠고 생계를 위해서 직장을 잡아서 나가야 하는데 이런일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대학 친구가 전화가 왔다.

"여기에 와봐라 어떤 사람이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대단해!" 한번 구경와라!

그분이 바로 한남용 선생님이셨다.

그분을 만나서 포도에 대한 꿈을 키웠고 시설하우스를 짓고 포도나무를 심고 포도농사로 성공하여 그렌져를 타고 오는것이 꿈이였다.

포도가 그렇게 내 삶에 녹아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