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이야기

1995년 영광포도원을 개원하고 많은 세월을 포도와 사랑에 빠졌다.(www.kangpodo.com)

경이로운 벌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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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이야기

2021. 2. 1.

요즘 포도원에 벌레들을 잡기 위해 포도나무 껍질을 벗기고 있다.

농사 25년 만에 처음으로 포도나무 껍질을 벗기고 있는데 그동안에는 이렇다할 벌레가 없어서 껍질을 벗길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유기농업에서 인정해주는 친환경 약제로는 방제가 거의 되지 않는 벌레가 생겨서 이 벌레 때문에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가루깍지벌레' 혹은 '배나무 이'라 불리는 이 벌레는 나방처럼 몸에 물이 묻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약제로는 방제를 할 수가 없다.

우리 포도원에 없었던 벌레인데 최근 몇년동안 외부에서 묘목을 가져다가 이것저것 신품종이라 하여 심었는데 아마 여기에서 옮겨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바쁘니까 아내가 몇일동안 껍질을 벗기고 있었는데 나도 몇 일 해보니 정말 진도가 나가지 않는 작업이다.

손도 아프고 힘든작업이지만 그래도 이 벌레는 크게 실수하지 않는 한 멀리 퍼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두해정도만 관심을 가지고 잡아주면 해결 되는 벌레이다.

예전에 풀잎에 월동하는 응애를 보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던 일이 있는데 이녀석 '가루깍지 벌레'도 만만치 않다.

예전에 응애를 관찰할때의 일이다.

응애는 잎의 뒷면에 붙어서 엽록소를 빨아먹는 벌레다. 돋보기를 들여다 보아야 겨우 보이는 녀석이지만 포도원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벌레이다.

겨울에 풀잎에 월동을 하면서 후에 나무에 싹이트면 나무위로 올라가서 피해를 입히는 녀석인데 그 조그마한 벌레가 어떻게 나무에 수액이 흐르는지를 알고 벌써 싹이트기 직전에 나무의 눈 앞에 대기하고 있다.

그 조그마한 발로 그 큰 나무를 어쩌면 그렇게 포도나무의 눈이 트는 시기를 정확하게 알고 나무의 새순이 나오는 자리에 가서 앉아 있는지 기가막힐노릇이였는데 오늘 가루깍지벌레가 산란해 놓은 알을 미니토치로 태우면서 드는 생각이 정말 대단한 녀석을 또 만났다고 생각이 들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을 것이고 누가 가져다 놓지도 않았을텐데 어쩜 그렇게 정확하게 싹이트는 가까운 곳에 은신처를 찾아서 알을 까 놓았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애들한테 가르쳐 주었을까?

예전에 과수원이 있었다.

복숭아, 자두 농사를 많이 했었다. 30년 넘게 농사를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복숭아 자두농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꽃피기 직전과 직후의 방제였다.

왜냐하면 벌레들은 꽃이 피고나면 아직 과일이 맺히기 전에 아주 연약한 과실부분을 빠고 들기 위해서 개화전에 꽃송이 옆에 알을 까놓고 개화후 착과과 됨과 동시에 알에서 깨어나 과실이 아직 미숙하고 연약할때 파고들어가 과일과 함께 과일속에서 속을 파 먹으면서 같이 자라기 때문에 후에 수확전에 이미 과실은 전혀 쓸모가 없게 되고 벌레들만 좋아하는 일이 생긴다.

그런 것만 보아도 정말 영리하다는 것을 알 수있다.

정말 경이롭다. 자연의 세계에 이렇게 질서?를 만들어 놓은 것을 어찌 감탄할 수 없겠는가?

논에서 자라는 하루살이도 그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데 이 들이 없으면 곤충들이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알면 정말 하나님의 솜씨는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있다.

마치 바다속의 플랑크톤처럼 육지의 플랑크톤이 바로 이 하루살이들인 것이다.

가루깍지 벌레가 정말 골치아픈 녀석이기는 하지만 이 녀석때문에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서 안해도 될 일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농사구나 라는 것을 느낀다. 겨울에 할 일이 없는데 이런 일이라도 있으니 감사해야 할까? 집에만 있으면 먹고 살만 찔 것인데 일거리를 주어서 고마운 것일까?

그럴수도 있겠다. 한가한 소리가 아니라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까?

정말 가루깍지 벌레 때문에 판매할 수 없는 포도가 보일때는 속이 상하지만 이들의 생존경쟁속에 또 하나의 강적인 사람이 나타나서 그들을 괴롭게하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포도를 먹어야 하고 벌레도 포도를 먹어야 하니 서로 경쟁관계네!

일을 할때는 힘들지만 좋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주는 것은 내 기쁨이니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되겠지?

그렇게 벌레를 잡아도 애들은 분명히 또 나를 괴롭힐 것이니까?

박멸은 안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최상의 상품을 위해서 노력은 해 보고 있다.

이 영리한 벌레들과 싸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개미와의 전쟁에서도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으니 애들에게도 이긴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고 해마다 좀 몸을 굴려서 싸워야 되겠지?

정말 대단한 경이로운 벌레들과 한판 승부가 또 나를 기다리고 있다.

몇일 있으면 수액이동이 시작되겠고 벌레들은 또 어떻게 그 시기를 알고 나무위로 올라가겠지?

그리고 어떤 녀석은 개화를 기다렸다는 듯이 개화가 시작되면서 알에서 깨어나겠지?

애들을 당해낼 재간이 내겐 없다. 피해를 최소화 할뿐!

농약 한방이면 끝날 것을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을 소비자들은 알아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