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삼각산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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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소셜 기자단 -/2013년(4기)

2013. 12. 13.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삼각산 길상사

  

 

산림청 블로그 주부기자단 김민주

 


 서울 도심 투어를 하면서 계곡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부암동 백사실 계곡과 성북동의 길상사 계곡이다. 길상사는 '무소유 정신'의 법정 스님이 계셨던 곳으로 유명해졌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슬픈 사연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길상사가 있는 이곳은 원래 고급요정인 '대원각'이 있던 자리다. 요정의 주인이었던 기녀 김영한(1916~1999 법명 길상화)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 가르침에 감명 받아 건물을 시주했다. 법정 스님은 그 뜻을 받아들여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 말사 '대법사'로 등록하고, 1997년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길상사는 월북 천재시인 백석과 대원각의 기녀 김영한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천재 시인과의 애끓는 사랑을 잊지 못했던 여인이 여생을 살았던 곳. 그래서 극락전 한켠에는 김영한의 초상이 있다.

 

 

 

당시 백석은 일본 유학까지 마친 영어교사였고 그가 자야라고 불렀던 김영한은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3년 동안 뜨겁게 사랑했지만, 이런저런 사연과 함께 남과 북으로 헤어졌고,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남쪽에 남겨진 김영한은 그의 연인 백석을 가슴 속에 간직했고 그를 위해 살다가 마지막 죽기 전, 평생 그녀가 모았던 천억 원 대의 재산을 모두 시주하여 길상사라는 사찰을 남기고, 또 그의 연인 백석을 위해 그의 이름을 영원히 기릴 수 있는 백석문학상을 남기고 떠났다.

 

 


"죄 많은 사람이 바라는 것은 기생들이 옷을 갈아입던 팔각정에 맑고 장엄한 범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라던 김영한은 1999년 83세의 나이로 대원각이 길상사로 거듭나고 3년 후 세상을 떠났다.

 

 

 

 

 

백석과 김영한의 사연을 들은 시인 김생진이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시를 선사했다.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의 일부다. 


.... 자야가 죽기 열흘 전 /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천억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그 사람 생각 언제 많이 하셨나요?/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천금을 내놨으니 이제 만복을 받으셔야죠/ 그게 무슨 소용 있어/ 기자는 또 한번 어리둥절했다/ 다시 태어나신다면?/ 어디서? 한국에서?/ 에!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쯤에서 태어나서 문학 할거야/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천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했다/ 사랑을 간직하는데 시밖에 없다는 말에

 

 

 

이런 사연이 깃든 길상사에는 유명한 조각상이 있다. 관세음보살상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한다. 관세음보살상이 성모 마리아를 닮아서다. 이것은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가 봉안한 석상이다. 최종태는 소녀상과 소녀다운 성모 마리아상으로 이미 유명한 조각가다. 이 관음상은 한국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걸작인 국보 제 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도 이미지가 비슷하다.

 

 


이 관세음보살상에는 종교 간 화해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한다. 석상의 표정이나 모습에서 그 염원이 드러난다.

 

"땅에는 나라도, 종교도 따로따로 있지만 하늘로 가면 경계가 없다."


종교는 국경도 신분도 뛰어넘을 수 있는 큰 자비를 가질 수 있었음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절의 왼쪽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스님들이 공부하고 도량을 닦고 참선하는 곳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하늘색 기와지붕의 진영각은 법정 스님의 진영과 유품을 모셔놓은 곳이다.

 

 


스님의 처소를 제외하고는 모든 곳을 개방해놓았다. '침묵의 집'에서 잠시 묵언수행을 하며 어지러웠던 마음을 가라앉혀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길상사는 법정 스님이 우리에게 주는 크나큰 선물이다. 특히 가을이 되면 길상사를 찾는 사람들로 경내가 북적인다. 조용히 차를 나누고, 가족과 함께 단풍을 즐기고,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오는 사람들에게 큰 휴식과 안식을 준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하철 4호선 한성대 역 6번 출구로 나와 성북동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가면 유명한 간송 미술관과 성당, 예쁜 카페들과 향수를 달래주는 벽화도 볼 수 있다. 길상사 입구에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우기도 편하다. 절 입구 맞은편에는 효재네 가게도 있어 예쁜 조각보들을 구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량이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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