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석갑산 편백 숲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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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소셜 기자단 -/2014년(5기)

2014. 12. 16.

 

 

경남 진주 석갑산

편백 숲을 거닐며

 

산림청 블로그 일반인 기자단 김종신

 

 

경남 진주시 석갑산으로 올라가는 길 입구.

 

등산로 입구에 주차하지 말라는 표지판 덕분에 경남 진주시 석갑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았다. 한 명 겨우 다닐 좁다란 길로 성큼성큼 걸었다. 입구부터 무덤들이다. 무덤 사이로 난 길을 좀 더 걸어 올라가자 진주시 신안평거동의 아파트 숲을 지나왔다는 느낌을 잊게 했다. 5분여 걸었다. 2011년 지역주민들이 조성한 벚나무 터널을 지나자 4차선 진주 외곽순환도로가 등산로 옆으로 지나갔다. 도로 너머로 아파트와 빌딩들이 빽빽하게 보였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잠시 벗어나 도로 위 육교를 지났다.

 

청주 한씨로 진주 태생인 한범석 장군 기마 상(像).

 

차들이 시원하게 달리는 길을 위해 산은 자신의 모두를 드러냈다. 2013년 식목일 즈음해 길 주위에 배롱나무를 심어 산책로를 가꾸었다는 표지가 보였다. 따뜻한 내년에는 이곳에 선 분홍빛 배롱나무꽃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낼 모습을 그리자 그저 흐뭇했다. 육교 건너 오른편에 호랑이와 용이 말 탄 장수를 떠받던 조각상이 나왔다. 청주 한씨로 진주 태생인 한범석 장군 기마 상(像)이다. 장군은 조선 후기의 무신으로 제주 목사로 부임 때 흉년들자 힘겨운 섬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고 질병이 퍼질 때는 서울에서 약을 구해 퇴치하기도 했단다. 또한, 영조 때는 이인좌의 난을 진압하기도 한 문무를 겸비한 장수였다고 전한다.

 

 

올라온 지 채 20여 분도 되지 않아 기다란 소나무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숲길로 어깨를 쭈욱 펴고 걸었다.

다시 산으로 향했다. 누런 개가 길을 안내하듯 내 앞에서 산길로 먼저 접어들어 갔다. 개는 저만치 보이지 않고 봄이면 하얀 꽃 바람이 아름다울 벚나무길을 뒷짐 진 아저씨 두 분이 두런두런 말씀 나누며 걸어 숲으로 들어갔다. 석갑산 정상까지 900m라는 이정표가 나왔다. 이정표를 지날 때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트로트 노래 흥얼거리며 몸 흔들며 아저씨가 지나갔다.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아내리면서 황톳길은 질퍽하다. 눈 내린 뒤의 낙엽은 나무의 눈물인 양 촉촉이 젖었다. 바스락바스락 부서져 버리는 시원한 소리는 오늘 들을 수 없었다. 긴 의자가 숲, 사이사이에 잠시 쉬어가라 권한다. 올라온 지 채 20여 분도 되지 않아 기다란 소나무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숲길로 어깨를 쭈욱 펴고 걸었다.

 

 

체육공원을 지나자 길은 세 갈래다. 약간 가파른 계단 길과 계단 길 바로 옆의 비탈길과 갈대처럼 휘어진 굽어진 길이 나왔다. 초행길이라 지나가는 70대 할머니께 산길을 여쭈었다. “몸이 아파 두 달 만에 나왔는데 어찌나 좋은지 몰라. 몸이 불편하다고 남강 변으로 산책하러 다녔지만 여기만 못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산길이 그리웠다는 70대 할머니. 얼마를 더 걸었을까. 정상인근에 체육공원이 나왔다. 나무마다 좋은 말씀들을 명찰인 양 붙이고 있었다. 명언들을 하나씩 읽어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체육공원을 지나자 길은 세 갈래다. 약간 가파른 계단 길과 계단 길 바로 옆의 비탈길과 갈대처럼 휘어진 굽어진 길이 나왔다. 급할 것도 없고 가파른 길보다 둘러가도 평지가 좋을 듯해서 왼편으로 길을 잡았다.

 

 

석갑산 정상 부근에는 나무에 관한 안내판들이 있다.

산 정상을 지나자 간이 휴게소가 나오고 아래에서 본 것과 또 다른 좋은 말씀을 적어 놓은 글들이 나왔다. 그중에 ‘아내란?’하고 질문 던지는 글이 먼저 눈길을 끈다. ‘청년에겐 연인이고, 중년에겐 친구이며, 노년에겐 간호사다’로 시작해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야트막한 산에 올라 주위를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휴게소 근처 의자에 앉아 가져온 책을 읽는 할아버지며 벗들과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할머니며 산이 주는 즐거움을 더욱 기쁘게 즐기고 있었다.

 

 

숲이 주는 혜택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해 산림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숙호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에 접어들자 그동안 궁금했던 나무에 관한 안내판들이 나왔다. ‘나이테는 왜 생길까요?’라는 질문에 고민할 시간도 필요 없었다. 물음 아래에 바로 답이 나왔다. 나이테란 연륜이라고도 하며 물관부와 세관부의 경계에 형성층이라는 분열조직의 활동에 의한 것으로, 이 형성층이 1년 동안 축적한 물관이 나이테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무도 월동준비를 위하여 나뭇잎을 떨어뜨린다는 낙엽에 관해서도 일러주었다.

석갑산의 숨겨진 보물, 편백 숲.

 

그뿐이 아니다. 숲이 주는 혜택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해 산림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숲의 경제적 가치는 2010년 기준으로 109조 70억 원이란다. 좋은 글과 나무에 관한 설명을 뒤로하고 어둑어둑할 정도로 하늘을 덮은 편백 숲으로 들어갔다. 편백 숲은 사유지로 산주가 직접 관리해오고 있는 산이다. 산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정해진 등산로(작업로)로 다니는 조건으로 개방했다. 산에 올라온 40여 분의 시간은 석갑산의 숨겨진 보물 ‘편백 숲’을 만나기 위한 준비 시간이었다. 편백 숲에서 나는 기분 좋은 냄새를 코로 한가득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 뺏는 심호흡을 가다듬게 했다. 오히려 춥다고 입은 겨울 잠바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상쾌했다.

 

 

‘하는 일이 잘 안 될 때는 '숲'이라는 말을 중얼거리세요.’라는 말처럼 숲에서는 시름이 저만치 사라진다.

산림청에서 발행하는 월간 <매거진 숲> 11월호에 실린 이병률 시인의 글이 떠올랐다. ‘하는 일이 잘 안 될 때는 '숲'이라는 말을 중얼거리세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숲'이라는 주머니에서 향을 꺼내 맡으세요. 숲은 가만히 기다려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닮으려고 기적을 만나려고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숲에 들어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편백 숲에서 삼림욕을 즐기니 어찌 시름이 저만치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을까. 도심 속 가까이 편백 숲 삼림욕장이 이렇게 숨어 있는지 이제야 발견한 때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할아버지 다섯 명이 서로 어깨도 걸치며 숲을 거니는 모습이 정겹다. 할아버지 한 분은 겨울 잠바도 입지 않은 운동복 차림에 숲을 뛰어 오르내리기도 했다.

 

길은 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 있음을.

 

아쉬움을 뒤로 하고 편백 숲을 둘러 지나가자 가파른 길이 나왔다. 길은 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 있음을. 가파른 길을 올라가자 아파트 단지가 나무 사이사이로 보였다. 둘러서 왔던 길로 가지 않고 샛길로 내려갔다. ‘진주 신안동 정설 부부묘’가 나왔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252호인 부부묘는 정설과 부인 강 씨의 합장묘로 고려 말에서 조선 초의 묘제를 연구하는 좋은 자료라고 한다. 망주석에 나무 타고 오르는 다람쥐를 새겨 놓아 재미있게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600년 전 사람들이 왜 다람쥐를 새겨 놓았는지 궁금했다. 부부묘를 나와 좀 더 아래로 가자 태극기를 달고 시멘트 벽면에 그린 천황사라는 절이 나오고 사람 사는 동네가 나왔다.

 

‘진주 신안동 정설 부부묘’망주석에 나무 타고 오르는 다람쥐를 새겨 놓아 재미있게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경상남도 진주에 사는 순간순간 행복하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그중 하나를 추가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좋은 삼림욕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나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안겨주는 ‘숲’이라는 다정한 벗에게 위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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