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알리는 사람들> 식물패턴으로 익숙한 식물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다 - 바스큘럼 김유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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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산림청/Magazine 숲

2019. 10. 31.




글. 김수영 / 사진. 김종현, 바스큘럼 



 식물표본을 채집하는 식물학자의 휴대용 식물채집상자를 ‘바스큘럼’이라고 한다. 그 이름을 브랜드로 삼은 식물패턴 제작소 바스큘럼의 김유인 대표는 식물학자의 관심과 끈기와 애정을 닮은 디자이너다. 식물학자의 표본이 새로운 식물을 기록하듯 바스큘럼의 식물패턴은 익숙한 식물에서 찾아낸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낸다. 




 도시인, 마음으로 식물을 만나다


식물패턴 제작을 시작한 이후로 김유인 대표의 마음은 온통 식물에 가 있다. 식물을 관찰할 때는 뿌리부터 줄기, 잎, 꽃, 씨앗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사계절 변화하는 모습도 참을성 있게 확인해 기록한다.


“자세히 봐야 느껴지는 매력이 있어요. 특히 익숙하게 생각했던 식물에서 그동안 모르고 있던 부분을 발견할 때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지죠.”


지금은 누구보다 식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김유인 대표지만, 어린 시절에는 여느 도시 아이처럼 식물에 별 관심이 없었다. 어른이 되어 귀촌한 부모님 집을 방문하기 시작했을 때도 식물은 흥미롭기보다 낯설고 두려운 존재였다.


“부모님은 늘 정원을 가꾸며 살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대학을 다닐 때 귀촌을 선택하셨죠. 처음 몇 년은 부모님 집에 가도 식물이 무성한 곳은 꺼려졌어요. 그 안에서 벌레나 뱀 같은 생물이 숨어 있다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 겁이 났거든요.”






부모님의 시골 생활이 길어지면서 김유인 대표도 차츰 식물과 가까워졌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어여쁜 꽃과 향기로운 풀이 자라는 정원에서 점점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됐고, 생김을 찬찬히 뜯어보며 식물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매력에 빠져들었다.


“한 번 마음을 열고 나니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됐어요. 처음에는 향기로운 민트 향이나 달콤한 꽃향기가 좋아 앉았다가 나중에는 축축한 흙냄새도 기분 좋게 느껴졌죠. 특히 같은 식물이라도 어디 하나 같은 것 없이 제각각인 모양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어요.”


향기, 촉감, 형태 등 식물이 지닌 여러 매력 중에서도 김유인 대표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식물의 형태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래픽디자이너답게 무엇이든 관찰하고 그리는 데 익숙했기 때문에 식물의 형태를 눈여겨보게 됐고, 볼수록 다채로운 식물의 모양새를 혼자만 알고 있기 아쉬워 모두에게 보여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궁리의 끝은 식물패턴 제작소 바스큘럼의 시작이 됐다.







 디자이너, 식물의 이야기를 담다


바스큘럼의 식물패턴은 형태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보통의 패턴에 비해 묘사가 사실적이고 구성 요소도 많은 편이다. 애초에 도시인의 눈높이에서 평소 보기 어렵거나 흘려 보는 식물의 구성 요소를 빠짐없이 담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식물은 언제나 예술가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죠. 식물의 형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어요. 바스큘럼의 첫 패턴 디자인이었던 쌈 잎만 봐도 그래요. 식탁에서 익숙하게 보던 쌈 잎이 조형적으로 얼마나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녔는지 느낄 수 있죠.”


지금까지 식물패턴은 북유럽 스타일을 표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에 비해 바스큘럼의 식물패턴은 한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김유인 대표가 우리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을 직접 관찰해서 만들었기에 친근하면서도 익숙하다.






“북유럽 여행을 갔을 때 확실히 느꼈어요. 비행기에서 침엽수림을 내려다보는데 북유럽 특유의 식물패턴이 절로 떠오르더라고요. 북유럽의 자연이 북유럽 디자인의 자산이듯 한국의 풍경도 우리만의 차별화된 식물패턴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바스큘럼이 만든 식물패턴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식물마다 각각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쌈 잎 패턴은 김유인 대표 어머니가 텃밭에서 손수 키워 보내준 올망졸망한 쌈 채소들을 정리하다 만들어졌다. 밤 패턴을 만든 이유는 밤의 푸근한 온기를 전하면서 열매에 비해 낯선 밤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열매가 열리는 가을이면 누구나 쉽게 밤나무를 알아보죠. 하지만 밤꽃이 어떤 모양인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저 역시 몰랐고요. 익숙한 식물일수록 특정 부분의 모양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당근이나 무 같은 뿌리채소는 꽃이 생소하고, 민들레 같은 꽃은 뿌리가 생소하죠.”


김유인 대표는 식물을 되도록 충실하게 담아내기 위해 패턴을 만들 때마다 식물을 부위별로 뜯어보고, 다음 계절이 오기를 기다려 관찰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계절별로 식물의 구석구석을 관찰해 디자인하는 이유는 바스큘럼의 식물패턴을 통해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식물이 하나라도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식물패턴, 일상을 자연으로 물들이다


바스큘럼의 대표 상품은 식물패턴 그 자체다. 패턴 디자인은 대부분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사용되는데 의류, 사인, 패키지, 문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실물 제품의 경우 식물패턴이 프린트된 패브릭을 기본으로 하고 커튼이나 쿠션 등 홈패션 제품을 주로 판매한다.


“식물패턴을 만드는 일이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좋아하는 식물을 관찰하는 일이니 즐겁고, 그림을 전공하고 디자인 일을 했으니 패턴 개발에도 별 어려움은 없죠.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가 않네요.”


바스큘럼은 2014년 창업한 이후 더디지만 꾸준히 성장해왔다. ‘더딘’ 성장에는 김유인 대표의 의도가 담겨 있다. 성장을 좇다가는 본래의 가치가 흐려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바스큘럼의 패턴과 제품 모두 높은 완성도를 유지하며, 환경과 사람에 최대한 덜 해롭게 생산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바스큘럼은 더디지만 진정성 있게 나아가는 중이다.


“5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사업 내용이나 방향은 조금씩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워크숍 등 교육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했지만 지금은 패턴 제작에 집중하고 있죠.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할 거예요. 하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요. ‘식물의 친근함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식물패턴’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죠.”






김유인 대표가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바스큘럼을 운영하며 오래 이 일을 하는 것이다. 김유인 대표의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식물의 생김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얻고, 집밖에서 만나는 ‘진짜’ 식물을 친근하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바란다. 일상의 공간에 식물의 생기를 불어넣는 바스큘럼의 식물패턴을 계속 만날 수 있기를.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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