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가로수부터 천연기념물까지 믿고 맡기는 나무 지킴이 - 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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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산림청/Magazine 숲

2019. 11. 14.




글. 김수영 / 사진. 김종현



 전문가가 나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나무병원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2018년 6월 28일 나무의사 국가자격제도가 도입되면서 ‘나무의사’라는 명칭만으로 나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수목진료체계가 마련됐다. 나이도 경력도 제각각인 제1회 나무의사 자격증 취득자 4명을 만나 나무의사의 조건과 나무의사 일의 즐거움에 대해 들어봤다,




 병든 나무를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기쁨


경기 화성시 융건릉 재실 마당에는 흔치 않은 침엽수 1그루가 있다. 여러 갈래로 휘어져 야트막하게 자라는 한국 특산종 개비자나무로 보존 상태와 크기, 역사적인 의미 등을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504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융건릉 개비자나무는 우리나무병원 문성철 원장이 최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천연기념물 중 하나다.


“전국 여러 곳에서 천연기념물의 건강을 검진하고 있습니다. 1달에 1번 이상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단하고, 영양 공급과 병해충 방제 등 기본 관리를 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추가 관리에 들어갑니다. 여기 있는 개비자나무도 지금 치료 중입니다. 잎이 시드는 원인을 찾다 토양이 단단하고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성철 원장은 산림자원학을 전공하던 학부 때부터 나무병원에 관심을 갖고 준비를 시작해, 졸업하던 해인 2000년부터 나무의사로 활동해왔다. 처음 나무병원에 흥미를 느낀 이후 지금까지 나무는 변함없이 그를 매료시키는 대상이다.


“나무가 병드는 원인은 무척 다양합니다. 나무의사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정확한 진단이죠. 원인을 파악한 후에는 치료 계획을 세우고, 직접 혹은 수목치료기술자의 손을 빌어 치료를 시작합니다. 진단과 치료 방법이 정확해도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나무는 회복이 더디거든요. 나이가 많은 천연기념물은 더 그렇고요. 모르는 사람은 알아채기 힘들 만큼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을 시간을 두고 확인해가는 즐거움은 나무의사가 아니면 모를 겁니다.”








 나무의사의 신뢰를 높이는 국가자격제도


대학 시절부터 다른 과 전공수업까지 챙겨 들으며 나무의사가 알아야 할 지식을 착실히 쌓아온 문성철 원장은 재학 중에 식물보호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무병원에 근무하며 수목보호기술자와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문화재수리기술자는 천연기념물을 진료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자격증이다. 전공 지식과 20년 나무의사 경력을 갖춘 그에게 나무의사 국가자격제도는 어떤 의미일까.


“산림청의 판단에 공감합니다. 사실 2010년대 초반 제도가 바뀐 후로 나무병원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위기가 있었거든요. 나무를 진료할 수 있는 자격기준이 완화되면서 잘못된 진단과 치료, 부적당한 고독성 농약 살포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죠.”


문성철 원장은 엄격한 검증을 거친 사람에게만 ‘나무의사’라는 이름을 허락하는 나무의사 국가자격제도가 느슨한 자격 기준으로 생겼던 문제들을 줄이고 나무병원의 신뢰도를 높일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나무의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깊고 넓은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1회 나무의사 자격시험을 치러 보니 기존 자격증 시험에 비해 난이도가 높고, 공부도 많이 필요하더군요. 저처럼 오래 일한 사람도 150시간 양성교육을 받으며 준비과정을 거쳤으니까요. 나무의사라는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확실한 검증 제도가 생긴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기초를 다지고 원리를 짚어보는 기회를 가진 것도 좋았습니다.”






 집요하게 그리고 겸허하게, 좋은 나무의사 되기


나무의사 국가자격 취득 과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나무의사 자격증 취득은 시작일 뿐이다. 사람을 고치는 의사가 그렇듯 나무의사의 임상경험과 배움에도 끝이 없다.


“진단의 시작은 나무 종류별 특성을 파악하는 겁니다. 그런데 나무 종류는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죠. 나무가 병드는 원인도 다양할 뿐 아니라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가 살펴야 합니다. 때로 수년 전 시작된 문제가 뒤늦게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문성철 원장은 정확한 진단을 내리려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원인을 추적하는 집요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나무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또 한 가지는 겸허한 자세다. 수많은 나무, 다양한 원인을 한 사람이 모두 경험하거나 알 수는 없다. 수목병해충 관련 저서인 <나무병해충도감>과 <수목해충학>을 집필하고 3곳의 나무의사 양성기관에서 강의를 하는, 20년 경력의 문성철 원장도 여전히 모르는 문제를 만날 때가 많다. 각 분야 전문가, 동료 나무의사와의 활발한 교류가 필요한 이유다.


“나무의사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비슷합니다. 여러 분야를 두루 알지만, 깊이 있는 전문지식이 필요할 때는 각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죠. 저 역시 진단이 어렵거나 조금이라도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관련 전공 교수님이나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님께 수시로 도움을 받습니다.”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집요하게 파고들고,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배우고 도움받기를 주저하지 않는 문성철 원장의 바람은 하나, 신뢰받는 나무의사가 되는 것이다.


“나무의사는 치료 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신뢰가 특히 중요합니다. 우리나무병원 문성철이 진단하고 치료한 나무라면 결과를 보지 않아도 잘 치료되어 건장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나무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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