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알리는 사람들> 숲에서 찾은 나의 길, 생명의 길 - 숲철학자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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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산림청/Magazine 숲

2020. 1. 9.





글. 김수영 / 사진. 김종현



 살다 보면 나와 세상의 간격에 무감각해질 때가 있다.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기답지 않은 일에 휩쓸려가다 문득, 본연의 나 자신에게서 한참 멀어진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답게 살고 싶다면 숲에서 길을 찾아보라고 권하는 사람이 있다. 숲을 스승 삼아 철학을 이야기하고 숲학교를 세워 숲의 가르침을 공유하는 숲철학자 김용규다. 




 삶의 길을 찾아 숲으로


충북 괴산군 외딴 산자락, 가파른 비포장도로 끝에 여우숲 숲학교 ‘오래된미래’가 있다. 여우숲은 숲길을 따라 숲학교와 야외 강의장, 생태탐방로, 체험시설, 숙박시설이 자리하고 있는, 이를테면 ‘복합숲문화공간’이다. 오래된미래 교장이자 숲철학자인 김용규 씨가 2006년부터 이곳에 터를 닦기 시작해 2008년 여우숲을 설립하고, 2012년 숲학교를 열었다. 그는 나와 나 아닌 것 사이의 충돌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야겠다는 절박함이 여우숲의 씨앗이 되었다고 말한다.


“여우숲으로 오기 전에는 그냥 직장인이었어요. 금융회사와 이동통신회사에 있었고, 벤처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에는 벤처 CEO로 발탁되어 7년 정도 경영자의 길을 걸었죠. 그러다 껍데기를 추구하며 사는 삶이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숲으로 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나인 것과 나 아닌 것의 충돌이 내면의 불화를 일으킨 거였죠.”


고통스러울 만큼 견디기 힘들었던 이유는 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직장인의 삶이었다. 접대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자리가 힘들었고,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노는 문화를 견딜 수 없었다. 내가 아닌 나로 사느라 허허롭고 내면이 들끓을 때면 서울 주변의 산과 숲을 찾아다니며 마음을 달랬다.






“일주일에 1번은 산에 갔어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관악산이었죠. 솟구쳐 오르는 화강암 바위의 기상이 좋아 즐겨 찾던 수락산에서 어느 날 바위를 뚫고 자라는 소나무를 봤어요. 어떤 생명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소나무를 보며 참된 나의 길을 찾아 나설 용기를 얻었죠.”


그날 이후 숲은 숲철학자 김용규의 참 스승이자 삶의 터전이 되었다. 그는 먼저 숲에 대한 책부터 찾아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 <광릉숲에서 보내온 편지>를 시작으로 수목생리학, 병리학, 도감과 분류학 같은 전문서적까지 과감하게 파고들었다. 숲을 배우고 싶어서 숲연구소도 찾았다. 그곳에서 부분을 넘는 전체로, 대상을 넘는 존재로서 생명을 바라보는 남효창 박사의 시선은 그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어쩌면 나무도 의지가 있겠구나 하는 통찰을 얻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렸어요. 그렇게 가슴에 고여오는 것들을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어서 첫 책 <숲에게 길을 묻다>를 쓰게 됐죠.”


여우숲에 자리를 잡기 위해 집을 짓고 처음으로 한 일이 이 책을 지은 것이다. 이후 두 권의 책 <숲에서 온편지> <당신이 숲으로 와준다면>을 더 썼지만, 첫 책은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숲의 생명성을 인문학적 통찰로 읽어냈다는 평을 받으며 숲철학자라는 이름을 얻는 계기가 됐고, 인기 강사로서의 경력도 이 책과 함께 시작되었다.






 함께 만들고 함께 배우는 숲학교


여우숲과 숲학교 오래된미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기 강사인 숲철학자 김용규의 몸과 마음이 머무르는 자리다. 이곳에서 그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숲과 생명과 삶을 공부하고 이야기하며, 틈틈이 명이나물 농사를 지어 대지를 푸르게 물들인다. 비로소 자신의 길을 찾아 자기를 회복하고 생명과 소통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숲학교는 숲으로 오면서부터 품어온 꿈이었다. 그 자신이 숲에서 배웠듯 다른 사람들도 숲의 이야기를 듣고 생명성을 회복해 각자의 삶을 회복하도록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뜻이 맞는 동네 사람 몇 명과 구들방에 모여 함께한 공부모임이었다. 숲학교의 꿈을 공유했던 소박한 숲공부 모임은 숲학교 오래된미래의 대표 프로그램인 ‘인문학공부 모임’,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된 ‘한 걸음더 깊은 인문학공부 모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용>의 첫 세 문장에 제가 숲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 숲학교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다 담겨 있습니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생명에는 저마다 하늘이 내려준 각자의 ‘성’이 품부되어 있으니, 그 고유한 성을 따라 사는 것이도 즉 길이고, 그 길을 닦아나가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라는 의미죠.”


유용한 인간을 키워내는 데만 몰두하는 오늘날의 학교를 대신해 진짜 자기로 살 수 있는 길을 살펴나가도록 돕는 공간으로 출발한 숲학교는 동서양의 철학이 모두 깃들어 있는, 온갖 생명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숲을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모든 생명이 주인인 숲, 여우숲


보고 즐길 것이라고는 오직 ‘숲’뿐인 여우숲에서 열리는 인문학공부 모임은 언뜻 작은 축제처럼 느껴진다. 전국 각지에 사는 사람들을 이 외딴 곳까지 불러모으는 것은 다름 아닌 숲의 생명력, 그리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무언가를 받아가려고 오는 분들이 많았어요. 위로와 위안을 찾아왔다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원망을 쏟아내는 분들도 있었죠. 그러다 스스로 주인이 되어 공동체를 이끌어나가는 분들이 하나둘 늘어가기 시작했어요. 사랑받기 위해 왔다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그렇게 남을 사랑할 힘까지 회복하는 분들을 볼 때 숲학교 교장으로서 기쁨을 느낍니다.”


10월의 인문학공부 모임은 뜻깊은 행사가 더해져 조금 특별하게 진행됐다. 고 신영복 선생의 뜻을 기리는 ‘더불어숲’의 소모임 ‘더불어 이승혁’에서 고인의 도서 1,000권을 여우숲에 기증하기로 하면서 고 이승혁 선생을 기리는 4주기 행사와 도서 기증행사, 숲철학자 김용규의 인문학 강의가 함께 진행된 것이다. 고 이승혁 선생은 도서출판 더불어숲 창업자이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의 든든한 지원자로, 자신과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아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오늘 행사에서 1,000권의 책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여우숲과 더불어숲의 연대가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여우숲은 제가 설립한 공간이지만 저 한 사람의 것이 아닌, 누구나 주인이 되는 공간입니다. 앞으로 오늘 같은 연대와 교류가 활발하게 이어져 숲에서 생명을 배우고 주인성을 회복하는 여우숲의 정신이 널리, 오래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숲철학자 김용규는 요즘 첫 책 <숲에게 길을 묻다> 개정판 출간 막바지 작업에 한창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길을 찾고 자신과 화해하기 위해 숲속에 집을 짓고 처음 맞이한 겨울, 첫 책을 쓰던 당시와 지금의 그는 초판본과 개정판처럼 같은 듯 다른 사람이다. 겨울이 다가오면 스스로 낙엽을 떨구는 나무를 보며 우주와, 죽음과 화해하는 삶을 배우고 있다는 숲철학자 김용규. 그에게 숲은 잃어버렸던 시작이고, 다시 찾은 근원이며, 궁극의 종착점이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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