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민단편팬픽

오직성민SJ 2008. 8. 11. 22:19

 

 


"요즘에는 가시 있는 장미 찾기 힘들더라.“ 

 

 

성민이 투명하게 반짝이는 크리스탈 꽃병에 한 아름 꽂혀있는 장미중 하나는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네가 사온 것도 그런 거네?”

 

 

성민이 마주앉아서 시선을 장미에게 던지고 있는 규현에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막 봄이 시작된 봄 햇살 마냥 따뜻하고 밝았지만, 막상 속을 열어보면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남아있는 듯한 미소였다.

규현도 그미소를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억지로 만 든거지 뭐.”

 

 

성민의 웃음도 성민이 억지로 만든 것 이다.

사실 규현의 기억으로는 성민이 진짜 웃음을 지은 건 얼마 없었다. 

거의 자신이 괜찮다는 그런 얄팍한 속임수로 웃는 것이었다.

아직 그 버릇이 고쳐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규현은 성민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차... 줄까? 영국에서 귀국할 때 사온 건데?”

 

 

“아니.” 

 

 

규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냥 커피.”

 

 

“그냥?”

 

 

"응 그냥. “

 

 

 

 ”설탕 두 숟갈 프림 두 숟갈 다방커피말고? “

 

 

 

성민의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마냥 조용했던 집안에 조금이나마 생기를 주려는 듯 울려퍼졌다.

성민이 쪼르르 주전자에 물을 붓더니.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나 귀국한거 누구한테 들은 거야?”

 

 

 

“기범이.”

 

 

 

 

 “아........ 려욱이는 잘 있데?”

 

 

 

 

“모던실용음악과 들어갔어.”

 

 

 

“정말? 기범이는?”

 

 

 

“영문학.”

 

 

 

“음..아직 둘이서 사귀지?”.

 

 

 

 

“놀라우리 만큼.”

 

 

 

성민의 기억으로는 려욱은 고등학교 때도 초등학생에 맞먹는 성격 탓에 개초딩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고.

기범은. 조선시대에서 건너온 놈 이라는 별명이 있었을 정도로 점잖고 어른다운 성격이었다.

서로 상극인 그들이 사귄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놀라웠는데.

벌써 5년이 넘었다는 사실에 성민은 오래살고 보니 별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잘살고 있구나.. 너..........”

 

 

 

 “이제 내가 질문 할게.”

 

 

 

“...........................그래.”

 

 

“3년 전 설명해봐.”

 

 

나올게 나왔구나 하는 생각에 성민은 눈을 한번 질끔 감았다가 떴다.

3년 전. 자신에게 연락도 한번 하잖고. 훌쩍 떠나버린 일에 많이 힘들어했을 것이라.

성민도 영국에서 내내 생각하며 똑같이 가슴 아팠다.

 

 

 

“도망간 거야?”

 

 

 

“규현아.”

 

 

 

 “도망간 거냐고!”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었어도 이렇게 소리 질렀으리라. 아니 뺨이라도 한대 때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3년 전에........ 사라진 거 말하는 거라면 도망 맞아…….”

 

 

 

 

 

성민의 말이 채 끊나기도 전에 주전자에서는 물이 다끓었다며 낮으면서도 부드러운 베이스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성민은 자리에 일어서서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고는 위협스러우리 만큼 김을 내뿜는 주전자에서 물을 따랐다.

 

 

 

“가치. 있었으리라 믿고 싶어.”

 

 

 “................................”

 

 

 

 

 

“실은 많이 힘들었어.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 아슬아슬 하고 무서웠어.

이성이 헤어지면. 주위에서 어쩌냐고 위로들 하지만. 동성이 헤어지면 잘들 생각했다.

드디어 정신 차렸구나. 할거야. 환영받지도 못하고. 손가락질 받는 게 과연 사랑인가 싶었어. “

 

 

 

 

 

”내…….이유야 너에게 얼토당토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게 내이유야. “

 

 

 

 

 

겁이 났었다. 어느 날 규현이 훌쩍 떠난다면 자신은 어찌하나. 위로해줄 사람 하나 없는데. 마음아파서 죽을지 모르는데.

차라리 내가 먼저 헤어지는 게 낫지 않을까. 성민이나 규현이나 억지로 가슴을 꾹 누르고 있었다.

규현도 그이유가 안되는 게 알고 있었고 성민도 그 이유는 필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성민은 지금과 심리가 달랐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자유로웠어. 내가 거기서 시내한복판에서 나 남자랑 사귀어요 하고 소리 질러도. 욕안먹어.

오히려 용감하다며 박수를 받을 수 있어. 얼마만큼 안정됐다고 생각하면 맞아.”

 

 

 

 

 

 

“하지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성민이 애써 목이 메는 것을 참으며 울음과 커피를 넘겼다.

 

 

 

 

 

 “이. 이야기 이제 그만하.......”

 

 

 

 “늘 그랬어.”

 

 

 

“늘 혼자 생각하고 늘 혼자라고 생각하고. 혼자서 결정하고 혼자서 아파하고.”

 

 

 

“옆에 내가 있는데도. 내가 깨닫지 못하게.”

 

 

 

“......................................”

 

 

 

성민이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규현이 아는 대로면 습관 비슷한 두통이리라 신경 쓰이면

 몸보다 민감하게 반응이 오는 머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는 날도 그랬어. 나는 모르게 혼자서 모든 걸 다해버리고 혼자서 울면서 조용하게 가버렸어.

이성민 때문에 나도 혼자가 돼 버렸어. 나는 그렇게 20살의 이성민을 바보같이 떠나보냈어.”

 

 

 

 

 

 “그때의 이성민하고 지금의 이성민하고는 달라.”

 

 

 

“뭐가!”

 

 

 

 

“3년 동안 안게 하나있어. 네가 아무리 날 다른곳을 못 보게 해도. 세상은 조규현만의 이성민으로 있기는 너무 넓어”

 

 

 

 

성민이 고개를  돌렸다. 눈물이 터졌구나.

 

 

 

"그건,...너도 알고있잖아 규현아.."

 

 

 

규현이 생각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아까...... 가시 없는 장미꽃이 찾기 힘들다고 했지.”

 

 

 

규현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장미가 안개꽃을 너무 사랑해서 자연의 섭리까지 저버리면서 가시를 없앤 거야.

안개꽃에게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어서.”

 

 

 

 

"................................."

 

 

 

 

“안개꽃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다시 가시를 찾고싶어도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아니 못 그래. 아무리 후회를 해도 어쩔 수 없어. “

 

 

 

이미 눈물은 터졌건만. 성민은 그걸 애써 넘기려는 듯이 남은 커피를 한 모금 더마 신다.

미지근하건만 뜨거운 커피보다 삼키기 힘들다.

 

 

 

성민은 억지로 넘겼다

 

 

 

 

“나도 저 장미랑 똑같아.”

 

 

 

 “후회해도 이성민 사랑하려 버린 다른 사랑 하는 마음 따윈 돌아오지 않아.“

 

 

 

”헤어날…….시간이나 공간은 주고 가야할거 아냐. 내가 잡을 기회한번이라도! “

 

 

 

규현의 발밑에 물방울이 동그랗게 떨어졌다

 

 

 

”부러웠어. 그래도...안개꽃이 옆에라도 있어서"

 

 

 

 

 ”이성민은 잡히지 않는 사람인 안개꽃이었어.

다른 사람 담을 공간이 있어서 상처받을 까봐 그 공간을 버려야 했던. “

 

 

 

 

 

 ”다음에. 기회 되면 올게. “

 

 

 

규현이 뒤돌아서서 나갔다. 울음을 삼켰지만 채 삼켜지지 않아서

어느새 볼위로 흘러내리던 눈물을 가만히 흐르도록 내버려 두던 성민이 갑자기 자리에 일어섰다.

 

 

 

 

“내가 왜 그걸 몰랐을까. 안개꽃 역시 장미 옆에 있기 위해서 그렇게 작고 볼품없었다는 걸.”

 

 

 

 

성민이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조규현!!!!!!!!”

 

 

성민의 목소리가 이미 텅 비어버린 아파트 단지에 울렸다.

 

 

 

“나는  아직 사랑할 공간이 남아있다 믿었고. 너는 내가 사랑할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왜 우린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몰랐을까 바보 같이......”

 

 

 

성민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쩌면 좋아…….”

 

 


 

 

 

 

 

 

 

 

 

        * * *

 

 

 

 

 

 

 

   한 달 후.

 

 

 

 

 

“야 너 성민이 형 만나봤어?”

 

 

 

려욱이 규현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귀국하고 한번. 한 달 전쯤 왜?”

 

 

 

“무슨 일 있었냐?”

 

 

“왜?”

 

 

 

“아니 성민이 형이 한 달 전부터 모습을 안 나타내서 무슨 일 있었나 해서..”

 

 

 

“아몰라.”

 

 

 

“야 혹시 자살한거 아니야?”

 

 

 

한창 펜대를 놀려대던 규현의 손이 멈추었다

 

 

 

 

“왜 옛날부터 성민이 형 예민하기로 유명했잖아. 막 가을에 낙엽만 떨어져도 울고.... 야, 너어디가?”

 

 

 

 

 

“성민이 형네.”

 

 

 

 “아 만약에 너 때문에 죽으면 님이 용의자…….”

 

 

 

 

재빠르게 사라진 규현의 모습을 보고는 려욱이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지었다.

 

 

 

 

 

“초딩새끼 어디서 뻥을 쳐. 여보세요? 어 조규? 조류처럼 사라졌어.. 어디서 만날까? “

 

 

 

 

 

 

 

기범으로 추측되는 이와 통화를 하던 려욱은 전화를 끊고는 다시 한번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헉...헉”

 

 

 

 

규현이 학교에서 줄곧 달려온 듯 숨을 고르며 성민이 성민의 집 앞까지 다다르었다.

 

 

초인종을 눌러도 소용없을까봐 불안해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기로 했다

 

 

 

“음........”

 

 

고민을 하던 규현이 옛날에 맞춘 핸드폰 뒷자리 네 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스르르 풀리는 비밀번호에 규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뭐야 다끝내놓고.

그러다가 문득 이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성민의 집에 뛰어 들어갔다.

 

 

 

 

 

 

 

“이성민!!”

 

 

 

 

 

규현이 뛰어 들어가자 거실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던 성민이 깜짝 놀라서 일어섰다

 

 

 

 

 

“네가 여기 웬일이야?”

 

 

 

“괜찮아?”

 

 

 

 

규현이 다짜고짜 달려들어 성민의 양볼을 감싸 쥐고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뭐야..이상해.”

 

 

 

 

성민의 말에 그제야 자신이 려욱에게 속은 것을 안 규현은 한숨을 쉬면서 감싸고 있던 성민의 볼을 놓았다.

 

 

 

 

“뭐하나. 마시고가. 새봄인데 왠 땀이야.”

 

 

 규현은 성민을 따라 부엌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식탁위의 꽃병을 바라보았다

 

 

 

 

 

“저거....”

 

 

 

 

 

"응? 아 장미꽃이 혼자 있기 싫대서. 안개꽃” 

 

 

 

성민이 씨익 웃었다

 

 

 

"How about you?"

 

 

 

“응?”

 

 

 

“너는 어때 안개꽃 필요하지 않아?”

 

 

 

 

 “으음..., 필요하지.”

 

 

 

 

“어째서?”

 

 

 

“그 안개꽃이 이성민 이니까.”

 

 

 “맞았어.”

 

 

 

성민이 싱긋 웃고는 규현의 품에 안겼다.

 

 

 

 “사랑해.”

 

 

 

“나도-”

 

 

 

성민과 규현이 마주보고 싱긋 웃었다 따뜻한 봄볕햇살이 그들이 미소와 닮았다.

 그러자 규현이 성민을 갑자기 번쩍 안아들었다

 

 

 

 

 

 

“아악! 뭐야.!!!!”

 

 

 

 

 

성민이 규현의 품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규현의 어깨를 치자 규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몇년 만인데. 그나저나 이성민 오늘 큰일 났네.”

 

 

 

 

 

“야 이것좀 놓고 해!”

 

 

 

 

 

 

 

“도망가면 어쩌라고.”

 

 

 

 

 

그들의 웃음소리가 방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동시에 달콤한 장미향이 풍겨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