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슈주팬픽

오직성민SJ 2008. 8. 11. 23:25

 

이젠 안녕 -  떠나는 이에게

            written by。junkie

 

 

 

015B 선배님들의 노래 '이젠 안녕'. 그 노래보다 지금 우리의 심정을 잘 표현한 노래는 없을 것이다. 그래, 원한 헤어짐은 아니었어. 그 누구도 우리의 헤어짐을 원치 않았어. 하지만 우리는 헤어져야만 했다. 우리를 갈라놓은 세상이 너무나도 싫었다. 미웠다. 증오스러웠다. 그리고, 간절했다….

 

 

이젠 안녕 -  떠나는 이에게….

 

 

 

- 1

 

멤버들 모두가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그 누구도 쉬이 입을 열지 않았다. 때문에 성민은 더더욱 얼굴을 굳히며 자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들어 자주 안무를 틀리던 통에 안무를 가르쳐주던 형도 화를 내고 연습실을 나선지 30분이나 흐르고 있었다. 정규 2집 발매를 앞두고 이제 컴백이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 하필 그럴때에 실수를 밥먹듯이 해대는 성민에게 멤버들은 알게모르게 언짢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젠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기가 더욱 미안해진 상황에 성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고개만 더더욱 떨굴 뿐이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멤버들에 비해 학습능력이 뛰어나 어려운 동작도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외워 안무를 짜 주는 형들에게도, 멤버들에게도 칭찬을 받기 일쑤였다. 그랬던 성민이기때문에 멤버들 또한 지금 이 상황에서 쉬이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안 그러던 녀석이 실수가 늘어감에 알 수 없는 혼돈에 휩싸이고 만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형, 미안해 얘들아..."

 

 

성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 무거운 분위기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숨이 막혀올 것 같은 무거운 분위기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미안하다는 성민의 떨리는 목소리가 연습실을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민은 구역질을 하며 연습실을 뛰쳐나갔다. 멤버들은 그런 성민의 뒷모습을 놀라 굳은채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잠시 뒤 상황파악이 빠른 동해와 정수가 성민의 뒤를 쫓았다.

 

 

거의 밤낮 가리지 않고 연습실에서 연습만 하던 터라 먹은 것도 없는 성민이 변기를 붙잡고 계속해서 게워내는 모습을 발견한 정수는 동해에게 매니저에게 알리라고 한 뒤 성민에게 다가가 등을 두들겨 주었다. 다이어트를 한다더니, 확실히 살이 빠지긴 빠진 모양이었다. 왠지 모르게 작아보이는 등을 보며 괜히 시큰해진 정수는 속상한 나머지 등을 두들기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연습실에서 그저 초조하게 지키고 있던 혁재가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뒤늦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중간에 동해를 만났지만 동해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매니저에게 전화를 하며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선 혁재는 성민의 등을 두들기며 울고있는 정수를 보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한 걸음씩 성민에게로 다가갔다. 먹은 것이 없어서일까, 성민이 애처롭게 붙잡고 있는 변기에는 그 흔한 이물질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저 힘겹게 구역질을 하며 위액만 뱉어낼 뿐이었다.

 

 

"형... 왜 그래.. 어디 아파...?"

 

 

이젠 위액마저도 넘어오지 않는 것인지 변기 물을 내린 뒤 바닥에 주저 앉은 성민을 보며 걱정어린 목소리로 묻던 혁재는 괜히 자신이 아픈 것 같이 고통스러웠다. 지난 수년동안 함께 해온 성민이 이렇게 아파하던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파도 아픈척 티내지 않았고 슬퍼도 슬픈티를 내지 않았다. 힘들어도 웃었고 괴로워도 웃었다. 그런 성민이 이토록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자신이 아프고 자신이 힘든것만 같았다.

 

 

정수는 성민을 일으켜 입을 행구게 하고 사무실 한켠에 마련되어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성민을 �였다. 다용도로 만들어진 방은 티비가 있어 모니터를 할 수도 있었고, 연습 후 지친 몸을 잠으로 채울 수 있도록 한켠에는 침대도 자리잡고 있었다. 있지도 않은 것들을 억지로 게워내던 성민은 여간 아픈게 아닌지 인상까지 쓰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성민의 모습을 보던 혁재는 그저 안절부절 못할 뿐이었고 정수는 아직까지 오지 않는 매니저와 동해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형, 혀엉.. 많이 아픈거야? 응?"

 

 

혁재가 울먹이며 말을 건네자 성민은 그새 고통스러운 얼굴로 웃어보이며 괜찮다고 혁재를 다독였다. 전혀 괜찮아보이지 않는 성민의 모습에 결국 혁재도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바보탱이야, 나도 안 우는데 니가 우냐.. 니가 아퍼? 이혁재 바보다 바보야~"

 

 

우는 혁재를 달래기 위해 성민은 고통스러운 얼굴을 힘겹게 피고 웃으며 혁재를 놀려댔다. 하지만 혁재의 눈물은 쉬이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쉽게 그칠 눈물이었다면 애초에 흘리지도 않았을 터. 한 번 눈물을 뽑았다 하면 세상 다 산듯 서럽게도 울어대는 통에 왠만한 일로 혁재는 울지 않았다. 자신이 스스로를 너무 잘 아는 듯 했다. 하지만 지금, 혁재는 너무도 서럽게 성민의 옷깃을 꼬옥 쥐고 아이마냥 그렇게 울고 있었다.

 

 

 

 

 

-

 

 

"뭐..뭐래? 어디가 아픈거래?"

 

 

정수와 영운이 연습실에 들어오자 하나같이 때로 몰려들어 똑같은 소리만 연발하고 있었다. 그런 멤버들은 괜히 귀찮아진 영운은 멤버들을 밀치며 연습실 구석에 있는 쇼파에 몸을 �혔다. 팔로 얼굴을 가린터라 그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심정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조차 없었다. 그런 영운의 모습을 보던 정수는 멤버들을 조용히 시키며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

 

뒤늦게 매니저를 데리고 온 동해가 영운을 동반해 성민을 엎고 벤으로 향했다. 혁재는 저도 따라가겠다고 난리를 부렸지만 그런 팅팅 부은 눈으로 사무실을 나섰다간 팬들에게 어떤 소리를 들을지 몰라 어거지로 떼어놓고 정수와 동해, 영운만이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이도 사무실 앞에는 팬들이 많지 않았다. 개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속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수천번 외치는 정수였다.

 

 

스트레스성 위궤양이라고 했다. 아니, 검사를 해 봐야 한다고 했다. 혹시 모른다고 했다. 심각한 상황이 아닐 경우에는 위염으로 끝날 수 있지만 심할 경우 위궤양, 또는 위암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언제까지나 가능성은 열어 두어야 한다고 했다.

 

 

요즘 한국 의사들 많이 나태해졌구나 싶었다. 검사도 해보지 않고 위궤양이라니, 의사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런 말을 짓걸이는 건지. 정수는 굳은 얼굴로 성민이 있는 병실에 들어섰다. 링겔을 맞고 자고있는 성민이 참 편안해보였다. 요 근래에 처음 보는 편안해보이는 얼굴이지 싶었다. 항상 불안해하고 항상 굳어있고 항상 무언가 힘들어보이는 얼굴이었는데... 형으로써, 리더로써 챙겨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정수는 또 다시 스스로를 죄책감으로 가둬버리고 있었다.

 

 

"여기는 내가 있을게, 형은 영운이형이랑 연습실 가봐. 멤버들이 걱정하고 있으니까."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많았다. 전에는 그저 애늙은이라며 놀리곤 했었는데... 지금 보니 누구보다 침착하고 상황파악이 빠른 동해가 새삼스레 다르게 보였다. 평소에는 까불거리고 장난만 쳤는데, 동해도 이제 확실히 어른이 된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놓이는 정수였다.

 

 

병원밖 벤치에 앉아 모자를 푸욱 눌러쓴채 담배를 찾기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영운에게 다가가다 잠시 멈춰선 정수는 영운에게 담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영운에게 다가갔다.

 

 

"있어도 피지 마라. 성민이도 함께한 약속이잖아."

 

 

무덤덤한 정수의 목소리에 정수를 바라본 영운은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갑갑해 미치겠어서 담배라도 피고싶다고, 지금 피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정작 목구멍에서만 맴돌 뿐, 입 밖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정수의 얼굴에는 굳은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런 정수가 이해되지 않는 영운이었다.

 

 

의사에게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두 사람이 함께 들었다. 분명 그랬다. 하지만 아까 보았던 정수의 얼굴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살짝만 건드려도 무너져내릴 것 같았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의 정수는 굳건해보였다. 그에 더욱 혼란스러워진 영운은 정수가 잡아 끄는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어느새 벤 앞까지 온 정수가 문 앞에서 타지 않고 멍하니 있는 영운의 등짝을 확 후려치기 전까지 영운은 다른 생각에 멍해져 있을 뿐이었다.

 

 

 

 

- 2

 

 

멤버들을 자리에 앉히고 정수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쇼파에서 얼굴을 가린채 누워있던 영운은 그 소리가 듣기 싫은듯 벌떡 일어나 연습실을 빠져나가버렸다. 그런 영운의 모습을 본 멤버들은 더욱 긴장을 하며 정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위염, 위궤양, 위암... 어느 것도 무시할 수 없음. 약하면 위염, 조금 심각하면 위궤양. 그리고... 많이 심각하면 위..암... 자세한 건 검사를 해 봐야 안다. 아마도 성민이가 잠에서 깨어나면 바로 검사에 들어갈거고 검사는 이틀정도 후에 나옴."

 

 

정수의 설명이 끝나고 멤버들은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위염이라면 다행이다. 약을 먹고 관리만 잘 하면 언제든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에. 위궤양이라면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위궤양 역시 시간을 두고 관리만 잘 하면 그것 역시 나아질 수 있는 병이었다. 하지만 멤버들의 입을 굳어버리게 만든 단어. 위암... 위암은 대부분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말기에 나타나며 위염, 또는 위궤양과 증상이 비슷해 짐짓 그냥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많아 수술로도 손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 쉬운 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이 위암이며 말기 판정을 받은 사람 대부분 암이 다른 장기까지 전이되기 쉬울 정도로 위험한 병이었다. 그런 병이, 어쩌면 성민의 몸 속에서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두의 머리 속은 새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그.. 그게 다야?"

 

 

어느새 얼굴까지 하얗게 질린 혁재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아마도 모두가 하고싶었던 말일 것이다. 너무도 쉽게 심각한 내용을 서스럼없이 내뱉은 정수때문에 머리 속이 복잡했다. 새하얘졌던 머리는 어느새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어, 이게 다야. 어쨌든 성민이는 며칠 입원을 해야할 거 같아. 복잡하지 않도록 몇명씩 나눠서 병문안을 가는건 상관 안 하겠지만 우루루 몰려서 가진 마, 안정을 취해야하는 애니까. 나는 그럼 팀장님한테 알리고 올게."

 

 

무덤덤하게 말을 끝낸 정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를 돌아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정수의 눈에선 맑은 눈물이 아슬아슬하게 맺혀있었다. 그리고 두 눈을 꼭 감고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제발 성민이가 웃으면서 우리 품에 돌아올 수 있기를... 많이 아픈 것이 아니기를... 지금 자신이 생각하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눈을 감기가 무섭게 눈물이 흘러 내렸다. 너무도 아픈 눈물이... 흘러버렸다.

 

 

 

 

-

 

"진작 알렸어야지! 그래서, 성민이는 괜찮아?"

 

 

사무실로 내려가 팀장에게 성민의 일을 보고한 정수는 의외로 화를 내지 않는 팀장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성민의 안부를 전했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분명 심각하진 않을거라고.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전했다. 팀장은 그에 컴백을 늦춰야겠다고 보고해야겠다며 정수를 돌려보냈다. 그렇게 이것 저것을 준비하는 팀장의 얼굴에도 어느새 어두움이 깔려있었다.

 

 

다시 연습실로 들어간 정수는 축 쳐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는 멤버들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모두가 슬퍼할 상황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간간히 훌쩍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컴백일정 미루기로 했으니까, 나누어서 성민이한테 가봐.. 동해만 있어서 심심할거야.."

 

 

예전같았으면 컴백을 미뤘다고 하면 짜증을 내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했었는데... 빨리 컴백해서 활동하고 싶던 멤버들은 그저 짜증내기만 바빴고 이래저래 빡세게 돌아가는 연습과 스케줄에 힘들어했던 멤버들은 그저 좋다고 아싸아싸거리며 짜증내는 멤버들의 눈치를 보곤 했었는데... 도대체 정수의 말을 듣기나 하는것인지 반응이 하나 없는 멤버들 덕분에 오히려 난감해진 정수였다.

 

 

"나!! 나부터 갈래!"

 

 

갑자기 벌떡 일어나 멤버들을 놀래킨 혁재는 무슨일이 있어도 자신이 먼저 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얼굴에 뭍어나고 있었다. 멤버들은 그를 누가 말리랴- 하는 표정으로 황당해하며 혁재와 함께 갈 멤버를 정하기 바빴다.

 

 

 

"그럼 오늘은 혁재랑 려욱이랑 동희랑 갔다오도록 해, 가서 동해보고 밤에는 내가 있을거니까 우기지 말고 오라고 그러고. 아참, 혹시 모르니까 먹을거는 사가지 마- 애 검사하기 전에 아무것도 먹으면 안 되는데 먹을거 사가지고 가면 그것보다 곤욕인건 없으니까. 알았지 신동?"

 

 

"알았어요~ 여기서도 잔소리 나오지? 애들 잘 챙겨서 올테니까 이따 병원에서 봐요-"

 

 

정수가 옷을 챙겨입고 사무실을 나서는 동희에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니 동희는 그 개구진 얼굴로 대꾸를 하면서 혁재와 려욱을 이끌고 사무실을 벗어났다. 이미 시간이 늦은지라 사무실 밖에는 꽤 많은 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세 멤버들이 모습을 보이자 너도나도 소리를 지르며 들러붙었다. 평소 팬서비스가 좋은 혁재가 얼굴을 굳히고 붙는 팬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자 팬들은 분위기가 다를 멤버들에 겁을 먹으며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미 대기하고 있던 차에 몸을 실을 때 까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

 

"형!!!"

 

 

차가 병원 주차장에서 멈추자마자 뛰쳐나간 혁재가 단숨에 계단을 올라 병실로 뛰어가자 려욱과 동희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보이며 뒤를 따랐다. 엘레베이터를 타면 될 것을 뭐가 그리 급해서 고작 1,2분을 못 참고 계단으로 향한건지 쯧쯧쯧거리며 병실로 들어선 려욱과 동희는 이미 이산가족 상봉 분위기를 흠씻 내뿜고있는 혁재와 성민의 모습을 보며 참았던 웃음을 크게 터트리고 말았다. 동해는 그저 그런 혁재의 모습을 보며 황당하다는 듯 앉지도 서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세로 혁재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야, 이혁재. 성민이형이 죽다 살아났냐? 왜 호들갑이야 호들갑이! 아픈 사람 붙잡고 뭐하는거냐? 빨리 안 떨어져? 떨어지라거!! 성민이형 검사받고와서 힘들다거!!"

 

 

동해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성민에게서 떨어지며 검사한 건 힘들지 않았냐 아프진 않았냐 어디 또 아픈 곳은 없냐 쉼없이 물어보던 통에 오히려 더 정신이 없고 힘들어지는 성민이었다. 아마도 동해와 동희가 억지로 혁재의 입을 막고 떨어트리기 전까지 혁재의 호들갑은 계속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성민이 요 며칠 실수를 하면서부터 잃어버렸던 웃음이 오랜만에 터져나왔던 것 같았다.

 

 

"아참, 동해야- 오늘 밤에는 정수형이 있겠다고 너 잔말 말고 숙소로 돌아오래. 우겼다간 가만 안두겠다는 분위기였어, 우리랑 같이 돌아가자."

 

 

동희의 말에 동해의 표정이 싹 굳고 말았다. 아니, 굳었다기 보다는 온갖 짜증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리더라고 무조건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는 정수가 평소에는 그저 그랬지만 오늘은 괜히 얄밉게 느껴졌다.

 

 

"아 뭐야!! 왜 선수를 치고 그런대? 늙어가지고 밤새는 건 무리라고 내가 있겠다고 할라니까 선수를 치네! 영감탱이! 젠장..."

 

 

려욱은 그런 동해의 옆에서 동해를 다독거리며 화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혁재는 여전히 성민에게 물어볼 것이 많은 듯 입을 조물조물거리며 다른 세명의 멤버들의 눈치를 보고있었다.

 

 

 

 

- 3

 

 

"그럼 검사는 다 끝난거야?"

 

 

입원을 하고 멤버들이 오기 전까지 이것저것 검사를 받은 성민은 그것이 꽤나 고단했는지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성민이 깨어있을 때에는 그렇게 시끌벅적했던 병실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 남아 있었다. 고새 많이도 야위었구나, 하는 생각에 모두 성민에게 눈을 떼지 못할 무렵 혁재가 멍한 눈으로 힘없는 목소리로 동해에게 물었다.

 

 

"아니, 아직. 내일 아침에 검사 할게 있다네- 그래서 지금 물도 못 먹고있어.."

 

 

"왠지... 아까 아침보다 더 야윈거같아.."

 

 

아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혁재의 눈은 그저 슬프기만 하다. 이렇게 누워있는 성민이.. 이렇게나 아픈 성민이 원망스럽고 그저 미울따름이었다. 아니, 그런 성민을 그렇게 만든 것이 괜히 자신인것만 같아 성민보다 몇배는 더 고통스러워하는 혁재였다.

 

 

많이 친했었다. 그 누구보다 성민을 잘 아는 사람은 나 뿐이라고.. 그렇게 자신만만 했었던 것 같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함께 연습을 했었고, 그 중에서 몇년은 같은 그룹으로 연습을 하면서 더욱 돈독히 우정을 쌓아갔다. 준수가 동방신기라는 그룹으로 먼저 데뷔를 한 뒤에도 성민과 혁재는 서로를 부등켜 안으면서 그렇게 서럽게 울어댔었다. 친한 친구의 데뷔를 축하하는 마음에 감개무량해서... 하지만 그게 무척이나 서운해서... 둘은 그렇게 울었다. 그리고 더 이상 울지 않기로 결심을 했었다. 서로의 손을 꼬옥 붙잡고 기도를 했다. 더이상의 헤어짐은 싫다고. 우리 둘은 함께 같은 자리에서 정상에 서고 싶다고.지금의 슬픔은 하나님이 더 큰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잠시 시간을 두는 것 뿐이라고.

 

 

그 뒤로 이를 악물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둘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인지 성민과 혁재는 나란히 같은 그룹으로 데뷔를 하게 되었고 준수도 미안했던 지난 3년간의 기나긴 시간을 잊기라도 한 듯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었다. 그렇게 슈퍼주니어는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승승장구를 했다. 오락프로그램 섭외 0순위, 음악프로그램 1위 드라마, 영화에서의 출연제의 등등... 길지도, 짧지도 않은 2년이라는 시간동안 너무나도 행복해서 이래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로 슈퍼주니어는 엄청난 대 성공을 거두었고, 더 이상 아픔은 없다는 듯이 그렇게 기쁜 나날들을 보내왔다.

 

 

어쩌면... 어쩌면, 그건 하나님의 장난이었을지도 몰라. 후에 더 큰 아픔을 주시려고... 더 큰 상처를 주시려고... 더 힘든 헤어짐을 주시려고... 그 전에 행복이라는 거, 실컷 느껴보라고 장난치셨을지도 몰라. 그럴지도 몰라... 그런데, 왜.. 왜 하필 성민일까...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 많을텐데... 평생 꿈을 이루고 행복이라는거 느낀게 고작 2년인데, 왜 하필 성민일까... 꼭 성민이어야하는걸까...

 

 

모두의 눈이 슬프게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

 

"나 성민이 병원 갈게, 내일 오는 애들은 뭐, 그쯤이면 검사 끝날테니까 너무 자극적인거 말고 죽이나 그런것 좀 사와- 병원밥은 영양가만 좋지 맛은 없잖아."

 

 

"알았어요. 아, 형! 뭐 필요한거 있으면 전화해- 내일 갈 때 가지고 갈게."

 

 

분주하게 준비를 마치고 자신의 얘기는 듣기나 한건지 급하게 현관문을 나서는 정수의 뒷모습을 보던 영운이 못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예전같았으면 이런 분위기가 싫어서 누구라도 시끄럽게 분위기를 띄우고 그랬을텐데, 어쩜 이렇게 조용한지 새삼스럽게 치가 떨리도록 무겁고 슬픈 공기에 영운은 괜히 눈가가 시큰해져옴을 느꼈다.

 

 

분명 담담한 얼굴로 무덤덤하게 말을 했을 정수지만 누구보다 이 현실이 두렵고 힘든 정수임을 알기에 영운은 더욱 더 슬퍼지기 시작했다. 연습실을 그렇게 뛰쳐나온 것은 성민에 대한 불안감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멤버들이 무너지는 모습이 보기가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강한척하는 정수의 속내를 자신이 끄집어낼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어쩌면, 강하다 자부심을 가졌던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어쩌면......

 

 

끊기로 결심했던 담배가 고파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며칠전 멤버 몇명과 함께 금연을 선서하고 모든 담배들을 꺼내 함께 라이터로 태워버렸던 것이 생각나자 괜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담배라도 있었으면 지금 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누그러트릴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또 쉽게 담배를 사러 발걸음을 옮기진 못하고 있었다. 모두와의 약속에, 성민과의 약속도 포함되어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괜시리 숨이 콱 막혀옴을 느낀 영운은 커튼 사이로 보이는 밤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천천히 쇼파에서 몸을 일으켜 베란다로 향했다. 커튼을 치고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있자니 괜히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서 다시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달빛이 오늘따라 유난히 차고 슬퍼 보였다.

 

 

 

 

 

-

 

"검사는 다 끝난거지?"

 

 

오늘도 병원에 오겠다던 혁재를 억지로 떼어놓고 영운과 규현과 기범이 성민을 찾았다. 혹시 몰라 오는 길에 죽 전문점에 들려 전복죽을 사온 영운은 피곤해보이는 정수에게 죽 봉투를 건네며 물었다. 그에 정수는 응. 이라는 짧은 대답만 전해주고 피곤한 듯 눈가를 지긋이 누르고 있었다.

 

 

"왜 그렇게 피곤해해. 밤에 못 잤어?"

 

 

유난히 피곤해보이는 정수의 모습에 이것저것 가져온 것들을 챙기던 영운이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정수에게 말을 건넸다.

 

 

"아.. 좀. 성민이 자는거 보고 나도 눈을 감긴 했었는데 갑자기 새벽에 애가 먹은것도 없으면서 구토를 하고 정신을 못 차리잖아.. 나중엔 괜찮아져서 다시 잠이 들었는데, 여간 신경이 쓰여야 말이지. 내가 자고있는데 또 아프면 어떡해- 결국 한숨도 못잤어. 너희들 오면 좀 자두려고.."

 

 

정수의 말에 아까부터 말이 없던 규현과 기범은 심각한 얼굴로 잠이 든 성민을 쳐다보았다. 검사가 꽤나 힘들었는지 병실로 옮겨지자마자 잠이 든 성민은 가끔씩 뒤척이며 칭얼거릴 뿐, 별 다른 이상없이 깊게 잠이 들어있었다. 기범은 괜시리 마음이 편치 않은 듯 이따금씩 미간을 찌푸리며 성민의 손등을 조용히 쓰다듬을 뿐이었다.

 

 

 

 

- 4

 

 

정수가 잠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민이 심하게 뒤척거리더니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떠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자신의 손을 꼬옥 쥐고 침대에 엎드려 졸고있는 규현과 옆의 보조침대에서 눈을 붙이고 있는 정수만 보일 뿐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보이지 않아 규현만 왔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한 성민은 혹시나 규현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손을 빼내어 매달려있는 링겔을 들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벗어났다. 보조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정수를 보니 괜히 미안해지는 성민이었다.

 

 

정수는 슈퍼주니어라는 대형그룹으로 데뷔를 하고 그 중에서 가장 권위있는 리더를 맡으면서 많은 멤버들을 챙기느랴 항상 예민해져있곤 했었다. 그래서 유난히 잔병치레가 많았던 정수는 어쩌면 예민한 것이 고질병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평생 없어지지 않을 버릇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예민한 정수가 성민의 뒤척임에도 굴하지않고 깊은 잠에 빠졌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피곤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스케줄이 많아도 짬짬이 잠을 청해 그나마의 피로를 견딜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 짬을 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조금의 잠을 잘 시간조차 없게 만들어버린 자신이 괜히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성민은 혹여나 정수가 깰까봐 발걸음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

 

어제 성민을 병원으로 데리고 와서 알게 된 인적이 드문 병원 뒷켠으로 자리를 옮긴 영운과 기범은 그저 조용히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성민이형, 괜찮겠지?"

 

 

괜히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불안함을 그대로 내비치던 기범의 물음에 영운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괜찮을 것이다. 괜찮아야한다. �찬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정말 그렇지 않다면... 또 다시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해버리는 자신을 원망하고 또 원망하는 영운이었다. 그런 영운이 이해가 된다는 듯 기범 역시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고 고개를 푸욱 숙였다.

 

 

"어라? 여기들 있었구나?"

 

 

어디선가 영운과 기범에게 몰려있던 어두움을 걷어낼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교섞인 이 목소리는 분명 성민의 것이었다. 그것을 단번에 알아챈 영운과 기범은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 곳에는 성민이 링겔대를 끌고 예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거야?"

 

 

반사신경이 뛰어난 영운이 성민에게 다가가 부축을 하며 링겔대를 끌어주자 기범은 졌다는 듯이 피식 웃어보였다. 그러곤 걱정되는 듯이 성민에게 물었고 성민은 병실 안은 너무 답답하다며 샐쭉 웃어보일 뿐이었다. 영운은 그 예쁜 미소를 그냥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버렸다. 그런 자신을 또 다시 원망했다. 왜 자꾸 좋지 않은 쪽으로만 생각하게 되는 것인지... 그만큼 불안한 영운이었다.

 

 

"이야~ 병원에 이런 곳도 있었다니... 여긴 어떻게 안거야?"

 

 

"그냥 뭐... 와보니까 여기더라, 사람도 없고 괜찮지?"

 

 

벤치에 앉아 뜰을 둘러보던 성민이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물어오자 어제 너때문에 심란해서 찾게된 곳이라고 말을 할 수 없었던 영운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가끔은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한 거라고 그렇게 우겨대던 정수의 말이 맞긴 맞는 것 같았다. 그때에는 마냥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이라고 대들며 싸우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자신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한심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성민은 그런 영운의 모습을 보자 갑자기 왜 웃는 거냐며 궁금해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넘겨버리는 영운때문에 고새 삐져서 기범을 끌고 병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성민의 뒷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던 영운은 못내 씁쓸한 듯 웃어보이며 혼잣말로 낮게 중얼거렸다.

 

 

"뒷모습에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그래도 그렇게 보이기만 해주라. 성민아..."

 

 

 

 

 

-

 

"어디갔었어! 걱정했잖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병실에 들어선 성민과 기범은 대뜸 소리를 지르는 규현과 정수때문에 깜짝 놀랐다. 화가 난 듯한 모습에 놀란 것이 아니라 순전히 둘이 동시에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긴 했지만..

 

 

"좀 답답해서, 기범이랑 영운이형 찾을 겸 잠깐 바람 좀 쐬고 왔어요. 헤헷"

 

 

성민이 뒷통수를 긁적이며 말을 하자 화를 낼 만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급 민망해진 정수는 괜히 호들갑을 피운 규현을 나무랬고, 얼떨결에 모든걸 덮어쓰게 된 규현은 억울한 듯 성민에게 구조요청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성민도 하마터면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갔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장난치듯이 규현을 나무랬다. 혹시나 자기가 끼어들었다간 언제 어디서 불똥이 튀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범은 그저 큭큭거리며 말을 아낄 뿐이었다.

 

 

 

 

-

 

"형, 오늘은 들어가서 쉬어요- 많이 피곤해보여. 네?"

 

 

누가 여우 아니랄까봐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고개를 까딱이며 말을 하는데 더 있겠다고 했다가는 고 맑은 눈망울에 눈물이라도 맺힐까, 아니면 원망이라도 섞일까 그렇게 되면 멤버들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엄청난 욕설을 퍼부을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정수였다. 그런 정수의 반응이 그렇게도 마음에 드는지 헤벌레 웃으며 정수의 등을 떠민 성민은 가자마자 푸욱 자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어디 아프면 바로 의사선생님 부르고. 알았지? 그리고 밤에 심심할테니까 멤버 한 명 보낼게- 잠 안 온다고 돌아다니지 말고, 누워서 눈 감고 있으면 알아서 잠 올테니까 푸욱 자. 아, 뭐 필요한거 있어? 애들을 시켜서든 내일 내가 가져오든 할테니까 필요한거 있으면 말하고. PSP가져다줄까?"

 

 

자신의 가방을 챙기면서 할 말이 어찌나 많은지 성민은 그런 정수를 보고 내가 앤가? 하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정수는 댓발은 나온 성민의 입술을 아프지 않게 툭 치고는 그럼 갈게- 라고 말하고는 병원을 나섰다. 그렇게 정수가 나간 문을 하염없이 쳐다보고만 있던 성민은 갑자기 속이 안 좋은건지 입을 틀어막으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변기를 부여잡고 구역질을 하던 성민은 요즘 검사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넘기지 못했기때문에 위액만이 나올 뿐, 고통스럽기만 하고 그 어떠한 시원함도 느끼지 못했다. 혹시나 멤버들이 봤다가는 걱정이라도 할까봐 오히려 자신이 노심초사였던 성민이었다. 오히려 아무도 없을 때에 이렇게 아픈게 다행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아... 설마... 죽..진 않겠지..."

 

 

스스로를 위로하 듯, 스스로에게 암시를 거는 듯... 생전 느껴보지 못한 고통에 불안한 마음이 커져버렸다. 세면대에서 입을 행구며 거울을 바라본 성민은 이상하게 예전과는 다른 많이 아파보이는 자신의 얼굴에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유난히 잔병치레가 많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운동을 했었다. 악으로 깡으로 운동도, 연습도 게으르지 않고 한 뒤로 병원에 갈 정도로 아팠던 적이 줄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성민은 어느새 이렇게 약해져버렸다. 그토록 강하게 먹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는데, 속이 뒤틀리는 미친듯한 고통에 이미 몸도 마음도 약해져버린 성민이었다.

 

 

"심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죽는 것만 아니면.. 좋겠다......"

 

 

 

 

- 5

 

 

똑똑-

 

 

이른 아침부터 성민의 병실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어젯밤 조금 늦게 병원에 도착한 시원은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성민의 자는 모습에 자신이 너무 늦게온 건 아닌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성민의 손을 꼬옥 잡고 가만히 있었다. 몇번이나 기도를 했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부여잡은 이 자그마한 손이 언제까지나 따듯하길 바란다고 얼마나 기도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지쳐 잠이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작은 노크소리에 잠이 깬 시원은 잠긴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들어오라 말을 하고 여전히 잠을 자고있는 성민의 손을 이불 속에 조심히 넣어놓고 몸을 일으켰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짐짓 심각해보이는 의사의 얼굴이 시원을 반겼다. 아니, 시원을 불안캐했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저런 얼굴로 병실에 찾아온다는 것.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쩌면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 앞이 깜깜해져오기 시작했다.

 

 

"매니저분은, 안 계신가보네요. 멤버 되시죠? 저랑 잠시 이야기 좀..."

 

 

조용한 병실 안을 둘러본 의사는 자신이 생각했던 사람이 없자 시원에게라도 말을 해야겠다 싶었는지 조심히 시원을 병실 밖으로 불러냈다. 시원은 말 없이 조용히 앞서는 의사를 붙잡고 왜 그러는 것이냐며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신이 그렇게 예민하게 굴면 굴 수록 성민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해 버릴까봐 떨리는 손을 어찌하지 못한채 조용히 의사의 뒤를 따랐다. 의사는 곧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문 앞에 섰고 조용히 시원을 그 안으로 안내했다. 그때까지 의사와 시원 사이에서는 긴장된 공기만 흐를 뿐, 누구의 말도 오가지 않았다.

 

 

"매니저분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지만 우선.. 어차피 아셔야 하니까 말씀 드리겠습니다. 물론 추후에 매니저분과 가족들에게도 연락이 갈 것이니 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의사의 말에 뭔가 팍 하고 끊어진듯한 기분에 시원은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아까보다 긴장이 많이 풀린 것 같았다. 아니, 의사의 목소리에 맥이 빠지며 어쩌면 포기..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길 바라는 것을...

 

 

"성민군은 상태가 많이 좋지 않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전에 박정수씨한테 말씀 드렸다시피 위염, 위궤양, 위암 모두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검사하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음...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위염도, 위궤양도 아닌..것으로 나왔습니다."

 

 

"그..그럼..."

 

 

"죄송합니다. 위암입니다. 말기로 수술은 시도해볼 수 있으나 기대하시란 말은 차마..."

 

 

 

하느님... 이게 제 기도에 대한 대답인건가요...? 왜, 왜 들어주시지 않으신건가요. 그렇게 기도했는데..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했는데... 다른 건 필요 없어요, 바라지도 않을게요. 성민이형.. 성민이형 한 명만 살려주세요. 네? 앞으로 더 열심히 기도할게요. 제발... 제발요... 제발 우리 성민이형......

 

 

시원의 감은 두 눈에서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성민의 병실로 향하는 시원의 뒷모습이 안쓰러울 만큼 힘들어보여 괜한 말을 꺼냈나 싶었던 의사는 이른 아침부터 응급상황임을 알리는 호출에 급하게 몸을 돌려 응급실로 향했다. 시원은 여전히 미련하게 흐르고만 있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혹여나 울었다는 사실을 성민이 눈치라도 챘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은 예감에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억지로 웃는 연습을 했다. 웃어야만 했다. 성민의 앞에서라면 더욱이 웃어야만 했다. 아무일도 없는 듯이 웃어보이고 싶었다. 그렇게 정말 아무일도 없기를 바라면서 웃어야만 했다.

 

 

크게 숨을 들이킨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성민이 뾰루퉁한 얼굴로 문을 째려보고 있었다. 아마도 어제 늦게온 거에 대한 나름의 화풀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되려 그 모습이 그저 사랑스러워서 시원은 시원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성민에게 다가갔다.

 

 

"어제 늦게와서 화났어요? 다들 스케줄 있어서 빨리 못 왔어요. 그나마 내가 제일 일찍 끝나서 급하게 달려왔더니 형은 벌써 자고있고... 나 미안해서 한숨도 못 잔거 알아요? 형 깼는데 나 자고있으면 서운해할 거 같아서 졸려 죽겠는데 꾸욱 참았다구요~ 그런데도 화낼거예요? 삐질거예요?"

 

 

시원은 삐진 성민에게 못내 서운한 듯 주저리주저리 뱉어내었다. 그러자 성민은 되려 미안해져 안 삐졌다며 싱긋 웃어보였고 시원은 마치 연기라도 한 듯 아까와는 다르게 역시 환하게 웃어보였다. 성민은 그런 시원때문에 뭔가 속은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자신을 위해서 잠도 자지않고 옆에 있어준 시원이 그저 고맙기만 했다.

 

 

"나 오기 전까지 안 아팠어요? 심심했죠?"

 

 

"응 심심해서 막 아팠어- 크힛, 장난이고~ 하나도 안 아팠어~ 그냥 피곤해서 일찍 잔거야-"

 

 

아프지 않았냐는 시원의 물음에 잠시 흠칫한 성민은 혹여나 걱정이라도 시킬까 지난 밤의 고통스러움은 혼자만 알고있기로 하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게 자신을 위해, 걱정하는 멤버들을 위해 더없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 성민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눈이 부었어~ 울었어요?"

 

 

"우,울긴!! 많이 자서 그래- 진짜야~ 진짜로 너무 많이 잤더니 부은거야~"

 

 

시원은 알고 있었다. 성민은 라면을 먹고 자도 저렇게 눈이 붓지 않는 다는 걸. 행여나 많이 자서 부었다면 눈만 붓는게 아니라 얼굴이 붓는다는 걸... 아팠나보다. 시원은 자신이 오기 전 어떠한 고통으로 아파했을지, 힘들어했을지 상상이 되어 괜히 코끝이 시큰해져옴을 느꼈다. 그리곤 무리를 해서라도 좀 더 빨리 왔어야했다고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했다.

 

 

"뭐 먹고싶은거 없어요? 아 참, 조금 있다가 매니저형 올거예요- 형한테 할 말 있다고 그러던데..."

 

 

무슨 할말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성민의 얼굴을 보고있던 시원은 어쩌면 저런 천진난만한 표정은 이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울컥해져 화장실을 간다며 병실을 빠져나왔다. 엘레베이터 앞에서 만난 매니저는 미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심각하고 힘들어 보였다. 아마도 의사가 전부를 이야기했겠거니 싶어 시원은 그저 희미하게 웃어보인 뒤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매니저가 성민의 병실에 들어섰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던 시원은 화장실 가장 끝 칸으로 들어가 곧 문에 기대어 주저 앉았다. 시원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만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저토록 밝은 얼굴이 점점 사라지고 말겠지. 어쩌면 더 이상 성민의 예쁜 미소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픔에 찬, 고통에 찬 얼굴에 대한 두려움에 그렇게 계속 울기만 했던 것 같다.

 

 

 

 

- 6

 

 

"성민아-"

 

 

시원이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매니저가 들어왔고 성민은 괜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매니저의 얼굴에 환한 얼굴로 매니저를 반겼다. 그런 성민의 환한 미소에도 매니저의 표정은 풀어질 줄을 몰랐고 그에 덩달아 심각해진 성민은 매니저의 입에서 나올 말이 무슨 얘기인지 알겠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성민아, 할 얘기가 있다."

 

 

매니저의 말에 두 눈을 꼬옥 감은 성민은 다짐이라도 한 듯 환하게 웃어보이며 왜그렇게 심각하냐면서 장난을 쳤다. 듣고싶지 않다는 뜻이었겠지만 매니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성민의 말을 무시한채 입을 열었다.

 

 

"들어야되. 듣고싶지 않다고 언제까지고 피할 수 있는건 아니잖아."

 

 

"시..싫어 형... 나 안 들을래.. 안 들을래요, 네? 혀엉... 제발..."

 

 

어느새 성민의 눈에선 슬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정말 간절하게 원한다는 눈빛으로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를 바라는 눈에서 너무도 아프고 슬픈, 애절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쩌면 성민도 예상을 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을 한 매니저는 성민이 좀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프지만 밝고 힘들지만 참고 견딜 줄 아는.. 그런 성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밀어부칠 수 밖에 없었다.

 

 

"이성민! 너 그렇게 약한애였어? 너 그렇게!!!"

 

 

"그래! 나 약해빠진애였어. 원래 그렇게 비겁했다고!! 듣기 싫은거 일부로 피하고! 무서운건 하지도 않고. 나 원래 그랬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말 하지 말란말야!!!!"

 

 

그렇게 오열을 하는 성민을 보며 매니저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슈퍼주니어로 데뷔를 하고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꾹 참아왔던 눈물이기에 이 아이가 지금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지 괜히 자신이 더 아려오기까지 했다. 어쩌면 결과를 기다린 자신보다, 가족보다, 멤버들보다 더 두려웠을 성민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자신의 꿈을 이뤘는데... 이제야 그토록 원하던 정상이라는 자리에 서 보았는데... 평생 이렇게 늙어서까지 멤버들과 함께 웃으면서 지내고 싶어했는데 그것이 끝이라고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게 나였다면 가능할까... 매니저는 그렇게 조용히 성민을 다독였다. 이야기는 천천히 해도 될 것이었기에 오늘은 그냥 이렇게 힘들어하는 아이를 놓아주고 싶었다.

 

 

"알겠어.. 오늘은 말 안 할테니까... 그만 울자 성민아- 응?"

 

 

그저 조용히 성민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매니저였다.

 

 

 

 

-

 

"형..."

 

 

성민이 울다지쳐 쓰러지듯 잠이든지 오래 지나지 않아 병실문이 열리면서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시원이 들어왔다. 많이 힘들어보였다. 아픈애가 성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원은 더 초췌했고 위태로워보였다. 그런 얼굴로 웃는다고 누가 좋아하지도 않을텐데 그래도 억지로 웃어보이며 성민의 손을 꼬옥 쥐었다.

 

 

"형들이랑 애들은 알아요..?"

 

 

"알았으면 난리났겠지.. 아직은 얘기 안 했어, 이제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해야지... 걱정이다 정말..."

 

 

성민의 결과를 들은 멤버들의 반응이 머리 속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슈퍼주니어가 맞이하는 데뷔이래 가장 큰 사건일 것이고 어쩌면, 멤버들을 추락시키는 사건일지도 몰랐다. 매니저는 그저 아이들이 굳건히 이겨내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상처받고 힘들어하지 말고 이겨내주기를 이 상황을 잘 넘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나는 이만 가볼게. 성민이 잘 부탁하고, 오늘은 스케줄 없으니까 저녁때까지 부탁 좀 하자. 이따 다시 올게 너도 눈 좀 붙이고 있어라-"

 

 

이제 말해야한다. 아이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러 숙소로 발길을 옮기던 매니저는 잠시 몸을 돌려 죽은듯이 자고있는 성민을 바라보았다.

 

 

'성민아, 이제 어떻게 해야하니...'

 

 

숙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웠다. 그리고 유난히 어둡게만 느껴졌다.

 

 

 

 

 

-

 

"무슨일이야? 무슨 일인데 우리까지 여기에 모여있으라는거야?"

 

 

희철이 투덜거리며 현관으로 들어왔다. 그 뒤에는 기범과 한경이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문을 열어준 려욱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지만 려욱 역시 알 턱이 없었다. 그저 좀 전에 매니저한테 연락이 와서 모두 모이라는 전갈만 받았을 뿐 그 이유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오랜만에 모두가 한 숙소 안에 있자니 괜히 어색해진 멤버들은 서로 하고있던 일들을 멈추고 거실에 모여 앉았다. 아, 성민과 시원이 빠졌으니 모두라는 단어는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멤버들을 괜시리 서로의 눈치를 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바닥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딩동-

 

 

침묵을 깨트리는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으로 시선을 돌린 멤버들은 밖에서 들려오는 매니저의 목소리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 려욱이 재빠르게 일어나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스물두개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건 신발을 벗고 거실에 발을 들여놓은 뒤였다. 순간 당황한 매니저는 어색한 듯 심각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멤버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왜그렇게 심각하냐며 농담을 건냈지만 오히려 분위기만 더 싸해질 뿐이었다.

 

 

"형, 무슨 일인데 우리를 다 불러 모은거예요?"

 

 

여간해선 궁금해서 못참겠던지 혁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혁재의 말이 끝나자마자 멤버들은 또 다시 매니저를 쳐다보기 시작했고, 이내 어두워진 매니저의 얼굴을 보곤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음... 그래, 대충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 후-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성민이..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될 지도 몰라."

 

 

"무슨.. 무슨 얘기야...?"

 

 

"위암..말기란다..."

 

 

 

 

- 7

 

 

"마..말도 안 되..."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 혁재의 얼굴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모두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매니저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장난이라는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듯 애처로워보였다.

 

 

"수술은... 요즘엔 수술하면 가망있잖아.. 수술하자. 응? 형, 우리 성민이 수술 시키자. 제발 형... 혀엉!!!"

 

 

숙소 안에서 더 이상의 침묵은 존재하지 않았다. 매니저도 울었고 떨리는 목소리를 주체할 수 없이 말을 꺼낸 정수도 오열을 했다. 그들을 바라보던 멤버들도 흐느끼다못해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뤄낸 자리인데... 얼마나 힘들게 올라온 자리인데 벌써 한 명을 보내야한다는 사실이 이들에게는 살을 찢는 고통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다.

 

 

"부모님은... 아시지..?"

 

 

진이 빠지도록 실컷 울었는지 희철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매니저는 더 이상의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희철은 그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베란다로 나가버렸다. 시원한 바람이 필요했다. 바람이라도 맞고 있으면 뭐든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바람을 타고 성민의 병도, 자신들의 힘든 상황들도 모두 날아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희철이었다.

 


 

 

 

 

-

 

"있잖아, 나 말야... 괜..찮겠지..?"

 

 

왠지 말 없이 멍하게 있던 성민이 이내 시선을 시원에게로 돌렸다. 시운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괜찮다고 말을 하기엔 자신이 듣게 된 그 모든 사실들이 압박을 가해왔고, 괜찮지 않다고 하기엔 성민의 슬픈 얼굴이 보고싶지 않았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대답이라곤 어색한 미소 뿐이었다. 그런 시원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성민도 그렇게 웃어보였다. 매니저가 차마 하지 못하고 간 이야기가 성민의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너무도 참혹한 현실이.. 상상조차 하고싶지 않은 그런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하아.. 바다보러 가고싶다..."

 

 

"나도.. 바다 본지도 진짜 오래된 거 같아..."

 

 

"바다에 가서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싶어. 그럼 다 나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아픈것도 다 낫고, 힘든것도 다 잊고... 진짜 속 시원하게 홀가분하게 돌아올 수 있을 거 같은데..."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지난 가을 싱글활동을 마치고 짬을 내어 바다에 놀러갔던 것이. 그 때, 참 좋았었다. 말 그대로 시원한 바람에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힘들었던 일들이 모두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성민은 문득 그 때의 기분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또 다시 시원하고 홀가분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시원아.. 매니저형 좀 불러줄래?"

 

 

느닷없이 매니저를 찾는 성민이 의아한 시원이었지만 뭔가 할 말이 있는듯한 모습에 알았다며 잠시 전화 하고 온다면서 병실을 나섰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성민은 그 어느때보다 더 슬픈 표정을 하고는 체념한듯 그렇게 웃어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원이 이제 곧 올거라며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그런 시원에게 성민은 그저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

 

"이제 가족들도 알았으니까 우리가 몰려서 가고 그러진 않아도 될 거 같아, 하루에 한 명씩 가는걸로 하자. 그리고 성민이 어머님 아버님이 무슨 일 있으실 때에만 가서 지키는걸로 하고. 알았지? 오늘은 희철이가 수고 좀 해줄래?"

 

 

시원의 전화를 받고 급히 숙소를 나서던 매니저가 여전히 침울해있는 멤버들에게 말을 건넸다. 비록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모두들 수긍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매니저는 베란다에서 한참을 있다가 거실로 들어서는 희철에게 말을 하고는 빠르게 현관문을 열고 자취를 감췄다. 매니저가 보던 말던 고개를 작게 끄덕이던 희철은 한숨을 내쉬며 병원에 갈 채비를 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갔다.

 

 

 

 

 

-

 

"성민아-"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리고 바로 문이 열리며 매니저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섰다. 시원이 밖으로 나가는 이유를 몰랐던 매니저가 의아해하자 성민은 자신이 내보냈다며 웃어보였다. 그 미소가 어찌나 편안해보이던지.. 마르긴 했지만 아픈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성민은 너무도 편안해보였다. 괜히 마음이 놓인 매니저는 침대 옆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으며 아프진 않냐 뭐 먹고싶은건 없냐 이것저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형-"

 

 

자신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린 성민의 한마디에 괜히 깜짝 놀란 매니저는 말까지 더듬으며 왜부르냐 대답을 했다. 그리고 한참을 말이 없던 성민이 쉼호흡을 크게 한 번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나 이제 괜찮아, 그러니까... 얘기 해줘요... 이젠 뭐라도 다 들을 수 있을 거 같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얘기 해줘......"

 

 

성민의 부탁에 순간 숨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침까지만해도 그렇게 발악을 하며 오열하던 아이가, 그토록 듣기 싫어했던 아이가 이제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듯이, 모든걸 알고있다는 듯이 평온한 얼굴로 듣기를 원한다는 것이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 아니, 자신의 입에서 나올 그 한마디에 무너질 아이를 생각하니 무섭도록 두려웠다. 자신이 상처주는 것만 같아서 가슴이 미어져왔다.

 

 

"하아, 그래... 다 말해줄게.. 다......"

 

 

떨려오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침과는 다르게 당장이라도 무너질듯한 매니저의 모습에 떨려오는 손을 자신의 손으로 꼬옥 감싸쥔 성민은 어느새 매니저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죄책감 갖지 마, 형. 나 진짜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해.. 걱정하지 말구."

 

 

"성민아.. 이성민... 우리 성민이..."

 

 

"응, 형.."

 

 

"우리 성민이... 불쌍해서 어쩌니... 응..? 성민아... 이젠 어떡하면 좋을까... 암..이래... 위..암... 말기... 하아..."

 

 

그토록 강건하고 듬직했던 매니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그와 동시에 성민의 마음은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인냥 매니저의 손을 잡고있던 성민의 손마저 크게 동요되어 사시나무 떨듯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담담한 척 했지만, 자신에게 드리워져오는 죽음의 그림자는 너무도 두려운 존재였다.

 

 

 

 

- 8

 

 

사실 많이 걱정했었다. 혹여나 성민이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쩌나, 많이 힘들어하진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멤버들도 가족들도 매니저들도 여간 걱정되는게 아니었다. 하지만 성민은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오히려 아프기 전보다 더 침착하고 여유로운 듯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성민이 모두에게 걱정을 시키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항암치료를 받아야 결과에 따라 수술을 결정할 수 있을텐데도 성민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도 성민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

 

고통은 날이 갈 수록 심해져만 갔다. 밥을 넘기지 못해 점점 말라가고 먹지도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구토증세까지 보여 날로 헬쓱해져만 갔다. 새벽마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넘어오지도 않는 무언가를 뱉어내려 애쓰는 성민을 볼때마다 가족들과 멤버들은 가슴이 미어져왔다. 잘 울지 않던 성민이 화장실 문을 꼭 걸어잠그고 억누르며 우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고통이 몇배가 되어 모두에게로 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이런 상황까지 왔으면서도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려하는 성민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내 힘들어하는 성민을 보고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리는 멤버들이었다.

 

 

 

 

-

 

"나때문에 컴백 미뤄진거지..?"

 

 

밤새 가족들을 애타게 만든 성민은 어젯밤보다 훨씬 초췌한 얼굴로 병실을 찾은 정수에게 입을 열었다. 벌써 자신이 입원한지도 보름이 다 되어가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멤버들이 찾아오는 걸로 봐선 분명 자신때문에 컴백이 미뤄진게 확실했다. 녹음도 다 마친 마당에 이제 다시 자신들이 그토록 원하던 무대에 오를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컴백 예정일이 지나버렸다는 사실이 성민에겐 병으로 인한 고통보다 더 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왠지 자신이 멤버들의 걸림돌이 된 것만 같아 죄책감에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그래, 너때문에 미뤄졌다!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서 안무 맞춰보고 컴백 해야지, 성민아.."

 

 

자신때문에 미뤄졌다고 생각을 하는지 표정이 어두워진 성민의 머리를 툭 때리며 밝게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정수였지만 역시 쉬운게 아니었다. 더 이상은 무리일지도 모르는 자신의 바람을 그렇게 끄집어낸 것이 어쩌면 성민에게 더욱 더 큰 상처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 끝을 흐릴 수 밖에 없었다.

 

 

 

 

-

 

"오늘은 엄마가 일찍 온다고 했어, 형도 피곤할텐데 일찍 들어가봐-"

 

 

분명 매니저에게 오늘은 성민의 부모님이 일이 생기셔서 밤 늦게나 돼야 병원에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이제 곧 어머니가 오신다는 성민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다 곧 어머니는 오시나보다라고 단정지은 정수는 조금만 더 있다가는 성민이 억지로 보낼 것 같은 기분에 웃으며 성민의 머리를 흐트러트리고는 내일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고 병실을 나섰다. 왠지 발걸음이 무거워져 쉽게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수는 성민이 입원해있는 병실을 쳐다보고는 다시 몸을 돌려 병원을 나섰다.

 

 

숙소로 향하던 정수는 급히 사무실에서 연락을 받고 방향을 바꿔 사무실로 향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회의실로 들어간 정수는 모두 모여있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컴백이 다음달로 미뤄진 이 시점에 멤버들 모두를 불러들였다는 건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 확실했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인지 표정들이 좋지 못했다.

 

 

"다 모였군. 음... 오늘 너희를 이렇게 모이게 한 건 컴백때문이야. 이미 녹음도 마쳤으니 이제 컴백할 날만 남았잖아? 그래서 그런데... "

 

 

멤버들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하던 팀장이 말을 잇지 못하자 더욱 불안해진 멤버들은 표정을 더욱 굳혀 팀장을 쳐다보고 있었고 몇명은 차마 팀장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꼭 감고있었다.

 

 

"후우... 너희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래.. 너희보단 성민이한테 미안해해야겠지. 후우... 성민이는 이번 앨범에서 빠지기로 했다. 우선 타이틀곡이랑 후속곡 후보에 든 곡들은 다시 녹음을 하게 될 거야. 성민이 파트를 부를 사람은 차차 정해지게 되면 알려주도록 하지. 오늘 밤부터 바로 녹음 들어갈거니 지금부터 컨디션 조절 잘 하면서 숙소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정수는 문득 병실을 나서면서 그토록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이유가 이거였나 싶어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뭐라 반박이라도 하고싶었지만 엄연히 상사였다. 자신들을 관리하는 상사. 그 어떤 말을 짓걸여도 어떤 행동을 해도 반발도 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 그런 팀장이었기에 정수는 하얗게 질리도록 입술을 깨물었고 어느새 손바닥엔 손톱자국이 진해지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벤 안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가끔씩 한숨 소리만 여기저기에서 나올 뿐 그 누구도 쉬이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조차 엄두가 나지 않고 있었다. 성민을 빼고 활동을 한다는 건, 지금 암이라는 병으로 인해 고통 속에서 살고있는 성민을 두번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신에게 버림받은 성민을 자신들 마저도 버리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멤버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우린 어떻게 되는 걸까..."

 

 

종운이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서로 창밖만 바라보던 멤버들이 종운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종운은 변함없이 창밖만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성민이 빠진 슈퍼주니어를 팬들이 받아줄까..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성민이는.. 성민이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를 원망하진 않을까..? 아니야, 성민이는 워낙 착해서 원망도 못할거야. 오히려 우리를 응원하겠지. 자신의 몫까지 열심히 해 달라고 웃어보이겠지? 그래, 그럴거야... 그럼 우린 어떻게 행동해야하지? 같이 웃어줘야하나.. 아니면 울어? 왜 화를 내지 않냐고 되려 화를 내야하나... 성민이도.. 많이 힘들겠지... 우린 정말 어떻게 해야할까..."

 

 

창문에 비치는 종운의 얼굴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멤버들도 어느새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간간히 훌쩍거리는 소리만이 벤 안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

 

 

"맞다, 박정수- 너는 연락받고 일찍 온거야? 그렇다고 쳐도 병원에서 왔다고 하기엔 너무 일찍 도착했는데.."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운전을 하고 있던 매니저가 뭔가 의아한 듯 조수석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정수에게 말을 건넸다. 원래대로라면 정수는 훨씬 늦은 시간에 도착했어야 했다. 아무리 빨리 온다고 해도 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헌데 정수는 연락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사무실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사무실로 온 멤버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에 도착을 했다는 사실이 의아해진 매니저였다.

 

 

"성민이가 어머님이 일찍 오신다고 했다고 그만 가보라고해서요."

 

 

피곤한듯 몸을 늘어트리며 대답을 한 정수를 더욱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그런 매니저의 눈빛을 읽은 정수는 무슨 문제가 있냐며 쳐다보았고, 잠시 당황한 듯한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무슨소리야- 나 좀 전까지 어머님이랑 통화했었는데.. 그런 말씀 없으시던데? 오늘 늦으신다고 부탁한다고 전화왔었어-"

 

 

조용히 매니저와 정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동해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성민이형... 혼자 있는거야...?"

 

 

 

 

- 9

 

 

"성민이형 핸드폰 꺼져있어!"

 

 

다른 멤버들은 숙소까지 태워다 준 뒤 동해와 정수만 다시 벤에 올라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성민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 보았지만 핸드폰은 어느새 꺼져있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성민의 어머니께 전화를 해봤지만 성민의 소식을 들을 수는 없었다. 괜히 불길한 예감에 손톱을 물어뜯던 정수는 멀리서 병원이 보이자 매니저에게 빨리 가자며 보채기 시작했다. 신호란 신호는 모두 무시하고 달려온 병원에 도착한 셋은 주차도 대충 해 놓은 채 병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간간히 동해와 정수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었지만 지금 그 사람들을 신경쓸 시간이 없었다.

 

 

"없어..."

 

 

하필 엘레베이터마저도 조금 전에 올라간 상태인지라 계단으로 향한 동해와 정수는 숨이 턱하니 막혀오기 시작했지만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건 성민의 안부였다. 그렇게 쉬지않고 달려 병실 앞에 도착한 둘은 급하게 병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웃으면서 둘을 맞이해야 할 성민은 보이지 않았다.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침대와 그 위에 얹혀져있는 핸드폰. 정수는 허탈함과 불안함에 다리가 풀려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뒤늦게 도착한 매니저는 혹시 하는 생각에 간호사와 의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성민이 병실을 나갔다면 적어도 한명의 간호사는 그를 발견했을 것이 분명했다. 때마침 성민의 담당 간호사를 발견한 매니저는 간호사를 붙잡고 성민의 행방에 대해서 물었지만 되려 간호사가 더욱 놀라며 안절부절 못 할 뿐, 성민의 행방에 대해선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

 

순식간에 병원이 발칵 뒤집혀버렸다. 아무리 뒤져봐도, 아무리 수소문을 해보아도 성민은 찾을 수 없었다. 그 많은 간호사들과 의사들 중에서, 그 많은 환자들 중에서 성민을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성민은 정말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

 

숙소에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멤버들은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어 불안함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분명 성민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징조였다. 만약 성민이 아무렇지 않게 병실에 있었다면 벌써 괜찮다는 연락이 왔을 터인데 병원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이 시간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것은 필히 좋지 않은 소식임이 분명했다.

 

 

"아씨!! 왜 이렇게 연락이 없는건데!!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던 영운은 이내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를 질러버렸다. 몇번이고 성민의 핸드폰으로, 정수의, 동해의 핸드폰으로, 매니저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 보았지만 성민의 핸드폰은 꺼져있었고 셋의 핸드폰은 몇번을 울려도 소리샘으로 넘어갈 뿐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병원으로 찾아가볼까 싶었지만 혹여나 멤버들이 병원에 등장한다면 일이 커질 것임이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멤버들은 더욱 애가 탈 뿐이었다.

 

 

 

 

-

 

병원을 쥐잡듯이 뒤져봤지만 성민의 흔적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남아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 매니저와 정수, 동해는 허탈한 마음으로 벤에 올랐다. 아마도 작정을 하고 사라진 듯 보였다. 너무도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던 침대와 그 위에 살포시 올려져있던 환자복과 핸드폰. 그리고 성민이 입고 왔던 옷들과 소지품들이 사라졌다. 도대체 어딜 가야 성민을 찾을 수 있나 생각을 하던 동해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무릎을 팍 치며 소리를 질렀다.

 

 

"은행!! 형! 이 근처에 은행 있지! 다 돌아봐야겠어!"

 

 

"은행? 은행은 왜?!"

 

 

"성민이형이 지금 돈이 어디있겠어. 지갑 가지고 사라졌으니까 돈 찾으러 분명히 은행부터 갔을거야!"

 

 

동해의 일리있는 말에 매니저와 정수는 표정이 밝아지며 벤을 다시 병원에 세워두고 근처 은행이 어디있는가를 알아본 뒤 각자 나눠서 찾아보기로 했다. 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병실에서 성민이 있던 것을 확인한 시간이 자신들이 병원에 오기 20분 전이라고 했다. 잘만하면 성민의 행방을 찾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나선 세명의 발걸음은 그 어느때보다 힘찼다.

 

 

 

 

-


"왜 이제야 전화를 받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어떻게 된거야?!! 성민이형은!"

 

 

수십번은 전화를 한 듯 했다. 받을때까지 해보자는 심산으로 정말 미친듯이 전화를 걸었고 이젠 컬러링이 질리다못해 짜증까지 날 정도로 전화를 했다. 불안한 마음에 전화라도 붙잡고 있지 않는 한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끈질기게 전화를 건 통에 오히려 혁재의 핸드폰 베터리가 간당간당하니 없어질 즈음에서야 동해가 전화를 받았다. 신호음이 끊김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말 할 틈도 주지 않은채 마구 퍼부었던 혁재는 문득 이렇게 조용히 있을 동해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뭐야, 이동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혁재의 물음에도 동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한숨 소리와 함께 하늘이 무너지는 말을 전해오는 동해였다.

 

 

"없어... 성민이형이.. 사라져버렸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어......"

 

 

"무슨.. 소리야...?"

 

 

"근처 은행도 다 찾아보고.. 갈만한 곳이라고 다 뒤져봤는데... 없어... 더 이상 못찾겠어... 어떡해 혁재야... 나......"

 

 

동해의 말이 끝이 나지도 않았는데 혁재의 핸드폰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꺼져버렸다. 베터리가 다 된 것이었다. 괜히 다급해진 혁재는 옆에 있던 규현의 핸드폰으로 급히 동해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미 동해의 핸드폰도 전원이 꺼져있다는 음성만 나올 뿐이었다.

 

 

"왜, 왜 그러는데.. 어?"

 

 

넋을 잃고 핸드폰마저 떨어트린 채 멍하게 있는 혁재가 이상함을 느낀 멤버들은 모두 혁재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동공까지 풀린 상태로 정신을 놓아버린 혁재때문에 애만 타는 멤버들이었다. 희철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혁재의 어깨를 부여잡고 정신을 차리라며 흔들기 전까지 혁재는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었다.

 

 

"성민이형이... 없어졌대......"

 

 

 

- 10

 

 

꼬박 하루를 찾아해맸다. 숙소 근처며 성민이 자주 연락하며 만남을 가졌던 모든 이들에게 연락을 해 보았다. 성민이 단 한 번이라도 눈여겨 본 곳이더라도 찾아가서 확인을 했었다. 그러면 그럴 수록 힘들어지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멤버들이었다. 문득 어쩌면 이렇게 성민이에 대해서 아는게 없을까 라는 생각에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착각이었나보다. 성민이 자주 만났다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자주 가던 곳도 잘 알지 못했다. 지난 수년간의 시간이 창피해지기 시작하는 멤버들이었다. 도대체 우린 성민이에 대해서 무얼 아는 걸까. 어쩌면 멤버들의 얼굴에서 흐르는 것은 땀이 아닌 눈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잠도 자지 못한채 뜬 눈으로 밤을 샌 멤버들에게 더 힘든 일이 닥쳐왔다. 슈퍼주니어 정규 2집으로 컴백. 인터뷰도 한 적이 없는 멤버들 앞에 날아든 신문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의 이름으로 자신들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한 말이 빽옥히 적혀있었다. 물론 사무실에서 완벽하게 입을 맞추고 기사를 내보냈을 것이다. 그 기사에는 작게나마 성민의 이름을 들먹거린 내용도 있었다.

 

 

'이번 정규 2집 앨범 발매는 보름 후로 예정되며 멤버 성민(22세)는 개인 사정으로 빠질 것으로 보여진다. 후에 더 좋은 모습으로 합류하겠다고 말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얼마나 자신들을 무너트릴 작정인건지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이 원망스러워지는 멤버들이었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그토록 고맙고 소중하고 사랑하는 팬들마저도.. 원망스러워지는 멤버들이었다.

 

 

기사가 나간 뒤로 밤낮 가릴 것 없이 팬들이 숙소 앞으로 찾아와 농성을 하기 시작했다. 사무실 앞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이번 앨범에서만 빠진다면서 후엔 슈퍼주니어에서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너도나도 반대한다며 소리를 질러댔고 그로인한 피해가 어마어마하게 속출되고 있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컴백을 위해 연습실로 향하던 도중 계란에 맞은 적도 있었고, 원망섞인 목소리로 다부지게 진 주먹으로 때리는 것도 수도없이 맞아봤다. 하지만 멤버들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차라리 이렇게라도 맞고 모욕을 당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멤버들이었다.

 

 

 

 

-

 

"오늘로 녹음은 끝나겠네..."

 

 

타이틀곡 녹음을 마무리로 재녹음은 끝이 났다. 종운과 규현만 녹음을 마치면 끝이었다. 이제 닷새후면 컴백이었다. 남은 닷새동안 정말 미친듯이 연습을 하고 미친듯이 또 다시 성민을 찾아 나서야했다. 컴백을 하고 나면 미친듯한 스케줄로 더 이상 이렇게 성민을 찾아나설 수가 없어질 것이 뻔했다. 남은 시간이라도 전력을 다해서 노력이라도 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가족들과 평소 친분이 있던 사람들가지도 발벗고 나선 지금, 컴백을 핑계로 자신들이 빠질 수는 없었다. 성민은 멤버들에게도 가족이었고, 둘도없는 친구였다. 차라리 빨리 녹음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도록이면 빨리 성민을 찾아내고 싶어서...

 

 

 

-

 

모자를 푹 눌러쓴 성민이 한적한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 점점 쌀쌀해져오는 날씨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바다는 유난히 큰 파도소리와 정처없이 떠도는 갈매기 뿐, 다른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성민만이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거닐 뿐이었다.

 

 

"어 어! 형아, 나 형아 본 적 있는데!!"

 

 

조용히 앉아서 저 끝의 수평선을 바라보고있던 성민에게 작은 꼬마가 달려왔다. 그러더니 하는말이 고작 성민을 본 적 있다는 말이었다. 얼굴도 동글 눈도 동글 코도 동글 귀엽게 생긴 아이가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 잠시 흠칫 놀란 성민이었지만 이내 밝게 웃어보이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짜? 형 본 적 있어? 어디서봤는데~?"

 

 

사근사근 파도소리에 어우러져 흩어져버리는 성민의 목소리가 편했는지 그저 헤헤 하고 웃어버린 아이는 잘 모르겠다는 말만 할 뿐 계속 성민만을 쳐다보며 밝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형아 형아! 나는 엄마, 아빠랑 왔는데에~ 형아는 누구랑 왔어?"

 

 

"응? 형은 혼자 왔어.. 참, 꼬마 이름이 뭐야?"

 

 

순간 성민의 입에서 혼자라는 말이 나올 때, 성민은 자신의 표정이 얼마나 슬프고 애절한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의도치않게 혼자가 되었고, 지금 그 사실을 앞에있는 꼬마로 인해 자각했다는 생각이 든 성민은 어쩌면 자신이 아픈 것부터 병실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연락을 받았던 팀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잊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바다! 내 동생은 하늘이!"

 

 

"이름 예쁘네.. 바다... 예쁘다 헤헤.."

 

 

꼬마의 입에서 바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 문득 숙소에 있을 동해의 강아지 바다가 떠올랐고 나중에 자신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게되면 이름을 바다라고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곤 픽 하고 웃어버렸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 결혼해서 낳을 아이 이름을 생각하고 있다니... 자신의 생각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 허탈한 웃음만 나오자 또 다시 설움에 눈물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나이에.. 22살이라는 나이에 너무 큰 상처를 받았고 너무 일찌감치 꿈을 포기해야 했다. 겨우 꿈을 이루고 행복에 눈물 지은지 2년...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이런 저주받은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어느새 성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형아.. 울어...? 왜울어.. 울지마아~ 으아아앙"

 

 

가만히 성민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는 성민이 눈물을 흘리자 덩달아 울어대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들은 누군가가 울면 옆에서 따라 운다더니 꼭 자신이 슬픈 일이 있는 것 처럼 서럽게 울어대는 아이때문에 황급히 눈물을 훔친 성민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 때문에 모자를 더더욱 푸욱 눌러 쓰고 아이를 부모에게 넘겼다. 혹시나 오해라도 할까봐 하품을 했는데 그걸 우는 줄 알고 아이가 따라 운다는 조금은 황당한 핑계로 잘 이야기를 전한 성민은 그렇게 황급히 아이의 곁을 떠났다. 혹여나 부모가 자신을 알아보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만 같았다.

 

 

"형아!! 바이바이~!! 우리 또 만나!!!!"

 

 

뒤에서 아이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언제 울었냐는 듯이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에게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흔들어 준 성민은 엄마, 아빠와 함께 어디론가 향하는 아이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래.. 또 만나자... 꼭... 바다야......"

 

 

 

 

- 11

 

 

"네~ 제가 와있는 이곳은 바로바로 정규 2집으로 컴백한 슈퍼주니어의 대기실입니다~!! 제 옆에는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와우~ 정말 눈이 부셔서 어디다 눈을 둬야할지 모르게 만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자~ 슈퍼주니어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슈퍼주니어입니다! 우린 슈퍼주니~ 어에요!"

 

 

 

 

드디어 컴백날이 다가왔다. 컴백 첫 무대인 만큼 엄청난 인터뷰들과 수많은 카메라들로 가뜩이나 사람 많은 대기실이 평소보다 더 좁게만 느껴졌다. 벌써 똑같은 인사만 세번째인 멤버들은 카메라 앞에서 싫은 내색 하나 없이 기분이 좋다는 듯 싱글벙글 웃어보였다. 인터뷰도 사전에 짜놓은 대로 척척 진행되고 있었다. 미리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연습을 마친 뒤라 어려움 없이 진행되던 인터뷰는 최종 리허설을 준비하라는 스텝의 한마디로 인해 잠시 중단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카메라는 여전히 그들을 따르고 있었다.

 

 

모든 리허설이 끝이 나고 이제 본방만이 남아있었다. 그때만큼은 멤버들이 긴장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배려로 인터뷰와 촬영을 미뤄둔 매니저 덕분에 멤버들은 스탠바이 하기 전까지 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마음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성민의 존재감이 더없이 크게 느껴지는 멤버들이었다. 도대체 성민은 지금까지 어디에 있길래 나타나지 않는 것인지, 무사하긴 한 것인지 온통 성민 걱정이 가득할 뿐이었다.

 

 

"슈퍼주니어 스탠바이 해주세요-"

 

 

이제 시작이었다. 어쩌면 도박일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정말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성민 없는 슈퍼주니어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를 잡을까. 워낙 한 두명씩 자주 빠졌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까, 아니면 성민의 빈 자리를 어색하게 여기며 여기저기서 수근거리기 바쁠까... 팬들은 여전히 우리를 원망하고 있을까, 그럼 우린 팬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하는거지...? 춤보다도, 노래보다도, 컴백이라는 사실보다도 12명의 무대라는 현실이 그들을 더욱 긴장캐 했다.

 

 

데뷔전부터 엄청난 이슈를 몰고다녔던 슈퍼주니어. 그들의 컴백에 각종 음악프로에서는 그들의 명성에 걸맞는 특별무대를 준비했고, 초대형 인기그룹 슈퍼주니어 컴백이라는 타이틀 속에서 멤버들은 긴장을 늦추지않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수의 팬들의 모습에 더욱 긴장을 한 멤버들은 후속곡으로 밀 예정인 곡이 흘러나오자 대형에 맞추어 섰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성민이 없는 슈퍼주니어는.

 

 

 

 

-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팬들의 환호는 여전했고, 멤버들 또한 그 언제보다 더 열심히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무대를 내려오는 멤버들에게 수많은 카메라와 리포터들이 달려들었다. 모두들 첫 무대의 소감을 물었지만 멤버들 중 그 누구도 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대기실로 향할 뿐이었다. 대기실로 들어와 땀도 식히고 어느정도 정리를 마친 멤버들은 또 다시 인터뷰를 위해 거짓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오늘 무대 어떠셨어요? 제가 보기엔 정말 완벽했거든요~"

 

 

리포터의 칭찬에 멤버들 모두 감사하다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영운이 마이크를 들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어갔다. 무대에 서기 전에는 굉장히 떨렸지만 역시 모두가 무대체질인지라 무대에선 다른 생각도 하지 않고 다들 열심히 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는 영운의 말에 리포터는 어쩜 그리 말도 잘하냐며 못하는게 뭐냐면서 영운을 칭찬하기 바빴다. 그렇게 모두가 평소와 다를게 없었다. 웃으면서, 장난도 치면서 그렇게 인터뷰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연예뉴스 시청자분들께 각오와 인사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모든 인터뷰가 끝이 나고 마지막으로 인사를 부탁하는 리포터의 말에 이번엔 정수가 마이크를 들었다. 왠지 긴장한 듯한 정수의 모습에 멤버들 모두가 정수를 쳐다보았고, 정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음... 우선 슈퍼주니어 2집 앨범이 발매 되었습니다. 정말 엄청난 노력 끝에 나온 앨범이니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피치못할 사정으로 빠지게 된 성민이를 위해서 더욱 더 열심히 활동하는 슈퍼주니어 되겠습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은 모습이 아닌 차분한 말투와 목소리로 마무리를 짓던 정수가 어느순간 표정을 굳히고 잠시 말을 멈추고 말았다. 그에 긴장한 것은 다름 아닌 멤버들이었다. 순간 정수가 자신들을 이끄는 리더가 아닌 시한폭탄으로 보일만큼 그저 불안하기만 할 뿐이었다.

 

 

한참을 말을 잇지 않던 정수가 이상했는지 스텝들은 너도나도 웅성거리며 정수를 쳐다보고만 있었고, 리포터는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정수에게 말을 이어가도록 부추겼다. 그렇게 한참을 있던 정수는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쉼호흡을 한 뒤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 성민이가 많이 아픕니다. 아주 많이.. 많이 아픕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부득이하게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성민이가... 사라졌습니다. 성민이 좀 찾아주세요... 제발.. 찾아주세요... 성민아... 제발 돌아와줘... 제발......"

 

 

리포터도, 피디도, 코디도 매니저도.. 멤버들도 모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정수의 발언에도 놀랐지만 정수의 떨려오는 목소리에도 놀랐지만, 울고 있었다. 정수가 울고 있었다. 멤버들이 울고 있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돌아오라는 말만 내뱉고 있었다. 차마 그들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던 사람들은 그저 조용히 카메라를 끄고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멤버들은 그렇게 목놓아 울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

 

숙소로 돌아가는 벤 안, 멤버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서로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후회하지 않아."

 

 

그런 멤버들의 귀에 나지막하게 정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설령 인터뷰가 편집된다고 해도.. 아니면 편집이 되지 않고 그대로 방송에 나가 이슈가 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아. 사무실에서 어떤 말을 해도 후회하지 않을거야.. 나는 그저 하고싶은 말을 했을 뿐이니까.. 혹시나 너희에게 피해가 간다면 내가 다 짊어질게. 그러니까 걱정은 하지마. 내가 다 덮어 쓸테니까.. 다 내가 자초한 일이니까..."

 

 

"뭐야- 혼자 멋있으려는거야 지금? 참나... 늙은이가 그런 말 해봤자 하나도 안 멋있네요- 그리고 혼자 영웅되는 꼴 나는 못 본다. 형만 그렇게 생각한 거 아니니까. 우리가 괜히 팀이게? 괜히 슈퍼주니어야? 한 배를 탄 이상, 우린 뭐든지 함께 한다."

 

 

초지일관 창문을 보며 말을 이어가던 정수가 영운의 말에 고개를 돌려 멤버들을 쳐다보았다. 모두들 미소를 머금은 채 정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두가 한 뜻이기에 자신은 괜찮다는 미소.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정수는 또 다시 눈가가 시큰해져옴을 느꼈다. 그런 멤버들을 보던 매니저 또한 웃어보였다.

 

 

 

 

-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운이 나쁜 것인지.. 정수의 눈물을 머금은 인터뷰는 방송을 타게 되었다. 인터넷은 슈퍼주니어와 성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고 검색어도 꾸준히 1위에 올라 있었다. 이제 성민만 그 인터뷰를 보면 끝이었다. 멤버들의 진심을 듣기만 한다면 성민이 돌아오리라고 모든 사람이 믿고 있었다. 멤버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핸드폰이고 숙소 전화고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평소에 그렇게 자신들을 괴롭혔던 팬들의 전화도 좋았다. 성민을 봤다는 연락만 오길 바랄 뿐이었다.

 

 

사무실에선 난감해진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여기 저기에서 기자들이 몰려와 상황을 알려달라기 바빴고, 팬들의 원망섞인 목소리까지 너무도 복잡한 상황에 괜히 그런 말을 내뱉은 정수를 원망하기까지 했다. 언젠간 터질 일이었지만 이렇게 일찍 터지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정수가 그렇게 인터뷰를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어쩌면 지금 이 상황을 자신들이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모두들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 12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작은 방에서는 TV소리와 함께 기침소리와 울먹이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웅크리고 있는 성민은 어느새 너무도 많이 말라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척해보였다. 겨우 티비와 이불만 있는 작은 방에서 지낸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TV 속에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슈퍼주니어의 컴백소식과 함께 리더 이특의 울먹이는 인터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성민은 무릎을 모아 세워 얼굴을 묻고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 자신이 빠진 슈퍼주니어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고 자신을 찾으며 우는 정수와 멤버들의 모습에 더 많은 눈물을 흘려버렸다. 너무도 그리워서, 너무도 힘들어서 그렇게 서럽게 울어버렸다.

 

 

"나도.. 나도 돌아가고싶다... 흐윽... 다들.. 보고싶어......"

 

 

낮게 흩어지는 성민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방송에선 너도나도 슈퍼주니어와 성민의 이야기로 특종이다 뭐다 하며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방송국에만 가도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수근거림과 힘내라면서 다가오는 사람들 때문에 더 힘들어지고 괴로운 멤버들이었다. 그 어떤 사람도 힘내라고는 하지만 자신들이 힘을 낼 수 있는 요소 어느 하나도 가져다 주지 못했다. 그들에게 힘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성민의 소식 뿐이었다. 성민의 소식이 들려오고 성민의 얼굴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은 웃을 수가 없었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미소는 가식일 뿐이었다. 거짓일 뿐이었다.

 

 

성민의 실종 소식이 알려진 후에도 멤버들은 잠잘 시간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오히려 동정론 덕분에 멤버들이 나오는 프로는 시청률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갔고 그 중에서도 성민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있어서는 가히 최고의 시청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방송사가 야속하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멤버들은 혹시나 성민이 지켜보고있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를 악물고 방송에 임했다.

 

 

 

 

-

 

딩-동-

 

 

컴백을 하고 쉴 틈도 없이 바빴던 멤버들은 오랜만에 시간이 남아 각자의 방에서 쉬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여간 급한게 아니었는지 한 번이 아니라 여러번을 마구잡이로 눌러대는 통에 여간 예민해진 것이 아닌 멤버들은 신경질을 부리며 거실로 나왔다. 이젠 문까지 두드리는 누군가에 인상을 쓰며 문을 연 동해는 매니저의 모습을 보고는 비밀번호 찍고 들어오면 되지 않느냐며 툴툴 거렸다. 하지만 매니저는 그런 동해는 눈에 뵈지도 않는 듯이 급하게 신발을 벗고 멤버 모두를 거실에 앉혔다. 왠지 모르게 하얗게 질린듯한 모습에 왜 그러냐며 자리에 앉은 멤버들은 곧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다른 숙소 멤버들을 보며 더욱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후우... 너희에게 할 말이 있다..."

 

 

"뭔데 그래~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좀 말 해봐 형-"

 

 

몇번이고 쉼호흡을 하던 매니저가 답답했는지 너도나도 빨리 좀 말 해보라며 보채기 시작했고 매니저는 멤버들에게 가만히 좀 있으라며 구박을 했다. 필히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 멤버들은 말을 아낀채 매니저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민이한테... 편지가 왔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매니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름 아닌 성민의 소식이었다. 매니저는 주머니에서 작은 편지봉투를 꺼내어 멤버들에게 건냈다. 편지를 받은 정수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 속에 있는 편지지를 꺼내들었다. 모두가 긴장 속에서 정수가 빨리 편지를 읽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너무너무 미안한 멤버들에게-

다들 많이 걱정하고 있겠지... 말 없이 사라져서 미안..

그냥..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가 않았어...

그토록 기다렸던 컴백이 나 때문에 미뤄졌고

가뜩이나 컴백준비로 바쁘고 힘든 모두가

나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 보고싶지가 않았어.

나 참 이기적이지..? 그러면서도 같이 있고 싶어 했었으니까...

이대론 안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떠나기로 결정한 날,

실장님 전화를 받았어- 많이 괴로워하시더라..

어쩔 수 없이 나를 빼고 컴백하기로 했다면서 미안해하시는거야.

나는 진짜 괜찮은데 말이지... 오히려 고마웠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 정말 많이 생각을 했어.

그리고 이제 내가 떠나도 더 이상 모두에게 피해가 가진 않겠다는 결론이 났어.

그래서 떠나게 된 거야.. 그런데... 방송을 보게 되었어...

왜 다들 아직도 나때문에 힘들어하는거야...?

그러지 마.. 나 없이도 잘 하고 있다는 듯이 잘 지내란 말야...

이렇게 사라진거 가지고 힘들어하면 어떡해.. 나 이제 정말 떠날건데...

그 땐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힘들어하는거냐구...

 

이제 내 걱정 하지 말고, 보란듯이 좋은 모습 보여줘..

내 부탁이야... 모두의 웃는 모습을... 진심으로 웃는 모습을 보고싶어..

나에게 최고의 그룹 슈퍼주니어로 남아줘...

최고의 그룹 슈퍼주니어의 모습을 보여줘...

이젠 멤버가 아닌 팬으로써 지켜보고 있을게.

 

우리 사랑하는 멤버들,

정수형, 희철이형, 한경이형, 종운이형, 영운이형,

동희, 혁재, 동해, 시원이, 려욱이, 기범이, 규현이...

너무 고맙고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성민이가...

 

 

편지를 읽던 정수의 얼굴에는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모두가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직 살아있구나 하는 안도감에, 자신들을 지켜보고있다는 고마움에, 그리고 사랑한다는 성민의 말에.. 편지지에 온통 얼룩진 성민의 눈물에... 모두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울먹이며 힘겹게 입을 연 혁재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민이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이렇게 옆에 없다는 것도 괴로운데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괴로웠다.

 

 

"후우... 어떡하긴! 성민이형이 바라는게 뭐야? 우리가 잘 되는거잖아? 우리 힘내서 열심히 하자. 성민이형이 우리 잘 되는거 보고, 잘 하고 있는거 보고 억울해서라도 돌아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

 

 

한참을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던 동해가 눈물을 닦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거짓된 웃음이 아닌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이었다. 성민이 웃길 바라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이었다. 그런 동해의 모습을 보던 멤버들은 모두 눈물을 그치고 씨익 웃어보이며 성민이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자고 그렇게 다짐을 했다. 매니저는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아이만 같았던 모습에서 어느새 어른이 된 것을 느꼈고 비록 힘이 들겠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래, 성민아. 니가 바라는 우리의 모습. 보여줄게- 평소대로 즐겁게 웃으면서 방송에 임할게. 그러니까 언제라도 돌아와. 우리 기적을 바라보자..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는거니까... 그리고 떠나도 우리 곁에서 떠나.. 꼭 그래야되. 그러니까 빨리 돌아와- 우리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게. 니가 돌아와도 어색하지 않도록 니 자리 비워놓고 이렇게 있을게. 돌아와 성민아. 너의 자린 바로 이곳이니까...

 

 

 

 

- 13

 

 

성민에게 편지가 온지도 보름이 지났다. 멤버들은 힘들고 지칠때마다 성민의 편지를 떠올렸고 언제고 성민이 돌아와도 어색하지 않도록 성민의 자리를 비워둔채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힘내서 열심히 활동하는 멤버들에게 팬들 또한 열렬히 환호를 보냈고 팬이 아닌 수많은 대중들도 슈퍼주니어라는 그룹에 가지고 있던 편견들을 버리고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저 욕만 하던 안티들도 그것에 있어서는 마음을 수그러트려 위로와 응원을 보내곤 했었다.

 

 

"으아~ 힘들다! 성민이형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우리 방송 봤겠지?"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성민의 이름을 꺼낸다는 것이었다. 성민의 이름만 나왔다 하면 급속도로 분위기가 다운되고 표정을 굳히던 멤버들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자고 맹세한 뒤로는 분명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을 성민을 떠올리며 그저 열심이었다. 거짓웃음이 아닌 방송일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에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어보였고 덕분에 방송가에서도 더더욱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었다.

 

 

그 뒤로 성민의 소식은 단 한 번 뿐, 별 다른 소식은 없었다. 그저 고맙다는 내용의 짧은 편지였다. 분명 멤버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멤버들은 더욱 더 열을 올려 스케줄을 무사히 마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성민의 행방을 찾기위해 이곳 저곳에서 열심히 알아보며 그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

 

"자~ 1위 한 것을 축하하며~ 건배!!!"

 

 

앨범 발매 2주만에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실로 엄청난 일임을 스스로 깨우친 멤버들은 그 기쁨에 열심히 잔을 비우고 있었다. 기획사의 배려로 하루의 여유가 생긴 멤버들은 더욱 기분이 좋게 술을 넘기고 있었다. 아무리 마시고 뻗어도 다음 날 스케줄이 없다는 사실은 모두의 기분을 업시키기에 충분했다.

 

 

"히야~ 오른다 올라!"

 

 

평소 절실한 기독교인이었던 혁재도 오늘만은 하느님께 양해를 구하고 맥주 한잔을 들이켰다. 워낙에 먹지 않던 술을 먹어서인지 벌써부터 알딸딸해진 혁재때문에 모두들 오랜만에 깔깔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혁재는 그저 기분이 좋은지 실실거리며 안주를 집어먹었고 옆에서 동해는 괜히 안주만 축내지 말고 취했으면 들어가 자라며 혁재를 구박하고 있었다.

 

 

"성민이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지.. 아쉽다!! 성민아!!!"

 

 

종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미 취할대로 취한 혁재는 종운이 외치는 성민의 이름에 성민이 있는 줄 알았는지 성민이혀어엉- 하며 숙소를 마냥 뒤집고 다녔다. 그런 바보같은 혁재의 모습에 또 한 번 뒤집어진 멤버들은 서로 머릿속에 성민을 그리며 한잔 한잔 들이키고 있었다.

 

 

 

 

-

 

"하아, 너무 많이 마셨나봐..."

 

 

그렇게 술을 잘 먹는다던 영운도 이내 취기가 오르는지 발그레한 얼굴로 벌써 다운된 어린 동생들을 보며 피식 웃어버렸다. 역시 마냥 어리게 여겨지던 아이들이 괜히 더 어리게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영운은 머리가 어지러워오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였다. 그리고 그제야 멀쩡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멤버들이 눈에 들어왔다. 취한듯 하면서도 은근히 잘 버티는 정수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은 희철과 술이 쎈 동해, 안주먹느랴 배가 불러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은 동희, 역시 혁재와 마찬가지로 절실한 기독교인으로 되도록이면 자제한 시원, 그리고 영운 이렇게 여섯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히끅.. 성미나아... 히끅.. 우리 섬미니... 어디있~니?"

 

 

역시나 취한것인지 정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성민을 찾기 시작했다. 흡사 술래잡기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숨어버린 성민을 찾던 정수는 어느새 두 눈에 눈물까지 머금고 있었다. 그런 정수의 모습을 보고 있던 희철은 또 청승질이라며 정수를 쎄게 밀어버렸고, 바닥으로 철푸덕 쓰러져버린 정수는 오뚜기마냥 다시 일어나 성민을 찾았다.

 

 

"내가 성민이형이었다면 어디로 갔을까..."

 

 

정수의 말을 듣고만 있던 동해는 정말 궁금해진 듯 자신의 무릎을 쎄게 때리고는 곰곰히 생각에 잠긴듯 보였다. 그런 동해의 행동에 영운과 희철, 동희와 시원도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자신이 성민이었더라면 우리에게서 벗어나 어디로 떠났을 것인가.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운 문제였지만 나름대로 흥미진진한 듯 한동안 그렇게 말이 없던 다섯명이었다.

 

 

"만약 내가 성민이었다면, 추억의 장소에 갔을텐데 말이지... 다들 마음 약해지고 힘들 때면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곤 하잖아- 성민이도 그러지 않을까?"

 

 

동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멤버들은 이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멤버들은 성민이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 언제인지 몰랐고 성민의 추억이 깃든 장소가 어디인지도 몰랐다. 괜히 얘기를 꺼냈다가 분위기만 다운시킨 건 아닌가 싶었던 동희는 조용히 오징어 다리를 집어 입에 물 뿐이었다.

 

 

"도대체 어디 있는거냐..."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또 다시 그렇게 침묵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그저 정수만이 성민을 찾으며 웅얼거릴 뿐이었다.

 

 

 

"잠깐!!!!!"

 

 

정수의 웅얼거림도 차츰 사라지고 더 이상 생각하기도 지쳤는지 영운과 희철, 동희와 동해도 말없이 술이며 안주며 이것저것 집어먹고 있을 그 때였다. 대뜸 잠깐 하고 소리지른 시원은 깜짝놀라 자신들 쳐다보는 네명에게 무언가 떠오른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 뭐야뭐야-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시원에게 물었고 시원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할 미소를 지어보이며 멤버들을 바라봤다.

 

 

"바다다... 성민이형이 간 곳.. 바다야!!!"

 

 

 

 

- 14

 

 

"혹시 모르니까 서울역 용산역 청량리역 가서 확인해보자!"

 

 

"이 바보 멍텅구리야! 좀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서울역도 용산역도 청량리역도 하루에 수백, 수천이 드나드는 곳인데 어떤 모습으로 찾아갔을지 모르는 성민이형을 알아본다는게 쉽지 않을거란 말이지... 뭐 좋은 방법 없을까?"

 

 

순식간에 활기를 찾은 숙소 안은 이미 골아 떨어졌던 멤버들까지 모두 깨워 좋은 방안을 찾는데 혈안이었다. 혁재는 성민을 찾을 수 있는 단서 하나라도 발견한 것이 그리 좋았는지 생각도 하지 않은채 말을 꺼냈다가 되려 동해에게 면박만 받고 구석에서 칭얼거리고 있었다. 이것저것 생각을 한 시원은 혁재가 말 한 방법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 듯 그대로 무시해버렸고 그에 상처받은 혁재는 더더욱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비록 여전히 진전된 건 없었지만 모두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 밝았고 초롱초롱 빛이 났다. 모두에게 아주 커다란 희망이 덩쿨채 굴러왔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방법이라고는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그에 지쳐가는 멤버들도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었다.

 

 

 

 

-

 

"학생- 정말 괜찮은거야? 밤새 끙끙 앓드만~ 문 좀 열어봐 학생-"

 

 

오늘도 변함없이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방 안에는 이제는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삐쩍 마르고 힘들어보이는 성민이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오는 고통에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요즘들어 더욱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성민 때문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밤새도록 방 주변을 서성인 주인 아주머니는 혹여나 성민이 어떻게 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성민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저 괜찮아요..."

 

 

한참만에 들려온 대답은 다 죽어가는 쉬어빠진 목소리로 괜찮다는 말 뿐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마음에 놓인다는 듯이 아프면 자신을 찾으라는 말을 남겨두고 주인 아주머니는 성민의 방을 떠났다. 발자국소리가 멀어짐에 또 다시 고통에 찬 기침을 내뱉던 성민은 이내 손에서 뭍어나오는 핏덩이에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흐흑... 무서워.. 무서워... 흑.."

 

 

그렇게 무섭다는 말만 번복하던 성민은 옆에 놓여있던 수건으로 입과 손을 닦고 전보다는 약해진 고통에 머리맡에있는 약을 먹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을 자는 시간만큼은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한 성민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

 

"우선 바닷가 근처에 있는 기차역이 많지가 않으니까... 어떻게든 우리가 직접 가서 확인해보는 수 밖에 없겠어. 아 근데 하필 이번주는 이렇게 스케줄이 많냐. 젠장!"

 

 

"어디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아보고 어떻게서든 주변 사람들한테 부탁을 해서라도 알아보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렇다고 스케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지나친 스케줄에 피곤할 법도 한 멤버들은 유일하게 모두 모일 수 있는 가요프로그램 대기실에서 잠보다는 성민을 택했나보다. 왠지 더 이상 지체할 수 만은 없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마음이 급해져 이것저것 알아본 멤버들이었다. 이제 성민이 갈만한 곳은 처음보다 상당히 압축되어 있었다.

 

 

"슈퍼주니어 스탠바이 해주세요-"

 

 

조연출의 목소리가 대기실을 울리고 멤버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대기실을 나섰다. 팬들의 함성속에서 무대 뒤로 자리를 옮긴 멤버들은 마지막으로 성민을 생각하며 힘내자는 화이팅을 하고 엠씨의 소개와 함께 무대위로 올라갔다.

 

 

 

 

 

-

 

혼자있다는 사실이 두려워 습관처럼 TV를 켜두었던 성민은 문득 익숙한 음성과 익숙한 함성소리에 힘겹게 눈을 뜨고 TV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3주연속 1위 자리에 오른 멤버들이 너무도 기쁜 나머지 어찌할 줄 모르고 있는 모습이 성민의 눈 속에 가득 담겨지고 있었다.

 

 

- 우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리고요, 이수만 사장님을 비롯 사무실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성민이... 성민아! 우리 1위했다! 보고있지? 너무 비싸게 굴지 말고 얼굴 좀 보여주라... 하핫! 이 트로피를 멤버 성민군께 바치겠습니다! 성민아! 사랑한다!!

 

 

TV에서는 밝고 활기찬 멤버들의 모습이 가득 담겨있었다. 너도나도 1위의 기쁨을 만끽하며 혹시 모를 상황에 바보같이 성민을 보는 듯 그렇게 카메라를 향해 열심히 자신의 할 말을 전하기 바빴다. 결국엔 MC의 제재로 제대로 소감도 말 하지 못하고 넘겨버렸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행복과 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성민의 얼굴에는 눈물만이 가득했다.

 

 

"모야... 사람 맘 약해지게 방송에서 그런 말이나 하고... 하아.. 혁재는 바보같이 또 우네- 울보... 영운이형은 차라리 혁재처럼 울어버리지.. 그게 뭐야.. 혼자 뒤에서 참고있는거 다 보인다.. 바보- 희철이형이랑 동희는 여전히 밝네- 우리 막내들.. 이제 1위 많이 해봤다 이거야..? 울지도 않아요 이젠... 쿡.. 정수형도 울보.. 동해는 뭘 저렇게 궁시렁거리는거야- 한경이형이랑 시원이랑 종운이형은 우는 사람들 좀 달래지 너무 좋아하네... 다들 하나도 안 변했네... 하아.. 나만.. 변한건가... 나만 이렇게 초라해져버렸어.. 나만...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슈퍼주니어일 수가 없다 정수형아야......"

 

 

자신의 이름을 수없이 외치고 사랑한다 말해주는 멤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고작 TV를 보고 소리를 들어주고 만져지지않는 얼굴을 화면으로나마 만져보는 것 뿐이었다. 그것마저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성민이었다.

 

 

왜 하필 저인가요..

많이 힘들어봤고 많이 아파봤는데..

하느님은 왜 저를 선택하셨나요..

 

처음엔 원망도 많이 했어요- 아직 어린데.. 아직 아닌데...

왜 나를 데려가시는건지...왜 하필 나인건지...

그토록 의지하던 하느님을저는 그렇게 원망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이유없이 그러실 분은 아니라는거 저도 잘 알거든요...

 

대신 한 가지 바람이 있어요-

제가 아픈대신 멤버들 모두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상처받는 대신 모두에게 더 이상의 상처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불행한 대신 멤버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더 이상 원망하지 않고 하느님을 따를게요..

저의 아픔으로 모두가 웃을 수 있다면 그럴래요...

그러니...

우리 멤버들이 항상 웃을 수 있게 해주세요...

 

하나 남은 저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부디... 부디......

 

 

 

- 15

 

 

조용하던 시골 병원이 시끄러워진 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이른 아침 응급환자로 병원에 입원한 것은 다름 아닌 성민이었다. 모래사장에 쓰러져있는 것을 통 들어오지 않는 성민이 걱정되어 나와본 주인 아주머니가 성민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긴 것이었다. 병원에 실려왔을 때부터 이미 맥박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작은 병원이 감당해내기엔 어느 하나도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보호자는 안 계십니까?"

 

 

"예.. 이 학생이 서울에서 내려온 거 같은데 통 말을 안 해서요- 어떻게 되는건가요- 네?"

 

 

급박해보이는 의사들의 행동을 보며 주인아주머니는 혹여나 성민이 어떻게 될까 안절부절 못 하며 몸둘바를 모르고 있었다. 원래 그런 위급한 환자는 시내에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겨지기 마련이지만 성민의 상태가 상태이니만큼 조금도 지체할 수 없어 동네에 위치한 작은 병원으로 오게 되었고, 되려 그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미치게 되었다.

 

 

"지금 당장 시내 병원에 연락해놓고 환자 수송할 준비해!"

 

 

혈압도 맥박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당장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인근 병원을 알아보는 것과 이것저것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주사를 놓는 것 밖에 없었다. 그 사실이 괴롭게만 느껴지던 의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며 성민이 빨리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호자분한테 연락이 닿을 만한 건 없나요? 핸드폰이라도!"

 

 

"핸드폰은 없어요- 처음부터 핸드폰은 가지고 오지 않은 것 같았어요..."

 

 

"젠장... 잠깐, 이 환자.. 연예인 아니야?"

 

 

점점 나빠지는 심각한 상황에 문득 성민이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느낌을 받은 의사는 젊은 간호사들을 불러 모았다. 분명 TV에서 본 사람인데 갑자기 떠올리려니 이상하게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의사의 부름으로 성민에게로 몰려든 간호사들은 연예인이 맞다며 호들갑을 떨어댔고 그 중 한 명이 슈퍼주니어의 성민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에 의사는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라는 듯이 어떻게든 소식을 알려야 한다며 빨리 연락처를 알아보라고 전하고 성민을 시내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구급차로 향했다.

 

 

 

 

 

-

 

"제발.. 제발... 제발 성민아..."

 

 

사무실을 통해 성민의 소식을 듣게 된 매니저는 후에 있던 스케줄들을 펑크낸 채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긴급 상황이었다. 성민의 상태가 많이 좋지 못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멤버들은 성민이 기다리고 있을 강릉으로 향하면서 충분히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리게만 느껴졌다. 모두가 두 손을 모으고 부디 자신들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성민이 버텨주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사무실에선 어떻게 안거야?!"

 

 

"병원에서 성민이인거 알아보고 어떻게 알아서 연락을 했나봐.."

 

 

안절부절 못 하고있는 멤버들 중에서 유일하게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있던 희철이 멤버들 못지않게 긴장을 한 매니저에게 괜찮을거라며 다독이고 있었다. 아무리 냉철하기로 유명한 매니저라지만 몇년을 동거동락한 성민이 걱정이 안 될리가 없었다. 누구보다 아끼는 동생이었고, 함께 해 온 시간동안 정말 가족같이 지내온 성민이었다. 그 아무리 이성적인 인간이어도 그런 동생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핸들을 잡은 두 손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부디, 제발 살아만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

 

그리 멀지 않았던 시내의 병원까지가 어찌나 길게만 느껴지는지 괜히 마음이 급해지는 의사였다. 점점 혈압도 맥박도 흐려지고만 있었다. 더 이상 스스로 호흡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이대로 이동중에 숨이 멈출 수도 있는 상황에 제발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

 

 

'띠-띠-띠-띠-'

 

 

상황은 순식간이었다. 급격히 혈압이 떨어지면서 호흡이 불안정한 선을 그리고 있었다. 긴급상황을 알리는 듯 기계에선 빨간 불이 들어왔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병원에 운전하는 사람도 환자를 지켜보는 사람도 모두 당황한채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다. 의사는 긴급상황에 심폐소생술을 비롯 이것저것 만저보았지만 맥박도, 호흡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구급차 안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최대한 빨리 가야한다는 소리만 외치는 것 뿐이었다.

 

 

 

'띠────'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 제발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진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얼마 남지 않은 병원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을 때, 이젠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국 병원을 바로 앞에 두고 심장이 멈추고 말았다. 미리 병원 입구로 나와있던 의사들은 이미 심장이 멈춰버린 성민을 보고는 급히 응급실로 옮기면서 심폐소생술을 해 봤지만 더 이상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성민은 고통을 끝으로 세상과의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었다.

 

 

 

 

-

 

감시카메라에 몇번을 찍혔는지도 모르겠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불안함에 아무말도 없이 그저 속도를 내어 달리기만 했다. 그렇게 강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정표를 보고 안심하고 있을 즈음 매니저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조수석에 타고있던 희철은 매니저의 상태를 보고는 재빨리 통화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힘이 빠져 핸드폰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 전화는 다름아닌 성민의 사망소식을 알리는 전화였던 것이었다.

 

 

희철의 행동을 지켜보고만 있던 정수는 왠지 모를 불안함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귀에다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곧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희철과 정수를 본 멤버들은 말을 잃은채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말은 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해졌다. 성민의 소식은...

 

 

 

 

-

 

병원에 도착한 멤버들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영안실로 달려갔다. 영안실까지 달려가면서도 몇번이고 다리가 풀려 넘어질 뻔 했지만 꿋꿋히 발걸음을 옮기는 멤버들이었다. 영안실로 향하면서도 아닐거라고, 성민의 장난일거라고 수도없이 속으로 외쳐보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영안실에서 나오는 시체 한구.. 그리고 하얀 천을 살며시 걷자 전보다 많이 야위고 많이 창백해진 성민의 얼굴... 성민이었다. 이렇게 변해있어도 자신들이 아는 성민이었다. 그토록 간절히 보고싶었던 성민이었다.

 

 

멤버들이 병원에 도착하고 뒤로 바로 도착한 성민의 가족들은 성민의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성민의 어머니는 그렇게 오열을 하다가 이내 정신을 놓고 말았다. 성민의 주검 앞에서 가족을 비롯한 멤버들까지, 모두 그렇게 무너져버렸다.

 

 

 

 

- 完

 

 

"뭐가 그렇게 급했어..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 볼 수 있었잖아...흐윽.. 이성민 이 바보야... 흑..."

 

 

성민은 바로 서울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벌써부터 성민의 소식을 듣게 된 수많은 사람들이 성민의 장례식장을 찾아왔다. 또 다시 매스컴에선 성민의 죽음을 너도나도 알려대기 시작했고 조문객의 행렬이 줄지 않고 있었다. 영정사진 속의 성민은 항상 그랬듯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23살.. 아직은 어린 나이에 어울리는 미소로 슬픔에 잠긴 사람들을 위로하는 듯 그렇게 해맑게 웃고 있었다. 정수는 성민의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렇게 예쁜 미소로 형-하고 달려올 것만 같은 느낌에 정수의 어깨가 더욱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

 

장례식장 밖에선 영운이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벽을 치고 있었다. 억울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혼자 그렇게 죽어갔을 성민의 모습이 떠올라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홀로 외롭게 몇날 며칠을 보냈다는 생각에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활동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성민을 찾아 나섰어야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그리고 아직 어린 성민을 보낸 것이, 아직 꿈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성민을 보낸 것이 억울했다. 그토록 기도했는데 들어주지 않은 하느님이 너무 미웠다.

 

 

울퉁불퉁한 벽때문에 손등에 상처가 생긴 영운은 그렇게 해도 가시지 않는 슬픔에 결국 벽을 등지고 주저앉고 말았다. 손으로 가린 얼굴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순간 자신에게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눈물을 훔친 영운이 고개를 들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희철이었다. 희철 역시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울고있는 영운에게로 다가간 희철은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꺼내 영운의 입에 물렸다. 그리고 또 다른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까지 붙여주었다.

 

 

"오늘만, 오늘만 피자.."

 

 

담배를 쥔 손이 떨려오고 있다는 건 아는지 모르는지 희미하게 웃어보인 희철이 연기를 뱉어내며 한숨도 함께 뱉어내었다. 오랜만에 담배를 피려니 그것도 쉽지가 않았나보다. 매쾌한 냄새때문인지 그쳤던 눈물이 다시 흐르고 있었다. 담배를 피고 있자니 또 다시 성민 생각이 떠오르고 말았다. 성민과 함께 한 약속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희철은 반도 더 남은 담배를 떨어트리고 그렇게 또 다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울지말자.. 우리 이제 더이상 울지 말자... 형도 울지 말고.. 나도 울지 말고.. 애들도 울지 말고... 우리 웃으면서 성민이 보내주자.. 성민이는 끝까지 우리가 웃길 바랐을거야... 우리 웃는거 디게 좋아했잖아, 성민이..."

 

 

가로등 불빛만이 내비치는 조용한 병원의 구석에서 희철의 흐느끼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영운의 작은 말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유난히 어둡게만 느껴지는 밤이었다.

 

 

 

 

-

 

"이거, 학생이 쓰러질 때 옆에 떨어져 있던거예요.. 혹시해서 가지고 있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픈 성민때문에 이것저것 챙겨주다보니 정이 많이 들었는지 성민의 죽음에 그 누구보다도 슬퍼하던 주인 아주머니는 울다 지쳐 넋을 잃고 멍하게 있던 정수에게 다가가 종이 하나를 손에 쥐어주었다. 정수는 뭔지 알 수 없는 종이를 보고는 주인 아주머니를 쳐다보았고 아주머니는 슬픔에 가득찬 미소를 지어보이며 마지막 인사였나보다는 말만 전하고 뒤돌아 가버렸다. 황급히 종이를 펼친 정수는 또 다시 오열을 하며 주저앉아버렸다.

 

 

 

 

-

 

보고싶어.. 보고싶어 보고싶어...

형들도, 동생들도.. 다 보고싶다...

나, 이제까지 한 번도 말 하지 않은게 있는데...

뒤늦게 어리광 좀 부리려고......

 

나.. 살고싶다... 살고싶어......

무서워, 형.. 나 무서워요...

얼마 남지 않은게 훤히 보여서...

나 너무.. 너무 무서워서...

나 살고싶어.. 나 좀 살려줘요...

죽는게 이렇게 무서운건지 몰랐어..

사는게 이렇게 두려운건지 몰랐어...

 

진짜..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죽을 때가 되면 자신이 잘 안다더니...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미안해.. 끝까지 얼굴 못 보여주네...

미안해요... 미안해... 이런 얼굴 보여주고싶지 않아서......

 

내가 살아온 인생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를 꼽으라면

나는 당연히 슈퍼주니어로 데뷔한 날이라고 말할거야..

그리고 13명이 함께해서 더 좋았던 첫 1위였던 날...

신인상 받았던 날... 함께 했던 생일파티..

밤새도록 안무연습하고 해 뜨는거 보고 숙소로 돌아갔던 날들...

 

나,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구나...

이렇게 행복한 사람일 수 있게 해준 멤버들...

너무 고마워... 정말로, 너무너무 고마워요...

비록 훨씬 먼저 세상을 떠나지만,

나에게 주었던 행복 배로 느낄 수 있도록

내가 하늘에서 지켜줄

 

 

 

-

 

차마 끝까지 쓰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을 성민의 모습이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고통에 힘겨웠는지 밑으로 내려갈 수록 그 예쁘던 글씨는 엉망 진창이었다. 정말 많이 힘들었나보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팠을 성민의 모습에 두 눈을 꼬옥 감은 정수의 눈에서 멈췄던 눈물이 또르르 흐르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멤버들에게 편지를 전해주기 전까지..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기 전까지 정수는 그렇게 계속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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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선 멤버들에게 일주일간의 시간을 주었다. 성민을 보내고 슬픔과 싸워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슈퍼주니어의 활동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일주일간의 시간을 두고 멤버들이 스스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것이 사무실에서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그리고 그것밖에 해주지 못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어찌 표현할 수 없는 사무실이었다.

 

 

성민은 장례식이 끝이 나고 서울의 한 납골당에 안치되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성민의 죽음을 애도하며 마지막 길을 함께 해 주었다. 그새 많이 수척해진 멤버들도 성민의 마지막 길에 함께 섰다. 이제 정말 끝이었다. 다신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성민이 떠나버렸다. 성민의 유골이 납골당 안에 들어가는 순간 또 다시 슬픈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성민을 보냈다. 이젠 옆에서 지켜볼 수 없음에 멤버들은 쉬이 성민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 epilogue

 

 

거진 일주일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햇빛에 정신이 아찔해질 즈음 정수의 앞에 희철과 영운이 나타났다. 많이 수척해진 모습으로 정수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희철과 영운의 모습에 정수도 피식하며 참았던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어쩌면 숙명과도 같았다. 성민을 떠나보내고 언젠가는 다시 일어나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웃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는 것.. 자신들이 할 일이라는 게 그것 뿐이라는 사실이 슬펐지만, 반대로 행복했다. 이렇게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곳이 있따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렇게 세명은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어디론가 향했다.

 

 

누가 연락도 하지 않았건만 너도나도 하나둘 씩 모이기 시작했고, 어느새 12명의 멤버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서로의 모습을 보고는 풋-하고 웃어버리는 모습에 어쩌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정수였다.

 

 

"성민이가, 우리 많이 보고싶었대.. 기특한 자식... 지 몸뚱아리는 아파서 죽어가는데도 우리를 생각했다는게 너무 기특하지 않아?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숨어버리면 안 되잖아. 최대한 하늘에서 잘 볼 수 있는 곳에 있어줘야지.. 우리가 각자 흩어져 있으면 성민이도 보기 힘들거야- 그러니까.. 언제까지나 이렇게 함께 있자. 함께 좋은 모습 보여주자. 우리가 성민이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니까..."

 

 

정수의 말에 모두 동의한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보며 미소지었다. 오랜만에 보는 진심어린 미소였다. 비록 지난 일주일동안 많이 힘들고 아팠지만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자신들이 있어야할 곳은 각자의 집이 아닌 조명이 환하게 비추는 무대 위였고, 땀냄새로 가득하지만 그보다 열정으로 가득한 연습실이었다.

 

 

"자~ 그럼 뮤직 스타~트!!"

 

 

혁재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잠시 중단했던 타이틀곡의 전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두 대형에 맞춰 밝은 얼굴로 그렇게 있는 힘을 다해 춤을 췄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슈퍼주니어의 타이틀곡에 놀란 사람들이 연습실 밖을 서성였지만, 이내 너무도 밝은 멤버들의 모습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박수를 치며 그렇게 제 갈길을 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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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몸을 풀어줬더니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왠지 움직일 때마다 뼈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연습실 바닥에 정수가 드러 누우며 이제 나도 늙었나봐-라는 투정아닌 투정을 부리자 몇몇의 멤버들이 이제 알았냐며 늙은 정수를 놀려댔다. 그에 정수는 벌떡 일어나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반격을 가했지만 그래봤자 아직 멀쩡한 어린 멤버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괜히 오기를 부렸다가 되려 당할 자신을 잘 안 정수는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벌러덩 누워버렸다.

 

 

"왔구나-"

 

 

오랜 연습으로 지쳐 쓰러져있던 멤버들에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주일만에 보는 매니저의 얼굴은 멤버들 못지않게 수척해져 있었지만 뭔가 생기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멤버들은 지친 몸을 일으켜 매니저에게 달려들었고 그런 멤버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흐트러놓으며 좋은 소식이 있다고 웃어보였다.

 

 

"좋은소식이요? 뭔데요? 네?"

 

 

"너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뭐.. 너희 나름이니까... 나는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해서 말이다-"

 

 

조금은 뜸을 들이는 매니저의 모습에 빨리빨리 말하라며 보채는 멤버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진 매니저는 순간 말을 하지 말아버려? 라며 멤버들을 협박했고 그에 손사래를 치며 갖은 아양을 떠는 멤버들이었다.

 

 

"성민이 추모앨범... 내기로 했어.."

 

 

"뭐...?"

 

 

"물론 너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잘 알아. 하지만, 이건 성민이에게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 나는. 성민이가 이제까지 만들어놓은 곡들을 너희가 부르는거야. 그리고 모자란 수는 너희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해서 넣을거고.."

 

 

매니저의 말에 처음엔 얼굴을 굳혔던 멤버들이 성민의 곡으로 자신들이 노래를 부른다는 이야기에 표정을 밝히며 귀를 기울였다. 이제까지 공개된 적은 없지만 간간히 성민이 평가해달라며 들려준 노래들은 기존 앨범에 넣어도 무난할 정도로 좋은 곡들이 많았다. 그렇게 혼자서 욕심을 부리고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만든 곡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채 사라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긴 것에 기분이 들뜬 멤버들이었다.

 

 

"그리고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성민이 솔로곡도 넣을 예정이야- 전에 제발 부탁이라고 진짜 너무 아까운 곡이 있다면서 녹음하게 해 달라고 그랬었거든.. 엔지니어형이 노래 들어보고는 마음에 들었는지 흔쾌히 허락을 해서 녹음도 다 마쳤었어. 그걸 너희들한테 들려주겠다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아마 아직은 못 들어봤을거다- 데모씨디가 나오기 전까지는 너희들한테도 들려주지 않을 작정이야! 그러니까, 열심히 작업하자고!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성민이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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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이제 진짜 마지막이야..."

 

 

멜로디는 수도없이 들었던 것 같다. 잘 때도 들으면서 잤고 틈틈히 멜로디를 익히려 무단히도 노력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녹음 날.. 멤버들은 긴장 속에서 한 명 한 명씩 부스로 들어갔다. 이번만 잘 마치면 성민의 이름으로 성민의 추모앨범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성민의 솔로곡을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앨범이 잘 나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멤버들은 그저 뿌듯하게 바라볼 성민과 그런 성민의 흔적들을 자신들이 소장할 것 만을 생각하며 그렇게 열심히 녹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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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성민 한달째 앨범 판매량 1위 기록'

 

 

성민의 이름으로 추모앨범이 발매된지도 벌써 한달이 지나고 있었다. 예상외로 앨범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수많은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횟수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멤버들은 그에 덩달아 바빠져 엄청난 스케줄을 감당하고 있었다. 비록 몸은 지치고 힘들지만 마음만은 하늘을 날고있는 멤버들이었다.

 

 

간신히 시간을 빼내 하루의 휴가를 얻게 된 멤버들은 앨범을 가지고 성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성민의 유골이 놓은 곳에는 이미 수많은 앨범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엄청난 꽃들이 좋은 향을 내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성민아- 벌써 팬들이 많이 가져와서 봤겠네.. 너의 앨범이야, 너만을 위한 앨범... 그 좋은 곡들을 그냥 버려두기엔 너무 아까워서 우리가 직접 불러봤어- 솔직히 우리가 불러서 노래가 더 살았다! 그러니까 우리한테 고마워해~! 알겠어?! 장난이구.. 진짜 너무 좋은 노래, 우리가 부를 수 있게 해 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거기선 잘 지내지? 우리 잘 보고 있는거지? 그래, 그렇게 지켜봐줘.. 너를 위해 열심히 할게.. 아프지 말고! 또 올게- 사랑한다 성민아."

 

 

성민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멤버들의 표정이 밝았다. 이젠 성민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지 않는 멤버들이 되었다. 비록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슬픔이 가득했지만, 그보다 성민이 원할 미소로 슬픔을 억누르고 있었다. 이제 두번다시는 곁에 두지 못할 성민이었지만 모두의 가슴속에 살아있기 때문에 더 이상 슬픔을 표현하지 않았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다!!!! 아리아리!!"

 

 

슈퍼주니어의 인기행진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영정사진 속의 성민은 그 어느때보다 행복한 듯 웃고 있었다. 어쩌면, 그 미소가 하늘에서 멤버들을 지켜보고 있는 성민의 진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