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슈주팬픽

오직성민SJ 2008. 8. 11. 23:34

 

 


팬픽? 리얼! -# 1
(HYUKJAE)

 

 

 

 

 


나? 

 

 

한류스타 이혁재님.

 


 

 

 


 

뛰어난 외모와, 특출난 끼의 소유자인 나는,

 


아시아로 뻗어나가는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로서 가장 뛰어나다고나 할까.

 


현재 순탄하게 인기 순항 중.

 

 

 

 

 

 

어쨌거나 긍정적인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모든 것이 순탄하게 돌아갈 줄로만 알았다.

 


아니,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순탄했다.

 

 

 


 

 

 


가수가 되기 위해서 SM이라는 거대 기획사에 들어가 친구들과 함께 연습을 시작했고, 연습의 결과로 완

 

벽한 데뷔무대를 가지며 팬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가수란 직업을 갖게 되었다. 무대에 설 때면 내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춰도 피곤한 걸 느낄 수 없었고, 형제같은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면 지금처럼 스케쥴이

 

모두 끝나서 피곤한 이 시점에도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순탄하지도, 웃을 수도 없었다.

 


 

 

 

 

 

“아하하. 형~ 저도 주세요~ 배고프단 말이에요~”

 

 

 

 

 

 


바로 옆 건너편 좌석에 앉아 있는 정수형에게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졸라대는 인간.

 


내 머릿속을 흔들어 놓은 멍청한 이성민 덕분에.

 

 

 

 

 

 

 

 

 

 

 

 

                                                         팬픽? 리얼!

 

 

 

 

 

 

 

 

 

 

 

“자- 내일은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하니까 빨리빨리 자라 어서-”

 

 

 

모두들 피곤했는지 매니져 형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는 각자 방안으로 들어갔다.


동해는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침대 위로 쓰러졌고, 나는 쓰고 있던 모자를 내려놓고 조용히 컴퓨

 
터를 켰다.

 


 

 

 


“일찍 자래잖아~ 너 내일 또 늦게 일어나려고 그러냐???”


“먼저 자. 난 팬까페 좀 들어갔다 오려구. 모니터 좀 하게.”


“아우... 그건 내일 해도 되잖어. 내일 탁사마 힘들게 하지 말고 빨리 자~”


“먼저 자래도.”

 


 

 

 


다른 때 같았으면 빨리 자라고 성화였을 동해도 피곤했는지 웅얼거리다가 픽 쓰러져 잠이


들어버린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주소창에 까페 주소를 치고 나온 화면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동성팬픽방’이라고 적혀 있는


곳을 클릭했다. 그리곤 동해가 깨지 않도록 소리 안 나게 검색 창에 ‘은성만을’ 이라는 글자


를 적어 놓고는 검색을 눌렀다.

 


 


눈 앞에 펼쳐지는 게시물들.

 

 

 

 “뭐야... 아직 안 올라..... 어? 번외편 올렸네??”

 


 

 

 
‘은성만을’ 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평소에 올리던 게시물을 올리지 않고 약간의 번외물 비슷한 게

 

시물을 올려놓았길래 그 게시물을 클릭했다.

 

 

 

헤드폰 사이로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음악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었다.

 

 


 

 

 

 


「“.....가지마. 혁재야... 오늘....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돼.....?”

  “성민아.... ”

  “제발....부탁이야...나.... 니가 필요해....응...?”

 


  성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혁재는 성민의 얼굴을 부여잡고 키스를 퍼 부었다. 그런 혁재

  의 허리를 같이 부둥켜 안은 성민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키스를 마친 혁재는 성민

  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말했다.

 


  “왜 울어.. 바보같이... 내가 옆에 있잖아....”」

 

 

 

 

 

 


게시물에서 나와 성민으로 묘사된 두 주인공은 절절한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고, 성민으로 묘사

 
된 주인공은 너무나도 애달프게 울고 있었다.

 


 

 

 


자꾸만 머릿속에 성민이형 얼굴이 클로즈업 되려는 것을 떨쳐 버리려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혁재의 손은 다급하게 성민의 옷 속으로 찾아 들었다.....................성민의 가녀린 숨소리가.............

  혁재의 입술이 성민의 어깨를 훑고 지나갔고, 성민은 혁재를 있는 힘껏 끌어안앗다........성민의 애타는

  얼굴에 혁재는 다시 키스를 퍼부었다....... 성민의 바지 버클을 잡은 혁재는....................

 


   “.............하악...혁재...흐읏....”」

 

 

 

 

 

 


“!!!!!!!!!!!”

 

 

 

 

 

 

 


황급히 모니터를 껐다. 다급해지는 숨소리를 가다듬으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두리번 거려봤자 자고 있는 동해밖에 더 있겠느냐만 난 누가 날 보고 있기라도 한 듯 얼굴이 화끈 거렸

 
다. 가슴이 심하게 쿵쾅거렸다.

 

 

 

 

 

 


방실방실 웃고 있는 성민이형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라 그만 컴퓨터 책상 앞에 그만 절망적으

 
로 엎드리고 말았다.

 

 

 

 


 

 

 

 


제길. 또 두근거리고 말았다.

 


마치 정말 내 일이라도 되듯.

 


정말 현실에서의 나와 성민이형의 일이라도 되듯이 말이다.

 

 

 

 

 

 

 

 

 

 

 

그랬다. 난 우연치 않게 팬픽이란 걸 접하게 되었다.

 


 

 

 

 


데뷔하기 바로 직전, 연습을 끝마치고 방 안으로 들어 온 나는 막내인 려욱이가 무언가를


보다가 황급히 모니터를 끄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나도 당황하는 려욱이를 보며 약간 이상한 기운을 느꼈던 나는


그 날 려욱이를 추궁했고. 려욱이는 사실대로 내게 말해주었다.

 

 

 

 

“아... 실은요.. 형... 팬픽이라고...팬들이 쓰는 소설인데요.....”

 

 

 

실로, 려욱이의 말은 놀라운 것이었다.

 


 

 

 

 


한 가수를 좋아하는 그 가수의 팬들이 그 가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쓴다라...


려욱이한테는 뭐 그런 것 가지고 부끄러워 하냐고 어깨를 두드렸지만, 이어서 나온 려욱이


의 말은 나를 다시금 충격으로 빠뜨렸다.

 

 

 

 

 

 


“그게....... 멤버들이... 서로 좋아해요.........팬픽에서는........”

 


 

 


흠...그래?

 


동성이란 말이지???

 


 

 

 

 


아..... 예전에 준수한테 들었던 기억이 난다. 팬픽이란 걸 유천이가 즐겨 읽고는 팬들 앞에서 일부러 자

 

기한테 태클 걸거나 유수커플이라고 외치고 다닌다며 투덜거렸던 걸...

 


려욱이가 저쪽 숙소로 건너가고 난 후...

 

 

 

 

 

 

..............................난.. 내 일생 일대 최대의 실수라고 할 수 있는 길로 들어서 버리고 말았다.

 

 

 

 


생각보다 동성팬픽은 엄청나게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이성팬픽보다 훨씬 많았다.

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난 그저 내 인기가 많다고 좋아하면서 클

릭을 하고 말았으니.....

 

 

 

 

 

 

 

.............하필 그 소설의 주인공이 나와 성민이 형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일 줄이야.

 

 

 

 

 

 

 


여튼, 그 날 이후로 멤버들 몰래 밤마다 팬픽을 읽기 시작했다. 다른 소설은 눈에 들어오지

도 않았다. 처음 읽은 소설이 나와 성민이 형을 커플로 한 소설이어서 그런지 다른 커플들

이라고 써 있는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작용도 특히 심했다. 팬픽을 보고 난 다음 날이면, 평소와 다름없이 나를 깨우러 들어오


는 형의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깼고, 다른때와 다름없이 나에게 장난을 걸어


오는 형에게 자연스레 웃어줄 수가 없었다.

 


 

 

 

 

 

 


평소와 같이 대하면 된다고.

 


현실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성민이형을 볼때마다 머릿속에는 소설 속의 묘사가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었다.

 

 

 

 


팬픽을 끊으려고도 했지만 침대위에 누워 잠을 청하려고 할 때마다 역시, 소설속의 성민이


형에 대한 묘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렸다.

 


 

 

 

 

 


 

 

 

 


앵두같은 성민의 입술........

하얀색 눈을 바른듯한 성민의 피부.............

호수같이 빛나는 성민의 눈...........

 

 

 

 

 

 

 

 


 

 

 


더 웃긴 건 가면 갈 수록 팬픽과 현실 사이에서 헷갈려 하는 나를 발견한 것이었다.
 

아까 전처럼 형이 다른 형들이나 동생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으면 괜한 심술이 나버렸다.

 
그러다 나를 보며 웃으면 이제는 웃을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얼굴까지 빨개지는 나를 발견했다.

 


 

 

 

 

 

 

미쳤다. 이혁재.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향했다. 여전히 얼굴은 화끈거리는 상태로.

 

 

 

 

 

 


“아. 돌겠네..”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호기심 때문이다.


사실이 아니다. 실제가 아니야.

 

 

 

 

 
어쨌든, 오늘도 그렇게 주문을 외우며 잠이 들었다.

 

 

 

 

 

 

 

 

 

 

 

 

 

 

 

 


*

 

 

 

 

 

 

 


 

 

 

 

 

 

 

 


“혁재야~~~~”

 

아...씨.. 졸려 죽겠는데 누구야. 도대체......

 


“이혁재~ 일어나~~ 미용실 가야돼~~ 혁재야아아-”

 

 

아씨!!! 진짜 누가 감히 내 잠을...................!!!!!!

 


 

 

“헉!!!!!!!”

 


“으악!!!!!!!!”

 

 

짜증을 내며 자리에서 이불을 걷어치우면서 일어난 나는 숨이 멎을 듯이 놀랐고, 나를 깨우러 온 사람

 

역시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사람. 성민이형.

 


 


“뭐야~ 혁재야. 악몽이라도 꿨어?? 왜 그렇게 놀라?? 응???”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젠장.

 


아침부터 그런 눈을 하고 나를 보면 나더러 어쩌라는거야.

 

 

 

 

 

 

 

 

“응?? 안색이 안 좋아. 혁재야.”

 


“..아, 아니야...”

 


“아니긴! 안색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 어디 아퍼????”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얼굴을 들이대는 성민이 형.

 

어젯밤에 읽었던 소설의 일부분이 생각나 버렸다.

 

 

 


 

「성민의 애타는 얼굴에 혁재는 다시 키스를 퍼부었다.......」

 


애타는 얼굴이라... 지금 이런 얼굴을 말하는 얼굴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성민의 바지 버클을 잡은 혁재는....................」

 

 

형의 허리춤을 바라보았다. 약간 커 보이는 듯한 형의 바지.....

 


 

 

「“.............하악...혁재...흐읏....”」 

 

 

 

!!!!!!!!!!!!!!!!

 

 

 


“괜찮대도!!!!!”

 


“으응??”

 


무의식 중에 성민이 형을 밀치고 일어나버렸고, 성민이 형은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방문이 열리며 정수형이 들어왔고, 정수형은 눈을 비비면서 졸린 듯이 말을 꺼낸다.

 

 

“하암.... 빨리 일어나~ 탁사마 화나겠다.”

 


“알았어!!!!”

 

여전히 벙쪄 있는 성민이 형을 뒤로 하고, 방을 빠져나왔다.

 

 

 

 

 

 

 

 

 

 

 

팬픽? 리얼! -# 2

 

 

 

 

 

 

 

 

 

“어?? 이거 제가 갖고 싶던건데.... 형 언제 사셨어요!!!”

 

 

 

아... 또 시작이다.

 


 

 고개를 살짝 내밀어 앞쪽을 바라봤다. 정수 형 옆에 앉은 성민이형은 정수형이 가지고 있는 핸드폰 줄을

 

가지고 또 콧소리를 섞어가며 약하게 투정부리고 있었다. 그런 성민이형을 보며 웃고 있는 멤버들이란.

 


 

 


기분이 나빴다.

 

나도 그저 형을 보며 웃어주면 되는데.

 

이유도 모른 채 그 웃음이 기분 나빴다.

 

 

 

 

아.. 정말 이혁재. 이대로 미치는건가.

 

 

 

 


내가 예전에 읽었던 소설 중 이런 구절이 있었다.

 

내가 성민이형에게 마구 소리치는 장면.

 

 

 

 


「“다른 사람 보고 웃지 말란 말이야!!!!!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그래. 

 


진짜로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웃지 말라고.

 


그렇게 환하게.

 

 

 

초승달같이 눈이 휘어지면서 환하게 웃는 성민이형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쓰고 있던 모자를 푹 눌러 썼

 

다. 아예 이대로 잠이라도 청하는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아! 아예 소리도 듣지 못 하게 이어폰이라도 끼고 있어야겠다.

 

 

옆자리에 앉은 동해를 바라보니, 동해 역시 자리에서 일어서서 성민이형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다시금 나빠져 오는 기분에 동해의 목에 걸려 있는 이어폰을 확 잡아당겼다.

 


 

 


“아! 이혁재!! 아프잖아!”

 


“나 니 이어폰 좀 끼고 있는다고. MP3랑 내놔.”

 

 

 


내 퉁명스런 말에 자신도 똑같이 틱틱 대면서 주머니에서 MP3를 꺼내서 휙 던지고는 다시 금 앞을 보며

 

깔깔깔 웃어대는 이동해.

 

 


의자에 기대어 이어폰을 꼽고 잠을 청하려 하는데....

 


다시금 휙 벗겨지는 내 모자.

 


그리고, 내 시야에 들어오는 성민이 형의 커다란 눈.

 

 

“헉!!!!!!!”

 


“뭐야- 그 암울한 표정은??”

 


“뭐, 뭐야!! 형!! 그렇게 들이대면 어쩌라는거야!!!”

 


“응??”

 

 

 

 

 

.......................................................또 오버해버렸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눈에는 뭐에 얻어맞기라도 한 듯한 표정의 성민이형이 상처받은 듯한 얼굴로 나

 

를 바라보고 있었고, 갑작스레 내지른 소리에 멤버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흠,흠.... 아니.... 자려고 하니까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노, 놀랬잖아!! 아씨......”

 

 

 

내 말에 성민이 형은 그제서야 굳은 얼굴을 풀고 베시시 웃는다. 그리곤 다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내 얼

 

굴에 양 손을 가져다 댄다.

 

 


손이 엄청 차다.

 


항상 팬픽에서는 여리고 따뜻한 손을 지녔었는데.

 


실제로는 차갑구나.

 

 

따뜻하게 해 주고 싶다....

 


 

 

 

 

 

 

 

 

...............................................................................응??

 


 

 

 

 

 

 

 

 

 

“정말 아픈거 아니야???”


“괘, 괜찮다고!!”


“그럼 이렇게 해 봐.”

 

 

 

 

 

 

내 양 입꼬리를 올려주는 형. 덕분에 난 아주 웃기게 웃는 꼴이 되어버렸고, 그런 나를 보면서 똑같이 따

 
라 웃는 형이다.

 

 

 

“웃으니까 멋있잖아.”

 

 

 

 


두근

 

 

 

 

 

 

뭐,뭐야...

 


왜 또 두근거리지.

 


팬픽을 본 것도 아닌데.

 

 

 

 


미친게야. 미친게 틀림없어. 이혁재.

 


넌 가상현실과 실제를 구분을 못 하고 있는거라구!!!!!!

 


팬픽을 많이 읽다보니까 니가 드디어 부작용이 생긴거야!!! 그런거라구!!!!!


 

 

 

 

 

 

 

 

 

 

절망에 빠져 있는 나와는 반대로 해맑게 웃어보이곤 제 자리로 걸어간 성민이형.

 

형이 제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한참을 성민이 형이 만든 얼굴 표정으로 벙쪄 있다가 정신차리라며 뒷통

 

수를 퍽 소리가 나도록 때리는 이동해 때문에 제 정신을 차리고는 동해를 흘겨 보며 다시 모자를 눌러썼

 

다.

 

 

 

 


여전히 앞에선 멤버들과 성민이 형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

 

 

 

 

목동회관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솔직히 이런 정신상태로 제대로 무대에 설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뭐야. 진짜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야? 아까부터 안색이 왜 그래????”

 


 

어깨를 툭 치는 종운이형의 목소리에 난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일 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

 

다. 어색하게나마 웃어보여야 했는데 말이다.

 

 


“아하하~ 영운이 형 살려줘요!!!!!!!”

 

 


내 옆을 스윽 스치고 지나가는 인물.

 


이성민 때문에 억지로 웃어보일 수도 없었다.

 


 

그런데 왜 내 눈엔 뛰어가는 저 뛰어가는 모습에서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걸까??????

 

 

 

 

 

 

 

 

 

 


*

 

 

 

 

“슈퍼 주니어 1시간 뒤 리허설입니다. 대기실에서 준비해주세요-!”

 

 

AD목소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리는 모두들 대기실로 달려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달려가는 멤버들과 다르게 심란한 마음 상태 때문에 가장 늦게 대기실로 들어간 나는 자리를 찾으려 두

 

리번 거렸고, 려욱이 옆에 자리가 나자 그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가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려욱이는 옆을 슬쩍 보더니 작게 미소짓고는 읽고 있던 책을 계속 보기 시작한다.

 


뭘 읽고 있나 해서 표지를 살짝 들춰 봤더니.....

 

 

 

세상에-!!!!

 


 
 

 


“김려욱! 너 뭐 읽고 있는거야??”

 


“아.. 형.. 지난 번에 완결난건데요~ 재밌어요. 제본이라는거에요~ 다 읽으면 빌려드릴까요?

 


이거 형이 주인공이에요. 성민이형이랑.”

 


“뭐??”

 

 

 


날 보면서 베시시 웃는 려욱이.

 

 

그렇게 웃는 려욱이를 보며 난 내 속이 점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지금 이렇게 이상하게 변하게 된 것도 다 이 놈 때문 아닌가!

 


왜 그때 내 방에 들어와서 컴퓨터로 이상한(?) 짓거리를 해 가지고는!!!

 


다 이 놈 때문이다!!!!!

 


그래!! 이 놈이 발단인 것이었다!!!!

 

 

 


-퍽-

 


 

 
"아야!!! 형 왜 때리세요......”

 

 

 

머리를 쥐어잡는 려욱이.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가서 려욱이 머리를 때리고 말았다.

 

울상을 짓는 려욱이를 보며 난 다시 려욱이를 때렸다.

 


 

 


물론, 이런 말도 안 돼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들어가면서.

 

 

 

“내일 수능 보는 자식이 이런거나 보고 있고!!!!!!!죽을래!!!!!!!!!”

 

 


그렇게 말하며 나는 연거푸 려욱이의 등이며 배며 머리며 온갖 몸을 다 때리고 있었다.

 

 


“으아아-!!! 성민이혀엉~~~ 저 좀 살려주세요!!!”

 

 


어느새 부리나케 맞은 편에 앉아서 졸고 있는 성민이형한테까지 달려간 려욱이.

 

 


막 졸다가 깬 형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빙긋 웃었고, 자신의 뒤에

 


숨어 있는 려욱이를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표정!!

 


어리둥절해 하는 그 표정!!

 


막 잠에서 깬 그 표정!!

 


애처로워보이기까지 하는 그 표정!!

 

 

 

 

 

 

「성민의 애타는 얼굴에 혁재는 다시 키스를 퍼부었다.......」

 


「성민의 바지 버클을 잡은 혁재는....................」

 


「“.............하악...혁재...흐읏....”」 

 

 

 

!!!!!!!!!!!!!!!!!!!!!!!!!!!!!!!!!!!!!!

 

 

 

또 생각나버렸다.

 

 


난 다시금 형을 보며 얼굴이 달아오를 수 밖에 없었고, 성민이 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손을 가져다 대는 형.

 

 

“앗, 뜨거워. 너 아픈거 맞구나. 정수형한테 말해서 너 본방 녹화만 한다고 그래야겠다.”

 


“......................”

 

 

 

차라리 움직일 수라도 있었으면.

 


정말 마법에 걸린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정말 이대로 가다가....

 


나 미치는거 아닐까.

 


왜 시도때도 없이 생각이 나는 것이냔 말이다!!!!!

 


그건 사실이 아니야. 사실이 아니라고!!!

 


사실이 아니야.. 사실이....사실이............................................

 

 

 

 

 

 

 

 

 

「“.............하악...혁재...흐읏....”」 

 

 


이젠 환청까지 들리는구나. 제기랄.

 


아무래도 어제 그 짧은 번외편이 너무나 수위가 강했던 듯 싶다.

 

 


그래서 이러는 것일 것이다.

 

누구든 나처럼 그런 걸 보면 이랬을 것이다.

 

 

아무렴.  너무 충격을 받아서 뇌리에서 안 잊혀지는 것 뿐이다.

 

 


어찌 됐건 이런 나를 두고 총총걸음으로 희철이형과 대본을 읽고 있는 정수형에게로 걸어가는 성민이형

 

이었다.

 

 

 

그저 그런 형을 보며 고개를 숙일 수 밖에.

 


 

 

 

 

 

 

 

 

 


형. 

 

 

 

나 정말 미쳤나봐.

 


내가 내 자신을 모르겠어.

 

 

 

 

 

 

 

 

 

 

 

 


팬픽? 리얼! -# 3

 

 


 

 
 

 

"형?? 혀엉-!!!!"

 

 

 

나에게 다가와 내 몸을 마구 흔들어 대는 김려욱 녀석.

 

내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자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피식 웃는다.

 

이 자식이 죽을려고 환장했나!!!!

 

 

 

 

"죽을래? 누가 형보고 그렇게 웃으래!"

 

 

"아아, 죄송해요~ 형. 근데요. 너무 웃겨서요."

 

 

"뭐가 그렇게 웃긴데!"

 

 

 

 

내 추궁에 려욱이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나에게 건넸다.

 

뭐냐는 나의 눈빛에 려욱이는 빨리 받으라는 몸짓을 해 보였고, 나는 얼떨결에 책을 받았다.

 

 
 

"지금 형 모습이 팬픽에서 성민이형 볼 때 혁재 형 모습이랑 똑같아요."

 

 

"뭐?????"

 
 

"뭐... 지금은 아프셔서 그런거겠지만요. 그렇게 얼굴이 붉어져 있으면

 

저같이 팬픽 즐겨 읽는 사람들, 아니 팬들이 보면 착각한다구요~"

 
 

"정말 죽는다. 김려욱.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내가 좀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래!"

 
 

"누가 뭐랬나요~"

 

 

 
 

 

 

악마같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총총 대기실 밖으로 사라져버리는 김려욱.

 

려욱이 던진 말은 심히 충격적이었다.

 

 

 

 

 

설마... 정말 그렇게 볼까.

 

 

성민이형처럼 다 아픈거라고 생각하겠지.

 

저 자식이 이상한거야!!!!!!

 

 

 

 


 

......................................손 좀 봐줘야겠군.

 

 

 

 

 

 

 

 

 

 

 

 

 

마음이 심란한건 심란한 거고, 일은 일이었다.

 

무대위에 오른 나는 최선을 다했다. 온갖 잡념들을 떨치기 위해서였다.

 


 

팬픽이란 장르를 처음 접해서 혼란스럽기 때문에.

 

그것도 동성인, 나와 성민이형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접해서 혼란스러워서.

 

그리고 헷갈려서.

 

단순히 그것 뿐일 것이라...

 

 

 
 

춤을 추는 내내 그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덕분에 카메라를 보며 웃지도 못 하고 기계처럼 입만 벙긋벙긋 거릴 뿐이었다.

 

젠장. TV나오면 볼만 하겠군.

 

내 예상은 쇼탱 녹화가 끝나고 슈퍼주니어 쇼 촬영장으로 향하면서 나를 향한 멤버들의 질타로

 

적중했다.

 

 

 

 

"이혁재. 니가 간땡이가 부은게지. 그렇게 무표정하게 부르면 어쩌자는거야. 눈도 반쯤 풀려가지고!"

 

 

내 등을 퍽퍽 쳐대면서 걸어가는 정수형.

 

 

 
 

"혁재가 왜 그러냐~ 너도 희철이형처럼 사춘기 겪냐? 크하핫."

 

 

장난치듯이 내 머리를 헝클어트려놓는 영운이형.

 

 

 
 

"아, 진짜 뭐냐고~ 제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다고~ 진짜..."

 

 

특유의 말투로 나를 갈구는 이동해.

 


 

 

 

 

 

그리고.....

 

 

 

"에이... 아까 내가 혁재 오늘 몸 안 좋다고 그랬잖아요~ 그렇지??"


그 상황에서도 걸어가는 내 팔에 팔짱을 껴 오며 내 편을 들어주는 성민이형.

 

 

 

 

 

 

 

 

 

!!!!

 

 

 

성민이 형이 나에게 팔짱을 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피했다.

 

덕분에 민망해진 건 성민이 형이었고, 나는 그런 성민이 형을 잠깐동안 흘겨보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더욱더 빨리 걸어갔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유도 못 물어보고, 소리도 못 지르고, 보나마나 어색하게 웃고 있겠지.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무에게나 달라붙어서 웃을테고...

 

 

 

"아~형. 저 오늘 야참으로 곱창 사주세요~~ 네??? "

 

 

 

 

 

 

 

 

...........................................근데 왜 아무에게나가........

 

 

 

 

 

 


 

 

 

"아, 형 돈 없어! 영운이한테 가서 사달라고 그래!"

 

"영운이형 무섭단 말이에요.... 힝....."

 

 

 

 

 

 
 

 

 

정수 형이냐고!!!!!!!!!!!

 

 

 

 

 


 

 

둘을 눈이 빠지도록 째려보던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뭐야. 이혁재.

 

질투라도 하냐??

 

넌 성민이 형 좋아하는게 아니잖아.

 

팬픽 속에서의 너와 현실에서의 너를 혼동하지마.

 

그래... 지금은 머리가 이상해서 그래.

 

에잇!!!

 

 

 


 

머리를 세게 퍽퍽 쳐 댔다. 뒤에서 나를 안타깝게 보고 있던 동해가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약 줄까??? 시간 다 됐는데......."

 

 
 

즐이다! 이 놈아!

 

 

 

 

 

 

 *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

 

 

 

 

PD의 말에 모두들 자리에 주저 앉았고, 조혜련 선배님은 카메라 옆으로 가서 모니터 하고 계셨다.

 

AD둘이 뿅망치를 가져다 책상 위에 올려 놓았고, 나를 제외한 멤버들은 뿅망치를 가지고 노는데 여념

 

이 없었다.

 

 

 

 

 

"아아~~ 우리 쥐잡기 놀이해요. 왜 그거 있잖아요. 남걸 패러디하는데 여걸에서 하는 다른 것도 하죠?"

 

 

동희 형의 말에 모두들 수긍하는 분위기였고, 나도 같이 수긍해주며 멤버들이 둘러 앉은 사이에 껴 앉았다.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몇마리~"

 

"4마리!!!!"

 

 


정수형의 커다란 외침에 빠르게 잡았다, 놓쳤다를 반복하는 멤버들.

 

한 5바퀴쯤 돌았을 무렵. 만세를 크게 외친 뒤, 동해가 성민이 형 얼굴에 얼굴을 갖다대며 크게

 


 

"한마리!!!!!!"

 

 

라고 소리를 질렀고.

 

 

 

"자, 잡쳤.......으아아...."

 

 

 

잡았다, 놓쳤다 둘 중에 하나만 하면 되는데 저 바보같은 이성민은 두 말을 합쳐놓은 잡쳤다를 외치고

 

말았다.

 

 

앞으로 쓰러지는 성민이 형.

 

 


 

옆자리에 앉은 동해와 정수형은 뿅망치를 들며 환호하고 있었고, 형은 소리지르며 머리를 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필이면 형 맞은 편에 앉아서 이런 형의 모습을 내 눈에 고스란히 담고 있어야 하다니.

 

 

 

"아.... 우리 성민이 불쌍하네.....처음이니까 봐줄게~"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던 정수형은 약하게, 하지만 결코 약하지 않게 

 

성민이형의 머리를 강타했다.

 

 

 

"음... 난 봐주는거 없어요~"

 

 


안 쓰던 존댓말 까지 써 가며 뿅망치를 휘두르는 이동해.

 

 

어쩐지 불길한...............

 

 

 

 

 

 

-퍽!!!!!!!!!-

 

 

 
 

"으아아아아아아!!!!!! 아퍼!!!!아퍼!!!"

 

 

 

 

 

 

.....................................................넌 죽었어. 이동해.

 

 

 

 
*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은 왕게임이요~"

 

 

 

다음 촬영을 위해 준비하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혁재!!!!!!! 너 어쩔거야!! 어쩔거냐고!!!! 내 머리!!!!!!"

 

 

 

머리를 부여잡은 동해가 나에게 씩씩대며 뛰어왔고,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카메라 꺼지니까 이렇게 변하네. 와~ 진짜 이동해 이중인격이야."

 

"뭐?? 나 머리 망가졌잖아!!! 멍들었을지도 몰라!"

 

 "뭐??? 입술로 때려?? 웃기시네~ 변태~"

 

 

 

 

 

 

자꾸만 머리를 부여잡으며 소리를 질러대던 나는 조용히 동해를 보며 변태라고 불러주었고, 그 말을 듣

 
던 동해는 더욱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동희형이 말려서 겨우겨우 다음 촬영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말이다.

 

 

 

 

 
*

 

 

 

 

슈퍼주니어 쇼 1회 촬영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모두들 피곤했는지 곤히 잠이 들었다.

 

 

 

 

 

나 역시 잠을 자고 싶었지만.

 

잘 수가 없었다.

 

 

 

의자 옆으로 빠져나온 성민이 형의 얼굴.

 

정신없이 자느라 자세가 저렇게 된 것도 모르고 있나보다.

 

 

 

 

 

 

 

 

깨어나면 목 아플텐데......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눈을 딱 감고 성민이 형 자리로 얼굴을 똑바로 해주려 손을 뻗었다.

 

 

 

 

 

 

 

 

 

 

형의 얼굴에 손이 닿으려는 순간, 옆으로 일으켜 세워지는 성민이형의 머리.

 

이윽고 들리는 정수형의 말.

 

 

 

 

 

 

 

 

"아... 성민아. 똑바로 자야지.. 머리 아프잖아."

 

"...음....응.........."

 

 

 

 

 

정말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리더분.

 

정수형을 무척 좋아했지만 정말 요즘 갈.비 다.

 

 


 

난 괜히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잠이 든 동해의 얼굴을 창쪽으로 세게 밀어버렸다.

 

 

 

"........앗! 아퍼.......씨......."

 

 

 

 

 

역시 피곤한지라 잠시 웅얼거리다가 잠을 청하는 동해.

 

만약 동해가 일어나 있었다면 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리더라 그런지 애들 되게 잘 챙겨. 그렇지?"

 

 

 

건너편 옆 좌석을 바라보니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는 영운이 형이 보였다.

 

내가 형을 쳐다보자 형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잘 알진 못 했지만 나 역시 형을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뭐............리더니까요."

 

"그래. 쿡. 리더니까.....리더니까............"

 

"...............응?"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는 영운이 형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왜 그런진 알 수 없지만 형의 얼굴이 약간 서글퍼 보였다.

 

 

 

 

 

 

 

 

뭐, 어쨌든.

 

지금 내겐 형의 고민마저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정수형 어깨에 얼굴을 대며 자는 성민이 형을 생각하며 화가 나는 내 마음을 설명해 줄

 

명확한 해답을 찾아야 했다.

 

 

 

 

 

 

 

 

 

 


팬픽? 리얼! -# 4

 

 

 

 

 

 

 

 

“아... 배고파.... 곱창 먹고 싶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도중에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리는 성민이 형.

 
형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하려 한 거겠지만 나에겐 다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 신경이 온통

 
성민이 형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멤버들이 지금 잠에 취해서 정신없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정수형이나 동해가 이 말을 들었다면 라

 
면 끓여준다거나 밥을 볶아준다거나 말을 건넸을텐데 말이다.

 
사실, 졸린게 정상이고 내가 비정상이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아까 촬영할 때 정수형에게 어리광피우던 성민이 형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정말... 아까 전에 먹고 싶다고 그랬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상하게 나의 몸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그러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 몸은 성민이 형의 말을 듣자마자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뭐, 어차피 지금 들어가 봤자 성민이 형 말만 계속 생각나서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샐게

 

뻔했다. 그러느니 차라리 지금 움직여서 맘 편하게 자는게 더 낫지 싶었다.

 

 

 

 

 


“어디가게?”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가려고 했던 나는 갑작스레 나를 부르는 영운이형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형을

 

바라보았다. 형은 약간 굳은 얼굴로 나를 보다가 아까 전처럼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는 크게 매니져형

 

을 불렀다.

 

 

 

“형- 저 약국 좀 다녀올게요!”

 


“뭐??? 왠 약국??? 어디 아프냐?”

 


 

우리 샤프가이 탁사마. 약국이란 소리에 약간 감겼던 눈을 크게 뜨고 영운이 형을 바라본다. 형은 어깨

 

를 으쓱해 보이고는 동해 뒤에서 반쯤 수면상태인 려욱이를 가리켰다.

 


 

“내일 우리 려욱이 수능 보는데 우황청심환이라도 사 줘야 하지 않겠어요? 아님 박카스라도? 하핫.”

 

“내일 가는데 사면 되지 뭐 지금 나간다고 난리야. 가서 모니터하고 빨리 자야 되니까 나중에 가~”

 

“에이~ 형도 참. 내일 바쁘잖아요. 바쁘게 가는 길에 어떻게 약국에 들려요~ 그냥 지금 사 올게요~
 

혁재도 같이 갈테니까 걱정마세요”

 

 

 


매니져 형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그렇게 말하고 내 목에 손을 감고 나오는 영운이 형.


성민이 형에게 오해 안 받고 음식을 사 가지고 들어갈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나와 같이 나온 영운이 형

 
이 약간 이상했다. 려욱이 수능 때문에 박카스를 사러 간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또 어찌보면

 
한참 늦은 시간에 뜬금없는 이유를 대고 밖으로 나온 영운이 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

 

 

 

“형- 집에 박카스 없어요? 지난번에 한 박스 사다 놨던 것 같은데.. 희안하네.”

 

“..............혁재야.”

 

“상가 약국이 좋겠죠? 다른 약국은 문 다 닫았을걸요.”

 

“포장마차 쪽으로 가자.”

 

“예??”

 

“지금 시간에 곱창 파는데 거기 밖에 없거든.”

 

 


 

 

 

 

 


............................................................................응????

 

 

 

 

 

 

난 뭐에라도 맞은 듯 멍하게 영운이 형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형은 유쾌하게 웃으며 앞으로 먼저 걸어갔고, 난 그런 형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뭐야?

 


형이 어떻게 알았지??

 

 

 

 

아니, 설사 성민이 형이 하는 말을 영운이 형이 들었다고 해도 내가 움직였던 게 성민이 형 말을 듣고 움

 

직인 거라는 걸 영운이 형은 어떻게 알았느냔 말이다. 분명 형은 약국에 간다고 나온 것이었고,

 

성민이 형의 말은 한 마디도 없었는데....

 

 

 


 

 

 

 

 

어쨌든, 한 포장마차로 들어가 곱창 볶음을 두둑히 사가지고 나왔고,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에는 약국에

 

들려서 박카스 한 박스와 우황청심환 몇 개를 사가지고 나왔다. 영운이 형은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연

 

신 미소를 지어보였고, 나 역시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을 때의 영운이형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뭔가 복잡하게 생각하는 듯한 모습.

 


 


“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냐?”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로 머리를 다듬고 있던 영운이 형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물론 내가

 

나도 모를 정도로 눈이 빠지게 형을 바라보고 있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정말 궁금했다. 

 

 

 

 


형은 어떻게 안 걸까.

 

 

 

우연의 일치???

 


아님, 형도 성민이형의 말을 듣고 고민하다가 내가 움직이는 걸 보고 핑계삼아서???

 


뭐야. 그러면 설마, 영운이 형이 성민이형을?????

 


엥???

 

 


혼자서 오만가지 상상을 하며 온갖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약간 안됐다는 표정을 지은 영운이 형은 내

 

손에서 봉지를 뺏어들고는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진짜~ 여기 곱창 제일 맛있어~”

 


“형.”

 


“빨리 들어가자~ 애들 아직도 모니터하고 있을거야~ 배고프겠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내가 무언가 묻기도 전에 밖으로 빠져나간 영운이 형.

 

숙소로 들어서니 TV를 시청하던 멤버들이 소리지르면서 곱창으로 달려드는게 보였고, 쇼파로 털썩 주

 

저 앉는 영운이 형과, 막 씻고 나왔는지 머리를 탈탈 털며 나오는 성민이 형을 볼 수 있었다.

 

 


“와~ 곱창이다!!!!!”

 

 

성민이 형 역시 동해 옆으로 가 앉았고, 나는 또 다시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그 모습을 멍 하니 쳐다보았

 

다. 동해는 입에 음식을 가득 넣고 영운이 형에게 물었다.

 


 

 

“형! 왠 곱창볶음이야?”

 


“아, 오는데 쟤가 자꾸만 사가자고 보채잖아.”

 


 
너무나도 능청스럽게 나를 가리키며 말하는 영운이형.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온다.

 

 

 

내가 언제!!!!!

 


형이 먼저 거기로 가자고 했잖아!!!!!!

 

 

 

 


헉!!!!

 

 

 

“콜록!! 콜록!!!!!!켁!!컥컥!!!!”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영운이 형에게 뭐라 대꾸하려 말하려다 성민이 형의 웃는 얼굴과 마주 쳐 잠깐동

 

안 호흡을 잘못 한게 원인이었는지, 계속해서 기침이 나왔고, 그 바람에 성민이 형은 나에게 달려와 나

 

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괜찮아?? 응?? 혁재야. 괜찮아????”

 


“괘, 괜찮아! 콜록!! 콜록!!! 시, 신경쓰지 말고 빨리 먹어. 컥, 컥 , 콜록!!!”

 


“어떡해...물 마셔. 자. 빨리.”

 

 


나에게 물을 따라서 건네주는 성민이 형. 계속해서 기침을 하면서 숨을 고르던 나는 그런 성민이 형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형이 계속 내 옆에 있으면 더 숨을 못 쉬겠잖아.

 

 

 


“빨리.. 마셔. 혁재야. 괜찮아?? 응????”

 


“괜, 괜찮다고... 컬럭!!! 콜록!!!! 컥컥!!! 헉!!”

 


“어, 어떡해.. 혁재야-”

 


“괜찮다니까!!!!!”

 


“아앗!!!!!!!”

 

 

 

 

 

 

 

......아............

 


 

 

 

 


난 순간적으로 버럭 소리를 지르며 성민이 형을 밀었고, 그 바람에 형이 들고 있던 물컵은

 


땅으로 떨어져버렸다.

 

 

 

순간적으로 집 안에는 정적이 맴돌았고, 모두들 나를 올려다 보았다.

 


땅에 떨어진 물컵을 바라보고는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 형.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달려 있는

 


듯, 촉촉한 성민이 형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여기서 형한테 미안하다고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고의로 그런게 아니었다고...

 


미안하다고 그러면 되는데.

 

 

 

 

 

 

“그러니까 내가 가만 놔두랬잖아! 콜록!!! 콜록!!!!”

 

 


아.. 진짜 인간말종이다.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성민이 형을 뒤로 하고,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멤버들을

 

뒤로 하고 난 기침을 계속 하면서 방 안으로 들어섰다.

 


 

 

 

 

 

 

 

 

 

 


형의 얼굴을 이제 어떻게 볼까....

 


나도 모르겠다. 이제.

 


형을 보면....

 


나도 날 모르겠단 말이야. 정말..

 


내가 정말 형을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혼란스러워.

 

 

 

 

 

 

 

 

 

 

 

 

 

 

 


겨우 기침이 멎었을 때, 방으로 들어선 동해는 자기 침대에 놓인 베게로 나를 퍽퍽 쳐댔고,


나는 그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렸다.

 

 

“야! 너 뭐냐고- 너 걱정하는 사람한테 그래도 돼?? 어? 그래도 되냐고-”

 


“............”

 


“이 인간쓰레기야! 너 진짜 그러고보니까 요즘 성민이형한테 이상해!”

 

 

-퍽퍽!!!-

 

 

“얼마전부터 형만 보면 소리지르고 그러더니. 이제 아주 맛이 갔구만! 맛이 갔어!”

 

 


-퍽! 퍽!-

 

 

“내일 당장 사과해!!! 형이 마음이 좋아서 그냥 넘어갔지, 넌 나였으면 죽었어!”

 

 

-퍽!!퍽!!-

 

 

 

 

 

동해가 저렇게 말해도 난, 할 말이 없다.

 

 

 

 

 

*

 


 

 

아침.

 


난 겨우 몸을 일으켰고 동해는 날 바라보며 흥- 이러면서 다른 멤버들을 깨우라고 했다.


어젯밤 죄를 지은 건 나이므로 동해에게 반박할게 없어서 밖으로 나온 난 정수형을 깨우러 들어가야 했

 

는데, 잠시 멈칫했다.

 

 

 


이 방엔..........

 


성민이형과 정수형 둘이 자고 있다.

 

 

조용히 안으로 들어선 나는 알람시계가 시끄러웠던지 알람시계를 꼭 끌어안고 자고 있는 정수형의 모습

 

과 쥐죽은 듯이 자고 있는 성민이 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수형을 깨워야 했음에도 나는 조용히 소리 안나게 성민이 형 침대로 다가가 걸터 앉았다.

 

 

 

하얀 이불에 싸여 있는 하얀 성민이 형의 모습.

 

 

“형.......”

 


작게 형을 불러보았지만 형은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다시금, 내 심장이 자기 마음대로 요동쳐 대기 시작했다.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쳐대는 시끄러운 내 심장소리에 행여나 성민이 형이 깰까 가슴을 부여

 

잡고 천천히 성민이 형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여려보이고, 귀여운 성민이 형의 얼굴.

 


자면서 간혹 찡그리는 얼굴이 너무나 귀여웠다.

 

 

 

 

 

 

 

 

“!!!!!!!!!!!!”

 

 

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어젯밤 내내 생각해 보았다.

 


성민이 형을 보면 난 왜 이러는 건지.

 

 

 

 

그래. 난 궁금한 것 뿐이었다.

 


정말 궁금한 것 뿐이었다.


팬픽에서 묘사했던 사실들이 궁금했을 뿐이었다.


 

성민이 형의 머릿결은 정말 비단결을 만지는 듯한 느낌일지.

 

성민이 형의 눈에 그렇게 쉽게 눈물이 차오를 수 있는지.

 

성민이 형의 붉은 볼을 만지면 형은 어떤 표정을 할지.

 

성민이 형의 입술은 어떤 느낌일지...

 

성민이 형을 품에 안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 것 뿐이었다.

 

이게 내 결론이고 최종적인 해답이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모법답안이었다.

 


하지만...

 


 

 

 

 

 


지금 형을 보며 두근거리는 내 가슴은 뭘로 설명해야 할까.

 

 

 

 

 

 

 


“흠! ”

 

 

 

 


무의식 중에 성민이 형의 볼에 손을 가져다 대려던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헛기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침

 
대에서 떨어져 일어났다.

 


 

 

 

 


문 앞엔 굳은 표정의 영운이 형이 서 있었다.

 

 

 

 

 

 

 

 

 

팬픽? 리얼! -# 5

 

 

 

 

 

 


“뭐하고 있어. 안 깨우고.”

 

 

 

“어? 아....”

 

 

 

 

 

 

 

 

 

 

 

 

 

 

 

 


영운이 형을 알고 난 이후로 형의 저렇게 굳은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문에 삐딱하게 기대어 팔짱을 낀 채 나를 건조하게 바라보는 영운이 형.

 

난 형의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정수형 침대로 다가가 정수형을 흔들어 깨웠다.

 

 

 

 

 

 

 


“형. 정수형~~ 일어나~ 일어나요~!! 려욱이 데려다줘야죠-”

 

 

 

난 정수형을 막무가내로 흔들었고, 영운이 형은 방 안으로 들어서면서 불을 켰다.

 

불이 켜지자 일어난 건 정수형이 아닌 옆 침대에서 자고 있던 성민이 형이었고, 정수형은 이불을 더욱

 

올려 덮고 있었다.

 

 

 

 

 

 

 

“하아암~ 어??? 영운이 형~~~”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정수형만 계속해서 흔들고 있을 뿐, 영운이 형을 보면서 눈을 비비며 미소짓고 있을 성민이 형의 얼굴을


 보면 또 내 안에서 무언가가 막 치고 올라올 것 같았다.

 


“....어?? 혁재도 있었네.. 혁재야 좋은아침~”

 

“아씨...... 형. 정수형 놔두고 가요.”

 


성민이 형의 말을 무참히 씹은 채 문 앞에 서 있는 영운이 형을 지나쳐 밖으로 나왔다.

 

역시 뒤는 보지 않았다.

 

 


어쨌건 난 해답을 내린 상태였으니까.

 

복잡한 건 딱 질색이니까.

 

답은 내려진 상태였으니까.

 

그랬으니까. 

 

또 헷갈리긴 싫었다.

 

 

 

 

 

 

 

 

보온병과 우황청심환을 챙겨주는 동해 옆에 가서 앉아 있으려니 영운이형과 성민이형이 같이 걸어나온


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둘에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거실 쇼파에 앉아서 둘이 웃으면서 이


야기하는 광경은 자꾸만 내 눈길을 잡아 끌었다.

 

 

 

 


“가자~!”

 


려욱이까지 가방을 싸 들고 나오는 걸 본 영운이 형이 일어서면서 말하자 성민이 형은 참참- 이러면서


 방에 들어가 목도리와, 장갑, 모자등등을 가지고 나왔다.

 

 


“수능한파라는거 있잖아~ 이거 꼬옥 하고 가야돼에~”

 

 

그렇게 말하면서 멤버들에게 목도리, 장갑등을 직접 해 주는 성민이 형.

 

난 성민이 형의 말은 듣지 않은 채 먼저 현관 밖으로 나와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안에선 멤버들과 성민이 형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꼭 형을 의식해서 피하는 건 아니었다.

 


형을 바라보고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말도 해야 할텐데.

 

 

 

 

 

“혁재야!!!!!! 추운데... 이거 하구 가아~”

 

 

성민이 형이 나를 다급하게 불렀다.

 

 

 


바보 아니야?

 


내가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

 


내가 그렇게 무시하는데도 나를 걱정해주고?

 

 

 

 

 

 


현관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성민이형을 힐끔 바라본 나는 고개를 휙 돌려 티에 달린 모자를 쓰고


지퍼를 올렸다.

 

 

뭐, 그런 나의 모습을 바라본 동해가 또 다시 나를 핍박하긴 했지만.

 

 

 

 

 

*

 

 

 

 

 

스타가 되었다는 걸 정말 실감할 수 있었다.

 

이 꼭두 새벽부터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

 

나와 동해, 려욱이와 영운이형은 웃으면서 학교로 출발했고 카메라는 우리의 뒤를 끝까지 따라와 려욱

 

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것까지 찍고 돌아갔다.

 

 

 

 

 

 

 

려욱이가 들어가고 한참을 려욱이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하나 이상한 건, 평소에 나한테 장난도 잘 치고 분위기도 잘 띄워주던 영운이 형이 아무 말이 없다는 것


이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상했다.

 

 

 

 


나하고는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동해마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간간히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지만 역효과였고,


결국 우리 셋은 서로 어색하게 떨어져서 걷고 있었다.

 

 

 

 

 

 


“난 먼저 연습실 가 있을게요.”

 

 


이 분위기로 숙소에 들어가 봤자 또 다시 성민이형에게 상처 줄게 뻔했고,

영운이 형이 화를 내는 이유조차 모른 채 영운이 형의 눈치를 봐야 할게 뻔했다.

 

 

 

 


“어??? 야~ 다 같이 가야지~”


“어차피 오늘 스케쥴도 없으니까 멤버들 늦게 일어나잖아요. 저 먼저 가서 할게요~”

 

 

영운이 형은 내게 대꾸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런 영운이 형을 바라보다가 연습실로 향했다.

 

 

 

 

 

 

 

알 수가 없어.

 

 

 


*

 

 

 

 

 

 

 


사무실 앞에는 많은 팬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 있었다.


나는 쓰고 있던 모자를 더욱 앞으로 당겨 썼다.


몇몇 팬들은 나를 알아보고 소리를 질렀고, 빠르게 팬들을 뚫고 들어왔다.

 

 

 

 


2층 안무 연습실로 올라가려는데 갑작스레 들려오는 피아노소리..

 

 

 

 

 


-일년이면 되니. 돌아올 수 있니. 기다리란 말도 하지 않는 거니~-

 

 

 


저 목소린....

 

 

 

 


-아파서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말 못 하는 나를 이해해줘~-

 

 

 


성민이형......

 

 

 

 

 

2층으로 올라가려던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지하 연습실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형의 피아노 연주에 내 머릿속이 그냥 하얗게 백지처럼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어느새 난 지하 연습실 앞에 서 있었다.

 

 

 

 

 


투명한 유리 사이로 보이는 성민이형의 모습.

 

형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악보를 뒤적이고 있었다.

 

 

 

 

 

 


언제 온거지.

 

 

 

 

 

 

성민이 형과 같은 공간에 있다.

 


이 유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혼자서만 볼 수 있는 곳에서 형을 보고 있다.

 

 

 


두근

 


정말 알 수 없는 노릇.

 

 

 

 

 

 

 


저렇게 피아노를 치는 성민이 형의 모습을 보며 다시금 울려대는 내 심장.


형이 너무나 예뻐 보인다.


들려오는 피아노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성민이 형의 노랫소리가 내 귓가에 울릴때마다 그 흐름을 따라


울려대는 내 심장소리...

 

 

“후...................”

 

 


문틈으로 형을 보다가 벽 쪽으로 몸을 기대었다.

 


이렇게 또 정신에 혼란을 줄 거였다면.. 차라리 내려오지 말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히 난 이상했다.

 

 

결론을 내렸는데..

 

평소 하던 것처럼 형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가서 연습 하러 왔냐고.

 

일찍 왔다고.

 

이렇게 말을 건네면 되는데......

 

 

 


-지이이잉 지이이잉-

 

 

갑작스레 진동하는 내 핸드폰에 난 소리를 죽여서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전화의 주인공은 다른 아닌 성민이형.

 

 

 

 


너무나도 밝게 전화 저편에선 성민이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혁재야.-


“.......어.”


-어디야???-


“....어...여기....숙소.”


-어? 정말? 에이... 나 괜히 일찍 왔다. 다들 여기로 올 줄 알고 먼저 와서 기다렸는데. 추

웠지~ 나 올때도 추웠는데....-

 

 

 

 

제발.. 그렇게 나한테 친절하게 전화하지마.

 

나한테 모질게 굴란 말이야.

 

내가 형한테 못되게 굴었으면 형도 못되게 굴어야지.

 

화도 안 나????

 

 

 

 

 

 

 

 

 

 


바보같은 이성민 때문에 울컥한 난 목소리를 꾹 눌렀다가 물었다.

 

 

 

 

“..........형은...어딘데....?”

 

-나? 연습실이지~ 근데 여기가 지하라서..........-

 

 

 

 

-끼이익-

 

 


“어???”

 

 

 

“!!!!!!!!!!!!”

 

 

 

핸드폰을 받으며 문을 열고 나오는 성민이 형.

 

 

 

그런 형과 눈이 마주쳐 버린 나.

 

 

 

 

 

 

 

 

 

 

 

 

 

 

팬픽? 리얼! -# 6

 

 

 

 

 

 

 


“.........혁재야?”


“!!!!!!!!!”

 

문을 열고 나온 성민이 형.


의아한 듯이 여전히 핸드폰을 귀에 댄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이름을 부르는 형.


나 역시 멍하니 형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 뭔가 한 마디라도 해야 하는데....

 

 


“숙소라며~ 나 놀려주려고 거짓말 한거야?? 헤헤. ”


“..........”


“나 얼마나 심심했다구~ 나도 려욱이 데려다주러 같이 나갈걸- 하는 생각까지 했다니깐.”


“...........”

 


 

눈이 휘어지도록, 초승달모양을 만들어 미소지으며 내게 신나서 말하는 성민이 형.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형을 쳐다보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숨이 막혀올 것만 같은 기분.

 
역시 내려오는게 아니었는데...

 
머리가 다시금 꼬여오기 시작한다. 속도 다시 꼬이기 시작한다.

 
결론을 내린 줄 알았는데.

 


그런 내 속과는 다르게 웃다가 갑자기 또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 형.

 

 


“어? 세상에.. 추웠구나!”

 

“......?”

 

“볼 빨개졌잖아!!! 너 추울 때 마다 이렇게 볼 빨개지잖아.”

 

“...........”

 

“으휴.. 그러니까 내 말 듣지 그랬어~ 춥대두 내 말 안 듣구 나가더니..”

 


!!!!!!!!!!!!!

 


-탁-

 

 

 

 


아............

 


내 볼에 올리려던 성민이 형의 팔이 땅으로 떨어졌고 내가 쳐 낸 충격으로 형은 비틀거리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많이 당황스러워하는 성민이 형의 얼굴.

 

 

그도 그럴 것이 형은 추운데 나갔다 들어오면 항상 볼에 손을 올려 꽁꽁 언 볼을 녹여주곤 했었다.

 

 

하지만.....

 

 

난 그런 형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옆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주 잠깐 동안의 정적이 우리 둘 사이에 흘렀다.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성민이 형.

 

 

형이 잘못 한 건 하나도 없다고. 나한테 따지란 말이야!

 

나한테 화를 내! 왜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야? 차라리 화를 내! 날 때려!

 

 

 

숨이 점점 거칠어진다. 이상하게 화가 난다.

 

아무 말 못하고 저렇게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내 앞에 서 있는 성민이 형을 보자니 화가 났다.

 

 

 


형이 나한테 화라도 낸다면.

 

날 몇 대 치기라도 한다면.

 

나도 번쩍 정신이 나서 예전처럼 형한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단순한 놈이니까. 몇 대 얻어터져야 정신차리는 놈이니까.

 


 

 

 

 


“..........이혁재.”

 


“.............”

 


얼마 지나지 않아 형이 고개를 들며 내 이름을 부른다. 성과 함께.

 

항상 미소 지으며 혁재야-라고만 불렀었는데..

 

감고 있던 눈을 떠 형을 바라보니, 형은 약간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나 니 맘에 안 들게 행동한 적 있니....? 내가 너 뭐 화나게 한 거 있어??”

 


“.............”
 

 


아니, 오히려 형 행동들이 자꾸 내 맘에 들어와서...그게 더 걱정이야.

 


“.......말 해봐. 혁재야.”

 


아니, 지금 입을 열면 무슨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모르겠거든.

 

 


결국 나는 성민이형의 애처로운 눈빛을 두고 뒤로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서고 있었다.

 

그래, 지금 올라가서 정신없이 춤이라도 추면 나아지겠지.

 

형의 저 애틋한 얼굴도 다 잊어버릴 수 있을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올라가려는 나를 붙잡는 성민이형의 외침.

 

 

“이혁재!!! 거기 서!!”


“.................”


“말하란 말이야!!! 사람 가시 방석에 앉혀놓고 장난치는거야 뭐야! 니가 그러는거!!!

 
나 불안해서 너 못 지켜보겠단 말이야!!!!!! 걱정�다구!!! 이혁재!”

 
“...................”

 

“제발... 뭣 때문에 그러는지 말해줘. 나 때문에 그런거라면 내가 고칠게 혁재야...

 
응? 내가 잘못했어. 이혁재!!!!”

 


 

 

 

 

 

 


형이 왜.

 


 

 

 

 

 

형은 또 바보같이 자신이 뭘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용서를 빌고 있었다.


형을 알고 난 후, 항상 느꼈던 거지만 형은 자신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못 견뎌한다.


지금도 그런 느낌일 것이다.

 

 

 

 

또 다시 내 생각과는 다르게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들.

 

 


“.....형이 뭘 잘못했는데?”

 

“..........뭐...?”

 

“형 병신이야? 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한테 사과를 해?”

 

“이혁재......”

 

“......내 이름 부르지마..”

 

“.....뭐??”

 

“내 이름 부르지 말라고!!!!!”

 

“....혁......재야..”

 

“형이 뭔데 내 일에 참견이야! 형 앞가림이나 잘 해! 남 일에 신경쓰지 말라고!!!!”

 

“.......이혁재....너....”

 

“형 볼때면 속에서 뭔가가 자꾸만 올라와! 알아? 형이 내 이름 부를 때마다 화가 나고 짜증 난다고!!!!!!!

 
제발 나 좀 가만히 놔두란 말이야!!!! ”

 

“................................”

 

 

 


그만, 또 상처를 줘버리고 말았다.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난 한숨을 푹 내쉬며 계단으로 다시 올라섰고, 형은 그런 날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날 욕해도 좋아. 뒤에 대고 실컷 욕해. 차라리 그게 편하겠어.

 

못된 나를 견디는 것보다 형에게 욕 먹는게 더 편해!

 

 


로비로 올라선 나는 나를 싸늘하게 바라보는 영운이형과 놀란 표정의 동해, 정수형을 볼 수 있었다.

 

 

“아........”

 

 


멤버들이 내게 뭐라 말을 하려하자 나는 아예 귀를 막아버리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아무하고도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날 보며 소리지르는 팬들 사이사이를 피해서 마구잡이로 뛰었다.

 
정말 미친 듯이 뛰었다.

 

 

 

 

목에서 피맛이 느껴질 때 쯤, 난 숨을 고르며 눈 앞에 보이는 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난 약간 자조적인 목소리로 나를 탓하며 벤치 위에 앉았다.

 

 

 


“.....미친 놈......그렇게밖에 못 하겠냐.”


“.........미친 놈인거 아니까 다행이네.”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숨을 헉헉 대며 나에게로 걸어오는 영운이형의 모습이 보

 
였다. 난 형을 보며 고개를 돌려버렸고, 형은 항상 멤버들에게 보여주던 사람 좋은 미소를 짓지 않은 채

 
내 앞으로 걸어왔다.

 

 

 

 

“이혁재.”

 

“.......왜.”

 

“....일어나봐.”

 

“......”

 

“일어나래도!”

 

 

 


형이 내 멱살을 잡아 올렸고, 나는 형에게 멱살을 잡힌 채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커헉, 뭐, 뭐야!!!”

 

 

-퍽!!-

 

 

형이 휘두른 주먹에 저만치 나가떨어진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왜 영운이 형에게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형이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자식아. 넌 더 맞아야 돼!”

 

 

어쨌건, 어물쩡 대다가 다시금 영운이 형의 주먹에 맞고 말았고,

 

나는 배를 움켜잡고 벤치 위로 주저 앉았다.

 

 

“커헉, 하아....”

 


“.....아프냐.”

 


“.....형.....커헉....”

 


그렇게 말하며 내 옆으로 앉는 영운이형.

 

 

 

뭐지.....?

 

 

 

 

 

 

“그러게 왜 아픈 길로 너 스스로 들어섰냐.”

 

“..............으... 뭐라고..?”

 

“너 말이야. 어떻게 이 정도 가지고 아프다고 할 수 있냐.”

 

“....뭐.......요..?”

 

“앞으로 너한테 닥쳐 올 아픔이 얼마나 큰데, 이런거 가지고 아프다고 할 수 있냐고!”

 

 

 

난 영운이형의 말을 이해하지 못 한 채 멍하니 형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형 말을 이해하지 못 한게 더 컸다.

 


 

 
“형....무슨 말씀 하시는거에요. 도대체.”


“........아직도 모르겠어?”


“예?”


“등신아!!!!!! 니가 이성민 좋아하잖아!!”


“!!!!!!!!!!!!!!”

 

 

 

 

 

 

 

 


팬픽? 리얼! -# 7

 

 

 

 

 

“뭐....???”

 

 

영운이형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형은 한숨을 푹 내쉰 뒤 내 옆에 앉았다.

 

멍하니 형을 바라보는 나를 보며 다시금 말해주는 영운이 형.

 


 

 

“등신아. 니가 이성민 좋아하고 있다고.”

 


“....하.....”

 


“.........그렇게 성민이한테 소리지르고 나오니까 편해? 니 마음 부정하니까 편하니?”

 


“....말도 안...돼요. 형... 저 갈래요.”

 

 


정말 말도 안 된다.

 

내가 어떻게 성민이 형을....어떻게.........

 

 

 

“계속 그 애 목소리가 머리에 울려 죽겠지?”


“!”


“계속 그 애 생각만 나고.. 그런데 그 애만 보면 왠지 심사가 뒤틀려오지? 말도 막 나가고....”


“!!!!!!”


“그 애만 보면 심장박동수도 마구 올라가고 말이야. 쿡.....”


“.............................”


“그거.....다 니 얘기들이잖아. 성민이 볼때....”

 

 


다시 몸을 돌렸다.

 

놀란 내 표정과는 달리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는 영운이 형.

 
 

말도 안돼. 내가 성민이형을....?

 

 

 


“니가 성민이한테 화 내는 거 보고 요 몇일간 얘가 성민이한테 화나는게 있나 싶었어.

 
그러다가...성민이가 곱창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엘리베이터 앞에서.
 

멤버들과 다 같이 있을 때.”

 

“..............”

 

“근데 그때 니가 먼저 뒤로 움직이더라. 성민이 말이 끝나자마자 말이야.”

 

“..................”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싶었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어.

 
성민이 배고프니까 사다줄 수도 있지..하고.. 그리고 오늘 아침에... 확실하게 알았어.
 

성민이 옆에 앉아서 성민이 보는 너 보면서...”

 


“..............형.....”

 

 

 

멍하게 형 말을 듣고 있는 나를 보는 영운이 형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걸어오는 형.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툭툭 두드린다.

 

 

 


“그 눈빛은....... 진심으로 소중한 사람에게만 보낼 수 있는 눈빛이었고....”

 

“................”

 

“그 손길은......행여나 깨질까... 조심스러워서 차마 못 만지는 손길이었어..

 
그게 아침의 너였다. 성민이 옆에서의 너였어.”

 

“.................”

 

“때론..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 정말 니 앞에 펼쳐진 현실일 때가 있어.”

 

“...........하....”

 

 


맥이 탁 풀리는 느낌.

 

형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내가 성민이형을????

 

 


“.......힘들거야.”

 

“............형.”

 

“.........나한테 맞은 것보다 더 아플거고..”

 

“.....................”

 

“.......짜식.....너네만은 해피엔딩이길 바란다.....부탁이다...”

 

“.............형....?”

 

 

 

말하는 영운이형의 눈빛이 또 다시 서글퍼졌다.

 


무슨 일일까.... 너네만은....?

 

영운이형에게 무슨 일이 있는걸까...?

 

 

 

형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공원 밖으로 빠져 나갔고, 나는 형이 사라진 뒤에도 자리에 남아 있었다.

 

 

 

 


 

 

 


내가......

 


형을 좋아한다고.....

 

 

 

 

 

 

 

 

 

 


천천히 내 가슴에 손을 올려 보았다.

 

성민이형을 생각하며 숨가쁘게 뛰어대고 있는 내 심장.

 

 

 

 

 

 

 

 

 

 

 

 

 

 


...........................................................이게 니 대답이니? 이게 제대로 된 결론이야?

 

 

 

 

 

 

 


*

 

 

 

 


 

 

 

 

 

 


-끼이이익-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음악에 맞춰 안무 연습을 하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을 살피다가 성민이 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알아

 
챘다. 거울 앞 쇼파에도, 오디오 앞에도, 창가 옆에도.. 아무 곳에도 성민이 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뭐해. 연습 안 하고!”

 

막 한 트랙이 돌았을 무렵, 다시 CD를 바꿔 끼면서 말하는 정수 형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른 멤버들 역시 기진맥진한 상태로 널부러져서는 나를 쳐다본다.

 
오직 한사람. 영운이형만 빼고.

 

 

“형...성민이형은...”

 


“엉?? 성민이???? 몸 안 좋다고 먼저 갔는데.”

 


“.................”

 

 

 

 

 

 


정수형의 말을 듣고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에 맞은 듯, 목석처럼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몸이... 안 좋다고......

 


 

 

 


“이혁재- 가서 성민이 데려와라~ 니가 성민이 몸 안 좋게 했잖어-”

 


 

 

 


영운이 형의 목소리.

 
정수형은 영운이 형 쪽을 힐끗 보더니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고는 나를 연습실 밖으로 내

 

밀었다.

 

 

 

 


“가서!!! 이성민 데리고 와!!! 둘이 손 잡고 와!!!”

 

 

 

 

 

 

 


연습실에서 나오자 마자 다시 켜지는 음악 소리.

 
난 그 음악소리를 뒤로 한 채 천천히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로 향하는 내내 내 머릿 속에서는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끊이질 않았다.

 


 

 

 

 

 


형을 보면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미안하다고 먼저 해야 하는걸까....

 

 

 

 


 

 

 
*

 

 

 

 

 

 


숙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쥐죽은 듯 고요했다.

 
들어서서 성민이 형 방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성민이 형은 침대 위에 누워서 이불을 폭 뒤집어쓰고 있었다.

 

 

“..............”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다시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답답해져 오는 기분...

 
 

 

오늘 연습은 못 가겠다- 싶어 나 역시 방 안으로 들어서 불을 켰다.

 

불을 켜는 순간...내 눈 앞에 들어온 건.....

 

 

 

 

 

 

 

 

 

 

 

내 침대 위 베겟머리 맡에 놓여져 있는 감기약봉투....

 

 

 

 

 

 


“하...........이성민....병신......”

 

 

 

 

 

약을 들어올린 나는 마음속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 눈앞이 희뿌옇게 번져가고 있었다. 가슴을 무언가가 바늘로 찌르듯 콕콕 찔러오고 있었다.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내 방문을 열어제낀 나는 단숨에 성민이 형 방으로 달려갔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성민이 형의 이

 
불을 걷어내렸다.

 


 


“!!!!!!!!!!”

 


“...............”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성민이 형....

 

 

 

 


“혁재야.....?”

 

“.......씨.........이성민.....”

 

“.........”

 

“.......뭔데!!!! 니가 뭔데!!!!!!”

 

“............”

 

“흐윽.... 흑.... 병신같이.. 왜 혼자 잘난척 다 해!!!! 너 바보야?.......흐아.....”

 

“......혁재야..”

 

“...흑.....흐으흑.....내가 너 짜증난다고 했잖아!!! 역겹다고 했잖아!!!!! 너는 나 안 역겨워???
 

그런 말 ... 흑.. 들었는데도!!!!! 너 또라이야??? 병신이야!!!!!!!”

 


 
마음이 복잡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형에게 아무렇게나 소리쳐댔다.

 

 
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방울들..

 

형은 나를 바라보며 아무 말이 없다.

 

내 눈물에 약간 놀라는 기색일 뿐...

 

 

 

 

한동안 우리 둘다 아무 말이 없었다.

 

 

 

“..........니가 날 싫어해도....”

 

“.............”

 

“나는 널 싫어하지 않으니까...”

 

“................하아.....”

 

“.....니가 날 싫어하면...그만한 이유가 있을테니까..........”

 

“....흐윽.....흐아......”

 

“.......그래도 여전히 넌 내 사랑하는 동생이니까...그래서...난 아무래도 괜찮아. 혁재야. ”

 

 


형말을 듣고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그런 날 보고 다시금 놀라서 침대 위에서 내려와 나를 마주보고 앉은 성민이 형.

 

 


“혁재야.. 괜찮아?? 응??? 혁재야!!”

 

“흐흐흑....흐흑... 미안해... 미안해....형.... 흐어어어엉....”

 

“..........이혁재....”

 

“미안해!! 미안하다고!!! 흑!!! 흐어어어어엉!!!!”

 

 

 

 

 

 

형을 부둥켜안고 온갖 눈물을 흘려보냈다.

 
형은 날 가만히 안아주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나는 형의 품에 안겨서 미안하다는 말만 연거푸 계속 해 댔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등을 토닥여주는 성민이 형...

 


 

 
형과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시금 빠르게 뛰는 내 심장.....

 

편안해지는 마음......

 

 

 

 


정말 알 것 같다..

 


나.... 내가 형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것....

 


그동안 부정하고 있었던 걸...

 


그래서 그만큼 나와 형을 힘들게 했던 걸....

 

 

 

 

 

 

 

 

 

형...

 


미안.....

 


미안해....

 


내가 형을 좋아해서....

 


정말....너무 미안해....

 

 

 

 

 

 

 


팬픽? 리얼! -# 8

 

 

 

 

 

 

 

 


“아.. 진짜 못 봐주겠네.”

 


 

방에서 컴퓨터를 하며 나온 영운이 형이 TV를 보며 훌라후프를 하고 있는 성민이형을 바라보고는 한숨

 
을 내쉬며 말한다. 성민이형은 왜 그러냐는 듯이 쳐다보았고, 나 역시 성민이 형에게 영운이 형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한지라 리모콘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힐끔힐끔 영운이형을 쳐다보았다.

 


 


“왜 니 팬들이 내 싸이에다가 니 영상을 올리냐고!”

 

“왜요~ 혀엉~”

 

“그래. 올리는 것 까지는 괜찮아! 그런데 왜 단호박을 올리냐고!”

 

“왜요~ 귀엽다고 할 땐 언제구우....영운이 형은 맨날 나한테만 그러더라. 히잉...”

 


 

성민이형은 훌라후프를 옆에 세워놓고 영운이형을 밉게 흘겨보았고, 영운이형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성

 
민이형을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내 눈에는 귀엽기만 하구만..

 
 

리모콘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귀여운 것도 한두번이지- 맨날 울궈먹으면 재밌냐? 재밌냐고-”

 


“왜요~? 팬들이 좋아하면 된거죠~ 그지 혁재야~?”

 

 


날 보며 방긋방긋 웃는 성민이형.

 

그런 형 얼굴에 대고 어떻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성민이형.

 

영운이형은 기가 막히다는 듯 소리친다.

 

 

 

“얼씨구-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 땐 언제고 지금은 둘이 한 패야!”

 

“어어? 우리 혁재 때리지 마요~ 혁재 감기기운 있단 말이에요!”

 

 

 

영운이 형이 장난으로 내게 손을 들어보이자 성민이형은 잽싸게 내 앞에 손을 벌리고 막는 모션을 취했

 
다. 그런 성민이형 팔 사이로 영운이형의 웃는 얼굴이 보이는 건 왜일까...

 

 

 

“어쭈- 니가 나를 이길거라고 보나보지? 에잇”

 


“어어어????”

 

 

 

!!!!!!!!!!!!!!!!!!!!!!!!!!!!!!!!!!!

 

 

 


영운이형의 힘에 밀려 내 품 안으로 밀려 넘어져버린 성민이형. 상당히 야릇한 포즈로 내 품에 안겨버린

 
성민이형의 얼굴과 내 얼굴이 맞닿으면서 상당히 민망해져버렸다. 붉어진 내 얼굴을 성민이 형이 뚫어

 
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열기운에 그런 거라고 생각해주길.....

 

 

나는 황급히 형을 일으켜 세웠고 성민이형은 그런 나에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얼굴이 붉어져서는 영운

 
이형에게 소리쳤다.

 

 

 

“으아아아 영운이형 너무해! 나 때릴데가 어디 있다고 밀어요~ 치.. 정수형한테 이를거에요!”

 

 

 

왜 정수형이 나오냐고!

 

 

 

 


들고 있던 리모콘을 기어코 던져버렸다.

 
그 소리에 티격태격하며 싸우던 영운이형과 성민이형 둘이 뒤로 돌아 내 얼굴을 바라본다.

 
영운이형의 재미있다는 표정. 난 한숨을 푹 내쉬고 내 방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아까 먹은 감기약이 효력을 발휘하는지 약간씩 어지러워오기 시작했다.

 

 열도 조금씩 더 나는 것 같았고 머리도 멍-해져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침대위로 드러누운 내 눈 앞에는 성민이형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보였다.

 

 


아까 전, 겨우 성민이형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겨우 성민이형에 대한 내 마음을 깨달았다. 내 마음을 깨닫고 인정한다는게 이렇게 쉬운 일인지 몰랐다.

 

그저 좋아한다- 이렇게 머릿속에 입력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아..........성민이형......”

 


 


작게 성민이형의 이름을 소리내어 불러보았다. 형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화끈거리는 내 얼굴..

 

누가 볼 새라 아예 이불을 덮어버렸다.

 

아프던 말던, 이젠 시도 때도 없이 형 이름만 들어도 이러니 미칠 것 같다. 크게 소리치고 싶었다.

 

내가 성민이형을 좋아한다고, 아니 사랑한다고.

 

 

하지만... 마음대로 그럴 수도 없다.

 

 

성민이형은 나를 동생으로만 생각하니까.

 

 

 

 

사랑하는 동생이라........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래도 조금 욕심나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형은 이해할 수 없겠지.


어떻게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나를 이해할 수 있겠어.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난 또 괜히 서글퍼졌다.

 

그러다 내 옆에 놓인, 려욱이가 주었던 팬픽 책을 바라보았다.

 
 

끝까지 다 읽진 않았었는데.....

 

또 다시 호기심에 책을 집어들었다.

 

 

 

사실, 내가 형을 바라보게 된 시각이 바뀌게 된 건.... 팬픽때문이 아닌가......

 

 

 

 


“...재미있네. 김려욱 이놈. 공부 안 하고 이거만 읽고 있었던 거 아니야?”

 

 

살짝 려욱이 욕을 하며 난 다시금 컴퓨터를 켰고, 팬 까페로 들어가 여러 글들을 읽었다.

 

팬들의 글들을 볼때면 너무 행복하다.

 

 
가끔, 아주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글들도 있지만, 모두들 우리 슈퍼주니어를 응원해 주는 분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팬 분들을 한분한분 찾아 뵙고 직접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매우 사랑하고 있다고...

 


 

 

 


창닫기를 누르려던 내 손은 어느새 다시 동성팬픽방을 클릭하고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가려던 나는 이미지파일까지 첨부되어 있는 게시물을 클릭했다.

 
 

일반 게시판에 사진을?????

 


무슨 사진인가 싶어서 궁금한 마음에 클릭한 것이었다.

 

 

 

 

 

 

 

 

 

“!!!!!!!!!!!!!!”

 


클릭하자마자 뜨는 게시물은 성민이형이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스케이트장에서 V자를 그려보이고 있는

 
사진과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사진들....

 

이 사진들 외에도 형과 내가 데뷔전에 같이 찍었던 사진들이 혼합되어서 그럴싸한 글귀들과 함께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되어 있었다.

 


 

 

 

 

 

 


이건...뭐지....???

 


 

 

 

 

 

 

밑으로 쭉 내려보니 ‘표지’ 줘서 감사하댄다-

 

 

 

 

아....이거....소설처럼....표지라는 것도 있구나.......

 


난 표지를 보며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글만 볼때는 느끼지 못 했던 기분들..... 정말 현실감 있는 느낌이랄까...

 


그 글을 읽으면서도 난 다시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흠....얘네는 어떻게 이런걸 다 아는걸까....”

 

 


마치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간 양, 아니, 내 머릿속 기억들을 모두 들춰본 듯이 너무나도 정확하게 집

 

어내는 팬들의 글들.. 정확히 말하면 팬픽.

 

 

내 이야기를 보며 내가 감탄하고 있다니......참...

 

 


-쿵-

 

 


“혁재야!!! 우리 창고에 내려갔다오자~”

 


“으악!!!”

 

 

 


갑작스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성민이형 때문에 난 다급하게 모니터를 꺼야했다.

 

너무나도 당황하는 내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성민이형. 이윽고 다시 활짝 웃으며 말한다.

 

 

 

“옷 내려다 놔야 되거든~ 영운이형한테 가자구 그랬는데 형이 너랑 가래~ "

 


 

 

아주...김영운....

 


대놓고 광고를 해라. 광고를.

 

 

"잠깐... 지금 창고 문 열렸나...? 아까 올때 열렸었는데.. 아저씨 퇴근했나...??? 가자~”

 

“아...형...나 지금 좀 그런데......”

 

“응?? 맞다...너 감기. 기다려봐.. 내가 약 좀 다시 가져올게. ”

 

“아, 아니야.....가자...가자....”

 

 

 

가겠다고 해 버렸다. 성민이형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지금 시각이면 경비아저씨도 퇴근할 시간.....

 

창고문이 열려 있을리가 없었지만, 그래도 내려가 보기로 했다.

 

 

 

 

 

“어? 창고문 열렸다.......응...여기있다!! 이쪽으로 와!!!!”

 

 


창고 문이 열려 있었다. 창고 안으로 들어선 성민이형은 옷을 놓을 자리를 찾았는지 펄쩍펄쩍 뛰며 나에

 
게 오라고 손짓한다.

 


 

 


형한테 가려는데......

 


 

 

 

-휘청-

 


 


“어?? 혁재야!!! 왜 그래!!!”

 

 


형한테 가는 도중에 휘청거리며 옷가지들을 놓친 나는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얼

 
굴뿐만이 아니라 온 몸이 뜨거운 걸 느낄 수 있었다.

 
집에 있을 땐 몰랐는데 밖으로 나오니 추운 날씨에 감기 기운이 더 나타나는 것 같았다.

 


 

“어뜩해.... 어뜩해.. 혁재야..”

 


나를 일으켜 세운 성민이 형은 내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었고, 이내 앗, 뜨거-라는 말과 함께 나를 걱정

 

스레 바라보았다.

 


“혁재야... 올라가자. 미안해.. 괜히 너 데리고 나와서....”

 


“아니야...하아....”

 

 

 

 

 

 


눈이 너무 뜨거웠다.

 

머리가 터질것만 같았다.

 

감기기운만으로도 미칠 것 같았는데 성민이형이 내 옆에서 나를 부축하고 있다는 것에 난 더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가자... 저쪽 계단만 올라가면 돼.. 형이 약 사다줄게.”

 

 

 


-철컹-

 

 

 

 

갑작스레 자물쇠로 문이 잠기는 소리.

 


 

 
 

 


“???????”

 

 

 

 

 

-아, 참. 문 잠그고 가는 걸 깜박했지 뭐여~ 어이- 김씨! 같이 가!!!!-

 


 

 


그렇게 말하며 빠르게 멀어져 가는 목소리.

 

 

 

 

 

 

“!!!!!!!!!!!!!!!!!!!!!!!!!!”

 

"아......."


 

 

 

 

 

그제서야 사태파악이 되어버린 우리 둘.

 

 


 

 

 

 

 

 

 

 

 

팬픽? 리얼! -# 9

 

 

 

 


“여보세요!!! 여기 사람 있다니까요!!!!!!!!”

 

 

 


벌써 몇 시간 째인지...


나를 벽에 기대게 해 놓고 성민이 형은 연신 문을 두드려대고 있었다.

나는 그런 형을 바라볼 기운도 나지 않아 힘을 쭉 빼고 벽에 내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후... 어떡해... 혁재야.. 우리 꼼짝없이 여기서 밤 새야겠다.”


“.......”

 

 

계단을 터덜터덜 걸어내려오는 성민이 형.

내 옆에 쪼그려 앉는 형의 체온이 나에게 전해진다.

가뜩이나 온 몸이 뜨거워 죽겠는데 이젠 아예 불덩이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후.. 핸드폰 없지- 나도 위에 놓구 왔는데.. 어쩌지... 많이 아파? 혁재야?”


“..............”


“어어- 어떡해!!! 혁재야!!! 응?? 열 너무 많이 나-!!!!”


“후..... ”

 

 

 

 


형은 내 머리에 손을 대 보며 거의 울 듯이 소리를 지르며 요란법석을 떨고 있었고,

난 그저 아무 말도 안 하고 한숨만 내쉬면서 뒤로 고개를 젖힐 뿐이었다.

 

 

 

 

 

 

 

?

 

 

 

 

 

 

 


갑자기 느껴지는 따스한 느낌에 눈을 떠 성민이형을 바라보았다.

형은, 형이 입고 있던 잠바로 나를 폭 감싸주었고, 형이 하고 있던 목도리도 내 목에 감아 주었다.

바보같이...

형 얼굴도 추워서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자- 여기서 더 아파질라... 아프면 안돼에~”


“...형.... 형 옷 입어. 빨리.”


“괜찮다니깐! 형은 튼튼해요~”

 

 


일부러 팔도 두드려 보이며 씩씩하게 웃어보이는 성민이형.

그런 성민이형을 보며 바보같이 또 얼어버리고 말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총총 뛰는 성민이형을 보며 나는 피식 웃어버렸다.


저 바보는- 자기도 추우면서 남 걱정만 한다.

 

 

“형.. 이리와. 같이 덮고 있자.”


“괜찮대두우~”


“빨리 와~ 나 화낸다?”


“어어.... 진짜 괜찮은데에...”

 


내가 화낸다는 소리에 천천히 내 옆으로 다가와 앉는 성민이 형.

난 내 잠바도 벗어 성민이형 잠바와 엮은 뒤에 우리 둘 몸을 덮었고 성민이 형 목도리로 형과 내 목을 칭

칭 감았다. 이렇게 되고 보니, 형과 나는 너무나도 가깝게 밀착되어 있었다.

 


아니.... 그저 옆에만 있어도 옷이 두 사람이 앉아서 같이 있기에는 좁았기에 둘은 더욱 밀착되었다. 내

팔에 팔짱을 끼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성민이형. 형의 머리에서 나는 기분좋은 샴푸냄새가 코 끝을 자

극해왔고, 난 그 향기에 취해버릴 것 같은 기분에 눈을 감아버렸다.

 

 


죽을만큼 아파도..


지금 현재 이 시간이 좋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성민이형.

 

 

 

 


“하아.. 혁재야.”


“............어.”


“나... 실은, 너한테 그때 되게 고마웠어.”


“.....뭐가......?”


“그때.... 나 곱창 먹었을 때...”


“.....................”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자 낮게 웃은 성민이형은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간다.

 

 

 


“나.. 그날따라 곱창 되게 먹고 싶었거든... 왜... 기억나?”


“............?”


“너랑 나랑.... 준수 데뷔날에... 준수 데뷔무대 보면서 내가 우니까... 니가 나 위로해준다고 밥 사준다고 했었잖아.”


“..........”


“문도 다 닫혀서 가려고 하는데... 결국 니가 곱창 사왔었잖아.”


“.........................”

 

 

 

 


기억난다.

 


준수 데뷔 무대를 보며 기쁜 마음에, 서글픈 마음에 TV앞에서 목놓아 울던 성민이형. 그런 성민이형을

뒤에서 보다가 밖으로 데리고 나와 밥을 사준다고 했었다. 하지만 문도 다 닫혀 있어서 내가 곱창 사가

지고 뛰어 왔었는데...

 

 


“나...그때 곱창 처음 먹었어. 니가 사온 곱창...”


“............”


“실은 한번도 아 먹어보고 징그러웠는데....니가 땀까지 뻘뻘 흘려가며 사와서... 정말, 처음으로 먹은거

거든... 아.. 그때 감동이었는데...”


“.............”


“어제도 그랬어. 나 너무 배고파서..... 그냥 니 뒷모습 보니까.. 곱창 생각이 나더라구... 그래서... 너한테

말하고 싶었는데... 니가 나한테 화내니까..... 그냥... 정수형한테....”

 

 

 

 

 

 

 

 

 

 


바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었다.

성민이형의 말을 들으며 내 심장박동수가 더 늘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형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 그런 일들까지 기억하고 있었다니....

 

 

 

 


“그런데.... 니가 나한테 화내니까......”


“..............”


“정말....뭐랄까....음....뭐라고 그러지.....”


“......................”


“마음이....되게....좀...아팠어....”


“...............”


“우리 멤버들 중에서도....넌 내가 제일로 아끼고 사랑하는 동생인데.....너와 난 오래전부터 함께였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내가 힘들때마다 내 옆에서 가장 먼저 웃어준 건 너였는데....”


“...........”


“니가 자꾸만 나한테 등 보이니까.... 무섭기도 하고.... 알잖아~ 나 겁쟁이인거. ”

 

 

 

 

 

 

 

 


또 사람 할 말 없게 만든다.

그땐 한참 내가 혼란스러웠을 때라고! 아마 그 상태에서 내가 형한테 말 걸거나 그랬으면 난 정말...

 

 

 


“......서운하기도 했어... 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나...이런 생각도 했고...”


“............”


“그래도 여전히 대답은 하나였어.”


“............”


“너한테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었어. 나 힘들때 항상 옆에 있어준 너한테.... ”


“..........”


“그래서 나도 너 힘들때 옆에 있어주고 싶었거든....”

 

 

 


하..... 혼미했던 정신이 점점 또렷해져 옴을 느낀다. 마치 독백하듯이 말하는 성민이형의 말들을 들으며

내 심장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쿵쾅쿵쾅 마구 쳐대고 있었다. 형의 머리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형

은 여전히 명랑한 목소리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니가 나한테 그렇게 사과해줘서......헤헤... 너무 안심이야.”


“...........”


“앞으로는 뭐 힘들거나 그런 일 있음...나한테 제일 먼저 말해야돼? 알았지?”


“형....”


“응????”

 

 


형은 갑자기 튀어나온 내 말에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 보았고, 나는 아무 말 없이 형을 내려다 보았다.

형의 상기된 표정을 보면서 내 심장에서 무언가가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형의 얼굴에서 유독 붉어진 입술만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두근

 

 

 

 

 

여기서 왜 예전에 읽었던 팬픽들이 생각이 나는건지.......


형과 내가 키스하는 장면은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곤 했는데....

 


형.. 형하고 키스하면 어떤 느낌일까... 정말 팬픽에서처럼 우유맛이 날까?

 

 

 

 


날 올려다보던 형은 놀란 얼굴로 내 얼굴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더 토끼눈이 되어버리는 성민이형의 눈..

 

 

 


“어떡해... 열 계속 나네??? 안 되겠다. 그러게 난 가만히 있는다고 그랬잖아! 이거 너 혼자 다해!!!!”


“.........형...”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잠바로 나를 꽁꽁 싸매는 성민이 형.

목도리로도 내 목을 칭칭 감싸매고는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선다.

 

 


“안 되겠어. 힘껏 소리치면 아무나 오겠지. ”


“.........형.”


“기다려 혁재야~ 내가 사람 불러볼게.”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내 몸을 덮고 있던 잠바들을 다 벗어버리고 다시 문 앞으로 가려는 성민이 형의 팔을 덮썩 붙잡았다.

형은 뒤로 돌아 나를 보고는 다시 놀란 얼굴로 잠바를 입히려고 했고 나는 그런 성민이형마저 저지했다.

 

 

 

 


“형. 나.... 지금 무지 아파..”


“응.. 무지 아프잖아. 혁재야. 조금만 기다리라니까. 형 목소리 크니까~ 사람들 올거야~”


“...아니.... 나 지금....이거 해 주면....금방 나을 수 있어.”


“응??? 뭐???”


“.............”


“응?? 혁재야~ 일단 뭔지 모르겠지만 잠바부터............읍!!!!!!!!!!!!!!”

 

 

 

 

 


형이 뭐라고 하건 말건 상관없어. 지금 난 내 감정에 충실할 뿐이야.

 

 

 

 

 

 

 

순식간에 형의 입술에 내 입술을 부딪혔고, 내 눈엔 성민이형의 놀란 얼굴만이 들어올 뿐이었다.

당황했는지 처음엔 경직되어 있다가 이내 내 가슴을 퍽퍽 쳐대는 성민이 형.

하지만 난 그런 성민이형마저 가볍게 무시한 채, 형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곤 성민이 형의 도톰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형의 입술이 열리며 난 조금 더 깊게 형을 헤집

어 놓았다.

 

 

 

 

 

 


기운도 다 빠졌는지 나에게서 빠져나가려던 성민이형의 몸부림이 잦아들었고,

난 그런 성민이형을 더욱 꽉 끌어안으며 이때까지 형에게 하지 못 했던 말들과 내 마음을 담아 더욱 깊

게 키스했다.

 

 

 

 


형... 느낄 수 있겠어...?

나....내가...이혁재가..

형을 좋아해.

사랑하고 있어.

 

 

 

 

 

 


-철컹-

 

 

 

 

 


갑작스레 문이 열리고 후레쉬가 창고 안을 비추었다.

나는 황급히 성민이 형의 입에서 내 입술을 떼었고, 약간 눈을 찡그리며 문쪽을 바라보았다.

 

 

 


“이혁재!! 이성민!! 너네 여기 있니???”

 

 

 

 

 


정수형의 목소리.

 

 

 

 

 

 


“아, 글쎄. 아무도 없다니깐 그러네!”


“아니 아까 나간 애들이 창고로 갔다니까 그래요!”

 

 


경비아저씨와 동해의 목소리.

 

 

 

 

 


“이혁재!! 이성민!! 빨랑 나와! 어두컴컴한데서 뭐하냐!”

 

 

 


영운이형의 목소리..

 


정수형과 영운이형, 동해는 계단을 따라 내려와 우리를 발견해냈고, 난 그저 어색하게 그들을 보며 웃어

보였다. 나가기 위해 내 앞에 서 있는 성민이형을 바라보았고, 순간.....

 

 

 

“성민이형!!!!!!!!”

“성민아!!!!!”


“이성민!!!!!!”


“형!!!!!!!!”

 

 

 

 

 

 


그만 내 품안으로 쓰러져 버린 성민이형...

 

 

 

 

 


팬픽? 리얼! -# 10

 

 

 

 

 

 

 

 

 팬픽? 리얼!

 

 

 

 

 

 

 

 

 

 

“후........”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형을 바라봤다.

 


형이 내 품으로 쓰러지자 마자 형을 업고 빠르게 숙소로 올라왔다.

다행히 숨은 쉬고 있던 터라 병원으로 가지 않았지만, 다급히 집으로 온 의사는 형이 순간적인 호흡곤란

으로 인해 잠시 기절한 거라며 안심해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호흡곤란이라는 말을 듣고 내 옆에 서 있

던 영운이형은 헛기침을 하며 내 팔을 툭 쳤다.

 

 

 

 

아무하고도 공유하고 싶지 않아.

 

 

 

 

계속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형에게 고개를 저었다.

형에게 말한다면 내 가슴속에 담고 있던 느낌들이 다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영운이형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았지만 형이 먼저 다른 멤버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주었다.

 


그렇게 또 다시 둘만 남았다.

 

 

 


“하... 바보같이 숨도 못 쉬고.......”

 

 


형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 보다가 손으로 형의 볼로 손을 가져갔다.

 

 

 


좋은 느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후회하지는 않아.


아까 내가 형한테 한 짓.


후회한다면.


형을 이렇게 사랑하는 내가 미워질까봐.

 

 

 

 

 

 


아... 이혁재. 이제 싸이코로 변해가나보다.

 

 

형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만 해도 달아오르는 얼굴...

정말 아까 전 형한테 말했던 것처럼 형에게 키스를 하고 나니 아픈게 거짓말처럼 말끔히 사라진 듯한 기

분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어질어질한 기운은 남아있긴 했지만..

 

 

하지만, 좋은 기분도 잠시...


난 다시금 서글픈 마음으로 형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성민이형의 차가운 한 손을 잡고 내 볼로 가져다 대었다.

 

 

 

 

 

 

 

 

 

 

나... 이제 형에게 사랑하는 동생일 수 없는거지...?

 

 

 

 

 

 

 

 

 

“형... 형이 눈을 뜨면.....”


“...........”


“.......형은 날 어떻게 바라볼까.....”


“..............”


“........증오하면서 욕할까....? 아니면.....아예 무시하며 날 보지도 않을까.....?”


“...........”


“차라리 형이 날 보면서 욕 했으면 좋겠어... 때리고 욕해도 좋으니까.....그런데...

형이 날 바라보지 않으면....나...정말 어떻게 될지 몰라....”


“...........”


“..........미안해... 형..”

 

 

 

 

 


미안... 형을 사랑해서....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잡고 있던 형의 손을 이불 속으로 넣어주고 형의 어깨까지 이불을 올려 덮어주었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참 잘 자고 있는 성민이형.


편안한 표정의 얼굴....


항상 형 표정은 그렇게 편안하기만을 바랬었는데.

 

 

 

 

 


-chu-

 

 


아주 살며시, 성민이 형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어쩌면, 형을 가까이에서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편안한 형의 얼굴을 보는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턱 막혀 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벽에 걸린, 성민이형이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면서 나도 같이 따라 웃어버렸다.

 

 

항상 저렇게만 웃어줘.

 

 

 

 

 

“.............?”

 

 


문을 열고 나서려다가 성민이형의 얼굴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변함없이 새근새근 자고 있는 성민이형의 얼굴....

 

 


이상하다... 방금 형이 날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어쨌건, 점점 어지러워지는 머리를 부여잡고 방에서 빠져나왔다.

 

 

 

 

 

 


********

 


“...........”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성민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곤 두어번 눈을 꿈뻑꿈뻑 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살짝 내리고 일어나 앉는다.

천천히 자신의 입술로 손을 가져가는 성민.......

한숨을 내쉬며 무릎으로 얼굴을 묻어버리는 성민.....

 

********

 

 

 

 

 

 

 

 

 

 

 

 

 

 

 

 

 

 


“아-후.... 이동해 이 자식은 대체....!!!!!!!!!”


“..........”

 

 

 

 

 


날 깨우지도 않고 연습실로 가 버린 동해를 욕하며 방 밖으로 걸어나오던 나는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서

버렸다.

우뚝 멈춰 선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앞치마를 메고 부엌에서 걸어나오던 성민이형도 마찬가지였다.

 

 

 

“....아하하.... 혁재 일어났구나... 빨리 씻어~ 지금 영운이형 씻구 있어~”


“.........”


“아~ 그나저나 정수형이랑 동해는 왜 그렇게 먼저 가 버리고 그러냐....

참, 희철이형도 이따가 점심때 다시 들어온다고 그랬구.

아! 있다 밤에는 동방애들이랑 또 연습하는구나. 준수 보겠네. 재중이두~ 하하핫.”

 

 

 

 

 


내 눈엔 보여. 내 눈엔 다 보인다고.


형.. 왜 그렇게 횡설수설 하는거야.


왜 그렇게 당황해.


왜 형이 잘못 한 것처럼 내 눈을 못 마주쳐????


형이 욕하고 때리란 말이야.

 

 

 

 

 


성민이형은 눈에 띄게 어색해하고 있었다. 저

렇게 목소리가 붕 떠서 저렇게 횡설수설하는거...형하고 전혀 안 어울려....

지금... 무언가 어색하다....

 

물론, 당연히 어색한 거겠지만.....

 

 

 

 

 


“하핫. 아픈건 좀 괜찮아졌어??? 형이 죽 좀 끓였는데~ 전복죽 끓였어~ 얼마나 비싼거라구~

형이 요리 좀 하잖아? 헤헤..”


“.............”

 

 

 


아무 말 없이 형만 쳐다보자, 형은 웃으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난 그런 형을 낮게 불렀다.

 

 

 


“형.”


“어어?? ”


“나한테 할 말 없어?”


“응?? 무슨 할말.... 어? 영운이형!!! 물 떨어지잖아요!!!”

 

 


나에게서 황급히 벗어나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며 머리를 닦는 영운이형에게 달려가는 성민이형....

 

 

 


“왠 오바야. 엉?? 이게 무슨 냄새야. 또..”


“무슨 냄새라니....헛!! 어떡해!!!!!!”

 

 

 


물기를 닦던 성민이형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부엌으로 달려가고, 영운이형은 그런 성민이형을 보며 이상

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젖은 머리를 턴다.

 

 

 

 

 

 

-쿵-

 

 

 

 

 

부엌으로 달려가다 바닥에 놓인 수건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져버린 형.

나는 다급히 부엌으로 달려가 죽이 끓고 있던 가스렌지 불을 꺼버렸고, 황급히 앉아서 무릎을 문지르고

있는 성민이형에게로 달려갔다.

 

 


정말 아팠는지 계속해서 무릎을 문지르고 있는 성민이형.

난 성민이형이 다쳤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형 앞에 마주 앉아서 형이 문지르고 있는 다리를 잡고 바지를 걷어올리려 했다.

 


그런데....

 

 

 

 

“아..아니야!! 괜찮아!!!!”


“..........?”


“저, 정말로!!! 괜찮다구!!!!”

 

 


내 손이 닿자마자 황급히 다리를 빼 버리고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지만 절뚝 거리면서 일어서는 성민이형..

 


형은 일어서면서도 끝까지 내 얼굴을 바라보지 않았다.

 

 

 


“영운이형- 혁재 죽 좀 주세요- 저 빨리 옷 입고 연습실로 나가볼게요.”


“뭐? 같이 가자~ 쟤랑 나도 좀 있음 준비 다 되는데.”


“아, 아뇨!!!! 정수형이 빨리 오라고 하셔서요... 저 먼저 옷 입고 가볼게요. 천천히 오세요.”

 

 

 

 

 


형을 올려다보는 내 시선을 깨끗하게 무시해버린 채 절뚝 거리면서 방 안으로 들어서는 성민이형....

 

 


“하, 참나..”

 

 

 

 

 


나오는 건 허탈한 웃음뿐...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워 성민이형이 들어간 방 쪽을 바라보았다.

 

 

 

 

 

 


형.


뭐하자는 거야.

 


정말 나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어?

 

 

 

 

 

 

 

 

 

 


팬픽? 리얼! -# 11

 

 팬픽? 리얼!

 

 

 

 

 

 

 

 


“나 왔어-”

 


시끄럽게 음악 소리가 문밖으로 빠져나오고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영운이형 뒤를 따라 들어갔다.

성민이형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또 나를 보고 피하는건 아닌지...


정말 죽을 맛이다.

차라리 소리라도 치면 낫겠는데... 저렇게 날 피한다면...

정말 이도 저도 아닐 것 같았다.. 뭐라도 말해야 한다.

 


“어~ 영운이 왔구나. 혁재도 왔네? 우리 오늘 연습 쉬엄쉬엄 하려구~ 있다 밤에 동방 애들 오면 또 해야

하잖아.”

 


정수형의 언제나 활기찬 목소리..

평소같았으면 그런 정수형을 보며 한번 웃어주고 춤을 추러 동해 옆자리에 섰을 테지만 이번만큼은 그

럴 수 없었다.

정수형 옆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정수형에게 달라붙어 있는 인간. 이성민.

 


형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가 나를 보고는 잠시 멈칫하고는, 이내 다시 정수형을 바라보며 또 무언가를

즐겁게 이야기중이다.

 

대화가 필요해.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영운이형이 이끄는 손도 뿌리친 채 정수형과 성민이형 앞으로 걸어갔다. 내가 앞으로 다

가가자 얼굴이 살짝 굳어지며 나를 올려다보는 성민이형과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던 듯 양 손

에 핸드폰을 들고 나를 올려다보는 정수형.

 

 


“뭐가 그렇게 재밌어?”


“응?? 아니~ 그냥 성민이 학교 얘기 하고 있었어~ 성민이가 축제때 여장을 했는데 글쎄..큭큭..”

 

 

이상하게 성민이형의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보이는 듯 싶더니 잡고 있던 정수형 팔을 툭툭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정수형은 왜~ 이러면서 나에게 하던 말을 끝까지 한다.

 

 


“어떤 남학생이 자기한테 사귀자고 그러더래~ 푸하하하!!!!! 자기같이 이쁜 여자 처음 봤다고 그러면

서.... 큭...”


“혀, 형!!!!!!”

 

 

 

 


그래. 내 눈에도 형만큼 이쁜 사람 없었어.


남자 여자 통틀어서. 전부.

 

 

 


형의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내가 약간 소리내어 웃자 성민이형은 나

를 힐끔 보고 고개를 숙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나를 휙 스쳐 지나 연습실 밖으로 달려나가는

성민이형.

 

정수형은 여전히 웃으면서 문자를 보내고 있었고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문 밖을 빠져나간 성민이형

의 뒤를 좇았다.

 

 

 

 

 

 

어느새 기획사 건물 뒤쪽으로 빠져나가 샛길로 나가려는 성민이형.

그런 형의 뒤를 빠르게 따라가 형의 손목을 잡았다. 내 손이 닿자마자 느껴지는 성민이형의 떨림.

 

 

 

“이성민!!! 얘기좀 해!!!!”


“놔, 놔!!”


“...........”

 

 


막무가내로 형을 끌고 다시 기획사 안으로 들어와버렸다.

자꾸만 잡힌 손목을 빼려고 하는 성민이형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었지만 젖먹던 힘까지 다 써서 형을 데

리고, 형의 손목을 잡은 채 거의 끌다시피 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야!!! 이거 놔!! 이거 놓으라구!!!!”


“........”


“나 니 형이거든? 빨리 놓으란 말이야!!!!!”

 

 


고래고래 소리 질러대는 성민이형 때문에 밖에 서 있던 팬들은 자꾸만 문 안을 기웃기웃 거렸고 나는 손

으로 성민이형의 입을 막은 채 지하 연습실로 데리고 내려왔다.

 

 

 

 

 

 

 

 

 


-짝!!!!-

 

 


연습실 안으로 들어와 내가 형의 손을 놓아주자 마자 내 뺨을 걷어올려 부치는 성민이형.

오른쪽으로 돌아가버린 내 얼굴.. 뺨이 너무나 얼얼하다.

뺨을 만지며 형을 보니, 형은 미안한 듯, 하지만 야속한 듯 눈물 맺힌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혁재!!! 너 뭐야!!!!! 장난도 정도껏 해!!!”


“하.....뭐? 장난? 지금 내가 이러는게 장난으로 보여??? 어제 내가 그런게 장난으로 보이냐고!”

 

 


장난으로 치부해버리는 성민이형을 보며 난 다시금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있었다.


성민이형은 답답한 듯, 가슴을 두어번 치다가 나에게 소리쳤다.

 

 

 

“그래. 어제!! 어제는 아파서 정신이 없어서 그랬다고 칠게. 너무 아파서. 약 기운으로 정신이 없었던거

라고 여겼어. 가끔 나도 정신을 놓아버릴때가 있으니까.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왜 오늘까지 그

래!!!! 너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이니??”


“하....진짜.....”

 

 


다시금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한다.

형은 내가 형에게 키스했던게 약기운에 정신을 놓아버려서라고 말하고 있었고, 오늘 내가 그러는게 형

을 놀려주기 위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나보다.

 

하... 이성민. 진짜 사람 돌게 한다.

 

 

 

“니가 경황이 없었으니까, 니가 그때는 사태파악이 안 됐을 테니까. 나.. 다 이해할 수 있어.

너 아팠으니까... 정신이 없었겠지. 그래. 내가 누군지도 분간하지 못 했을거야. 그래. 이해해.

하지만 거기까지야. 자꾸 나 놀리지마. 이혁재.”


“.........”


“오늘 이후로 다 잊을테니까. 지금 일도 다 잊을테니까...너도 내가 화낸거.. 소리지른거...

다 잊어줘. 후..”

 

 


그렇게 말하고 연습실을 빠져나가려는 성민이형.

난 나도 모르게 성민이형의 손목을 붙잡았고 성민이형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다 잊는다면서... 잊을거라면서....도대체 형의 그 경멸스러운 표정은 뭔데!

 

 

다시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거 놔.”


“.........”


“이거 놓으라고 했어. 멤버들 기다려. 나 올라가....으앗...”

 

 

 


형이 말하는 사이에 나는 순식간에 형을 벽으로 밀어붙였고, 형을 내 팔과 벽 사이에 가두고 형을 가만

히 바라보았다. 형은 뒤로 물러서려고 자꾸만 바둥거렸지만.. 뒤로 움직여봤자 보이는 건 커다란 벽 뿐.

형은 자꾸만 내 눈을 피하려 천장을 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형의 시선까지 놓치지 않으며 형을 바라보

고 있었다.

 

 

 

 

 


“이성민.”


“.........형.”


“이성민.”


“.........형이야.”


“이성민!!!”


“..........형이다..”

 

 

 

 


-쾅-

 

 

 


주먹으로 벽을 쳐 버렸다. 약간 놀란 듯한 성민이형의 표정.

하지만 빠르게 평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형이었고, 나는 자꾸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더 이상 참

을 수가 없었다.

 

 

 

 

 

 

 

“이성민. 나 어제 무지 아팠어.”


“........”


“그래. 니 말대로 나 어제 정신 없었어.”


“.............”


“근데...이 감기란 놈이 질겨서 나 오늘도 정신없거든.”


“..........”


“....지금 내가 정신이 제대로 됐을까...안 됐을까...?”


“무, 무슨....읍!!!!!!!!!!”

 

 

 


그대로 다시 성민이형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부딪혀버렸다.

내 품 안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성민이형.


하지만 난 그런 형의 몸부림마저 벽으로 밀어붙인 채,

두 손목을 내 손으로 가두고 형의 입술을 찾아들었다.

 

 


절대 입을 내어주지 않으려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자꾸만 움직이는 성민이형.

하는 수 없이 다시 성민이형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성민이형의 도톰한 입술이 열렸다.

 

 

 

어제와 다름없이 너무나도 뜨거운 성민이형의 입술.

 

 


난 천천히, 부드럽게, 하지만 아주 강하게 성민이형의 입술을 찾아들었고 벗어나려던 성민이형도 포기

한 듯 몸부림이 잦아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


“하아...하아.....”

 

 

 

 

 

 


입술에서 흘러내리는 피..

 

 


입술을 스윽 닦으며 성민이형을 바라보았고, 형은 숨을 가쁘게 몰아내쉬면서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채로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픽-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형은 지금 이것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테지. 아픈 애가 쌩쇼를 하는구나- 아, 재수없게 걸렸구나-

그렇게 생각할테지.

 

그런데 어쩌지? 나 너무 정신이 또렷해.

 

 

 

 

“............”


“.............”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었다.

 


형은 숨을 몰아쉰 뒤 크게 한숨을 쉬며 나를 스쳐 지나 연습실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형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이대로 형을 보내면 또 나와 형의 사이는 어물쩡하게 넘어가버리고 말거야.

도아니면 모라고 했어. 나.


형한테 말해야겠어. 형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형을 좋아한다고!

 

 

 

 


“이것도 아파서 그런거라고 생각해??”


“......................어.”


“니가 보기에... 나 지금도 정신없어 보여?”


“...................어. 너 아직 다 안 낳았으니까.”


“하, 웃기지마!!!!!!”

 

 


-쾅!-

 

 


다시금 벽으로 주먹을 내리꽂으면서 형을 바라봤다.

이제는 약간의 거리감마저 느껴지는 성민이형의 표정.. 정말 애원하는 듯한 형의 표정...


형은 동생을 잃고 싶지 않은거다.


여기서 더 이상 내 말을 들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려워 하는거다.

 

 

한숨을 내쉬며 한층 누그러들은 형의 목소리..

 

 

 

 

“............후......나... 나가게 보내줘...”


“......이성민....”


“너도... 아프니까.... 이만 가보고....”


“그래!!!! 그렇게 형 말대로 아파죽겠는데도 형 앞에만 있으면 정신이 말짱해지더라!

머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도 이놈의 심장이!!!! 이놈의 심장이 말이야!!!!!

형만 보면 미치도록 뛰어대는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쿵쾅쿵쾅 뛰어대는데!!!

얘가 형 좋다고 자꾸만 나한테 신호를 보내는데 내가 어떻게 정신을 안 차리겠어!!!

아니, 못 차릴 수가 있겠냐고!!!!!!”


“..........이혁재! 너 미쳤니? 제발 그만해!!!!!!”


“아니. 나 이제 말해야겠어. 이제 형 뒤에서 있는것도 지겨워.”


“그만, 그만해!!!! 혁재야!!!!!”

 

 

 


동생을 잃지 않으려는 형의 필사적인 몸부림.

난 그런 형에게 너무나도 정확히, 또박또박 나의 뜨거운 가슴으로 말했다.

 

 

 


“이혁재가!!!!!”


“..........”


“이혁재가 이성민을 사랑해.”


“..................”


“이혁재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이혁재 심장이 그렇대.”


“............”


“나 원래 단순하잖아. 그래서 이성이고 뭐고 몰라. 내 감정에 충실할 뿐이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형이 날 어떻게 대하든. 형을 향한 내 마음을 형이 알아주기만 하면 돼.

 

 

 


성민이형의 복잡하지만 차가운 얼굴..

 


난 결국 말해버렸다.

 

 

 

 


“............이혁재..”


“..............”


“앞으로는 너하고 형, 동생으로도.......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


“...................넌 나한테 있어서 슈퍼주니어의 ‘은혁’일 뿐이야. 지금 이순간부터.....”

 

 

 

 


-쾅!-

 

 

 


“........하.....”

 

 

 

 

 

 


너무나 커다랗게 들려오는 문 소리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자꾸만 눈 앞이 희뿌옇게 번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볼에 흐르는 뜨거운 액체들......

 

하... 내가....


이혁재가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리다니........


이성민. 나 말이야.


이혁재가....

너 때문에 병신이 되어간다.

 

 

 

 

 

 

 

팬픽? 리얼! -# 12

 

 

팬픽? 리얼!

 

 

 

 

 

 

 

 


“...후.....”

 

 

 


얼마동안을 지하 연습실에서 이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시간을 보니 어둑어둑 해질 시점..

쇼파위에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켰다.


아까 전 흘린 눈물 때문에 눈도 많이 아팠지만 역시 머리가 자꾸만 아파왔다.

 

 

감기기운 탓도 있었겠지만, 역시. 이성민..

 

 

 

 

 


-끼이이익-

 


문을 닫고 계단을 걸어나오던 나는 위에서 누군가가 쿵쾅쿵쾅 뛰어내려오는 소리에 위쪽을 쳐다보았고,

이윽고 정체를 드러낸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정수형. 형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뭐가 그리 바쁜지

빠르게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아직도 집에 안 갔나 싶어 같이 가자고 형을 부르려는 순간..

 

 

 


“박정수!!! 기다리라고!!!!”

 

 


다급한 영운이형의 목소리. 멈칫하고 섰다가 다시 빠르게 건물밖으로 달려나가는 정수형을 보며 난 무

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영운이형 역시 아 씨- 이러면서 빠르게 정수형을 따라 달려나가는 것이었다.

 


빠르게 달려나가 정수형의 어깨를 잡고 자신쪽으로 돌려세우는 영운이형.


벽쪽으로 몸을 숨기는 내 귀로 들리는 울음섞인 정수형의 목소리.

 

 

 

 


“제발!!!! 제발!!!!!!!!! 영운아!!!!!!!”


“뭐가 제발이야!!! 박정수!!! 나 똑바로 봐!! 똑바로 보고 말하라고!”


“우리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제발!!! 부탁이야... 응? ”


“나도 알아! 이러는게 너 힘들게 하는거라는거!! 그런데 어떡해!!!

자꾸 내 눈이 너한테 가는데 어떡하라구!”


“난 이미 다 끝냈어!!! 10월 31일날 다 끝냈다고!!!!! ”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정수형.

정말 저게 정수형이 맞는가 싶게 소리를 질러대는 정수형.


한참을 그렇게 정수형의 울음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고,


간간이 영운이형의 한숨소리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도망갈까..우리..?”


“김영운!!!!”


“우리...도망가서...우리끼리 살까..? 응? 그래. 그게 좋겠다. 우리 그러자-

마음대로 좋아하지도 못 하는 여기 말고... 우리끼리 맘 놓고 좋아할 수 있는 곳으로......”

 

 

 

 


-짝!!!!-

 

 

 

 

 


날카롭게 뺨 때리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금 정수형의 울음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니가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애들은!!! 애들은 어쩌라는거야!!!!”


“상관없어!!! 나한텐 박정수 니가 더 중요하니까!!!!”


“김영운!!!”

 

 

 

 

 

점점 감정이 격해지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좋아해...? 영운이형이 정수형을....?


정수형도 영운이형을???

 

 

 

 

 


“오늘 너란 인간한테 정말 실망했다. ”


“...................”


“............숙소에서 보자.”

 

 

 

 


그 말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리는 정수형....

홀로 멍하니 남은 영운이형의 뒷모습이 처량해보인다.

여기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걸까...


쿡. 뭐야.. 이거..


우리 둘이 서로 위로해 줘야 하는 상황같잖아.

 

 

그렇게 벽 뒤에서 머리를 싸매며 생각하고 있을 때....

 

 

 

 

 

 

 

 

“이혁재.”


“.......?”


“숨어 있지 말고 나와. ”


“!!!!”


“아까 지하연습실에서 올라오는거 봤어. ”

 

 

 

 


영운이형의 낮게 가라앉은,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에 나는 벽쪽에서 나와 영운이형 앞으로 몸을 드러냈

다. 형이 몸을 돌려 나를 보았고 쓰게 웃었다. 아니, 그 웃음은 웃음이 아니었다.


형은 울고 있었다.

 

소리없이.. 아주 슬프게 울고 있었다.

 

 

 

 

“형.. 어떻게...된...일이에요...”


“.......”


“......형.”


“푸..... 내가 너한테 했던 말 기억하냐..”


“네??”


“너네만은 해피엔딩이길 바란다고.....”


“.....................”

 

 

 


너네..... 나랑 성민이형...


그 말은 형이랑 정수형이 서로 좋아하기라도 했었다는거야...?

 

 

 


“형. 대체 무슨 일이에요. 정수형이랑...형이랑.....”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 아무것도......”


“.......형....”

 

 

 


더 물으려다가 아예 내 입을 닫아버렸다. 형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아무것도 묻지 말아달라고- 하소연

하고 있었고,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제서야 씨익 웃은 영운이형은 기지개를 펴며 나를 향

해 소리쳤다.

 

 

 


“이혁재- 우리 소주나 한 잔 할까..? 너랑 술마신지도 오래된 것 같은데.”


“아.....”


“마셔야 하지 않아? 아까 성민이 보니까 심각하던데... 너도 심각한거 아니었어?”


“.......형......”

 

 


성민이형 얘기에 또 다시 목이 메어오는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철없던 어린 시절엔,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지 다 이루어지고, 가질 수 있을것만 같았는데....


사랑은 그런게 아닌가보다...


그걸...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성민을 통해서.

 

 

 

 


“그래요. 제가 잘 아는데 있어요~ 거기로.....”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잠깐만요- 하고 내 품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폴더를 열었다.

희철이형- 이라고 적혀 있는 폰. 목청을 가다듬고 소리를 내뱉었다.

 

 

 


“예. 형.”


-어. 혁재야. 아씨.. 왜 이렇게 박정수랑 김영운은 전화를 안 받냐? 이동해도. 올때 몸살약좀 사와라.-


“예? 형 아프세요???”


-아니, 나 말고. 성민이. 아까 들어오자마자 시름시름 앓더니... 너한테 옮은 것 같아.

얘 열도 펄펄 나고 그런다. 야. 빨리 사와. 하여튼..-

 

 

 

 

 


뭐라고 하는거야... 성민이형이....왜.....

 

 

 

 

 


설마....키스때문이라면... 그것 때문에 내 감기기운이 옮겨간거라면...

 

 

 

 

 


“형. 오늘은 술 못 마시겠어요. 오늘은 빨리 들어가요-”


“응? 왜???”


“.........”

 

 


어리둥절해하는 형을 이끌고 숙소로 향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다급하게 뛰어가 약국에서 열 내리는 약이랑 감기약들을 사가지고 숙소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로

올라탔다.

 

 

“성민이...아픈거야...?”


“..........”

 

 

 


내가 들고 있던 약봉투를 바라보던 영운이형이 물었고,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손이 점점 떨려옴을 느꼈다. 성민이형이 아프다는 말을 듣자마자 내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느낌. 머릿속에도 성민이형이 침대위에 누워 있는 생각밖에는 나지 않는 내 멍청

한 머리와 미칠정도로 뛰어대는 이놈의 심장.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숙소 문을 열고 들어서니 희철이형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현관앞에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형!! 성민이형은요!!! 많이 아파요??? 어디가 어떻게 아프대요!!!”


“아, 나도 몰라~ 나 왔다고 방에 인사하러 들어가니까 혼자서 시름시름 신음하면서 끙끙대고 있더만-

몸도 불덩이고. 그래서 너한테 전화한거라니깐. 말도 못 해. 쟤 . 지금.”

 

 

 

 


더 이상 희철이형의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자신이 들어가보겠다며- 내 손을 잡은 영운이형의 손마저 뿌리치고 막무가내로 방 안으로 들어선 나는

언제나 화사하게 밝았던 방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형. 형은 나한테 그런 존재야.


형이 웃지 않으면..


형이 아프면...


이런 사소한 것도 변하는게 느껴져.


웃기지-

 

 

 

 


“후.....”

 


한숨을 내쉬며 성민이형 침대 옆에 앉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고 있는 성민이형의 모습.

희철이형이 물수건으로 성민이형의 이마에 올려놓긴 했지만 열이 어찌나 나는지 금방 말라있는 것 같았

다. 간혹 가다가 성민이형이 잠결에 한숨을 내뱉을 때면 너무나도 뜨거운 입김이 나왔다.

 

 

 

 


“.....형... 내가 잘못했어...형.......내가...내가 잘못했어....”

 

 

 


방 밖으로 빠져나와 대야에 물을 받아 방 안으로 들어왔다.

형의 이마에 얹어진 물수건을 대야에 넣어 적신 다음에 다시 형의 이마에 수건을 올려놓았다.

일단 해열제부터 먹여야 할 것 같아서 형의 입을 열어 약을 넣고 고개를 올렸지만,

약이 다시 물과 함께 빠져나온다.

 

 

 

어쩔 수 없었다.

 


형 입에서 약을 빼낸 나는 약을 머금은 채, 조용히 성민이 형의 입술로 내 입술을 갖다 대었다.

 

 

형이 이 사실을 알면 날 죽이려고 할 테지만..

지금 이렇게 형이 아픈 걸 보는 거보다 그게 더 나아.

 

 

 


달콤하지만, 결코 달콤할 수 없는 그런 키스.

 

 

 

 

약을 넘기고 난 후에 약간 아쉬운 감정으로 입술을 떼었다.

 

 

 


다시 물수건을 새 것으로 갈아주고, 더 두꺼운 이불들을 성민이형에게 덮어주었다.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성민이형이 여기서 눈이라도 뜬다면 당장에 일어서서 날 보고 나간다고 난리칠테고...

 

 

그렇게 된다면 성민이형의 상황은 더 악화될지도 모른다..

 

 


원래 형은 한번 아프면 심하게 아파서 주의를 했는데 말이다.

 

뭐, 그만큼 또 별로 아프지도 않았지만 정말 한번 아프면 심하게 아파서

주위의 온갖 걱정은 다 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형....내가 이렇게 빌게....내가....내가 잘못했어..형....”

 

 

 

 


이제는 시도때도 없이 앞이 희뿌옇게 변해가는걸 느낀다.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뜨거운 액체의 느낌까지..


언제부터 이혁재. 너 이렇게 눈물이 많은 놈이었냐...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우는거라고 김준수랑 하늘땅별땅 할 때는 언제고-

 

 

 


“내가...형을 좋아하는게... 그렇게 힘이 들어...?”


“...................”


“정말......내가 잘못했어.. 형.. 그런데....그런데말이야..”


“..........”


“형을 좋아하는 내 마음한텐 미안하지 않아....그래서 더 형한테 미안해... 흑.....”

 

 

 

 


결코 형에겐 들리지 않을 나의 흐느낌....


방 안은 나의 울음소리만이 퍼져가고 있었고 내가 잡고 있는 성민이형의 손은....

나의 눈물들로 범벅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혁재.”


“...............”

 

 


방문이 열리고, 영운이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갑작스레 켜진 불에 눈을 약간 찡그리고 영운이형을 바라보았다.

형은 내 잠바를 들고 씨익 웃고 있었다.

 

 

 

 


“...............”


“나가자- ”


“.......”


“좋은데 알고 있다며- 가서 술 좀 들이키고 오자고~”

 

 

 

성민이형을 놔두고 나간다는게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결국은 희철이형이 성민이형을 돌봐준다는 조건

하에 영운이형이 이끄는 대로...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밖으로 향했다.

 

 

 

 

 

 

 


팬픽? 리얼! -# 13

 

 

 

 

 

팬픽? 리얼!

 

 

 

 

 

 

 


“...........”


“.........”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술잔에 술을 따르고, 술을 마시고, 다시 술을 따르고...


시끌벅적한 주변 분위기와는 다르게 우리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서 서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이런 오랜 적막한 분위기를 먼저 깬 것은 영운이형. 형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시작하

고 있었다.

 

 

 

 


“우리 연습생 시절때....”


“........”


“내가 늦게 팀에 합류했을때....”


“..............”


“나 제일 먼저 웃으면서 받아준 사람이 누군줄 아냐?”


“.............”


“정수형이야..정수형....박정수...”

 

 

 


다시 술을 들이키는 영운이형.


난생 처음으로 보는 영운이형의 아픈 얼굴...

 

 

 

 

 

“젠장....그 웃음을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웃음에 넘어가서..”


“..........”


“그 빌어먹을... 박정수한테 넘어가서.... ”


“..........”


“내가.. 내가 박정수한테 눈이 멀어버렸지 뭐야.. 쿡...”

 

 

 

 

어느정도 취기가 올라있는 목소리...


난 더 이상 마시지 않고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술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영운이형의 목소릴 듣고 있자니..

더 이상 술을 마시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라도 지금 이렇게 외쳐대는 영운이형의 목소리를 듣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게...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길 같았다.

 

 

 

 


“더 웃긴건... 우리 둘이 서로 같은 마음이었다는 거야... 쿡... 첫눈에 반한거지. 둘다. 서로..”


“...........”

 

 


전혀 몰랐던 사실.


오랜 시간을 같이 연습하며 지낸 두 사람인데...

바로 옆에 있었는데, 전혀 알지 못 했다.


알 수 가 없었다.


그저 둘이 친하구나- 이 생각 뿐이었는데...

 

 

 

 

“그렇게...둘이 서로 좋아했는데... 사랑했는데......그런데...

우리 둘이 사랑하기에는 벽이 너무나 높더라구...”


“..............형.....”


“후.... 데뷔하기 바로 직전에 연습실에 있다가... 사장이 우리 둘 사이를 알게 되서... 불려간 적이 있어.”


“................”


“그 망할놈의 사장이.... 조건을 내걸더라..”


“...............”


“우리 둘의 희생인지... 아니면 열두명 모두의 희생인지...”


“..........”


“박정수... 꼴에 리더라고.... 그렇게 맞으면서도..... 다 자기가 희생하겠다고...

애들은 가만히 놔두라고....”

 

 

 

 

 

영운이형의 얼굴위를 흐르는 눈물방울들....


그제서야 모든게 이해가 갔다.


아까 전 우리를 언급하며 소리치던 정수형...


항상 밝은 표정으로... 리더답게 모두를 다독이곤 했었는데...


그리고, 예전에 버스 안에서 영운이형이 내게 했던 말...

 

리더라서 그런지 애들을 잘 챙긴다는 말........

 

 

 

 

 


“그래서... 박정수는 자기가 힘든 길을 택했다. 나 역시 박정수의 의견을 존중해주었고....”


“.................”


“그렇게...10월의 마지막 날.. 우린 끝났어...”


“............”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아까 이야기를 꺼낼 때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허심탄회한 목소리로 끝났어- 라고 내뱉는 영운이형.


내 심각한 표정을 보더니 영운이형은 예의 그 사람좋은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짜식... 뭘 그렇게 심각해.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아까.......”


“....아깐...내 실수였어... 박정수 이름을 불러버렸거든... 형이라고 안 부르고.... 어쨌든!

니 얘기 좀 해봐. 임마.”


“..................”

 

 

 


다시 이성민 생각으로 머리가 지끈거려오기 시작한다.

영운이형의 손에 들려 있는 술병을 빼앗아 내 술잔으로 가득 따라 마셨다. 영운이형의 놀란 표정...

 

 

 

 

“형.”


“그래, 임마. 뱉어봐~성민이한테 고백했지???? 뭐래???”

 

 

 

호기심있게 나를 바라보는 영운이형....


형에게 내 진심을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오랜 시간 연습실에 누워 있으면서 생각한 나의 진심...

 

 

 


“어디서 읽은 구절인데요.”


“.........”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것보다, 힘든 것보다... 자기가 아프고 힘든게 백배 천배 낫대요.”


“..................”


“그런데... 제가 지금 그걸 느끼고 있어요..”


“혁재야.”


“성민이형이 힘들어하는 걸 못 보겠어요.... 흐흑....”

 

 

 


또 터져 버린 내 울음보....

말없이 내 등을 토닥여 주는 영운이형 덕분에 가슴 속에 맺힌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리는 느낌을 받았

고, 난 영운이형의 품에 안겨서 엉엉 울어버렸다. 주위사람들이 쳐다보건 말건, 난 무작정 울어버렸다.

 

 

 


“내가 말했잖아. 힘들거라고..아플거라고...”


“흐흐흑.....으윽....”


“......해피엔딩이길 바란다고 했는데.....이게 뭐냐. 이혁재.”


“....고백하기 전에는... 성민이형 마음은 생각도 안 했어요. 제 생각만 했어요.

제 마음만 전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


“고백하고 나한테 등을 돌리는 성민이형을 보면서... 자꾸만... 이 가슴이....여기가 말이죠.”


“............”


“아파요.... 아니... 아프다 못 해... 시려요....흑....”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다시금 나를 안아주며 토닥여주는 영운이형...

 

 

 


“그래도 내가 아픈게 정말 나은 것 같아요. 성민이형이 아프다면...

제가 뒤로 물러나 있는게 훨씬 좋고 그게 모두를 위해서도 나은 선택이겠죠.”


“..........후.......”

 

 

 

 

 

 

 


그렇게 말하며 얼마나 술을 들이마셨는지 모른다.

영운이형과 서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소주 몇병을 해치웠는지....

 

 

 

 

 

 

 

 

 

 

 

 

 

 

정신을 잃었었나보다.


누군가 나를 흔드는 느낌에 눈을 떠 위쪽을 바라보니 걱정스러운 표정의 동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혁재!! 허억- 야!! 너 뭔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 영준이형한테 죽었다.”


“..........으으....”

 

 


-우당탕 쿵-

 


동해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리면서 상들을 죄다 엎어버리고 말

았다. 주변 비명소리에 이어들리는 동해의 한숨소리.


지금 나한테 잔소리를 하고 싶어도 내 상태를 보아하니 할 수가 없겠지..

 

 


동해는 아무 말도 않고 나를 천천히 일으켰다.

동해에게 부축을 받아 일어나보니, 맞은편에는 정수형이 영운이형을 부축하고 있는게 보인다.

정수형을 보며 헤벌쭉 웃고 있는 영운이형과 걱정 가득한 정수형의 얼굴...

 

 

 


정수형. 아직도 영운이 형을 사랑하잖아요..


얼굴에 써 있는데...


왜 거부해요....?

 

 

 

 


“끄윽..... 정수형..”


“혁재야.”

 


동해의 부축을 받아 정수형 쪽으로 걸어갔고, 정수형은 영운이형을 일으켜 세운 뒤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저절로 말이 튀어져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정수형... 끄..... 잘난척 하지 마요...”


“........”


“형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구우우-”


“.........”

 

 

 


내 주정을 듣고 있는 동해가 자꾸만 왜 그래- 이러면서 내 몸을 돌리려 했지만 나는 그런 동해의 손길마

저 뿌리친 뒤에 정수형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혼자 희생을 감수하는게 리더인줄 알아요? 그게 멋진 줄 아나봐요??”


“야! 이혁재!! 왜 그래! 정수형~ 가요~~”


“아 놔봐~~ 그런데 말이에요. 내 눈엔 말이죠~ 김영운이나... 박정수나.... 다 멍청하게 밖에 안 보여..

그래요... 끄윽....”

 

 

 

 

 

 

 

 

 

 

 

 

뒷 일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정수형이 아무 말도 안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눈빛은... 나를 바라보며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영운이형의 모습과 비슷했다는 것...

 

 

 

 


그렇게 또 한 밤이 지나갔나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속이 상당히 메스꺼움에 밖으로 배를 문지르며 나왔다.

코 끝을 찌르는 해장국 냄새...

 

 

동해가 요리하나 싶어 부엌으로 갔던 나는 다시 우뚝 서 버렸다.

 

 

 

 

“식탁에 앉아. 거의 다 끓였어..”


“............”


“오늘 스케쥴 있는데 그렇게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어떡해.”

 

 

 

 


아파서 그런지 낮게 가라앉은, 무미건조한 성민이형의 목소리...


다른 때 같았으면 호들갑을 떨며 내 건강 먼저 챙겼을 성민이형....

아니, 다른 멤버들에겐 먼저 건강부터 물어볼, 속 괜찮아?? 이러면서 건강부터 물어볼 성민이형......

 

그런 형이... 내 앞에서 일 이야기부터 먼저 하고 있다.

 

 

 

 

 


아, 맞다....

 


난 형에게 ‘이혁재’가 아닌 슈퍼주니어의 ‘은혁’일 뿐이지....

 


잊고 있었어.

 

 

 

 

 

 

 

 

“걱정마. 지장 안 되게 할게.”


“우리만의 무대가 아니야. 여러팀 합동 공연이라구.”


“지장 안 되게 한다구. ”

 

 

 

 

건조한 성민이형의 목소리를 듣는 내 가슴이 또 시려옴을 느낀다.


하도 난도질 당해서 더 날 피도 없다고 느꼈는데...


내 가슴에서 피가 철철 넘쳐 흐르는게 느껴진다.

 

 

 

 

 


“빨리 먹고 연습실로 가. ”


“...........”

 

 


국을 내려다 놓으며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는 성민이형...

 


아픈건 좀 나았는지...


열은 좀 내렸는지....


어제 어떻게 정신을 잃게 된 건지...

 

 

묻고 싶은게 많았는데....

 

아무것도 묻지 못 했다..

 

 

겁쟁이.. 겁쟁이 이혁재.....

 

 

 

 

 

 

 

 

 

 

 

형 말대로 ‘은혁’으로만 형을 대해야 하는거겠지..?

 

 

 

 

 

 

 

 

 

 

 

 

 

 

 

팬픽? 리얼! -# 14

 

 

 

 

 

 


 팬픽? 리얼!

 

 

 

 

 

“자- 빨리 밥 먹어라. 얘들아. 아침부터 고생 많았어.”

 

 

 

 


영준이형의 목소리에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에 있던 멤버들 모두가 한숨을 쉬며 수저를 들었다.

지금은 MKMF가 끝나고 멤버들끼리 따로 회식하는 시간.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서 무대에 서고 와서 그런지 모두들 축 쳐져 있었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제 과음하고, 성민이형 탓도 있겠지만, 자꾸만 안무도 틀리고..

제대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 1분... 아니 1분이었나....

하여튼 그 짧은 시간을 무대에 서기 위해서 아침부터 온갖 고생을 다한 우리 멤버들....

 

 


“내년엔 우리가 신인상 받자-!”


“맞아!! 내년은 우리 슈퍼주니어의 해야!!!!”

 

 

 


영준이형과 희철이형의 말에 쓰게 웃어보이는 멤버들...

그 웃음들을 바라보며 나도 같이 쓰게 웃어버렸다.

 

 

그래, 내년은 우리가 꼭 해내자.

우리가 차려먹자구!!!

 

 

 

 

근데, 속이 좀 이상하다.

아까도 한번 속을 게워냈는데, 그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듯 싶었다.

 

 


내가 배쪽을 문지르며 얼굴을 찡그리자 고기를 굽던 영준이형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엉?? 왜. 혁재야. ”


“아, 아뇨... 그냥.. 속이 좀.....”


“으이구.. 그러게 어제 과음 하더라니.. 술도 못 마시는 놈이 영운이처럼 마시면 어떡하냐?

저 술고래는 멀쩡하잖냐.”


“.........후...”

 

 

 


“아, 내가 뭐얼!!!”

 


멀찌감치에서 상추를 들고 소리치는 영운이형.

영준이형은 쯧- 이러면서 다시 고기를 굽기 시작했고, 모두들 고기를 먹기에 바빴다.

하지만 난 젓가락조차 집을 수 없을 정도로 속이 메스꺼워 오기 시작했다.

 

 


“형...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어? 그래. 빨리 다녀와라. 다 게워내. 그냥. 그럴땐 다 게워내고 물 마시고 쉬는게 최고야-”


“다녀올게요..”


“어? 아. 야.. 너 혼자 가면 힘드니까... 어디보자... 어!! 성민이!!!”

 


영준이형이 가리킨 곳은, 젓가락으로 밥을 먹고 있던 성민이형..

역시 나 때문이었을까.. 평소와는 다르게, 성민이형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만 이 상황...

영준이형의 소리에 우리쪽을 바라본 성민이형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인다.

 

 


“예. 형..”


“너, 혁재 좀 데리고 화장실 좀 다녀와라. 얘 속이 좀 안 좋아서...”


“......”

 

 


아무 말도 않고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그 시선을 바라볼 자신이 없어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 영준이형에게 세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에요! 저 혼자 다녀올게요!!!”

 

“아니야~ 원래 토할때는 누가 뒤에서 두드려줘야돼~ 성민이도 보니까 밥생각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다녀

와~ 옆을 봐봐라. 이 걸신들린 애들 보내면 나 죽이려고 할거야.”

 

 


영준이형의 말대로 다른 멤버들 모두는 다들 몇일씩 굶은 것처럼 고기를 먹고 있었다.

내 곤란해 하는 표정과 달리..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하는 성민이형.

 

 


“예. 형. 다녀올게요. 가자.”

 

 

 


자리에서 일어서는 형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형이 나에게 등만 보여도.. 형과 함께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는건........

 

 

 

 

 

 

 

 

 

 

 

 

 

 

 

 


“우웩.... 커헉...”

 


-탁탁탁탁-

 


“컥, 커헉.. 우....”

 


-탁탁탁탁-

 


“그러게, 술도 못 마시면서. 뭔 술을 그렇게 마신거야.”


“...후......”

 

 


내 등을 두드려주는 성민이형.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속에 든 모든 것을 게워내고 있었고, 형 역시 짧게 한 마디하고는 내 등을 계속해서

두드려주고 있었다.

 

미친 이혁재.. 이런 상황에서도 성민이형과 같이 있다는 생각에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후.....”

 

 


겨우 허리를 펴고 세면대로 가 얼굴과 손을 씻었고, 성민이형은 가만히 벽에 기대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

다. 내가 씻는 걸 바라보던 성민이형은 내가 손마저 다 씻자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잠깐 거울에 비친 성민이형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성민이형 역시 고열로 고생했었는데..

 

 

물어보지도 못 했다. 괜찮냐고...

 

 

 

 

 

 


“형.”


“...........”


“아픈건......좀 괜찮아...?”


“..........”


“......걱정.....했었어.”


“안 죽어. 걱정하지마. 니가 내 걱정까지 할 거 없잖아. ”


“........하....그래.....괜찮으면....다행이야...”


“..........나와라.”


“형!!!!”

 

 


다급히 형을 불렀고, 형은 무표정한 얼굴로 뒤로 돌아보았다.

 

 


“......뭐...”


“................”


“할 말 없음 나갈게.”


“....나....”


“...........”


“..............미워하지 말아줘. 형... ”


“..................”

“형이...힘들면....내가 그만할게. 내가 그만둘게.”


“................”


“그러니까.......나 미워하지 말아줘.......”


“.......................”


“나한테 쌀쌀맞게 대해도 되는데... 뒷모습만 보이지 말아줘...형.....”


“.........가본다..”

 

 


그렇게 말하고 문 밖으로 나가버리는 성민이형.

그런 형의 뒷모습을 다시 바라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이게... 형의 완벽한 진심.

벼랑 끝에 서 있던 나를 발로 걷어차 버리는 성민이형.. 그

 

 

래.. 어차피 예상한거잖아. 뭐..

 

제길.. 근데 왜 눈물이 나냐. 또...

 

 

 

 

 

그렇게 또 펑펑 울어버렸다.

 

 

 

 

 

 

 

 

 

 

 

 


“어~ 혁재 왔냐- 어? 근데 성민이는???”


“예??? 먼저 안 왔어요???”


“안 왔는데... 둘이 같이 화장실 간 거였잖아~”

 

 


영준이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면서 성민이형이 들어왔다.

 

 


“어? 성민아- 어디 갔다와~”


“아... 잠시 약국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붉게 물든 볼을 비비며 올라서는 성민이형.

서 있던 나에게 걸어오더니 약봉투를 내민다.

얼떨결에 받아든 나는 형을 황망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먹어. 감기도 안 났잖아. 폭음에다가.. 속 풀릴거야. ”


“아......”

 

 

 


그렇게 말하고 다시 제 자리로 들어가는 성민이형...

약봉투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성민이형을 바라보았다.

형은 아무 상관도 안 한 채 다른 멤버들과 웃고 있었다.

내 신경은 쓰지도 않는 듯이...

 

 

 

 

 

 


뭐야.. 왜 바보같은 기대 하게 만드냐고....


지금만큼은 형이 나를 은혁이 아닌 이혁재로 바라봐 줬다고..


왜 그런 기대를 하게 만들어.

결국 다시 돌아설거면서...

 

 

 

 

 

 

 

 

 

 

 

 

 

 

 

 

 

“이동해- 우리 농구 좀 하다가 들어가자.”


“농구? 좋지~~~”

 

 


숙소 앞에서 나와 동해는 아파트 농구코트로 향했고, 다른 멤버들은 모두들 피곤하다며 위로 올라가 버

렸다. 농구공을 통통 튀기면서 동해에게 패스하니 동해는 온갖 폼을 잡으면서 골대로 달려가 골을 넣고

는 나를 향해 V자를 그려보인다.

 


“나이스~”


“앗싸~~ 역시 스포츠맨 이동해~”


“패스~”

 

 


나에게 공을 던져 준 동해.

나는 공을 건네받자 마자 동해가 한 폼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골대 앞으로 달려갔지만, 골이 들어가지

않고 링을 맞고 튕겨나와버렸다. 땅에 착지하면서 그대로 주저 앉아버린 나에게 동해는 놀란 표정으로

달려왔다.

 

 


“혁재야~ 너 괜찮아?? 아까 속도 안 좋았는데.. 들어가야 하는거 아니야?”


“아니야... 할 수 있어.”

 

 

 

 


지금 이렇게라도 뛰지 않으면 나 숙소에서 돌아버릴 거야.

 

 

 

 

 

 


“이혁재!!! 너 지금 안색도 안 좋아. 그만 하자. 오늘. 너 지금 이상해. 더 하다가 너 다쳐.”


“괜찮다고!!!!”

 

 


나를 일으켜 세우는 동해를 밀쳐버렸고, 동해는 그대로 뒤로 밀려 넘어져버렸다.


조금 너무한 감이 없지 않은 듯 싶어 공을 던지고 동해에게 달려갔다.

 


“으아... ”


“미안. 동해야. 괜찮아???”


“어, 어? 괘, 괜찮아...”

 

 


어정쩡하게 내 손을 잡고 일어서는 동해.

괜한 화풀이를 동해에게 한 것만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미안한 마음에, 너무 나만 생각한 듯한 마음에 미소를 지어보였고,

평소와 다름없이 동해의 어깨에 내 팔을 올렸다.

 

 


“미안~ 이 형님이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으시다. 니가 이해해라~”


“너야 뭐.. 맨날 기분 안 좋잖어. 요즘은 나랑 놀지도 않고........

맨날 다운되가지고는...내가 오죽했으면 희철이형이랑 놀겠냐!!!”


“아, 글쎄~ 요즘 이 형님이 좀 바빴대도~”


“아, 몰라!!! 으흑... 시원이 언제 오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건 시원이밖에 없어!”


“아, 이동해~~너 이래뵈도 팬들사이에선 내가 니 서방인데. 서방한테 이러기야~”


“뭐, 뭐래!!! 혼자 쇼야!!!”


“어어? 왜 얼굴은 붉어지고 그래~~~ ”


“내, 내가 언제 얼굴이 붉어졌다고!!!!! 죽을래!!!!”

 


평소와 다르게 약간 과민반응하는 동해가 이상하긴 했지만, 난 동해를 놀리면서 도망다닌다.

동해는 나를 잡으러 뛰어다니고.

 

 

오랜만에 웃어본다.

항상 동해와 티격태격 하면서 즐겁게 웃는다.


팀에서 같이 동갑내기라 많이 싸우기도 하지만 그만큼 나와 많은 교감을 나누는 친구 이동해.

이렇게라도 웃으면서 잠시나마 내 자신을 잊어본다.

 

 

 

 

 

 

결국....제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거겠지.


그래. 미련따윈 갖지 말자. 나 혼자만의 감정이었잖아..


예전의 이혁재로.... 그래..예전의 이혁재로..


나만 돌아가면 되잖아.....

 

 

 

 

 

 

 

 

 

 

다시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나의 가슴...

 


이성민. 너를 위해서야.


내 가슴에 흐르는 피도.


내 가슴에 흐르는 눈물도.


모두 다 너를 위해서......

 

 

 

 

 

 

 

 


......................................................형을 위해서.

 

 

 

 

 

 

 

 

 

 

 

 

 

 

 

 

 

 

 

 

 

 

 

 

 

 

 

 

 

 

 

 


“..................”

 


베란다에 서서 농구코트를 바라보고 있는 성민. 성민의 눈에는 밝게 웃는 혁재의 모습만이


들어온다.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문을 닫아버리는 성민...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피식


웃는다.

 

 

 


“...............속 안 좋다면서... 잘 노네.....이혁재.....”

 

 

 

 

 

 

 

 

 


팬픽? 리얼! -# 15

 

 


팬픽? 리얼!

 

 

 

 

 

 

 

 

 

“짧은 꽁트에서도 각자의 성격이 나오는 것 같은데.. 우리... 은혁씨는 다른 멤버분들께서 보실때..

은혁씨는 평소 성격이 어떤 것 같아요?”

 

 

 


멍하니 넋을 놓고 있다가 희철이형이 나를 바라보며 하는 소리에 동해가 나를 쳐서 빠르게 정신을 차리

고 희철이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 성격이요?”


“아니.. 은혁씨가 직접 말하....하하. 네 그럼 은혁씨가 직접 말씀해 보세요.”


“아 뭐. 제 성격이요, 아님 저희 멤버들 성격이요?”


“아니.. 은혁씨 성격을 본인이 직접 말하라고!!!!!”


“아아.. 제 성격..”


“말 안하고 있어서 말 걸어줬더니.. 말을 하라고!!!!!”

 

 


불같이 화를 내는 희철이형.

나의 실수다.

정수형 옆에 앉아서 정수형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는 성민이형을 바라보다가 흐름을 놓쳐버렸다.

형에게 약간 미안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능청스럽게 말했다.

 


“제 성격이요- 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쏟아져 나오는 멤버들의 야유. 하

지만 단 한사람.

이성민만이 굳은 표정으로 대본을 응시할 뿐이다.

 

다시 콕콕 쑤셔 오는 가슴..


아니야.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정리해야지.. 정리해야지.

 

 


내가 또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희본이 누나는 동해에게 묻고 있었고, 동해는 나보고 답답하다고- 해 버

렸다.

 

방송인데 좀 좋게 말해주면 덧나냐!

 

약간 동해를 흘겨보았고, 동해는 개구지게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내가 삐졌다고 생각했는지 희철이형은 나를 보며 동해에게 다시 물었다.

 

 

 


“은혁이...너무..순진해요. 너무 착해요.”


“내가 뭘~”


“사람이... 아무것도 가르쳐주고 싶지 않고..이렇게 예쁘게 그냥....”

 

 

 


의외로 순순하게 터져나오는 동해의 칭찬. 그런 동해에게 애교섞인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었고,

그런 나를 본 희철이형이 오바이트 하는 시늉을 하며 나에게도 물었다.

 

 


“은혁씨가 봤을땐.. 동해씨 성격 어때요?”


“동해씨 성격이요? 정말 솔직하세요~”

 

 


순식간에 터져나오는 웃음들.

난 동해를 쳐다보며 씨익 웃어보이고는 V자를 그려보였고, 동해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 V자와

똑같은 V자를 만들어 내게 보였다. 음악이 흘러나오며 희철이형과 영운이형의 협박성 멘트가 이어져 나

오자 동해는 흥- 이러면서 내 귀를 자기 두 손으로 가리고는, 우리 은혁이가 뭐 어때서- 라며 소리친다.

 


그렇게 오버하는 동해와 티격태격하는 희철이형을 보면서 소리내어 웃었다.

이성민만 신경 안 쓰면 이렇게 평소처럼 웃을 일이 많은데...

 

 

 


-쿠쿵 휘리릭-

 

 

 


“어어? 성민아. 괜찮아??”

 

 

 


갑자기 들려오는 정수형의 목소리와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난 다급히 성민이형쪽을 바라보았고, 성민

이형은 멍하니 넋놓고 일어서서 바닥에 떨어진 대본들과 엎어진 음료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난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쪽으로 달려가 대본들을 모두 주운 뒤 위로 올려놓

았고 아직도 멍하니 서 있는 성민이형을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약간 흠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걸레를 가지러가는 성민이형.

 

 


“성민아. 괜찮아? 너 아파서 그런거 아니야? 오면 안 됐었나봐.”


“아, 아니에요.. 괜찮아....”

 


힘이 없어보이는 성민이형의 목소리...

정말. 아파서 그런 듯..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였다.


걸레를 가져와 힘겹게 바닥을 닦는 성민이형.

 

 

정말 못 봐주겠다.


한숨을 내쉬며 같이 쭈그려 앉아 성민이형 손에서 걸레를 뺏었다.

 

 


“.......!”


“.........”


“내가 할게. 줘.”


“.........방송 실 수 안 하게 ‘은혁’이가 돕는거에요.”


“...........”

 

 

 


내 말에 다시금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난 그런 형을 바라볼 자신이 없어 빠르게 바닥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서지 않는 성민이형. 좀 있음 노래가 끝나기에 성민이형을 일으키려 손을 뻗었을 때..

 

 


“이혁재!! 빨리 와!!! 노래 거의 끝나간대두!!!”

 


나를 부르는 동해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는지 스르륵 일어서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리는 성민이형.

 


형은 방송내내 별다른 말이 없었다.

멤버들이 시켜서 단호박 하고.. 한번 하고 나면 방송 내내 광고 돌아가는 시간에, 단호박을 했었는데..

 

조용한 형의 모습.

 

 

 


“야, 이혁재. 뭐해.”


“어어?? 아, 아무것도...”

 


동해가 나를 치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본을 바라보았지만..

그래도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안 한 채 대본만 바라보고 있는 성민이형에게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너네 넷이 먼저 가~ 나 희철이 기다렸다가 잠깐 어디 좀 들를거야~”

 


정수형의 목소리에 벤으로 올라타는 멤버들과 나.

난 올라타려다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동해는 맨 뒷자리에서 누워서 자려고 하고 있었고, 영운이형은 운전석 옆에 앉았고..


남은 자리는 성민이형의 옆자리..

 

 


"........."


"뭐해?? 빨리 안타고.“

 

 


영운이형의 목소리에 난 다시 한번 그 자리를 쳐다보았다.

성민이형은 관심도 없는 듯, 힐끔 쳐다보다가 담요를 뒤집어 쓰고 의자 안쪽으로 몸을 깊숙하게 기대어

잠을 청하고 있었다.

 

 


“이동해! 일어나봐!!”


“아이씨... 왜애~”

 


벌써 잠이 들었었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일어나는 동해.

난 픽 웃으며 동해의 옆자리로 앉았고, 동해는 나를 슬쩍 흘겨보았다.

 

 


“왜~”


“나 자려고 그러는데 왜!! 앞에 가서 앉아!”


“싫어~”


“왜애!!!”


“자, 내 무릎 베고 자면 되잖아. 내 어깨에 기대어서 잘래??”

 

 


난 무릎을 두어번 쳐 보이다가 내 어깨를 두드렸고, 그런 날 보던 동해는 쳇- 이러면서 내 무릎을 베게

삼아 누웠다. 난 그런 동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성민이형쪽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담요

를 뒤집어 쓰고 자고 있는 성민이형.

 


“아, 안되겠어. 이건 아무래도 불편해.”


“뭐??”

 


갑작스레 무릎을 베고 있다가 일어난 동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아무래도 이게 내 베게로 적합할 듯 싶어!”


“푸�.”

 


그저 웃음만 나왔다.

어린아이같이 투정부리는 동해. 내 어깨에 머리를 올려놓고 잠을 청하는 동해였고, 나는 그런 동해가 불

편하지 않도록 약간 어깨 한쪽을 내렸다. 내가 어깨 한쪽을 내리자 동해는 쿡쿡 거리면서 내 옆구리를

푹 찔렀고, 나는 헉- 소리를 내면서 동해를 쳐다봤다.

 

 


“왜!”


“쿡쿡.. 귀여워서. ”


“지 생각해줘서 내려줬더니. 됐어! 창문에 기대!”


“아이~~ 혁재야 싸랑해~!!!!”


“왜 이러셩~~”

 

 


어쨌든, 기분이 나쁘다가도 이 놈이랑 말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동갑이라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친구라 그런가.


그렇게 동해와 한바탕 하고 동해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자려고 할때 쯤.

 

 

 


-스르륵-

 


“형! 음악 좀 크게 틀어주세요!”


“뭐???”


“잠이 안와서요! 발라드 크게 들으면 잠이 올 것 같아요!”


“별 희안한 놈 다 보겠네.”

 

 

 


음악의 볼륨을 올려달라는 성민이형의 목소리와 영준이형의 의아한 듯한 목소리.

차 안에 흐르고 있던 잔잔한 음악이 더욱 커졌고, 음악이 커지자마자 성민이형은 이불을 다시 올려 덮었

다.

 

 


“아, 귀 아퍼.... 성민이형- 음악 좀 끄면 안돼? 너무 귀가 아퍼.”


“..........”


“형--!!”

 

 

동해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성민이형.

무언가 말하려는 듯 보였지만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담요를 뒤집어 쓴다.

 

 

 


“쳇- 형도 참 무슨 심보래. ”


“..............”


“잠이 잘 올까 모르겠네.”

 

 

 

 


투덜투덜대며 내 어깨에 기대어 잠을 청하는 동해.

하지만, 난 그런 동해한테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정리하기로 한 내 가슴이 자꾸만 이성민을 외쳐대서.


내 눈이 자연스레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자고 있는 이성민에게로 향해서..

 

 

 

 

 

 

 

 

 

 

 

 

 

 

 

 


“아, 편했어~ 이혁재~ 앞으로 넌 내 베게 역할 계속 해라~”


“...........”

 

 


내 목을 자기 팔로 휘감고 웃는 동해.

하지만 난 목이 감겨서도, 내 앞으로 먼저 빠르게 걸어가는 성민이형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 혁재야. 우리 올라가서 싸이 일촌명 바꾸자~ 뭐라더라.. 맞어. 은해라던데.”


“뭐가??”


“너랑 나랑~ 팬들이 그렇게 부르드라구. 쿡쿡.. 은혁의 은이랑 동해의 해랑~

일촌명 그만큼 좋은게 어딨어.”


“좋을대로 해~~~”

 

 


눈은 성민이형을 보면서,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어, 내 팔을 잡고 흔드는 동해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

다. 내가 잘못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동해가 예전에도 이렇게 나에게 상냥하게 대했었는지 잘 모르겠다.

 

 

 


“영운이형. 정수형 감기 옮을 것 같으니까.. 정수형더러 형 방에서 자라고 하세요. ”


“어? 어.....”


“열이 좀... 많이 나네요.”

 

 

 

 

 

 


성민이형의 목소리가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평소였으면 나한테 말했을 성민이형.......

 

 

 


처음으로.. 이렇게 후회가 된다.

 

 

 

 


후회하면 내 마음한테 너무 미안해서, 죄책감 들어서...


후회 안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후회할 수 밖에 없다니.......

 

 

 

 

 

 

 

 

 


-땡-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는 성민이형.


그런 형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를 툭 치는 영운이형이었다.

 

 


“이혁재.”


“...........형?”

 


들어가려는 내 팔을 붙잡는 영운이형.

 

 


“적당히 해.”


“어??”


“괜히 쓸 데 없는 감정... 또 만들지 말라고.....”


“무슨 말이야?”


“........됐다.”

 

 

 

 


알 수 없는 말만 내뱉고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영운이형.

그런 영운이형이 들어가버리자마자 고개를 빼꼼 내밀고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동해.

 

 

 

 

 

 

 

 

 


“됐다아~~ 은해 은해 은해~~ 이름 이쁘다~”


“푸- 별소릴 다 듣겠네. 은해. 하핫.”


“우리우리~ 방송에서도 이걸로 밀고 나갈까? 응?


“하하.”

 

 

 

 


은해...

 

 


나와 성민이형은 은성이었는데.....


어감이 예뻐서 굉장히 좋아했어.

 

 


“혁재야??”


“어, 어, 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응.. 아무것도 아니야.”


“아, 그리고, 우리 영화보러 가자~ 나 영화 너무 보고 싶단 말이야.”


“그래~ 좋은 날로 예매해.”


“와~ 혁재 고마워~”

 

 

 

 


-똑똑똑-

 

 


세 번의 노크. 문을 열고 나가보니, 굳어진표정의 영운이형이 서 있었다.

 

 

 


“형... 왜...?”


“........찾아와....”


“어??”


“............찾아오라고!”


“.................무슨 말이야....”

 

 

 

 

 


형의 얼굴을 보고 뭔가 심각한거구나- 싶었다.

컴퓨터로 예매하던 동해 역시 내 옆으로 다가와 영운이형 얼굴을 보며 물었다.

 

 

 


“형- 무슨 일이야~”


“이혁재. 가서 찾아와.”

 

 

 


다짜고짜 찾아오라는 영운이형의 말..

 

 

 


“뭘 찾아오라는 거야. 알아듣기 쉽게 말을 하라니까........”


“이성민!!! 찾아오라고!!!!”


“.............뭐...?”


“성민이 찾아오라고!!!!”

 

 

 

 

 


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자초지종을 듣기도 전에 성민이형 방으로 달려간 나는 텅 비어있는 방 안을 보며 망연자실해졌다.

 

 

몸도 아프면서 도대체 어딜 간거야.

 

 

 

 


방에서 빠져나와 나가려는 무렵...

 

 

 


“가지마.”


“...................?”

 

 

 


내 팔을 붙잡는 동해. 놀란 표정으로 우리 둘을 바라보는 영운이형. 굳어버린 표정의 동해.

 

 


“가지말라구.”


“...........이동해.”


“왜...니가 가야해...?”


“어?”


“왜 꼭 니가 가야 하냐구!”

 

 

 

 


소리치는 동해에게 아무 할 말이 없었다.


난... 동해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하는걸까.


성큼성큼 다가온 영운이형이 내 팔에서 동해의 팔을 떼어내려고 하자 동해는 더욱 힘을 줘서 나를 붙잡

았고, 영운이형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가려면 형이나 가! ”


“이동해. 형 찾으러 간다는데 왜 그래. 같은 멤버 찾으러 간다는데-”


“그러니까 성민이형 찾으러 가는데 왜 혁재가 가야 해? 대답해봐-

그렇게 정색하면서 혁재더러 가라고 하는 이유를 말해보라고!”

 

 

 


동해의 집요한 추궁.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우리 둘.
팬픽? 리얼! -# 16

 

 

 


팬픽? 리얼!

 

 

 

 

 


“이동해!!”


“말해보라구!!!!!!!”

 

 

 


소리를 지르는 동해와 영운이형. 동해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까.

솔직히 동해가 이러는게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난 열심히 동해에게 변명할 거리를 찾고 있었다.


내가 성민이형한테 잘못한게 있어서라고 말해야 할까.

아님 사실대로 내가 성민이형을 좋아하니까 찾으러 나간다- 이렇게 말해야 할까?

 

 

 


도대체 형은 어딜 간 거지. 몸도 안 좋으면서.

 

 


영운이형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지고 있었다. 동해가 멈춰야 했다.

하지만 동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영운이형만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었다.

 

 

 


-끼익-

 


뭐라고 말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지친표정의 성민이형이 들어서고 있었다.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동해를 지나쳐 성민이형에게로 가 버리는 영운이형.

 


영운이형의 커다란 목소리가 숙소 전체에 울려퍼진다.

 

 

 

 


“이성민!! 너 어디 다녀와!!!!!”


“아...형....”

 

 

 


성민이형의 당황한듯한 목소리.


형의 방황하는 눈동자와 내 눈동자가 마주쳤고, 이상하게도 이번엔 성민이형이 내 눈동자를 먼저 피해

버렸다.

 


이제는 눈도 마주치기 싫다 이거야..?

 

 

 


“그것도 이렇게 밤 늦게!!! 몸도 아프다면서!!”


“아... 형.. 미안.. 잠깐 옥상에...”


“멤버들 걱정했잖아!!!”

 

 


손으로 나와 동해를 가리키며 소리 지르는 영운이형과 눈을 두어번 꿈뻑꿈뻑 거리면서 우리를 바라보다

가 이내 영운이형에게 형의 그 예쁜 미소를 지어보이며 형의 팔짱을 낀다.

 

 


“에이~ 형, 내 걱정했어요? 난 괜찮은데에~”


“어어? 이성민- 너 어물쩡 넘어가려고 하지 마~”


“미안해요~ 잠깐 머리 아파서 바람 좀 쐬다가 왔어요~”

 


견딜 수가 없다.


내가 아닌 남에게 웃어 보이는 성민이형의 얼굴..

 

 


아무 말도 안 하고 둘을 바라보던 동해는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성민이형에게 소리쳤다.

 

 


“형! 뭐야!”


“...............동해야?”


“왜 형 때문에 혁재가 고생해야돼! ”


“........................”


“지난번에 혁재 아플 때 밑에 데리고 내려간 것도 그렇구! 지난번에 밤에 곱창 사온 것도 그렇고!!!!

아까 라디오에서도 그렇고!!!! 왜 항상 혁재가 형 뒤치닥꺼리 해줘야 하는거야!!!”


“.........”


“도대체 왜 형 맘대로야! 형은 슈퍼주니어 아니야?”

 

 

 

 

 

 

 

 

 


“.........이동해... 그만.”

 

 


악에 받친 듯 소리쳐대는 동해를 막은 건 성민이형도, 영운이형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니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동해를 빨리 데리고 가는게 상책일 듯 싶었다.

 

 


“이동해. 너 형한테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


“됐어!! 영운이형 말은 듣고 싶지 않아!”


“뭐! 이 자식이!!!”

 

 


영운이형을 잡는 성민이형과 동해를 방 안으로 밀어넣는 나.

 

 

 


“영운이형!! 그만해요! 동해도 걱정이 되서 그러는거에요!”


“이혁재!”


“.....................성민이형도 들어가서 쉬어요.”


“야!”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성민이형의 얼굴. 알아볼 수가 없는 형의 표정.

 


이제는 나올 눈물도 없어.

 

 


“내가 걱정해 주는게 아니꼽겠지만.. 그래도 말 들어요. 열 내리는거 직빵이니까 물수건 가지고 가서 머

리에 얹어놓구요. 이불 두세개 덮고 자요. 땀 많이 흘려야 하니까..”


“...........”


“소리질러도 아무 상관 안 할게요. 미안해요. ‘은혁’이가 상관해서.”


“................”


“나 미워해도 괜찮지만, 동해는 미워하지 말아요.”


“.................”


“동해는 멤버들 모두 걱정되고, 형도 걱정되고, 나도 걱정되서 한 말이니까..”

 

 

 


알 수 없는 우리 대화에 영운이형은 또 다시 소리를 질러버렸고, 나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후...또 결국 싸움을 붙여버린 건 내 쪽이 되는건가..

 

 

 


동해는 방으로 들어온 내 굳은 표정을 보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동해가 울어버리자 나는 아무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동해를 안고서 토닥여줄 뿐. 그렇게 동해는 내 품 안에서 서럽게도 울었다.

 

 

 

 

그렇게 한바탕의 폭풍 같은 밤이 지나가고, 또 한번의 아침이 찾아왔다.

커텐사이로 빛이 들어온다고 느낄 때쯤,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가 머리를 쓰다듬는 누군가의 손길..

 


눈이 떠지질 않았다. 뜰 수가 없었다.

 


내 볼을 만지며 들려오는 목소리.

 

 

 

 

 

 

 


“까칠해졌다..”

 

 

 

 

 

지금 들려오는 목소리가 꿈인 것만 같아서.

 

 

 

 

 


“.....미워하지 않아. 혁재야.”

 

 

 

 

 

내 귀에서 속삭이는 이 목소리가 아련하게만 느껴져서.

 

 

 

 

 

“.... 미워하지 않아.. 이혁재... 내가 널 어떻게 미워하겠어....”

 

 

 

 

또 다시 눈물을 흘려버릴 것만 같아서..

 

 

 

 

 


그렇게 난 한참을 눈을 감고 그 손길을 느끼고만 있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는 중천에 떠 있었고, 밖에선 멤버들의 웃음소리와 TV소리가 섞여 들려오고 있

었다.

 

 


내가 들은 말과 그 손길의 감촉..모두 꿈이었던 것일까...?

 

 

 

 


밖으로 나오던 나는 고개를 숙이고 나와 같이 걸어나오던 희철이형과 부딪혀 버렸고, 형은 머리를 부여

잡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 역시 머리를 부여잡고 형을 보았고, 형의 빽- 소리지르는 소리가 들리자 눈

을 감고 머리를 잡고 있던 손으로 귀를 막았다.

 

 

 

 

항상 아침에 저기압인 희철이형을 건드렸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터.

 

 

 

 

 


“이혁재!!!! 넌 눈이 없냐!!!!!! 왜 부딪히고 난리야!!!!!!!!”


“아, 미안해요~”


“아아!!! 나 머리에 혹 났나봐!!! 아퍼죽겠어!!!!”


“아, 미안하대도~”


“으아아아아!!!!!!!!!!! ”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난리치는 희철이형.

형은 소리지르다가 커피잔을 들고 거실로 걸어가던 성민이형을 불렀다.

 

 


“이성민!! 일로 와서 내 머리 봐봐!! 혹 났지!! 혹 났지!!!!!”


“아.. 형.. 진정해 봐요....”


“으아아아악!!!! 진정하긴 뭘 진정해!!!”


“아, 그러니까.....혁재도 일부러 그런게..........”

 

 

 

 

 


“뭐야!! 김희철!!! 너 왜 우리 혁재한테 소리쳐!!!”


“이동해!!! 너 죽을래!!!!”

 

 

 

 

 

 


갑자기 내 팔짱을 끼며 달려든 동해 때문에 성민이형은 휘청 했고, 희철이형 역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동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해는 혀를 내밀며 형을 놀리듯이 다시 소리친다.

 

 

 


“우리 혁재 머리가 얼마나 약한데, 당신이랑 부딪혔으면 혁재가 아파도 훨씬 아프지!”


“내 머리는 종이라구!!! 종이뭉치!!! 얼마나 연약한데!”


“우리 혁재는 솜이다~ 그지~”


“어쭈. 2대 1로 공격하겠다. 이거지.”


“뭐가 어때서~ 우린 한몸이라구~~~ 큭..”

 

 


날 보면서 웃어보이는 동해.

희철이형은 그런 동해를 씩씩거리면서 바라보다가 옆에서 어물쩡하게 서 있는 성민이형에게 소리쳤다.

 

 


“이성민!!! 너 잘 말해!! 너 누구편이야!!!!”


“아... 형...”


“아까 말하려던거 뭐였어!! 혁재도 일부러.. 뭐?? ”


“아, 아니에요... 형. 머리 봐봐요. 혹 났으면 약 발라 줄게요.”

 

 

 


그렇게 말하고 눈을 초승달처럼 휘게 해서 웃어보이는 성민이형.

난 다시금 벙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아까 전 일은 꿈이 맞는거야. 꿈이었던거야.


뭘 바래 이혁재. 깨끗하게 잊기로 했으면서.

 

그래도 사실이길 바랬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나봐...

 

 

 

 

 

 

 

 

 


“아침부터 싸우고들 난리야.”

 


네명이 방문 앞에서 티격태격하는 걸 보던 정수형은 TV를 끄면서 우리에게 다가왔고, 성민이형은 또 웃

으면서 정수형의 팔에 팔짱을 낀다.

 

 

차라리 안 보는게 낫겠다.

 


친한 형을 대하는 것 뿐인데..

난 형한테 아무것도 아닌데...

혼자 열내고 있고...


잘 하는 짓이다.

 

 

 

 

 


“응~~ 있다가 롯데월드 가야 하니까~ 지금 좀 자자. 얘들아. 있다 밤샘촬영 해야되잖아.”


“아, 나 지금 일어났는데!”


“또 자!”

 

 


정수형과 희철이형의 말을 들으며 동해는 나를 잡고 방 안으로 끌었고, 나는 들어가기 전 성민이형을 보

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다.

 

 

 


!!!!!!!!!

 

 

 

 

정면으로 눈이 마주쳐 버렸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성민이형의 표정....


하지만 동해의 이끌림에 이끌려 결국 아무 말도 못 한 채, 방 안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팬픽? 리얼! -# 17

 

 

 


팬픽? 리얼!

 

 

 

 


“오늘 우리 촬영 한번 제대로 해보자!!!”

 

 


-동방신기, 슈퍼 주니어-!!!!-

 

 

 


정수형의 말을 듣고 우리 슈퍼주니어 멤버들과 동방신기 멤버들 모두가 화이팅을 외쳤다.

늦은 밤이라 놀이기구를 탈 수도 없었고, 모두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였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게 좋은지 기쁜 얼굴들이었다.

 


“이혁재-! 잘 있었냐!”

 

 


물론, 예외도 있다.

 

 


“김준수. 팔 좀 내려라. 엉? 어디서 형님한테 손을 올리고 난리야.”


“어쭈- 야. 생일만 빠르면 다냐?”


“웃기시네. 맨날 내 가방만 들던 녀석이.”


“넌 맨날 내 실내화 빨았잖아.”


“누가 믿어-”


“크크큭.”

 

 

 

 


나와 김준수같이 서로 갈구는 사람도 있지만.

 

 

 

 


하여튼, 모두들 전체적으로 기분이 업된 상태에서 촬영은 시작되었다.

모두가 전체적으로 회전목마 앞에 모여 앉아서 노래를 맞춰본뒤, 감독님이 정해준 멤버대로 몇 명씩 모

여서 촬영에 들어갔다. 내 컷은 뒤에 따로 들어가는지라 멤버들 모니터도 할겸, 감독님 옆에 앉아서 모

니터를 보기로 했다.

 

 


“이혁재- 안 어울리게 모니터는 뭔 모니터-”


“시끄럽다. 촬영하는거 구경하던지 조용히 앉아 있던지.”


“어? 성민이형이랑 정수형이네. 내가 또 형들 촬영하는데 놀고 있을수야 없지.”

 

 

 


정수형은 연습생시절부터 나와 준수에게 항상 돈을 뜯기다시피 쏘곤 했었고, 성민이형은 옛날부터 친했

기 때문에 김준수가 두 형들을 좋아하는 건 당연했다. 계속 나에게 시비를 붙이던 준수는 내가 뚫어져라

모니터만 바라보자 시들해졌는지 나와 함께 모니터를 바라봤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성민이형 촬영이라 따로 놀 수가 없었다.

 

 


동해, 려욱이... 아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카메라를 보고 방긋방긋 웃어대는 성민이형만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만 좀 웃지. 사람 심장마비 걸리게..

 

 

 


“와- 진짜 심하다.”


“그쵸!!! 진짜 귀여운 척 심하네~~~~”


“짜증나~~~~”

 

 


어느새 우리 옆에 앉은 동희형. 준수와 죽이 맞아서 멤버들 들으라는 듯이 대놓고 욕하고 있었고, 준수

는 나를 툭툭 건드리며 내 의견을 물었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성민이형 옆에서 꽃들이 마구 날아가고 있다는 표현을 써야 할까?

 

 

 

 

 

 


“혁재야아아아-!!!!!”


“?????”

 


한참 카메라가 동해를 잡고 있는데, 동해는 카메라 너머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당황스러워 손을 같이 흔들어주긴 했지만 내가 손을 흔들고도 여전히 방방 뛰면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

는 동해.

 

 


하지만 난 그런 동해보다 옆에 서서 애꿎은 땅만 발로 쿵쿵 차고 있는 성민이형만이 눈에 들어왔다.

 

 

 

 


“이동해!! 너땜에 다시 찍어야되잖아!!!”

 

 


정수형이 면박을 주자, 동해는 풀이 죽어서는 다시 촬영으로 들어갔다.

 

 

 

 

 

 

 

 


이팀의 촬영이 끝나고 우리팀 촬영이 이어졌다.

우리는 그나마 단시간에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뭐, 나와 김준수의 자리싸움으로 약간의 마찰이 있었긴 했지만.

 

 

 

 

 

 

 


코디누나들이 끓여 온 커피를 들고 벤치로 걸어가는데 멀찌감치, 혼자 앉아서 눈을 감고 등을 기대고 있

는 정수형이 보였다. 피곤해보이는, 힘들어보이는 정수형.

 

 

 

 

 

 

 

 


“멀리 와서 쉬고 있네요.”


“아....혁재야. 촬영 끝났어?”


“예......왜 혼자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그냥..........저긴 너무 밝아서....눈을 감고 있어도 어두운 것 같지가 않아.”


“왜 어두운데를 찾는데요?”


“푸.... 형도 분위기 한번 내봤다, 왜!”

 

 

 


그렇게 웃으면서 고개를 제끼던 형은 갑자기 뚫어져라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형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시선이 멈춰 있는 곳에는 창민이와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는 영운이형이 있었

다. 다시 정수형을 바라보자, 형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마저 서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잖아요.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나봐요.”


“어어??? 아.....”

 

 


황급히 땅으로 시선을 내려까는 정수형.

나 역시 그런 정수형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커피 한모금을 마셨다.

 

 


“.................알았니?”


“................네.”


“으아- 비밀은 없다더니.”


“.......왜 그렇게 바보같아요?”


“...................”


“우리들 위해서 형들 행복 포기하면...누가 감사하대요?”


“......................”


“우리한테 죄책감 씌워 놓고....좋아요?”


“...................”

 

 


정수형의 씁쓸하게 웃는 얼굴...

그 얼굴을 보고 다시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오른다.


형의 얼굴에서 속으로 울던 영운이형의 얼굴이 떠올라서였을까.

 

 

 


“뭐가 그렇게 두려워요.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쉬웠다면 그런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을거야.”


“......말했잖아요. 형들이 그러는거... 하나도 안 감사해요. ”


“........후...그만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촬영장으로 걸어가는 정수형..

 

 


“우리가 뭐라고 형들이 힘들어야돼!!!”


“..............”


“형들 생각 안한다구!!! 우리는!!! 그러니까 형들도 좀 이기적이 되어봐!!!”


“.......”


“바보같이, 병신같이 뒤에서 아파하지 말고!!! 다 끌어안으려고 하지 말라구!!!!”


“.............”


“잘난척 하지 말라구요!!!”

 

 

 

 


그대로 촬영장으로 걸어가버리는 정수형.

정수형의 한없이 작아보이는 어깨에 나는 무턱대고 소리쳐 버렸다.

 

 


“후.......”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어쩌면 가장 힘들 정수형에게.... 소리쳐버렸다.

 

 

 


이혁재. 니가 뭐라고.

 

 

 

 


그대로 뒤로 누워버렸다.

천장이 핑글핑글 돌아가는것처럼만 느껴졌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린건지.

 

 


지금의 난 전혀 이혁재 같지가 않잖아...

 

 

 

 

 

 

 

 


“형!!!!”


“으아악!!!”

 

 

 


갑작스레 내 얼굴 위로 들이댄 려욱이녀석의 얼굴 때문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

에 없었다. 그런 내가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며 큭큭 거리던 려욱이는 내가 자신을 째려보자 웃음을 거두

었다.

 

 


이내 울상이 되어서는 말하는 려욱이..

 

 


“왜 그렇게 놀라요~”


“갑자기 들이대는데 안 놀래냐!! 그럼?”


“형이 자고 있는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해서 들여다봤어요. 뭐...”


“왜??”


“흠...글로 쓸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해서요. 뭘로 쓸까요? 어떤 표현이 좋아요??”

 

 

 

 


이 녀석...

 

 

 


“먼지도 미끌어질 것 같은 콧날이라고 쓸까요? 아니야.. 그건 너무 뻥이 심해요.”


“야.”


“뭐라고 쓰지..”


“야!!!!!!!”


“아, 깜짝이야... 왜요.”

 

 


이 녀석. 확실히 팬픽 중독이다.

 

 

 


나도 심했지만, 헤어나오질 못 하는 이 녀석도 가관이다.

 

 

 


난 항상 그랬듯, 이 녀석만 보면 화가 난다.

이 녀석만 없었음 난 성민이형과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을 터!


저렇게 순진한 얼굴을 하고 어떻게 동성팬픽을 쓸 생각을 하냐구!

 

 


“너 내 앞에서 팬픽 얘기 하지마라.”


“예? 왜요~ 형도 좋아했잖아요~ 아, 지난번에 준 제본은 다 읽으셨어요?”


“하지 말라구.”


“그거 최고 인기있는건데... 아, 요즘은 은해가 대세라면서요? 그것도 신청할까요?”


“하지 말라구!!!!!”


“으으악! 왜, 왜 소리치구 그래요. 혀엉..”

 

 

 


아, 이혁재. 또 못 참고 소리질러버렸다.

하지만 김려욱이를 볼때마다 역시 억울하고 서러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다 얘 때문에 꼬여버렸으니까.

 

 


숙소 가서 컴퓨터 좀 밖으로 내 놓아야 할 것 같다. 컴퓨터도 원인 중 하나였으니까.

 

 

 


이렇게 차근차근 정리를 해 나가야겠다..

 

 

 

 

 

 

 

 


물론, 마음까진 정리를 할 수 없을테지만...

 

 

 


머리에서 마음한테 그러라고 하면 그럴 수 있을거다..

 

 

 

 

 

 

 

 

 


.................정말?

 

 

 

 

 

 

 

 

 

 

 


벙쪄 있는 려욱이를 뒤로 하고, 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난간에 기대어 아래쪽을 내려다보

았다.

 

넓게 펼쳐진, 아무도 없는 아이스링크장..

 

 

 


“아... 여기.....”

 

 

 

 


오랜만에 와 보는 곳..


데뷔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놀러온 곳이 여기였는데.


성민이형과 함께.

 

 

 

 

 

 

 

 

 

 

 

 

 

 

 

팬픽? 리얼! -# past

 

 

past

 

 

 

 

 

 

 

 

 

 

 

"혀, 혁재야. 나 이거 한번도 안 타봤는데.“


“내가 알려준대도!”


“아, 참....”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에 들어선 혁재와 성민.

약간 겁먹은 표정의 성민과는 달리 스케이트를 들고 선 혁재의 표정에선 여유가 넘쳐 흘러나오고 있었

다. 성민의 손목을 잡고 안으로 들어선 혁재는 성민을 자리에 앉히고 한발 한발씩 스케이트를 신겨주고

있었다.

 

 

“근데.. 이거 너무 무서워... 나 안 탈래!”


“허허.. 참. 날 믿으래도. 자! 한번 일어나봐!”


“응? 어어?? 이렇게?? 우왓!!!!!”

 

 


옆으로 넘어져버린 성민.

그런 성민을 한심스럽게 바라보던 혁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성민의 몸을 일으켜준다.

 


“다른건 잘 하면서 이건 못 하냐? 잘 봐봐. 정확하게 가운데로 중심을 잡아야 해.

날은 정 가운데에 있는 거니까.”


“응.............이렇게??”


“잘했어~~~ 가자~”

 


제법 중심을 잡으며 폼을 잡는 성민.

혁재는 그런 성민의 한쪽 손을 잡고 천천히 앞으로 날을 내딛는다.

 


먼저 빙판으로 올라선 혁재가 성민을 돌아보며 소리친다.

 

 


“얼음위는 땅하고는 달라~ 조심조심!”


“으아- 혁재야!!!”

 

 


한발자국도 내딛지 못 하는 성민을 보던 혁재는 성민의 앞으로 다가와 자신의 양 손으로 성민의 양 손을

잡는다.

 


“자. 할 수 있지?”


“...으아....”

 

 


막 성민이 얼음위로 올라섰을 무렵. 한 여학생이 혁재에게 다가왔다.

 


“저기.. 혹시...혁재오빠.....”


“예?? ”


“어머!!! 맞구나!!! 맞죠!!! 시아오빠 친구 혁재오빠!!!! 꺄!!! 왠일이야!!!!”

 


한 여학생이 크게 소리치자 같은 무리로 보이는 여학생 대여섯명이 순식간에 혁재를 에워싸 버렸고,

그 바람에 성민과 잡고 있는 손을 놓쳐 버린 혁재였다.

 


벽쪽으로 밀려나는 성민.

 


“어어!!! 성민이형!!! 거기 가만히 있어!!!!”

 


그렇게 소리치는 혁재.


하지만 막무가내로 혁재를 둘러싸는 여학생들 때문에 저만치로 밀려버린 혁재였다.

여학생들에게 떠밀려 겨우 겨우 벽을 잡고 중심을 잡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성민의 시야에서는 이미

혁재는 사라진 뒤였다.

 

 


“아아... 이혁재. 인기인 다 됐네.”

 

 


벽을 잡고 선 성민은 피식 웃었다.

 


방송에서 준수가 혁재 이야기를 많이 한다싶었는데...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이야.

 

 

 


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혁재 안 힘들게 혼자 연습해야지- 싶었던 성민은 천천히 한발 한발 내딛었다.

 


“형!!!”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성민은 혁재가 자신에게 손짓하는 걸 보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오라고 소리치다가 사진기를 들이대면 다시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 혁재.

 

 


“난 아직이야.”

 

 


픽 웃으면서 한발한발 내딛던 성민은 간신히 벽에서 손을 떼고 걸을 수 있었다.

 

 


“야!! 저기 혁재오빠 있대!!!”


“뭐??? 그 SM연습생?? 가자가자!!!”


“빨리 가자!! 애들 대박 모였어!!!”

 

 


또 다른 한 무더기의 여학생들이 입구로 들어오고 성민을 지나쳐간다.

성민은 자신을 지나쳐 간 여학생들을 따라 물끄러미 시선을 옮겼다.

 

 

 


순식간에 자신을 둘러싼 여학생들에게 미소지어보이는 혁재.

 


자신이 아는 혁재와는 약간 달라보이는 혁재의 모습.

 

 

 

“후.... 연습이나...아앗!!!”

 


-쿵-

 


“아악!!”

 


누군가와 부딪혀 그대로 뒤로 넘어지는 성민이었고, 성민이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성민보다 덩치

는 한 두배쯤 커 보이는 여학생이 옆으로 넘어져 있었고, 그 여학생의 친구가 그 여학생을 부축해서 일

으키고 있었다.

 

 


“아...씹.. 뭐야..”


“어.. 어떡해. 혜경아. 괜찮아?”


“..아.. 진짜... 애들 벌써 다 몰렸잖아.”

 


넘어져 있던 혜경이라는 여학생은 혁재쪽을 바라보다가 성민쪽을 내려다본다.

순간적으로 움찔한 성민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서 허리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 진짜 못 타면 들어오질 말던가! 당신 뭔데!”


“으앗..”

 

 


-쿵-

 

 

 


여학생이 성민의 어깰 밀자 그대로 다시 넘어지는 성민이었고, 이번엔 약간 발목마저 삐끗한 듯 싶었다.

 

 


“당신 때문에 혁재 못만나게 생겼잖아. 저기 애들 안 보여? ”


“..아....”


“당신 때문에 혁재도 못 만나고! 이게 뭐냐고!”


“아... 죄송... 으읏...”

 

 


일어서려던 성민은 삐끗한 발 때문에 일어서지도 못 하고 비틀 거렸다.

혜경이라는 여학생은 악에 바친 듯 혁재 만나러 가는 걸 방해했다며 성민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 할 욕

까지 쏟아내고 있었고, 성민은 그저 고개만 숙인 채 벽을 붙잡고 일어서려고 애쓰고 있었다.

 

 


“혜경아. 그만해.. 가자.”


“아. 이거 놔봐!!”

 


“죄, 죄송합니다.... 정말...”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은 성민이었다.

 

 


“기가 막혀서. 야! 이게 죄송하다면 다냐고!!!”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스으윽 스으윽-

 

 


“어쩔거냐... 꺄아악!!!”

 

 


-짝-

 

 


“혁재야!!!!”

 

 

 


순식간이었다. 여학생들 틈 사이에 있던 혁재가 쓰러져 있는 성민 앞으로 달려와 여학생의 뺨을 때린건.

 

 

 


욕을 하려던 여학생은 자신의 뺨을 때린 주인공이 혁재인 것을 알고 적잖게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혁재는 굳은 얼굴로 여학생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몸을 숙여 성민을 바라봤다.

 

 


“괜찮아?”


“어어? 어.......”


“일어나. 형..”

 

 


성민에게 손을 내미는 혁재.

그 손을 물끄러미 보던 성민은 그 손을 잡고 일어서려다가 삐끗한 발목 때문에

다시 넘어지는 성민이었다.

 


“......”


“아아.....”

 

 


성민을 내려보다가 다시 여학생쪽을 바라보는 혁재.

 

 


“이봐.”


“예예????”


“형이 미안하대잖아. 사람 사과를 그따위로 밖에 못 받아들여?”


“아... 오빠. 그건..”


“오빠? 나보다 그쪽이 누나 아닌가?”


“아....”


“그리고 딱 봐도 우리 형이 그쪽보다 훨씬 더 연약해보이는데.”


“오빠!”


“다쳐도 우리 형이 더 많이 다쳤지. 그쪽은 별로 안 다친 것 같은데.”


“아, 아니...”


“오빠라고 하지마. 토나와.”

 

 


혁재의 말에 그 여학생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혁재를 바라보다가 결국 친구 품에서 눈물을 터뜨렸

고, 혁재는 그런 여학생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성민을 내려다보았다.

 

 


“.....”


“아아....”


“후...”

 

 

 


성민의 팔을 붙잡고 일으켜주는 혁재. 곳곳에선 혁재 멋있다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고,

또 성민은 누구냐며 다들 궁금해하는 분위기였다.

 

 


“가자. 형.”


“어어... 혁재야!!!!!”

 

 

 


절뚝 거리면서 혁재를 따라가는 성민.

어느 아이스크림가게로 들어가기 전까진 혁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겨우 앉아서 한다는 말이.

 

 


“여기요! 얼음 좀 가득 담아서 봉지랑 같이 줘봐요!!!!”


“거, 걸을 수 있어.”


“바보냐? 거기서 그 욕은 왜 다 듣고 있어.”


“쳇. 피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발이 말을 안 듣는데 어떡해.”


“어디 봐봐.”

 

 


천천히 성민의 발목을 살펴보는 혁재.

혁재가 어느 부분을 만지자 약간 신음소리를 내는 성민.

 

 


“아아...”


“....뻘겋잖아!!!!”


“아, 내일이면 괜찮아!”


“기다려봐.”

 

 

 


종업원이 가져다 준 얼음을 봉지에 넣고 천천히 발목 부위로 갖다대는 혁재.

 

 


“뭐해!!!”


“이렇게 가서는 연습도 못 하고 정수형한테 직빵으로 혼난다. 형.”


“후.....아, 아프잖아!!!”


“멍청하긴. 눈물까지 그렁그렁해서는!!!”


“내가 언제!!!!”

 

 

 

 


성민의 발목에 얼음을 대어주며 웃는 혁재.

 


그런 혁재를 마주 보며 웃는 성민.

 

 

 

 

 

 

 

 

 

 

 

 

 

 

 


팬픽? 리얼! -# 18

 

 

 

 

 

팬픽? 리얼!

 

 

 

 

 

 

“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아이스링크장까지 걸어내려와 버렸다.

이곳도 촬영장소로 빌려놨는지 문이 열려 있었고, 불도 켜져 있었다.

 

 

 

스케이트를 처음 탈 때 성민이형 얼굴이 떠올라 버렸다.

 

지금 이렇게 웃을 상황이 아닌데...

추억속에서만 형의 편안한 얼굴을 볼 수 있겠지. 이제..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텅 비어있는 아이스링크장.

사람들이 붐빌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구나..

 


철줄로 못 들어가게 막아놓았기에 그저 보기만 하고 올라가려고 하는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건...


오른쪽 입구로 들어서는 성민이형의 모습.

 


형은 아무 말없이 빙판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런 미동도 없이.

 

 

 

 

스케이트도 못 타는 형이 여긴 왜....?


스케이트도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형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고 있음에 다시 한번 놀랐다.


종종 걸음으로 벽을 잡고 걸어가는 형의 모습.


그런 형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귀여워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스케이트를 탄 것도 아니고 신발을 신고 저렇게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다니...

 

 

 

 

형이 이곳에 온 이유가 궁금했다.


형은 이곳에 나와 한번 와 봤을 뿐인데...


스케이트도 못 타는데..

 

 


설마.......

 

 

 

 

 


-쿵-

 

 


“!!!!!!!!!!”

 

 


갑작스런 소리에 안을 보니 성민이형이 넘어져 있었다.

형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몸이 먼저 반응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머리가 더 강했다.

 

 

지금 형한테 달려가면... 또 날 주체 못 할 것 같아.

 

 

 

하지만..그게 잘 안된다. 몸을 돌려서 빨리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눈은 다시 성민이형만 바라보고 있다.

 

 

 


이상하게, 형은 일어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다리만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설마.. 다리를 다친거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닫혀 있는 철줄을 훌쩍 뛰어넘어 빠르게 성민이형에게로 달려갔다.

 

 

 

 


“후우.....”


“................”


“....바보같이....왜 넘어져요.”


“...아.........진짜잖아...미쳤다...이성민....”


“.......일어날 수 있어요? 일어나요. 형.”

 

 

 


형에게 내민 내 손을 바라보던 형은 고개를 반대쪽으로 향하게 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시금...

 

 

 

 

-쿵-

 

 

 

넘어지는 형이었다.

 

 

 

 

 

 

“억지쓰지 말고... 잡아요.”


“....................후...”


“.........”

 

 

 


천천히 손을 들어 내 손을 잡고 일어서는 성민이형.


몸을 몇 번 탁탁 털더니 몸을 돌려 스케이트장을 빠져나가려는 형.

 

 

 


형에게 묻고 싶었다.

 

 

 

 


“여기 왜 내려왔어요?”


“............”


“혹.......”


“.............”


“혁재를 찾으러 왔나요.”

 

 

 

멈춰서는 성민이형.

 

 

 

 


“아직....형 마음 속에 만분의 일이라도.... 혁재가 있기는 해요?”


“...............”


“형 머리에서 혁재가 아예 사라지진 않았어요?”


“...........”


“여기..... 혁재랑 형이랑 같이 온 곳이잖아요.”


“...........”


“혁재가....형 손 잡아준 곳이잖아.”

 

 


다시 걸음을 옮기는 형.


잡고 싶었다.

 

 

 

 

 

그래.

 


이제야 확실해졌다.


형의 마음엔 아직 이혁재가 남아 있는거다.


동생 이혁재가.

 

 


형이 날 그렇게 피하는것보다...


형을 편하게 해주고 싶어.

 

 

 

 

 

“나!!!”


“..........”


“이혁재로 돌아가면!!!”


“.............”


“나 예전처럼 대해줄거에요?”


“...........”


“약속할 수 있어요?????”


“..............”

 

 

 

 


내가...노력해볼게요.

 

 

 

 

 


“내가!!!! 내가 잘못했어요!!!!”


“..............”


“내가... 잠깐 미쳤었나봐요!!!”


“......”


“그러니까.....나 혁재로 좀 봐주면 안 돼요?”


“.........”


“.............나...혁재로 봐줘....성민이형.”

 

 


천천히 뒤로 돌아서는 성민이형.

형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또 안구에 습기가 찼나보다.

 

 

이혁재. 언제부터 이렇게 울보가 됐냐.


남자는 세 번 우는거란 말이야.

 

 

 

 

어느새 내 앞에 선 성민이형.


내 얼굴에서 느껴지는 형의 손길.

 

 

 


“....울지마. 혁재야.”


“.......”


“울지마... 혁재야...”

 

 

 

 

 


형이...날 혁재라고 불렀다.

 

 

 

 

 


“.....널 안 보고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예상외로 니가 나한테 많이 필요하더라. 아까... 넘어질때...”


“..........”


“바보같이 그때처럼..니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


“......”


“그때처럼 니가 와줄거라고 믿고 있었나봐.”


“..........”


“후.......내가 널 많이 의지하고 있었나보다.”


“...........”


“동생 이혁재는 환영할게.”


“........”


“그럴 수....있지...?”

 

 

 

 

 


노력은...할게.

 

 

 

 


“응...그럴게..형.....”

 

 


난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은 아니라고, 아니라고 소리치는데...


그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나에게 보여지는 성민이형의 웃는 얼굴이 눈물나도록 아름다워서.

 

 

 

 

 

 

 

 

 


“..어이!!”


“........”


“나 안 끌어줄거야??”

 

 


어느새 내 앞에 쭈그려 앉아서 두 손을 내밀고 앉아 있는 성민이형.

하- 하고 웃어보이고는 성민이형의 두 손목을 붙잡았다.

 

두근거리는 내 심장과는 달리 너무나도 편하게 웃는 성민이형의 얼굴.

 

 

 

 

 


그래.

 


잘 한거겠지?

 


형의 그런 웃는 얼굴...

 


너무 보기 좋아.

 

 

 

 

 

 

 


성민이형은...확인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내 입으로.


형의 동생이라고 말해주기를.

 

 

 

 


“빨리가!!!”


“에잇~”


“아아앗!!”

 

 

 


그대로 성민이형을 반대쪽으로 밀어버렸다.

넘어지면서 빙판 위를 구르는 성민이형.

그래도 나를 보며 시원하게 웃는 성민이형이었고, 나 역시 성민이형의 그런 웃음을 보며 미소지었다.

 


나 하나 힘들어서...형이 웃을 수 있다면.

 

 

 

난 차라리 내가 아픈걸 택하겠어.


형이 그렇게 웃을 수 있다면.

 

 


“자~ 이번엔 내가 할래~”

 

 

 

 

 


일어서서 미끄러지다 시피 내쪽으로 온 성민이형이, 내 팔을 붙잡고 반대쪽으로 밀어버린다.


이번에는 형도 함께 뒤로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아악! 이혁재. 너 너무 무거워!”


“하하하핫. 형이 힘이 없는거라구~”


“살 좀 빼!!”

 

 

 

 

 

 

 

 

 

 

 

 


“이혁재!!!”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빙판 위에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입구쪽을 바라보았다.

눈에 들어온 건 동해의 모습.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양 볼마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니 차례야. 여기서 뭐하고 있어!!!”


“아..끝난 거 아니었나?”


“촬영한거에 문제가 있어서. 개인 촬영 다시 한대!”


“에에? 뭐야~”


“가자!”

 

 


안으로 들어와 내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가자고 끄는 동해.

어딘지 모르게 화나 보이는 동해의 모습에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랑 싸웠는지..


아니면 감독님게 혼난건지..

 

 

 

 

“형! 형도 가자~”


“아니야. 너랑 나랑, 준수랑 려욱이만 하면 된대. 형! 형은 여기서 쉬어요!”


“어어? 여기서 형 혼자 뭐해- 형 가요~”


“빨리 가재도!”

 

 

 

 

 

 

“그래.. 난 좀 더 여기 있다 갈게.”


“가자.”

 

 


어딘지 모르게 다급하고, 성급해 보이는 동해의 모습.

 

 


그렇게 동해에게 끌려가면서 형을 보았을 땐...

그저 벽에 기대서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성민이형의 모습만이 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팬픽? 리얼! -# 19

 

 

 

 

 


팬픽? 리얼!

 

 

 

 

 

 

 

 

 

 

 

 

“감독님- 저 촬영 다시 해야 하나요???”


“응?? 아. 아니야~ 아까 촬영한 거 없어진 줄 알았는데, 니 꺼는 다시 찾았어. 괜찮아.”


“아.. 예...”

 

 

 


동해에게 이끌려 뛰어오다시피 한 촬영장. 올라오자마자 동해의 개인 촬영이 시작되었고,

나는 기다리다가 감독님께 물어본 것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찍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살짝 풀어서 옆에다 내려놓았다.

 

 

 

 

“혀엉-!!!”

 

 


아, 또 골치아픈 이 목소리.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으려니 뒤에서 들려오는 려욱이 놈의 목소리에 신경이 다 곤두서 버렸다.

영운이형을 이끌고 나에게 달려오는 녀석.

상당히 다급해 보이는 려욱이 표정이 약간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뭐야-”


“괜찮아요? 어디 맞은덴 없구요???”


“뭐?? 내가 어딜 맞아.”


“어어? 이상하다... 아까 분명히....”


“응???”

 

 


려욱이 녀석은 내 얼굴을 부여잡고 이리저리 확인하고 있었고, 영운이형은 혀를 쯧- 한 번 차고는 려욱

이의 뒷통수를 때렸다.

 


“야, 것봐. 동해가 왜 쓸데없이 사람을 치겠어.”


“아, 정말이에요- 아까 난간에 기대서 아래를 계속 내려다보다가 얼굴이 시뻘개져가지고는 씩씩대면서

내려갔다니까요~”


“그게 혁재때문인줄 어떻게 알어~”


“아, 이혁재- 이러면서 내려갔으니까요~ 물론, 가다가 감독님이 혁재 좀 데려와라~ 이래서 내려간 것도

있긴 있을테지만요. 근데, 혁재형.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려욱이의 궁금해하는 표정에 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동해가 화를 내면서 내려왔다고??

감독님 지시 때문에 내려온게 아니라?

 

 


촬영에 임하고 있는 동해를 바라보았다.

예쁘게 웃으며 촬영하고 있는 동해.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약간의 어색함은 있었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식사하면서 농담도 주고받고, 같이 음악도 들을 수 있고,

같은 프로를 보며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물론, 100퍼센트 옛날과 같다고 하면 거짓말-. 그래도 무던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 내 노력을 보상해주기라도 하듯, 성민이형 역시 편안하게 웃어주었다.

 

 


그래- 이거면 된거야.


그냥, 성민이형의 웃음으로 보상받자.

 

 

 

 


“아, 재미없어- ”


“비디오 빌려올까? 희철아?”


“그럴까?? 뭐 빌려오지?”


“당연한거 아니야? 우리 지현이누나 나오는거 빌려와야지~”

 

 


난 베게를 끌어안고 엎드려서 자기들끼리 좋아라 웃고 떠들며 잠바를 챙겨입고 있는 정수형과 희철이형

을 바라보았다. 모자까지 푹 눌러쓴 희철이형은 정수형과 나가려다가 나를 힐끔 째려보더니, 흥- 이러고

나가버린다.

 

 


머리 아프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아직도네. 저 왕소심.

 

 


형들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운이형이 하품을 하면서 걸어나온다.

무료하게 TV채널을 돌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너 혼자만 있냐? 형들이랑 성민이랑 동해는.”


“형들은 비디오 빌리러 갔고.. 성민이형은 방에 있고... 동해는 씻나봐요.”


“또 엽기적인 그녀 빌리러 갔나.. 나 참.”

 

 

 


머리를 긁적이면서 내 옆으로 다가와서 앉는 영운이형.

뭔가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봤더니 영운이형이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의 깊이를 차마 헤아려 볼 수가 없어 그저 어색하게 웃어보였지만,

영운이형은 역시 그 깊은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형.. 왜 그렇게 봐요. 저 뚫어져요.”


“요즘은 성민이랑 잘 지내던데.”


“형이랑 동생이랑 잘 지내는게 당연하죠. 뭐.”


“..........뭐?”


“형이랑 저처럼........ 성민이형이랑 저랑도.. 그래요. 하하하..”


“이혁재. 무슨 소리야??”

 

 

 


아마도, 영운이형은 좋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걸 기대했던 걸까.

 

 

 


-달칵-

 

 

 


“아, 시원해~ ”


“어? 동해야. 다 씻었어? ”


“어~ 뜨거운 물 받아놨으니까 들어가서 씻어~”


“역시 우리 동해밖에 없다~”

 

 


동해는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며 어깨를 으쓱해보였고, 난, 여전히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영운이

형을 지나쳐 빠르게 욕실로 향했다.

 

 


-쾅-

 

 


문을 세게 닫아버리고 동해가 받아 놓은 물이 아닌, 세면대에 차가운 물을 가득 틀었다.

아주 차갑게. 얼음이라도 있으면 이 물 위에 띄워놓고 싶었다.

 

 

 

 

 


해 낼 수 있을까 두려웠었는데..


내 입으로 형, 동생이라는 이야기가 잘 나왔어.


잘 해내잖아.


잘......해내잖아......


잘...........................

 

 

 


“푸하-”

 

 


얼굴을 물에 몇 번이나 담갔다가 빼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차가운 물에 내 머릿 속까지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해버렸으면 좋겠다.

 


아니, 이 차가운 물이 지우개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미 검정색으로 이성민이라고 쓰여진 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할텐데.

 

 

 

 

 

“후..... 거짓말도 하니까 또 느는구나.”

 

 


대충 씻고 문을 닫고 나왔다. 영운이형은 다시 방으로 들어간건지,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동


해는 보나마나 팩하면서 음악 듣고 있을 테고. 성민이형은......

 

 

 

 

 

“아씨... 미쳤냐. 이혁재. 왜 그래. 왜..”

 


어..


미쳤다. 나..


진짜....

 

 

 

 

 


방으로 들어가려 몸을 돌렸을 때.... 욕실 옆, 성민이형 방문이 살짝 열려 있는게 보였고,

 

그 사이로 들려오는 목소리...

 

 

 

 

 

 

 

 

“정수형...요즘 많이 힘들어해요..그러니까....형이 좀 ... 위로 좀 해주고 그래요.”


“..............”


“형, 동생으로 남는다면서요. 그러면 그렇게는 할 수 있잖아요.”


“이성민.”

 

 

 

 


이 목소리는 영운이형의 목소리.

약간 물기가 맺혀 있는 성민이형의 목소리와는 다른 단호한 영운이형의 목소리.

왜 영운이형이 안으로 들어갔을까 하는 호기심에- 난 형 방문 쪽으로 귀를 더욱 갖다대었다.

 

 

 


“그러면 니가 위로해줘. 너랑 맨날 붙어다니고, 같은 방 쓰는데.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을거 아니야.”


“제가 해 주는거랑, 형이 해 주는거랑 어떻게 같아요.”


“뭐, 어때. 똑같은 동생이 해 주는건데.”


“형- 형도 아직 정수형 좋아하잖아요. 정수형도 형 많이 좋아한단 말이에요.

맨날 밤에 혼자 일어나서 울고 그런단 말이야..”


“..............”


“제발... 형.. 정수형.. 저렇게 웃고는 있지만.... 힘들다는거.. 형도 알잖아요.”


“후... 이성민.”

 

 

 

 

 

 

 

성민이형이... 정수형과 영운이형의 사이를 알고 있었다.

 

이제는 거의 우는 듯한 성민이형의 목소리와, 그에 반해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영운이형의 목소리.

 

 

 

 

 


“니 말대로... 정수형과 나... 같은 멤버로서만 남기로 했어. ”


“형.”


“난 형한테 멤버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너처럼.”


“....형.....왜 거짓말해요. 형도 정수형 아직 못 잊었잖아요! 잠 잘 때 몇 번씩이나 들어와서 보고 가는게

누군데!!”


“너는!!!!!”

 

 

 

 


커진 목소리.

 

 

 

 

 

 


“나한테 거짓말하지 말라고.....?”


“...........형.....”


“그럼 너는 왜 혁재한테 거짓말하게 시키니.”


“............형..”


“혁재 마음... 뻔히 알면서...... 형하고...동생이라....”


“전.... 형들이랑 상황이 달라요.”


“.......뭐가 다른데.”


“형들은 서로 사랑하지만... 저흰... 오랜시간을 형제처럼 지냈다구요.

전....혁재를 동생으로서... 정말... 동생으로서.....사랑해요.

혁재 역시 절 형으로서 잘 따르는거구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형......”


“혁재 웃음 뒤에 눈물은 보이지 않는구나. 너.”


“.............”

 

 

 


그렇게...둘 사이에는 침묵이 이어졌다.

 


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아니, 듣지 말고 돌아서야 하는 걸 아는데...

몸이 떨어지질 않는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전혀 몸이 떨어지질 않아.

 

 

 

 

 

“말해봐.”


“.....형....”


“혁재가 너한테 어떤 존재니.”


“...............”


“아니. 니가 혁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


“어서.......”


“.......의지할 수 있는 동생...”


“............”


“믿을 수 있는 친구....”


“..........”


“내게 힘이 되어 주는 형.....”


“......그게 다야...?”


“형!!!!”

 

 

 

 

 


성민이형의 울부짖는 목소리.

 

 


울고...있구나. 또...

 

 

 

 

 

“나한테 강요하지 말아요! 나 좀 내버려둬요....난..난...... ”


“...........”


“.....”


“.......”


“.......두려워요. 솔직히. 나도...내 마음을 모르겠어....”


“...............”

 

 

 


아주 작게.. 아주 작게 터져 나오는 성민이형의 목소리...

 

 

 

 

“나도...아무것도 모르겠다구..”


“..........”


“....혁재를 보면.... 웃음이 나는데... 그럴 수 없게 된다는걸...상상 할 수 없어요. 그런데......”


“..............”


“날 보며 좋아한다고 하는 혁재에게 나도 똑같이 미소 지어주면..”


“...........”

 

“그 미소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잖아...내가 혁재를 보고 못 웃을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형, 동생이면....”


“...............”


“형, 동생이면...언제까지라도...웃으면서 볼 수 있잖아......”


“...................”


“무서워요...그 미소를 보지 못 할까봐......난...그것뿐이야....흑....”

 

 

 

 

 


기어코 울음보가 터져버리고만 성민이형.

 

내 머릿속 사고회로들이 갑자기 전기가 들어온 듯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역시...


내가 형을 힘들게 안 하는 방법은....


형에게 단순한 동생으로 남는 것.

 

 

 

 

 

 

 

 

 

 

 

 


-끼이이익-

 

 

 


“야!!!! 지금 눈온다!!! 밖에 나가서 눈싸움 하자!!!!!”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희철이형과 정수형의 목소리에 난 성민이형 방에 있던 몸을 욕실 앞으로 옮겼고,

방 안에 있던 동해와 영운이형이 걸어나왔다.


나와 눈이 마주쳐버린 영운이형.

이번에도 내쪽에서 형의 눈빛을 먼저 피해버렸다.

 


문틈사이로 눈물을 닦고 정수형에게 예쁘게 웃어보이는 성민이형..

 

 

 

 

 

 

 

 

“이혁재-”


“....??”


“할 얘기 있어.”


“뭔데??”


“있다가 정자로 나와. 지금 여기서 하긴 좀 그래.”


“뭔데~”

 

 

 


약간 굳은 표정의 동해 얼굴....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정수형과 희철이형 끌림에 이끌려 우리는 다 같이 눈이 오는 밖으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팬픽? 리얼! -# 20

 

 

팬픽? 리얼!

 

 

 

 

 

 

 

 

 

 

 

 

 


“왜-”

 

 


눈싸움 하는 멤버들과 약간 멀리 떨어져 있는 정자.

 

 


동해는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자 하얀 김을 내뿜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서는 동해.

 

 

 

 


“.......할 말...있어서.”


“....응???”


“............혁재야.”


“어. 왜~”


“......나....너...”


“응???”

 

 


한참 뜸을 들이는 동해.

조금은 복잡한 표정의 동해였다.


이때까지 이런 표정의 동해는 본 적이 없어서 약간 어색했다.

 

 

 

“아, 왜~ 춥다~~”


“...............좋아해. 아주 많이. 예전부터 좋아했어. 지금도.”


“뭐?????”

 

 

 

 

 

 


갑자기 내 머리를 무언가가 쿵- 하고 치고 지나간 느낌.


멍하니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어가는 동해.

 

 

 

 

“항상 고민했었어. 어떻게 이 말을 꺼내야 할지.”


“.......동해야......”


“너랑 같이 춤추면서... 항상 행복했고. 너랑 같이 놀러다니는게 세상 어떤 일보다 좋았는데.”


“....................”


“그게....내가 너를 좋아해서 그렇게 된 거더라고.”


“이동해......”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까....


쓸데없는 감정 만들지 말라고 한 영운이형의 말.........


동해를 보고 한 말이었을까.

 

 

 

 

 


“니가 성민이형 좋아한다는 것도 알아.”


“.....야.....”


“데뷔전부터 그렇게 붙어다니고, 나랑 지낸 시간보다 몇배를 더 같이 했는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동해.. 난...”


“하지만, 성민이형은 그렇지 않잖아.”

 

 

 


마지막 동해의 말이,


내 가슴 속에 비수로 꽂혔다.

 

그래. 나 혼자만의 사랑이지.

형은 날 오랜 동생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이동해... 니가 상관할 문제가....”


“그래서!!!!!”


“..........”


“용기를 낸 거야. 니 옆엔 성민이형이 없으니까.”


“.............”


“................”

 

 

 

 

 


그저 머리가 멍했다.

친구라고만 생각했던 동해가 나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는게...

참, 어이가 없고....

하.. 성민이형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동생으로만 생각했던 내가 자신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걸.....

 

 


"...........대답해줘."

"..............."

"난.....안돼?"

".................미안."

"...................."

"난 지금 이성민 하나 담기에도 벅차다."

"......................."

“후...... 오늘 얘긴 못 들은걸로 할게. ”

 

 

 

 

어쩔 수 없었다. 동해에겐 너무나 미안했지만, 확실히 해야 했다.

그저 못 들은 걸로 하겠노라고-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어차피 성민이형은 너 받아주지도 않잖아!!!!”


“..............”


“병신같이 너 혼자 좋아하는거잖아!!!!!!!”


“....................”

 

 

 

 


속에서 부글부글 무언가가 끓어오른다.


다 아는데... 동해의 말이 다 사실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지...

 

 

 


“그만해...이동해....”


“난 다 이해한다구!!!! 니가 성민이형 좋아했던 것도!!!!!!! 잊는데 시간 오래 걸릴거라는것도!!!”


“.......그만하라고.”


“내가 도와준다잖아!!!!!!”


“그만하라고 했.........!!!!!!!!!!!!!!!!!!!”

 

 

 

 

 

 


동해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칠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와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딪혀버리는 동해.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그만, 입술을 동해에게 내 주고 말았다.

 

 

 


내가 아무리 밀어내도 내 목을 더욱 끌어안으며 더 강하게 부딪혀 오는 동해.

 

 

 

 

“..........!!!!”

 

 

 


자꾸 목에 감겨오는 동해의 손.

동해의 두 팔을 잡고 앞으로 밀어내려는 순간......

두 눈에 동해의 눈물이 들어왔다.

 

동해의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내 행동을....멈추게 했고..

 

나는 그저 동해가 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웃기게도.... 지금 이 상황에서도...

내 머릿 속은...성민이형과의 첫 키스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나 역시 성민이 형의 입술을 거의 강제적으로 훔쳤었는데....

 

 

 

 


“............”


“하......”

 

 

 

 

계속 내 목을 끌어안으며 키스를 해 오던 동해의 입술이 어느 순간... 내 입술에서 떨어졌다.


야속한 듯... 날 바라보는 동해를 보며.....난 아무 할 말도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성민이 아닌 이상 다 똑같을 뿐...

 

 

 

 

 

 

-탁-

 

 

 


“성민이형.”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와, 동해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내 눈에 들어온 건.....벙쪄 있는 표정의 성민이형.

 

 

 

 


“아아.....저, 저기.......”


“성민이형!!!”


“아, 나, 난.... 그냥... 너희들..찾으려구.... 가, 가볼게!!!”

 

 


빠르게 뒤로 돌아 뛰어가는 성민이형을 보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왠지는 모르지만... 성민이형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형을 잡으려 뛰어가려는데....내 팔을 잡는 손...

 

 

 


“가지마!”


“.......놔...”


“잘 된 거 아니야? 어차피 안 되는 거였잖아!”


“놓으라고 했어.”


“왜 그렇게 바보같아!!! ”


“바보가 되도 좋다고!!!!!!!!”

 

 

 

 


아.... 동해에게 소리질러버렸다..

멍하니 날 바라보는 동해.

날 잡고 있는 동해의 팔에 힘이 빠지는게 느껴진다.

 

 

동해의 표정을 볼 자신이 없어 빠르게 몸을 돌려 성민이형이 달려간 곳으로 뛰어갔다.

 

 

 

 

 

 

정자쪽을 빠져나왔을때는 이미 눈사람을 만들어 사진을 찍고 있는 멤버들이 눈에 들어왔다.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희철이형과 정수형에게 다급하게 달려가 물었다.

 

 

 

 

“형- 성민이형 못 봤어요?”


“엥? 걜 왜 나한테 찾아. 아, 저리가-”


“아..정수형- 못 봤어요?”


“성민이? 응? 아까..너네 찾으러 돌아다니던데..”

 

 

 


정수형의 말을 듣고 무언가가 탁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또 바보같이....


우리 걱정하면서 찾으러 돌아다녔겠지....


하.이성민..

 

 

 

 

 

 


“성민이- 놀이터로 갔어.”


“영운이형....”


“.............”

 

 


그렇게 말하고 희철이형과 정수형쪽으로 가 버리는 영운이형.

형에게 고맙다는 어떠한 말도 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하얗게 눈이 내리는 지금, 어딘가에서 혼자 있을 성민이형 생각밖에 나질 않았고,

 그대로 놀이터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네에 앉아서 혼자서 발로 쌓인 눈을 툭툭 차고 있는 성민이형이 보였다.

 

 

 

 

 

 


“후....이성민...”

 

 

 


내가 들어선것도 모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혼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성민이형.

형의 어깨를 잡으려다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형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지......?

 

이혁재. 오버하지마.

 

넌 동생이야. 동생. 동생. 동생.....

 

 

 

 

 

 

“후...어? 혁재야....”


“..............”

 

 

 

 

 

 

 


그네에서 일어난 성민이형과 마주쳐버린 나.


하지만 이번에 먼저 눈길을 피한 건 성민이형이었고, 나는 성민이형의 얼굴에서 결코 시선을 떼지 않았

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손을 만지작 거리면서 나에게 무언가 할 말을 찾고 있는 듯한 성민이형.

 

 


“형... 나..”


“저기!!! 나 진짜 괜찮거든.”


“..............”


“그래. 혹시.. 나는 이해해줄 수 있어... 난 정말 괜찮거든. ”


“.................”


“동해..착하잖아. 착한 애 울리지 말구....어어....멤버들한텐 내가 이야기해줄게...”


“............”


“동해...너 정말 좋아하는 것 같던데... 잘 해줘...........”


“진짜야?”


“어어???”


“진짜 나랑 동해랑 잘 됐으면 좋겠냐고.”


“하하. 당연하지-”


“그런데....”

 

 

 

 

 


도대체.....

 

 

 

 

 

 

 


“왜 울어.”

 

 

 

 

 


어느새 성민이형의 볼에는 눈물방울들이 성민이형의 빨간 볼들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 말에 성민이형도 당황했는지 빠르게 눈물을 훔치고 웃어보인다.

 

 

 


“아... 너무 추워서 그런가.. 눈물이 다 나네... 가자.”


“....................”


“안 갈거야??”

 


나를 지나쳐 숙소쪽으로 가려 하는 성민이형.

 

 


붙잡아야 했다.

형이 왜 우는지, 이유를 알아야 했다.

 

 

 

 

 

“........말해봐. 왜 우는지.”

 

 

 

 


웃고 있던 얼굴을 굳혀버리는 성민이형.

 

 

 

 

 

 

 

 

 

 

 

 

 

 

 

 

 

 


팬픽? 리얼! -# 21

 

 

 팬픽? 리얼!

 

 

 

 

 

 

 

 

 

“추워서 그런거라니깐.... 하하하....”

 

 

 

 


입은 웃으면서도, 여전히 성민이형의 목소리엔 물기가 베어 있었다.

날 보지 않고 몸을 돌려 걸어가려는 성민이형.

재빠르게 형의 팔을 붙잡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내 손을 뿌리치며 크게 소리치는 형.

 

 


“춥다고!!! 추워서 그런거라고!!! 왜 사람 말을 못 믿어!!!!”


“어떻게 믿으라는거야!!!! 형 얼굴에 아니다! 이렇게 써 있는데!!!!!”

 

 


형은 나를 뚫어져라 째려보았다.

나 역시 형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한참을 노려보다가 기가 막히다는 듯, 웃어버리는 성민이형.

 

 


“하- 그럼 내가 너때문에라도 운다는 얘기야?”


“형! 그 얘기가 아니...”


“난 상관없다고 했잖아!!! 니가 동해랑 사귀든 말든!!!”


“..........”


“너 좋다잖아!!! 그럼 된거잖아!!!!”


“.............”


“너 바보니? 멍청이야? 병신이냐구!!!! 왜 너 좋다는 애 놔두고 너 싫다는 애한테 와서 난리야!!!!”


“형!”


“가서 잘 해 보라구!!!! 서로 취향 같은 애끼리 잘 됐잖아!!!!!”

 

 

 


매정하게 나에게 소리치는 형의 목소리와 다르게 아까보다 형의 얼굴은 더 눈물 범벅이 되어 간다.

자신의 팔로 스윽, 눈물을 훔치고는 몸을 돌려 버리는 성민이형.

다른 때 같았으면, 형을 그냥 보냈겠지만 확실히 해야 했다.


있는 힘껏 형에게 소리쳤다.

 

 

 

 

 


“나 있지!!!!”

 

 

발걸음을 멈춰 서는 성민이형.

 

 

 


“형은 날 싫어해도!!!!”


“............”


“내가 형을 싫어하지 않으니까!!!!”


“.................하........”


“형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

 

 

 


언젠가 형이 나에게 해 주었던 말...

 

내 말이 끝나자마자 형은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고, 나는 천천히 주저 앉아버린 형의 앞으로 걸어가 형

과 눈높이를 맞추어 쭈그려 앉았다.


좀 복잡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오는지-


한 손으로 형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방울들을 닦아주었다.

 

 

 


“그래서....”


“...............”


“바보가 되도, 멍청이가 되도, 병신이 되어도......”


“...............”


“난 형한테 올 수 밖에 없어.”


“..흑.....흐흑........흐으으윽......”


“.......”

 

 


고개를 숙이고 흐느껴 우는 성민이형.


이내 나를 퍽퍽 치기 시작한다.

 

 

 


“너 뭐야!!!”


“..............”


“니가 뭔데........니가 뭔데!!!! 날 이렇게 힘들게 해!!!”


“.........”


“흑.. 나쁜 놈.. 너 뭐야!!!! 너 뭐냐구.....흐어엉......”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형이 안쓰러워 형을 가만히 끌어당겨 내 품 안에 안았다.

내 품에 안겨서도 엉엉 울면서 내 등을 퍽퍽 쳐 대는 성민이형.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형 분이 풀릴때까지 다 맞아줄 생각이었다.

 

 

 

 

“......흑...흑...이혁재......흐아....”


“............”


“........좋아해.....”


“.................뭐..........?”


“........으윽......좋아한다구.... 좋아한다구!!!!!!!!”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졌다.

 


지금 내가 뭘 들은거야... 잘못 들었나....?

 

 

 

내 품에 안겨 있는 성민이형을 떼어놓고 가만히 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형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고, 여전히 울먹거리면서 말을 꺼냈다.

 

 

 

 


“흑....이러기 싫었는데.....”


“........................”


“형들 아파하는거 보면서.....너무 두려워서......너무 겁나서.....”


“...............”


“그러기 싫었는데..... 인정할 수 없었는데... 하기 싫었는데...........”


“.....................”


“나쁜 놈아.........다 너때문이야............”

 

 

 

 

 

 


지금 형이 쏟아내는 말들이 꿈만 같다......

 

 

 

 

 


“형.....뭐라...고..?”


“흑.. 좋아한다고!!! 이혁재!!!! 이성민이!!!! 이혁재를!!!!!!!! 좋아한다고!!!!!!”

 

 

 


형 말이 끝나자마자 그냥 다시 형을 끌어안았다.

몸이 부서질 듯, 형을 끌어안았다.

형의 따스한 체온이 나에게 전해지면서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날....좋아한다고...

 


성민이형이....

 


이성민이, 이혁재를 좋아한다.....

 

 

 

 

 

 


“왜 내 마음에 들어와- 도대체 왜-”


“....하....이성민....”


“누가 들어오래... 누가....”


“..................”


“그냥 형 동생으로 있으면...........”


“...........계속 마주보고 웃을 수 있다고........?”


“...........그래...........”

 

 

 

 

 


다시 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에게 말하면서도 상당히 두려워 하는 듯한 표정.


가만히 내 이마를 성민이형의 이마에 마주대었다.

 

 

 

 

 

“형이 두려워하는 그런 일........”


“.............”


“절대 생기지 않아.”


“............”


“걱정하지마. 난 죽어서도 형 놓는 일 없어.”


“흑.....말은 잘해.... 흐엉엉엉- 책임져- 이 새끼야!!!!!!!!”

 

 

 

 


형을 다시 끌어안았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내가 형을 이렇게 마음 놓고, 편하게 안고 있을 수 있다는 자체가 믿겨지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난 아무 말도 해 줄수가 없었다.

 


너무 벅차올라서...

내 앞에 있는 형이 너무 벅차서...

 

 

자꾸만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형을 끌어안는 것 뿐....

 

 

 

 

“으으....숨막혀.. 이혁재....”


“형......하.......”


“......그래.......”


“이성민.....”


“형이야.”


“이성민.........”


“형이라니깐.”


“이성민!!!!!!!”


“...........후... 그래 니 맘대로 불러라.”


“이성민!!!!!!! 와아아아아!!!!!!!”

 

 

 


형을 끌어안은 채, 크게 소리 질러버렸다.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정말....

 

 

 

 

 

“............”


“이혁재.... 나....”


“아니....아무 말도 하지마...”


“...............”

 

 

 

 


그렇게 한참동안을 눈물범벅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형에게 보이기 싫어서 형의 어깨에 내 얼굴을 묻었다.

 

날 감싸 안는 성민이형의 손길.......


이 순간을 얼마나 꿈꿔 왔었는지... 얼마나 기다렸었는지....

 

 

 

 

“혁재야....”


“...........어...”


“나 봐... 혁재야....”


“...........”


“........보고 싶었단 말이야...나 좀 봐.....”

 

 

 

 


형의 말에 고개를 들어 형과 눈을 맞췄다.


형 역시 나와 같이 눈물 범벅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다시 손을 들어 형의 얼굴을 닦아 주고, 형도 손을 들어 내 얼굴을 닦아주고...


그러다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하.... ”

 

 


가만히 내 가슴에 형의 손을 가져다대었다.

요동치듯, 쿵쾅거리는 내 가슴속... 심장....

 

 

 

“느껴져..형...?”


“..........그래..혁재야... 느낄 수 있어...”


“항상 변함없어... 과거에도...현재에도....미래에도.....”


“...........”


“.....이 심장 주인은 형이니까......”


“.............쿡....”


“멈추게 하는것도 형이야.... 누구도 못 들어와....”


“하아-..이혁재....”

 

 

 


예쁘게 웃어보이는 성민이형.


나 역시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꿈은 아니겠지.. 정말...

만약... 꿈이면.. 너무나 행복한 꿈이잖아..

꿈이면...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아....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는 형...


두 손을 내 얼굴에 찰싹 소리가 나도록 갖다 대고는 볼멘소리로 말한다.

 

 


“후..이혁재....”


“..........”


“너 수상해!”


“뭐가.”


“너 바람둥이지!!!!”


“뭐???”


“항상 느끼는건데!!! 너 너무 느끼하게 대사를 잘 한단 말이야. ”


“뭐가!!”


“치.... 아무하고... 키스도 잘 하면서.......”

 

 

 

 


이내 풀 죽은 목소리로 말을 꺼내는 성민이형.

 

 

 

 

 


뭐야.. 질투해..?

 

 

 

 

 

 

“푸- 그거 땜에 울었어?? 아까??”


“아니야!!!!”


“아니긴- 맞구만.”


“아니라니까!!!!!”


“왜 그렇게 흥분해-”


“아닌데 자꾸 맞다 그러니까 그렇지!!!!”


“후... 이성민....”

 

 

 

 


어깨를 끌어당겨 다시 내 품 안에 안았다. 아무 말 않고 안겨 있는 성민이형..

 

 

 

 


“말했잖아... 내 심장은... 이성민꺼라고...”


“.........”


“이혁재는...이성민꺼야...”


“응....응...혁재야..”


“평생.....평생 그럴거야.....”

 

 

 

 

안겨 있다가 두 팔로 내 허리를 감싸 안는 성민이형...

 

 

 

 

“나 놓으면 안 돼...”


“..........”


“나.... 놓치면 안 돼...혁재야...”


“.....당연하지...”


“정말....무서워..... 무섭다구..”


“........”


“내가 널 놓을 것 같아도, 니가 나 놓치면 안 돼...... 알았지...”


“후.... 이성민... 겁도 많다...”


“약속했다- 우리....”

 

 

 

 

 


내가 해 줄수 있는건...

불안해 하는 성민이형을 안아주는 것뿐..


항상 형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해주는 것 뿐.....

 

 

 

 

그렇게 서로 끌어안은 채, 서로의 심장으로 서로의 심장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를 축복하는 듯, 마구 내려오는 눈송이들을 바라보며.

 

 

 

 

 

 

 

 

 

 

 

 

 

 

 

 

 

 


팬픽? 리얼! -# 22

 

 

 팬픽? 리얼!

 

 

 

 

 

 

 

 

 

 


“가서... 동해 위로해줘...”


“아.....”

 

 

 


집으로 들어선 나와 성민이형. 성민이형의 방문 앞에서 형은 내 손을 꼭 잡으며 동해 이야기를 꺼냈다.

잠시,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동해를 잊고 있었다.

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동해.

동해를 외면하고 성민이형을 붙잡았는데...

 


난, 동해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하는걸까.

 

 

 

 

 

“알았어.. 잘 자. 형.”


“응....”

 

 

 


살짝 미소지으며 문을 열려던 형은 다시 몸을 돌려 나에게 걸어왔다.


의아해하는 내 표정과는 달리 미소를 머금은 채, 내 볼에 입을 맞춰 주는 성민이형.

 

 

 


“잘자~”


“...........”

 

 


성민이형이 들어가고 난 뒤에도 한참동안 뚫어져라 방문을 쳐다보다가 내 방 앞으로 몸을 옮겼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어야 했는데.. 도저히 손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난, 정말 동해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걸까?

 

 

 


-달칵-

 

 

 


어두운 방 안.

 


내 맞은 편에 놓여 있는 동해 침대엔.. 벽에 기대어 무릎에 얼굴을 묻고 쭈그려 앉아 있는 동해가 보였다.

그런 동해를 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제서야 내가 동해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불을 키려 손을 뻗었을 때..

 

 


“켜지마.”


“.............”


“제발.....켜지마.”

 

 

 


낮게 가라앉아 있는 동해의 목소리.


난 동해의 말에 천천히 내 침대로 걸어가 동해를 마주보고 앉았다.

그 뒤로는 동해는 아무 말도 없었다.

동해가 말하기 전까진 나도 아무 말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작게 들려오는 동해의 흐느낌...

 


그 흐느낌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흐느낌이기에, 지금 이 상황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상황이기에.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내일.. 정수형한테 말해서 성민이형이랑 나랑 방 바꿔줄게.”


“......이동해.”


“......축하해. ”


“..........”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는 동해.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 가득 눈물 범벅이 되어 있을게 뻔했다.

 

 


“성민이형이랑.... 잘 해봐.”


“..............”


“후................”


“.........미안해..”


“..........”


“미안해. 이동해....”

 

 

 

 

내가 동해에게 해 줄수 있는 말은... 고작, 미안해- 라는 말 밖에.

 

 

 

“뭐가.......”


“그냥...다...미안해....”


“................”


“내 상처를 결국 다른 사람한테 돌려주고 말았다..”


“......후....”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해. 동해야.”


“.................”


“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니 아픔까지 돌아볼 수가 없다.”


“.................”


“동해야... 진심이야. 정말...미안하다..”


“............”


“이렇게 미안한데도..... 정말 미안한데......성민이형만 보면 웃음만 나오는 나를 용서해...”


“.........”


“니 아픔과는 무관하게 내 아픔이 치료되어서 기뻐하는 나를 용서해......”


“............”


“이 심장이...성민이형한테만 반응해서....미안해.... 심장 주인으로 이성민을 앉혀서.......”


“.................나쁜 자식.......”

 

 

 

 

 

다시 무릎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동해를 보면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동해 옆으로 다가갔다.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동해... 동해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려놓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동해.

가까이에서 보니, 동해의 표정이 더욱 잘 보여 가슴이 아파왔다.

 

 


“울지마. 동해야...”


“개자식아....니가 그렇게 말하면.....”


“..........”


“털끝만큼의 희망도 가질 수가 없잖아.......”


“.................”


“제길.....”

 

 

 

 


동해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내 품에 안겨서는 더욱 서럽게 울어대는 동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고,

동해는 그렇게 내 품 안에서 모든 눈물들을 쏟아보내고 있었다.

 

 

 


“동해야... ”


“........”


“내 친구로.....계속 남아 있어줄거지.”


“..............”


“.........무리한 부탁인건 알지만.......나...너 잃고 싶지 않아. 이렇게.”


“.............”

 

 

 


동해에게 어쩌면 너무나 혹독할지도 모르는 나의 부탁..

동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내 부탁에 얼굴을 더 내 어깨에 파묻고 눈물을 흘려 보냈을 뿐...

 

 

 

 

 

 

 

 

 

 

 

 

 

 

 

 

 

 

 

 

 

 

 


영스가 끝나고, 벤에 올라타려 했을 때, 항상 내 옆자리에 앉았던 동해가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렸을 때, 매니져 형 옆에 앉아서 잠을 청하려 하고 있는 동해를 볼 수 있었다.

아직... 정리를 덜 했겠지...


동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뒤에서 성민이형이 톡톡 치는 바람에 뒤를 돌아보았다.

 

 


“안 타고 뭐해~”


“어? 지금 타려고~”

 

 


내가 자리에 앉자, 내 옆자리로 앉는 성민이형.

앞에 앉은 영운이형이 우리를 힐끔 쳐다보고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한 동작을 취하다가, 이내 모자를 눌

러쓰고 잠을 청한다. 히터를 틀지 않은 터라, 조금 추운지 손을 마구 비벼대는 성민이형. 그런 성민이형

을 바라보다가 난 내 왼쪽 손으로 성민이형의 손을 잡아주었다.

 

 

 


“어어? ”


“춥지-”


“헤헤... 따뜻하다....”

 

 

 


입김까지 불어주며 성민이형의 두 손을 잡아주었다.

환하게 미소짓는 형의 얼굴....나도 따라 미소지었다.

 

형과 같이 있는 이 순간만큼은, 다른 근심, 걱정들은 다 버려두고 형만 생각하고 싶었다.

 

 

 


“어제.... 동해랑......얘기했어.....?”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성민이형.. 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그런 형의 표정을 보면서 동해와 아직 서먹하다고 말 할 수가 없었다.


완전히 풀지 못 했다고-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이것저것 골치가 아파 그저 눈을 감고 성민이형 어깨에 내 머리를 기대었다.

내 머리가 형의 어깨에 닿자마자 움찔하더니, 이내 내가 편하도록 어깨를 내려주는 성민이형..

그런 성민이형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난 내 두손으로 형의 허리를 감았다.

 

 

 


“히익... 너 무슨 짓이야-”


“내 애인 내가 안는데 뭐.”


“애인은 무슨-! 빨리 안 놔?”


“싫다- 아.. 따뜻해.”

 

 


그렇게 말하면서 형을 내 품으로 끌어당겼다.

나에게 어깨를 내주었던 형은 순식간에 내 품안으로 들어와 있었고,

난 형을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제는 나가려고 발버둥치지 않는 성민이형.. 정말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으면...

 

 

 

 


“혁재야-”


“어...”


“나 오늘부터 니 방 같이 쓴다.”


“어.....”


“동해가.....바꾸자고...정수형에게 말했대...”


“어.”


“기분이 이상해. 막...”


“왜....?”


“떨린다. 막... ”

 

 

 

 


형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눈을 감고 내 가슴께에 기대어 있는 성민이형의 얼굴이 들어왔다.

 

실은, 형. 나도 떨려. 형과 동생이 아닌,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방을 같이 쓰게 된거잖아...

 

형도 나와 같은거지?

 

 

 

 


“후후...형이랑 같은 방 쓰면 나야 좋지....밤마다 심심하진 않겠네.”


“응? 나도..........엇!!!!”

 

 

 

 

갑자기 내 품에서 떨어져 나와 가슴에 크게 엑스자 표시를 만들어보이며 창문쪽으로 붙는 성민이형.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형.

 

 


“안돼-!!! 무슨 짓을 하려구우우!!!!”

 

 


갑작스레 크게 소리를 지르는 성민이형.

형의 목소리에 앞에 앉아 있던 영운이형이 힐끗 돌아보긴 했지만 이내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뭘.”


“너너너-!!! 이 늑대같은 놈.”


“내가 뭘 어쨌다구. 난 형이랑 밤 늦게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심심하지 않겠다고 한건데...”


“어??? 아니...이......”


“야... 형.. 무슨 생각한거야?? ”


“..아, 아니.....”


“형. 너무 밝히는 거 아니야?”


“내, 내가 뭘!!!!!!!!!!”

 

 

 


얼굴까지 빨개져서는 나에게 소리치는 성민이형.

정말 형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귀여워 죽겠다-는 말이 무슨 소린지 알 것 같았다.

그냥 형을 내 주머니속에 넣고 가지고 다니고 싶었다.

그저 다시금 형을 내 품안으로 포옥 끌어안을 뿐.. 형 역시 가벼운 저항을 하다가 내 품에 안겨온다.

 

 


형을 안으면 몸에서 풍겨나오는 우유냄새가 너무나 좋다. 마치 아기를 안 듯이...

 


형을 안고 창 밖을 바라보던 나는 압구정 거리를 바라보다가 문득, 우리 둘이 함께 거리로 나가 본 적이

오래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


팬들도 얼마 없고, 내일은 스케쥴이 한가하니 오늘은 마음껏 놀고 와도 괜찮을 것 같았다.

 

 

 

 


“형.”


“....응...?”


“우리....놀러나갈까...?”


“어?? 어디로....???”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나는 그저 싱긋 웃어보이고는 매니져형에게 소리쳤다.

 

 

 

 


“형!!! 저 성민이형이랑 잠깐 나갔다 올 데가 있어요-!!!!! ”


“어디가는데!”


“준수랑 잠깐 만나기로 했거든요-!! 다녀올게요- 세워주세요.”


“그래?? 그런 연락 못 받은 것 같은데.... 알았다-”

 

 

 

 

 


압구정 거리 한 켠에 차를 세우고 나와 성민이형을 내려주는 영준이형.

 


창문을 열고 우리에게 말한다.

 

 


“일찍 들어와- 팬들 만나면 일단 피해서 연락하고.”


“네!”

 

 

 

 

 

 


그렇게 사라져가는 벤..

 

 

 

 

 


“야!! 너 거짓말인거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혼나면되지 뭐. 아.. 좋다..”

 

 

 

 


슬쩍, 형의 한 손을 잡았고, 형은 움찔하면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본다.

난 그런 형은 상관도 없이 그냥 형의 손을 잡은 채, 앞으로 걸어나갔다.

 

 

 


“야야-!!! 이 손 좀 놓고 걸어!!!!!!”


“나 진짜 형 손 잡고 이렇게 걸어보는게 소원이었단 말이야~”


“참나.....”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지 않는 성민이형의 손...


밖은 추웠지만.. 마음만은 너무나도 따뜻한...

 

 

 

 

우리의 첫 번째 데이트의 시작.

 

 

 

 

 

 

 

 

 

 

팬픽? 리얼! -# 23

 

 

 

 팬픽? 리얼!

 

 

 

 

 

 


“혁재야.”


“응?”


“뭐하고 싶어??”


“글쎄.. 형은 뭐하고 싶어??”


“음.... 뭐하지...?”


“난 형하고 같이 있는 것만도 좋은데-”


“실은 나도 그래요~ 이혁재씨~ ”


“하하핫.”


“너 하고 싶은거 해 주고 싶어서 그래... 내가 다 해주고 싶어.”

 

 


내 손을 꼭 잡고 말하는 성민이형. 그런데 정말 어쩌지- 난 정말 형하고 같이 있는 게 너무 좋은걸.

 

 

 


-어?? 쟤네 슈퍼주니어 아니야??-
-야, 설마. 지금 애들 연습하러갔겠지.-
-야야. 맞아.맞아. 성민이라는 애랑 은혁이란 애 아니야??-
-어디어디???-

 

 

 


뒤에서 들려오는 여학생들의 목소리. 늦은 시간이지만 역시 압구정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고, 그

중엔 우리를 알아보는 학생들도 더러 섞여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형을 붙잡고 모자가게로 들어섰다.

 

 


“응?? 여긴 왜??”


“안 되겠어- 우리. 인기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에에??”

 

 


다짜고짜 성민이형을 안으로 밀어넣고 온갖 모자를 형의 머리에 씌워보았다.

벙거지에, 털모자에, 빵모자까지..

각양각색의 모자를 써 보는 성민이형 역시 처음엔 어리둥절 해 하더니, 나중엔 형도 모자를 하나씩 집어

들고 내 머리에 씌워 보는 거였다.

 

 

물론, 멀쩡한 모자들은 절대 아니다.

 

 

 


“형!!! 이게 뭐야!!!”


“그런 넌!! 이게 뭐야!!!”

 

 

 

 


우리 둘은 서로의 머리에 씌워진 모자를 보면서 화를 내다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형은 모자 끝에 여자머리가 달린, 그러니까 뒤에서 보면 여자로 착각할 만한, 모자를 내 머리에 씌워놓

았고, 나는 형의 머리에 토끼 귀가 달린 털모자를 씌워 놓았다.


모자에 달린 기다란 귀를 만져보는 성민이형.

 

 


“근데- 이거 쓰고 나가면 못 알아보긴 하겠다. 누가 슈퍼주니어가 이런 모자를 쓰고 다닐 줄 상상이나

하겠어-”


“으하하하. 근데, 형은 진짜 어울린다. 토끼. 토깽이.”


“으이씨... 이혁재!!! 죽을래!!!!!!”

 

 

 


나에게 작은 주먹을 들어보이는 성민이형.

뭘 해도 귀여워 보이니 정말 미칠 지경이다.

작게 웃으면서 토끼 모자를 더욱 푹 눌러 씌워줬다.

눈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모자.

 

 


“좋아! 이걸로 사자!!!”


“으엑-. 나 이거 싫어싫어!! 싫다구우..”


“왜~ 성민오빠앙~ 나도 있는데엥~”


“으... 속 안 좋아. 이혁재.”


“어머어머어머나!! 어떻게 그런 말을~”

 

 


형이 씌워준 모자를 쓴 채 여자 흉내를 내는 나를 보면서 입술을 주욱 내미는 성민이형. 그

런 성민이형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 준 뒤, 형의 손을 잡고 모자를 사서 가게를 빠져나왔다.

 


가게 밖으로 빠져나왔을 땐, 언제부터였는지 하얀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형.”


“응??”


“나 하고 싶은거. 다 해준다고 했지??”


“응~ 말만해. 형이 다 해줄게.”


“.............”

 

 


난 아무 말 없이 형의 팔에 팔짱을 꼈고,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었다.

당황한 듯한 성민이형의 목소리.

 


“야야~ 뭐하는거야~”


“눈 오는 날, 연인들처럼 걷고 싶었거든. 가자~ 성민오빠야~”


“속 안좋다~ 저리가~~”

 


우여곡절 끝에 우린, 연인들처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인들처럼 거리를 거닐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보던 중에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끈 건 스티커사진기-

갑자기 사진기 앞에 우뚝 멈춰 서는 성민이형이었다.

그리곤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혁재야. 우리 사진 한번만 찍자~ 응??”


“뭔 사진이야~ 유치하게~”


“응?응?? 제발~~ 나 찍고 싶어요~~”


“아...나..진짜....”

 

 


결국, 형의 이끌림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형은 분장실로 들어가 내게 이 옷 저옷 대 보더니, 결국은 밤무대 의상 옷을 입혀놓았고,

자신 역시 나와 비슷한 풍의 옷을 입고는 좋아라 하면서 내 머리에 초록색 머리의 파마.....

아, 동희형 머리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런 머리 가발을 씌워놓았다.

 

 


“이게 뭐야!!!”


“귀여워~~”

 

 


그렇게 말하고 자기는 자신의 얼굴을 반 이상 가리는 선그라스를 끼고 살짝 혀를 내미는 것이었다.

어쩌겠는가. 이 모습을 한 채, 형과 사진을 찍으러 기계 앞에 섰다.

 

 


“웃어봐아~~”


“뭐야. 이게. 자기만 제대로 된 거 하구.”


“에이~ 혁재야아아~~~”

 

 


다시 자신의 두 손으로 내 얼굴의 입술 양 끝을 올리는 성민이형.

 

 


-자, 찍습니다-

 

 


기계 소리가 울려퍼지고, 우리는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해 보였다.

내 목을 조르는 성민이형, 등을 맞대고 서 있는 우리 둘, 앙드레 김 패션쇼의 마지막 피날레 엔딩 장면,

내 볼에 입술을 맞추는 성민이형의 모습까지....

 


뭐, 그래봤자 모두 다 성민이형의 연출로 된 것들이었지만 모델이 바로서야 사진이 제대로 서는 것 아니

겠는가- 사진을 받아 본 성민이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마지막, 내 볼에 입술을 맞추는 성민이형

의 사진을 한 장 떼었다.

 

 


“혁재야- 핸드폰 줘봐.”


“핸드폰?? 왜??”


“얼른~”

 

 

 


품 안에서 내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그 사진을 뒤쪽에 붙여 놓는 성민이형.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나와 똑같은 사진을 같이 핸드폰에 붙여놓는 성민이형.

사진이 붙어 있는 핸드폰을 들어 내민다.

 

 


“짜잔~~”


“뭐야??”


“이거. 귀여운 성민이 보면서 성민이 생각 많이 해요~”


“으엑...”

 

 


어쨌건, 사진기 앞에서 온갖 쇼를 해 준 댓가치고는 너무나 황홀한 댓가를 받은 셈이었다.


다시 토끼모자와 여자모자를 쓰고 밖으로 빠져나왔고, 다시금 길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눈이 와서 그런지 마음이 따뜻해져서 하나도 춥지가 않았다.

물론, 성민이형이 내 옆에 있기 때문이 더 컸지만 말이다.

 

 


“형. 우리 핸드폰 줄. 맞추자.”


“응???”

 

 


악세서리 가게로 들어온 우리 둘. 어리둥절해 하는 형을 놔둔 채, 난 앞에 서 있는 여자에게 이니셜 핸드

폰 줄을 부탁했고, 내 설명을 자세히 들은 여자는 줄에 이니셜을 끼워넣기 시작했다. 무언가 싶어 곰곰

이 들여다 보던 성민이형은 기겁을 하면서 내 팔을 퍽퍽 쳤다.

 


“야- 이걸 어떻게 하고 다녀!”


“왜 못해~~~”


“아, 몰라몰라몰라!!!!”


“뭐 어때서~ 난 좋은데.”


“으으~ 이혁재. 하여튼.”

 


어쨌든, 형도 싫지는 않은 눈치인 것 같아서 값을 치르고 다시 가게 밖으로 빠져나왔다.

형에게 완성된 줄 하나를 내밀었다.

 

 


“자. 형 거는 HJ 하트구.. 내건 SM하트야. 으하하하.”


“치이... ”

 

 


투덜거리면서도 자신의 핸드폰에 달려 있던 줄을 빼 내가 건네준 줄을 받아서 끼는 성민이형.

그런 형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워서 형의 빨개진 볼을 내 손으로 마구 비볐다.

외치고 싶었다.


이성민은 내 사람이라고- 이혁재는 이성민 사람이라고-

아무도 방해하지 못 하게- 아무도 건드릴 수 없게.

 

 

“아... 혁재야. 잠깐만..”

 

 


잠깐만이라고 말하고 형이 향한 곳은 꽃가게. 작은 꽃집이라 번거로울까봐 들어가진 않고 밖에서 형을

기다렸다.


꽃을 잘 좋아하지도 않는데.. 갑자기 왠 꽃집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형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총총 계단을 뛰어 내려와 내 앞에 멈춰 섰다.

 

 


“이거!!! 이거이거!!!”


“응???”


“귀엽지-!!!”

 


형이 내 앞에 내민 화분엔, 꽃도 아닌 것이- 애벌레 모양을 한 요상한 놈이 축 늘어진 모양을 하고는 들

어 있었다. 시원찮은 내 반응을 보고는 형은 싱긋, 웃으며 설명을 했다.

 


“옥서화라는 선인장이야- 예쁘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거.”


“아아...이게 선인장이야?? 되게 이상하네.”


“치.. 얼마나 이쁘다구. 계속 보면. 이거... 우리 같이 키우자. ”


“뭐??내가 왜!”


“꽃은 싫구... 너한테 꼭 선물해주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이것도 있었어.

마침 있어서...잘 됐다. 그지??”


“아유.. 잘났어. 정말.”

 

 


너무나 신나하는 성민이형. 형이 신나면 나도 신나는지라, 한 손엔 화분을 들고 강변으로 향했다.

 


강변으로 향하는 도중, 우리는 가게에 들러 스파클라를 샀고, 몇가지 폭죽들을 사가지고 강가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한강변.

 

 


적당한 곳에 성민이형을 앉힌 뒤, 난 폭죽들을 장치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 불이 붙지 않아 고생하긴 했지만 겨우겨우, 천신만고끝에 불을 붙였고 빠르게 성민이형 옆

에 앉았다.

 


앉자마자 하늘로 솟아오르며 밝게 빛을 뿜어내는 폭죽들.


-피융~-

-펑!펑!펑!-

-펑!-

 

 

 


“와아........”


“멋있지?”


“응... 멋있다아....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들을 바라보는 성민이형의 표정엔 경이로움과 감탄, 설렘이 뒤섞여 있었고, 덩달

아 나 역시 기분이 너무나 좋아졌다. 형이 들고 있는 스파클라에 불을 붙여주고, 내 스파클라에도 같이

불을 붙였다. 우리 둘 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스파클라의 불빛.

 


하늘에 있는 별빛이 우리 앞에 있는 것 같았다.

 

밝게 타오르는 스파클라를 흔들며 성민이형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나 역시 그런 형의 뒤를 따라 마구

뛰어다니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너무나 기분이 좋은지라,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 크게 소리 질러버렸다.

 

 

 


“이성민!!!!!!”


“응??”

 


스파클라와 터지는 폭죽들에서 눈을 떼지 못 하던 성민이형은 내가 너무나도 크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

자 옆으로 돌아보며 의아한 듯이 쳐다보았다.

 

 

 


“사랑해!!!!!!!!”


“윽...야! ”


“이성민!!!!!!!!!!!!!!!!”


“..............”


“내 심장 가져가라!!!!!!!!!”


“................”


“이성민!!!!!!!!!!!!”


“................”


“넌 내꺼다!!!!!!!!!”


“..........쿡...... ”

 

 

 


마지막 내 말을 듣고 작게 웃음 짓는 성민이형.

크게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자기도 검은 밤하늘을 향해서 소리친다.

 

 

 


“이혁재!!!!!!”


“................”


“난 니꺼고!!!!!!”


“...............”


“넌 내꺼다!!!!!!!!”


“쿡....”


“이러면 됐냐? 아하핫.”

 

 


키득 웃는 성민이형 옆에 따라 앉았다.


하느님, 이게 꿈이라면 제발 깨지 않길.


내가 성민이형과 이럴 수 있는 날이 왔다니....

실컷 성민이형과 함께 놀아놓고, 같이 다니고, 같이 옆에서 함께 웃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는 느낌이었다.

 

 


“!!”

 


갑자기 내 볼에 닿는 차가운 느낌... 성민이형의 손이었다.

형은 헤헤- 웃으면서 내 볼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대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냥.. 이것저것... 형하고 처음 만났을 때나... 형하고 처음 키스....아.....창고에서... 하하핫.”


“뭐, 뭐야!! 그 얘긴 왜 또 꺼내!!!!”


“정말 웃겼어. 내가 진짜. 키스하다가 숨 막혀서 기절한 사람은 처음 본다. 진짜.”


“지, 진짜!!! 난 그게 내 첫키스였단 말이야!!! 제길... 그때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알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숨도 못 쉬냐?!”


“해 본적이 있어야 알지! 그러는 넌! 넌 얼마나 해 봤길래 그렇게 전문적이고 능숙한거야!!

이 바람둥이야!!!”


“뭐?!”


“치- 내가 속았어. 내가 미쳤지...”

 

 


씩씩대는 성민이형. 그런 형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푸- 하고 웃어버렸다.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여전히 입을 내민 채, 투덜거린다.

 

 


“난 정말 첫키스였다구. 키스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단 말이야.”


“......쿡....귀여워. 이성민.”


“근데 그렇게 막무가내로 키스하면, 더군다나 니가 그럴줄은 상상도.......”


“그래서.”


“어??”

 

 


천천히 성민이형의 어깨를 붙잡고 내쪽으로 몸을 돌렸다.

 

토끼같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그래서. 지금도 기절할거야??”


“어??? 무슨........으읍!!!!!!!!!!!!!!”

 

 

 

 

 

 

 

 


그렇게 다시금, 성민이형의 입술을 훔쳐버렸다.


지난번과 다른 게 있다면, 형 역시 나를 받아들여주었다는 점, 그리고....

 

 

 


절대 기절하지 않았다는 점.

 

 

 

 

 

 

 

 

 

 

 

 

 

 

 

 

 

 

 

 

 

 

 

 

 

 

 


-한국에 잠시 뒤면 도착합니다. 승객여러분께서는 완전히 착륙할 때까지 안전띠를.......-

 

 


선그라스를 끼고 고개를 의자 뒷머리에 기대고 있던 남자는 비행기기장의 목소리가 나오자 비행기 창문

을 닫고 있었던 가리개를 연다.

남자늬 눈 앞에 펼쳐진 한국땅의 모습. 작게 미소를 머금는 남자.

 

 

 

“최시원. 잘 잤냐?? 한국 들어가자마자 또 스케쥴 있을거야. 아마도. 다른 애들하고 똑같이 움직여야 하

니까 완전히 도착하기 전까지 자둬. ”


“괜찮아요. 형.”


“힘들텐데.. 좀 자두지.”


“괜찮아요. 지난번 뮤비 촬영때도 잘 했는데요. 뭐. 동방신기랑 할 때. 그때 잠깐 들어왔지만 괜찮았었어

요~ 아, 숙소는 그대로인거죠? ”


“그래.”

"아.. 다 보고 싶어요. 정말."

"애들도 그럴거다. 이 놈아."

"그렇겠죠? 하하."


매니져에게 묻고는 다시 창밖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남자.

그러다 문득, 자신의 지갑을 열어 들어 있던 사진 한장을 꺼내어 약간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잘 있었냐? 이동해. "

 

최시원. 슈퍼주니어의 열 두 멤버 중 한명.

중국 촬영을 모두 끝마치고, 한국으로의 완전한 귀국.

 

 

 

 

 

 

 

팬픽? 리얼! -# 24

 

 

 

 


“음음.....”


“혁재야- 일어나야지..”


“아아....”

 

 

 


아침부터 내 귀에 울려퍼지는 성민이형의 목소리에, 떠지지 않는 눈을 떠 앞에 앉아 있는 성민이형을 바

라보았다. 내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예쁘게 미소지으며 내 손을 잡는 성민이형. 앞으로 날 끌어당겨 앉

힌다.

 

 


“이 늦잠꾸러기... 11시잖아. 벌써~ ”


“아... 형은 잠도 없냐... 어제 우리 5시에 들어왔다구.”


“치.. 빨리 일어나~ 다른 멤버들은 다 연습하러 갔단 말이야......동해만....빼고...”


“.....아........”

 

 


미소짓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이내 작은 미소만 걸치는 성민이형.

그 미소가 조금 씁쓸하다.

 

 


“자, 우리도 빨리 밥 먹고 연습하러 가자~ 열심히 해야지이~”


“푸... 그래..”

 


형의 손을 잡고 밖으로 빠져나왔을 땐, 쇼파에 앉아 쿠션을 끌어안은 채, TV채널을 돌리고 있는 동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동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먼저 멈춰 선 건, 성민이형이었다.

 


동해 역시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다시 TV채널을 돌렸다.

고개를 푹 숙인 성민이형.


남에게 미움받기 싫어하는 형인데... 이렇게 동해와 사이가 멀어졌으니, 성민이형 역시 마음이 좋지 못

할 것이다. 정말 이러기 싫었는데...

 

 


성민이형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주고 멈춰 서 있는 형을 끌고 부엌으로 걸어갔다.

식탁에 앉아서 크게 한숨을 내쉬는 성민이형.

 

 


“신경쓰지 마. 형.”


“........후......”


“동해도...괜찮아질거야.. 형....”


“..............”


“.............”

 

 

 


막, 밥 한숟갈을 뜨려고 할 때...

 

 

 


-딩동~ 딩동~-

 

 


갑작스레 울려대는 초인종소리. 식탁에 앉아 있던 성민이형은 빠르게 현관쪽으로 뛰어갔다.

 

 

 


“누구세요??”


-딩동~딩동~-

 


“아침부터 누구지...... 누구세요????”

 

 

 

 


누구냐고 묻는 말에 아무 대답도 없이 초인종만 눌러대는 사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들리는 성민이형의 기쁜 목소리.

 

 

 

 

 

“시원아!!!!!!!!!!!!!!!!!”


“성민이형~”

 

 

 


최시원???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갔다. 달려간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쇼파에 앉아 있던 동해 역시 빠르게 일어나 현관 앞으로 달려 갔다.

현관 앞에선 시원이의 목을 끌어안고 너무나 좋아하는 성민이형의 모습과 그런 형의 등을 토닥여주는

시원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된거야~ 촬영 다 끝난거야??? 말을 하지- 우리가 데리러 갔을텐데!”


“스케쥴 바쁘다며. 나올거 뭐 있어..”


“헤헤.. 보고 싶었어~”

 

 

 


저절로 주먹에 힘이 주어지는 건 왜 일까.

성민이형은 시원이가 너무나 반가워서, 오랫동안 중국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반가워서 저렇게 웃어

주고, 끌어안고 하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정말 사랑이란 감정은 사람을 너무나 유치하게 만든다.

 


시원이야 말로 성민이형에게 동생인데 말이다.

 

 

 


“이혁재- 오랜만이다.”


“어... 최시원. 연락 좀 하고 오지 그랬냐.”


“깜짝쇼라는거 있잖냐. 아하하핫.”

 

 


내 손을 잡고 악수하는 시원이.

하지만 내 눈은 시원이 옆에서 활짝 웃으며 너무나도 좋아하는 성민이형에게만 가 있었다.

 


그만 좀 좋아하지? 당신 애인 여기 있는데?

 

 

 


“최시원...”


“아.. 동해야.”

 

 


내 옆에 서 있던 동해와 마주 서는 시원이. 다른 때 같았으면 성민이형보다 더 시원이에게 매달렸을 동

해가 조용하자, 시원이 역시 이상해하는 눈치였다. 성민이형이 그런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시원이를 안

으로 끌었다.

 

 

 

 

“자자- 얼른 들어와~~ 멤버들한테도 인사하러 가야지~ 얼른~~~”

 

 

 

 

 

 

 


시원이의 등장으로, TV를 보던 동해도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앉았다.

다들 웃고는 있었지만 어색한 분위기. 시원이만 그 분위기를 눈치 못 챈 듯 싶었다.

 

 


“아- 시원아. 어떻게... 촬영은 다 끝난거야?? 아예???”


“어. 추가적으로 촬영있으면 연락 준다고 그랬어. 근데 없을거야. 아마도.”


“아.. 정말? 그럼 이제 계속 우리랑 같이 있는거야? 좋아...”

 

 

 


성민이형의 밝은 목소리에 시원이도 그저 싱긋, 웃어보였다. 하지만 밝게 말하는 성민이형과는 달리 고

개만 숙이고 밥만 먹고 있는 동해. 우리에게 왜 그러냐는 듯- 입모양으로 물어오는 시원이였고, 우리는

그저 어색하게 표정만 지어보였다.

 

 


“켁!! 커헉!!!”


“어? 성민이형!!! 괜찮아??!?!!?”

 

 


그런 어색한 분위기에 적응이 잘 안 된건지, 물을 마시던 성민이형이 갑작스레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

했고, 나는 형의 등을 두드려주며 형의 안색을 살폈다. 빨개진 형의 얼굴. 날 보면서 괜찮다는 표정을 지

어보였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으휴... 내가 못 산다. 정말. 이성민. 왜 그렇게 덜렁대. 정말 사람 걱정시키는데 선수야.”


“콜록. 콜록. 커헉.... 치... 나 물 좀 줘. 혁재야.”


“여기- 천천히 마셔- ”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건네 준 물을 마시는 성민이형.

 

 

 

 

 

 

 

 

 


??

 

 

 

 

 

 

 

 

 


형에게 물을 주고 나니 내 앞에서 우리 둘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원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 시원이...

 

동해밖에 이 사실을 모르는데, 잠시 흥분했었다.

 

 

 


“아...하하... 성민이형이 목이 막혀서...”


“쿡... 그래.”

 

 


픽 웃고는 자신도 물을 따라 마시는 시원이.

 

 

내가 이상하게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보며 웃어버리는 시원이의 눈은 동해에게 향해 있었다.

 

 

 

 

 

 

 

 

 

 

 

 

 


“야- 최시원- 너 뭐야!!!”


“이 자식!!!”

 

 

 


연습실로 들어서자마자 멤버들이 모두 시원이에게 달려들어 환영(?)의 멘트를 한줄 씩 날려주었고, 시

원이는 멋쩍은 웃음으로 멤버들에게 보답했다. 이것저것 중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말해주는 시

원이- 멤버들은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다들 뭐해. 연습 안 할거야?? 최시원- 연습 제일 많이 해야할 놈이 그렇게 놀고 있냐?”

 

 


갑자기 그렇게 말하고는 크게 오디오를 틀어버리는 동해- 동해의 말에 모두들 투덜투덜 거리면서 각자

대형으로 가 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원이는 그 자리에 앉아서, 아니 오히려 여유로운 웃음마저 지어

보이면서 동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모두들 계속되는 연습으로 지쳐 있을 무렵.


한 두어번, 우리와 춤을 맞춰 본 시원이가 오디오를 꺼 버렸고, 모두들 의아한 표정으로 시원이를 쳐다

보았다.

 

 


“아, 형들~ 얘들아. 나 오늘 오랜만에 한국 왔는데 연습만 하긴 좀 그렇잖아~”


“이 놈아- 연습이 살길이다-”

 

 

 


시원이의 한탄 섞인 말에, 종운이형이 옆에 있던 수건을 집어 던지면서 응수했고, 모두들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최시원- 나랑 같이 나가자.”


“쿡... 그래. 이동해. 안 그래도 그러자고 할 참이었어.”


“...................”

 

 

 

 


맨 앞에서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연습에만 몰두하던 동해가 자리에서 일어나 잠바를 챙겨 입었고 시원이

역시 그런 동해를 따라 일어섰다. 연습실 문을 빠져나가는 동해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여서, 차마 끝까지

보지 못 하고 그냥 누워서 눈을 감아버렸다.

 

 

 

 

 

 

 

 

 

 

 

 

 

 

 

 

 

 

 

 

 

 

 

 

 

 

“성공 못 했나보지?”


“.....보시다시피.”

 

 

 


압구정의 한 까페 숍- 시원과 동해는 서로 마주 앉은 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싸늘하게 굳은 동해의 표정과는 달리, 여유로운 미소를 띈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커피

를 마시고 있는 시원.

 

 


“날 그렇게 멋들어지게 찼으면, 성공해야 하는거 아닌가?”


“비꼬지마- ”


“쿡.. 이동해가 안 되는 것도 있고 말이야.”


“.........”

 

 


시원의 비꼬는 말에 동해는 입술을 꽉 깨물고 커피를 한모금 더 마셨다.

 

 

 

 

 


“혹시 말이야.”


“..........”


“니가 성공 못 한 이유가, 성민이형 때문이냐?”


“............”


“.........쿡...... 그렇구나.”


“...................”


“어쩐지, 둘이 데뷔전부터 항상 붙어다닌다 했어- 아까 보니까 누가 봐도 연인이던걸.”


“.............시끄러.”


“그럼 넌 어떻게 되는거지?? 그저 친구로 남는건가??”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아. 알잖아. 내가 이혁재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이렇게 쉽게 포기할 거라면 시작하

지도 않았어.”


“푸.. 그래서. 어쩔건데.”

 

 

 


동해의 단호한 목소리. 시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동해는 고개를 똑바로 들어 시원을 바로 보았다.

 

 


“그것땜에 같이 나오자고 했어.”


“후... 뭐???”


“너한테 부탁할게 있어.”


“뭔데.”


“.............”


“뭔데 그래.”

 

 

 

 


약간 뜸을 들이는 동해. 시원은 점점 더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동해에게 차였던 아팠던 기억 따위 잊은지 오래다.

그저 쿨하게 동해의 연애질을 응원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동해가 그 연애질에 실패했다.

 

 

 

 

 

 


“들어줄거야?”


“들어보고.”


“내가 뭘 부탁해도 넌 들어주게 돼 있어.”


“후.... 뭘 믿고 그렇게 확신해??”


“넌 아직 나를 좋아하니까.”


“쿡....”

 

 

 


동해의 단도직입적인 목소리에 시원은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동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래, 내가 아직 너를 좋아한다 치자. 도대체 부탁할게 뭐라는거야.”


“.................”


“???”


“...........최시원.”


“응???”


“이혁재와 이성민, 둘을 떼어 놔줘.”


“..........뭐라고....?”


“정확히 말하면.”


“...............”


“둘을 헤어지게 만들어 달란 말이야.”


“하....”


“그게 내가 너에게 부탁할 내용.”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말이 된다고 해도 내가 그 말을 들어줄거라 생각하나?”

 

 

 


마지막 시원의 말에 동해는 씨익 웃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했잖아- 넌 내 말을 들어주게 되어 있다고-”


“...하.........”


“..........이혁재만 내게로 온다면.”


“............”


“니가 원하는 대로 하겠어.”


“........쿡.........”

 

 

 

 


동해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뜨리는 시원.

 

 

 

 


“내가 원하는건 뭐든지?”


“그래.”


“......쿡.. 괜찮은 거래네.”


“.................”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를 사이에 둔 채, 이야기를 나누는 시원과 동해.

그 둘의 표정 마저 차갑게 식어버렸다.

 

 

 

 

 

 

 

 

 


팬픽? 리얼! -# 25

 

 팬픽? 리얼!

 

 

 

 

 

 


“이성민, 이혁재. 너네 이거 뭐야-”

 


먼저 집으로 갔던 정수형이, 멤버들이 모두 집으로 들어서고 마지막으로 집으로 들어선 나와 성민이형

에게 성민이형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정수형이 내민 곳엔 나와 형의 스티커 사진이 붙어 있었다.


앞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는 붉게 상기된 정수형의 표정.

다른 멤버들에게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낮게 가라앉은 정수형의 목소리...

 


시원이가 중국에서 돌아온 터라, 저쪽 숙소에서 멤버들이 건너온 탓에 숙소가 시끌벅적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내 귀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정수형과 나, 성민이형만의 공간에서 존재하고 있을 뿐.

 

 

 

 


조금 더 나중에 밝히려고 했는데..... 이렇게 알게 되는구나.

 

 

 

 

 

 


“뭐냐구- 설명해봐.”

 

 

 

 

 

 

 


우리가 아무 말도 없자 재차 다그치는 정수형.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그치는 정수형의 기세에 약간 뒤로 물러선 성민이형의 손을 꽉 잡았다.

두려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형에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러서지 말자-

 

 

 


무언의 다짐.

 

 

 

 

 

 


“아니지? 둘이 장난친거지?”


“..........”


“그렇지? 둘이 예전처럼.....”


“뭐라고 해줄까?”


“이혁재, 너......”


“보는 그대로야. 성민이형하고 나.... 형 눈에 보이는 그대로라고.”


“하......”

 

 


기가 막힌 듯, 한참을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는 정수형.

그런 정수형을 바라보다가 옆에 서 있던 성민이 형은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난 절대 형의 손을 놓지 않고 정수형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너네 정말...”


“안 들어오고 거기서 뭐해요??”


“뭐해???”

 


종운이형과, 희철이형의 목소리. 정수형 옆에선 종운이형의 두 눈은 형이 들고 있는 핸드폰을 보며 더욱

크게 뜨였다. 종운이형과 희철이형을 필두로 하나 둘씩 현관쪽으로 모여 드는 멤버들.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어.

 

 

 


“할 말 있어- 다들.”

 


성민이형의 손을 잡은 내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거실에 둥그러니 모여 앉은 멤버들.

그런 멤버들 가운데, 우리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먼저 거낸 건 정수형이었다.

 

 


“이혁재, 이성민. 그만 둬. 더 깊어지기전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동희형의 목소리.

아무 말 않고 우리를 노려보는 정수형.

나 역시 지지 않고 형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 깊어질대로 깊어졌어요.”


“이혁재!!”


“다들 잘 들어요.”

 

 


얼굴이 붉어져서 나에게 소리지르는 정수형을 뒤로 한 채, 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른 멤버들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솔직히 많이 망설였어요. 두렵기도 했구요. 하지만.... 속이고 싶지 않아요.”


“...........”


“저와 성민이형... 서로 깊이 사랑합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형들과 동생들의 표정이 굳어졌고,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서로 너무 좋아해요. 아니라고, 수천번 외쳐봐도 결국은 맞대요.

그래서...더 이상 속이지 않기로 했어요. 저희는.”


“..............”


“이해 못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차피 우린 남에게 이해받으려고 사랑하는거 아니니까..”


“.............”


“축복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난, 단지... 우리를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 멤버들이고 오랜 시간을 같이

해왔으니까...속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밝혀야지 했는데.....그런데... 시기가 좀 빨라졌네요....”


“............”


“.....물러서지 않아요- 제가 물러서버리면 저흰 무너져 버립니다. 저... 지킬거에요. 지금 제 머릿속은

온통, 온갖 세상의 편견들 속에서 이성민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밖에 없거든요..그래서 다른건 신경쓸 수

가 없어요. 미안해요. 다들.”


“혁재야.....”


“.................이혁재가...이성민을 사랑해요. 아주 많이...”


“흑......”

 

 

 


또 다시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성민이형.


얼마나 두려웠을까...

 

멤버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난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성민이형을 안아주었다.

내 품에 안기자마자 더욱 서럽게 흐느껴대는 성민이형...

 

 


다른 멤버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뭐라고 한마디라도 해 주면 좋으련만..

다들 나와 성민이형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래, 받아들이긴 어렵겠지..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

 

 

 


“멋지네- 이혁재.”

 

 

 


제일 먼저 말을 꺼내준 건 다름아닌 영운이형.

 

 

 


아무말없이 쇼파에 앉아 쿠션을 끌어안은 채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말을 꺼낸 형이었다.

 

 


“짜식.. 이제야 말하냐. 니 말마따나 우리가 너네 제일 잘 아는 애들인데. 이해 못 해줄게 어디있어.

안 그러냐?”


“형.....”

 

 


얼어붙은 다른 멤버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어보이는 영운이형.

형이 웃으면서 다른 멤버들의 어깨를 툭툭 치자, 그제서야 다른 멤버들도 우리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

어보였다.

 


다리로 내 다리를 툭툭 건드리면서 소리지르는 종운이형.

 


“야,야. 이혁재- 착한 성민이 데리고 어떻게 했길래!!!”

 


턱에 손을 괸 채, 우리를 올려다보는 동희형.

 


“이거이거- 성민이가 손해보는 거 아니야? 정말?”

 


종운이형과 동희형의 말에 모두들 작게 웃음을 터뜨렸고,

그제서야 난 편하게 성민이형을 안아줄 수 있었다.

 

 

 


“어어?? 혁재형-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시끄러, 임마! 어린 자식이 아무데서나 나서!!”

 

 


려욱이가 뭐라고 말하려 하자 영운이형이 쿠션을 던져 려욱이의 머리를 맞췄고, 려욱이는 머리를 움켜

쥐며 울상이 되어서는 종운이형 뒤로 숨었다.

 

 

 

짜식, 또 팬픽 얘기 하려고 하냐?

 

 

 

 

얼어붙어 있던 분위기를 풀어준 영운이형 덕분에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아오는 듯 했지만....

 

 


웃어보이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벌떡 일어나 씩씩거리며 우리를 노려보는 정수형.

 

 

 

 

 


“뭐야!! 다들!!!! 난 인정 못 해. 안 해!!!”


“안 하면!!!!”

 

 

 


정수형과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영운이형. 다시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아버렸다.

 

 

 


“안 하면 어쩔건데!”


“김영운! 너....”


“사랑한다는 애들 그냥 놔두자고! 안 그래도 힘들 애들인데, 우리끼리만이라도 응원해주자는건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

"어! 그게 힘들어!! 쟤네 끝이 보이는데 어떻게 놔둬! "


“왜 그렇게 꽉 막혔어!! ”


“그럼 여기서 북치고 장구치면서 응원해줄까? 어? 내가 왜 그래야돼? 안 좋은길로 쟤네 이끌라구? 끝이

뻔히 보이는 길로 쟤네를 어떻게 이끌어!!”


“뭐라구?”


“다들 대답해봐. 인정할 수 없잖아. 다들. 안 그래? 형제같은 멤버잖아. 거기다 남자야. 어떻게 그래!”

 

 


정수형의 말에, 다른 멤버들은 다들 고개를 돌려버렸다.

정수형은 그런 멤버들을 쭉 훑어 본 뒤 단호하게 우리에게 말한다.

 

 

 


“이혁재, 이성민. 다시 말한다.”


“......”


“너네, 그만 둬. 이건, 부탁이 아니라 경고야. 협박이고.”


“..........”


“그렇게 만만한줄 아니? 너네 사랑하도록 세상이 놔둘 것 같아? 그만 해. 너네만 다쳐-”


“..............”

 

 

 

 


잔인하게 내뱉는 정수형의 말.....

 


다 사실인데, 정수형의 말이 다 사실인데....


자꾸만 가슴이 아파온다......

 

 

 

 


“..................그러니까... ”


“..........”


“...................우리가 방패가 되어주자구요...”


“............김려욱!!!!!!”

 

 

 

 


조용한 멤버들 가운데서.. 일어서며 말을 꺼내는 려욱이...

 

 

 


“만만하지 않다면서요... 그러면 다 같이 이기면 되죠..

저 둘이 사랑하도록... 우리가 도와주면 되잖아요.”


“하.....”

 

 


“그건 저도 동의해요. 형.”

 

 

 


뒤이어 들려오는 종운이형의 목소리...

 


“우리.. 오랜 시간 함께 했잖아요. 이 정도는 응원해줘야 하는거 아니에요?? 힘들면 어때요-

다 같이 이겨내면 되는거죠. ”


“김종운!!!!”

 

 

 


“내가 보기엔- 저 둘이 떨어지는게 더 힘들 것 같은데.”

 

 

 


종운이형의 말에 뒤이어서 희철이형이 머리를 긁적이며 우리를 가리킨다.

 

 

 

 


“박정수- 너무 까칠하게 굴지 말라구~ 친동생같은 애들한테 그러면 좋니? ”


“김희철, 난 그렇게 말한게...”


“남자라서 사랑 못 하는게 어딨어- 같은 멤버라서 사랑 못 하는게 또 어디있구. 그냥 놔둬.”


“야. 김희철. 너!!!”


“아, 피곤해. 나 들어가서 잘래!!!!”

 

 

 


뭐라 반박하려는 정수형을 피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리는 희철이형.

방으로 들어가면서 우리를 보며 찡긋- 해 보이는 희철이형이다.

 

 


고마워, 형....

 

 

 


“.................”

 

 

 

 

 


아무 말도 않고 몸을 부르르 떨다가 방 안으로 걸어들어가 문을 잠그고 들어서는 정수형....

 

정수형이 들어가고 난 뒤... 영운이형이 우리에게로 걸어와 어깨를 두드렸다.

 

 

 


“짜식... 해냈냐.”


“형...”


“나중에 밥 한번 쏴라. 내 덕분에 된거나 다름없잖냐.”


“에에?? 그런게 어디있어요~”


“크하하하.....”

 

 

 

 


그렇게 말하며 웃는 영운이형의 웃음이 슬퍼보인다...

 


정수형과 영운이형....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된건가....

 

 

 

 

 


“뭐야?? 다들???”

 

 

 

 

 


아까 나갔다가 지금 들어오는, 문을 열고 들어선 동해와 시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리들을 죽 훑어본다.

 

 

 

 

 

 

 

 

 

 

 

 

 

 

 

 

 

 

 

 

 

 

 

 

 

 


“난 인정 못 해. 어째서 니가 여기서 자야 하는거야?”


“쳇. 난 우리 착한 성민이형을 너같이 늑대같은 놈한테 못 맡긴다구.”


“말도 안돼!”

 

 

 

 


시원은 잠자리로 혁재와 성민의 방을 택했다.

두 침대 사이 방바닥에서 자겠다며 이 방을 선택한 시원과 혁재는 한참 싸우는 중이었고, 성민은 그런

둘을 보며 웃다가 한숨을 쉬며 불을 껐다.


불이 꺼져서도 한동안 둘의 말싸움은 계속 됐다가 혁재가 잠이 듬으로 인해 말싸움은 끝이 났다.

 

 


“후.. 정말...혁재도 참.....”

 


둘의 말싸움이 끝나자마자 성민은 키득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형.”


“응?”

 

 

 


아까와는 다르게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성민을 부르는 시원의 목소리..

 


“왜??”


“행복해요??”


“응???”


“혁재랑.... 행복하냐구요.”


“으하.... 그런걸 묻냐....”


“............”


“음... 응.... 나....정말 행복하다..시원아....”


“...........”


“정말...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으...혁재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걸....”


“................”


“그리구.... 멤버들도 우리 인정해줬잖아.. 물론... 정수형은 아니지만.... ”


“.......”


“곧.... 정수형도... 인정해주겠지.....? 그러면 좋겠다아...”


“...........”


“어....? 시원아.. 자??”

 

 

 

 

 


시원이 말이 없자 시원쪽을 바라보던 성민은 싱긋 웃어보인다.

 

 


“후...그래~ 너도 힘들테니까.. 내일부터 뛰려면 열심히 체력보충 해 둬야지- 잘 자~ 아리아리!”

 

 

 


성민과는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누운 시원은 굳은 표정으로 성민의 말을 듣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미안해요. 형.


내가 형의 그 행복...


빼앗아와야 할 것 같아요.

 

 

팬픽? 리얼! -# 26


팬픽? 리얼!

 

 

 

 

 

 

 

 

 

 

 

 

 

 

 

 

 

 

 

 

 


“야- 빨리 내려. 빨리 밥 먹으러 가야돼!!!”

 


매니져 형의 목소리에, 멤버들 모두 주섬주섬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니, 옆에서 아직도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는 성민이형이 보인다.

자꾸만 고개를 까딱까딱 하는 모습이 귀여워 풋- 웃고는 성민이형의 볼을 톡톡 건드렸다.

 


“형-”


“음.....”


“혀엉-”


“으음.....”


“다 왔어- 일어나야지~”


“아. 졸려어.....”


“푸.. 우리 애기. 얼른 일어나야지~”

 


형의 팔을 붙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웠고, 형은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뒤에서 이어지는 멤버들의 야유.

 


“야- 닭살도 좀 정도껏 떨어라. 엉?”


“아, 뭐하는 짓이여-.”

 


동희 형과 종운이형의 말에 난 그저 웃어보이고는 성민이형을 부축해서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서야 상황파악이 됐는지 눈을 비비고는 날 바라보며 씨익 웃는 성민이형.

나에게 있는 성민이형의 가방을 멘다.

 


“으아~ 성민이 배고파~”


“가자. 다른 멤버들 다 밥먹으러 간댔어.”


“와~~”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성민이형을 데리고 식당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뷔페식이라 각자 음식을 계산한 뒤에 모여서 먹기로 했다.

물론, 매니져형의 돈에서 나가는 거지만 말이다.

 

 


“어? 나 볶음밥 먹을래. 혁재 너는?”


“음... 나는......나도 볶음밥 먹지. 뭐.”


“헤헤.”

 


내 말에 아이처럼 기뻐하며 내 팔을 붙잡고 볶음밥이 나오는 곳으로 향하는 성민이형.

아, 진짜... 생방 전에 이렇게 풀어지면 안 되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성민이형을 보면서 긴장하는 마음이 눈 녹듯 녹아지고 있었으니까- 그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 혁재야- 형이 물 떠갈게에~”

 

 

 


그렇게 말 하고, 물 뜨는 곳으로 향하는 성민이형.

난 성민이형의 밥마저 내가 들고 와 내 맞은편 자리에 놓았다.

다른 멤버들은 이미 식사를 모두 하고 있는 상태여서 약간 늦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앉아도 되지?”


“....?”

 

 


옆을 올려다보니, 식판을 들고 미소짓고 있는 동해가 보였다.

난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를 빼주었고, 동해는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미소를 지으며.

 

 


“성민이형은?”


“아... 물가지러 갔어.”


“행복해보이는구나.”


“아, 어....그래...”


“푸훗- 왜 그래. 이혁재. 왜 그렇게 죄지은 사람처럼 그래. ”


“어? 아, 아니야...”


“친구하자며- 친구도 안 돼??”


“어? 아니. 그게...”

 

 


-우당탕-

 


갑작스레 들려오는 마찰소리.

 

 


“성민아!!!!”


“으아아아.....”

 

 


영운이형이 급하게 소리치며 일어섰고, 성민이형의 이름이 튀어나와 놀란 나는, 동해와 대화 중에 자리

에서 급하게 일어나 성민이형쪽을 바라보았다.

 

누구와 부딪혀서 넘어진게 틀림 없었................

 

 

 

 

 

 

 

 


근데....

 

 

 

 

 

 


“형. 괜찮아요?”


“어, 어? 아... 괜찮아. 시원아....”

 

 

 

 


왜... 최시원이...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잖아요. 조심해요. 형.”


“응.. 고마워~”

 

 

 

 

 

형의 허리를 감아 안고 있는거야.

 

 

 

 

“혁재야?? 왜그래??”


“어? 아, 아무것도.. 밥 먹자.”

 

 

 

 

 


그저 형이 넘어질까봐, 동료가 넘어질까봐 순간적으로 잡은 걸텐데..

 


뭐지?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거야.

 

 

 


성민이형은 내 앞으로 웃으면서 달려왔고, 내 앞에 앉으려는 찰나, 동해를 보며 멈칫했다.

하지만 동해가 형을 보며 웃어보이자 그제야 성민이형도 같이 웃어보이며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성민이형 옆자리에 따라 앉는 최시원.

 

 


“야- 형도 볶음밥 시켰어요? 저도 그거 시켰는데.. 볶음밥이 맛있죠???”


“어? 정말? 그러엄~ 헤헤헷...”


“어? 형. 여기 뭐 묻었어요-”


“응? 어디??”

 

 


얼굴을 만지작거리는 성민이형.

 

 


“아뇨, 거기 말고....”

 

 

 

 


한 손가락으로 성민이형의 볼에 붙은 밥풀데기를 뗀다며 볼을 지긋이 눌렀다가 떼는 최시원.

 

지금 누구 얼굴을 만지는거야!!!!

 

 

 

 


“아아....”


“언제 먹으려고 붙여놨어요?”


“헤헤... 고마워~”


“먹어요~ 어서. 늦어요~”

 

 


아니아니아니!!!!! 저, 저, 저, 저 최시원!!!!!!!

 

 


“응? 혁재야. 너도 빨리 먹어. 늦어.”


“어.”

 

 

 


아... 성민이형에게도 그냥 내뱉어버렸다.

내 굳은 표정을 보고 약간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즐겁게 식사를 시작하는 성민이형.

 

이성민, 이 눈치없는!!!!!!!

 

 

 

 


어쨌든, 그렇게 식사시간은 지나갔다.

거북한 속으로 식사를 하고 나니 속이 상당히, 심하게 좋지 않았다.

더욱이... 버스에 올라타서도 건너편 옆자리에 앉아서 성민이형에게 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최시원.

 

 


“혁재야-”


“........?”


“나 CDP좀 줄래?”


“아... 어...”

 

 


갑작스레 뒤를 돌아보며 말하는 동해 때문에 잠시 당황했다가 난 내 가방에 있던 CDP를 꺼내서 동해에

게 건네주었다. 동해는 CDP를 건네받자마자 다시 웃어보였고, 앞으로 몸을 돌려 앉았다. 동해에게 CDP

를 주고 난 뒤, 옆쪽을 바라보았다.

 

나에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최시원과 웃고 떠들고 있는 이성민.

 

 


“형. 안 자?”


“응? 아... 자둬야 되는데... 헤헤.... 시원아- 형 이제 그만 잘게. 나중에 마저 얘기해줘.”


“.............”

 

 


난 고개를 돌려 창문에 내 머리를 기대었다.

차가운 창문에 머리를 대고 있어야 그저 이성적으로만 저 둘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진짜 유치하게- 이혁재. 왜 그래.

 

 


“????”

 

 

 


갑작스레 누가 나를 끌어당기길래 봤더니 성민이형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자신의 무릎쪽을 탁탁 치는 성민이형.

 

 

 

 


“왜 안 누워???”


“.............”


“응?? 나랑 눈도 별로 안 마주치고...혁재야.”


“됐어. 그냥 잘게.”


“..............”

 

 

 


창문에 머리를 기대어 잠을 청했다. 지금 성민이형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은 가지만, 보지 않기로 했다.

 


잠시, 유치해지려는 내 마음을 다잡아야 했으므로.

 

 

 

 

 

 

 

 


언제나 생방 무대는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흥분하게 만든다.

우리를 보며 함성을 질러주는 팬 분들. 풍선을 들고 우리를 바라보며 소리지르는 팬들을 바라볼때면 내

몸이 부서져도 좋겠다는, 무대 위에서라면 그 팬들을 위해서라면 내 몸이 부서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안 좋았던 기분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면서 모두 다 날아가버렸다.

 

 


“하......”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털썩 주저앉아서 물을 들이켰다. 멤버들 모두가 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어

느 한 사람도 불평하지 않았다.


모두 나와 같은 마음 일 것이다. 이런 것에서 행복을 찾는-

 

 


“후.. 이 땀 좀 봐.. .”

 

 


어느새 내 옆에 앉아서 휴지로 내 얼굴에 땀을 닦아주고 있는 성민이형. 자기 얼굴에도 비 오듯 땀이 흐

르면서 자기 얼굴은 닦지도 않고 내 얼굴부터 닦아주고 있다. 걱정스레 날 보면서 내 얼굴을 닦아주는

성민이형의 손을 잡았다. 놀란 듯 나를 보는 형.

 


난 형 손에서 휴지를 빼앗아 다시 형의 얼굴을 닦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그제서야 헤- 웃는 성민이형.

 

 


“좋다....”


“형부터 챙겨. 남부터 챙기지 말고... 알았지?”


“헤헷.....”

 

 

 


다 닦고 나니, 성민이형이 자신의 무릎을 톡톡 친다.

 

 


“?????”


“여기 누워서 눈 좀 붙이라구우- 어차피 MC까지 끝나려면 한참 멀었으니까...”


“하...”

 

 


결국, 형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성민이형의 손길이 자장가처럼 느껴져 그냥 눈을 감았다.

 

 

 

 

 

 

 

 


얼마쯤 잤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떴을 땐, 내 옆에 앉아 있어야 할, 성민이형은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두리번 거려도 다른 멤버들 역시 자고 있거나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성민은 보이지 않았다.

 

 

 


“성민이형 찾아?”


“어? 동해야...”


“형, 아까 시원이랑 매점간다고 그러던데.”


“뭐?”


“너 일어나면 배고플거라고 그러면서 가던데???”


“아.......”


“근데... 간지 꽤 됐는데 안 오네... 뭔 일있나....”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간지 꽤 오래 되었다는 말이 나를 일어서게 만들었다.

 

혹시, 팬들한테 둘러싸여서 못 오는 걸지도 모른다. 아님, 정말 어떤 일이.....?

 

 


이상하게 자꾸만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댄다.

 

 

 


“옆 마트로 갔어-”

 

 

 

 

 

 

 


동해의 말에 매니져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후.. 너무 많이 샀다...헤헤...”


“..............”

 

 


엘리베이터 앞에 선 시원과 성민. 성민은 들고 있는 먹거리를 보더니 어색하게 웃어보였고, 시원 역시

그런 성민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요. 혁재 배터지겠네...”


“치... 다른 사람들도 먹으면 돼지 뭐... 근데... 왜 그렇게 마트를 여러번 돌았어??”


“네? 아... 그냥요. 빠뜨린거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래도 1시간은 된 것 같다. ”


“빠뜨리고 가는 것 보단 낫죠.”


“그런가...? 헤헤... 아.. 혁재 좋아하겠다. 배고플텐데...”

 

 

 

 

 


-삐삐삑-

 

 

 

 


갑작스레 울리는 시원의 문자. 동해에게 온 문자 메시지.....

 

 

 


-우리 지금 엘리베이터 앞이야.-

 

 

 


“쿡... 그래...”


“응??”


“아니에요. 아.. 왔다. 타요. 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시원과 성민. 짐을 내려놓고 성민은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두드렸고, 시원은 그런

성민을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하.... 아, 너무 힘들다..”


“그래도 혁재꺼 사니까 좋지 않아요?”


“응!! 맞아. ”


“근데요. 형.”


“응???”

 

 


갑작스레 목소리를 낮춰 말하는 시원 때문에 성민은 옆쪽으로 돌아본다.


시원은 표정을 굳힌 채, 성민을 바라본다.

 

 

 

 


“난 하나도 안 좋아요.”


“응????”


“나.... 하나도 안 좋다구요.”


“응?? 뭔 소리야....?”


“형이, 혁재 그렇게 챙기는거- 하나도 안 좋다구요.”


“...........뭐???”


“나... 거짓말했어요. 형.”


“응???”


“나... 형하고 혁재... 축복 못 해줘요.”

 

 

 

 


시원의 마지막 말에 성민의 눈동자가 커졌다.

 

 

 

 


-땡-

 

 

 


1층에 도달했는지 스르륵 열리기 시작하는 엘리베이터 문.

 

 

 

 


“무슨..................!!!!!!!!!!!!!!!!!!!!!!!!!!”

 

 

 

 

 


순식간에 성민의 입술을 덮쳐버린 시원.

 

그대로 엘리베이터 벽에 밀린 채, 시원의 품 안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시원에게 입술을 빼앗겨 버린 성민.....

 

 

시원의 가슴께를 쳐 보지만,


시원은 그마저 용납하지 않고 성민의 손을 붙잡고 더욱 깊숙하게 성민의 입 속 구석구석을 훑는다.

 

 

 


"읍!! !!! 으으!!!!!"

 

 

시원의 품 안에서 발버둥치던 성민의 시야에 들어온 건...

 

 

 


“시원아..... 성민이형.....?”

 

 

 


놀란 목소리로 둘을 바라보는 동해와....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는 혁재의 모습.........

 

 

 

 

 

 

 

 

 

 

 

팬픽? 리얼! -# 27

 


 팬픽? 리얼!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이 장면...도대체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는것일까.


동해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 둘과 나를 번갈아보고 있었다.

우리가 있는 걸 알지 못 하는지 좀처럼 성민이형을 놔 줄 생각을 않는 최시원.

 


갑갑한 표정의 성민이형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제길.

 

 

 

 


여러 가지 생각할 것도 없이 그대로 최시원의 어깨를 잡아 돌려 세웠다.

 

 


“.........?”


“이 자식!!!!!”

 


-퍽-

 

 

 


내 주먹에 맞아 엘리베이터 반대쪽으로 밀려난 최시원.

최시원이 밀려나자마자 숨을 푹 내쉬며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는 성민이형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 성민이형. 눈물을 흘리고 있는게 분명하다.

 


그 생각까지 이르니 최시원을 더 그냥 놔둘 수가 없다.

 

 

 

 

 


“나와! 이 자식아!!!!”

 

 

 


최시원의 멱살을 잡고 밖으로 잡아 끌었다. 다행히 구석진 곳 엘리베이터를 찾아서 타려고 기다리던 중

이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는 있었다. 의외로 순순히 나에게 끌려나오는 최시원. 난 다시금 최

시원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퍽-

 


“으으.....”


“일어나. 이 자식아- 넌 더 맞아야 돼!”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이성민을.....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시원 니가!!! 다 알고 있으면서!!!!!!

 

 

 

“크....”


“야 이 개자식아- 너 뭐야-”


“하.. 나? 최시원.”


“이 자식이!!!”

 

 


멱살을 좀 더 세게 잡았고, 최시원은 멱살이 잡힌 채로 나를 바라보며 픽 웃었다.

한 손으로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공평하지 않잖아. 이혁재- 나 없는 사이에 둘만 좋으면 끝난거냐?”


“뭐라고?”


“나도 성민이형에게 인식시켜줬을 뿐이야- 최시원도 있다고.”


“이 빌어먹을 놈아!!!!”

 

 


-퍽-

 

 

 


다시 저만치 나가떨어지는 최시원. 자꾸만 내 머릿속에 성민이형과 최시원이 키스하는 모습이 오버랩되

어서 보여졌고, 난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최시원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난 단지 기회가 균등해야 한다고 말한 것 뿐이야!”


“뭐라고?”


“쿡.. 페어플레이 하자는건데- 그게 그렇게 아니꼽나?”


“이 개자식아- 나랑 성민이형- 어떤 사이인지 잘 알잖아!”


“아니- 난 인정못해. 이혁재. 너네 둘이서 있었던 일들- 하나도 인정 못 해.”


“뭐!?”

 


-퍽-


-퍽-

 

 

 

 

 


“혁재야!!!!!”

 

 

 

 

 


내가 최시원의 얼굴을 다시 쳤을 때, 최시원 역시 내 얼굴을 마주쳤고, 최시원보다 키가 작은 나는 약간

더 멀리 나가 쓰러졌다. 내 옆으로 달려온 건, 성민이형이 아닌 동해. 성민이형은 주저앉은 채로, 나를 바

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고 있었다.

 

 


“괜찮아???”


“놔.. 이거..”


“야.. 얼굴에 상처났잖아- 그만 싸워!!!”


“이거 놔!!! 저 개자식은 더 맞아야 돼!!!!”

 

 

 

 


“너네들 이게 뭐하는짓이야!!!!!!”

 

 


갑자기 들려오는 매니져 형의 목소리. 옆엔 정수형과 영운이형이 같이 서 있었다.

동해는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고, 매니져 형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우리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매니져형.


내 얼굴과 최시원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보더니 기가 막힌 듯- 한숨을 내 쉰다.

 

 


“너네 얼굴이 이게 뭐냐고.”


“...........”


“너네... 싸운거냐?”


“............”


“이 자식들이- 싸우기나 하고 말이야!!!!!”

 

 

 


난 형에게 혼나면서도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최시원을 쳐다보았다.


날 비웃는 듯한 그 웃음. 다시 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이성민! 너 뭐해! 시원이 안 일으켜 세우고!!!!!”


“에?? 아.....”


“시원이 피 많이 나잖아!!! 어서 일으켜세워!!!”


“......................”

 

 

 


매니져 형은 중간에 서서 입을 막고 울고 있던 성민이형에게 최시원을 가리키며 말했고, 성민이형은 눈

을 비비면서 최시원에게 다가가 최시원을 일으켰다.


하... 기가 막혀. 정말.


난 다시금 보고 말았다.


성민이형이 자신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워줄 때 그 승리의 비웃음을-

 


이성민- 당장 그 손 안 놔?

 

 


하지만 성민이형은 최시원이 완전히 일어날 때까지 최시원의 팔을 붙잡고 있었고,

내 마음은 다시금 엇나가고 있었다.

 

 

 

 


“어어? 야!! 이혁재!!!!”


“혁재야!!!!!”

 

 

 

 


제길- 막 나가라 그래.

 


날 부르는 매니져 형과 동해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그대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다시금, 날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을 성민이형이 떠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버렸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자꾸만 머릿속에 영상으로 떠오르는 최시원과 이성민의 키스장면을 지우려 무작정 뛰어야만 했다.

 

 

 

 

 

 

 

 

 

 

 


“봐봐 어디- ”

 

 


먼저 버스에 올라타 있던 나는 내 옆자리로 동해가 올라타면서 약을 들고 온 걸 보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내 얼굴을 잡아서 자신쪽으로 돌리는 동해.

 


“빨리 치료 안 하면 흉터 남아- 아까 시원이는 성민이형이 약 발라줬지만, 넌 안 발랐잖아.

자- 빨리 발라.”

 

 

 


뭐? 약까지 발라줘?

 

 

 


동해의 말에,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동해는 끈질기게 내 옆에 붙어 앉아서 약 바르라고 졸라대고 있었다.

동해 너머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멤버들..

 

 

 


“이동해- 안 나와?”

 


영운이형의 목소리.

 


“내가 혁재 약 발라주고 있잖아~ 좀만 기다려!”


“아, 아니에요. 아니야 동해야..... 제가 여기 앉아서 갈게요....”

 

 


뒤이어 들리는 성민이형의 힘없는 목소리...

 


난 그런 형을 볼 자신이 없어서 눈을 감고 그저 동해가 하는대로 내맡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올라타는 최시원과 눈이 마주쳤지만 난 먼저 눈길을 피해버렸다.

최시원만 보면 자꾸만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라버려서-

 

 

 

제발 나한테 와서 내가 지금 오해하고 있다고 말하란 말이야-


이성민- 내 옆에 와서 말하라고- 다 오해라고 말하라구!

 

 

 

 

 

 

 

 

 

 

 

 

 


“야. 이혁재. 괜찮냐??”

 


영운이형의 목소리에 난 그저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들려오는 영운이형의 한숨소리.

내가 덮어쓰고 있는 이불을 확 끌어내리는 형이었고, 나는 베고 있던 베게로 내 얼굴을 가렸다.

 

 


“이 놈아- 최시원하고 왜 싸운거야.”


“............”


“성민이 엄청 울었다. 너 가고.”


“............”


“성민이가 너 따라가려다가 매니져 형한테 혼났어. 형이 애들 안 말리고 뭐하고 있냐고.”


“..........”


“왜 이렇게 안 오나 해서 가봤더니 쌈박질이나 하고 있고......”


“..........”


“야- 너 정말 말 안 할거야?”

 

 


영운이형이 내 다리를 흔들었지만 나는 더 옆쪽으로 돌아누웠다. 아무하고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내 머리를 차갑게 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지금 내 머릿속은 최시원하고 이성민이 키스하는 그

장면 때문에 폭팔해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시원인 저쪽 숙소가서 잔다고 그랬어.”


“............”


“내일 둘이 화해해라.”


“......................”


“그나저나 성민인 왜 저러지???”


“.........”


“화장실 들어가서 몇시간째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희철이형이 씻어야 된다고 나오라고- 나오라고 소

리지르고 있는데도 안 나오고 있어.”


“...............”


“에휴.. 모르겠다.... 아, 그리고.. 정수형...”


“.........”


“너네가 이해해라. 형이 괜히 그러는게 아니야..... 나중엔 꼭 이해하겠지.”


“...........”


“푹 자라. 그래야 상처도 덧나지 않지. 약은 제대로 발랐지???”

 

 

 

 


영운이형의 말에 난 끝까지 침묵으로만 일관했고, 결국 영운이형은 한숨을 내쉬고 방을 빠져나갔다. 형

이 빠져나간 것을 느끼고, 난 베게를 얼굴에서 내렸다. 텅 비어있는 방.

 

성민이형이 들어오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걸까...


위로를 해 줘야 할까. 아님 따져야 할까.

 

 

따져? 내가 어떻게?? 성민이형도 그냥 당한걸텐데-

 


아, 근데 왜 이렇게 화가 나지???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성민이형은 오랜 시간동안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도대체 화장실에서 뭘 하고 있길래-

 

 

 


성민이형을 기다리다가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약간씩 따끔거리는 느낌에 살짝 눈을 떠 보니, 성민이 형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그리곤 얼굴에 약을 발라주고 있는 성민이형.


울고 있는지, 달빛에 성민이형의 얼굴이 반짝 거린다.

흐느끼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약을 발라주다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끅끅대는 성민이형.

 


“하... 이성민...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 듯, 조용히 중얼거리는 성민이형- 아직 내가 잠이 들어있는 줄 아는지 손 놀림

이 아주 조심스럽다. 입가에 약을 발라주는 성민이형의 손이 살짝 떨리는게 느껴진다. 다시 울음을 터뜨

리는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한 손으로 입을 막은 뒤, 입술에 약을 발라주는 성민이형.

 

 


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한 손을 들어 성민이형의 손목을 잡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개진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그런 성민이형의 눈물 범벅인 얼굴을 보자마자 난 아무 말 없이 형을 내 품 안에 안았다.

 


-탁-

 


약상자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내 품에 가만히 안겨오는 성민이형.

오늘 하루종일 얼마나 형을 안고 싶었는지 모른다- 최시원 때문에 비틀어져 버린 하루였지만-

 

 


“...........혁...재야.....”


“.............”


“미안해........”


“..............”

 

 


가만히 형의 얼굴을 잡아 형의 눈과 내 눈을 맞췄다.

내 눈을 보자마자 다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성민이형.

난 두 손으로 다시 형의 얼굴을 들어 내 눈을 바라보게 했다.

난 굳혔던 표정을 풀고 씨익 웃어보였다.

 

 


“형이 왜 미안해-”


“...흐윽.....”


“내가 더 미안해.”


“흑...”


“형, 그런 일 당하게 해서.”


“.........”


“놀랐지... 많이.....”


“....흑... 흐어엉엉-”

 

 


그제야 크게 울음을 터뜨리며 나를 꽉 끌어안는 성민이형.


난 아무 말 없이 형을 안아주었다. 형도 한동안 내 품에서 울음을 흘려보냈다.


형의 울음이 거의 그쳤을 때 쯤, 난 다시 형의 얼굴을 들어 내 눈을 바라보게 했다.

 

 

 

“어디 보자- 이성민- 오늘 하루종일 보고 싶었단 말이야.”


“........치....”


“최시원 때문에 오늘 이성민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 하고....어...?”

 

 

 


날 바라보는 성민이형의 얼굴을 보다가, 천천히 성민이형 입술에 내 손을 가져다 대었다.

보통때보다 더 부어올라 있는 성민이형의 입술. 난 황급히 방 불을 켰고, 방 불을 켜자마자 내 눈에는 시

퍼렇게 부어올라 있는 성민이형의 입술이 들어왔다.

 

 


“입술이 왜 그래-”


“응? 아... 이거....”


“..........?”


“.............”


“혹시..........”


“헤헤..... 자꾸 비비니까 이렇게 되더라.. 헤헤...”


“후........이 바보야....”

 

 

 

 


화장실에서 오래 있었던 이유가... 입술을 씻으려고 그랬단 말이야.....?

 

 


날 바라보며 웃는 성민이형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워져 난 다시금 형을 끌어안았다.

내 등을 살짝 때리는 성민이형.

 


“컥... 야.. 형 숨 막혀....”


“후...진짜..이쁜 짓만 골라서 한다. 이성민..”


“헤헤... 아!”

 

 


갑자기 떨어진 약상자에서 대일밴드를 꺼내드는 성민이형.

작은 밴드를 꺼내 내 볼과 내 입술께에 붙이고 난 뒤 V자를 그려보인다.

 

 


“아까 동해가 그냥 약만 바르고 말더라구... 근데 그러면 덧날 수도 있잖아. 그래서.... ”


“...........후...최시원도 이렇게 해줬어??”


“아, 아니야!!!!! 시원이는 약만 줬는걸!”

 

 


크게 손을 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성민이형. 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꺼낸다.

 

 

 


“아까....나.. 정말....니 옆으로 가고 싶었는데....”


“..........”


“동해가 가는 거 보니까.. 몸이 움직여지지 않더라... 분명히 내가 너한테 가야 하는데...시원이가 한거....

내가 원한게 아니라고 말하려고 움직이고 싶었는데.... 움직여지지가 않더라. 니가 날 바라보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말이야.”

“............”


“니가 나한테서 몸을 돌려서 나가는데.... 그게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더라......”


“............”


“버스에 올라타서도 동해가 니 옆에 있고, 니가 나 바라보지 않으니까... 무섭더라....”


“..........”


“널 바라보는게 무서웠어.....나 보고 외면해버릴까봐...”


“후...이성민.”

 

 

 

 


다시 눈물을 흘리는 성민이형의 얼굴을 붙잡고 마주 보았다.

 

 

 


“왜 그렇게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그래.”


“.........”


“말했잖아. 난 절대 형 안 놓칠거라고.”


“........”


“절대로 형을 외면하는 일은 없어. 절대로.”

 

 

 

 

 


나 스스로의 다짐이자 우리만의 약속-

 


깨어지지 않길 바라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을 내맡기고 있었다.


팬픽? 리얼! -# 28

 

 

 팬픽? 리얼!

 (WRITER + HYUKJAE)

 

 

 

 

 

성민은 알람시계가 따로 필요없다. 새벽 3시 4시에 자는것만 아니면, 항상 6시에 일어나는게 습관이 되

어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비교적 스케쥴이 일찍 끝났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므로, 원래

이때쯤이 되면 눈이 떠지는게 당연했다.

 


“후....”

 


자리에서 일어난 성민은 자신을 끌어안고 자는 혁재가 깨지 않도록, 팔을 살짝 치웠다.

혁재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리곤 벽에 걸린 거울로 걸어가는 성민.

 

 


“으아... 괴물이 따로 없네...”

 


어제 하도 울어서 눈이 팅팅 부은 성민은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픽 웃었다.

그리곤 같이 팅팅 부어오른 입술도 한 손으로 지긋이 눌렀다.

 

 


“으.... 정말.. 괴물이다... 오리도 아니고...이건... ”

 

 


순간적으로 성민의 얼굴이 굳어졌고,

성민은 갑자기 떠오른 어제의 기억 때문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후.. 어쩌지....”

 

 


솔직히 성민은 시원을 볼 자신이 없었다. 시원을 보면 자신은 어떤 말을 해야 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띵동-

 


갑작스레 벨이 울렸고, 멤버들이 깰까 두려웠던 성민은 빠르게 현관으로 달려갔다.

 

 


“누구세요...? 아침부터 누구지...?”

 

 


-끼이익-

 


“아.............”


“일찍 일어났네요. 형?”


“시원아...........”

 

 


굳어버린 성민과는 달리 너무나도 여유롭게 웃으며 성민을 바라보고 있는 시원.

 

 

 

 

 

 

 

 

 

 

 

 

 

 

 

 

 

 

 

 

 


“으........”


“혁재야. 일어나.”


“으음.......어...?”

 

 


평소때와 다름없이 내 옆자리에서 내 머리를 쓸어올려주며 나를 깨워주는 이가 성민이형일거라 믿어 허

리를 꽉 끌어안았다.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 항상 성민이형을 안을때마다 풍겨오는 아기같은 냄새가

아니다. 눈을 떠 고개를 올려 바라보니 날 보며 싱긋, 웃고 있는 동해의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헉...”


“뭘 그렇게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서는 날 보며 동해는 쯧- 이러면서 말을 꺼냈고, 난 몸을 일으켜 세운 뒤,

동해를 바라보았다.

 

 


“근데.... 성민이형은...?”


“글쎄.... 나 들어왔을 땐, 너 혼자 자고 있던걸.”


“.....어디 갔지.....”


“풋. 형이 애기냐? 그렇게 걱정할 정도로. ”


“응?? 아, 아니야...”


“혁재야. 우리 잠깐 바람쐬러 나갈까...?”


“응???”


“그냥... 우리 둘이 같이 걸어본지도 좀 됐고... 답답하기도 해서.”

 

 

 


그래서 다른 멤버들이 아닌 나를 깨운건가-

동해가 답답하다 함은, 필경 나에서 비롯되어서 그런 것임에 나는 군말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었

다. 잠바를 입고,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동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나에게 물어

온다.

 

 


“근데... 이거 뭐야..? 되게 이상하게 생겼다.”


“응?”

 

 


동해가 가리킨 곳엔, 나와 성민이형이 데이트 했을 때. 성민이형이 나에게 선물해준 옥서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서랍장 위에서 자리잡고 있는 선인장. 의아한 표정으로 옥서화를 바라보고 있는 동해에게 나는

별 생각 없이 말 했다.

 

 


“아.... 그거.. 성민이형이 선물해준거야. 처음엔 이상했는데.. 보면 볼 수록 예쁘더라.”


“그래...?”

 

 


손으로 톡톡 건드려보는 동해.

어쟀건, 머리가 제대로 손질이 되지 않아 짜증이 나서 난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고, 동해 역시 모자를

쓰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팬들을 피해서 빠르게 뛰어나왔고, 우리는 금방 옆쪽으로 돌아 공원으로 향했다.

 

 

 


“근데 나 성민이형한테 혼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너 이렇게 끌고 나와서.”


“푸... 성민이형 있었어도 나가라고 그랬을걸. 근데... 이 사람이 어딜 간거야.”

 

 


실은, 동해와 이렇게 걷고 있어도 성민이형의 행방에 대해 궁금한 내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별 다른 일은 없겠지- 하면서도, 항상 아침에 일어나면 날 가장 먼저 깨워주는 이는 성민이형이었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이 깨워주니 여간 어색한게 아니었다.

 


또 한편으론, 아침부터 도대체 무슨 급한 일이기에- 날 놔두고 어딜 간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쿡... 걱정되긴 걱정되나보네. 이혁재.”


“...............아니야. 근데 좀 춥다.”


“그러게....”


“이렇게 추운 날에 도대체 어딜 간거야. 쳇.”


“봐봐. 또 성민이형 걱정.”

 

 

 


동해가 살짝 나를 흘겨보았고,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사실, 동해 앞에서 이렇게 성민이형 얘기 하는 것도 상당히 미안한 일인데 말이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성민이형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동해와 함께 걷는 이 와중에도 이성민이- 아침부터 뭐가 그리 급하길래 집밖으로 나간건지.


궁금한 마음이 더 컸으니까.

 

 


“혁재야.”


“어?”


“행복하지?”


“어? 아......”


“요즘 너 보면....나도 행복하다.”

 

 

 


웃으면서 얘기를 꺼내는 동해.

 

 


“난 많이 아팠지만.. 니가 웃는 거 보니까...”


“........동해야....”


“난 괜찮아. 이혁재.”


“..........”


“이젠 옆에서 니 친구로 남으려고. 많이 힘들겠지만...”


“.............”


“성민이형하고 예쁘게 사랑해. 정말 축하해. 혁재야.”


“........고맙다. 이동해.”


“아.... 그렇다고 내 앞에서 너무 닭살 떨지 마라- 나 친구로서 너 질투할지도 몰라.”


“으하하핫.”


“아...좀 개운해지는 것 같다. 바람쐬니까.. 그렇지?”


“그래. 나도 그래.”

 

 

 

 


동해와 이렇게 편하게 웃으면서, 얘기해본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동해에게 미안하지만- 동해는 친구로서 절대 잃고 싶지 않은 아이이다.

나와 동갑으로 나와 많이 비슷한 아이. 그

런 동해를 잃는다는건 생각하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너와 다시 친해질 수 있어서 다행이야. 친구야.

 

 

 

 


“응??”

 

 


내 옆에서 걸어가던 동해가 갑자기 내 팔을 툭 쳤다. 난 동해를 쳐다보았고,

동해는 손가락으로 어느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성민이형이잖아. 아침부터 여기서 뭐하지?”


“어? 어디??”


“성민이형!!!!”

 

 

 


동해가 크게 성민이형을 소리질러 불렀지만, 형은 듣지 못 한 듯 어느 한곳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아침부터 여기서 뭐하고 있던거야.

 


동해가 불러도 못 알아듣기에, 성민이형을 부르려 소리를 지르려는데.....

 

 

 

 

 


“어...? 쟤 시원이 아니야??”

 

 

 

 


커피를 들고 뛰어와 성민이형 옆에 앉으며 커피를 건네는 .....

 

 

 


최시원.....

 

 

 

 

 

 

 


“어라? 시원이 저쪽 숙소갔댔는데... 아침부터 온 거야??”


“................”


“그럼...성민이형.... 시원이 만나러 나갔던거야...?”

 

 

 

 

 


하......


뭐야. 아침부터 그렇게 만사 제쳐두고 나갈 일이....


최시원 만날 일이었어...?

 

 

 

 

 

 

지금 둘이..........뭐하는거야.

 

 

 

 

 

 

 

 

 

 

 

 

 

 

 

 

 

 

 

 

 

 

 

 

 

 

 

“여기- 형.”


“아...고마워...”


“뭘.”

 


웃으면서 성민의 옆에 앉는 시원. 성민은 시원이 건네준 캔커피를 만지작만지작 거리고 있다.

사실, 아침에 시원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시원을 보면 피하고픈 마음이 컸는데, 막상 시원을

보니 몸이 얼어서 움직여지지 않았고.. 결국 시원이 할말이 있다기에 시원을 따라 나온 것이었다.

 

 


“항상 형 일찍 일어나서....일찍 간건데...”


“..........”


“형 일어나 있어서 다행이에요. 혁재 보는거 좀 뭐해서.... 나왔어요. 괜찮죠..?”


“.......어? 아.... 아.....응....”


“...............”

 

 

 

 


먼저 커피를 마시는 시원. 성민도 커피를 같이 마셨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시원.

 

 

 


“어제... 많이 놀랐죠.”


“...........”


“미안해요. 실은, 그렇게 하려고 한게 아닌데..”


“............”


“나....한국에 돌아오면...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 뭔줄 알아요?”


“................”


“형한테....좋아한다고 말하는 거였어요. 근데.. 들어오니까 이미 상황이 끝났네요.”


“...........”


“하하하.... 그래서.... 어제.. 자꾸 혁재 얘기하는 형 보니까.... 화가 났나봐요.

혁재는 내 친군데.... 그래서 접으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됐나봐요. 하하핫.”


“..........”

 

 


씁쓸하게 웃는 시원을 바라보는 성민. 시원은 그런 성민을 마주 보며 다시금,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에이.. 그렇게 보지 마요. 형. ”


“시원아. 난...”


“알아요- 형. 형 마음엔 혁재 밖에 없는거.”


“.............”


“어제 확실히 알았어요. 혁재 그렇게 가고서 안절부절 못 하는 형 모습 보면서.”


“......”


“뭐.. 억울하지만.. 어쩌겠어요-. 형이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데.”


“.......시원아.......미안해..... 흑.....”


“어어? 왜 울어요- 왜 형이 미안해요. 내가 미안하지... 참...”

 

 

 

 


성민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시원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이렇게 시원에게 고백을 듣고 있는 이 상황에도 지금쯤 일어나 자신을 찾고 있을 혁재 생각밖에 나지 않

음에 더욱 미안했다. 하지만 당혹스러웠떤 어제의 상황때문에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던 혁재의 모습도

같이 떠올라 성민의 눈에선 두줄기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나... 형 동생으로만 있을게요.”


“.........”


“동생으론데도, 형 모른체 하지 않을거죠?”


“...............”


“에이- 그럼 형 너무 잔인하잖아요~”

 

 

 


호탕하게 웃는 시원. 성민은 한 손으로 눈물을 닦고, 시원을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와- 고마워요. 형. 아.. 이제 혁재가 문제네.”


“.........”


“나 여기 상처난거 보이죠? 어제 형이 준 거 잘 발랐어요.”


“............어디 봐봐. 많이 다친거니?”


“아뇨, 별로요.. 그나저나 혁재가 좀 다쳤을 것 같은데...제가 이래뵈도 돌주먹이거든요. 하핫.”


“한번 봐봐.”

 

 

 


성민의 얼굴로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고, 유심히 상처를 살펴보는 성민. 시원은 그저 웃고 있을 뿐이다.

 

 

 


“아, 형. 숙소 들어가봐야죠. 제가 데려다줄게요.”


“응? 아니야아니야~ 너 스케쥴 있는데... 가 봐야지.”


“형 데려다줄만큼은 돼요~ 동생이 한다는데... 거절하지 않을거죠?”


“푸훗.... 그래...”

 

 


자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시원을 보며 따라 웃어주는 성민이었다.

 

 

 

 

 

 

 

 

 


팬픽? 리얼! -# 29

 


 팬픽? 리얼!

 

 

 

 

 

 

 

 

 

 

 


“........”


“둘이 왜 저기 있지?? 가보자~ 성민이형!! 시원아!!!!”

 

 


동해는 내 팔을 붙잡고, 성민이형과 최시원이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저 곳으로 지금 내 모습을 드러내기는 싫었다.

나 말고 남에게,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닌 최시원에게 저렇게 예쁘게 웃어주는 형의 모습을 견디기 힘

들었다.

 

 

 

응??

 


왜 갑자기 최시원의 얼굴을 만지는거야!!!!!

 

 

 


형은 우리를 발견하지 못 했는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최시원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주고 있었고,

최시원은 눈을 감은 채, 성민이형의 손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다.

 

 

 

 

속에서 무언가가 자꾸만 올라오려고 한다.

주먹에 저절로 힘이 주어졌고, 이마엔 힘줄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형을 걱정했던 내 마음에 너무 미안해지고, 울컥했다.

 

 

 

 

“..............이동해. 그냥 가자.”


“응응?? 왜~ 형 여기 있는데, 같이 가야지. 형!!!!”

 

 


동해가 조금 더 크게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우리 쪽을 바라보는 성민이형과 최시원.

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리 둘을 바라보았다.

난 동해에게 끌려가다 시피 해서 그 둘 앞으로 걸어갔다.

 

 


“둘이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아침부터 산책??”


“그냥.. 할 얘기가 있었어. 그렇죠? 성민이형?”

 

 


성민이형에게 웃으며 물어보는 최시원.

순간적으로 성민이형과 나의 눈이 마주쳤고, 난 그저 무표정하게 형을 응시했다.

 


“에에? 아침부터 여기까지 나와서 할 얘기가 뭐야~ 우리한테도 알려줘~”


“아, 몰라~ 비밀이야~ 비밀이에요 성민이형?”

 

 


“응?? 아, 어......”

 


말 뒤끝을 흐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성민이형. 최시원은 픽 웃으면서 동해에게 물어왔다.

 

 


“하. 근데 너네 둘은 뭐하러 나왔냐...?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응? 아... 혁재랑 좀 할 얘기가 있어서.....”

 

 


날 바라보며 말을 하는 동해. 난 그런 동해를 보며 어색하게 웃어주었고, 다시 성민이형만 바라보았다.

웃어 보이려고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는지 상당히 성민이형의 표정이 어색해 보인다.


왜 그렇게 어색해 해?

둘이... 정말 무슨 비밀얘기라도 한 거야?

 

 


“어이- 이혁재. 동해가 나오자고 그래서 늦잠꾸러기가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났어?”


“.............”


“어제는 내가 미안했다- 오버했어. 내가.”


“.............”


“사과하려고 부른.......”


“거기서 뭐해. 이리와.”

 

 

 


난 최시원이 하려는 말을 자르고, 최시원 옆자리에 서 있는 성민이형의 팔목을 붙잡아 내 옆에 세웠다.

힘없이 비틀대며 내 옆으로 옮겨 서는 성민이형. 웃긴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최시원.

 

 

 


“그래. 동해가 깨워서 일어났다.”


“쿡.. 그래..?”


“그런데- 일어나보니까 마누라가 없더라고. 그래서 마누라 찾으러 나왔다!”

 

 

 


그저 소리질러버렸다. 내 말을 듣고 픽 웃어버리는 최시원.

아, 정말 저 자식 웃는거, 진심으로 마음에 안 든다.

항상 사람을 비웃는듯한 저 웃음-

 

 


“가자- 동해야. 나랑 성민이형 먼저 갈게.”


“응? 아.. 응~ 난 시원이랑 얘기 좀 하다가 갈게.”

 

 

 

 


동해와 최시원을 그 자리에 놔두고, 난 고개를 푹 숙이고 나에게 손목을 잡혀 있는 성민이형을 이끌고

아파트로 걸어왔다. 아파트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팬들의 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서야 성민이형은 팬들

을 보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난 웃어줄 수가 없었다.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엘리베이터 안-

 

 

 


“저기.”


“.............”


“나.. 손목 좀 놔주라... 아파....”


“.........”

 

 


내가 손목을 놔주자, 다른 한 손으로 손목을 문지르는 성민이형.

워낙 세게 잡아서 아플만 한데도 올라가는 내내 불평불만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저기.... 화났어....?”


“...............”


“아니.... 시원이가.....”


“아침부터.”


“............”


“아니, 그 이른 새벽부터 만사 제쳐두고 집에서 뛰쳐나간 이유가 최시원 때문이었어?”


“아, 아니... 내 말 좀 들어봐. 혁재야.. 그건..”


“................”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난 성민이형쪽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빠르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문을

열고 숙소 안으로 들어섰다. 다들 일어났는지, TV소리가 들리고 밥을 먹는지 부엌에서 시끄럽게 수다떠

는 소리도 들려온다.

 

 


“어? 혁재 왔냐? 아침부터 왠일로 그렇게 일찍 일어났냐?”


“어? 동해랑 성민이랑 같이 나간거 아니었어?? 둘은???”

 

 

 


-쾅!!!!!-

 

 

 

희철이형과 영운이형이 나에게 물어왔지만, 난 그런 형들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곧장 내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윽고, 형들에게 인사하는 성민이형의 목소리가 들

려왔고, 난 이불을 더욱 푹 뒤집어 썼다.

 

 


뒤이어 문 열리는 소리..

 

 

 


-끼이익-

 

 


“..........후...... 화났구나. 혁재.”


“.................”


“혁재야-”

 

 


내 옆자리로 와서 앉는 성민이형의 체온이 느껴진다.

내 이불을 내리려는 성민이형.


하지만, 난 절대 이불을 내리지 않았고 뒤이어서 성민이형의 한숨이 이어졌다.

 

 

 


“후... 혁재야.”


“..........”


“형이 거기 나간건... 시원이가 어제 일 사과한다고 그래서..”


“.......”


“그래서 나간거야. 불편하게 있으면- 서로 안 좋잖아.. 그래서...”


“그래서!!!!!!!!”

 

 


참다 못 해 이불을 내리고 성민이형에게 소리치고 말았다.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난 머릿속에 자꾸만 최시원의 얼굴을 만져주는 성민이형의 모습이 떠올랐고,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래서!!! 사과만 해? 그 자식이?!?!”


“혁재야. 무슨..”


“왜!! 형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구구절절 읊어대지는 않구??”


“야!”


“좋았겠네! 아주!! 이성민!! 인기 많아서 좋겠어!!!!”


“뭐라고?”

 

 


기가 막힌 듯,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난 자꾸만 뭔가가 어긋나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 앞으로 걸어갔다.

 


“이혁재. 형은....”


“나!”


“..........”


“다 봤거든! 둘이 아침에 거기서 뭐하고 있었는지!!! 아주 다정하게 웃고 즐기던것도!!!!”


“야!!!!”


“그 이른 새벽부터, 사과한다고 불러내고.. 그래. 또 따라나가서 그렇게 웃고 즐기던데-!!

최시원이 사과만 했겠어?”


“....뭐...?”


“왜, 최시원이 뭘로 꼬셨어??? 어?? 아주 좋았겠어!!!!”


“야!!!”


“다른 사람이면 내가 말을 안해!! 최시원이야!! 형 좋다고, 사랑한다고 하는 최시원이라고!”


“그게 뭐 어때서!! 나한텐 동생일 뿐이야!”


“동생! 동생 좋아한다! ”


“이혁재!! 너!!!”

 

 

 


몸을 부르르 떠는 성민이형. 난, 답답한 마음에 내가 입고 있던 외투를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그래서...”


“........”


“넌, 내가 널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하고는 말도 하지 않길 바라는거니?”


“그 말이 아니잖아!”


“그 말이 아니면 뭐야 지금!!! 시원이는 어제 미안하다고!!! 형, 동생으로서 계속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

다고!!! 그 말 하려고 나 불렀는데!! 뭐가 어떻다는거야!!!”


“하, 그러세요?”

 

 


난 성민이형을 쏘아보다가 옷장에서 셔츠를 꺼냈다. 뒤이어서 일어서면서 소리치는 성민이형.

 


“그런 너는!!!”


“...........?”


“너는 동해랑 계속 같이 다니잖아!!!!!! 니가 나랑 다를게 뭐야!”


“하, 장난쳐? 지금?”


“뭐라고...?”


“이동해는 친구야. 형도 들었잖아. 우리둘이 축하해준다고 하는 말- 하지만, 최시원은 어땠어?

우리 인정 조차 못 한다고 했잖아!”


“하.... 이혁재. 너 정말...꽉 막혔구나.”


“그래! 이성민 때문에 꽉꽉 막혀서 미칠 지경이다!! 지금!!!”


“야!”


“그렇게 최시원하고 웃고 떠들면서 내 생각 조금이라도 하긴 했니??”


“뭐?”


“너 사라져서!! 너 때문에, 니 생각 때문에 마음 졸였는데!!! 그런데 최시원하고 웃으면서 앉아있는 너 보

면서 내가 어땠을 것 같아!!!”


“이혁재! 억지 좀 그만 부려!!”


“미칠 것 같다고!!! 너때문에!!!! 차라리 너한테 말하지 말고 나 혼자 너 좋아하기만 할걸 하는 생각도 들

어!!! 후회한다고 정말!!!!”

 

 

 


아, 실수해버렸다.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달려 있다.

 

 

 

“하..... 후회해...? 이혁재..”


“.......”


“나랑...사랑하는걸.. 후회하고 있었어??”


“.............”

 

 

 


홧김에 쏟아져 나온 말에- 난 내 얼굴을 쓸어내렷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의 얼굴.


더 이상 성민이형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방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내게 소리치는 성민이형.

 

 


“거기서!!! 이혁재!!!”


“.................”


“그 말!!!진심이야!?!?!?!”


“...................”


“말해봐!!! 진심이냐고!!!!!!! ”


“........”


“어떻게 그런 말이 그렇게 쉽게 나와!!! 너!!!! ”


“................”


“그렇게 후회할꺼면서 왜 고백했어!!! 왜!!!!! 씨.. 사람 마음 있는 대로 흔들어 놓고!!!!”


“....................”

 

 

 


그 말에 성민이형을 돌아보았다.

이미 눈물 범벅이 되어서는 입술을 꽉 깨물고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난 한숨을 내쉬고, 방문을 나섰다.

 

 

 

 

 

 

 


-끼익-

 

 

 

 

 


“혁재야....?”

 

 

 


방문 앞에 서서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동해.

 


쇼파에 앉아서 날 바라보는 희철이형과 정수형, 그리고 영운이형......

 

 

 


“아씨....”

 

 

 


-쾅-

 

 

 

 


“아아아아아악!!!!!! 엉엉엉!!!! 이혁재 이 나쁜 놈아!!!!! 엉엉엉!!!!!”

 

 

 

 

 

 


성민이형의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대로 숙소를 빠져나와 버렸다.

 

 

 

 

 

 

 

 

 

 

 

팬픽? 리얼! -# 30

 

 

 팬픽? 리얼!

 

 

 

 

 

 

 

 

 

 

“혁재야!!! 이혁재!!!!”

 

 


급하게 뛰어내려오는 나를 붙잡는 동해.

난 동해의 팔마저 뿌리치고, 계단으로 빠르게 뛰어내려왔고, 동해는 멈추지 않고 나를 따라 뛰어내려왔

다. 1층까지 내려오고 나서야 나를 다시 잡는 동해.

 

 


“헉..헉... 야.. 이혁재...”


“.........왜 따라와.”


“야... 그렇게 나가버리면 어떡해... 헉...헉....”


“놔. 혼자 있고 싶어.”

 

 


다시 동해의 팔을 세게 뿌리쳤다. 동해는 돌아보지 않고, 그냥 무작정 아파트 현관을 빠져나왔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에게 수많은 팬들이 달라붙었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인채 빠르게 뛰어나올

뿐이었다. 지금 이 기분으로는 아무에게도 웃어줄 수가 없다.

 

 

 

“하아... 이혁재.. 너 왜 이래...”

 

 


점점 유치해져만 간다. 성민이형 마음이 최시원한테 가 있지 않다는 걸 아는데- 누구보다도 명백하게 아

는데.. 자꾸만 불안한 마음에, 유치하게 행동하게 된다.

 

왜지....? 아, 정말 머리 아프다...

 

 


나와 성민이형 둘이서 사랑하면 될 줄 알았다.

사랑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걸리적 거리는 게 왜 이렇게 많은거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난 농구코트장까지 와 있었고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다

니는 공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바로 옆에 있는 공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자꾸만 최시원과 이성민 생각이 난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리곤, 골대에 힘껏 공을 집어던졌다.

 

 


-탕-

 

 


링을 맞고 튕겨 나온 공.

 

 

 


난 또 다른 공을 집었고, 그대로 골 앞까지 달려갔다가, 점프를 해서 공을 던졌다.

 


-탕-

 


하지만, 이번에도 링을 맞고 튕겨 나온 공..

 

 

 

 

 


얼마나, 수도 없이 슛을 시도했는지 모른다.


지금 정신상태가 말이 아닌데 골이 들어가면 그게 더 제정신이 아닌거지-

 

 


“헉...헉... 제길...”

 

 

 

 


이 추운 날에, 비오듯 땀을 흘리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가 누워 버렸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도록 눈을 감아버렸다.

 

 

 

 

성민이형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닐까-


형 말대로 형은 내 소유물이 아닌데-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

 

 

 

 


최시원과 성민이형의 키스장면이 다시 내 머릿속에 떠올라버렸고, 그와 동시에 내 눈도 번쩍 뜨였다. 몸

을 일으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아-!!!!!! 이혁재!! 이 못난 놈아!!!!!”

 

 


그렇게 내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학하고 있을 때 쯤... 뒤쪽에서 누군가가 내 볼에 음료수를 대었다.

 

 


“..........?”


“힘들지? 이거 마시고 해.”


“너....어떻게..여길...”


“너 원래 골치 아프면 여기 와서 땀흘리다 가잖아.”

 

 


밝게 웃으며 내 옆자리에 앉아서 음료수를 건네는 동해.

난 얼떨결에 음료수를 받아들었고, 동해는 내 손에 음료수를 쥐어주고선 음료수를 따 주었다.

 

 


“벌써 한탕 뛰었네.. 같이 뛰고 싶었는데. 니가 아까 먼저 그렇게 가 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됐잖아.”


“.................”


“너.... 괜찮니....?”

 

 


조심스레 물어오는 동해에게 난 그저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입은 웃고 있지만, 다른 얼굴은 전혀 아닌- 그런 표정으로.

 

 


“후... 나도 잘 모르겠다.....”


“............”


“시원이는 그저 사과하려고 부른거라던데... 너무 그러지마. 혁재야. 성민이형도 힘들....”


“있잖아. 동해야.”


“응?”

 

 


날 바라보는 동해. 갑갑했다.


지금 내 속사정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이동해였다.

 

 


“나... 되게 많이 변했어.”


“뭐가...?”


“푸.... 세상에서 골치 아픈거 제일 싫어하고... 단순하게 풀리는거면 다 좋아하고..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랬던 이혁재가.”


“.........”


“세상에서 제일 골치아픈 사랑이라는 놈이랑 복잡한 연애질이랑- 이성민만 좋아한다...”


“............”


“그래서.....내가...나도 어색해.. 동해야..”


“뭐가....어색해...?”

 

 


동해의 물음에 난 조심스레 내 마음을 털어놨다.

 


“성민이형이 나 좋아하는거 아는데- 그건 틀림없는 사실인데... 이상하게 최시원이 성민이형 좋아한다

고 하니까... 둘이 같이 있는거보니까...막... 기분이 좋지 않아.”


“............”


“후... 웃기지... ”


“아니야.. 혁재야.”


“다 아는데- 성민이형이 최시원... 동생으로 아낀다는 거 잘 아는데- 자꾸..

마음이 삐뚤게 나간다... 나... ”


“..........”


“좋아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어. 근데.. 자꾸 막는게 많아지니까....”


“.........”


“너무 유치해진다. 나... 점점 유치해져가고 있어........아....”


“.................”


“천하의 이혁재가 질투를 하다니- 더군다나 이성민도 울리고... 으아...”

 

 

 

 

 


푸념섞인 넋두리를 늘어놓았고, 동해는 여전히 날 보면서 미소짓고 있었다.

 

 

 


"난 이해할 수 있어. 혁재야.“


“........응?”


“난 너 이해할 수 있다고.”


“...........?”


“사람을 좋아하면...충분히 유치해질 수 있어.”


“푸... 그런가..”


“아니, 오히려 더 할 수도 있지-”


“응???”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는 동해. 동해에게 털어놓고 나니, 한결 속이 시원해진 듯 싶었다.

 

 


“최시원- 너무 신경쓰지마. 혁재야.”


“.............”


“괜히 나대는걸거야. 신경꺼. 그나저나.... 가서 성민이형 달래줘야 하는거 아니야??”


“후.........”

 

 

 


동해가 일어서서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런 동해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래...


좀 너그러워지자. 이혁재..


이성민이 사랑하는 건 너고.


내가 사랑하는 건 이성민이잖아..

 

 

 


최시원은 성민이형 동생-

 

 

 

 

 

 

 

 


나랑 같은 멤버-

 

 

 

 

 

 

 

 

 

 

 

 

 

 

 

 

 

 

 

 

 

 

 


-달칵-

 

 


“나 왔.....”

 


-짝-

 

 


“!!!!!!!”


“정수형!!!!!”

 


숙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날 반긴 건, 정수형의 따귀세례.

내 볼이 한쪽으로 돌아갔고, 동해는 다급하게 정수형의 팔을 붙잡았다.

 


“놔!! 이거 안 놔!! 저 개새끼!!!!”


“형!! 진정 좀 해요!! 왜 그래요!!!!”


“놔!!!!”

 

 

 

 


동해가 막아도 막무가내로 발길질에 주먹질에- 나를 죽이려고 작정한 사람 같았다. 동해론 역부족이라

생각했는지 다급하게 뛰어온 희철이형과 영운이형이 정수형을 붙잡았다.

 


“박정수!! 너 왜 그래!!! 미쳤냐?”


“김희철!! 김영운!! 빨리 이거 놔!! 저 개새끼는 더 맞아야 된다니까!!!”

 

 


나로선, 형이 왜 저렇게 흥분하는지 알지 못 했기에 그저 멀뚱하니- 형을 쳐다보고만 있어야 했다.

 


“왜 그러는데요- 이유나 알고 맞아요.”


“야!!! 니가 지켜준다며!!!! 이미 깊어질대로 깊어져서 못 끝낸다며!”


“................!”


“뭐? 개뿔이 지켜주길 지켜줘? 그런 놈이 애 울리기나 하고 않아있냐?”


“............”


“애를 실신할 정도로 울리냐고!! 이 개새끼야!!!!! ”

 

 

 


흥분해 있는 정수형 옆에 서 있던 영운이형과 눈이 마주쳤고, 영운이형마저 날 보더니 내 시선을 회피하

며 고개를 돌렸다.

 

 

 

 


실신................?

 


아...............

 

 

 

 

 

 

 


“시원이가 와서 옮겼기에 다행이지!!!!! 애 그대로 방 안에 있었으면 어쩔뻔 했어!!”


“뭐라구요???”

 

 

 

 

 

최시원.................?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난 정수형을 밀치고 빠르게 내 방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침대에 누워 있

는 성민이형 옆에서 근심스런 표정으로 이불을 덮어주는 최시원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서서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는 최시원.

 

 

 

 

 

 

 


“..........나가.”


“니가 그런 말 할 자격 없다는거. 잘 알고 있겠지.”


“당장 나가라고.”


“너 때문에 울다 실신할뻔 했어. 그나마 정신 놓으려는거- 겨우 버텨냈다고.”


“나랑 성민이형 방에서 당장 나가!!!!”

 

 

 


너무나도 자신만만하게 나를 노려보는 최시원에게 다시금 화가 났다. 아니- 지금 최시원에게 이 말을 듣

고 있어야 한다는 자체가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내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났다.

 

 

 


“후.... 성민이형... 저 나가볼게요.”


“............”

 

 

 


-툭-


나가면서 내 어깨를 치고 나가는 최시원. 최시원쪽을 한번 노려 본 뒤에 문을 닫고는 성민이형 침대 곁

으로 다가갔다. 바로 옆에 섰는데도- 섣불리 형 옆에 앉을 수가 없었다.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팔목.. 아까 내가 잡은 팔목...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아.... 이혁재.


너 진짜 최악이다.

 

 


팔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이내 내려버리고 말았다.

잡을 수가 없었다.

 

 

 

 

 

 

“...형.....”


“...........혼자 있게....... 나가줘.....”

 

 

 

 

쇠 소리가 나는 성민이형의 목소리... 얼마나 울었을지- 얼마나 소리쳤을지- 짐작이 간다.

 

 

 

 

 

 

날 얼마나 원망했을지도-

 

 

 

 

 


“...............그래.......”


“..................”

 

 

 

 

 

그랬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방을 빠져나왔다.

 

 

 

 

 

 

 

 

 

 

 

 

 

 

 

 

 

 

 


팬픽? 리얼! -# 31

 

 


 팬픽? 리얼!

 

 

 

 

방문을 닫고 빠져나오니 거실에서 굳은 표정의 멤버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씩씩대며 나를 노려 보는 정수형과- 그 옆에서 날 바라보는 최시원-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는 영운이형과 동해, 희철이형.

모두들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아, 도대체 어디부터 풀어야 하는거야.

 

 

 


“저... 성민이형은 어때...? 많이 안 좋은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며 울먹이듯 이야기하는 동해.

난 그런 동해에게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해- 그 뒤로 일어나는 정수형의 차가운 한 마디.

 

 

 


“나더러 잘난척 하지 말라고 그랬지.”


“..............”


“...너나 잘난척 하지 마. 이혁재. 너네 둘이 정말 사랑한다면- 니가 이성민 정말 사랑하면...”


“.............”


“그렇게 울릴 수 없을거다. 절대로.”


“......................”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정수형. 크게 발자국 소리를 내며 방으로 들어갔다.

 


-쾅-

 


커다란 방문 소리와 함께...

 

 

 

 


희철이형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야. 이 놈아. 나랑 영운이가 겨우겨우 설득해서 정수도 너네 인정해주려고 했는데-”


“............”


“그렇게 성민이 울리냐? ”


“...........”


“아, 머리 아퍼. 난 잠이나 자련다.”


“............후.........”

 

 


장난스레, 짖궂게 말을 걸어오는 희철이형을 볼 면목도 없었다. 이리저리 시선을 회피하다가 아무 말 없

이 날 바라보고 있는 영운이형과도 눈이 마주쳤다.

 

형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 난 그저 미소만 지어보였다. 씁쓸하게-

 

 


“형. 전 그럼 가 볼게요. 내일 라디오 가는길에 저희쪽 와서 저 좀 데려가세요-”


“알았어~ 영준이형이 그쪽도 들리겠지. 뭐.”


“가볼게요.”

 

 


영운이형에게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최시원...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최시원과도 눈이 마주쳐 버렸다.

 

 

 

 

 


“잘 있어라.”


“.........”


“내일 보자구.”


“........”

 

 

 


무표정하게 날 바라보며 말 하는 최시원. 밖으로 걸어나가다가 영운이형을 돌아보며 소리친다.

 

 


“아, 형- 성민이형 일어나면 연락줘요- 걱정되니까.”

 

 

 

 


뭐? 걱정???


니가 뭔데!!!!

 

 

 

 

 

 

 

 

 

 

 

 

 

 

 

 

 

 

 


오늘은, 희철이형이 다른 스케쥴로 빠지고 내가 일일 DJ를 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긴장 되 죽을 것만 같았는데-

성민이형이 힘내라고 한 마디만 해 주면 다 괜찮을 것 같았는데...

 

성민이형은 어제 그렇게 침대에 누워 잠이 든 이후로,

오늘 아침까지 나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눈길조차도-

 

 


벤 안에서 항상 내 옆에 앉던 성민이형은 내 앞자리에 앉았고, 앉자마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잠을 청하

는 모습이었다.

 

 


내 잘못이야..

 

 

 


형에게 뭐라고 말을 걸고 싶은데- 미안하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은데.. 진심이 아니라고, 내 진심은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해주고 싶은데..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성민이형이 다시 나를 보지 않을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에, 형에게 다가가기 조차 어려웠다.

 

 

 


“으아~ 늦었죠!!!!”

 

 


문이 열리고, 동희형과.. 최시원이 올라탔다.

 

 

 


“!!!!!!!!!!”

 

 


“성민이형~ 괜찮아요?? 오늘 할 수 있겠어요????”

 

 


올라타자마자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성민이형 옆자리에 앉는 최시원.

성민이형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말을 붙인다.


모자를 살짝 올려 최시원을 확인하는 성민이형.

 

보나마나 웃고 있겠지. 젠장.

 

 

 


“응... 형 이제 괜찮아..”


“아.. 다행이다. 어제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시청 앞에서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형 생각밖에 안 했어요~”


“하하하...”

 

 

 


귀마개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난 내 옆에 앉아 있는 동해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을 불쑥 빼가지고는 내 귀에 꽂았다.

짜증나는 듯이 나를 노려보는 동해. 내 옆구리를 쿡 찌른다.

 


“아!”


“야! 내가 듣고 있던거잖아!”


“아, 좀 듣는다고!”


“뭐냐거- 내가 먼저 듣고 있었는데, 뭐하는거냐거-”


“몰라몰라!”

 

 


동해가 찌르든 말든, 난 창문에 내 머리를 기대어 눈을 감았다.

 

눈을 감기 전, 살짝 뒤를 돌아보는 성민이형을 본 것도 같았지만, 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그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정말, 욱하는 마음에 방송에서 막 나가면 어쩌나 고민을 많이 했다.

상식 배달 코너 시작 전에도 충분히 심호흡을 하고 들어갔다.

온에어 표시가 들어오고, 상식배달 코너가 시작되었다.

 

 


“진행 처음이라 떨렸는데.. 시원씨랑 함께 하니까 하나도 안 떨리네요~.”


“아유.. 저도 처음이라 떨렸는데..또 우리 은혁씨랑 같이 이 자리에 서니까... 너~무 좋습니다.”

 

 


이 어색한 멘트.


나와 최시원은 그렇게 첫 말문을 열었고, 우리 둘은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운데 앉은 희본이 누나는 우리 둘을 어색하게 바라보다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멘트를 날렸다.

 


“아~ 제가 오늘은 행복합니다. 사실은!”

 

 


청취자들이 듣기에는 충분히 화목해보이는 이 상황.


어쨌건, 최시원은 중국에서 돌아와 처음으로 하는 라디오였으니까

좋게좋게 상황을 이끌어야 하는건 사실이었다.

 

 

 

 

“아~ 그렇군요. 어...시원씨 똑똑하세요. ...”


“별 말씀을.”


“이런것도 알고.”


“아유.. 아니에요.”

 

 


우리둘의 표정을 묘사하면...뭐랄까..


얼굴은 웃고 있는데, 이마에는 힘줄이 잔뜩 서 있는...

뒤에 칼날을 숨기고 있을것만 같은 표정들-


희본이 누나도 그걸 느꼈는지- 자꾸만 어색해지는 상황을 무마시키려 크게 웃으며 멘트를 날린다.

 

 


하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이상하게 느끼는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최시원의 저 웃음이 나를 비웃는것처럼만 느껴

진다. 내 위에서 나를 , 내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듯한 저 웃음이 나를 더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뭐해. 멘트 안 하고.”

 

 


희본이 누나가 작게 나에게 소곤거렸고, 나는 그제서야 대본을 보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내 모습을 보면서 또 한번 픽- 웃어버리는 최시원.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부스 밖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밖에서 웃어주는 성민이형.

 

 

 

 


정말 이런 상황...

 

 

 

 

 

 


싫다.

 

 

 

 

 

 

 

 

 

 

 

 

 

 


2부 퀴즈쇼를 진행하기 위해 멤버들이 모두 들어왔고, 영운이형이 성민이형을 내 옆자리로 밀었지만, 형

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희본이 누나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그러자 내 맞은편에 앉아 있던 최시원도

성민이형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 앉는다.

 

 


“형- 정말 괜찮아요? 오늘은 무리하지 말아요-”


“응.. 정말 괜찮대도.”

 

 


옆자리에 딱 달라붙어 앉아서 성민이형에게 이것저것 묻는 최시원.

애써 그쪽을 바라보지 않으려 했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신경질 적으로 대본을 넘기는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희본이 누나.

 

 


“야- 너 오늘 왜 그래??? 컨디션 안 좋아?”


“아, 아니에요. 후...”


“힘내고~ 떨리더라도~ 다 있는데 뭐가 어때~ 평소처럼 하면 돼! 빠샤!”

 

 


내 등을 두드려주는 희본이누나.

난 그런 누나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였고, 고개를 돌리다가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뭐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영운이형- 형은 턱짓으로 옆쪽을 가리켰다.

너무나도 다정하게 서로 같이 대본을 보고 있는 최시원과 성민이형.


입모양으로 뭐냐고- 화를 내는듯한 영운이형..

 

 


난 그런 영운이형마저 외면해버렸다.

 


지금 이상태에선...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혁재야- 불 들어왔다-”


“어? 어...”

 


동해가 나를 툭툭 쳤고, 나는 다시 대본에 쓰여진대로 내 멘트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자꾸만 옆쪽으로 가는 눈길을 다잡으면서.

 

 

 

 

 

 

 

 

 

 

 

 

 

 

 

 

 


“이혁재- 잠깐 나 좀 보자.”

 

 

 


벤에 올라타기 직전- 영운이형이 나를 불렀다. 난 형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기에-

거절하려 했지만, 형이 거의 끌다시피해서 나를 끌고 주차장 뒤편으로 데려갔다.

 

 

 


“왜요. 형.”


“너, 뭐야. 화해 아직도 안 했어?”


“.......”


“최시원이 이성민 좋아한다고 그랬다며- 저렇게 놔둘거야?”


“.............”

 

 


답답한 듯, 가슴을 두어번 치고 나를 바라보는 영운이형. 형에게 가장 미안했다.


우리를 위해서 가장 애쓴 사람이 영운이형이었는데-


그런 형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버리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둘이 어떡할건데.”


“............”


“자존심 세우지 말고- 니가 먼저 사과해. 그게 제일 빨라. 니가 잘못한거니까.”

 

 

 


또 욱하려다 말았다. 최시원하고 성민이형하고 아침부터 그러고 있었다고- 오해 안 하게 생겼냐고 소리

지르려다 말았다. 그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성민이형은 저 봐주지도 않아요. ”


“..........”


“제가... 몹쓸 말을 했거든요... ”


“후... 혁재야.”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꺼내는 영운이형.

 

 

 


“둘이말야.. 추억의 장소 같은데 있어...?”


“...........예?”


“둘만 아는 추억의 장소. 둘이 가장 행복했던 곳. 음.. 그러니까.... 둘이 가장 다시 가보고 싶은데.”


“......아....”

 

 

 


가장 다시 가보고 싶은데....?


아....... 그 곳!

 

 

 


“네... 있어요.”


“거기서 둘이 다시 만나자고 해. 너 안 봐주면- 편지나 문자로 보내도 괜찮잖아.”


“...그게....될까요....?”


“된다니까. 싸웠을 때는 둘만의 추억이 어려있는 곳에 가서 터놓고 이야기 하는게 최고야.

나랑 정수형.......”

 

 

 


한참 웃으며 이야기하다가 멈칫하는 영운이형. 난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헛기침을 두어번하는 영운이형.

 

 


“흠흠... 하여튼.. 그렇게 해봐. 혁재야. 성민이도.... 나올거야. 분명히.”


“...........”


“그리고.....”


“..........”


“정수형....너무 야속하게 생각하지 마라.”


“...........”


“.......형도.... 힘들어할거야. 너네 보면서.. 그 마음이 어디 가겠어.”


“알아요. 다... 영운이형...."

 

 

 


말 끝을 흐렸다. 형도 힘들잖아요- 라고 말할 뻔 했다.

 

 

 

 


“그리고.. 둘이 화해하면, 절대로 성민이 울리거나 그러지 마라. 알았지?”


“............”


“그 사람을 정말로 사랑하면 말이야..”

"........."

"그 사람을 울릴 수 없다. 그 사람이 우는 걸 보느니, 차라리 내가 울고 마는거야. 그게 사랑이야."

 

날 보며 싱긋, 웃어주는 영운이형.

 


이 말은... 아침에..정수형이....한..... 혹시....?

 

 


“.....혹시...그 말... 형이... 정수형한테......”


“푸하핫- 들어가자. 다들 기다리겠다.”

 

 

 

 

몸을 돌려 빠르게 벤으로 뛰어가는 영운이형.

 

 

 

 

 

 

 

 


형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가장 가고 싶은곳...

 


그래.. 그 곳에서...성민이형과 다시 만나자..


거기서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

팬픽? 리얼! -# 32

 

 


 팬픽? 리얼!

 (HYUKJAE + WRITER)

 

 

 


“후... 잘 하자. 이혁재. 잘 할 수 있어.”

 

 


거울을 보며 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제, 영운이형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지만, 오늘 아침 나를 또 다

시 외면해 버리고 내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으려는 성민이형을 보며 다짐했다.


내가 먼저 사과하기로. 다신 형에게 화내지 않겠다고.

내 진심이 아니었다고...

 

 

왠지, 형에게 처음으로 고백했던 날처럼 떨리는 것 같다. 아니, 그 날 보다 더 떨리는 것처럼만 느껴졌다.

 

 

 


-똑똑-

 

 


거울 앞에서 팬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모자를 꾹 눌러쓰고, 안경을 끼고, 목도리를 칭칭감고 외출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안을 들여다보는 동해. 날 보더니 고개

를 갸웃거리면서 들어온다.

 

 


“오늘 어디 가?”


“응? 아.. 오늘...”

 

 

 


아차차- 동해한테는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아니, 다른 모든 멤버들한테도 알려주기 싫었다.


나와 성민이형만- 둘만 공유하고 싶었다.

 

 

 

“동창들 만나러 가.”

 

 


그랬기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난다는 거짓말로 동해를 속였고,

동해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궁시렁 거렸다.

 

 


“쳇, 누구는 맨날 친구 만나러 가고, 뭐냐거 - 서러워서 살겠냐거- ”


“너도 내려가 그럼!!”


“말이 되는 소릴 하라거!”

 

 


동해와 티격태격하는 사이, 어느새 영운이형이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형 역시 다른때와는 다르게 옷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나와 웃고 떠들던 동해도 영운이형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형도 어디 나가?”


“어? 아.. 나도 친구 만나러 나가. 이렇게 스케쥴 빌때 만나야지. 언제 만나겠냐.”


“쳇. 다들 진짜 너무해. ”


“하하하- 동해야. 잠깐만. 나 혁재랑 할 얘기 있는데.”


“나 들으면 안 되는 얘기야?”


“하하하...”


“알았어~”

 

 

 

 


손을 흔들며 나가버리는 동해. 그런 동해의 뒷모습을 보다가 영운이형이 나에게 먼저 말문을 열었다.

 

 


“오늘 가려고?”


“아....”

 

 


다른 멤버들한텐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왠지 영운이형에게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랬기에 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영운이형은 씨익 웃으면서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임마- 잘 해봐라. 성민이 그 자식도 너랑 화해하고 싶을거야.

아까 보니까 축 쳐져서 집 안을 배회하고 다니던데- ”


“푸.. 저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형.”


“임마- 백발백중이라니깐! 그런데 가서 옛날 얘기도 좀 하고 하면서 그러면 금방 풀려~”

 

 


예의 그 사람 좋은 미소로 내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영운이형.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잘 알면서- 어째서 정수형과의 이별은 막을 도리가 없었던 것일까???

둘은 왜 이별을 하게 됐을까??


아니, 이별했어도 사랑하면서- 다시 만날 수는 없는걸까.

 

 


궁금한 마음에, 형이 대답해주지 않을거라는 걸 잘 알면서도 먼저 말을 꺼냈다.

 

 


“저기, 형.”


“왜?”


“있잖아요.. 정수형...”

 

 


웃고 있던 표정을 굳히는 영운이형. 형은 정수형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을 굳혀버린다.

그래도 난 꿋꿋하게 내 할 말을 했다.

 

 


“형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아요. 왜... 아직도 사랑하면서..”


“..........”


“서로 자꾸 멀어지려고만 해요??”


“......”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잖아요. 둘은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요.”


“아니-”

 

 

 


내 말을 끊고 단호하게 말하는 영운이형.

 

 

 


“우리는...절대 다시 못 할거야. ”


“.......왜요.....?”


“그건....”


“..............말 해 주기 어려우면 말 안 해 주셔도 돼요. 제가 괜한 걸 물었나봐요.”

 

 

 


영운이형의 얼굴에 곤란한 빛. 난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들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뒤이어 이어지는 영운이형의 대답.

 

 


“정수형이 리더인 이상- 우리는 멤버일 뿐이야.”


“예...?”


“아니야. 아무것도. 그나저나.. 어디로 가려고...?”

 

 


황급히 말을 돌리는 영운이형.

난 형의 말 뜻이 궁금했지만, 나에게 물어오는 형에게 그저 웃어보이기만 했다.

내 가슴께를 퍽 치는 영운이형.

 

 


“뭐야- 비밀이다 이거냐??”


“하하하... 죄송해요. 형.”


“그래... 성민이한텐 얘기했어??”


“아직요.. 이따가. 문자로 보내려구요..저 보지도 않는걸요..”


“후... 진짜... 잘 해라. 이 놈들아. 너네.. 정말...”


“하하..”

 

 


그저 어색하게 웃어줄 수 밖에.

 

 

 


-달칵-

 

 


“형- 영준이형도 지금 나가신다고, 나갈 거면 내려오라는데..”


“어? 정말? 아싸! 혁재야- 내가 이따가 전화할게!! 꼭 받고!! 성공해라!!! 나중에 보자.”

 

 


뛰어나가는 형에게 손을 흔들어보였고,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동해에게도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제발- 내 진심을 성민이형이 알아줬으면.

 

 

 

 

 

 


방문 밖으로 나오니, 쇼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다가 하품을 하는 성민이형이 눈에 들어왔다.

나와 눈이 마주쳐 버린 성민이형은, 황급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자신의 발 미에서 혀를 낼름

거리고 있는 바다를 안아 들었다.

 


당황하는게 눈에 뻔히 보여서 오히려 더 귀여웠다.


아니, 싸운 상태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안아주는 건데.

 

 


“어라? 이혁재. 너 어디 가냐?”


“친구 만나러 간대.”


“이동해. 니가 얘 대변인이냐?? ”

 

 


동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밀면서 말하는 희철이형. 동해가 또 희철이형에게 소리를 지르기 전에

내가 먼저 제지하고 인사했다.

 

 


“예~ 저 다녀올게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성민이형을 바라보면서 집 밖을 나섰고, 난 집 밖으로 나서자마자 핸드폰으로

성민이형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문자 왔어~-

 


방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선 동해.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성민의 침대 위 베게 맡에서 울려퍼지는 문자메시지 알림 소리에-

천천히 성민의 침대 옆으로 다가간다.

 

 

문자가 왔다고 밝게 표시가 되어 있는 성민의 핸드폰.


한참을 핸드폰만 바라보던 동해는 천천히 폴더를 연다.

 


화면 가득히 써 있는 혁재의 메시지.

 

 


-형. 아이스링크장 알지? 거기로 1시까지 와. 할 얘기가 있어. 올때까지 기다릴게.-

 

 

 


메뉴를 눌러, 삭제 버튼까지 내려간 동해의 손.. 약간의 떨림이 느껴진다.

다시 한참을 메시지만 바라보던 동해는 문득, 핸드폰 줄을 바라본다.


HJ 하트. 혁재랑 맞춘게 틀림 없다.


그리고, 뒤편에 붙어 있는 둘의 사진.....

 

 

 

그만, 눈을 꼭 감고 확인버튼을 눌러버린다.

 

 


-메시지가 삭제되었습니다.-

 

 

 


액정가득히 떠오르는 말.

동해는 한숨을 내쉬며, 복잡한 표정으로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핸드폰을 놓았다.

문을 열려다가 뒤를 돌아보는 동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밖으로 나간다.

밖에선 희철을 눕혀놓고, 성민이 안마를 해 주고 있는 터라 동해가 방에 들어갔다 나온 것은 아무도 보

지 못 했다.

 

 

 


빠르게 자기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통화버튼을 누르는 동해.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여보세요.-

 

 


들려오는 시원의 목소리.

 

 


“나야.”


-어.-


“성민이형 데리고.. 롯데월드 좀 놀러갔다 와.”


-어?? 거기?? 왜?-


“아무것도 묻지 말고. 가서.. 폐장시간까지 놀다오기만 해.”


-쿡. 알았어.-

 

 


-탁-

 

 


조용히 폴더를 닫고 방을 빠져나가 성민이 희철을 안마해 주는 쪽으로 가서 옆자리에 앉는 동해.

 


“정수형 닮아가? 왜 노친네 티내냐거-”

 

 


아무렇지도 않게, 희철의 머리를 만지며 불평하는 동해였다.

 

 

 

 

 

 

 

 

 

 

 

 

 

 

 

 

 

 

 

 

 

 

 

 

 

 


아이스링크장 가는길에, 꽃집에 들렀다.

화려하게, 예쁘게 피어있는 꽃들.

누구를 위해서 꽃을 사는 건 처음이라, 더욱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무언가를 해 준다는게 처음이라

떨리고, 쑥쓰러웠다. 머뭇거리는 나를 바라보더니 나에게 물어오는 아주머니.

 

 


“총각. 꽃 사려구?”


“예? 예...”


“그래. 누구 줄건가????”


“예? 아... 저..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래. 무슨 꽃을 사려구??”


“아.. 저기...”

 

 


아주머니가 나에게 그렇게 물어오자,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성민이형이 좋아하는 꽃도 모르면서 무작정 가게 안으로 들어온게 바보였다.


난 아주머니께 어색하게 웃으며 여쭤볼 수 밖에 없었다.

 

 

 


“저....”


“으응??”


“보통.. 연인들이 서로 선물하고 그럴때.. 많이 사가는 꽃이 뭐에요..?”


“응? 글쎄.. 장미를 많이 사가지. 색깔별로.”


“저.. 그럼... 제 진심을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을 때는..... 어떤 장미가 좋을까요...?”


“응? 아직 고백을 안 한 모양이구먼. 어디보자........”

 

 

 


고백을 안 하긴 했죠.


그때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고.


다시 고백할거에요.


사랑한다고.

 

 

 

 

 

 


안경을 끼시고 책을 뒤적뒤적 거리시던 아주머니..

 

 

 

 

 

 


난 괜히 머쓱해져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 꽃들. 꽃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준 꽃을 받고 기뻐할 성민이형의 얼굴이 떠올라 버렸다.

성민이형 얼굴을 떠올리자마자 어쩔 수 없이 내 얼굴에 감도는 미소.

 

 


“그래. 여기있구만.”


“네??”


“분홍 장미. 사랑의 맹세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 이걸로 살텐가???”


“아.. 그럼.. 예쁘게 만들어주세요.”


“나만 믿으라구~ 내가 이바닥에서만 몇 년인데~”


“아하하.”


“총각도 오늘 꼭 성공하길 빌어.”


“감사합니다.”

 

 


내 행운을 빌어주시는 아주머니. 나 역시, 나의 행운을 가만히 빌어본다.

 

 

 

 

 

 

 

 

 

 

 

 

 

 

 

 

팬픽? 리얼! -# 33 팬픽? 리얼!

 (WRITER)

 

 

 

 

 

“응? 갑자기 왠 롯데월드??”


“오랜만에 가고 싶어져서요. 아, 진짜.. 이렇게 왔는데 안 갈거에요?? 예??”


“형 오늘 좀... 쉬고 싶은데...생각할 것도 좀 있고.. 시원아.. 동해랑 가면 안될까..?”


“에에-! 형 정말 그러기에요. 형.. 설마.. 아직도 저 부담스러우신거에요..?”


“으응?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시원은 자꾸만 성민에게 롯데월드를 가자며 졸라대고 있었고, 혁재 때문에 신경이 곤두 서 있던 성민은

쉬고 싶었지만, 자꾸만 졸라대는 시원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계속해서 보다 못 한 희철이 한 마디 툭 던

진다.

 


“야야. 애가 가고 싶다는데 좀 다녀와줘라.”


“후... 오늘..정말 쉬고 싶은데...”


“꼭 너랑 가고 싶대잖냐. 흑. 심바 이 자식!! 나한텐 가자고 말도 안 붙이다니!!! 애정이 식은게냐!!”


“......”

 

 


“아하하. 에이~ 형도. 알잖아요. 전, 언제나 형 곁을 지키는 심바인걸요.”

 

 


밝게 웃는 시원을 보면서, 성민 역시 한숨을 내 쉬고는 웃으며 일어났다.

 

기분 전환도 할 겸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날 놔두고 친구 만나러 간 이혁재도 있는데 뭐-

 

 


방 안에 들어와서는 입을 삐죽이면서 옷을 꺼내는 성민.

문득, 서랍장 위에 올려진 선인장을 바라본다. 한 손으로 건드려보는 성민.

 


“너..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보여..”

 


성민의 말대로 줄기들이 힘이 없이 축 쳐져 있었다. 생긋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가는 성민.

 


“나랑 혁재가 싸우니까...너도 아프니?”

 


계속해서 살짝살짝 건드리는 성민.

 


“걱정하지마. 오늘... 혁재 돌아오면... 내가 먼저 사과하려구... 생각해보면...내가 잘못 한거니까....

치.. 그래도 혁재... 너무 했어. 후회한다는 말을 하다니..”

 

 


조심스레 쳐진 줄기를 올려보는 성민.

 

 


“헤헤... 진심 아닌거 아는데, 그래도 너무 화가 나는거 있지.. 그래서 오늘은 내가 먼저 말하려고.

항상, 혁재가 먼저 나 안아줬으니까...이번엔 내가 먼저 안아줘야지..”

 

 

 


-달칵-

 


“형!! 안 나와요??”


“어!! 나갈게. 나 나갔다올게~”

 

 

 


선인장에게 인사하고 방을 빠져나가는 성민이었다.

 

 

 

 

 

 

 

 

 

 

 

 

 

 

 

 

 

 


“근데요. 형.”


“응???”

 


모자를 쓰고, 최대한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최소한의 얼굴 노출만 한 시원과 성민.

시원은 성민만 들리도록 조용히 속삭인다.

 

 


“혁재- 어디 갔어요?”


“어? 아.. 친구...만나러 간다고 그러던데....”


“에이.. 이런 날 형하고 같이 있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하하... 그러게..”

 

 

 


성민은 시원에게 웃어보였지만 이내 그 웃음은 빠르게 사라지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자신은 봐주지도 않은채, 아침부터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며 휙 나가버린 혁재.

아무리 자신이 쌀쌀맞게 굴었기로서니, 자기에게 한 마디도 안 붙이고, 눈길조차 주지 않다니.

 

 

 


하지만 혁재가 그러는 것도 다 이해가 가는 성민이었기에 아까 전 선인장 앞에서 혁재에게 자신이 먼저

사과해야겠다고 혼자서 읊조린 것이었다. 그런데 시원의 말을 듣고 있자니 다시금 기분이 나빠져오는

성민이었다.

 

 


“혹시.”


“.........”


“혁재랑 아직 화해 안 했어요?”


“.............”


“아아...안 했구나...”

 

 


미안한 듯, 말을 꺼내는 시원. 성민은 그런 시원에게 웃어보였다.

시원은 성민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성민의 모자를 꾹 눌러주었다.

 

 


“응? 왜..”


“형 울거잖아요.”


“아.....”

 

 

 


어느 새, 성민의 볼에 눈물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시원은 그런 성민의 눈물줄기를 가려주기 위해서

모자를 눌러주며 고개를 숙이게 했던 것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울음을 꾹꾹 눌러가며 참는 성민.

성민을 바라보고 있던 시원은 문득, 성민이 안쓰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들어 성민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려 했으나 이내 내려버리고 말았다.

 

 

 


자신때문이 아닌가.

 

 

 

 

 


마침,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씩 웃은 시원은 성민의 손목을 붙잡았다.

 

 

 


“형. 오늘 신나게 놀다가요. 오늘은 다 잊고 신나게 노는거에요.”

 

 

 

 

 

 

 

 

 

 

 

 

 

 

 

 

 

 


“와.. 오늘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


“오늘 평일이니까 그렇죠. 아직, 방학도 안 했는데요. 뭐.”


“와.. 그럼 좀 편하게 다닐 수 있겠다. 헤헤...”


“형. 뭐부터 탈까요????”

 

 


롯데월드 안으로 들어선 시원과 성민은 예상보다 사람이 없음에 놀라는 한편, 마음 편하게 놀 수 있음에

다행이라 여겼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던 성민은 갑자기 어느 한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거 타자!!!!”


“예??”

 


성민이 가리킨 곳은, 하늘 위로 갑자기 솟아올랐다가 떨어지는 걸 두 번 반복하는 놀이기구였다.

놀이기구를 본 시원이 안색이 변하며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성민은 시원을 끌고 어느새 놀이기구 앞

으로 가 있었고 사람이 없었던 터라 금방금방 올라탈 수 있었다.

 

 

 


“아, 형.. 정말 이건 아닌 거 같..”


“시원아- 꽉 잡아!!!”

 

 


-쉬이이익-

 

 


“으아아아아악!!!!!”


“야아아아아아아!!!!!!”

 

 

 

 


시원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위로 올라가 버리는 놀이기구.

동시에 소리지르는 두 사람.


고개를 푹 숙이고 손잡이를 꼭 잡고 있는 시원에 비해서 발을 흔들흔들거리면서

소리지르는 걸 즐기는 성민.

 

 

 

 


-운행 모두 끝났습니다. 안전하게 착지를 한 다음에 손잡이를 올려서....-

 

 

 

 


“시원아.”


“예, 예....”


“끝났어~ 고개 들어~”


“예? 어후...”

 

 


다른 사람이 모두 내린 뒤에도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시원의 어깨를 톡톡 치는 성민.

시원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한숨을 푹 내쉬고 손잡이를 올린다.


푸하핫- 웃어버리는 성민.

무안해진 시원은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앞으로 걸어나간다.

 

 


“어어? 시원아~ 같이가!!!!”

 

 

 


달려가서 시원의 팔을 붙잡는 성민.

옆을 바라본 시원은 성민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는 황급히 앞을 바라보며 걸어가기만 하는 시원이었고, 성민은 시원의 팔을 붙잡고 웃으며 다음

놀이기구로 시원을 끌고 간다.

 

 


“아.. 진짜 재밌었어어.... 에이.. 시원이 놀이기구 못 타는구나?”


“타, 타요!! 잘 타요!!!”


“에에? 저것도 못 타면서. 거짓말~”


“치... 다, 다음엔 뭐 타러 갈건데요!! 다 탈 수 있다니까요!”


“그래애?? 음음... 그럼 저거!!!!”

 

 

 

 

 

 

 


성민이 가리킨 곳, 건물들 사이로 순간적으로 레일 위로 빠르게 88열차가 내려갔다가 올라갔고, 시원의

안색은 또 다시 창백해졌다. 시원의 안색을 힐끔힐끔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성민.

 

 


“다른거.....탈까...? 무리하지 말구....”


“아, 아니요!! 타러 가요!”

 

 


성민보다 먼저 앞서서 걸어가는 시원. 시원의 뒷모습을 보며 크게 웃는 성민이었다.

 


잠시, 모든 걱정은 접어둔 채.

 

 

 

 

 

 

 

 

 

 

 


“우웨엑...”


“어, 어떡해.. 시원아.. 괜찮아??”


“괘, 괜찮아요.. 우웨엑..”


“으으...”

 


-탁탁탁-

 

 

 


88열차를 타고 난 뒤,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간 시원은 속에 있던 모든 걸 게워내고 있었고, 뒤에서 성민

은 등을 두드려주고 있었다.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젓는 성민.

 

 

 


“그러게. 무리하지 말라니깐. ”


“하아...”


“못 타면 못 탄다고 그러지 그랬어.”


“타면...”

 

 


숙이고 있던 몸을 들어 옆에 있던 휴지로 입을 닦으며 성민을 바라보는 시원.

 

 

 


“응??”


“형이 웃잖아요.”


“..............”


“............”

 

 

 

 


성민을 지나쳐 세면대로 걸어가는 시원. 잠시 뭐에 맞은 듯,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는 성민이었고, 시원

은 물을 틀어 세수를 한 다음 다시 모자를 눌러썼다.

 


뒤를 돌아보고 한숨을 푹 내쉬는 시원.

 

거울을 보고 한번 웃어보인 뒤, 그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성민에게 소리친다.

 

 

 


“형- 나가요~”


“어? 어...”

 

 

 

 

 

 

 

 

 

 

 


“아이.. 여기 앉아있으래도!”


“괜찮은데요. 저거 타러 가요~”


“커피 사올게. 잠시 쉬었다 놀러가자.”


“에- 그럼 형이 사주는거에요?”


“그래! 좋아. 형이 쏜다! 기다려~”

 

 

 

 


벤치에 시원을 앉혀놓고 커피를 사러 달려가는 성민.

그런 성민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시원이었다.


성민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혁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이 이성민이었다.

 

 

 


동해를 사랑하는 마음에, 또 호기심에 동해의 제안에 그러겠노라- 하고 대답하긴 했지만 오늘 성민과 같

이 있으면서 많이 혼란스러운 시원이었다.

 

 


난 지금 , 저 천사같은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거지.

 

 

 

 

 


고개를 세차게 젓는 시원.

 

 


-최대한 성민이형을 좋아하는것처럼, 아니 누가봐도 성민이형을 좋아하는것처럼 행동해줘.-

-좋아.-

 

 

 

 


아니야. 최시원. 돌이킬 수 없잖아. 너무 많이 들어와버렸어.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시원은 바로 앞, 눈 밑으로 펼쳐진 아이스링크장 쪽으로 걸어갔다.

긴 타원을 그리며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시원은 난간에 기댄 채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

었다.

 

 


“!!!!!”

 

 

 

 


그러다 어느 한 곳에, 눈길이 멈췄다.

 

 

 


모자를 눌러쓰고, 안경을 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감고 있지만..

 

저 사람은....다름아닌 이혁재.

 

 

 

 

 


친구 만나러 간다더니....?

 

 


이제보니, 손에는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듯, 초조하게 서 있는 모습.

 


시원은 잠시 혁재를 바라보다가 그제서야 모든게 이해가 되었다는 듯, 픽 웃었다.

 

 

 


“후.... 이동해. 니가 날 여기 보낸 이유를 알았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웃는 시원.

 

 

 


“시원아!!!”

 

 

 


표정을 풀고 뒤를 돌아보는 시원.

 

 


“라떼로 사왔는데.. 괜찮지???”


“저 아무거나 잘 마셔요. 형. 우리 이따가..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레이저쇼랑 퍼레이드 다 보고 갈래요??”


“에에? 그럼 너무 늦지 않아?? 형들한테도 안 말했는데...”


“에이... 저 오랜만에 와서 놀아줬다고 그러면 되죠. 뭐.”


“헤헤.. 그런가....”


“그나저나. 형...”


“응??”


“혁재한테는 연락 없어요???”


“아....”

 

 


다시 표정을 굳혀버리는 성민. 한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려본다.


하지만, 아무 소식도 없는 핸드폰.

 

 

 


“미안해요. 형.”


“응??? 아, 아니야....니가 왜 미안해.”


“그냥요... 그럼 빨리 놀러가요~ 타고 싶은거 갑자기 많아졌어요.”


“어어? 너 또 토하려구!”


“아니라니까요.”


“하하하하....”

 

 

 

 

 


미안해요. 형.


정말 많이.

 

 

 

 

 


시원과 성민은 다른 쪽으로 향했다.

 

 

 

 

 

 


“후... 왜 이렇게 안 와.”

 

 

 


이미 만나기로 한 시간을 한 시간쯤 넘긴 시각,

초조하게 하지만 부푼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혁재를 뒤로 한 채.

 

 

 

 

 

 

 

 

 

 

 

 

 

 

팬픽? 리얼! -# 34

 


 팬픽? 리얼!

 (WRITER + HYUKJAE)

 

 

 

 

 

“형.”


“응??”

 

 


앞서 내려가던 성민을 부르는 시원. 시원은 자신의 시계를 바라본다.

 

8시를 넘긴 시각. 스케이트장이 문을 닫으려면 한시간 반쯤 남았다. 아직, 이혁재는 그 자리에 있을까.

 


이혁재는 이성민을 기다리는데, 이성민은 그 사실 자체를 모른다.

 

 

 

후..


이거.... 이동해.


다 니 짓 맞지?

 

 

 


“왜??”


성민은 시원이 자신을 불러놓고 말을 하지 않자 다가와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시원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뭐야- 라며 키득거리던 성민은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듯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왜요?”


“아.. 저.. 시원아..”


“예?”


“저.. 핸드폰 좀 쓸 수 있을까.”


“핸드폰이요? 왜요??”


“그게.....”

 

 


손가락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면서 말하는 성민을 보면서 시원은 지금 혁재에게 전화하려고 하는구나-라

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혁재는 지금,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을 터. 이성민이 전화한다면 백발백중

받을 것이고, 이성민은 지금 내려갈 것이다.

 

 


“아..저...오늘 늦잖아. 그런데... 내 전화로 하면.....받지 않을 것 같아서...”


“혁재한테 전화하려구요?”


“어? 아니.그게.....”


“혁재는 친구들 만나러 갔는데. 형은 화 나지도 않아요?”


“..........”

 

 


시원의 말에 대꾸할 말이 없는 성민이었다.

혁재가 자신을 보지 않았어도, 자신을 놔두고 다른 곳을 갔어도 혁재에게 오늘 늦는다고 말해줘야 할 것

같았다. 혹여, 성민의 걱정을 할 지도 모르니까. 아침에 없어졌을 때처럼. 그때보다 더 화를 낼지 모르니

까.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시원의 말에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형- 거기 서 있어봐요. 제가 사진 찍어드릴게요.”


“어, 어?? 사진...? 아...”

 


성민을 세워놓고, 중앙쪽으로 걸어가서 두 손으로 네모를 만들어보이고는 웃는 시원.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에- 뭐야. 난 또 진짜 사진인줄 알았잖아.”


“어어? 이거 진짜 제 사진기란 말이에요. 빨리 웃어봐요~”

 

 


장난스레 말하는 시원을 보며 조금은 소리내어 웃는 성민.

다시 두 손을 맞닿게 해 네모를 그려 성민을 네모 안에 넣어서 바라보던 시원은 잠시 웃던 걸 멈추고 손

안으로 보이는 성민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참, 예쁜 사람.

참, 아름다운 사람.

참.. 착한 사람...

그래서 더 미안한 사람...

 

 

 


“야-! 사진 안 찍고 뭐해!!”


“다 찍었어요~ 제 머리에 입력시키는 중이었죠~”


“아, 최시원 정말~”

 


밝게 웃으며 시원에게 다가오는 성민.

시원은 그런 성민을 웃으며 맞아주다가 슬쩍 눈길을 돌려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아까 전, 시원이 봤던 곳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부동자세로 서 있는 혁재가 시원의 눈에 들어왔다.

 

 

“형.”


“응??”


“우리, 마지막으로 스케이트 타고 집에 갈까요?”


“스케이트?? 아.....”

 


망설이는 성민이었다.

그 곳은, 만일 그 곳을 다시 찾게 된다면 제일 처음으로 혁재와 찾고 싶었던 곳. 혁

재가 자신을 구해줬던 곳.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줬던 곳..

그리고, 혁재와 다시 마음이 통했던 곳...

 


“가요~”

 


하지만, 무작정 성민의 팔을 잡고 내려가는 시원.

 

 

 


이동해.


니가 원하는 거, 아주 확실히 해 줄게.

 

 

 

 

 

 

 

 

 

 

 

 


“후.....”

 


시계를 바라보았다.

만나기로 한 1시는 넘긴 지 오래. 스케이트를 타던 사람들도 하나 둘 씩, 집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난 내가 들고 있는 핸드폰만 계속 바라보았다.


전화를 할까, 말까.. 할까, 말까..

 

 

몇 번을 폴더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1번을 눌렀다 종료를 눌렀다 반복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전화를 하지 않기로 하며 다시 손에 쥐길 수백번. 아니, 수천번.

 


전화를 하지 않아도, 내 진심이 성민이형에게 닿는다면 당연히 나와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하지만 점점 스케이트장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 가면서 초조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와 준다면, 아니, 문 닫고 나서라도 와 준다면...


오늘이 가기 전에 와주기만 한다면..

 

 

 

 


“..........?”

 


그런 내 눈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뒷태가 눈에 들어왔다.

막 들어온 듯,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는 남자.

내 눈에 많이 익은, 아니 너무나도 친숙한 모자와 목도리, 그리고 외투.

 

 

 

저 남자.


이성민이다.

 

 


이성민.......


와줬구나.

 

 

 

 


“이성.....”


“형!!!!”

 


막, 발걸음을 떼 성민이형에게 걸어가려 할 무렵, 누군가가 성민이형을 부르자 형은 뒤를 돌아보았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여주었다.

 

 

 

그 주인공은...최시원.


니가 왜.......?

 

 

 


“형이 저보다 10 작게 신는거 맞죠?”


“어? 어떻게 알았어???”


“에이~ 제가 형 걸 모르겠어요~ 알고지낸지가 몇 년인데.”


“으하하.. 근데 나 스케이트 정말 잘 못 타.”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잠시만요~”

 

 


!!

 


형의 손목을 잡고 벤치로 가 앉아서 스케이트를 신겨 주는 최시원.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그렇게 웃고 있는 형은 뭐하는 거야.

 


이게.... 형 대답이야......?

 

 

 

 


-툭-

 

 

 


팔에 힘이 빠지면서 들고 있던 장미꽃다발을 밑으로 떨어뜨렸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누가 나한테 아니라고 좀 말해줘.


그냥, 닮은 사람이라고, 아니면 꿈이라고.

 

 

 


“자, 다 됐다~ 일어날 수 있겠어요?”


“응~”

 


최시원의 어깨를 잡고 일어서는 성민이형. 형을 보며 웃던 최시원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어.....혁재야.”


“...........”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몹시도 놀란 눈. 난 모자를 벗고 둘에게 다가갔다.

여유롭게 웃는 최시원. 주먹에 힘이 주어지는 걸 겨우겨우 참고 둘에게 좀 더 다가섰다.

앞으로 한발짝 걸어나오는 최시원.

 


“친구 만나러 간다더니.”


“여기서 만나기로 해서. 그런데, 이 친구가 좀 늦네.”

 

 


천천히 꾹꾹 눌러가며 말을 꺼냈다. 그 빈정거리는 웃음-

 

 


“그래? 오늘은 성민이형이 너무 심심해 하는 것 같아서. 형이랑 같이 놀러나왔어. 괜찮지?”


“.........”

 


성민이형과 눈이 마주쳤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빛.

하지만 이내 땅으로 눈길을 떨어뜨려 버렸다.


제발, 나한테 뭐라고 말을 해. 내가 오해하지 않도록. 둘 사이를 오해하지 않도록 나한테 말 하란 말이야.

 


하지만, 그런 내 바램과는 다르게 땅만 바라보고 있는 성민이형이었고,

나는 기가 막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형. 나 핸드폰 두고 왔네요. 프런트 가서 좀 찾아와줘요.”


“어, 어? ”


“지금 꼭 필요해서 그래요~ 미안해요.”

 


우리 둘 사이에 서 있던 성민이형을 프런트쪽으로 미는 최시원. 형

은 불안한 듯 우리 둘을 번갈아보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내 옆에 섰다가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리고 발걸음을 떼는 성민이형.


하.....왜 이렇게 비참하냐.

내 문자 보고, 최시원하고 함께 온 거야? 그런거야??

 

 

 

 


“저 꽃. 니가 산거냐?”


“........”


“왜. 그 친구한테 무슨 고백이라도 할 거였나봐?”


“응. 아주 중요한 말을 하려고 했거든. 근데 이 친구가 안 오네. 어디서 개를 만났나.”

 

 


웃기다는듯이 나를 쳐다보는 최시원. 나도 그 눈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했다.

 


“애인은 애인끼리 챙겨야 하는거 아닌가?”


“...........뭐?”


“그렇게 내팽개쳐 버리고, 다른 사람 만나러 가는건 도리가 아니지.”


“니가 신경쓸 바 아니야.”


“더더군다나, 나와 같은 연적과 함께 있도록 놔두는 건 더 도리가...”

 


더 듣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건방지게 말하는 그 자식의 얼굴로 주먹이 먼저 나가버렸고, 최시원은 뒤로 나가 떨어졌다.

쓰러진 최시원의 위에 올라타 몇 번을 주먹으로 내리쳤는지 모르겠다.

 


“세상에!!! 이혁재!! 최시원!!!”

 

 


빠르게 프런트에서 달려오는 성민이형.

달려오자마자 우리 둘을 떼어놓았고, 난 자리에서 숨을 몰아쉬며 일어섰다.

쓰러져 있는 최시원을 일으켜 세우는 성민이형.

 

 


“아...아...”


“세상에.. 시원아. 괜찮아..? 어떡해... 이 상처 좀 봐...”


“괜찮아요. 형.. 후.. 혁재가 화가 많이 났나봐요.”


“.......”


“뭐.. 애인 허락도 없이 자기 애인 데리고 나왔는데... 저 같아도 화 날 것 같아요. 하하..”

 

 

 


하-


너 지금.


쇼 하냐?

 

 

 


최시원을 일으켜 세워놓고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성민이형. 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짝-

 


내 고개가 돌아갔고, 난 다시 고개를 돌려 형을 바라보았다. 내 눈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형.

 

 

 


“화가 나...?”


“.........”


“니가...니가 화가 난다고....?”


“...이성민.”

 

 


목소리가 떨리는 성민이형.

 

 


“니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니가 자격이나 있어?”


“.....뭐라고?”


“니가 뭔데 시원이를 때려!!!! 하루 종일 너 대신 같이 있어준 애한테!!!!!”


“하........”


“너 나 버리고 나가 있는 동안, 나 웃게 해 준 앤데. 왜 때려!!!!”

 

 


소리지르는 성민이형. 하... 웃겨. 정말. 이 상황.

 

 

 


“하.... 이성민.”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


“솔직히, 나. 니 마음 이해가 가기도 하는데.”


“...................”


“나 버리고 나간 너보다, 내 눈에서 눈물나게 하는 너보다, 나 웃게 해 주고 내 옆에 있어준 애가 시원이

야. 알아? 너때문에 울고 있을 때 옆에서 나 웃게 해 준 애라고!!!”


“이성민. 너...”


“니가 후회한다는 말 했을 때. 나도 고민했었거든!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니 화를 풀어줄 수 있을까 하고!”


“.............”


“근데 이제 나도 지친다. 지쳐! 항상 니 생각만 하는 너도 지치고, 그런 너에게 맞춰야 하는 나도 지쳐.”


“.....그 말......”


“..........”


“진심이야?”

 

 

 


형의 마지막 말이 내 마음 속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시원아. 괜찮아??”

 

 


나에게서 몸을 돌려서 배를 움켜 쥐고, 벤치 위에 누워 있는 최시원에게 가 버리는 성민이형.

 

 

 

............ 그래.


형 마음. 충분히 알았어.

 

 

 

 


나 역시 몸을 돌렸다.

 

 

 


빠르게 스케이트장을 빠져나갔다. 분홍장미꽃을 아주 세게 짓밟고.

 

 

 

 

 

 

 

 

 

 

 

 

 

 

 

 

 

 

 


“후....괜찮아? 나가자.. 어유.. 얼굴 좀 봐...”


“왜 그랬어요?”

 


성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묻는 시원. 성민의 눈가에 한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또 울거면서.”


“...........”

 

 


시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물방울 한 줄기가, 성민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내 눈물을 훔치고 밝게 웃는 성민.


이상하게, 성민의 그런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려오는 시원이었다.

 

 


“안 울어~ 내가 언제 울었다고 그래. 얘 좀 봐라.”


“..............”


“가자~ 시원아~”

 

 

 

 


차라리 울어요. 형.


울어버리라고.


내 죄책감이 덜 하게.

 

 

 


신발을 갈아신고 나서는 찰나 성민의 품에서 울려오는 핸드폰소리.

 


“어? 잠깐만..”

 

 


폴더를 열어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애써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성민.

 

 


“여보세요?”


-어! 받는구나! 이 자식들!!! 지금 뭐하고 있어!!! 분위기 좋냐??-


“아.. 영운이형. 왠일이세요???”


-왠일은 임마!!! 너네 응원해주려고 전화했지. 아아, 실은 혁재한테 전화했었는데, 이 자식이 전화를 받

지를 않는거야! 그래서 너한테 전화했지. 야. 이혁재 옆에 있냐?-


“형......무슨....말씀을...하시는거에요.....?”


-응? 뭐야..... 너.... 지금 혁재랑 같이 안 있어?-


“예.....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에에? 아직, 혁재 숙소에도 안 돌아왔는데?? 얘 아침부터 그렇게 준비해서 나가서 너 기다렸는데..

못 만났어?-


“뭐....라구요....?”


-혁재가 너한테 사과한다고, 아침부터 준비해서 뭐.. 둘만의 추억의 장손가 어딘가 간다고 그랬는데...

너... 몰랐었어???? 혁재가..........-

 

 

 


“하.....”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성민.

 


“왜..그래요?”


“안돼... 안돼.......혁재야... 혁재야...이혁재.....혁재....”

 

 


미친 사람처럼, 혁재의 이름만 부르다가 빠르게 달려나가는 시원.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성민의 얼굴을 보아하니 저렇게 혼자 놔두면 뭔 일을 칠 것만 같았다.

 

 

 


“형!!!!”


“혁재야... 혁재야!!!!! 이혁재!!!!!”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소리치는 성민. 시원이 성민을 잡으려 뛰어갔지만, 성민 역시 더 앞으로 뛰어가며 소리지른다.

 

 


“이혁재!!!!! 혁재야!!!!!!!”


“형!!!!!!!!”

 

 


성민의 어깨를 낚아 채, 자신에게로 돌려세우는 시원.

 

그런 시원의 눈에 들어온 건....

 


멍한 표정으로... 눈물 범벅이 된 성민의 얼굴....

 

 

 


“흑....”

 

 

 


쓰러지듯, 주저앉아버리는 성민. 두 손으로 성민의 바지를 잡고 흐느낀다.

 


“시원아... 시원아.. 나 어떡해... 응? 나 어떡해.. 흑.....흐엉엉!!!”


“형....”


“우리 혁재... 어떡해... 어떡하니.. 응...? 어떡해.. 나.. 혁재 좀 찾아줘. 응?

나 혁재한테 미안하다고 해야돼.. 응? 시원아.. 우리 혁재..... 혁재 좀 찾아봐. 응??? 빨리!!! 아아악!!!!”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지르는 성민을 안쓰럽게 내려보다가, 천천히 몸을 숙여 성민과 눈을 맞추는 시원.

 

 

 

 

 

내가 바라던대로 된 건데..

왜 이렇게 가슴 한쪽이 아픈 거지...?

 

 

 

 

 

 

 

 

 

 

 

 

 

 

 

 


팬픽? 리얼! -# 35

 팬픽? 리얼!

 (WRITER)

 

 

 

-달칵-

 

 


“이성민!!!!!!”

 

 

 


막 숙소 안으로 들어선 성민에게 달려오는 영운.

걱정 가득한 표정이다.

그런 영운에게 웃어보여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성민을 보며 한숨만 푹 내쉬는 영운. 성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다.

 

 


“혁재, 지금 막 들어왔어. 어떻게 된거야?”


“...............”


“둘이..........못 만났어....?”

 

 


성민은 그저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영운은 그런 성민을 바라보다가 뒤에 서 있는 시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곱지만은 않은 시선.

 

 


“넌 어떻게 된거야.”


“오랜만에 한국 오고 그래서... 형하고 같이 나갔어요. 혁재랑 약속있는 줄 몰랐구요.”


“후..........”

 

 

 


복잡하다는 듯, 머리를 마구 헤집는 영운.

성민은 그저 땅만 바라보며 한숨 지을 뿐이다. 영운은 성민의 팔을 잡아 방 안으로 이끌었다.

 

 


“들어가봐. 할 얘기 있을거 아냐.”


“아......”

 

 

 

 


-달칵-

 

 

 

 


성민이 발을 옮기려 할 때 쯤... 혁재의 방문을 열고 나온 건.. 동해.

동해는 성민을 보며 입술을 꽉 깨물고 노려보고 있었다.

동해를 보자 다시 멈칫한 성민.

동해는 아무 말 없이 성민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대로 성민의 따귀를 때렸다.

 

 


-짝-

 


“이동해!!!”


“야!!! 너 뭐야!!! 니가 뭔데 이혁재 힘들게 해!!!! 니가 뭔데 애 저 꼴로 만들어 놓냐구!!!!!”


“야!!!!”


“데려갔으면 똑바로 해야 할 거 아니야!!! 너 뭐냐고!!!!”


“가만히 있어!! 동해야!!”


“함부로 대하라고 보내준 줄 알아?!?! 너 뭐야!!! 대체!!!”


“이동해!!! 너 진짜!!!!!”

 

 


영운은 동해의 팔을 붙잡아 반대쪽으로 끌었고, 성민은 고개가 돌아간 채로 그 자리에 굳어 서 버렸다.

다 맞는 말... 이혁재는 이성민 때문에 망가져간다...

 


“들어가봐요. 형..”

 


성민을 미는 시원 때문에, 겨우겨우 방문 앞으로 밀려간 성민은, 고개를 돌려 시원쪽을 바라보았다.

미소를 지어보여주는 시원. 작게 화이팅- 이라며 주먹도 흔들어보인다.


어색하게 웃어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떨리는 성민의 손...

 

 

 

 

 

 

 

 


방문을 열고 들어선 성민은, 어렴풋하게 보이는 혁재의 실루엣에 다시금 눈물이 나올까봐 한 손으로 입

을 꽉 막은 채, 혁재의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서야 확연히 보이는 혁재의 모습. 팔로 눈을 가린

채 누워 있는 혁재. 들어오자마자 침대로 누워버린 건지, 아직도 외투를 입은 채 누워 있다.

 


“.............혁재야......”

 


목이 메여오는 성민...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 할까... 아니면, 자신은 정말 몰랐다고 변명부터 해야 하는걸까...


자꾸만 머리에 자신이 혁재에게 등을 보이며 시원에게로 걸어갔던 장면이 오버랩되어 보인다.

고개를 세차게 저어 보이고 다시 혁재를 바라보는 성민..

 


그 사이에 잠이 든 건지, 성민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요동치듯 마구 뛰어오는 성민의 가슴.... 어느새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 줄기는 상관 없었다.

손을 뻗어 혁재의 얼굴로 가져가는 성민..

 


“!!!!!”


“...............”

 

 


미처 혁재의 얼굴에 손이 닿기도 전에, 성민의 손을 잡아버린 혁재였고, 그대로 몸을 일으켜 성민을 똑

바로 바라본다. 짙은 혁재의 눈빛에 성민은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혀, 혁재야....”


“................”


“............”

 

 


역시, 다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에게 혁재가 화라도 낸다면 오해라며- 화 풀라며 혁재에게 애원이라도 할 텐데...


혁재의 얼굴을 조금 더 똑바로 보고 싶어 불을 키려 손을 뻗었지만, 다시금 혁재가 제지한다.

 

 


“불 켜지마.”


“.............응?”


“나 얼굴 보기 흉해...”


“.............”


“형.”


“..............응.....”

 

 


자신을 부르는 혁재의 목소리에 성민은 겨우겨우 목에서 쥐어짜내어 대답을 했다.

그런 성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민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멍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는 혁재.

 

 


“형.... 나 사랑해...?”


“어??”


“나 사랑하냐구... 이성민.... 이혁재 사랑하냐구..”


“다...당연하잖아.....”


“.................그래.......?”

 

 


픽 웃어버리고는 다시 성민을 똑바로 바라보는 혁재 때문에 성민은 다시금 숨이 멎어버리는 듯한 느낌

을 받았다. 생전 처음 보는 혁재의 차갑게 굳은 얼굴... 혁재의 말을 끝으로 둘 사이에는 잠시간 정적이

맴돌았다.

 


혁재에게 먼저 용서를 빌어야지 안 되겠다 싶어- 먼저 말을 꺼낸 성민.

 


“혁재야.”


“...........”


“미안해.... 정말..... 너무 미안해.. 그런데 나...”


“...........”


“정말 몰랐어. 혁재야... 나... 정말 몰랐어... 나.. 정말...너 거기 있는 줄 알았다면.....”


“형.”

 

 


성민의 말을 끊어버리는 혁재. 성민은 고개를 들어 혁재를 바라보았고, 혁재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금 고

개를 내려버리는 성민이었다.

 


“나 사랑한다고 했지.”


“.......”


“그렇지...?”


“그래....당연한거잖아... 당연한걸 새삼스럽게 왜....”


“그래. 당연한거지...”


“.............”


“나도 그런줄 알았어.”


“...........?”

 

 


약간 한탄조로 들리는 혁재의 목소리에 성민은 다시금 고개를 올려 혁재를 바라보았다.

 

 


“무슨....말이야...?”


“나도...내가 형을 사랑하고.... 형이 나를 사랑하는게.... 당연한 줄로만 알았고, 그렇게 믿었어.”


“................?”


“그런데... 그게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뭐.......?”


“이혁재 심장의 주인은 이성민인데.”


“........”


“이성민 심장의 주인은 이혁재가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


“뭐?”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을 꺼내는 혁재. 성민은 그런 혁재를 보며 다시금 할 말을 잃었다.

가슴 끝쪽부터 답답함이 느껴져오고 있었다.

 

 


“그, 그런말이 어딨어. 이혁재. ”


“아니.. 형.”


“.........?”


“형은 잠시 이혁재란 애가 사랑한다고 말한 거가 불쌍해서 동정해준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 했어.”


“아니란거 알잖아!”


“나도 그렇게 믿고 싶은데.. 그게 아니더라.. 현실은.”


“이혁재!!!!!”

 

 


성민을 지나쳐 침대에서 일어서는 혁재.

 

 


“그래서.... 내가 형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말도 안돼...”


“형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내가 형을 붙잡고 있어서 형이 내가 불쌍해서 놓지 못 하는

구나... 하는 생각....”


“이혁재!!!!!! 그거 아니란거 알잖아!!너 왜그래!!!!!”


“후... 형.”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팔을 붙잡고 소리지르는 성민에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잇는 혁재.

 


“나... 오늘 하루종일 형 기다리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이혁재.....”


“형을 생각하는것만으로도 너무 기뻤거든... 형이 나한테 웃으면서 올 생각하니까 너무 기분 좋더라..

행복했어.”


“...............흑......”


“그런데..... 그걸로만 만족할게.”


“.......흐흐흑....”


“아마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을 뽑으라면 그 순간일거야.”


“혁재야...................흐흑.....”


“강요하지 않을게.”


“...............하아..”


“형도 혼란스러울테니까....”


“........................혁재야...............”


“잠시... 여유를 갖자. 우리.”

 

 


성민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혁재의 말 한마디.

힘 없이 혁재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는 성민이었고, 혁재는 몸을 돌린 채, 문고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내 혁재에게 달려와 혁재의 뒤에서 혁재를 꽉 끌어안아버리는 성민.

 

 


“그러지마. 혁재야.....”


“..............”


“제발.....나한테서 등 보이지마.....”


“...............”


“잠시라도 싫어..... 니 등 보는거.. 응....?”


“먼저 등을 돌린건...”


“...........”


“형이야. ”


“.............”

 

 


두 손으로 성민의 팔을 푸르는 혁재..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


“난 등을 보이지 않아. 형.”


“............”


“이미 형이 돌아섰기 때문에 내 등이 보이는거야.”


“하........”


“오늘....몰랐다고 했지.”


“..............”


“모른게 아니라....... 모르고 싶었던 거겠지.”


“혁재야. 아니야. 그건...”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말자.”


“................”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는 성민.

그런 성민을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혁재였고, 성민은 주저 앉은 채, 그런

혁재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세상에! 혁재야!!! 괜찮아??”


“괜찮아...”


“얼굴 좀 봐. 시뻘겋잖아. 병원 가봐야 하는거 아니야?”


“약 먹으면 괜찮아 질거야....”


“너 감기 제대로 걸렸나봐. 어떡해. 어떡해......”

 

 

 


동해의 부축을 받아 동해의 방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혁재.

그런 혁재의 뒷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는 성민.

 

 


“형....”

 

 

 


불을 켜고, 방 안으로 걸어들어온 시원.

성민은 시원을 올려다보면서 미소를 지어보이려 했지만 제대로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다.

한숨을 푹 내쉬며 성민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는 시원...

 

 


“흐흐흑.... 흐아.....시원아.....시원아... 나....숨을 못 쉬겠어......”


“.................”


“혁재를 붙잡지 못 했어....흐흑......”


“..................”


“혁재가...잠시 여유를 갖자는데... 여기가...여기가.. 찢어질 것 같았는데...”

 

 


가슴을 퍽퍽 쳐대며 말을 잇는 성민...

 

 

 


“혁재 말에 아무 말도 못 했어... 하아... 나 어떡하지.. 시원아.... 나 어떡해.....나... 이젠 잠시도 혁재 없

이 웃을 수가 없는데.. 어떡해....”


“...............”

 

 


아무 말 없이 성민을 안아주는 시원이었고, 성민은 시원의 품에 안겨 엉엉 울어제꼈다.

성민의 등을 토닥여주는 시원 역시 마음이 편치많은 않았다.


원하는 바를 이루긴 했지만, 이렇게 성민의 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의 마음도 아파오는 시원이었다.

 

 

 

 


그리고....

 

 

 

 


성민의 웃는 모습을...


자신이 되찾아주고 싶었다.

 

 

 

 


팬픽? 리얼! -# 36

 


 팬픽? 리얼!

 (WRITER)

 

 

 

 

 

 

 


“4시간 넣어놨으니까 실컷 부르고 나와! 우리도 금 좀 만져보자!”

 


매니져 형의 말에, 부작정 노래방 안으로 걸어들어간 성민과 동해, 정수.

바로 내일이 도전천곡 녹화인지라 연습하라고 보낸 노래방이었지만, 성민은 지금 연습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어제 혁재의 말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듯 했다.

 


노래방 앞에 서서 멍하니 서 있는 성민을 툭 치는 정수.

 

 


“성민아. 왜 그래?”


“네? 아, 아니에요.....”


“.....혁재 때문에 그러니?”


“...............아니요........”


“.........안 좋은 일 있는거 다 잊고~ 여기서 스트레스 풀고 가는거야. 알았지.”

 


어깨에 손을 두르며 웃어보이는 정수에게 억지로 웃어보였지만, 역시 자연스레 웃어줄 수는 없었다.

이제는 웃기 조차 힘이 들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니 동해가 먼저 앉아서 노래 번호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동해에게도 한 소리 들은 터라, 동해와는 멀찌감치 떨어져 앉은 성민이었고, 정수는 동해가 누른 곡 반

주가 나오자 같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 이거 나 혼자 부를거라고오오-!!!”


“같이 부르자고~”


“싫다거~”

 


티격태격 하면서도, ‘어머나’ 반주가 나오자 언제그랬냐는 듯 춤까지 춰 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정수와 동

해. 보통때 같았으면 탬버린을 들고 같이 흔들면서 불렀겠지만, 억지로라도 그럴 힘이 없었다.


자꾸만 가슴을 파고드는 상실감.

 

 


-빰빠라 밤~ 빰빰빰 빰빠라밤~-


“아싸!!! 98점!! 나 때문에 이거 나온거 알죠?”


“무슨 소리. 이 형이 같이 불러줬으니까 그런거야.. 어디보자....”

 


다시 마이크를 쥔 채, 노래방 책을 뒤적뒤적거리는 정수.

이내 뭘 발견했는지, 좋아라 하면서 번호를 꾹꾹 누른다.

‘흐린 기억속의 그대’의 반주가 흘러나오고, 정수는 음악에 맞추어서 안무를 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동해는 입을 삐죽 내밀며 정지 버튼을 누른다.

 


“아, 왜 아는것만 불러요! 모르는것도 불러야지!”


“야. 몸풀기 몰라? 몸풀기?? 몸부터 풀어야 할 거 아냐~”


“아, 몰라몰라몰라! 4시간이라는데 시간 아깝잖아요!”


“쳇. 그럼 너부터 해봐라!”

 


책을 집어던지는 정수. 책을 받아 안은 동해는 히죽 웃으면서 다시 뒤적뒤적 거리기 시작한다.

성민 옆에 털썩 주저 앉아 성민의 안색을 살피는 정수다.

 


“안색 안 좋은데? 괜찮아?”


“예? 아... 괜찮아요...”


“내일 나가는거.. 너 말고 다른 애로 바꿀까? 영운이나 동희나...”


“괜찮아요.. 아... 형... 목 마르시죠. 음료수 빼올게요..”

 

 

 


-달칵-

 

 


“후.....”

 

 

 

 

겨우 하룬데....


겨우 하룻동안 혁재와 말도 안 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

아니... 아예 혁재를 보지 못 한건데.... 이렇게 힘이 드냐.

 

 

 


이혁재... 너 너무하잖아.

당연한 과제를 나한테 던져놓고...

나 하나도 안 혼란스러운데...

나한텐 답은 너 하난데....

 

 


자판기 앞으로 간 성민은 그저 아무 음료수를 누른 뒤, 다시 두 번을 반복해 음료수 세 개를 꺼낸다.

음료수를 꺼내 일어서서 돌아서려는 무렵. 성민의 귀에 들려오는 한 마디.

 

 


“왜 그렇게 죽을 상이에요?”


“.............동해야...”

 

 


벽에 기대어 성민을 바라보고 있는 동해였다.

성민이 동해를 바라보자, 동해는 픽 웃으며 성민에게로 걸어온다.

 


“왜... 이제야 후회가 돼요? 혁재가 형 안 보니까?”


“뭐라구...?”


“형 너무 이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뭐.....?”


“겉으로는 혁재 좋아하는 척 하면서... 시원이랑 같이 다니고... 너무한거 아니에요?”


“하.....이동해. 너..”

 

 


어이가 없는 성민이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서 동해는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승리자의 표정으로 성민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난 말이에요.”


“............”


“혁재 결정이 백번 옳은거라고 생각해요. 혁재가 뭐하러 형 때문에 힘든 길을 택하겠어요.”


“하... 이동해. 너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야??”


“아뇨. 심한건 형이죠. 혁재를 가지고 놀았으니까요.”

 

 

 


뭐? 가지고 놀아????

내가??

내가 이혁재를???

 

 


“어쨌든, 형 때문에 혁재도 마음 고생 심하니까.. 그만 해줬으면 좋겠네요.

혁재 힘들게 하지 말란 말이에요.”

 

 


마치, 혁재의 애인인 듯, 혁재의 보호자인 듯 말하는 동해. 오히려 성민에게 화를 내는 동해의 말...

 


“혁재. 많이 아프거든요. 형 때문에. 형 기다리느라 독감 걸렸어요. 혁재. 형이 최시원이랑 그러고 있을

때. 혁재는 어땠겠어요.”


“...........그건...”


“앞으로 혁재 힘들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 혁재 아픈거 못 보거든요. ”

 

 

 


다시 말문이 막혀버리는 성민... 다시 픽 웃어버린 뒤 몸을 돌려 방쪽으로 걸어가는 동해...

 

 

 

 


대꾸를 해야 하는데...할 수가 없었다.


마치 자신이 훼방꾼인것처럼만 느껴져서........

 

 

 

 

 

 

 

 

 

 

 

 

 

 

 

 

 

 

 

 

 

 

 

 


“혁재야... 괜찮겠어??”


“괜찮아...”


“후.... 녹화장 추운데... 장갑 꼈지??”


“다 했다니까.... 오늘 노래나 잘 불러.”

 

 


도전천곡 녹화장. 정수, 동해와 성민. 그리고 혁재까지 녹화장 안으로 들어왔고 감기에 걸린 혁재를 걱

정하는 동해였다. 혁재는 동해가 자꾸만 자신을 걱정하자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고, 동해는 자꾸만 걱정

이 되는지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마저 혁재에게 눌러 씌워 주었다.

 

 


“에에... 머리 다 망가지잖아.”


“건강이 최고지! 더 나빠질라....”


“그래그래. 네 덕분에 감기 빨리 낫겠다. 으하하..... 어? 불 들어온다. 얼른 나가.”


“그래. 나 하는거 잘 봐!!!”

 

 

 


동해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혁재.

뒤에서 눈을 감고 메이크업을 받던 성민은 자꾸만 흐트려지는 마음을 다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제 노래방에서의 동해의 말과 오늘 동해의 행동들...

자신이 타인이 되어버린 것마 같아... 마음이 아려오는 성민이었다.


상당히 긴장되는 녹화전... 혁재가 자기에게 응원이라도 해 준다면...


아니... 힘내라고 한마디만... 아니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자신을 바라봐주기만 한다면......

 

 

 


한번도 성민을 돌아보지 않는 혁재였다.

그저 간간이 기침을 하며 녹화장만 바라보는 혁재....

 

 


아무리 시간을 갖자고 했지만....


나한테는 다 필요없어.

혁재야.. 제발.. 한번만 봐줘... 응...?

 

 

 

 

 

 

 


“들어갑니다. 아직 안 올라오신 분들 올라오세요.”

 

 

 


드디어 녹화가 시작되고, 첫 순서는 동해였다.


동해는 카메라가 자신을 잡지 않는 내내 혁재쪽을 바라보며 여러 모션들을 취해보였고, 혁재는 웃으면

서 동해를 바라봐주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성민은 차마 동해에게 웃어주는 혁재를 볼 수가 없어 정

수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이 아파온다.

 

 


잠시 불이 꺼지고... 성민의 안색을 살피던 정수가 한 마디 던진다.

 

 


“괜찮겠어? 성민아. 아무래도 너 대신에 다른 애 데리고 나왔어야 했나보다.”


“아니에요. 형.. 괜찮다니까요...”


“그래.... 혁재도 왔는데... 좀 웃어. 임마.”

 

 


성민을 다독거리는 정수...

 

 


“....형.....”


“형 많이 미웠지... 형은 너네 아픈게 싫었어.. 그래서 그랬다...”


“.........”


“이제는 이 형이 팍팍 밀어주마! 둘이 빨리 화해해!”

 

 

 


아뇨. 형.. 단순히 화해해서 될 문제가 아니에요....


제가...


혁재에게 큰 상처를 줬거든요.....


시간을 갖자고는 했지만...


혁재는 절 봐주지 않을거에요.......

 

 

 

 


다시 녹화 불이 들어오고 다른 출연자들이 노래 부를 때 옆에 같이 서서 노래를 따라부르는 정수와 성

민, 동해.. 다들 즐거운 표정... 하지만, 성민은 혁재쪽을 보지 않기 위해 연신 카메라만 바라보며 웃고 있

다. 카메라가 자신을 잡을 때나 안 잡을 때나 시도때도 없이 혁재쪽을 보며 브이질을 해 대는 동해와는

달리.

 

 


정수의 활약으로 마지막 라운드까지 올라가고... 성민이 노래를 부를 차례가 되었다.


잠시 쉬는 타임을 갖기로 해서 매니져가 성민에게 물을 갖다 주었다.

 

 

“콜록!! 콜록!!”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침소리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성민은 잠바도 모자라, 담요까지 뒤집어 쓴 채 허

리가 휘도록 기침을 하고 있는 혁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녹화에 방해 주지 않으려 최대한 소리가 안 나

게 기침하고 있지만..힘들어하는 표정의 혁재...

 

 


가서 안아주고 싶다.. 힘들어하는 혁재를..

 

 

 


“성민아. 올라가야지.”


“예?”

 

 


혁재를 바라보고 있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린 성민은 올라가서도 혁재쪽만 바라보며 노래부르기에 바빴

다. 그랬기에 카메라도 제대로 보지 못 한 성민.. 카메라 감독은 그 곡을 한 번 더 불러줄 것을 요청했고,

다시 카메라를 잡기 위해 혁재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눈을 감고 부르는 성민이었다.

 

 


“성민아. 왜 그랬어.”


“죄송해요... 후...”


“오늘 불안불안하다... ”


“죄송해요....”


“괜찮아~ 아자!”

 

 


화이팅을 외치는 정수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였지만... 여전히 혁재가 걱정되는 성민이었고, 다시 혁재쪽

을 바라보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을 때...

 


“!!”

 


혁재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추운 녹화장을 벗어나 차로 간 듯 했다.

 

 


다시 반주가 흘러나오고...

 

 

 


성민이 아는 노래.

대학교 처음 들어갔을 때 동기들과 술 마시면서 잘 불렀던 노래이기에 잘 아는 노래였다.


하지만..

 

 

 


-땡-

 

 


“정시아씨 우승!”

 

 

 

 

 


엠씨의 말이 울려퍼지고... 성민은 마이크를 떨어뜨렸다.

 

 

 


혁재에게 집중하느라 놓치고 만 것이었다.

 

 

 

 

 

 

 

 

 

 

 

 

 

 

 

 

 


“뭐야!! 나 진짜 성민이 너만 믿었는데!!!!”

 

 


희철의 말에 어색하게 웃어보인 성민은 방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혁재쪽을 바라보았다.

동해의 부축을 받아 들어가는 혁재. 혁재는 녹화장에서 빠져나가 벤 안으로 걸어들어가 잠을 청하고 있

었다. 나중에 잠이 깬 후에는 멤버들에게 하는 말이- 자꾸 기침이 심해져서 녹화를 방해할까봐 들어간

거라고 웃어보이기까지 했지만...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일마저 성민에게는 허락이 되지 않았다.

 


동해가 혁재의 옆에서 담요도 덮어주고, 챙겨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 정말.. 내가 짝사랑하는거 같잖아....

 


이혁재..


너도 이랬냐...


나처럼 이렇게 가슴 아팠어....?

 

 

 

 

 

 

 

 

 

 

 

 


“성민아.”


“..........?”


“혁재..계속 저렇게 둘거야...?”


“............”

 

 


영운의 목소리....


성민은 힘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고, 정수와 눈이 마주쳤다.

정수 역시 안 좋은 표정으로 성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서... 약이나 좀 사다줘. 혁재.. 병원 안 가겠다고 끝까지 고집 부린다..”


“동해가.... 사왔잖아요.....”


“동해가 사 오는거랑 니가 사 오는거랑 똑같겠냐. 임마.”


“.............”

 

 

 


성민을 떠밀다시피 해서 현관쪽으로 내 모는 희철...

 


“가서 사 와! 이 놈의 자식들! 너네 화해 안 하면 당장 맴매퍼레이드야!!”


“........”

 


-쾅!-

 

 

 

 

 


그렇게 밖으로 나온 성민이었고..

한참을 멍하니 현관만 바라보던 성민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천천히 걸어가다가 갑자기 빠르게 약국쪽으로 달려가는 성민...

 

 

 

혁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거라면.........!

 

 

 

 

 

 

 

 

 

 

 

팬픽? 리얼! -# 37

 

 

 

 팬픽? 리얼!

 (WRITER + HYUKJAE)

 

 


“푹 자. 혁재야. 내일 안무 연습 가지 말까??”


“아니야. 어떻게 또 안 가.... 나 괜찮으니까....나가봐...”


“치... ”

 

 


내 이불을 덮어주고 나를 걱정스레 내려다보는 동해에게 웃어주었다. 성민이형을 기다리다 감기를 얻어

와서 고생하던 차에, 동해가 이렇게 배려를 해주니 정말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 동해에게 이제 나가

도 괜찮다는 손짓을 해 보였다.

 

 


“약 갖다 놨으니까... 자다가 아프면 일어나서 먹구... 많이 아프면 나와서 나랑 병원 가야돼. 알았지??”


“알았대도...”


“자~”

 

 


동해가 불을 꺼주고 방을 나갔다.

참, 웃기게도 난 지금 이 상황에서도 동해가 성민이형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내 옆에서 내가 잠들때까지, 아니 잠들고 나서도 내 옆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있었다.


바보같이.

 

 

 

도전 천곡 녹화장에서 기침이 점점 심해지는 바람에, 녹화장을 나와야 했지만, 난 끊임없이 성민이형만

을 주시하고 있었다.


정수형과 얘기하는 모습, 주위사람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목이 탔는지 물을 마시는 모습, 긴장이 되는지

손을 비비며 초조해하는 모습...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내 눈 안에 담았다.

 

 

많이 떨었을텐데.....

 

 


내 예상대로 많이 떨었던 탓인지, 결승에서 탈락했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잘 했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지만, 성민이형은 나를 외면하고 앞 자리에 타 버렸다.


그 바람에 나 역시 형에게 이야기를 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하룻동안 이성민하고 말 못 했다고...


눈도 마주치지 못 했다고 이 모양 이 꼴이라니..


그래도... 형이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보다 나아...

 

 

 

 


그렇게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얼마쯤 지났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달칵-

 

 


너무 피곤했기에, 눈도 뜨지 못 한 상태에서 동해가 들어왔나- 싶었다. 하지만....

 

 

 


“하아.....”

 

 

 


느낄 수 있었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이 사람.... 아무 말 없이 내 옆자리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이.


내 이마에 손을 올려보는......성민이형.

 

 

 


“후... 열이 많이 나네... 해열제 많이 넣어달라 그럴걸.....”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형의 얼굴을 보면 형을 안아버릴 것만 같아서.... 형에게 입 맞출 것만 같아서.

 

 


“바보같이.. 왜 아프고 그래... 나 때문에.......”

 

 


내가 좋아서 형 기다린건데...


형때문이 아니야.

 

 

 


“볼 더 까칠해졌다.....후......”

 

 

 


내 얼굴을 쓰다듬다가, 어느 순간 손을 내려버리는 성민이형... 자리에서 일어나는게 느껴진다.


자꾸만 손을 들어 형을 끌어 안으려는 충동을 억제하기 힘이 들었다.

 

 

 

 

 

-달칵-

 

 

 


방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몸을 일으켜 내 머리맡에 놓여 있는 약봉지를 바라보았다.

 

 

두 번째네... 형이 나한테 약 사다준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꾸만 눈 앞이 희뿌옇게 변하려는 걸 겨우겨우 눌러 참았다.

 

 

 


힘들다... 정말... 힘이....든다........

 

 

 

 

 

 

 

 

 

 

 

 

 

 

 

 

“무슨 일이야.”


“고맙다고. 그 얘기 하려고 불렀어.”


“........”


“내가 말했잖아. 니가 원하는거 들어준다구.”


“..........”

 

 


커피숍에 앉아 다리를 꼬며 이야기하는 동해.

시원 역시 팔짱을 끼고 앉아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동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시원.... 뭔가 복잡한 표정이지만... 여유로운 모습을 잃지 않는다.

 

 

 

 


“말해봐. 다 들어줄게.”


“처음엔.”

 

 

 


운을 떼는 시원.

 

 


“니가 나 조금만이라도 봐주길 바라는거였다. 어차피 니 마음은 이혁재였지만, 니가 힘들때 나한테 기대

쉬라고 하고 싶었어.”


“.............”


“그런데.”


“............”


“바뀌었어.”


“............?”

 

 

 

 


단호하게,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시원.... 동해는 의아한 표정으로 시원을 바라본다.

 

 

 


“성민이형하고 같이 있으면서, 형이 참 불쌍하다 느꼈다. 비록, 나때문이었지만. 그리고.. 깨달았다.”


“훗...”


“형이 이혁재 때문에 우는거 보면서 나도 아프더라. 너를 좋아할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어. 너를 좋아할때

는,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았지, 니가 울면 나도 아프진 않았거든.”


“쿡... 그래서. 성민이형을 좋아하기라도 한단 말이야?”


“좋아하는 것 이상이겠지. 좋아한다면 너때처럼, 우는 거 보고 가슴 아프진 않았을거야.”


“하... 그래서 뭐 어쩌겠다고.”


“형 웃음을 되찾아주고 싶어.”

 

 

 


커피를 마시던 동해의 손길이 멈칫 했다.

천천히 커피잔을 내려놓는 동해. 시원은 한치의 흔들림없이 동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웃기다는 듯, 시원을 바라보는 동해.

 

 


“이혁재랑 이성민을 도와주기라도 하겠다는거야?”


“아니-”


“??”


“그 반대야.”


“무슨 소리야. 이성민이 웃으려면, 이혁재가 있어야 할텐데-”


“내가 너한테 원하는건.”


“..........?”


“이혁재 절대 놓치지 말라는거다.”


“............뭐....?”


“형 웃음은 찾아줄거야. 하지만, 그 주인공은.”


“..............”


“이혁재가 아니라, 최시원. 바로 나야.”

 

 

 

 

 

 

 

 

 

 

 

 

 

 

 

 

 

 

 

 

 

 

 

 

 


“크리스마스...다가오네....”


“그렇네요..”


“후....”

 

 


창밖을 바라보며 운을 떼는 영운.

혁재는 벽에 기대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영운을 바라보았다.

깊은 영운의 눈빛.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케이크...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예???”


“후....”

 

 


혁재의 맞은 편에 주저 앉는 영운.

거울에 비친, 춤을 추고 있는 정수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짓고는 말한다.

 


“바보가... 크리스마스에, 내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먹고 싶어했거든.....근데..못 만들어주네...”


“...........형.”


“............”


“형 일부터 신경 쓰세요. 저희 일 신경쓰지 마시고.”


“쿡....이 자식이 형한테 훈계하려 드냐?”


“왜 못 만들어줘요. 만들어주면 돼죠.”


“..............”

 

 


혁재의 말에, 아무 말 하지 못 한 채 고개를 떨구는 영운. 자신의 머리도 복잡한 지경이었지만 지금 영운

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터져버릴것만 같은 혁재였다.

 

 


“형. 정수형하고 형은요..”


“............”


“둘이 있을때 빛이 나요. 둘이 같이 있어야 웃을 수 있잖아요. 저기 봐요.”


“..........”

 

 


혁재가 손을 들어 가리킨 곳엔, 다른 멤버들과 장난치면서 웃고 있는 정수의 모습이 들어왔다.

 

 


“웃고 있지만, 빛이 나지는 않잖아요..”


“...........”


“사람은 진심으로 웃을 때 빛이 나거든요.”


“쿡.......연습이나 하자...”


“형도 마찬가지잖아요.”


“.............”


“잡아요. 형...... 늦기전에... ”


“..............늦었어...”


“예전에.. 형이 데뷔전에 말이에요.. 저한테 해줬던 말 기억해요...? 제가 연습생 기간에 지쳤을때....”


“..............”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 때다....”

 

 

 


혁재의 마지막 말에, 영운은 픽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혁재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이내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영운...

그런 영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도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드는 혁재였다.


자기 앞가림도 하지 못 하면서 남 일에 참견하려고 하다니.....

 

 


머리를 기대어 눈을 감아버렸다.

 

 

 


그때, 혁재의 귓가에 울리는 시원의 목소리..

 

 


“형- 잠깐만...”

 

 


안무 연습 도중, 성민을 잠깐 부르는 시원이었다.


지금은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의 합동 연습 시간..

한 사람이 빠져도 티가 안 나긴 했지만 파트 비중이 큰 성민과 시원인지라 마음대로 빠지기도 뭐한 상황

이었다. 그랬기에, 성민은 거절했지만 막무가내로 성민을 끌고 나가는 시원이었다.

 

 

 


눈을 떠 연습실 입구쪽을 바라보는 혁재...

 

 


이미, 두사람의 모습은 사라진 뒤였다.

 

 

 

 

 

 

 

 

 

 

 

 

 

 

 

 

 

 

“응.... 왜....?”


“형....”


“..........”


“나.. 못 하겠어요.”


“응???”

 

 


옥상이라 바람이 많이 불어 추운 듯, 발을 동동 구르는 성민.

하지만 갑작스레 들려오는 시원의 목소리에 성민은 뛰던 발을 멈추고 시원쪽을 바라보았다.

사뭇 진지한 표정의 시원 때문에, 성민 역시 조금 더 시원 앞쪽으로 다가섰다.

 

 


“왜... 무슨 고민있니...?”


“........”


“왜 그래.. 응..?”


“형.”


“응...”


“나...........”

 

 

 


천천히 성민의 어깨를 붙잡는 시원... 굳은 표정의 시원 때문에, 걱정스러운 성민의 표정...

 

 

 


“!!!!!!”

 

 

 

그대로 성민을 끌어안아버리는 시원이었다.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잠시 멍하니 있던 성민은, 시원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몸을 움직였지만, 그럴 수

록 더 꽉 껴안는 시원이었다.

 


“저, 저기 시원아...”


“가만히...형...”


“...............?”


“그냥...이대로 가만히 있어줘요.....”


“.........최시원.........”


“내 말 다 끝나고 뺨 때려도 좋고, 나 경멸해도 좋아요.. 그러니까..지금 만큼은.........가만히 있어줘요...”

 

 

 


�까...깊게만 느껴지는, 애원하는 듯한 시원의 목소리...

 


왠지 가슴이 아련해 옴에 성민은 시원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애 쓰던 몸짓을 멈추었다.

성민을 더 꽉 끌어안는 시원...

 

 

 


“형...”


“.............”


“저.... ”


“..........”


“형 동생으로 못 있겠어요. 못 하겠어. 아니 안 할래..”


“!!!!!!!!!!!”

 

 

 

 

 


-끼이익-

 

 

 


살짝 열리는 옥상 문, 시원은 성민을 안은 채,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고 시원의 눈에는 주위를 두리번거

리다가 자신들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혁재의 모습이 눈안으로 들어왔다. 혁재를 바라보며 또박또

박 말을 잇는 시원.

 

 

 


“나, 형 정말 사랑하나봐요.”


“시원아! 난!!!!”


“아무 말 하지 말아요. 형. 나... 정말 고민고민하다가 말하는거거든요?”


“시원아. 이러지마. 난 혁재를........”


“필요없어요. 형.”


“최시원!!!!!!!”

 

 

 


시원의 품 안에서 발버둥치는 성민.

옥상 문쪽을 바라보던 시원은 혁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난 후에야 성민을 놓아주었다.

 

 

 

 

-짝-

 

 

 

 


돌아가버린 시원의 고개.....

 

 

 


“오늘 일은 못 들은걸로 할게. 난 널 잃고 싶지 않아.”


“...........”


“내가 아끼는 동생으로서.”


“..........”


“이만 내려간다...”


“하지만 이젠 혁재가 형을 받아주지 않을걸요!”


“..............”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걸어내려가는 성민.

 

자꾸만 시원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을 멤도는지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성민이었다.

 

 

 

 

 

 

 

 

팬픽? 리얼! -# 38

 

 

 

 팬픽? 리얼!

 (WRITER + HYUKJAE)

 

 

 

 

 

 

 

 


-쏴아-

 

 


화장실로 달려가 찬물을 세게 틀었다. 세면대 가득 채워져 가는 물을 바라보다가, 꽉 채워졌을 때 쯤,

난 내 얼굴을 물 속으로 집어 넣었다. 자꾸만 떠오르는 두 사람의 실루엣..

 


옥상문을 열었던게 잘못 이었다. 아니, 두 사람을 따라 나간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따라나가지만 않았어도 그런 광경을 보진 않았을텐데..

 

 


성민이형을 끌어안고 있는 최시원과... 그 품에 안겨 꼼짝않고 있는 성민이형의 모습이란...

 

 

최시원과 눈이 정면으로 마주쳐버리자마자 뒤로 돌아 뛰어내려와버렸다.

이상하게, 내가 죄인이라도 되는 양...

당장이라도 달려가 최시원의 얼굴로 손이 나갈뻔 했지만, 그건 성민이형이 원하는 일이 아닐 것 같아서

그저 뒤로 돌아 달려내려온 것이었다.

 

 

 


“미쳤어?!”


“푸-”

 

 


갑작스레 내 어깨를 잡아 흔드는 주인공 때문에, 난 물 속에 집어넣었던 내 머리를 꺼내어 뒤쪽을 바라

보았다.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서 있는 동해.


난 세면대 배수구를 열어 물을 흘려 보낸 뒤, 몸을 돌려 화장실 입구쪽으로 걸어나갔다.

 

 


“이혁재!!!”


“아무 말도 하지마. 나 지금 머리 아퍼.”


“거기 서봐!”


“............”

 

 


나가려는 나를 돌려 세우는 동해. 다시금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자꾸만 동해의 얼굴에 성민이형의 얼굴이 겹쳐 보여서.

 

 


“왜 그렇게 바보같아.”


“........”


“성민이형이 그렇게 좋아?! 어? 성민이형은 시원이를 좋아하는대도?”


“말 함부로 하지마.”


“하, 그럼.. 성민이형이 너를 좋아하니?? 어? 너를 사랑해?”


“..........”

 

 

 


말문이 막혀버렸다. 나는 성민이형을 사랑하는데... 형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형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믿음이 깨어져 버렸다.

그랬기에, 동해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해 줄수가 없었다.

 


“............”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는 동해에게서 몸을 돌려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따라나오면서 내 팔을 붙잡는 동해.

 

 


“왜 그렇게 미련해!!!”


“.............”


“다른 사람 좋다는 사람한테 왜 그렇게 매달리냐구!!!!”


“......”


“하루종일 시원이랑 붙어다니는거 봤잖아!!!!

너 그렇게 기다리게 할 때도 시원이랑 같이 있었대잖아!!!!!”


“...........”

 

 


이제는 울부짖기까지하는 동해에게 나는 아무런 말도 해 줄수 없었다.

가슴이 탁 막혀오는 기분...


그저 한숨만 내쉬고 연습실쪽으로 가기 위해 계단으로 몸을 옮겼다. 뒤에서 소리치는 동해.

 

 

 


“나 이용하라고!!! 개 자식아!!!!”


“............?”

 

 


누구를...이용해......?

 

 


뒤를 돌아보니, 굳은 표정으로 내게 걸어오는 동해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내 앞에 선 동해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잇었다.

 

 


“형이 너 불쌍해서 못 놔주는거라며.. 그러니까.”


“.........”


“너한텐 내가 있다고 해.......”


“!!!!!!!”


“그러면... 형도 마음 놓고 시원이한테 갈 수 있잖아.”


“이동해!!!!”

 

 

 

 


동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시금 내 머리를 뒤흔들어 놓았다.

 

 


“말도 안돼! 내가 널 어떻게 !!”


“상관없어!!!!!”

 

 

 


눈을 꽉 감은 채 소리치는 동해의 모습...

 

 

 


“그렇게라도 니 옆에 있으면, 나는 상관없어........”


“동해야.”

 


말끝을 흐리는 동해의 모습.....팔을 들어 동해의 어깨를 붙잡았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동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쳇... 니 친구로 남겠다고 거짓말 한것도 이젠 다 소용없게 되어 버렸네.. 후......”


“...........”


“미안... 내가 헛소리했다.. 가볼게...”


“....................”

 

 

 


나를 지나쳐 빠르게 연습실로 올라가는 동해....

 

혼란스러웠다..


대체 뭐가 어떻게 꼬여버린 건지...

 

 

 


-쿠당탕-

 

 

 

 


그렇게 머리를 부여잡고 계단에 앉아 있을 때 쯤,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계단에서 뛰어내려오는 소리

가 들렸다. 머리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숨을 헐떡이며 서 있는 성민이형의 모습이 눈 안에 들어왔다.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후.....”


“이혁재!!!!”

 

 

 


빠르게 몸을 일으켜 뒷문쪽으로 향했다. 형을 볼 자신이 없었다.

 

 

 


“거기 서!!!!”


“.......”


“거기 서라고!!!!!!”

 

 

 


형의 다급한 목소리에 자리에 그저 멈춰서 버렸다.

나에게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어느새 내 눈 앞에는 성민이형이 숨을 몰아쉬면서 서 있었다.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얼굴... 듣고싶었던 형의 목소리....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난 할 말 없어.”


“들어!! 내가 할 말 있어!!!”


“........난 들을 말 없어.. 형..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갖자..”


“생각하고 말 것도 없어!! 내 답은 하나니까!!!!!!”


“가볼게.”


“이혁재!!!!!!!!”

 

 

 


-쾅!-

 


내 뒤에 대고 뭐라고 소리치는 형의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형의 목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을 때까지 무작정 달리고 달렸다.

 

 

 

 

 

 

 

 

 

 

 

 

 

 

 

 

 

 

 

 

 

“하아....”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갑작스레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팬들은 문 앞을 기웃거리며 무슨 일이 일어났나 안 쪽을 바라보고 있

었다. 하지만, 성민은 주저앉은 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원의 고백을 받고 내려오다가 견딜 수가 없어서 혁재에게 달려왔는데...

 

 


이제는 혁재가 성민을 받아주지 않을거라는 시원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멤돈다.

 

 

 

 


“흑......나쁜 놈....”

 

 

 


내 답은 하난데...

 


넌데....

 


이혁재 너 하난데....

 

 

 

 

 


“형......”

 

 

 


어느새 따라내려온 건지, 옆에 서 있는 시원....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던 성민은 고개를 들어 시원을 바라보았다.

시원의 다리를 붙잡고 일어서는 성민.

눈물이 그렁그렁 달린 채로 시원을 쏘아보다가 주먹을 들어 시원의 가슴께를 치기 시작한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


“개 자식!!! 니가 뭔데 날 이렇게 만들어!!!!!!”


“.............”


“어?! 뭐야!!! 너!!! 도대체!!!!! 어? 혁재 돌려놔!!!! 혁재 내놔!!!! ”


“..........”


“나 혁재 없으면 못 산다구!!!! 혁재가 내 심장이란 말이야!!!!!!!! 혁재 돌려놓으라구!!!!!”


“.........”


“하아...”

 

 

 


소리지르면서 시원의 가슴께를 치던 성민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무너져 내렸다.

황급히 성민을 부축하는 시원. 하지만 시원의 팔을 쳐 내는 성민이었다.

그런 성민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원.

 

 


“미안해요. 형.”


“............”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


“내가 형 사랑하니까.”


“............”


“미안해요... 미안.... 미안해요....”

 

 


벽에 기대어 다시, 주저앉아 버리는 성민. 그런 성민의 옆자리로 걸어가 앉는 시원이다.

 

 

 


“흐흐흑... 혁재야... 흑......”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흐느끼는 성민...

시원은 손을 들어 그런 성민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온 몸을 들썩이며 우는 성민을 바라보며 가슴이 난도질 당하는 듯한 기분의 시원이었다.

 

 

 

 

그리고...


문득 의문이 들었다.

 

 

 

 


자신의 심장이 이혁재라며 소리치는 성민을 보며...

 

 

 


과연 내가 이 사람의 웃음을 돌려 놓을 수 있을것인가... 하는 의문..

 

 

 

 


그리고 성민의 우는 모습을 보며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상실감에 대한 두려움...

 

 

 

 

 

 

 

 

 

 

 

 

 

 

 

 

 

 


“잘 합시다-! 오늘 첫방인데!!!!”

 


동방신기와 우리 슈퍼주니어의 합동 무대 첫방.

비방으로는 이미 보여준 적이 있지만 전국적으로 방송을 타고 첫 선을 보이는 무대였다.

 


우리 차례를 기다리면서 난 성민이형쪽을 바라보지 않으려 애꿎은 내 머리만 자꾸 만지고 내 옷 매무새

를 가다듬었다.

 


나에게 몇 차례 말을 걸어오려 하는 성민이형이었지만, 난 그때마다 형을 피해버렸다.

형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알고 싶지 않았다. 아니, 두려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영운이형..

 

 


“아뇨.. 그냥.. 안무 생각하고 있었어요.”

"눈에 다크써클 봐라. 아주.."

"하하...."


“.............성민이랑은 아직도냐?”


“.....”


“어쩌려고 그래. 너희 둘.”


“.........”


“너희야말로 너무 늦지 않게 해. 서로 상처만 주지 말고.”


“.............”


“우리 차례다. 올라가자.”

 

 

 

 


웃어야 했다. 아무리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어도 난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어보여야 했고, 그렇게 우

리의 윈터 앨범 첫방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스탭들에게 인사하고, 우리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약간씩 손을 흔들어준 뒤, 버스로 올라탔다.


내 옆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는 성민이형.

난 잠시 멈칫하다가, 앞자리의 막 잠이 들려고 하는 려욱이를 흔들어 깨웠다.

 

 

“으응..... 형.. 왜요....?”


“너 내 자리로 가.”


“에...? 왜요오....”


“나 여기가 좋아. 멀미나서 뒤에 못 앉겠어.”


“에에?? 그런게 어딨어요.....”


“가라면 가는거지!”

 

 


그렇게 막무가내로 려욱이를 뒤로 보낸 뒤, 나는 모자를 푹 눌러썼다.


아직 약기운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머리가 너무나 많이 아파왔다.

 


아프다...

 

 

 

가슴이 아프다....

 

 

 

 

 

 

 


“아저씨!!!!”

 

 

 


잠이 들었었나보다. 들려오는 성민이형의 목소리...

 

 

 


“여기서 저 내려주세요!!! ”

 

 


아직 숙소에 온 것도 아닐텐데... 어디를 가려고.....

 


“야!!!! 위험해!!!”


“안 들키게 잘 할게요!!! 저 내려주세요!!!!!”

 

 

 


만류하는 영준이형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차에서 내리는 성민이형....


모자를 들어 형을 보고 싶었지만... 난 그대로 잠을 청하려 몸을 더 의자에 깊숙이 기대었다.

 

 

 


“형!!! 저도 내려주세요!!!”


“어?? 넌 왜!”


“에이... 아무리 그래도 성민이형 혼자 가는것보단 낫겠죠~ 다녀올게요!”


“어어?? 야야!!!!”

 

 

 

 

 


물론, 저 최시원의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잠이 들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난 모자를 들어 창가를 바라봤다.

성민이형이 간 쪽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최시원의 모습....

 

 

 

 

 

 

 

 


내가 이방인이 되어버린 느낌...

 

 

 

 

 

 

 

 

 

 

 

 


팬픽? 리얼! -# 39

 

 

 


 팬픽? 리얼!

 (WRITER + HYUKJAE)

 

“후...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숙소로 가는 도중 버스에서 내린 성민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까 전, 인기가요가 끝난 뒤, 자신이 버스에 제일 먼저 올라타 혁재의 옆자리에 먼저 앉았다.

혁재가 자꾸만 자신을 피하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혁재를 볼 수 없어서였다.


하지만...

 

 

혁재가 아닌 려욱이 자신의 옆자리로 왔고, 앞을 보니 혁재는 려욱의 자리에 앉아서 모자를 쓴 채 창문

에 기대어 잠을 청하고 있었다.

 


울컥하는 마음에 혁재를 소리쳐 부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저,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려욱에게 한번 웃어주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갈 뿐...

 


무심코 다시 혁재를 봤을 땐, 모자를 쓴 채 자는 혁재가 기침을 하며 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는 중에도 추운지 자꾸만 입고 있는 잠바를 더욱 꽉 여미며 자는 혁재의 모습...


아직 감기도 다 낫지 않았는데...


저러다 더 심해지는건 아닌가...

 

 


약간 허전해보이는 혁재의 목...

 

 

 


“여기서 저 내려주세요!!! ”

 


저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어 기사아저씨께 소리를 질러버렸고, 의아한 듯

성민을 돌아보는 멤버들과 매니져를 놔두고 뛰어내린 것이었다.


예전, 혁재와 함께 돌아다닐 때 봐 두었던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지라 답답한 성

민이었다.

 

 


“어머, 혹시.. 성민오빠 아니세요??”


“예...?”

 

 

 


정신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성민을 붙잡은 여고생들.

성민이 여고생들을 바라보자 성민의 팔을 붙잡으며 소리를 지른다.

 


“꺄아아아!!! 성민오빠 맞아!!”


“오빠!! 사인 해 주세요!!”


“사진 찍어요!!!”

 


성민은 순식간에 여고생들에 둘러싸였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학생들이 많은 점을 깨닫지 못 했었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여고생들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를 때..

 


“!!”


“아씨. 뭐야!!”

 

 


얼굴이 보이지 않게 마스크로 가리고, 선그라스를 낀 어떤 남자가 성민의 팔을 덥석 잡고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여고생들의 욕설 섞인 목소리들..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었고, 워낙 세게 팔을 잡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달리는 성민이었다.

 

 


“하아...하아..”


“형..”

 

 


한적한 곳으로 가서야 선그라스와 마스크를 벗고 성민을 바라보는 남자.. 최시원.

 

 


“최시원.....?”


“후.... 안 들킨다면서요. 그러면서 그렇게 대놓고 다녀요?”


“.........”

 

 


빠르게 몸을 돌려 다시 길가로 나가는 성민.

 


“형!!!!”


“.........!!”

 

 

 


빠르게 걸어가는 성민을 붙잡는 시원이었고, 뒤를 돌아본 성민은 시원의 팔을 세게 뿌리치고 가던 길을

더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어디 가는데요!!! 같이 가요!!! 같이 가 줄게요!”

 


성민의 팔을 붙잡는 시원. 하지만, 성민은 우뚝 멈춰 서서 시원을 째려보았다.

 


“니가 왜 같이 가는데! ”


“형 혼자 다니면 아까 같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필요 없어.”


“형!!!!!”


“놓으라구!!!!”

 


버럭 소리를 지르는 성민, 하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는 시원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는 시원.

 


“좋아요. 형. 그럼, 형 뒤에서 따라가기만 할게요. 같이 가자는 말 안 해요.”


“........”


“알았어요. 이제. 정말. 그러니까.. 자꾸 나한테 소리치지 마요.”


“......”


“화내지도 마요. 정말 안 그럴게요. 이제.”


“.........”


“형 옆에 있을 수도 없는데, 멀리 있는데도 형한테 미움받으면 저... 너무 불쌍하잖아요. ”


“..............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리고 걸어가는 성민.

시원은 그런 성민의 뒤를 말없이 좇을 뿐이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걸어가던 성민이 걸음을 멈추자, 시원 역시 성민을 따라 걸음을 멈춘다.

 


“여기...”


“.........?”


“목도리 파는 곳이 어디지.....?”

 

 

 

 

 

 

 

 

 

 

 

 

 

 

 

 


“8000원입니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가게에서 걸어나오며 목도리를 손에 꼭 쥐어보는 성민.

입에 웃음이 한가득인 성민을 바라보며 시원은 가슴이 아련해옴을 느낀다.


하지만, 짐짓 웃어보이고는 성민에게 말을 붙인다.

 

 


“혁재 줄 거에요?”


“응.”


“혁재 목도리도 많을텐데... 선물 많이 받잖아요.”


“내가 직접 둘러줄거야.”

 


목도리를 가지런히 정돈한 뒤에 쇼핑백에 넣는 성민. 시

원과 숙소로 걸어가던 도중, 스티커 사진 찍는 가게를 바라보며 소리친다.

 


“어!!!”

 

 


빠르게 그 앞으로 달려가는 성민. 시원 역시 성민을 따라 빠르게 가게 앞으로 달려간다.

유리에 두 손을 대고 안을 바라보는 성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것인지 사람도 없을뿐더러 불도 켜져 있지 않다.

 

 


“..........”


“왜요.....?”


“...........”

 

 


아무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는 성민.

뒤편에 붙은 스티커 사진을 바라보는 시원은 성민이 이곳에 온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시원아.”


“........?”


“나... 혁재랑 다시 여기 올 수 있을까.”


“................후.. 형...”


“...............”


“왜 그런 질문을 해요. 바보같이.”


“.........”


“이혁재가 형 사랑하는거 알잖아요.”

 

 

 

 


인정하긴 싫지만...죽어도 인정하긴 싫지만..


형 웃음을 찾아 줄 사람은 이혁재 밖에 없네요.

 

 

 


“........”


“형이 진심을 전하면... 혁재도 형이랑 화해할 거에요. ”


“........”


“그러면 다시 와서 사진 찍으면 되죠~”


“후....”

 


고개를 푹 숙인 채 앞으로 걸어가는 성민...

역시 한숨을 내쉬고 성민의 옆에서 걸으며 숙소로 향하는 시원이었다.

 

 

 

 

 

 

 

 

 

 

 

 

 

 

 

 

 

 


“.........”

 


좀 늦는다.

 

 


시계를 바라보다가 누워 있던 침대에서 일어섰다.

약간 어질한 기운에 휘청했지만 상관 없었다. 걱정이 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비록, 나가서 기다리다가 형이 온다면 숨어 있다가 형을 먼저 올려보낸 뒤에 올라오겠지만...

 

 


“..........”

 

 


문득, 선인장을 바라보았다.

약간 쳐져 있는 줄기..


보통 선인장과는 다르게 줄기가 기다랗게 뻗어있는 터라, 싱싱한지 죽어 있는지도 눈에 잘 뜨인다.

 

 


“...............”

 

 


-옥서화라는 선인장이야- 예쁘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거.-
-아아...이게 선인장이야?? 되게 이상하네.-
-치.. 얼마나 이쁘다구. 계속 보면. 이거... 우리 같이 키우자. -
-뭐?? 내가 왜!-
-꽃은 싫구... 너한테 꼭 선물해주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이것도 있었어. 마침 있어서...잘 됐다. 그지??-
-아유.. 잘났어. 정말.-

 

 

 


“후....”

 

 


끝을 톡톡 건드려보았다.

형과의 첫 데이트에.. 형이 나에게 준 선물.

나와 형의 분신같은 존재였는데...

우리가 싸워서 너도 이렇게 풀이 죽어있니?

 

 

 


-이성민!!!!!!!!-


-........-


-넌 내꺼다!!!!!!!!-

 

 

 

 

 

 


“후.......진짜...”

 

 

 


또 다시 골이 지끈 아파온다..

자꾸만 형과 내가 서로 웃으며 같이 지냈던 시간들이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내가 형을 좋아하는게 형을 힘들게 해서 형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점점 그러기가 싫어진다.

 

 

 


“내가 이렇게 이기적인 놈이었나.....”

 

 

 

핸드폰 뒷부분을 바라보았다. 같이 찍은 스티커 사진....

 

 

 


“..........!!”

 

 

 

 

 


이제야 결심했다..

 

 

 

 

 


난 절대 , 결코 성민이 형을 보낼 수 없다.

 

 

 

 


이기적이라고 욕할지라도, 난 성민이형을 붙잡아야겠다.

 

 

 


-달칵-

 

 


“혁재야. 밥먹.....”


“........”

 

 

 


문을 열고 들어선 동해를 지나쳐 빠르게 현관 밖으로 뛰어나갔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동해의 목소리도 상관없었다. 지금 달려가서 성민이형을 내 품에 안아야 했다.

그래야만, 성민이형을 놓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생각하고 말게 뭐 있어! 내 답도 하난데!

 

 

 

 


이성민 너 뿐인데.

 

 

 

 

 


늦게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못 하고, 계단으로 빠르게 뛰어내려갔다. 일분 일초가 급했다.

 

 


“혁재야!!!!!!”

 

 

 


나를 부르는 동해의 목소리.

 

 


-쿠당탕-

 

 


빠르게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내 심장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형에게 어떤 말을 듣던지... 내 말부터 들어!! 형!!!


기다려!!

 

 

 

 

 

 

 

 

 

 


“하아,하아.....”

 

 

 


막 아파트 현관을 열고 압구정 쪽으로 뛰어나갈 무렵.....내 눈 안으로 들어와 버린 두 사람....

 


그토록 애타게 내가 기다린 한 사람과..........

 


그리 달갑지많은 않은 한 사람....

 

 

 

 


소리를 질러 성민이형을 부르면 되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내가 벙어리가 되어버린 것만 같이...

 

 

 

 

 

 

 

 

 

 


형의 표정이 너무 편안하고 행복해보여서...


다시 내가 그 편안함을 빼앗아와 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난 그 자리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혁재야!!! 어후.... 겨우 따라왔네. 아픈 애가 어딜 그렇게...............”

 

 


내 뒤를 따라온 동해 역시 숨을 몰아쉬며 내 옆에 섰고, 나에게 말을 꺼내다가 멈칫하는 중이었다.

 

 

 


“저, 저기... 성민이형이랑...”


“.............”

 

 

 

 

 

진짜, 끝까지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구나. 성민이형..

 


일말의 기대조차 떨어뜨려 버리는구나.

 

 

 


알았어. 형.

 

 

 

 

 

 


“동해야.”


“응...?”


“혹시, 니가 나한테 했던 말...아직도 유효하니.”


“뭐....라고...?”


“.........”


“.................당연하지.”

 


나에게 자신을 이용하라던 동해의 말...

난 정말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다... 동해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지금.

 

 

내 말의 의도를 알아 챈 동해의 표정 역시 굳어졌다.

나를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해.

난 심호흡을 하고는 동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천천히 아파트를 향해 걸어오는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형.

 


행복해.

 

 

 

 

 

 

 

 

 

 

 

 

 

 

 

 

 

 

 


“아, 진짜요? 이혁재 그 자식.. 보기보다 멋있네요.”


“그러엄~ 우리 혁재가 얼마나 멋진데.”


“에이... 너무 혁재편 드시는거 아니에요?”


“어쩔 수 없어~ 내 눈엔 혁재가 제일 이쁜 걸. 하하핫.”

 

 

 


밝게 웃는 성민을 보며 또 다시 가슴 한켠이 아련해 오는 시원이었지만, 성민을 보며 웃을 수 있었다.

성민이 혁재를 사랑하는 그 깊이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은 그에 비할 바가 못 되기에....

 

 


“..........어......?”


“.............”

 

 


앞을 바라봤을 땐, 혁재가 걸어오고 있었다.


기쁜 얼굴로 달려가려던 성민은 멈칫했다.

동해의 손을 붙잡고 걸어오고 있는 혁재의 모습....

 

 


“시, 시원아...”

 

 


두려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성민...

시원 역시 굳은 표정으로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혁재와 동해를 바라보았다.

 

 

 


자꾸만 드는 불안한 느낌...

 

 


성민은 그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윽고, 자신들 앞에 당도한 혁재와 동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네 사람..

 

 

 

 

 

 

 

 

 

팬픽? 리얼! -# 40

 

 


팬픽? 리얼!

 ( WRITER )

 

 

 

 

 


“이제와?”


“..........”

 

 


동해의 손을 꽉 붙잡고 시원과 성민의 앞으로 다가 선 혁재의 얼굴엔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냥 말을 툭 건넨 뒤, 무표정하게 시원과 성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동해와 혁재를 바라보는 시원과 성민...

시원은 혁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동해와 잡은 혁재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혁재는 더욱 동해의 손을 꽉 잡는다.

어이없다는 듯, 혁재를 바라보는 시원.

 

 


“둘이 데이트 잘 즐겼으면, 우리도 이만.. 바빠서.”


“이혁재!!!”

 

 


동해와 같이 발길을 돌리는 혁재의 몸을 멈춰 세운 성민의 목소리.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버린 혁재였고, 성민은 혁재의 앞으로 다가가 혁재의 어깨를 붙잡고 혁재의 얼

굴을 바라보았다.

 

 


“뭐 하자는거야!!! 너 지금!!”


“보면 몰라? 데이트 가잖아. 동해랑.”


“하... 뭐...?”


“이제 좀 비켜줘. 우리 갈 길도 바빠.”


“이혁재!!!!”

 

 


다시 혁재를 붙잡는 성민..

하지만, 혁재는 싸늘하게 뒤를 돌아보고는 성민의 팔을 쳐 낸다.

힘 없이 떨어지는 성민의 팔.

 

 

 

 


“시원이 기다리잖아. 가 봐.”


“............”

"나 걱정 안 해도 돼. 형.."

".............어.....?"


“형. 놔 줄게. 이제.”


“.......뭐.....?”


“..............”

 

 


-툭-

 

 


들고 있던 쇼핑백을 떨어뜨리는 성민.

혁재는 무표정하게 성민을 바라보다가 동해의 손을 붙잡고 다시 발길을 돌린다.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는 성민...

 

붙잡아야 하는데..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붙잡아야 하는데....

 

 

 

 


성민을 보다 못 한 시원이 빠르게 혁재와 동해의 앞으로 달려가 멈춰 세운다.

혁재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가는 시원.

 

 


“이혁재. 너 뭔가 오해가...”


“놔. ”


“이혁재! 내 말 좀 들어봐!”


“놔라. 좋은 말 할때.”


“너 지금 내 말 안 들으면 후회해!! 성민이형은...”


“지금 너 죽이고 싶은거 참고 있는거야. 그러니까... 제발 가라..”


“이혁재!”


“동해야. 가자....”

 

 

 

 


시원을 지나쳐 아파트를 빠져나가버리는 혁재와 동해.

그 둘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성민쪽을 바라보는 시원...


천천히 성민에게 걸어가 성민에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몸을 낮춘다.

 

 

 


“형..”


“..........”


“..........”


“.........”


“들어가자.. 형..”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다가 시원과 눈이 마주쳐 버린 성민. 베시시 웃는다.

 

 

 


“시원아. 나 방금 꿈 꿨나봐.”


“..............형.”


“아휴... 어떻게 그런 꿈을 꾸지...? 혁재한테 혼나게...”


“.............”


“빨리 들어가서 혁재 목도리 줘야겠다.. 좋아하겠지....? 하하........흑.....”

 

 

 

 


말 끝을 흐리며 끝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떨구는 성민...

한숨을 내쉬고 성민을 일으켜 세우는 시원은 성민을 다독거리며 숙소 현관 앞으로 다가섰다.

 

 

 

 

 

 


“야!! 너네 어디 갔다 오....성민아!!”

 

 

 


정수의 목소리에, 성민은 황급히 눈물을 닦고 정수를 바라보았다.

정수의 목소리에, 영운도 달려나왔고, 성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멤버들 사이를 빠져나가 방으로

달려갔다. 자리에 남은 시원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멤버들..

 

 


하지만, 시원 역시 묵묵부답일 뿐이다.

 

 

 

 

 

 

 

 

 


-형. 놔 줄게. 이제.-

 


아니지? 응?


내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지...? 응....?

 

 

 

 

 

 


혁재의 침대에 걸터앉는 성민. 그대로 쓰러지듯 누워 버린다.


코 끝을 자극하는 혁재의 향기에 취하듯, 눈을 감는 성민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꺼져있던 불이 켜지며 성민의 눈도 함께 뜨였다.


떠진 눈에 보이는 건, 잠바를 벗어 옷장에 걸어놓고 있는 혁재의 모습.

혁재가 몸을 뒤로 돌리자 성민은 황급히 눈을 감는다.

 

 


“후....”


“...........”


“안 자는거 다 알아. 형.”


“.........”


“내 침대에서 뭐하고 있어.”


“.............혁재야....”

 

 

 

 


몸을 일으키는 성민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혁재의 얼굴.

다시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아 이불을 꽉 쥐고 애써 웃어보이는 성민.

하지만, 혁재의 표정엔 변함이 없다.

 

 


“어디... 다녀온거야...?”


“나가려다가... 동해가 병원 가자고 그래서... 다녀왔어.”


“......아....아픈건...좀 나아졌어....?”


“어.”


“그렇구나.....걱정했는데.”


“형. 나 좀 쉬고 싶은데.”


“저기!!!!”


“머리 아프거든. 좀 일어나줘.”

 

 


혁재의 무미건조한 말에, 성민은 얼떨결에 떠밀려 일어났고, 혁재는 그런 성민을 지나쳐 침대 위로 몸을

눕힌다.


이불을 뒤집어 쓴 혁재.

그런 혁재를 원망스레 바라보다가, 이내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성민.

 

 

 


“나 묻고 싶은게 있어..”


“........”


“아까 그말... 무슨 뜻이야....?”


“............”


“나 놔주겠다고 한거.... 아니지......? ”


“.........”


“내가 시원이랑... 있어서... 화낸 거지..? 그냥 홧김에... 하하... 그런 말을 할리가 없지..”


“왜 그렇게 말을 못 알아들어. 이성민.”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키는 혁재.

성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혁재를 바라보았고, 그런 성민을 보며 말을 잇는다.

 

 

 


“그 말 그대로야. 이제 형 놔줄게.”


“혁재야!”


“내가 형 잡고 있어서 형 힘들게 했어. 미안해.”


“그거 아닌거 알잖아!!! 내가 왜 힘들어!”


“형 말대로 답은 하나더라.”


“............?”


“내가 형을 놓아주어야 형이 편하겠구나 하는 생각.”


“하... 이혁재..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응? 정말 그렇게 생각해...?”


“시원이한테 잘 해 줘. 시원이는 형 힘들게 하지 않으니까.”


“말도 안돼!!! 니가 지금 무슨 이야길 하고 있는 줄 아니?! 어? 아니라고 말해!!!

아니라고 말하란 말이야!!!!!!”

 

 

 

 


사실상의 이별통보.

 

 

 


혁재의 옷을 붙잡고 막무가내로 울부짖는 성민이었다.

 

차마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혁재.


그대로 혁재 품 안으로 무너져내리는 성민...


손을 들어 성민을 품 속으로 끌어당겨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시 손을 내리고 낮은 목소리로 성민에게 말하는 혁재.

 

 

 


“이젠 나한테 이러지마. ”


“..........흑.....”


“형 투정 받아주는 것도 지친다. 이제.”


“흑...흐흑....”

 


점점 더 커지는 흐느낌에 혁재는 그저 눈을 감아버렸다.

 

확실히 떼야 한다.

그래야 성민도 자신을 확실히 정리할 수 있다.

그게 더 편할 것이다.

 

 

 


“자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여긴... 나 동해방 가서 잘게. 오늘은. 정수형더러 이리로 오라고할게.”

 

 


성민을 품에서 떼어놓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혁재. 문을 열고 나갈 무렵...

 

 


-퍽-

 

 

 


“..........?”

 


혁재의 머리로 날아온 베게. 뒤를 돌아보니 성민이 자신의 침대 위에서 자신의 베게를 던지고 있었다.

베게로도 모자라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다 던지고 있었다.

한숨을 내쉬고 다시 낮은 목소리로 성민을 부르는 혁재.

 

 

 


“이성민.”


“뭐야!!! 이 개자식아!!!”


“형!”


“등 안 보인다고 했잖아!! 나 안 놓친다고 했잖아!!!!”


“후.......”


“나 니꺼라며!!! 평생 니 맘 속 주인도 나라며!!!!!!!”


“..........”


“그런데 이게 뭐야!!! 너 왜 나 떠밀어!!!! 내가 너 놓칠 것 같아도 나 꽉 잡으랬잖아!!!!!!! 그러겠다며!!!”


“......”

"근데 이게 뭐야!!! 왜 니가 먼저 나 놓쳐!!!!! 왜 나 떠밀어!!!!!!"

".............."

“약속했잖아!!!! 맹세했잖아!!!!!! 너 가면!!!!! 난 어떡해!!!!”


“...............”


“나 이렇게 만들어놓고!!! 너 없인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어놓고!!!!!!!”


“............”


“너 사랑한다구!!!!!! 너 사랑한단 말이야!!!! 너도 나 사랑하잖아!!!!!”

 

 


소리지르고 힘이 다했는지 다시 침대위에서 스르륵 주저앉아 버리는 성민.

당장이라도 달려가 성민을 안아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문고리를 더욱 세게 잡았다.

 

 

 

 

 


“아니, 형. 우리 둘은 사랑이 아니었어.”


“..............”


“나는 동경이었을 뿐이고, 형은 동정이었을 뿐이야.”


“.........”


“.........그걸 사랑이라고 믿었을 뿐이야...”

 

 

 

 


-쾅-

 


"아아아아아아악!!!!!!!!!!!!!!!!!!!!!"

 

 


문을 닫고 나선 혁재와 문을 닫자마자 앞으로 고꾸라져 울음보를 터트리는 성민.

문 밖에 서서 그 울음소리를 듣던 혁재 역시 벽에 기대어 주저앉아버리고 만다.

 

 

 

 


안녕. 내 사랑.

 

 

 

 

 


“혁재야.”

 


혁재의 모습을 보고 영운과 정수가 쇼파에서 일어나 다가온다.

둘을 보고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는 혁재.

 

 


“무슨 일이야. 성민이 왜 저래.”


“후... 저 좀 쉴래요. 형.”


“야!”

 

 


화를 내는 영운을 붙잡는 정수. 고갯짓으로 들어가라는 표시를 해 보이고, 혁재는 꾸벅 고래를 숙인 뒤,

동해의 방으로 들어간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켜 혁재를 맞이하는 동해.

 

 


“혁재야!”


“후... 동해야.. 나 좀 쉬고 싶다...”


“어.. 어.. 그래.. 여기 누워..”

 

 

 


자신이 누워 있던 자리를 가리키는 동해.

혁재는 그대로 동해의 침대 위에 축 늘어져 버렸고, 동해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한 팔로 눈을 가리고 잠을 청하는 혁재.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눈물.

 

 

 

 

 

 

 

 

 

 

 

 

 


팬픽? 리얼! -# 41

 


 팬픽? 리얼!

 ( WRITER )

 

 


“..........”

 


“오늘은, 여학교에서 무대야. 잘 하자. ”

 


정수의 목소리르 필두로 여러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스쿨오브락 스케쥴이 잡혀 있어서 그 학교로 향하는 중이었다.

다들 들떠있는 분위기.

 

 


물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문에 머리를 기대어 있는 한 사람..

 

 

 

“혁재야. 많이 아파...? 약 줄까..?”


“...........”

 

 

 


그리고.... 부은 눈 밑으로 심하게 다크써클 까지 생겨버린 한 사람..

 

 


“흐익. 성민이형.. 귀신같아요.”


“.........”

 

 


이 두 사람만 빼고.

 

 

 

 

 


“여고니까 더 떨린다. 그지?”


“..........”

 


말없이 동해에게 웃어주는 혁재였다.

하지만 아무 말도 꺼내진 않았다. 굳이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동해에게 웃어주다가 어깨너머로 보이는 성민의 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창밖을 보는 혁재였다.

 

 


“야. 이혁재.”


“...........”


“너 이따 나 좀 보자.”

 

 


앞에 앉아있던 영운이 뒤로 몸을 돌려 혁재에게 말했고, 혁재는 아무런 반응 없이 영운을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었다. 한참을 둘이 서로 노려보고만 있자 동해는 혁재 앞을 자신의 팔로 가리며 영운에게 장난스

레 소리쳤다.

 


“에에- 형 뭐냐거- 우리 혁재한테 뭔 볼일 있냐거-”


“..........”

 


하지만 동해의 장난에도 굳은 표정으로 혁재만 응시하는 영운이었고, 동해도 무안했는지 곧 자리에 앉

아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냥 먼저 시선을 피해버리는 혁재에게 뭐라 말을 하려다 성민을 바라보는 영운

이었다.

 

 

 


성민 역시 꼴이 말이 아닌 상황.

 

 


“이성민.”


“............”


“몸 괜찮아?”


“.............예...”

 

 

 


간신히 쥐어짜낸 듯한 목소리.

간신히 영운을 보며 웃어보이는 성민이었지만, 그 웃음이 힘이 들어 보는 사람들조차 안쓰러웠다.

 


“정말 괜찮겠어?”


“............예.....괜찮아요......정말....”

 

 


웃어보이며 말을 하지만 이내 말끝을 흐리며 창 밖을 바라보는 성민.

영운은 눈은 혁재에게 돌린 채 성민에게 계속 말을 꺼냈다.

 

 


“아니. 형이 걱정이 돼서 그래.”


“..................”


“어디서 감기나 옮지 않았나 해서.”


“...........”


“오늘 잘해야지. 성민아. ”


“...........”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영운의 말에 가시가 돋혀 있음을 아는 혁재였고, 그 가시는 자신을 향해 나 있다는 것도 아는 혁재였다.

가뜩이나 머리 아픈데, 더욱 지끈거려오는 혁재였다.

 


지금 안 그래도 나 죽을 것 같으니까..

나 좀 가만히 놔둬요. 형..

 

 

 


잠을 잘 수가 없어 새벽녘에 잠시 거실로 나갔던 혁재였다.

베란다로 나가 바람을 쐬려던 혁재는 다시금 무너지는 가슴에 좌절해야 했다.

 

새벽녘, 방 사이를 비집고 빠져나오던 성민의 흐느낌 소리가 혁재의 가슴을 난도질했기 때문이었다.

 

 


그 흐느낌은 혁재의 흐느낌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성민과 혁재는 서로 잠을 이루지 못 한 채,

밤을 새 버렸다.

 

 

 

울지마..


울지말란 말이야.


웃으라고 보내준건데...


그렇게 울면 어떡해.

 

 

 

 


-끼익-

 

 

 

 


어느새 학교 앞에 도착해 있는 버스였고, 버스에서 내리기 전, 스탭들에게 주의사항을 듣는 멤버들.

몰래 학교 안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겨우 성공했다.

 


“혁재씨!! 여기 좀 봐주세요!!!”

 

 


스쿨오브락 카메라가 혁재를 향했고, 혁재는 굳히고 있던 표정을 풀어 웃어보이며 브이자를 그려보였

다. 어느새 옆에 따라붙은 동해 역시 같이 웃으며 브이자를 그려보였고, 카메라 맨은 매우 만족해하며

녹화버튼을 끄고 먼저 앞으로 향했다.

 

 


“후........”

 

 

 


다시 표정을 굳혀버리는 혁재.

강당으로 향하다가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잡은 채 숨을 고르는 혁재였다.

 

 


“괜찮아? 쉴까?”


“아니.. 잠깐 어지러워서..콜록.”


“감기 더 심해진다. 어떡해..”


“괜찮대도...”

 

 


동해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괜찮다며 웃는 혁재였지만, 역시 머리가 아픈건 어쩔 수 없었다.

 

 


“이성민!! 뭐하냐!! 니 서방 아프댄다!!!”

 

 


갑작스레 들리는 영운의 목소리에 혁재는 뒤를 돌아보았고, 뒤에선 멍하니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성

민과 그 옆에서 성민의 팔을 붙잡고 자신들에게 걸어오는 영운이 눈에 띄었다.


몸을 일으켜 동해의 팔을 붙잡는 혁재.

 


“동해야. 우리 빨리 들어가자...”


“어? 어...”

 


먼저 강당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동해와 혁재를 보며 성민은 발걸음을 멈춰 서 버렸다.

성민을 끌고 가던 영운 역시 발걸음을 멈춰 성민쪽을 바라보았다.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성민을 바라보는 영운.


하지만, 성민은 그런 영운의 표정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성민.”


“..............”


“혁재랑 싸웠나본데...”


“...........”


“혁재가 너한테 어떤 심한 말을 한지 모르겠는데... 다 진심 아니란거 알지?”


“..........”


“이혁재 저 놈이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동경......이었대요....”


“뭐......?”

 

 

 


천천히 입을 여는 성민.... 잘 들리지 않아 영운은 조금 더 앞으로 다가섰다.

 

 


“난 동정이고.... 혁재는 동경이었대요....”


“.....뭐.....?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그래서...그래서......나 놔주겠대요.....”


“............뭐..........?”

 

 


뭔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듯, 영운은 심각한 표정으로 성민을 바라봤지만 성민은 그런 영운을 지나쳐

무언가에 홀린 듯 강당 안으로 들어섰다.

 

 

 

 


사랑이 아니었대요.


나는 사랑이었는데...


사랑이 아니래요.

나는 사랑인데.........

아직도 사랑인데.............

 

 

 

 

 

 

 

 

 

 

 

 

 

 

 

 

 

 

“후..... 겨우 끝났네..”


“아, 그래도 재밌었잖아요~”


“쿡.. 그래.”

 

 


장난을 치며 버스로 올라타는 정수와 영운이었고, 그 뒤를 따라 올라타는 혁재였다.


자리에 앉던 정수는 혁재를 바라보며 헛기침을 해 보였고, 영운 역시 혁재를 곱지만은 않은 시선으로 바

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깨끗이 무시한 채 자리로 올라타는 혁재.

 


“성민이는.”


“.............”


“아까, 나 이상한 말 들었다. 이혁재.”


“............”


“너.... 이성민한테...헤어지자고 했냐?”


“.........”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잠을 청하려던 혁재의 눈이 떠졌다.

아무리 태연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나보다.

 

성민이라는 말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헤어졌다는 말에 가슴이 콕콕 쑤셔오니.

 


“니 진심 아닌거 뻔히 보이는데, 꼭 그래야 했냐?”


“..........”


“.............”

 

 


쯧- 짧게 말하고 난 뒤, 고개를 돌려버리는 영운이었고, 같이 고개를 돌리던 혁재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

던 정수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복잡한 정수의 눈빛.


그 눈빛을 볼 자신이 없어 그저 눈을 감아버렸다.

 

 

 

안 그래도 죽을 것 같다구요. 형들.

 

 

 

 


셋보다 약간 늦게 버스에 올라타는 멤버들-


밖에선 여고생들이 버스를 두드려대며 각자 멤버들의 이름을 불러대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창문으로 손도 흔들어주고, 각자 팬들에게 일종의 팬서비스를 해

주고 있었지만 혁재는 굳은 표정으로 옆자리 건너 성민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탔는데.

 


성민만 타지 않았다.

 

 

 

 


“아.. 진짜. 재밌었어. 그렇지!!”


“........”


“나 진짜 낙서 많이 해 놓고 왔는데..”


“........”


“넌 제대로 못 했지!!!! 아파서!!! 아픈 건 좀 괜찮아???”


“.............”

 

 

 


어디 있는거야.


이 바보는..

 

 

 

 


“자 다 탔지?? 출발한다!!”

 


매니져의 목소리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고개를 뒤로 기대어 잠을 청할 자세를 취했고, 동해 역시

혁재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하지만, 혁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성민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마침, 영운이 손을 들어 소리질렀다.

 

 

 

“여기요!!! 성민이 안 탔어요!”


“뭐???”


“아까부터 안 보이던데....”

 

 


그렇게 말하며 혁재쪽을 바라보는 영운.

영운과 눈이 마주친 혁재는 눈 앞이 아득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초조함...

 

 

 

멤버들 역시 웅성웅성 거렸고, 매니져는 다급히 성민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받지 않는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이상하네.. 형.. 아까 화장실 다녀온다고 그랬는데..”

 

 


려욱의 목소리에 혁재는 려욱쪽을 바라보았고, 려욱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주먹을 꽉 쥔 채 초조함을 달래보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걱정마. 형 올거야. ”


“..........”

 


동해의 목소리에 애써 웃어보이긴 했지만 자꾸만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가봐. 왜 안 찾으러 가.”


“...........”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시원이 팔짱을 끼고 앉아 혁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시원.”


“성민이형 없어졌잖아. 찾으러가.”


“너 .....”


“..........”

 

 

 

넌 지금 뭐하고 있는거냐고- 소리치려던 혁재는 그럴 시간조차 아깝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돌렸다.

 

 

 

 

 

 

 


이성민.


너 어딨어.

 


어딨는거야.


어딨어!!!!!!!!!

 

 

 

 

 

“걱정말래두. 자자. 혁재야. 아픈데 잠이라도 많이.....야!!!”

 

 

 

 

 

 


동해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내린 혁재였다.

 

 

 


-꺄아아아악!!!-

 

 


혁재가 내리자 다시금 여고생들 사이에선 소란이 일기 시작했고, 혁재는 가뿐히 그 여고생들 사이를 뛰

어서 빠져나갔다. 지금 혁재의 눈에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빨리 이성민을 찾아야 했다.

 

 

 


“이성민!!!!!!!!!”

 

 

 


학교를 빠져나간 건 아닌 듯 했다. 분명 학교 내부에 있을텐데.. 어디 있는거야! 길을 잃은 건 아닐테고.

 


“나와!!! 어디있어!!!!!!”

 

 


이미 여고생들도 혁재를 따라오기 지쳤는지, 그 자리에서 다른 멤버들을 보고 있는게 더 나을거라 생각

했는지 혁재만이 텅 빈 학교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강당으로 달려가는 혁재.

 

 

 

-쾅-

 

 

 


“이성민!!!!!!”

 

 

 


문을 열고 소리쳐보는 혁재지만, 널따란 강당의 메아리만이 혁재에게 되돌아올 뿐이었다.

황급히 강당밖으로 나가려다가 화장실 간다고 했던 려욱의 말이 생각나 강당 2층의 화장실로 달려간다.

 

 

 

 


“이성민!!”

 

 

 

-쾅-


-쾅-

 

 

 

 

칸마다 열어보지만.... 아무도 없다.

 

 

 

 

 

 

 

“어디 있는거야. 제발...제발 나타나.....!!!!”

 

 

 

 


빠르게 학교 안을 뛰어다니던 혁재의 눈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스탠드에 앉아서 하늘을 보며 앉아 있는 저 뒷모습....

 

 

 


“하......이성민...”

 

 

 

 

 

자꾸만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 느낌....

 

 

 

 

 


“............”

 

 

 


천천히 성민에게 다가 선 혁재는 손을 뻗다가 잠시 멈칫했다.


지금 자신이 성민을 잡으면 이때까지 잘 참아온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랬기에 손을 내리고 헛기침을 두어번하는 혁재.

 

 

 

 


“흠흠...”


“...........”


“여기서 뭐 하고 있어.”


“...........”


“화장실 다녀온다고 그랬다면서. 다들 얼마나 찾았....”


“..........”


“형!!!!!!”

 

 

 


-스륵-

 

 

 


정신을 놓은 듯, 옆으로 쓰러지는 성민.

 

 

 

 

 

 

 


"이성민!!!! 정신차려!!!! 이성민!!!!!"

 


황급히 성민을 안아 든 채, 소리치는 혁재.

 

 

 

 

 

 

 

 

 

 

 

 

 

 

팬픽? 리얼! -# 42

 

 

팬픽? 리얼!

 ( WRITER )

 

 

 

 

 

“이성민, 어디.... 혁재야!! 어떻게 된거야!!!!!”


-꺄아악-

 


혁재가 성민을 들쳐 업고 학교에서 걸어나오자 버스 앞에 서 있던 수많은 팬들은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

고, 버스 앞에서 서성대며 전화를 걸던 매니져 역시 혁재 앞으로 뛰어와 혁재를 붙잡았다.

 


“야. 이성민 어디 있었어!! 이 꼴은 또 뭐야.”


“비켜요. 형.”


“이혁재!! 자초지종 말해봐!!”


“성민이형 좀 눕히게.. 비키라구요.”

 

 


차갑게 매니져에게 말하고, 빠르게 버스로 걸어가는 혁재.

지금, 혁재의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없다.

자꾸만 자기 머릿속에서 성민이 힘없이 옆으로 넘어지던 영상만이 반복재생되고 있을 뿐이었다.

 

 


축 늘어져서 혁재의 등에 업혀 오는 성민을 보고는 다른 멤버들 역시 혁재에게 다가왔다.

 

 

 


“야! 어떻게 된거야!!!! ”


“.........비켜.”


“성민이형 어떻게 된거에요. 예???”


“비키라고 했지.”

 

 

 

 


걱정스레 말하는 다른 멤버들을 제치고, 뒤로 가서 자리에 기대어 주는 혁재. 옆자리에 앉아서 성민이

편히 갈 수 있도록, 의자도 뒤로 제껴준다. 한 손으로 성민의 이마에 대보고는 자기 자리로 걸어가 자신

이 덮으려던 담요를 가져와 성민에게 덮어주는 혁재.

 

 


“혁재야. 어떻게 된거야. 성민이 왜 이래. 응...?”


“.........”

 

 

 


정수의 걱정스러운 물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혁재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성민의 손을 꽉 붙잡았다.

몹시 찬 성민의 손. 그대로 손에 자신의 얼굴을 묻어버리는 혁재...

 

 


“최시원!! 너 성민이형이랑 같이 안 있고 뭐 했어!! ”


“이동해. 조용히 해라.”


“형 저렇게 쓰러졌는데..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쩔 뻔 했어!”


“조용히 하라고 했지. 혁재가 찾았잖아. 혁재가 구했잖아. 그럼 된거 아니야?”

 

 


시원의 말에 동해는 입술을 꽉 깨물며 시원을 노려보았고, 시원 역시 지지 않고 동해를 노려보았다. 동

해는 혁재쪽을 바라보다가 뭔가 억울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퍽 소리가 나도록 자리에 주저 앉고는

창밖만 바라보았다.

 

 


혁재에게 다가서는 시원.

 

 

 


“형 어쩌다가 이렇게 됐어..”


“최시원.”


“........”


“........”

 

 


-퍽-

 

 

 


성민의 손을 잡고 있던 혁재가 주먹을 들어 시원의 얼굴을 쳤고, 시원은 그만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뒤쪽을 바라보는 멤버들.

 

 

 


“너 뭐야. 개새끼야. 이성민 왜 이따위로 놔둬.”


“쿡... 뭐?”


“넌 도대체 뭐하는 새끼냐고!!!”

 

 


다시 시원에게 달려드는 혁재.

시원도 가만히 맞고있지만은 않았다.


엎치락 뒤치락하며 차 뒤편에서 엉켜 싸우는 두 사람.

 

 


“그만 둬!!!!”

 

 


영운의 고함소리에 시원과 혁재는 서로를 멀뚱하니 쳐다보다가 한 걸음씩 물러났고,

영운은 한숨을 내쉰 뒤, 말을 꺼낸다.

 

 


“지금은 성민이가 아프니까. 나중에 얘기해. 지금은 성민이 생각만 해.”

 

 

 


영운의 말에 모든 멤버들이 수긍하는 분위기였고, 시원은 입술에 묻은 피를 스윽, 닦으며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혼자 앉는 시원을 보며 다시 뭐라고 소리치려던 혁재는 갑작스레 영운이 끌어당김으로

인해 성민의 옆자리에 앉았다.

 

 


“.........?”


“자기 거는 자기가 관리-”


“................”

 

 

 

 

 

 

 


“자.. 이제 다 탄거지... 성민이는 괜찮냐..?”


“예. 괜찮아요. 숙소 가서 약 먹고 쉬면 괜찮을 것 같아요.”

 

 


영운의 말에, 막 올라탄 매니져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버스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이혁재!!!! 너 왜 안와!!!!”

 

 


동해의 고함소리. 하지만, 그 소리마저 혁재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옆에서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정신을 잃은 성민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많이 야위었다.


몇일 사이에...

 

 


눈도 많이 부었다..


울지 말라니까....

 

 

 

 

 


성민의 손을 꽉 붙잡는 혁재.

 

 

 

 

 


지금 이 순간만..


용서해줘. 형...

 

 

 

 

 

 

 

 

 

 

 

 

 

 

 

 

 

 

 

 


“후......”

 

 


숙소로 돌아온 혁재는 성민을 안고 들어와 침대에 조심스레 눕혔고, 그 뒤를 동해가 따라 들어왔다.

정성스레 성민을 눕히고 이불까지 덮어주는 혁재의 팔을 붙잡는 동해.

 

 


“이혁재.”


“..........”


“너, 행동 똑바로 해.”


“.................”


“니가 이러면 이럴 수록, 성민이형이 제 자리 못 찾아가는 거 알지?”


“........................”

 

 

 

 


비수를 꽂는 듯한 동해의 말.

 


잠시 동해쪽을 바라보던 혁재는 이내 시선을 성민쪽으로 다시 돌렸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성민.

 


울고 싶었다.

마음같아선 성민을 부여잡고 울고 싶었다.


이기적이고 싶었다.


성민의 입장 따위는 생각지도 않은 채, 이기적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혁재가....

 


이성민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오늘만...”


“..........이혁재!”


“오늘만.....제발.....오늘만...동해야...”


“야!! 너 제정신이야? 다시 형 힘들게 하고 싶어? 지금도 충분해!”


“제발......."

 

 


끝내 동해를 붙잡고 무너져내리는 혁재.

그런 혁재를 보며 자신의 가슴도 철렁하는 걸 느껴버린 동해였다.

 

동해의 얼굴 가득히 드러나는 의아함과 당혹스러운 표정.

 

 

 

 

 


왜?


도대체 왜!


넌 왜 이성민만 보는거야!


왜 이성민이 항상 니 처음인거야!!!!


니가 죽을 것 같으면서도 왜 이성민을 못 놓는거야!!!!!

 

 

 

 

 

 


“...........”

 


입술을 꽉 깨물고 혁재를 노려보다가 휙 돌아서 나가버리는 동해.

 

 

 

 


“미안...동해야...미안....”

 

 

 


이미 나가버린 동해에게 낮게 읊조린 뒤, 침대쪽으로 다가서는 혁재.

성민의 얼굴을 쓸어보는 혁재.

상당히 많이 까칠해진 성민의 피부였고, 많이 야위어버린 성민의 얼굴에 가슴이 아파오는 혁재였다.

 

 

 

 

 


형.


조금만 참아.


행복할 수 있어. 형.


지금만 지나면.


형도 형 행복 찾을 수 있어.


나 따위 잊고, 항상 웃으며 살 수 있어.


지금만 지나면...


행복할 수 있어.

 

 

 

 

 

 

 

 

 

 


“후...”

 

 


갑자기 목이 타 들어가는 느낌..

성민의 손을 붙잡고 있다가 물을 가지러 나가려 몸을 일으키려던 혁재는 순간 멈칫했다.

 

 


“!!!!”

 

 

 


어느새 자신의 옷깃을 꽉 붙잡고 있는 성민의 손..

혹여 성민이 깨어난 건가 싶어 조심스레 앞으로 다가섰다.


하지만, 아까전과 다름없이 잠 들어 있는 성민..

가슴을 쓸어내리며 성민의 손을 빼내려던 혁재는 갑작스레 들리는 성민의 신음소리에

다시금 움직임을 멈춰야 했다.

 

 

 


“가....지마....가.....지...”


“...............”


“마..으..........가지마...흑....”

 

 

 

 


눈물을 흘리는 성민. 한 손을 들어 성민의 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 마. 이성민.


울지마..

 

 

 


혁재의 손길이 닿자, 성민의 눈물은 다시금 멈췄고, 이제는 편안한 표정의 성민이었다.

 

다행인 듯, 성민을 보며 웃는 혁재. 하지만 이내 성민의 손을 붙잡고 고개를 숙인다.

 

 

 

 

 

 

 


형.

 


이젠...

 


정말 안녕.

 

 


마지막 형 모습을 이렇게나마 담아둘 수 있어서 다행이야.

 

 

 

 

 

 

 

 

 

 


성민의 손을 뗀 혁재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굳은 표정으로 방문을 나섰다.

혁재가 방 밖으로 나서자 앉아 있던 다른 멤버들이 모두 일어섰고,

혁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시원에게 다가섰다.

 

 


“최시원.”


“.......”


“들어가봐.”

 

 

 


고개를 외면하며 시원에게 들어가보라고 말을 꺼내는 혁재.

 

 


“야!!!!”

 

 


영운의 고함소리와 정수의 놀란 얼굴. 다른 멤버들 역시 몹시 놀란 얼굴이었다.

 

 

 

 


“형, 이제 조금 괜찮아진 것 같으니까... 옆에 있어줘.”


“왜, 내가 있어야 하지?”


“그게 당연한거야.”


“하, 그게 왜 당연하지? 성민이형은...”


“듣고싶지 않아. 니 입에서 성민이형 이름.”


“...........”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서는 혁재.

 

 


-쾅-

 

 

 


세게 문을 닫아버리고 영운이 따라 들어가려고 하자, 시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놔둬요. 형.”


“뭐? 이 자식아!!! 너, 이혁재랑 이성민!!!”


“혁재는 지금 두려운거에요. 확신이 없는거에요.”


“..........뭐라고???? 그걸 말이라고 해?!?”


“성민이형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 자체가 없어요. 지금. 저런 상태에서 이야기해봤자, 역효과만 날

뿐이에요. 좀 더 기다려요. 이혁재가 스스로 알아차릴때까지.”


“하, 야! 최시원!!!!”

 

 

 


시원에게 다가서려던 영운에게 정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냈다.

 

 


“맞아. 우리가 나설 일은 아닌 것 같다. 영운아.”


“형!”


“.......가만히 있자. 안 그래도 힘든 애 더 힘들게 하지 말고.”


“아 씨.. 진짜...”

 

 


머리를 마구 헤집으며 쇼파에 주저앉는 영운.

 

 

 

 


방 안으로 들어서는 시원.

생각해보면 자신과 동해 때문에 이 지경까지 온 일이었지만, 혁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생각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정말 죄를 지은 것만 같아서 성민을 좋아했던 자신의 마음을 부

정하는것이므로, 그 마음에도 죄책감을 가져야 하므로...

 

 


성민을 한동안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약간 눈썹이 꿈틀, 하더니 천천히 눈을 뜨는 성민.

눈을 뜨고 한참을 두리번 거리는 성민은 시원의 부축을 받아 겨우 몸을 일으켰다.

 

 

 


“성민이형.”


“...........”


“후.... 시원아....”


“괜찮아요...?


“응...괜찮아.....그런데.......나.....어떻게 된...거야...?”


“아... 형 쓰러져서.....몸 많이 안 좋았나봐요.”


“.........그랬나.. .후.....”

 

 

 


씁쓸하게 웃는 성민.

그렇게 웃는 성민에게 성민을 업고 버스까지 온 사람이 혁재라는 사실과, 지금까지 간호한 사람이 혁재

라는 사실을 말해주려 말을 꺼내는 시원, 하지만 성민은 시원을 바라보며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혁재 이야기 할 거라면 말하지마!!!!!”


“형!”


“하지마!!! 하지마!!!! 하지말라구!!!!!!!”

 

 

 


귀를 막고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다가 앞으로 고꾸라져버린다.

놀란 가슴에 성민을 천천히 일으키는 시원.

 

 

 


“알았어요. 안 할게요. 형.... 진정해요...”


“흑.......”


“.....물 좀 갖다줄까요.....?”


“...........”

 

 

 


고개를 가로젓는 성민...


자신의 이불을 다시 정돈해주는 시원에게 멍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꿈을...꿨어..”


“네..?”

"막.. 혁재가 날 안아줬어... 나 손도 잡아 주고....내 이름도 불러주고...."

".............."

“혁재가...내 손 잡고 있었어.....내 손 잡고...막 울고 있었다...? 웃기지....”


“..............”


“하하하...... 마지막엔 혁재가 나보고 웃어줬어......웃어줬어.... 웃어줬다구.....흑.........”


“..............”


“꿈이었어...........꿈.........흑..........다 꿈이었다구.......”

 

 

 


시원의 품 안으로 다시 한번, 무너져 내리는 성민.


그런 성민의 등을 다독거려 줄 수 밖에 없는 시원의 가슴도 편치많은 않았다.

 

 

 

 

 

 

 

 

 

 

 

팬픽? 리얼! -# 43

 

 


 팬픽? 리얼!

 ( WRITER )

 

 

 

 


“무슨 일이야. 나 혁재가 불러서 가봐야 하는데.”

 

 


아파트 옥상. 약간 쌀쌀한 날씨에 외투를 여미며 들어서는 동해.

뒤로 돌아 동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원에게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한다.

 

 


“할 말 없어? 그럼 나 간다.”


“이동해.”


“.........”

 

 


약간 낮게 가라앉은 시원의 목소리. 움찔하며 뒤로 돌아서는 동해.

 

 


“그만해.”


“뭘. 뭘 그만 하라는거야.”


“혁재.... 그만 놔줘라. 혁재랑 성민이형.. 둘이 놔둬.”


“하..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뭐라구?”


“이혁재 마음엔 이성민밖에 없어. 이성민 마음에도 이혁재밖에 없고. 너도 잘 알잖아.”


“..............하...”

 

 


시원의 잔인하기까지 한 말.


동해는 표정을 굳히고 시원 앞으로 다가섰다. 역시 표정을 굳히고 동해를 바라보는 시원.

 

 


“최시원. 니가 나한테 말했어. 이혁재 놓치지 말라고. 기억해?”


“그래.”


“그런데, 요 몇 일 새에 마음이 바뀌었어? 왜. 성민이형 아픈거 보니까 마음이 찢어지디?”


“.............”


“니가 대신 아프고 싶어? 형 웃음 니가 찾아주겠다며- 그렇게 자신있게 말해놓고는....”


“사랑은 내가 행복해야 하는게 아닌걸 알았으니까.”


“.............뭐....?”


“상대방이 행복하길 바래야 하는게 진정한 사랑이니까. 그래야 나도 행복해지니까.”


“하....”

 

 

 


흔들림없이 말하는 시원 앞에 동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탁 막혀오는 기분, 아니 어쩌면 시원이 말하는 저 간단한 진리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어서- 상처받기가 두려워서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니 생각이야!! 난 죽어도 상대방 행복같은거 못 빌어줘!!!”


“그러면!”


“........”


“혁재가 니 옆에서 힘들어하면.... 넌 그거 보면서 견딜 수 있어?”


“........”

 

 


다시금 말문이 막혀왔다.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견딜 수....없어....

 

 

 


“아마 넌 견딜 수 없을거다.”


“........”


“천하의 이동해라고 해도.”


“.............”


“너도 마음 약한 애니까.”


“...........하.......”

 

 

 


눈물방울이 동해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듣고싶지 않았는데- 저런말...


최시원, 넌 나를 너무 잘 알아. 그래서, 싫어.

 

 


“............”

 

 


고개를 숙인 채, 작게 한숨을 내뱉고는 동해를 지나쳐 옥상을 빠져나가는 시원.

그런 시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볼에 흐르는 눈물을 스윽 닦아내는 동해..

 

 

 

 

 

 

 

 

 

 

 

 

 

 

 

 

 

 

 

“어? 동해 왔냐~ 빨리 좀 오지.... 나 혼자 이러고 있었잖아아아....”

 

 

 


얼마나 들이마신건지, 벌써 혀가 꼬여가지고는 히죽 웃으며 동해를 맞이한다.

동해는 혀끝을 쯧- 하고 한번 차고는 맞은편에 자리 잡고 앉는다.

 

 


“얼마나 마신거야 . 너. 도대체.”


“응? 헤헤..... 이 엉아가... 오늘은...좀 많이 마셨다.....으아~ 기분 좋다아~”


“............”

 


평소에는 잘 웃지도 않고 정색만 하던 놈이, 저렇게 술에 만취해가지고는 실실 웃는걸 보자니 속에서 자

꾸만 무언가가 걸리적거리는 동해였다.

또 다시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려는 혁재의 손을 다급하게 잡는 동해의 손.

 

 


“미쳤어!! 몸도 안 좋은 애가!!! 그만 마셔!!! 집에 가자. 이제.”


“으응?? 왜에에.... 나 더 먹을 수 있어요오오......”


“니가 성민이형이냐. 그렇게 애교나 떨고 있게...”


“응? 헤헤...그러게.....”

 

 


동해의 팔을 무시한 채, 술을 따라 마시는 혁재.

히죽 웃어보이고는 술잔을 들어 원샷한다.


고개를 젖히고 술이 넘어감과 동시에, 혁재의 볼로 흘러내리는 눈물.

 

 

망가져가는 혁재의 모습에 가슴이 저며오는 동해다.

 


“캬~ 역시 술은 원샷을 해야 돼. 자자, 마셔마셔- 얼른~”

 


비틀거리며 동해의 술잔을 집어든 혁재는 술잔이 넘치도록 술을 따르고는 동해의 자리에 놓았다.

한숨을 내쉬며 한손으로 잔을 옆으로 치우는 동해.

혁재는 약간 멈칫했지만 다시 웃으며 술잔을 돌려놓았다.

 

 


“엇? 너 이 형님이 주는 술을 거부했겠다? 에이....”


“그만해!”


“................?”


“그렇게 힘들면 가면 되잖아! 가서 말해!! 이성민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


“나 이용같은거 하지도 말고!! 가서 다 말해버리란 말이야!! 지금까지 다 쇼였다!

그러니 다시 나한테 돌아와 달라고!!!”

 

 

혁재의 얼굴에서 장난스런 웃음이 사라졌다.

동해 역시 답답한지, 그런 혁재를 바라보다가 옆에 놓인 술을 들이키고는

자신이 술잔에 술을 따라 다시 들이켰다.

 

 


“.........알잖아. 그럴 수 없다는거.”


“...........”


“내가 그렇게 말하면 형만 힘들어져.”


“.............”


“애초부터 시작하는게 아니었는데.... 쿡...”

 

 

 


씁쓸하게 웃으면서 다시 술을 들이키는 혁재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동해는 이때까지 느낄 수 없었던 어

떠한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최시원- 니가 말한게 이런거냐? 너도 성민이형 보면서 이랬냐구.

그런데 어쩌냐.

 

 

 

 

 


...........................난 정말 이혁재 포기 못 해.

니 기대 져버려서 미안.

 

 

 

 


“후... 가자.. 혁재야....”


“........”

 


-쿵-

 

 

 


일어서던 혁재가 비틀거리다가 넘어져 버렸고, 동해는 빠르게 혁재에게 다가가 혁재를 일으켜 세웠다.

 

 


“혁재야!!! 괜찮아?? 응??”


“.........성민이형......”


“!!!!!!!”


“........이성민...흑....”

 

 


동해의 손등으로 혁재의 눈물이 떨어진다.

 

 

 

 

불에 데인 듯.. 뜨겁다.


너무 뜨거워서.. 가슴을 아프게 한다.

 

 

 

 

 

 

 

 

 

 

 

 

 


“누구세.... 세상에!”

 

 


정수가 문을 열자 혁재를 부축해서 들어오는 동해였고, 다들 놀란 표정으로 현관 앞으로 모였다.

 


“무슨 일이야. 동해야. 혁재 왜 이래!”


“나중에..나중에요...”


“일단 안으로 눕혀. 어서..”


“.....”

 

 

 


정수가 황급히 방문을 열었고, 동해는 혁재를 이끌고 침대에 눕혔다. 한숨을 푹 내쉬는 동해.

 

 


“하.....”


“어떻게 된거야..”


“가니까....벌써 만취상태더라구요...”


“세상에... 얘 내일 매니져형한테 죽었다. 정말...”


“......”


“하여튼...너도 수고했다.... 쉬어...그럼....”


“.........”

 

 


-달칵-

 

 

 


정수가 나가고 자신의 침대에 털썩 주저앉고는 물끄러미 혁재를 바라보았다.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혁재. 자신의 다리를 움켜 잡고 고개를 숙이는 동해.

 

 

 

 

 


“흐흑.....”

 

 


어쩔 수 없는 흐느낌...

 


자신이 자초한 일임에도... 어쩔 수 없는....

 

 

 

 

 

 

 

 

 

 

 

 

 

 


“어? 성민아. 이제 좀 괜찮니? 너 어떻게 된거야. 정말.”


“하하... 저도 모르겠어요....”

 

 


어색하게 웃으며 방에서 걸어나오는 성민에게 정수가 말을 건넸고, 아령을 들고 운동하던 영운은 성민

을 힐끔 바라보다가 다시 운동에 열중했다. 성민이 쇼파에 앉자마자 정수는 성민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세상에... 눈 좀 봐.. 야. 앞이 보이기는 하니? 세상에... 다크 써클은 아주 끌고 다니는구나?”


“헤헤....”


“눈에 얼음 좀 대고 있자. 어디보자....”

 


쇼파에서 일어나 부엌쪽으로 걸어가는 정수.

정수가 사라지자 아령을 내려놓은 영운이 서인의 옆쪽으로 걸어왔다.

 

 


“얼마나 울었길래 실신할 정도야?”


“예?? 안... 울었어요... ”


“귀신을 속여라. 엉? 그렇게 탈진할 정도로 울어놓고. 혁재 아니었음 어쩔 뻔 했어.”


“....예...?”


“혁재가 너 사라져서 찾느라 고생했어. 혼자서 학교를 헤집고 다녔더라구. 그러다 너 업고 오는데...

애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아.........”

 

 

 

 


꿈이....

 


아니었던거야.....?

 

 

 

 

 


“와서 니 옆에 착 달라붙어가지고 간호하고... 에휴... 진짜 보는 내가 다 안쓰럽더라.”

 

 

 

 

 


정말...꿈이....아니었어........?

 


혁재야.............

 

 

 

 

 

 


고개를 돌려 혁재가 있는, 동해의 방쪽을 바라보는 성민.

 

 

 

 


“내일.. 혁재 깨면.. 둘이 화해해라. 지금 혁재 말도 아니야.”


“..........예...?”


“어디서 술을 그렇게 마셨는지.애가 만취해가지고는 들어왔어.”


“예? 정말요? 얼마나요???? 몸은 괜찮아요?? 술 마시고 다친데는 없대요??

술 마시면 정신 놓는 앤데...괜찮대요? 예???”


“진정해. 혁재는 동해가 데리고 왔어. 괜찮아.”


“아....”

 

 

 


동해라는 말에 다시금 시무룩해져 버린 성민이었고, 영운은 그런 성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내일, 아침에. 혁재 깨면.. 혁재 불러서... 오해 풀고. 응? 알았지?”


“...............”


“지금은..동해도 있고 그러니까... 좀 뭐하지...?”


“............”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방문쪽을 바라보는 성민이었다.

 

 

 

 

 

 

 

 

 

 

 


새벽-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온 성민은 부엌을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앞치마를 동여멘다.

조심스레, 아주 조용히 국을 끓일 준비를 하는 성민.

 

 

 

 

“후... 좀 짠가...?”

 

 


국을 끓여 식탁에 올려놓은 뒤, 찬장에서 꿀을 꺼낸다.

물에 꿀을 타는 성민.


얼굴은 말이 아니지만, 표정만은 무척이나 해 맑았다.

 

 

 

 

 

 

 

 

 

 

 

 

 

 

 

“으으.....”

 

 

 


갑작스런 혁재의 신음소리에, 쭈그려 앉아있던 동해의 고개가 들렸다.

침대에서 일어나 혁재의 침대쪽으로 가는 동해.


잠결에 낸 신음소리인 듯, 다시금 평온한 얼굴로 잠을 자는 혁재다.

 

 


“후......”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다시 혁재를 내려다보는 동해.

자신의 침대로 가려던 동해의 발길을 다시 붙잡는 혁재의 신음소리...

 

 


“으....”

 

 


어디가 아픈 것이 아닐까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동해.

 

 

 

 


“혁재야... 혁재야...? 괜찮니...? 응...?”


“으으....”


“혁재야.”


“ㅅ.......성....”


“.........?”


“성민.......이성민.... 가지마... 안돼... 이성민.....”


“................”

 

 

 

 

 


꿈에서도 성민이형만 찾는구나.


너, 진짜 나쁜거 알지.


나 왜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니.

 

 


“이동해야. 나.”


“.......”


“내 이름........이성민이 아니라, 이동해라구.”


“...............으으.........성민.....성민아.......”


“이성민이 아니라..... 이동해라구..... 흑...”

 

 

 

 


끝내 눈물을 흘리는 동해.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혁재의 얼굴 앞으로 가져다댄다.

말라버린 혁재의 입술에 눈물 가득한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대는 동해.


미동도 없는 혁재의 입술을 조금 더 깊게 탐하기 위해 혁재의 몸 위로 올라타 혁재의 어깨를 붙잡는다.

 

 


어제 마신 술 탓인지- 약간 알싸한 맛의 혁재 입술.

 

 

 

 

난 이동해야.


이동해라구.


이성민이 아니야.


이동해라구!!!!!!

 

 

 

 

 


-쨍그랑-

 

 

 

 


갑작스런 마찰음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문을 연 채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성민의 모습.

땅바닥에 떨어져 깨어져버린 유리잔.

 

 

 


“미, 미안.. 나,나는 그저..”


“...............”


“정말 미안해!”

 

 

 


황급히 허리를 숙여 깨어진 유리잔을 주워 담는 성민.

 


“앗!”

 


유리잔을 주워 담다가 베인건지, 잠시 멈칫하고 손을 입에 가져다대는 성민이었지만 동해가 계속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는지 더 빠르게 유리잔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거의 다 주워 담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성민.

 

 


황급히 뒤로 돌아서 문을 닫아버린다.

 

 

 

 

 

 

 

 


“후... 이혁재.”

 


성민이 나간 문을 보며 혁재를 내려다보는 동해.

 


“또 상처 줘 버렸네.......”

 


싱긋- 그러나 씁쓸한 웃음.

 

 

 

 

 

 

 

 

 

 

 

 

 

 

 

팬픽? 리얼! -# 44

 


 팬픽? 리얼!

 ( HYUKJAE + WRITER )

 

 

 

 


“으으.....”


“일어나. 혁재야.”


“아...”

 

 


천천히 눈을 떴다.

어제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머리가 터질 것 같이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것밖에...


갑작스레 들어오는 빛에 다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혁재야.... 혁재야..?”


“으......”

 


내 옆에 앉아서 나를 걱정스레 바라봐주고 있는 이 사람....

 

 

 


“성민이형....?”


“응? ”


“아... 동해야....”

 

 

 

 


잠시 성민이형의 얼굴이 보인 듯 했다.

얼굴 가득히 걱정을 담고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의 얼굴이 동해의 얼굴과 겹쳐 보였고, 난 고개를 세차

게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나에게 물이 담긴 컵을 내미는 동해.

 


“자, 마셔.”


“뭔데?”


“꿀물- 내가 특별히 탔어.”


“아.... 영광인데.”

 

 


동해에게 꿀물을 받아 마셨다. 아무래도 어제 정말 과음했나보다.

이거 마시면서도 속이 쓰려오는 걸 보면.

 


“밖에 국 끓여놨어. 다 마시고 나와.”


“어? 진짜? 와... 영광이다. 정말. ”


“알면 됐어~”

 

 


살짝 웃어주고 방을 빠져나가는 동해의 뒷 모습...

그 뒷모습을 보며 웃어주다가 난 다시금 느껴져 오는 씁쓸함에 웃어야 했다. 정

 

말 미안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내가 밉지만.

동해 니가 성민이형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지금만큼은.

 

 


문을 열고 나서니 앞치마를 두른 채, 열심히 부엌을 뛰어다니는 동해를 볼 수 있었다.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지긋이 누르며 식탁에 앉았고,

뒤를 돌아본 동해는 싱긋 웃으며 물컵과 물을 가져다 주었다.

 

 


“자- 마셔. ”


“그래.. 그런데... 이거 다 니가 한거야???”


“응? 아... 응...”

 

 


식탁 가득히 차려져 있는 음식들과 가운데에서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는 해장국.

새삼 동해의 정성에 감동해 버렸다.

내 앞에 앉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동해에게 그저 웃어주고 식사를 시작했다.

 

 


“아.. 맛있다. 니가 요리 이렇게 잘 하는줄 몰랐어.”


“응? 아.. 야, 야. 내가 이래뵈도 요리를 얼마나 잘 하는데에!!!”

 


얼굴까지 빨개지며 흥분하는 동해가 귀여워 웃어주었다.

동해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다른 곳만 바라본다.

 


-맛있어?-


“.........?”


-맛 없으면 어떡하나.. 얼마나 걱정했다구...-

 

 


응???

 


“어?”


“뭐가?”

 

 

 


나를 바라보는 동해.


다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여전히 변함없이 내 앞에 앉아서 나와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은 이동해..


자꾸만 내 귀에 들려오는 환청에 나는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식사해야만 했다.

 

 

 

 

 

 

 

 

 

 

연습실로 들어서니 멤버들 모두 연습에 한창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분위기는 사라진지 오래- 그저 동방신기와 함께 할 무대 연습에 한창일 뿐이다.

 

 


“야- 이혁재. 너 어제 술에 만취했다며-!!”

 

 


연습실로 들어서자마자 내 목을 감아오며 내게 장난을 걸어오는 준수 녀석. 난 준수의 옆구리를 한대 퍽

치고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눈은 우습게도, 무의식적으로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분명 연

습실로 들어서자마자 내 귀에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들려와야 하는데, 오늘따라 아무곳에서도 들려오지

않는것이었다.

 


“야, 근데 성민이형 못 봤냐??”


“....왜...?”


“이상하네... 난 너랑 같이 올 줄 알았는데... 연습실에 아까부터 안 보였어.”


“글쎄.....”

 

 


준수의 물음에 난 말 끝을 흐리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둘러보았다.


아무데도 없었다. 이성민... 연습실에 없다.

 

 


“성민이 지하에 있어.”


“아~ 형이 지난번에 핸드폰 보여준다고 했는데... 으하하. 이따가 보여달라고 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거울 앞 쪽으로 걸어가는 준수의 뒷모습.

내 앞에 선 정수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고, 난 형의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돌려버렸다.


왜 영운이형이랑 정수형은 둘다 나를 못 놔둬서 안달인거야. 나 좀 가만히 놔 둬.

 

 


“속은 괜찮고?”


“네.”


“뭔 술을 그렇게 마셨어.”


“...........”


“..........속 제대로 풀었어?”


“...네..... ”


“.......연습해.... 아, 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던 정수형이 갑작스레 뒤를 돌아보며 묻는다.

 

 


“예?”


“혹시 영운이 못 봤니?”


“아, 아뇨.. 왜요...?”


“아니... 얘가... 이상하게 안 보이네.....”

 

 


정수형의 얼굴에 드러난 걱정. 바


보같은 박정수. 바보같은 김영운. 쿨한 척 하면서- 그렇지도 못 하잖아.

 

 

 


영운이형에게 전화를 거는 듯, 핸드폰을 꾹꾹 누르는 정수형의 뒤로 연습실 문이 열리더니 내가 그토록

찾던 주인공이 들어온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어어? 준수야아아아-”

 

 


나를 지나쳐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준수에게로 달려가는 성민이형.

내가 내 몸을 그쪽으로 돌렸을 땐, 성민이형은 열심히 준수에게 재잘재잘 거리며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

주고 있었다.

 

 


난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 조금 더 자세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분명, 예전의 성민이형의 핸드폰이 아니다. 아예 싹 바뀌어 있었다.

 


“아침에 나가서 핸드폰 바꿔 오더라.”


“..............”

 


자신의 핸드폰을 품 안에 집어넣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옆에 선 정수형.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내가 보고 있건 말건, 상관없이 준수와 떠들다가 이제는 동희형쪽으로 쪼르르 달려가

장난치는 성민이형의 모습.

 

 


“잘 됐네요....”


“응??”

 

 


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정수형. 난 편안하게 웃어보였다.

 

 

 

잘 됐어요. 정말 잘 됐어.


저렇게 웃는 성민이형의 모습을 보니까..


저도 좋은데요.


좋아요... 좋아......

 

 

“아, 형. 영운이형은 전화 안 받아요?”


“응? 아... 어!!! 이 놈의 자식!!!!!”


“어디 갔을........”

 

 

 

 


갑자기 머리에 영운이형이 했던 말이 생각나 버렸다.

 


“응?”


“아, 아니에요...”

 

 

 


내일은...


크리스마스.

 

 

 

 

 

 

 

 

 


어쨌든, 연습은 계속 진행되었다.


연습 도중에도 내내, 성민이형은 기분이 몹시 좋은 듯 여러 멤버들에게 들러붙어 애교를 부리며 웃어댔

고, 다들 그런 성민이형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듯 보였다.

 


역시, 형은 그런 모습이 어울려.

나랑 있으면 눈물만 흘릴 뿐이잖아.

잘 했어. 잘 한거야.

 

 

 

 

아.. 그나저나...


속이 너무 안 좋다.

 

 


“어- 혁재야. 너 정말 속 괜찮아??”

 


내 안색이 이상했는지, 나에게 다가오며 물어주는 동해의 모습.

 

 

 

 


“응....”

 

 


겨우겨우 웃어보였다.

 

 

 


하지만..

 

 


“으으....우웩...”

 

 


입을 막고 화장실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나 참...”

 

 


내 뒤를 따라 나오는 동해..

 

 

 

 

 

 

 

 

 

 

 

 

 

 

 

 

 

 

 

 

“.........”

 


웃고 있던 성민의 표정이 굳어졌다. 혁재와 동해가 달려나간 문 쪽을 바라보다가 거울 앞으로 다가선다.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입꼬리를 올려보는 성민.

 

 


“스마일.”

 


잘 되지 않는 듯, 다시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꼬리에 손을 대고 올려보는 성민.

 

 


“스마일.”

 

 


잘 되지 않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웃자. 성민아. 웃자....."

 

다짐하듯,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성민....

 

 

 

 

 

 

 

 

 

 

 

 

 

 

 

 

 

 

 

 


“우웨엑...”


“세상에- ”

 

 


내 등을 두드려주는 동해가 경악할 만 했다.

나는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내었다.


아무래도 어제 과음한 주제에, 아침부터 이렇게 무리한 것에 영향이 있는 듯 했다.

 


“쉬엄쉬엄하지- 어차피 이따가 저녁 스케쥴인데....어떡해... 괜찮아..?”

 


걱정스레 물어오는 동해에게 난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동해는 나를 세면대로 데려가 얼굴을 씻겨 주었

다. 워낙 정신이 없는 터라, 동해가 하는데로 내 몸을 내맡겼다.

 


“하....”


“안 되겠다. 어차피 춤도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니까, 그냥 쉬어라. 응??”


“...........”


“제발 좀 쉬어... 부탁이야. 혁재야.”


“.......”


“내 말... 한번만 들어. 혁재야.. 응...? 걱정시키지 말구.....”

 

 


간절하게 내 손을 잡고 말하는 동해에게 난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거울쪽으로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하는데...

 


“!!!!”

 

 


난 다시금 고개를 세차게 저을 수 밖에 없었다.

변함없이 내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건, 동해인데......

자꾸만 성민이형의 모습이 보인다...아른거린다...

 

 

 


미칠 것만 같다.

 

 

 

 

 

 

 

 

 

 

 

 

 

 

 

 

 

 


“아아- 미안미안~ 늦었지!!!!!”

 

 


KBS로 혼자서 달려온 영운이형.


모두들 영운이형에게 한마디씩 던졌고, 영운이형은 다급하게 무대의상으로 갈아입고 코디에게 달려갔

다. 도대체 어딜 다녀온건지... 내 예상이 맞다면....

 


“김영운!!!”

 


정수형의 목소리.


거울로 반사된 정수형의 얼굴을 바라보며 영운이형은 살짝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머리에 열중한다.

 


“너 어디로 사라졌었던거야!!! 다들 얼마나.....!!”


“형. 나 머리 하게 잠시만~”


“야!!!!”


“에이.. 왜요.”


“너, 너!! 말도 안 하고 어딜 갔었던 거야. 스케쥴 못 맞췄으면 어쩔 뻔했어!”


“그냥..... 걱정된다고 말해. 형.”


“뭐, 뭐?!”


“아, 나 머리한다구!!!”

 

 


화를 내는 정수형에게 능글맞게 웃으며 머리를 하는 영운이형이었다.

 

 

 

 


뭐, 과정이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스케쥴을 끝마칠 수 있었고, 숙소로도 무사히 귀환할 수 있....

 

 

 


“정수형! 영준이형한테 나 잠깐 어디 좀 다녀온다고 말해줘요!!!!!!”

 

 


..을거라 여겼는데,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다시 홀연히 사라지는 영운이형이었고, 정수형은 그런 영운이

형을 보면서 소리를 쳤다.

 

 


“저 자식이!!! 야!!!! 내 말 안 들을래!!!!!! 안 와!!!!!”


“형....”


“왜!!”

 


저만치 사라지는 영운을 보면서 소리지르는 정수형을 붙잡았고, 정수형은 나를 휙 노려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고는 앞쪽으로 걸어갔다.

 


“궁금하지 않아요?!”


“.........”


“영운이형 궁금하잖아요. 걱정되잖아!”

 


그냥 걱정된다고- 가지 말라고- 뭐하러 가냐고- 진심으로 물었으면 ....


영운이형도 대답을 해 주었을텐데 말이다.

 

 

 

뭐..

 

지금 내 주제에 이런 걱정해주는게 웃기긴 하지만.

 

 

 

 

 

 


“......?”

 

 

 

 


그렇게 로비 앞에 서 있자니, 계단을 따라 뒤이어 내려오는 멤버들의 소리가 들린다. 같이 버스로 돌아

가려 몸을 돌렸을 때엔, 활짝 웃으며 최시원과 함께 이야기하며 내려오는 성민이형의 모습이 내 눈에 들

어왔고, 난 그대로 자리에 멈춰 서 버렸다. 형 역시 잠시 멈칫 하는 듯 하다가 이내 미소짓고는 최시원과

그대로 나를 지나쳐 걸어가 버렸다.

 

 

 

 

 

정말...

 


다 끝났네......?

 

 

 

 

 


그대로 고개를 숙여 버렸다.

 

 

 

 

 

 

 

 

 

 

 

 

 

 

“혁재야. 이븐데.. 나가자. 나 심심해.”

 


방문을 열고 빼꼼히 고개를 내민 동해의 모습.

속도 안 좋은데다가 그다지 나가고 싶지 않았던 터라, 난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 썼다.

 


“아이~ 혁재야아~”


“싫어어.... 나 졸리고.... 몸도 안 좋고....”


“나가자~ 나가자~~ 응??? 기범이도 오랜만에 왔구... 정수형도 나갈거구... 준수도 갈 거란 말이야.

응응??? 나가자~~”

 

 


자꾸만 내 팔을 흔들어대는 동해 때문에 나는 몸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고, 고개를 돌려 방문쪽을 바라

봤을 땐 문에 기대어 나를 바라보는 정수형의 모습이 보였다.

 

 

 


“동해야. 넌 애들이랑 먼저 놀고 있어.”


“응? 왜요???”


“형은 혁재랑 할 얘기가 있어서...”


“에이... 비밀 얘기에요?? 저 들으면 안 돼요???


“먼저 나가라니깐~”

 

 

 

동해를 잡아 끌고 밖으로 이끄는 정수형. 나에게 고갯짓을 해 보인다.

 

 

 

 

 


“뭐해. 옷 안 입구.”


“............”


“나 먼저 나가서 기다릴테니까, ‘블루’로 와.”


“............”

 

 


그렇게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정수형의 모습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팬픽? 리얼! -# 45

 

 

 팬픽? 리얼!

 ( HYUKJAE + WRITER )

 

“여기-”

안으로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서 나에게 손을 흔드는 정수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난 쓰고 있는 모자를 벗고 형 앞으로 걸어가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 오는 시각이라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간혹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는 수근 거리긴 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형을 바라보았다.

 

“뭐 마실래?”

“전 별로...”

“그래? 여기요- 아이스 커피 한잔이요-”


형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혹여, 성민이형에 관련된 이야기라도 하려고 부른거라면...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정수형. 그 눈의 깊이를 알 수가 없다.

눈에 담겨 있는 뜻을 알 수가 없다.

 

“혁재야.”

“저기, 정수형.”

“..........?”

“혹... 성민이형 이야기 할 거라면.... 저 먼저 일어날게요.”

“아니, 아니야. 혁재야.”

“..............?”

“있지- 너한테 정말 해 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


싱긋 웃고는 나를 계속해서 바라보는 정수형.

나는 형의 그 눈빛에 목이 타 들어가 물을 들이켰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는 우리 둘 사이로 나오는 커피 한잔.

정수형은 종업원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혁재.”

“..............?”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좋은거야.”

“..........”

“사랑하는 건, 하느님이 사람에게 준 특권이나 다름없는거래.”

“.........”

“그 특권을 포기하지마.”

“............”


계속해서 커피를 마시는 정수형.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정수형을 바라보자 정수형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웃어보였다.

 

결국, 내 가슴을 짓누르는 이야기-


“그게 특권이라면..”

“.......”

“차라리 없는게 나을 뻔 했어요.”

“..................후....”


작게 한숨을 내뱉는 정수형.


“그냥.. 너한테 이 얘기 해 주고 싶었어. 나랑 영운이처럼, 후회할 일 만들지 말고. 그 말만 기억하라구.”

“..................”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거야.”

 


싱긋, 웃어보이는 정수형의 웃음 뒤의 눈물이 느껴진 건 괜한 착각이었을까.

 

아니, 그건 그렇고.

누가 누구한테 그런 말을 하는거야. 지금.

 

“그럼, 형은요?”

“........응...?”

“형 말은 모순 덩어리에요. 형은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어요.”

“쿡....”

“그런데 왜 형은 그런 특권을 포기해요.”

“특권도, 자격이 있어. 나는 그럴 자격이 없어.”

“...........”

“니 말대로 겁쟁이이니까.”

 


다시금 싱긋 웃어보이는 정수형. 그래, 형은 겁쟁이야.


-툭-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유리창 밖을 바라보았다.

밖에는 달려왔는지 하얀 김을 내뿜으며 숨을 몰아내쉬면서 돌을 유리창에 살짝 집어 던지는 영운이형

이 보였고, 정수형 역시 밖을 바라보았다.


“헉!! 김영운, 저 자식 뭐하는거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깥쪽을 바라보는 정수형.


나 역시 정수형과 마찬가지로 경악하며 바깥쪽을 바라보았다.

정수형이 그쪽을 바라보자, 씨익 웃은 영운이형은 갑자기 품 안에서 커다란 스케치북을 꺼내 들고는 자

신의 가슴께로 가져갔다.


‘박정수’

한 장을 넘기자 써 있는 글씨.

‘사랑해’

“하...”

어이없다는 듯, 바깥쪽을 바라보는 정수형.

‘화낼 거 알지만’


-스륵-


‘꼭 말 해주고 싶었어.’


-스륵-


‘크리스마스 이브에. ’


-스륵-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도록.’


-스륵-


‘메리 크리스마스!’

 

 

스케치북을 내려놓고 뒤로 돌아 몸을 쭈그린 채, 한참을 앉아서 무언가를 작업하는 영운이형.

정수형은 그런 영운이형이 궁금했는지 조금 더 유리창 밖을 보기 위해 몸을 앞으로 붙였고,

나 역시 앞쪽으로 더 다가갔다.

 


“........하.......김영운......”

 

뒤로 돌아선 영운이형의 품 안에는.....

어색하게 삐뚤삐뚤한 장식이었지만, 한 가운데에는 정수형의 사진이 붙어 있는...

약간 유치해 보이지만 하트 모양의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케이크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었는데........

 


“하......”


케이크를 정수형이 잘 보이도록 벤치 위에 내려놓고 살짝 뒤로 물러서서 씨익 웃는 영운이형.

두 팔을 크게 들어 하트를 그리는 영운이형이다.

그리곤 두 손을 모아 입에 갖다 대고 소리지르는 영운이형.

 

“박정수!!!!!!”

 

어찌나 크게 소리지르는지, 안에 까지 다 들릴 정도였다.

 

“나 맞아죽어도 좋으니까!!!! 이 말만 들어라!!!!!!!”


죽을 힘을 다해 소리치는 영운이형.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건 안 되는거더라!!!!!!! 너한테 맞아죽어도 이 말은 하고 죽어야겠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게 천만 다행이다.


“사랑한다!!!!!!! 내 목숨 다하는 그 날까지!!!!!!!”


“하아....”


털썩, 자리에 주저앉는 정수형. 고개를 숙인다.


“형!”

“..........?”

“안 나가봐요? 영운이형 기다리잖아요.”

“...........”

“겁쟁이라고 했죠. 특권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했죠.”

“...........”

“자격은 만들면 되는거잖아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거에요.”

“..................”

“가요. 형... 형 말대로 사랑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거니까요..”

 

 

사랑할 수 없는 저와는 반대로...

형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영운이형..정수형... 둘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형..


“....나, 난....”

“우리가 다 함께잖아요.”

“..........”

“무서워하지 마요. 다 같이 이겨내면 되잖아요....”

 

어떤 장애물도 같이 이겨내면 되잖아요.

서로 사랑하는데 뭐가 문제에요.

 


초조하게 주먹을 쥐는 정수형.


나는 형에게 고갯짓을 해 보였고, 정수형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빠르게 밖으로 달려갔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영운이형과, 그런 영운이형 앞에 마주 선 정수형.

영운이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영운이형을 퍽퍽 친다.


그런 정수형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꽈악 안아주는 영운이형.

정수형 역시 처음엔 빠져나오려고 하는 듯 움직이다가 이내 자신도 두 팔을 영운이형의 허리에 두른다.

 

“행복해요. 형... 내 몫까지....”

 

 

 

 

 

 


숙소에 들어가봤자, 집에서 혼자 있을 성민이형과 마주칠 거 같아서 연습실로 향했다.

희철이형이 있긴 했지만, 희철이형은 오락하느라 바쁠테니, 결국 마주칠 사람은

나와 성민이형박에 없었던 것이다.

 


-꺄아악!! 오빠!!!-

 

연습실 앞으로 가니 늦은 이 시각까지 팬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해서 난 일부러 다른길로 돌아가지 않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팬들 역시 많이 추운지 얼굴이 많이 상기 되어 있었고, 다들 쭈그려 앉아있었다.

 

“이 시각까지 집에 안 가고 뭐해요.”

“오빠들 보려구요~”

“너무 늦었으니까... 집으로 가요~ 감기 걸려요~”

“괜찮아요~”

“오늘은 가구, 내일 인기가요 와요~~ 알았죠~?”

“꺄아아악!!!!”

 

 

팬들이 소리지르는 걸 뒤로 하고, 안으로 걸어왔다.

“후....”


2층 연습실로 올라갈 무렵....

 

또 다시 지하연습실에서부터 들려오는 피아노소리...


그리고... 노래 소리...

 


-겁이나~강하지 못한 나~너 없인 무엇도 아닌 나 이 맘속에 너 하나만 안고 알고 살아온 날 -

 

성민이형이다.

 

-알잖아 ~ 너 밖에 없는 날 알잖아 ~ 니가 나의 하늘이던 그 날에 안겨 울고 웃던 나처럼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해줘 ~-


어느새 내 걸음은 계단을 지나, 지하 연습실 문 밖 쪽에 서 있었고, 계속해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데 그저 곁에 있어주면 되는데 날 다 버려도 너만 믿어주면 나 뭐든지

할 것 같은데-

 


형..

 


그렇게 한참을 연습실 문을 잡고 서 있었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

 

 

-기억하니 마주 잡은 두 손 안의 약속을... 바다가 마르고 별이 잠들 날까지 그 어떤 일이 우릴

갈라놓아도~ I do I'll always be with you ~-

 

 

이상하게.... 자꾸만 가사가 내 마음을 콕콕 쑤셔 온다...


성민이형이 좋아하는 노래..

나 역시 좋아하게 된 노래..

 


- 사랑해~ 난 이 마음 변하지 않아 잠시 세상에 널 빌려 준거라 생각하고 기다릴 테니 다시 돌아온단 한마디면 돼......-

 

 

바보같이.... 다시 가슴이 저며온다.

행복한 성민이형의 모습을 봐서..

기분이 너무나 좋았었는데....


이젠 형이 행복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는데.....

이상하게 형의 목소리가 너무 슬프게 들린다...

 

기분 탓인가.

 


피아노소리와 노래소리 둘다 멈춰 버렸다.


난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뒤로 돌아 계단으로 걸어갔다.

 

-끼이이익-


“혁재야.”

 

날 부르는 성민이형의 목소리.


난 천천히 몸을 돌려 성민이형쪽을 바라보았고, 성민이형은 고개를 내밀고 나를 바라보다가 싱긋 웃으

면서 몸을 다 내밀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림자 보고.. 누가 왔나 싶어서 나와봤는데.....”

“.........”

“혁재 너였구나... 마침 잘 됐다... 안 그래도 부르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

“들어.....올래....?”

 

난 너무나도 태연한 형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다시 몸을 돌렸다.

하지만 다시금 나를 부르는 형의 목소리.

 

“할 말... 있어.. 들어와..”

 


그렇게 말하고 먼저 안으로 들어서는 성민이형의 뒷 모습...

 

결국, 형이 먼저 들어가고 난 한참 뒤에야 연습실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고, 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쇼파

에 앉아 있던 성민이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 그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손짓으로 맞은편에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해 보였다.


쇼파에 앉아서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는 우리 둘.

 

뭐라고 먼저 말을 꺼내면 좋을까.....


형의 웃는 얼굴 보기 좋다는 말로 먼저 시작해야 하나.... 아님.... 뭐라고 해야 하지....

 


“저기.”


침묵을 깬 건 성민이형이었다.

 

 

 

팬픽? 리얼! -# 46

 

 

 


 팬픽? 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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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말을 꺼내는 성민이형. 말하면서도 나를 보며 싱긋 웃어보인다.

 

 


“고마워. 혁재야. ”

 

 


뜬금없이 고맙다는 말로 말을 시작하는 성민이형. 형을 바라보는 나에게 더 활짝 웃어보인다.

 

 


“니 말 듣고 나... 생각 많이 했다? 정말... 죽을까도 생각했어. 너무 아파서....”


“.......”


“근데......니 말이 맞는거 같아.”


“...............”


“니 말대로..... 넌 나한테 사랑이 아니었나봐..”

 

 

 

 


그렇게 말하고 웃어주는 성민이형.


이상하게 성민이형의 웃음이 내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음... 맞아. 정말 사랑이 아니었나봐. 혁재야. ”


“.........”


“그래서 이렇게 가뿐해질 수 있었나봐. 하하...”


“...........”


“우리 둘다... 경험이 없어서... 서로 잠시 착각했었나봐. 서로 오랜시간 지난 우정을 사랑으로.....”


“............”


“니 말대로 동경이든, 동정이든.....우린.. 서로 잠시 착각했던게 옳아.. 하하....”

 

 

 


이상하게도 웃어보이는 성민이형에게 웃어줄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맞아- 이러면서 맞장구 쳐 주어야 하는데..

그래야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텐데...

제길...내가 너무 초라하잖아.

고개 숙이지마. 고개 숙이면 안돼. 고개 숙이면 형이 오해할거야.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꿋꿋하게 고개를 들고 형을 바라보았고, 형 역시 계속해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동안... 참 행복했었어. 너랑 같이 지내면서.”


“........”


“그 시간들을 후회하진 않아. 행복했었으니까.”


“..........”


“우리... 이제는 실수하지 말자.”


“.........”


“한번 했던 실수.... 반복하지 말자. 혁재야... 이제... 서로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 충실하는거야......

알았지. 진심을 담는거야.”

 

 

 

 

 


성민이형의 말에, 난 그만 고개를 숙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서로 옆에 있는 사람들....

 

 


최시원을 말하는건가.

 

 

 

 

 


“그래서 더 고마워. 혁재야. 늦게나마, 내가 시원이에 대한 감정을 더 빨리 깨달을 수 있게 도와줘서...

하하핫...너무 상투적인가......”


“.............”


“아, 참...이 핸드폰 봐라- 시원이랑 맞췄어. 예쁘지-”

 

 

 

 


내 눈 앞에 핸드폰을 들고 자랑하는 성민이형.


그러고보니.. 최시원과 커플 폰이었구나.


그래...잘 했어. 형..

 

 

 

형...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야..

 

 

 

 

 


“너도... 동해한테 잘해줘.”


“............”


“동해 말이야... 아침부터 너 준다고 요리책 뒤적거려가면서 해장국 끓이고, 꿀물도 타고.. 밥도 다 했어.

고생많이 했더라. 동해...”


“.....”


“얼마나 너 걱정하던지.... 보는 내가 안쓰럽더라. 야...”


“...............그래...”


“동해... 착한 애야... 울리지 말구....”


“응. 안 울릴게. 형도 울지마.”


“나야 울 일이 없지~ 시원이랑 같이 있는데!”

 

 

 


자랑스레 말하는 성민이형의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다.


난 벗었던 모자를 다시 머리에 눌러썼다.

 

내 눈을 가리기 위해서- 내 눈을 성민이형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병신 이혁재.


니가 원했던거였으면서 이렇게 눈물이 나오냐.

 

 

 

 

 

 


나에게 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성민이형.

 

 

 

 

 


“우리.....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지......?”


“........”


“그럴 수 있는거지....? 혁재야.. 그럴 수 있지.”


“...................”


“영운이형이랑 정수형도 해 냈는데.... 우리가 못 할게 뭐 있어... 하하하.....”

 

 

 

 


난 물끄러미 나에게 내밀어진 성민이형의 손을 바라보다가 한손을 들어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곤, 환하게 ... 이때까지의 어떠한 미소보다 더욱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래.”


“와.... 그럼... 이제 우리 서로 피하기 없기다? 알았지????”


“그래... 성민이형....”


“후.... 다행이다.. 이 말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서... 고민 많이 했거든.. 그래서 너 이리로 부르려던 거

였는데... 참.... 하하하...”

 

 

 


웃는 성민이형의 뒤로 울리는,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12시의 종소리..

 

 


-대앵, 대앵, 대앵.........-

 

 

 

“와... 크리스마스네....”


“형. 나 먼저 가볼게. 동해랑 정수형이랑 기범이랑 다 나가 있거든..”


“응? 아.. 응... 가봐. 난 여기 정리 좀 하고 나갈게.”

 

 

 

 

 

 


형을 더 이상 보고 있으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연습실을 빠져나와 버렸다.

 

 

 

 


잘 됐어.

 


잘 됐어...


잘 된거야....

 

 


다...잘.......된거야.....

 

 

 

 

 

 

 

 

 

 

 

 

 

 

 

 

 

 

 

 

 

 

 

 

 

 


“........”

 

 

 


-쿵-

 


“형!!!!”

 

 


문쪽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주저 앉아 버리는 성민이었고, 창문쪽 커튼이 열리면서 시원이 뛰어나왔다.

빠르게 성민에게 다가가 몸을 낮춰 성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시원이었고, 성민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멍

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 괜...찮아요?”


“............”


“가요... 집에....”


“시원아...나... 잘 했지....?”

 

 

 


겨우 시원과 시선을 맞추는 성민에게 시원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민은 베시시 웃으며 말한다.

 


“그렇지? 연습한대로 잘 했어. 눈치 못 챘을거야.. 암.. 그렇고 말고...”


“.........”

 

 


한참을 중얼거리다 다시 불안한 표정으로 변하는 성민.

 

 


“아니야... 혁재가 좀 이상했어. 시원아. 혹시 혁재가 눈치 챘으면 어쩌지? 응? 어떡해??? 그럼 안되는

데... 응? 그럼 안되는데.... 혁재 부담스러워하는데.... 안 되는데...? 그럼 안 되는데......”


“.................”

 

 


성민을 부축해 일으켜 세워주는 시원. 성민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다.

성민의 코트를 가져와 성민에게 입혀주는 시원.

 

 


“잘 했어요. 형. 보는 저도 속아 넘어가겠던걸요... ”


“............”


“그래도.... 사실대로 말하지 그랬어요.....그 식사도 형이 차린거고.. 꿀물도 형이 타 놓은거라고...

형은 아직도 혁재 사랑한다고.....그래서 혁재 생각하면서... 혁재가 좋아하는 노래 부르고 있었다고....”


“......................흑......”


“이렇게 아파할거면서- 울 거면서-”

 

 

 

 


한 손으로 성민의 볼에 흐르는 눈물방울을 닦아준다. 고개를 숙인 성민은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혁재 옆에는 동해가 있어..... 동해가.......”

 

 

 

 

 

 

 


아침...

 

 

 


혁재를 깨우려 들어갔던 성민은 동해가 혁재 위에 올라타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반쯤 옷이 벗겨져 있던 터라, 성민은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그대로 밖으로 나와 식탁에 앉아 가슴을 쓸

어내려야만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 밖으로 빠져 나온 동해에게 조심스레 묻는 성민이었다.

 

 

 


“저기- 혁재는...어때...?”


“보기보다 질긴데가 있네. 형.”


“.......응....?”


“나랑 혁재- 그러고 있는데 눈치 없이 들어오질 않나. 그렇게 혁재 물고 늘어졌으면 됐지,

아직도 물고 늘어져요?”


“............”


“최시원한테 가라구요. 혁재도 형 싫어할거야. 아니, 부담스러워 할거라구요.”


“................”

 

 

 

 

 


너무나도 자신있게 말하는 동해 앞에서 자신이 한 없이 작게만 느껴지는 성민이었고, 동해는 맞은편에

앉아서 자신을 당당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끼어들 곳이 없어.....

 

 

 


“동해야.”

 


“...........”

 

 

 

 


한참동안 정적이 흐른 뒤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내서 이야기를 꺼내는 성민을 동해는 노려보았고, 성민

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말을 꺼낸다.

 

 

 


“혁재.... 일어나면 속 쓰릴테니까... 여기 끓여 놓은 해장국 데워서 주고, 꿀물 타 놓은거... 주고.....”


“........”

 

 


고개를 푹 숙이는 성민..

 

 


“혁재..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침대에 걸터 앉아서 자기 깨워주는 거 되게 좋아해. 니가 그래주면 더 좋아

할거야. 아침에 눈 떴을때 처음 보는 사람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길 바라거든.”


“...............”


“자기가 하기 싫어해도, 니가 하고 싶어하는 거면 투덜거리면서도 자기가 제일 먼저 할 거구....”


“..................”


“욕심이 많아서 질투심도 많은 애야. 그러니까 조심하구....”


“...............”


“한 번 아프면 죽을만큼 아픈애야. 그러니까 건강 잘 돌봐주구....”


“...................”


“약속 한거는 끝까지 지키려는 애야. 그 사람이 잊어버리고 안 나가도..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애야......”


“.....”

"........혁재.... 부탁해....."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가는 성민....

자신의 옷장 위에 올려져 있던 선인장을 바라본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쓰레기통 쪽으로 다가가는 성민....


차마 버릴 수 없어 구석쪽으로 밀어넣어버린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의 아침에 눈물을 쏟아 보냈다.

 

 

 

 

 

 


그리고... 지금...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새벽....

 

 


다시 눈물을 쏟아보내는 성민이었다.

 

 

 

 

 

 

 

 


결자해지....

 

 

 

 

 

 

 

 


성민을 부축하는 시원의 머릿속에 떠오른 네 글자....

 

 

 

 

 

 

 

 

 

 

 

 

 

 

 

 

 

 

 

 

 

 

 

 

 

 

 

 

 


“혁재야- 우리 인기가요 끝나고 영화보러 갈래?”


“영화? 뭔 영화.”


“심야영화 보러 가자~ 나 영화 보고 싶어~”


“요즘에 재미있는 것도 안 하던데.....”

 

 


자꾸만 영화보러 가자고 졸라대는 동해 때문에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이 기분으로는 어느 곳으로도 나가기가 싫었다.


동해에게 가기 싫다고 말 하려고 할 때 대기실 문이 열리며 영운이형과 정수형이 들어왔다.

 

둘이 같이 있는 모습... 참 보기 좋다.


하지만....

 

 

 

빵을 들고 뛰어다니는 영운이형과 그런 형을 붙잡으러 뛰어다니는 정수형.

 

 

 


“아, 김영운!!! 내꺼 내놔!!!”


“싫어!! 어제 다 먹어놓고!!!! 노친네- 잠도 제대로 안 자고 밤새 다 먹었어!!!”


“야!”

 

 

 

 

기본적으로 저 티격태격 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아.. 여기저기 귀따가워 죽겠다.

 

 

 

“저기- 동해야. 나 진짜 가고 싶지가...”

 

 


-달칵-

 

 

 

 


“으아아 성민이도 주세요오오~~~”

 

 

 


코디 누나들에게 먹고 있던 빵을 달라고 쪼르르 달려가는 성민이형의 모습.

바로 내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혀애야. 어우 어으애??(혁재야. 너두 먹을래??)”

 


입에 빵을 가득 넣고 볼을 빵빵하게 부풀려 놓고는 내게 묻는 성민이형.

 

 


그래.. 옆에 있는 사람에게 충실하라고 했지.

 

 

 

난 고개를 흔들고는 동해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동해야.”


“응응??”


“영화 보러 가자. 이따가. 심야영화로.”


“정말? 아싸~~”


“우리 동해가 보러 가자는데.... 안 갈 수 없잖아.”


“헤헤....”

 

 

 

 

 

 


모르겠다 나도.

 

 


아직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고 잠이 쏟아졌기 때문에....

 

 


그대로 동해의 무릎 위에 누워 버렸다.

 

 

 

 

팬픽? 리얼! -# 47

 


 팬픽? 리얼!

 ( HYUKJAE + WRITER )

 

 

 

 

 

 

 

 


“아, 나 떨려. 어떡해...”

 

 


오늘따라 정수형이 이상하다.


항상 리더답게 다른 멤버들을 다 챙기고 그랬는데... 오늘은 좀 어리광을 피는 것도 같......

 

 


“많이 떨려? 괜찮아~ 다 잘 할거야~ 편하게 하면 되지 뭐..”


“그런가? 헤헤...... 영운이 너 때문에 긴장 다 풀렸어~”

 

 


.....다가 아니라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지금.


영운이형 팔짱을 끼면서 실실 웃는 정수형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영운이형이 자

신에게 반말하면 버럭 화를 내던 형이 맞나 싶다.


내가 잘못 봤던건가... 어쨌든, 우리 무대를 기다리면서 대기실 TV로 비춰지는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보

았고, 점점 우리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준비 해 주세요.”

 


스탭의 말에 우리는 모두들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고, 다들 들뜬 분위기.

아무래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사람들끼리의 무대라 그런가..

지난번 첫방때보다 더욱 들뜬 분위기다.

 

 


“응. 시원아. 이 부분 이렇게 추는 거 맞아~”

 


다른 가수의 무대를 보고 있을 때 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쪽에는 최시원에게 이러저러한 손동작을 보이면서 춤을 가르쳐주는 성민이형이 있었다. 예의 그 환한

미소로 춤을 가르쳐 주고 있는 성민이형의 모습. 그 모습에 나 역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만 웃어.


그렇게만.

 

 

 


“혁재야- 안 가고 뭐해???”

 

 


나를 툭 치는 동해. 난 황급히 시선을 돌려 무대 위로 올라섰다.


그래, 무대에 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슈퍼주니어의 은혁으로서 최선을 다 하자.

 

 

 

 

 

 

 


무대를 끝마치고 내려와 각자 대기실로 올라가 짐들을 챙겼다.

 

 


“으아아-- 나 아까 표정 너무 굳었었어....”


“안 굳었었어~ 이쁘기만 하더만.”


“치..... 별로 안 이쁘게 나왔을 것 같아.”


“다 이뻐. 다 이뻐. 박정수.”


“헤헤.. 빨리 가서 모니터하자~”

 

 


둘을 보면서 그냥 웃어보였다.


진작에 저렇게 지내지- 얼마나 보기 좋아. 바보같은 사람들. 이제라도 행복해져서 다행이다. 형들.

 

 


“어...? 내 핸드폰!!!”

 

 


형들을 보면서 내 핸드폰을 찾았는데.....

 

아무데도 없다.

 

분명 가지고 왔는데... 어디 있는거지...?

 

 


“왜?? 핸드폰 없어졌어??”


“어??? 글쎄.... 여기 어디다 둔 거 같은데.”


“잘 찾아봐~ 안 가져온 걸 수도 있잖아.”

 

 


동해 역시 내 옆으로 와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고, 나 역시 이리저리 들쑤시면서 내 핸드폰을 찾기 시작

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 곳에도 없는 내 핸드폰.

 

 


“아, 안 되겠다. 아무래도 대기실엔 없는 것 같아. 숙소나 연습실에 있나봐.”


“우리 연습실에 들렀다 왔으니까.... 연습실에 있지 않을까??”


“그런가.....”

 

 


동해 말을 듣고 보니 그나마 일리가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고, 동해는 씨익 웃어보이면서 내 팔짱

을 꼈다.

 


“그건 그렇고~ 우리 영화 뭐 보러 갈까??? 몇시에 갈 거야???”


“오늘 크리스마슨데.... 매진 됐을 것 같아.”


“에이... 그래도 심야는 있겠지~”


“그런가....”

 

 


아까 성민이형 때문에 홧김에, 영화보러 가겠다고는 말 했지만.. 영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저렇게 좋아하는 동해에게 거절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역시, 이 기분으로 나가는 건 나나 동해한테나 안 좋은....

 

 

 


“어? 시원아- 여기 뭐 묻었어~”

 

 


최시원의 얼굴을 털어주면서 씨익 웃는 성민이형의 모습.

 

 

 

 


서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하자고.... 진심을 담아서.....?

 

 

 

 

 


“그래. 그럼 난 연습실 가서 핸드폰 좀 찾아서 가져 갈게. 넌 숙소에 있다가 11시 쯤 극장 앞으로 나와.”


“에? 나도 갈래~ ”


“아니야. 가서 잠 좀 자고 그래.”


“헤헤... 그럴까??”

 

 

 


그렇게, SBS를 빠져나와 나는 연습실로, 동해는 다른 멤버들과 같이 숙소로 향했다.

 

 

 

 

 

 

 

 

 

 

 

 

 

 

 

 

 

 

 

“형.”


“응????”


“기분 전환 하러 갈래요?”


“응??? 무슨...???”

 


시원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성민.

시원은 그런 성민을 보며 씨익- 사람좋은 미소를 보이며 웃어보인다.

 

 


“영화 보여 드릴게요. 11시에 극장 앞에서 봐요.”


“어?? 뭔 영화???”


“꼭 나오셔야 되요~ 표 끊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반대편 숙소로 가기 위해 벤으로 올라타는 시원이었고, 성민은 아직도 뭔가 얼떨떨한

지 시원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성민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성민이 보이지 않을 때 쯤이 되자, 자신의

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시원.


시원의 폰이 아니다.

 

뒤에 성민과 혁재의 사진이 붙어 있는, 성민과 맞춘 듯한 커플 핸드폰고리가 붙어 있는 핸드폰....

 


이혁재의 핸드폰이다.

 

 


“..............”

 

 


폴더를 열어 문자를 찍어내려가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를 다 보냈는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고는 폴더를 닫아 자신의 품 안에 넣는다.

 


이혁재의 핸드폰... 아까 동해의 무릎에 누울 때 흘리길래 몰래 챙겨두었었다.

 

어떻게 이 매듭을 풀어갈까 고민하던 차에- 옳다구나- 하고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마침, 둘 역시 영화를 보러 간다는 말을 들었으니...

 

 

 


결자해지.

 

 


다시 한번 그 뜻을 머리에 새기는 시원이었다.

 

숙소로 거의 다 와갈 때 쯤, 갑자기 소리지르는 시원.

 

 


“형!!! 저 숙소 말구요. 저 앞에 성당에 좀 내려주세요.”


“어? 뭔 성당???”

 

 


운전하는 매니저가 의아한 듯 물었고, 시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했다.

 

 


“크리스마슨데... 예배는 못 드렸고... 근처에 교회는 없고... 성당에라도 가려구요.”


“아휴.. 알았다. 누가 독실한 기독교신자 아니랠까봐.”


“하하....”

 

 

 

 


그렇게 시원을 태운 벤은 성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삐삐삑-

 

 


머리를 가다듬고 있던 동해는 갑작스레 울려대는 문자 소리에 침대로 달려가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 동해야. 생각해보니까 예배를 못 드렸어. 우리 숙소에서 가까운 성당에 왔는데..
여기 왔다가 영화보러 가자. 11시까지 성당 앞으로 와~^^-

 


“치... 이혁재... 그렇게 독실한 크리스찬인거 티 내고 싶냐. ”

 

 


그렇게 말하면서도 곧, 목도리를 두르고 거울을 보며 활짝 웃어보이는 동해.

 

 


“핸드폰은 연습실에 있었나보네... 에이.. 나도 같이 갈걸...”

 

 

 

 


아직 11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목도리를 풀러 자신의 옆자리에 놔두고 침대에 그대로 쓰러져 눕

는 동해였다.

 

 

 


행복했다.


몸이 부서져 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정말 행복한 크리스마스.

비록, 자신의 행복 때문에 누구는 불행해도..


행복했다.

 

 

 

 

 


동해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후.....”

 

 


10시 40분...

 

 


연습실에도 핸드폰이 없어서 사무실 전체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뒤지다가 결국은 찾지 못 하고 극장 앞

으로 와 버렸다. 동해에게 핸드폰 찾지 못 했다고 연락하려 숙소로 전화 했지만, 동해는 이미 극장으로

출발한 듯 숙소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 역시 사무실에서 곧장 극장 앞으로 와 버렸다.

좀 일찍 왔는지 아직 동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크리스마스 밤인지라- 연인들처럼 보이는 사람들만

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잘 알아보지 못 하도록 모자도 더 푹 눌러쓰고, 얼굴을 잠바

속으로 푹 눌러버렸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그래서 비록 그 꿈을 이룬 상태지만.


이럴때는 차라리 일반인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냥 보통 사람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저렇게 거리를 다닐 수 있다면-

이 특별한 크리스마스라는 날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보통 사람이었다면- 난 성민이형도 못 만났을테지만....

 

 

 

 


항상 크리스마스 때마다 같이 지냈었지만, 꼭 연인사이로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고 싶었다.

형에게 해 주고 싶은게 너무 많았다.


아니, 꼭 뭘 해주지 않더라도 형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는 자체가 내겐 크나큰 행복이었고,

그 기대감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곤 했었다.

 

 


비록, 이렇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반대편에서 형이 크리스마스에 행복한 생각을 하니까 나도 행복한걸.


형의 행복이 내 행복이니까...


그래서 행복한 크리스마스야- 올해 크리스마스는...

 

 

 

 


..........................형은 내 곁에 없지만.

 

 

 

 

 

 


“..........어........? ”

 

 

 

 


갑자기 콧잔등에 느껴지는 촉촉하고 차가운 느낌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 송이...

두 송이....

 

눈이다.......

 

 

 


하얀 눈이 한 송이씩....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가기 전에 사람들에게 선물이라도 하듯- 하얀 눈송이가 내려오고 있었다.

 

 

 

 


“아......”

 

 

 

 


형과 이렇게 눈 오는 날에 손 잡고 걷고 싶었는데.


같이 눈 맞으면서....

 

 

 

 

 

 

 


아... 자꾸만 청승맞게 변해간다.

 

 

 


아닌 걸 아는데도- 자꾸만 바라는 이 놈의 가슴 때문에 정말 미칠 지경이다.

 


그래도...

 

 


.....미쳐도 좋으니까....

 


꿈이라도.......


형하고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아직 내 몸을 떠나지 않은 감기 기운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역시 집에 있는게 나을 걸 그랬나.. 동해한테 미안하지만.....

 

 

 


“이혁재......? ”

 

 


동해인가 싶어 뒤를 돌아봤을 땐.... 달려온 듯, 새빨간 볼의 성민이형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머리가 아프니까 헛것도 보이나. 이제....?

 

 


“혁재야.”


“성민이형......?”


“니가...여길 어떻게....”


“형이야말로 어떻게........?”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내 앞에 서 있는 성민이형.

 


나 역시 의아한 표정으로 형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드는 생각은...

 


꿈이라면 깨지 말길-

 

 

 

 

 

 

 

 

 

 

 

 

 

 

 

 

 

 

 

 

 

 


“어? 저기 있다.”

 

 

 


성당 마당으로 들어서던 동해는 성당 입구쪽에 세워져 있는 마리아상 앞에서 서 있는 혁재의 뒷 모습을

발견하고는 작게 미소짓고 천천히 걸어간다.

 

 


혁재는 동해의 인기척을 눈치 채지 못 했는지 계속해서 마리아상만 바라보고 있다.

 

 

 


조심조심 혁재에게로 다가간 동해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사람- 혁재가 아니다... 왠지 익숙한 이 뒷모습...

 

 

 

 

 

 


“이동해.”


“..................최시원.............”

 

 

 

 

 

 


동해를 돌아본 남자는 시원이었다.

무서우리만치 차갑고도 단호한 표정을 한 최시원.

동해는 기가 막힌 듯, 한숨을 토해내고는 시원을 노려보았다. 그리곤 쏘아붙이는 동해.

 

 


“왜 니가 여기 있어? 혁재는?”


“...............”


“이혁재 어디 있냐구.”


“이혁재가 보낸 메시지 받고 왔어??”


“그래. 어딨어. 혁재. 성당 안에 있어????”


“.........”


“그래? 그럼 비켜. 들어가게..”


“...........”

 

 

 

 

 


아무 말 없이 동해를 바라보다가 품 안에서 혁재의 핸드폰을 꺼내는 시원.


그런 시원의 손에 들린 혁재의 핸드폰을 바라본 동해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그걸 니가 왜...!!”


“내가 이혁재였거든.”


“뭐....?”


“아까전에- 너한테 문자 보낼 때.”


“야!!!!!!”


“................”

 

 

 


아무 표정 없이 말하는 시원에게 소리지르는 동해였고, 시원은 그런 동해를 보면서도 아무런 동요가 없

었다. 그저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

 

 


-띠리리리리-

 


갑작스레 울리는 시원의 핸드폰 소리.

 


“여보세요? ”


-어? 시원아.. 어디야...?-


“아.. 예.. 형.... 저.... 오늘 못 나갈 것 같아요. 죄송해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응? 아니..


“죄송해요... 급하게 집에 오느라... 집에 일이 생겨서요..”


-급한건데.. 어쩔 수 없지 뭐.. 다음에 보자.-


“죄송해요. 형.”

 


-뭐래?-

 

 

 

 


시원의 눈썹이 움찔 한다. 옆에 이혁재가 있다.


한쪽 입꼬리를 올리는 시원.

 

 


“형- 그럼 끊을게요. 죄송해요.”

 

 

 

 


폴더를 닫고 핸드폰을 집어넣는다.

 

 

 


“뭐야!! 너!!!”


“...................”

 

 

 

 

 


아무 말 없이 동해를 바라보는 시원.

 

 

 

 

 

 

 

 

 

 

 

 

 

 

 

 

 

 


“뭐래?”


“응? 아... 시원이...집에 일이 있어서.. 갑자기 못 오게 됐다구.... 미안하다구....”


“그래?”

 

 


시무룩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집어넣는 성민이 형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다시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그래도 나오길 잘했다.


이렇게 성민이형과 우연이라도 만날 수 있었으니-

 

 


“후... 어쩌지....?”


“그러게.. 근데.. 이동해 이자식은......”

 

 

 


나를 흘끔 바라보는 성민이형. 편하게 웃어보인다.

 

그래... 형 편하게... 옆 사람에게 잘 해주어야지....

 

 

 


“동해랑 만나기로 했나봐.”


“어? 어... 근데.. 얘가 ... 좀 많이 늦네...”

 

 

 

 


11시를 넘겨도 한참 넘긴 시각....


자다가 시간을 놓쳤나....

 

 

 

 


어쩌지...

 

 


아....

 

 


“혁재야!!!!”

 

 


순간 비틀 거린 나를 부축해주는 성민이형.

눈을 똑바로 떠서 보니 성민이형의 놀란 얼굴이 보인다. 얼굴 가득히 걱정스러움이 베어있다.


오랜만이네- 나 걱정해주는 성민이형 얼굴 보는 것도....

그래도... 형은 동생이 아픈 것쯤으로 여기겠지..?

 

 


“괜찮아.... 좀 열이 날 뿐이야.”


“어디 봐봐!”

 

 


두 손을 내 얼굴에 가져다 대는 성민이형. 내 두 볼을 만지던 성민이형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세상에!! 이렇게 뜨거운데!!!!!”


“아까 약 먹었어. 괜찮대도... 지금은 밖에 있어서 그래.”


“하나도 안 괜찮아. 빨리 병원가자.. 아, 아니다... 지금.....문 닫았을텐데... 어떡해. 어떡해...

너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된거야!! 평소에 약 제대로 안 먹지?? 그러니까 이런거 아니야!!!!

약도 제대로 안 챙겨 먹고 뭐 했어!!!!!! ”


“하하...”

 

응..


형이 내 걱정해줘서..

너무 고마워서...

웃음이 다 나온다.

 

 


“웃음이 나와?? 웃음이 나오니??? 응??? ”


“...........”


“어디 봐봐. 더 아픈덴 없어?? 기침은??? 열은 많이 나는 것 같구... 많이 추워??? 응???”


“..........”


“말해봐. 응? 혁재야. 내일 당장....”


“........”

 

 

 

 


순간 내 볼에서 손을 떼고 멈칫하는 성민이형....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아.... 미안.... 오바했다.. 예전 습관이 나와버렸네.... 하하....”


“...........”


“안 되겠어. 찾아보면 약국 연 데 있을거야. 가보.....”

 

 

 

 


성민이형의 팔을 붙잡았다.

 

 

 

 


나를 바라보는 성민이형.

 

 

 

 


“약은 나중에 먹어도 돼.”


“.............?”


“영화 보러 왔는데 영화 안 보고 가면 억울하잖아. 이동해 이놈도 나 바람맞힐 모양인데..

같이 바람맞은 사람끼리 보지 뭐.”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지금 이렇게 불덩이인데-!!!”


“안에 들어가면 괜찮아 질거야. 들어가자~ 성민이형.”

 

 

 

 


비록 몸은 아파도..

 


지금 이렇게나마 형하고 같이 있지 않으면-


더 아파질 것 같아서..

 


약을 먹는다해도...


낫지 않을 것 같아.

 

 

 


“아... 저기...”


“같은 멤버라며. 같은 멤버 부탁도 못 들어주냐?”


“응??? 아....”

 

 


허울 뿐이더라도 형 옆에 있는 것 자체가 내겐 약만큼 효과가 큰 걸.

 

 

 

 

 

 

 

 

 

 

 

 

 


팬픽? 리얼! -# 48

 


팬픽? 리얼!

 ( WRITER )

 

 

 

 

 

“최시원. 말해봐. 무슨 짓이야. 도대체.”


“뭐가.”


“너 지금 무슨 짓 하고 있냐고!”


“결자해지, 사필귀정.......”


“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의 동해에게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픽 웃어버리는 시원이다.

자신의 품에서 혁재의 핸드폰을 꺼내 흔들어보이는 시원.

 

 


“이걸 왜 내가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은거야. 아니면, 내가 왜 널 여기로 불렀는지 묻고 싶은거야.”


“뭐?”


“아, 아니다. 하나면 다 되니까...”


“뭔 소리야!!!!!”


“다시 다 제 자리로 돌려놓기 위함....”


“뭐....?”


“이동해. 이게 제 자리야. 이혁재와 이성민. 최시원과 이동해. 이게 제 자리라구.”

 

 

 

 


태연하게 말 하는 시원을 보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동해.

아무 말 않고 시원을 노려보다가 뒤로 돌아서서 소리친다.

 

 


“그래. 니 맘대로 생각해. 난 지금 혁재한테 갈 거니까.”


“가 봤자 없을거야.”


“.....뭐...?”


“성민이형하고 같이 갔을거거든. 방금 전화 온 거 보니까 극장 앞에서 혁재랑 만난 모양이던데..

그냥 가겠어? 두 사람이.”


“뭐라구!!!!”

 

 


몸을 홱 돌려 시원의 앞으로 다가와 시원을 노려본다. 하지만, 시원 역시 동해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당당하게 그 시선을 받고 있다.

 

 


“이동해. 정신차려.”


“나 정신 말짱해. 너나 정신차려. 최시원.”


“........”


“이성민 지금 이혁재랑 있잖아. 어? 그렇게 마음 놓고 있어도 돼? 어?”


“.............이동해.”


“정신 똑바로 차려!!!!! 이성민, 이혁재한테 뺏긴다구!!!! 그래도 좋아??? 어????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 옆에서 웃고 있는게 좋냐구!!!!!”


“이동해!!!!!!”

 

 


-짝-

 

 

 


순식간에 돌아가버린 동해의 얼굴. 동해는 넋나간 듯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원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시원 역시 흐트러지지 않는 표정으로 동해를 바라보고 있다. 한참을 노려보다가 먼저 시

선을 떨구고 작게 한숨을 내뱉는 시원.

 

 


“너의 그런 모습... 좋아했었다.”


“.......”


“목표가 있으면 무조건 앞으로 돌진해서 무엇이든지 성취해내고 마는 너의 모습....”


“........”


“매력적이었어. 내가 갖지 못 한 점이었으니까.”


“..........”


“도도하고, 제멋대로고 그래도. 좋았었어. 내게 없는 또 다른 면을 너에게서 보았었으니까.”


“...............”


“그래서 내가 널 좋아했었다.”


“.................”


“근데.. 이동해.”


“.........”


“아니야. 이건 아니야. 너는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이동해가 아니야.”


“..........”


“예전의 이동해는 제멋대로긴 해도, 남에게 상처주는 일 따위- 하지 않았어. 오히려 자기가 자기 마음

속으로 끙끙 앓긴 해도 말이야.”


“........”


“이동해.... 제발.... 정신차려.”

 

 

 

 

 

 


시원의 말이 끝나자 동해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고, 동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 고개

를 숙였다. 눈물을 본 건지 못 본건지- 시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행복할 수 없잖아. 동해야.”


“...........”


“너도 알잖아. 남 상처 주고 행복할 수 없다는거.....”


“........”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거잖아.”


“........................”


“........너도 지금 충분히 상처받았잖아....”


“........”


“이제 그만 해... 그만 하자... 동해야.... ”

 

 


-풀썩-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는 동해였고, 시원은 한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동해의 앞쪽으로 다가와 몸을

낮춰 앉았다. 시원은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동해의 얼굴로 가져갔다.


하지만...

 

 

-탁-

 

 

 

치워내는 동해의 손.

 

 


“..........”


“......비켜. 혁재한테 갈거야.”

 

 


시원을 지나쳐 자리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성당을 빠져나가려는 동해.

그런 동해의 뒷모습을 보다가 시원이 소리친다.

 

 


“혁재가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면!!!!!!!”


“.............”


“혁재한테 가!!!!!!!”


“...........”


“이혁재가 다시 웃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혁재한테 가라구!”

 

 


시원의 말에 약간씩 주춤거리는 동해. 시원 역시 몸을 일으켜 동해에게 다가간다.

천천히, 동해의 앞으로 다가가 동해의 두 어깨를 잡고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낸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 옆에서 웃고 있는데 괜찮냐고 물었지.”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응. 난 괜찮아.”


“.........”


“옆에 있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야.”


“............”


“그 사람의 행복을 보는 것도 사랑이야. ”


“....흑.....”

 

 

 


시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는 동해.

두 손을 들어 시원의 가슴께를 퍽퍽 치기 시작한다.

 

 


“흑.... 이 나쁜 놈아!!! 니가 어떻게!!!! 니가 어떻게!!”


“..............”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 수 있어!!!!!”


“.......”


“보는 것도 사랑이라구? 웃기지마!!!!! 넌 니 방식대로 사랑해!!!! 난 내 방식대로 사랑할거야!!!!!!”


“이동해!!!!”

 

 

 


몸을 돌리려는 동해의 몸을 붙잡아 세워, 앞뒤로 세차게 흔드는 시원.

 

 


“아직도 모르겠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래??? 혁재가 아프면 너도 아프잖아!!!! 혁재 지금도 아파

하는데!!! 견딜 수 있어?? 견딜 수 있겠냐구!!!”


“상관 마!!! 내 사랑이야!!! 니가 날 얼마나 안다고 까불어!!!!!”

 


-탁-

 

 

 


성당마당을 비틀거리면서 빠져나가는 동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시원은 다시금 빠르게 동해에게 다

가가 동해의 팔을 붙잡는다. 고개를 돌려 시원을 바라보는 동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다.

 

 


“이동해.”


“놔..... 혁재한테 갈거야..”


“동해야!!”


“놔!!! 혁재가 그랬어!!! 이성민이랑 끝이라고!! 이제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랬단 말이야!!!! 직접 입으로

이별까지 얘기했다고 그랬단 말이야!!!!”


“이동해!!!!!”


“이제 안 좋아한다고!!! 안 사랑한다고!!!!! 그랬단 말이야!!! 혁재가 그랬다구!!!!”


“동해야!!!!”


“흐엉엉!!!!!!”

 

 

 

 

 


아무 말 없이 동해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다.


자신의 등을 퍽퍽 치면서, 품에 안겨 몹시도 서럽게 우는 동해의 모습에 가슴이 저며왔다.


동해의 모습이 남의 모습같지 않아서-


자신의 모습인것만 같아서...

 

자신이 저렇게 울고 싶어서....

 

 

 

 

 

 


하지만 울 수 없었다. 봐야만 했다. 성민의 웃는 모습을- 성민의 행복한 모습을-

 

 


자신이 잃어버리게 만든 성민� 웃음을 되찾아주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확실히 해야했다.

 

 

 

 

 


성민뿐만이 아니라- 같이 상처받을 동해를 위해서도.

 

 

 

 

 

 

 

 

 

 

 

 

 

 

 

 

 

 

 

 

 

 

 

 

 

 


“의외로 사람 없네....? 일부러 구석 앉았다... 중앙에서 볼 걸.”


“어차피 한국영화라 자막 볼 필요도 없는데 뭐.. 아무데서나 잘 보여.”


“헤헤.. 그런가...?”

 

 


혁재와 성민은 영화표를 끊어서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과는 다르게 한적한 극장 안. 일부러 맨 옆자리, 구석쪽을 택해 앉은 성민과 혁재였고 둘은 얼굴을

가리고 극장으로 들어갔다가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약간은 편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그냥 집에 갔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 혁재야... ”


“괜찮대도...”


“그래도 너 나중에 더 안 좋아지면...”


“같은 멤버 부탁인데- 좀 들어주라. 그냥 영화만 봐~”

 

 

 


태연하게 말하며 좌석에 앉는 혁재. 살짝 미소지으며 옆좌석에 자리하는 성민이다.

 

 

 

 


둘이 표를 끊어 들어온 영화는 작업의 정석-

 


손예진을 좋아하는 혁재가 추천하기에 무작정 끊어 들어온 영화였다.

 


그냥 갈까도 생각했지만.... 이렇게 혁재와 같이 있는것도 오랜만이고....


어색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형, 동생으로 남기로 했으니까..

평생을 어색하게 지낼 수도 없으니까......자신이 먼저 그러자고 했으니까...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어느 정도 자리에 사람이 찼을 때-크리스마스라기엔 초라한 인원이지만-


영화가 시작되었다.

 

 

 


“!!!”


“....”

 

 

 


팝콘을 집으려다 두 손이 맞닿아 버렸고, 화들짝 놀란 성민과 태연한 표정의 혁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색하게 웃는 성민. 하지만, 혁재는 그런 성민을 아무 말도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화면으로 고

개를 돌렸다.

 

 

 

 


긴장하지마- 이성민.


긴장하지마.

 

 

 

 

 

 


수백번을 되뇌여 보는 성민이었지만, 자꾸만 쿵쾅쿵쾅 뛰어오는 심장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시키지 않아도 혁재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아서 이렇게 크게 뛰는 심장에

미칠 지경이었다.

 

 

 

 


제발-


너무 커서 들리겠어.

 

 

 

 

 


“하하하... 응....? 형...? 왜 그래???”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고 있는 성민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혁재의 말에 성민은 다시 어색하게

웃으며 스크린을 응시했다. 몸 전체가 긴장한 듯- 영화를 보는 내내 편히 볼 수 없었다. 영화의 내용이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온갖 신경들이 다 혁재에게 집중되어 있어서 도무지 영화를 볼 수

가 없었다.

 

 

 

 


제발-


제발....

 

 

 

 

 


그저 영화가 빨리 끝나기를 빌 뿐...

 

 

 

 

 

 


눈물이 나올까- 눈을 크게 뜨고 정면만 바라보는 성민...

 

 

 

 

 


-툭-

 

 

 

 


얼마나 지났을까... 영화가 중반을 지났을 때 쯤....

이제야 겨우 마음의 안정을 잡고 영화에 집중하려는데, 성민의 어깨 위로 혁재의 머리가 쓰러진다.

 


“헉....”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신음비슷한 비명소리를 낸 성민은 황급히 자신의 입을 막고 옆쪽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잠이 들어버린 건지... 자신의 어깨 위에서 눈을 감은 채, 기대어 있는 혁재...

 

 


“...............”

 

 

 

 


약간 몸을 앞쪽으로 숙여 혁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변함없는 혁재의 얼굴..

 


그나마 변한게 있다면..

 


이제는 혁재의 눈에는 자신이 없다는 것....


혁재의 입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 없다는 것...

 

 

 

 

 


“혁재야.... 혁재야.....?”


“으으.....”

 

 

 

 

 


정말 잠이 들어버린 건지, 약간 얼굴을 찡그리다가 다시 어깨에 기대어 잠을 청하는 혁재였고, 성민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혁재가 들고 있던 팝콘과 음료수를 빼내어 자신의 옆쪽으로 놓았다. 그리고는, 둘

사이에 있는 팔받침대를 위로 올려버렸고, 혁재를 자신의 무릎으로 눕혔다.

 

 

 

 


무릎에 눕자마자 마치 베개를 베고 누운 듯, 편한 자세로 고쳐 눕는 혁재.


그런 혁재의 모습을 보고 뭉클해지는 마음에 한 손을 들어 혁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손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혁재의 머릿결의 느낌이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혁재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픽 웃는 성민.

 

 

 

 


변태같잖아. 이성민..


애 자는데 뭐 하는 짓이야...

 

 

 

 

 

 


그래도.....

 

 

 

 

 

 


이렇게나마 혁재를 느끼지 못 하면 어떡하겠어...

 

 

 

 

 

 

 


가슴에 사무치는 그리움을.

 

 

 

 

 

 

 

 

크리스마스 하룻동안 널 선물로 받아서 너무 행복하다.

 

 

 

 

 

 

 

 

 

 

 

 

 


어느새 영화는 뒷전이 되어버린 채, 잠을 청하는 혁재와 그런 혁재를 보느라 정신이 없는 성민이었다.

 

 

 

 

 

 

 

 

 

 

 

 

 

 

 

 

 

 

 

 

 

 

“......”


“기다려. 이제 성민이형이랑 혁재 나오겠지.”


“........”


“잘 봐. 왜 니가 될 수 없는지.”


“............”


“왜 혁재 옆엔 니가 아니라 성민이형인지... 잘 보라구..”

 

 

 


의미심장한 말에, 동해는 입을 삐죽 내밀고 건너편에서 극장을 마주보고 서 있었다.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서서 극장을 바라보고 있는 시원과 동해.


그제서야 영화가 끝났는지- 하나 둘씩 사람들이 걸어나왔고, 극장을 바라보던 동해의 눈이 커졌다.

 

 


“!!!!”

 

 

 


혁재의 모습.... 그리고 그 옆의 성민의 모습...

 

 

 

 

 

 


“잘 봐. 이동해.”


“.......”


“웃고 있잖아...”


“..........”


“웃고 있어. 행복하게... ”

".........."

"너도 보이지? 봐봐. 저 둘을.."

".........."

 

 

 

 

 


그래.

 


너무 잘 보여서 미울 정도로..

 

 

 


혁재는 단 한번도 나한테 저렇게 따뜻하게 웃어준 적이 없었어.

 

 


단 한번도...

 

 

 

 

 

 

 


“그게 너와 성민이형의 차이점이다.”


“.......”


“혁재에게 진정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


“.......”


“서로 마음을 숨긴 상태인데도 저런 정도이면.... 서로 사랑한다고 말 할때에는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겠

지. 너도...그러니까 동해야... 제발...”


“..........”


“포기해. 동해야. 안 되는건... 안 되는거야.”

 

 

 

 

 

 

 


확인사살-

 

 


동해는 시원을 한번 노려보고는 그대로 그 둘쪽으로 걸어갔고, 시원 역시 혀 끝을 한번 차고는 동해를

따라 걸어갔다.

 

 

 

 

 

 

 

 

 

 

 

 

 

 


“재밌었어... 하하.. 손예진 너무 이쁘더라..”


“그렇지? 아하암....”


“그렇게 졸리냐?”


“응... 약기운이 그때서야 찾아왔나봐... 하하핫....”


“몰라. 너 때문에 내 무릎 마비왔었어. 책임져. 물어내!”


“뭐... 내가 베게 해달라그랬나. 왜 괜히 사서 고생했담...”


“뭐?”


“아, 아냐~ 하하하...”

 

 

 

 

 


그래...이렇게...

 

 


보통 형과 동생처럼...


잘 한다...

 

 

 

 

 


속으로 수도 없이 그렇게 외치며 극장을 빠져나오는 두 사람이었고, 친구처럼- 편하게 웃으며 걸어나오

는 두 사람이었다. 비록, 속은 새까말지라도....

 

 

 


“벌써.. 크리스마스도 다 지나갔네...”


“그러게....”


“혁재, 너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뭐 주셨어???”


“나..??”

 

 

 

 


이렇게 형이랑 있게 만들어준거.

 

 

 

“나는.......그런게 있어.. 형은??”


“나는.....”

 

 

 

 

이렇게 너랑 있을 수 있게 도와주신거.

 

 

 


“나도 비밀~”


“에에? 그런게 어딨어~”


“너도 말 안해줬잖아~”


“치사하다!”


“지는 말도 안 꺼내놓고는 ~”

 

 

 

 

 


티격태격하면서 앞으로 걸어가던 두 사람...

 

 

 


“이혁재!”

 

 

 


갑작스레 들려오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당혹스런 표정의 두 사람...

 

 


두 사람의 앞에는 굳은 표정의 동해가 서 있었다.

 

 

 

 

 

 

팬픽? 리얼! -# 49

 


 팬픽? 리얼!
 (HYUKJAE)

 

 

 

 


“동해야.”


“.............”

 

 


우리 앞에는 동해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동해는 나와 성민이형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다.

한참을 말이 없이 우리를 바라보고만 있자, 보다 못 한 성민이형이 앞으로 나선다.

 

 


“아.. 저... 동해야..”


“........”


“난...그저... 음...”


“..........”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해... 저... 난 시원이가...”


“.............”

 

 


성민이형을 노려보는 동해.

 

 

 

 


-짝-

 


“야!!!!”

 


순식간이었다.


성민이형의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가 버리고, 내가 소리를 지르며 동해의 팔을 잡아 챈건.

나에게 팔이 잡힌 동해는 나를 쏘아보다가 내 팔을 쳐 내면서 성민이형을 바라보며 소리질렀다.

 


“말 했잖아요! 혁재 더 이상 가지고 놀지 말라고!!!!”


“이동해!!! 너 말이 심하잖아!!!!”


“왜 자꾸 혁재를 흔들어요!!! 형은 시원이가 있으면서!!!”


“이동해!!!!”

 

 


흥분하며 소리지르는 동해를 옆쪽으로 밀치고는 성민이형을 바라봤다.

볼을 감싸쥐고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나와 동해를 바라보는 형의 모습.

나를 바라보는 형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오는 듯했다.

 

 


“이거 놔!! 확실히 할 건 하고 가야겠어!!!”


“이동해!! 미쳤어??? 형이야. 형한테 뭐 하는 짓이야!!!”


“그래!!! 미쳤다!!! 나 미쳤어!!! 왜!!!!”


“이동해!!”


“이혁재. 너 바보 아니니? 성민이형이 영화 보자 그런다고 또 봐? 어?? 나 안 나오면 나 찾으러 와야 할

거 아니야!! 아님 숙소로 그냥 돌아가던가!!!!”


“말 함부로 하지마. 너. ”


“함부로..? 함부로라고 그랬니? 너 지금??”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소리치는 동해를 보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 동해 입장에선... 화를 낼 수도 있겠지.

 

성민이형이 맞은 것에 대해 화가 나서 무턱대고 동해한테 소리지른거 자체가 잘못이었다.

 

동해가 배신감을 느낄만도 하다.

나를 도와주려고 한건데... 내가 도와달라는 요청을 먼저 했는데..

 

 

나는 그 요구를... 내가 먼저 어기고 성민이형과 같이 있으면서 즐거워 했다니...

 

 

 

 


“.....그만 해.. 동해야... 가자.....”


“놔!!! 확실히 할 건 해야겠어!!!!”


“이동해!!!”

 

 

 


동해는 팔을 붙잡는 나의 손을 치워 내고, 아직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성민이형에게로 다가갔다.

 

 


“형. 말해봐요.”


“........”


“형. 아직도 혁재 사랑해요? 그래요?”

“.........”


“확실하게 말해요.”


“..........”


“사랑하냐구요!!!!!!”

 

 

 

 

 


동해의 말에, 고개를 들어 동해를 바라보다가 이내 나에게로 시선을 옮기는 성민이형.

형과 눈이 마주쳐 버렸고, 나는 그 눈빛을 당해낼 재간이 없어 그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형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뻔히 알기에- 그렇기에 난 두 눈마저 꼭 감아버렸다.

 

 

 


“빨리요!!!! 확실히 하자구요!!!!”


“나, 난.....”


“최시원이에요!! 이혁재에요!!!!”


“..................”

 

 

 

 


최시원이라고 빨리 말해. 형.


괜히 헛된 기대 품게 하지 말고.

 

 

 


자꾸만 뜸을 들이는 성민이형의 모습을 보면서- 우습게도 나는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일까.


어느새 고개를 돌려 성민이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조한 듯, 두 손을 만지작 거리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성민이형의 모습을.

 

 


“이동해!!!!”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최시원이 서 있다.

굳은 표정으로 우리에게로 걸어오는 최시원.

 

 


“시원아!!!!!”

 

 

 

 


갑작스레 크게 최시원의 이름을 부르면서 최시원에게로 뛰어가는 성민이형이었고, 동해는 자신을 지나

쳐 간 성민이형의 모습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 역시.

 

 


“시원아- 집에 일 있다며. 무슨 일이었어?? 다 끝나고 온 거야??”


“............”


“너 기다리다가, 혁재랑 우연찮게 만나서 영화봤는데.. 헤헤.. 작업의 정석 봤어.”


“.............”


“손예진 되게 이쁘다??? 아~ 또 보고 싶다.....”

 

 

 


최시원의 팔에 매달려 재잘재잘 떠드는 형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냥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저게 대답인데 뭘 기대했던거야.

바보같은 이혁재.

정말 넌 병신이야. 또라이. 멍청이.

 

 


“이혁재. 봤지.”


“.........”


“성민이형 대답이잖아. 저거.”


“......”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라고.”


“............”


“그만 나한테 기대.”

 

 

 

 

 

 

 


그렇게 말하면서 내 볼에 손을 올리는 동해의 손길을 피할 수가 없었다.

몸을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당연했던 ,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내 눈으로, 내 귀로, 내 온 감각으로 확인해서였을까.

 

 


“동해야. 혁재야. 나 시원이랑 먼저 숙소로 갈게.. 더 있다가 들어와~”


“...........”


“동해야. 오늘 미안하구.....그럼~”

 

 

 


그렇게 말하면서 최시원의 팔짱을 낀 채 숙소쪽으로 향하는 성민이형의 뒷모습..

 

 

 


아...

 


머리 아프다...

 

 

 


“혁재야.. 우리도 갈까..?”


“...........”


“혁재.... ”

 

 


-풀썩-

 

 

 

 


“세상에!!! 혁재야!!!”

 

 

 

 

 


잠깐, 세상이 어지러워 보인다 싶었는데 그대로 앞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내 눈엔 창백해진 얼굴의 동해가 들어왔고, 동해의 얼굴에 가득한 수심을 보고는 그저 미소만 지어 줄

수 밖에 없었다.

 

 


너에게 충실해야 하는데. 너한테 미안해서라도.

 


그런데, 이 허전한 마음은 누구도 채워 줄 수 없을거야.


단 한사람.


그 사람만 빼고.

 

 

 

 

 


“가자. 혁재야. 너 아직 감기 안 나았지!!! 가자.. 가다가 약국 연 데 있으면...”


“연습실로....”


“....뭐.....?”


“연습실로 가자. 연습실로..”


“이 몸으로 어딜 가겠다는거야!!! 가서 쉬어야지!!!!”


“연습실로 가. 연습실로....”

 

 

 


막무가내로 난, 동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습실로 향했다.

지금 숙소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한 마디로... 힘이 들었다. 힘이 들어 죽을 것만 같다.


몸이 아픈 것보다 그 둘을 보고 있자니...내 온 몸의 신경세포들이 죽어난다.

덕분에 내 모든 것들이 힘이 든다.

 

 

 

 

 


연습실로 들어서자 마자 나는, 오디오로 다가가 음악을 틀었다.

놀란 표정으로 뛰어와 오디오 음악을 꺼 버리는 동해.

 

 

 

 


“미쳤어? 너 뭐 하는거야!!!”


“비켜.”


“너 내일 못 일어나!!!!! 안 되겠어. 가자. 그냥.. 응..?”


“비켜!”

 

 


동해를 밀어내고 다시 음악을 틀었다.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경쾌한 사운드에, 난 연습실 중앙에서 거울을 마주보고 섰다.

천천히 스텝을 밟아나갔고, 난 그대로 눈을 감고 흘러나오는 사운드에 몸을 맡겼다.

 

 

 


춤을 춘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너무 좋았다.

 

춤을 추는 순간 만큼은.. 모든 걸 잊을 수 있다.

 


미친 듯이 괴로워도... 춤을 추면.... 모두 잊을 수 있다... 하지만..

 

 

 


-쿵-

 

 

 


“혁재야!!!!”

 

 

 

 


예외도 있나보다. 왜 춤을 추면 출 수록.... 형의 웃는 얼굴이 계속 떠오르는건지..

 

 

 


나를 부축해주는 동해를 뒤로 하고, 난 다시 중앙으로 일어섰다.

그리곤, 천천히 스텝을 밟아나가며 음악에 나를 맡겼다.


내가 아직 덜 열중해서 그런가.. 아직도 성민이형의 생각이 자꾸만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제발...제발...모든 것이 다 사라지도록... 지금은 춤만 생각 할 수 있게... 제발...

 

 


-쿵-

 

 


“이혁재!!!!”

 

 

 


나를 애타게 부르는 동해의 목소리에도 상관없었다.

 


난 그 뒤로도 여러번 쓰러졌고, 그때마다 동해의 비명이 들렸지만, 난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났다.

 

 

 

 


여전히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성민이형의 생각들과 싸우기 위해서.

 

 

 

 

 

 

 

 

 


-쿵-

 

 

 

 

 

 

 

 


“혁재야!!! 그만 해!!! 그만!!!!!!”


“하아...하아.......이거.....놔.....”

 

 

 


-쿵-

 

 


“혁재야!!!!!!!”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천장과 바닥이 분간이 가질 않는다.

도대체 내가 지금 어디 위에 서 있는건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계속 일어나서 춤을 춰야만 했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성민이형의 영상이 너무나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지워지지 않는다.

 

 

 

 


“하아......하아.... 놔......”


“몇번짼줄 알아?! 지금 몇신 줄 알아?! 너 쉬어야 돼.. 쉬어야 된다구!!”


“비켜.”

 

 

 


어차피 이성민이 없는 한, 나를 완벽하게 낫게 해 줄 사람은 없으니까..

지금 들어가서 고통스러우나 여기서 춤추다가 쓰러지나 매한가지야.

 

 

 


난 기둥을 부여잡고 겨우겨우 일어났고, 허리를 굽힌 채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다시 리듬에 몸을 맡겼고...

 

 

 

 


-쿵-

 

 

 

 


다시 한번 쓰러져 버렸다.

 

 

 

 


“으으.....”

 

 

 

 


힘이 든다.


정신은 너무나도 또렷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더 힘이 든다.....

차라리 정신이라도 잃었으면.. 그러면 그 순간은 이성민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흐윽...이혁재...”

 

 

 

 

 


내 옆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은 동해.

 

 

 


미안..미안....동해야...정말 미안...

 

 

 


“............”


“그렇게.. 그렇게... 힘들어....?”


“........”


“그렇게.... 그렇게 힘드냐구!!!!!”


“.......동해야.....”


“성민이형이 너를 보지 않는게 그렇게 힘들어?! 그렇게 힘드냔 말이야!!! 이성민이 최시원하고 있는게

그렇게 힘들어?!?! 어?!?!?”


“.............”

 

 

 

 

 


우는 동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할 힘도 남아 있지 않긴 했지만...


그런 동해의 하소연을 듣고 있는 것보다 그저 지금은 머리가 복잡하지 않게 춤을 추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으.....”

 

 

 

 


옆 기둥을 잡았다.


천천히 내 몸을 일으켜 세우고 동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쯤... 동해가 나에게 소리질렀다.

 

 

 


“그렇게 힘들면 가 버려!!! 가라구!!!! 이성민한테 가란 말이야!!!!”


“....!!!!”


“가서 말해!!! 가서 말하라구!!! 이성민한테 사랑한다구 말하란 말이야!!!”


“..............”

 

 

 

 

 

 

 

 


동해를 외면하고 다시 중앙으로 걸어갔다.

 

 


이동해. 니가 날 걱정해주는 건 알겠는데-

이제 불가능한 일을 나더러 하라고 하면 난 어떻게 해야 하니.

 

 

 

 


울 수 밖에 없는데.

 

 

 

 

 

 

 

 


“가서 말하라구!!! 가서 말하란 말이야!!! 이성민 사랑한다!! 못 놓겠다!!!”


“.............우린 너무 많이 멀어졌어. 우린 서로 믿지 못 해서 멀어...”


“다 내가 그랬어!!!!!”

 

 

 

 


무슨......?

 

 

 

 

 


“다 내가 그랬다구!!!!!!!!! 최시원한테 이성민 유혹하라고 시킨 것도!!!! 너한테 온 문자 지우고 성민이형

시원이랑 같이 롯데월드 보낸 것도!!!!!!!! 성민이형에게 너를 포기하라고 강요한 것도 나라구!!!!!”

 

 

 


뭐.....?

 

 

 


“웃기지마.....이동해......”


“사실이야!!!!!! 내가 그랬어!!! 다 내가 그랬다구!!!! 너를 너무 갖고 싶어서!!!! 내가 그랬다구!!!!!!”

 

 

 


울부짖으며 주저앉는 동해.....


나 역시 힘없이 주저앉았고... 동해는 울며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간다.

 

 

 

 


“성민이형이 너무 싫었어. 아무리 노력해도 널 가질 수 없는 나와는 달리 너무나도 손 쉽게 너를 가져버

렸으니까!!!!!”


“..............이동해....”


“그래서 내가 그랬다고!!!!!!!! 최시원하고 내가!!!! 그래서 성민이형이 너한테 갈 수 없었다구!!!!!! 그러니

까!!!!! 가서....!!!!!!!”


“.............”


“잡으란 말이야!!!!! 가라구!!!!!!

 

 

 


하... 정말 말이 나오지 않는다..


동해의 대한 배신감과 .....


성민이형의 말을 믿지 못 한 나에 대한 자책감...

 

 


아니야.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설사, 과정이 그래도...


결과는 똑같았을 거야.

 

 

 

 


“아니.... 니가 안 그랬어도, 우린 어차피 안 됐을거야.. 성민이형은 최시원을...”


“그런 사람이!!!!!”


“................?”


“자기도 스케쥴에 피곤한데!!! 너 걱정돼서 아침부터 해장국 끓이고, 니가 좋아하는 반찬 다 해놓고!!!!

꿀물도 타 놓고!!!! 그러니??”


“.....뭐....?”


“흐엉엉엉!!!!!!! 너 술취 해서 들어온 다음날!!!!! 아침밥 성민이형이 차려놨어!!!!! 내가 형한테 모진 소리

해 버렸구!!!!!!!”


“하... 이동해....”


“형은 끝까지 니 걱정 뿐이었어!!!! 니 걱정 뿐이었다구!!!!!!!!!!”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지금...동해가 한 말이.....다 ...... 사실.....이야.....?

 

 

 

 

 


“하.... 이동해.....”


“그러니까... 그러니까 가라구!!!! 가란 말이야!!!!!! 이성민한테 가!!!! 그렇게 힘들어 할 거면!!!!!

가란 말이야!!!!!!”


“...................”


“마음 바뀌기 전에 가!!! 가라구!!!!!!!!!”

 

 

 

 


-쾅-

 

 


동해의 말을 더 들을 수 없었다.


아니, 듣고 싶지 않았다.

 

난 어느새 동해를 뒤로 한 채, 연습실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힘이 다 한 줄 알았는데.. 어디서 이렇게 힘이 나오는지...

 


난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성민이형에게로 가기 위해서...
팬픽? 리얼! -# 50

 

팬픽? 리얼!

 

 

 

“다 울었어요?”


“..............”

 

 


아직도 고개를 숙이며 훌쩍 거리는 성민을 바라보며 시원은 얕게 한숨을 내뱉은 뒤, 자신의 품에서 손수

건을 꺼내어 성민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눈을 크게 뜨

고 시원을 바라보며 웃으려던 성민은 잘 되지 않는 듯, 다시 고개를 숙여 버린다.

 


“....형...”


“......바보같이.....또 울었네... 헤헤...”


“...............”


“미안.. 시원아... 미안....”

 

 

 


한 손을 들어 앞으로 고꾸라져 눈물을 흘리는 성민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씁쓸하게 미소짓는 시원.

사실, 아까 전. 성민을 혁재에게 보내주려 갔던 것이었지만- 동해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동해가 직접 혁재를 놓아줄 기회를- 자신이 먼저 다 말해버렸다간 동해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 살 것이

기에... 그렇기에 그 둘을 그대로 보내 버렸고.. 자신도 성민과 같이 이렇게 공원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혁재랑 영화보니까.. 좋았어요?”


“........”


“사실.. 나 집에 아무 일도 없었거든요. 그냥.. 형한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헤헤..... 그럼.. 내 산타는 시원이 너였구나... 고마워. 시원아.. 고마워....”


“그러니까.. 형...”


“..........”


“이제는 울지 말아요. 더 이상.....”

 

 

 

 

 

 

 


울지 말아요.


이제 곧 모든 것이 다 제자리로 돌아갈 거에요.


형의 원래 자리로.

 

 

 

 

 

 


시원은 동해를 믿었다. 동해가 혁재를 보내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혁재 역시 자신과 같이 사라지는 성민을 보며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터....

제발, 동해가 스스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드르르르륵-

 

 


“형, 잠깐만요.”


“응??”


“전화 좀 받고 올게요.”


“..........그래...”

 

 


성민을 앉혀 놓고, 약간 떨어져서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귀에 대자마자 시원의 귀에 들려오는 흐느낌- 시원은 직감적으로 이 흐느낌의 주인공을 알 수 있었다.

 

 


“동해야.”


-.......흑......-


“...........”


-.........끝났어.....다... 끝났어.........-


“말 했구나.”


-......흐흑......-


“잘 했어. 동해야. 잘 했어..”


-흐아아.........-


“...........”

 

 

 

 

 


천천히 다시 핸드폰을 품 안으로 집어넣고, 벤치에 앉아 있는 성민을 바라보았다.

볼에 흐르는 눈물을 스윽 스윽 닦아내는 성민을 보면서 살짝 미소지어보이는 시원.

속이 뻥 뚫리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지는 시원이었다.


비록, 가슴 한 구석에서 자꾸만 꿈틀대는 감정을 눌러야 했지만-

성민의 웃는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나 기분이 좋아지는 시원이었다.

 

 

 


“형~”


“....응....?”


“우리~ 놀러갈까요?”


“응??? 아.. 숙소로 돌아가야지... 지금 시간이..”


“에이~ 가요~~”

 

 

 

 


무턱대고, 성민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 시원.

성민이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시원은 발걸음을 옮기다가 멈춰 서서는,

두 손으로 성민의 입꼬리를 올려준다.

 

 


“..........?”


“지금부터 웃어요.”


“..........시원아.....?”


“......”

 

 

 

 


“택시!!!!!!!”

 

 

 

 


무작정, 지나가는 택시 한대를 세워 놓고, 성민을 안으로 집어넣는 시원이었고,

시원 역시 성민의 옆자리로 탄다.

 

 


“아저씨!!! 롯데월드요!!”


“야!! 미쳤어???? 이 오밤중에 롯데월드를 열기나 해?!?!”


“아저씨!! 빠르면 빠를 수록 좋아요!!!!”


“최시원!!!”


“웃으라니까요.”

 

 

 


어이없이 시원을 쳐다보는 성민을 보며 시원은 웃어보였고, 성민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오밤

중에- 롯데월드가 열기나 연단 말인가.

물론, 지난번에는 회사차원에서 빌려서 이용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개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있을까.

 

 


도대체 이 아이는 뭘 어쩌겠다고 그 쪽으로 가겠다는 걸까..

 

 

 

 

 


이런 의아함들을 뒤로 한 채, 시원과 성민을 태운 택시는 롯데월드로 향하고 있었다.

 

 

 

 

 

 

 

 

 

 

 

 

 

 

 

 

 


-쾅-

 

 


“이성민!!!!!!”


“얼레....? 왜 너 혼자 오냐?? 애들은?”

 

 


현관문을 세게 닫고 들어선 혁재가 성민의 이름을 부르며 들어서자, 바다를 끌어안고 거실에 누워서 TV

를 보고 있던 희철이 놀란 듯, 일어섰다. 하지만, 혁재는 희철은 신경쓰지도 않는 듯 빠르게 성민의 방쪽

으로 걸음을 옮겼고, 문을 열어제꼈다.

 

 


“이성민!!!!!”

 

 

 


하지만, 어두컴컴한 성민의 방. 방문을 닫고 들어선 혁재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허탈한 마음에 침대

위로 주저 앉았다. 저절로 힘이 빠지는 듯 했다.


숙소로 간다고 했는데... 도대체 둘이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다는 말인가...

 


다시 머리가 지끈거려왔고, 그대로 눕고 싶었지만- 누울 수가 없었다.

지금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성민을 찾아야만 했다.

 

 

 


어딨어...


어딨어. 이성민...


니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놓을거야...


제발...제발 내 눈 앞에 나타나.

 

 

 

고개를 돌리던 혁재는 성민의 베게가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성민의 베게를 집어드는 혁재.

 


얼마나 울었어.

미안해... 죽도록 미안해...

이제 안 울릴게.

그러니까....제발 나타나.


제발.

 

 

 

 

 

 

 

-띠리리리리-

 

 

 

 


갑자기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에, 혁재는 황급히 외투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


“성민이형?!?!?! 성민이형이야?!?!?!! 형 어딨어?!?!?!!”


-...........-


“어딨어!!! 이성민!!!!!!”


-.......나야. 이혁재.-


“........최시원... 너....”


-꽤나 기다렸나봐. 성민이형 전화.-


“성민이형 어딨어. 아니.. 너네 지금 어디야. 당장 말해.”


-..........-


“말하라구!!!!!!!!”


-너네 둘이 가장 행복했던.. 하지만, 가장 슬펐던 곳이야....-


“....뭐.....?”

 


-알아서 찾아와.-


“야!!!!!”

 

 

 

 


그 말을 끝으로 끊어진 시원의 전화.

핸드폰을 땅바닥으로 집어던져 버리는 혁재였고, 숨을 몰아내쉬었다.

 

 

 

 

 

 

 


기뻤던...?


가장 슬펐............

 

 

 


“!!!!!!”

 

 

 


-쾅-

 

 

 


“어..? 야!!! 어디 가!!”

 

 

 

 

 


방문을 세차게 닫고 나오는 혁재에게 소리지르는 희철이었지만,

혁재는 말도 듣지 않고 다시 현관을 빠져나갔다.

 

 

 

 

 

제발..

 


그 곳이 맞길.

 

 

 

 

 

 

 

 

 

 

 

 

 

 

 

 

 

 

 

 

 

 

 

 

-탁-

 

 

 


핸드폰을 접어 품 안으로 집어넣는 시원이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이리로 달려올 혁재였다.

 


서서히.. 다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어....

 

 

자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성민을 바라본다.

 

 


“야.... 시원아. 진짜 신기하네.. 어떻게 그리로 들어올 생각을 했어??”


“지난번에 보니까.. 저 위의 문은 잘 안 닫아두더라구요.”

 

 


너스레를 떨며 말하는 시원의 모습에 성민은 살짝 웃었다.

롯데월드 자체 문이 아닌, 매직아일랜드 입구를 통해 들어온 성민과 시원이었다.

아무도 없는 시간에 둘만 들어왔다는 것이 신기한지, 자주 놀러오고 와 봤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해

하는 성민이었다.

 

 


“야- 그런데 들어오면 뭐해. 하나도 못 타는데 뭐...”


“헤헤.. 그런가요. 그냥 기분 내자는거죠~”


“치....”


“아, 형. 잠깐만요~ 저기 앉아 계세요~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응?? 그래~”

 

 

 


성민을 놔두고, 빠르게 뒤쪽 화장실을 간다며 뛰어가는 시원이었고, 성민은 그런 시원의 뒷모습을 바라

보며 벤치로 다가가 앉았다. 약간 으슥하긴 했지만, 희미하게 비쳐오는 불빛에 그렇게 무서운 정도는 아

니었고, 또 아래 아이스링크장의 얼음 덕분에 환했다.

 

 


멍하니- 벤치에 앉아있다가 아이스링크장을 내려다보는 성민.

 

 

 


“.................”

 

 

 


다시 무언가 울컥해온다.

 

 

 

 

 

 

 

 

 

 


혁재가 손을 잡아줬던 곳.

 


그리고..

 


....내가 혁재의 손을 놓아버린 곳...

 

 

 

 

 

“흐흐흑......”

 

 

 

 

 

 


그대로 쓰러지듯, 주저앉아버리는 성민.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낌이 새어나온다.

 

 

 

 

 

 

 


내가.... 혁재의 손을 놓아버렸어...

 

 


내가....

 


내가.........

 

 

 

 

 

 

 

 

 


“........”

 

 

 


그런 성민을 바라보던 시원은 고개를 돌려 자신들이 들어온 입구쪽으로 향했다.

시계를 바라본 시원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갔다. 지금쯤이면- 이혁재가....

 


아니나 다를까- 계단을 내려가던 시원의 귓가에 들려오는 엄청난 고함소리.

 

 


“최시원!!!!!!! 어딨어!!!!! 이 개자식아!!!!!!!”

 

 

 


이혁재였다.

 

 

 

 

 

 

 


-쿵쿵쿵쿵-

 

 

 


빠르게 에스컬레이터를 지나 입구쪽으로 다가가는 시원.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시원의 모습을 확인한 혁재 역시, 입구에 쳐져 있는 장애물을 훌쩍 뛰어넘어 시

원에게 달려왔다.

 


“왔....”


“이자식!!!!”

 


-퍽-

 

 

 


시원의 앞에 서자마자 빠르게 시원의 얼굴을 강타하는 혁재의 손.

그와 동시에 뒤로 쓰러져버리는 시원...

 

 

 

 


시원은 자신의 입술을 스윽 닦으며 혁재를 바라보았다.

땀이 범벅이 되어가지고는,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이혁재.

 

 

아까 안색을 보니- 몸도 안 좋아보이던데..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그렇게 이성민을 다시 찾고 싶었으면서- 어떻게 이때까지 참았어. 이혁재.

 

 

 


“크윽...”


“이성민 어딨어. 개새끼야.”


“퉤- 말해주고 싶지 않은데?”


“이 자식이!!!!”

 


-퍽, 퍽-

 

 


이제는 아예 시원의 배에 올라타서는 시원의 얼굴을 연이어 강타한다.

하지만- 맞으면서도 웃고 있는 시원의 모습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주먹이 서서히 잦아든다.

 

 


“최시원...”


“으으..... 이혁재. 주먹 많이 세네...”


“너...”


“......그래... 인정할게.... 내가 졌어. 이혁재.........”


"...........뭐.....?"

 


혁재가 몸을 일으키고, 시원 역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자신의 입술을 닦으며 혁재를 바라보는 시원.

혁재는 아직까지도 시원을 바라보며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못 했다.

 

 


“사과하고 싶었어.”


“.......”


“동해만이 한 일이 아니야. 나 역시- 동해의 일에 가담했어.”


“...........”


“처음엔... 너네 둘을 찢어놓는게 목적이었는데.. 그 뒤엔... 내가 성민이형을 갖고 싶었거든.”


“개새끼!!!!”

 

 

 


시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원의 멱살을 잡아 올리는 혁재.

하지만, 시원은 아랑곳않고 말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젠 아니야.”


“....뭐.....?”


“아무리 노력해도... 내 사람이 아닌 걸 알았어.”


“하.....”


“........이동해도 그랬기에 널 보낸거고..... 나 역시 성민이형을 너에게 돌려보내줄거야.”


“..........”


“나와 동해가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거 알아.”


“................”


“하지만- 적어도 사과는 받아줘. 용서할 순 없어도.”


“.................”


“우리도 이러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으니까.”


“.................”


“이해 못 할지 모르겠지만....”


“........”


“우리도 사랑이었다. 너네처럼. ”


“..........”

 

 

 


피식 웃는 시원. 혁재는 아까보다는 조금 풀어졌지만,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시원을 바라본다.

 

 

 


“................이성민 어딨어. 빨리 말해.”


“안에.”


“.....나중에 보자.”

 

 

 

 

 


시원을 지나쳐 빠르게 에스컬레이터 위로 달려올라가는 혁재.

그런 혁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시원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하하하.... 하.... 하........."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하는 시원.

 

"...............흑.....”

 

 

 

 


결국...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울음을 토해내는 시원이었다.

 

 

 

 

 

 

 

 

 

 

 

 

 

 

 

 

 

 

 

 

 


“이성민!!! 어딨어!!! 이성민!!!!!!”

 

 

 


약간 어두운 놀이공원 안. 하지만, 필요 없었다.

간간히 새어나오는 불빛에 의지해서 빠르게 놀이공원 안을 돌아다니는 혁재였고, 그런 혁재의 외침은

놀이공원 곳곳으로 울려퍼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무 곳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이성민!!!!!!어딨어!!!! 이성......”

 

 

 

 

 

한참을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던 혁재의 눈에 들어온 건...

 

 

 

 

 

 

아래에 환하게 펼쳐져 있는 아이스링크장..

 

 

 

 

 

 

 


그리고 그 위의 한 사람...

 

 

 

 

 

 

 

 

 

 

팬픽? 리얼! -# 51

 

 

 팬픽? 리얼!

 

 

 


“후....”

 

 


자신의 앞에 넓게 펼쳐져 있는 아이스링크장- 위에서 내려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 걸어내려온 성

민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닫혀져 있는 끈을 풀어내리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넓게 펼쳐져

있는 빙판- 아무도 없어서 그런지, 약간의 한기가 성민의 몸을 감싸고 돌았다.

 

 


“하.... 좀 춥네...”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성민이었다. 한발 한발 내딛을때마다 자꾸만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

는 혁재의 영상- 혁재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영상과 같이 오버랩되어 보이는- 혁재에게 뒤돌아 서

는 자신의 모습....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참으려 숨을 몰아쉬었다.

 

 

 

 

 

울지 말아야지-


시원이한테 미안하잖아.

 

 

 

 


옆 벽을 붙잡고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후.......”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성민- 벽에서 팔을 떼어 천천히 중앙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다시는....

 


다시는....

 

 

 

 

 

 


거의 중앙쪽으로 다다랐을 때 쯤-

 

 

 

 


-쿵-

 

 

 


그제서야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넘어지는 성민이었다.

 

 

 

 


“아아....”

 

 

 


넘어지면서 손이 깔리는 바람에, 손을 약간 다친 성민이었다.


잠시 손을 부여잡고 있다가 천천히 손을 바라보는 성민-

 

이미 까져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손을 멍하니 보면서 자기 자신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일어나야지- 이성민.


안 일어나고 뭐하냐.


일어나서 빨리 올라가야지.

 


여기서 주책맞게 뭐하고 있어.

 

 

 

 


누가 오기를 기대라도 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올 리가 없잖아.

 

 

 

 

 

 

 

 


“이성민!!!!!!!!!!!!!!!”

 

 

 

 


“!!!!!!!!!”

 

 

 

 


고개를 들어 뒤로 돌아 본 성민은 자신의 눈을 비빌 수 밖에 없었다.


얼음 때문에 자꾸만 비틀거리면서 자신에게로 뛰어오는 저 사람은-

 

 

 

“이성민!!!!!”


“.........혁....재.....?”

 

 


성민의 입에서 미처 말이 다 나오기도 전에, 혁재는 성큼성큼 -미끄러지긴 했지만- 다가와 성민이 미처

상황 파악이 되기도 전에, 몸을 낮춰 성민을 끌어안았다.

 

 

 


“혀, 혁재야.....”


“...............”

 

 


성민이 혁재의 이름을 부르자, 얼굴을 성민의 어깨에 묻은 채, 더욱 더 꽉 끌어안는 혁재.

 

 

 

 


“저, 저기....”


“아무 말도 하지마.”


“혁재야.”


“아무 말도 하지마. 나 지금 미쳐 버리기 일보 직전이니까.”


“저, 저기.... ”

 

 

 


성민이 혁재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몸을 비틀자, 혁재는 성민이 빠져나가지 못 하도록 더욱 더 꽉 끌어

안았다. 성민은 머릿속이 아득해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이때까지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혁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혁재를 붙잡지 않기 위해....

그동안 했던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아득해지려는 정신을 붙잡고는 혁재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혁재!!!!!”


“아무 말도 하지 마!!”


“이거 놔!!!!!! ”

 

 

 

성민이 소리지르며 강하게 저항하자 혁재의 팔이 살짝 풀리면서 성민을 놓아주었고, 성민은 혁재의 품

안에서 빠져나와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고, 혁재를 노려보았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서는 성민. 그런 성민을 따라 혁재도 급하게 일어섰다.

 

 


“너 왜 이래!!! 우린 다 끝난 거잖아!!!! 내가 넌 사랑이 아니었다고 그랬잖아!!!!”


“웃기지마!!! 이제 다 필요없어!!!!”


“이혁재!!!!!”


“형 말 안 들을거야!!!!!! 내가 형 사랑한다고!!!!!!! 형 말 안 들어!!!!”


“이혁....읍!!!”

 

 

 


순식간이었다. 몸을 돌리려는 성민을 붙잡아 자신에게로 빠르게 돌리고는 성민의 입술을 빼앗아간건-

고개를 돌리려는 성민이었지만, 자신의 얼굴을 붙잡는 혁재의 팔 힘에 어쩔 수 없었다.


그저 두 팔로 혁재의 가슴께를 퍽퍽 쳐 댈 수 밖에-

 

 


“으읍.....”

 

 


빠져나가려 하면 할 수록, 혁재는 성민을 가지고 놀 듯, 더 농도 짙은 키스를 해 나갔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키스에 성민의 눈에선 눈물이 자연스럽게 한 줄기 흘러내렸고, 결국 다리에 힘

이 풀려버린 성민은 순간적으로 비틀거렸다.

 

 


“!!!!”


“.....”

 

 


성민이 휘청거리자 다급히 성민을 잡은 혁재.

하지만, 혁재의 팔을 강하게 뿌리 친 뒤 혁재를 노려보았다.

 

 


“이혁재.”


“.......”


“너... 정말 실망이야. 최악이야.”


“...........”


“..........”

 

 

 


뒤로 돌아서 걸어가는 성민.

그런 성민을 바라보던 혁재는 눈을 꼭 감은 채, 자신을 지나쳐 가는 성민에게 죽어라 소리쳤다.

 

 

 


“야!!!!!”


“...........”


“여긴 왜 내려왔는데!!!!!!”


“..........”


“이 밤중에!!!!!! 여긴 왜 내려왔는데!!!!!!”


“..........”


“왜 안 일어났어!!!!! 왜 그대로 앉아 있었냐고!!!!!!”


“.............”


“왜 눈물이 나오는건데!!!! 왜 우는거야!!!!!!!!!!”


“............”

 

 

 


잠시 멈칫했다가, 입구쪽으로 걸어가는 성민. 그런 성민에게 더 소리치는 혁재.

 

 

 

 


“이성민!!!!!”

 

 

 

 


악을 쓰는 혁재의 목소리에 그 자리에 그대로 우뚝- 멈춰 서 버리는 성민이다.

 

 

 


“하나만 물을게!!!!!”


“.........”


“내 얼굴 평생 안 보고 살 수 있어?!?!?!?!?!”

 

 

 


아니-

 

 

 

 


하지만, 어- 라고 말 해줘야 하는데... 좀처럼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마치 석고상처럼.

 


온 몸 자체가 움직여지지 않는다.

 

 

 

 


“다시 하나만 물을게!!!!!”


“.......”


“지금, 행복하게 진심으로 웃을 수 있어?!?!?!?!?!?!”

 

 

 


아니-

 

 

 

 

 


하지만, 역시 응- 이라고 말해야 하는...

 


그래도 입이.. 몸 자체가 움직여지지 않는다.

 

 

 

 

 

 


점점 소리가 가까이 들려온다.


아마도 성민에게 한발짝씩 걸어오는 듯-

 

 

 

 

 


“또 하나 물을게!!!!!”


“..................”


“지금, 행복해?!?!?!?!”

 

 

 

 


아니-

 

 

 

 

 


하지만, 응, 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역시.. 온 몸이 얼어붙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저렇게 소리지르는 혁재의 목소리가 자꾸만 가슴을 파고 들어서....

 

 

 

 

 


“마지막으로 물을게!!!!!!”


“......”


“나 정말 안 사랑해????? 동정이었을 뿐이야???”

 

 

 

 

 

 


확실히 해야 한다.

 

 


굳게 마음을 먹고, 뒤로 돌아선 성민은 숨이 멎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어느새 자신의 바로 앞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혁재.


잠시 멈칫 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혁재는 아무 말 없이 성민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그래.....?”


“...........”


“그런데...”


“..........”

“이 눈물은 뭐야.”

 

 

 

 

 

 


고개를 숙이는 성민의 고개를 손으로 들어올린 혁재. 성민의 얼굴은 성민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로 범벅

이 되어 있었다. 뭐라 대답할 수도 없는 성민은 혁재의 손을 치워 낸 다음에 두 손으로 혁재의 가슴께를

퍽퍽 쳤다.

 

 


“흐엉엉엉!!!!! 이 나쁜 놈아!!!!!! 뭐야!!! 왜 또 다시 그래!!!!”


“이성민.”


“아니라고 했잖아!!! 엉엉엉!!! 아니라고!!!! 아니라고 했잖아!!!!!”


“이성민!!!!!”


“아니라는데 왜 자꾸 그래.. 엉엉!!!!”


“니 진심이 아니니까. 진심이 아니니까 그래.”

 

 

 

 


멍하니 혁재만 바라보는 성민의 얼굴-


혁재는 굳혔던 표정을 풀고, 두 손으로 성민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왜 전엔 몰랐을까.”


“.........”


“니가 이렇게 우는 순간에도-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걸.”


“흐흐흑... ”


“이렇게 온 몸으로 나한테 사랑한다고 외치는데 말이야.”


“흐엉엉!!!!!!”


“말로만 하는게 사랑이 아니라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왜 니 마음이 지금에야 보이는걸까.”


“흐엉엉엉!!!!! 이혁재!! 이 나쁜 놈아!!!!엉엉엉!!!!!”

 

 

 

 

 

 

 


그대로 성민을 끌어안아버렸다.

성민 역시, 울음을 토해내면서 혁재의 품 안에 안겨버렸다.

아니- 두 팔로 자신도 혁재를 힘껏 마주 안았다.

 

 

 

 


가슴 속부터 벅차 올라오는 이 기분-

 

 

 


그 느낌에 자꾸만 울음이 터져나오는 성민이었고, 그런 성민을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혁재였다.

천천히 성민을 품에서 떼어내어 자신과 마주보게 하는 혁재.

성민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고 조용히 속삭인다.

 

 

 


“미안... 이성민.”


“....흑....”


“못 믿어줘서 미안해.”


“..........”


“같이 못 있어줘서 미안해.”


“..............”


“힘들게 해서 미안해.”


“...............”


“울게 해서 미안해....”


“흐흑.....”

 

 

 


다시 울음을 터뜨리는 성민을 품에 안아주는 혁재.

 

 

 

 


“이젠, 형 울게 하는 일 없을거야.”


“흑.....”


“맹세해. 다신 형 울게 하지 않아.”


“.........”


“이젠 형 얼굴에서 웃음만 나오게 해 줄게. 나 믿어.”


“흑.... 쳇.......”


“..........”

 

 

 

 


혁재의 말에, 품에 안겨서 약간은 투정부리듯- 혁재의 가슴을 한번 툭 치는 성민- 의아한 듯, 성민을 바

라보는 혁재에게 성민은 얼굴 가득한 눈물을 닦으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내 말... 하나도 믿지 않았으면서.. 흑... ”


“아니..아니야. 형... 정말 미안해. 내가 죽을 죄를 졌어.”


“치.....”


“이젠,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형 말이면 다 믿을게. 정말이야. 형 말이 나게는 곧, 법이니까.”


“치... 또 말로만.”


“진짜라니까!!!!!”

 

 

 

 

 


흥분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는 혁재를 보던 성민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혁재 역시 그런 성민을

보며 흥분하다가 크게 웃어버렸다.

한참을 서로를 보며 웃었다.

 


오랫동안- 같이 있지 못 했던 시간동안, 슬펐던 만큼- 가슴 아팠던 만큼- 힘들었던 만큼-


그 시간들을 보상받는 값진 웃음이었다.

 

 

 


“맹세해. 형.”


“.........”


“결단코, 다시 형한테서 등 돌리는 일 없을거야.”


“.........그래. 혁재야...”


“........”


“나도....”

 

 

 

 


씨익 웃어보이는 성민. 혁재는 마주보며 웃어보였다. 그리곤, 한쪽 손을 내밀었다.

 

 

 


“가자. 형.”


“응!”

 

 

 


손을 잡고, 같이 아이스링크 안 쪽으로 빠르게 뛰어가는 성민과 혁재. 달리다가 멈춰 서버린 둘.

 

 

 

크게 숨을 몰아쉬면서 중심을 잡던 성민-

옆쪽을 바라보니 혁재 역시 얼음 위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자신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비틀거리며 서 있

었다. 씨익 웃은 성민은 혁재를 힘껏 밀어버렸다.

 

 

 


“아앗!!”


“에잇~”

 

 


-쿵-

 

 

 


혁재는 무방비상태에서 성민이 떠미는 바람에 뒤로 넘어졌고, 성민은 그런 혁재를 보면서 웃으면서 도

망가고 있었다.

 

 


“아, 진짜... 이러기야??? 이렇게 감격스러운 날??”


“메-롱. 그동안 너 때문에 운거 생각하면!!! 너 때문에 내 눈 이렇게 됐잖아!!!!”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이씨..”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성민에게 달려가 성민을 밀려고 하는 혁재였지만,

곧,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그리곤...

 

 


-쿵-

 

 

 


빙판 위로 쓰러져 버린 혁재..

 

 

 


“혁재야!!!!!!!”

 

 


웃으면서 도망가던 성민의 눈이 커지면서 빠르게 혁재에게로 달려왔다.

 

 

 


“혁재야!!!! 어떡해.. 어쩌면 좋아.. 정신차려봐!!! 응????? 아무래도 너 병원부터 갔어야 했나봐. 응...?

정신 좀... 으앗!!!!!”

 

 


-chu-

 

 

 


성민의 볼에 입맞추는 혁재.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성민은 혁재를 내팽개치며 소리친다.

 

 


“으앗!!! 너 이런게 어딨어!!!!”


“으하하하하하!!! 메롱!”


“나 진짠 줄 알고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사람 놀래키는.... 으앗!!!!!”


“에잇!!”

 

 


혁재에게 불평하던 성민의 몸이 옆쪽으로 넘어졌고, 곧 혁재와 성민은 얼음 위를 뒹구르기 시작했다.

 

 

 

 

-쿵-

 

 


“으앗!”


“아앗!!”

 

 

 


어느새 벽까지 굴러와 부딪혀버린 둘-


하지만 곧, 성민은 몸이 아프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위에 있는 혁재를 보고 정신이 더욱 또렷해졌다.

 


성민의 위에 혁재가 올라타 있는 오묘한 자세-

 

 

 


“.......”


“아.. 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혁재 때문에,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은 성민이었다.

혁재의 시선은 항상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혁재의 얼굴에- 성민은 눈을 꼭 감았다.

 

 

 


“......?”

 

 

 


-chu-

 

 


성민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는 혁재.


이마에서 눈가로 입술을 옮겨 가는 혁재였고, 곧, 콧등에도 살짝 입을 맞추는 혁재였다.

 

 

 


“........?”

 

 

 

 

 

 

볼까지 입을 맞추고 난 뒤- 성민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던 혁재.

혁재가 가만히 있자 눈을 감고 있던 성민의 눈이 떠졌고, 성민의 눈이 떠지자 마자 성민의 입술로 자신

의 입술을 가져가는 혁재였다.

 

 

 

 


다시금 눈을 감는 성민-

 

 

 

 


아까와는 다른-

 

 

 


서로의 진심이 담긴 진실된 사랑의 키스.

 

 

 

 

 

 

 


팬픽? 리얼! -# 52

 

 팬픽? 리얼!

 

 

 


“.....이동해.”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선 시원은 어두운 실내를 밝히려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찾았다.

겨우 스위치를 찾아 불을 키려 할 때...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켜지마.”


“..........”


“나 지금 추하단 말이야....”


“............”

 

 

 


한 발짝, 동해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거울 앞으로 다가섰다.

시원이 다가서자, 땅쪽만 바라보던 동해가 고개를 들어 시원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서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얼굴 가득 눈물 자욱이 있을 터-

새삼, 안쓰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동해의 옆자리에 몸을 숙여 앉았다.

 

 


“......혁재는....?”


“..........”


“성민이형이랑 만났구나....”


“.............”


“잘 됐다.........잘....”

 

 

 

 


다시 말끝을 흐리는 동해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시원. 다시 한숨을 내쉬며 동해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다 잘 됐어.”


“...........”


“보기 좋던데.”


“........”


“행복해하는게 눈에 보이더라. 엄청.... 나도 처음 봤어. 성민이형이 그렇게 웃는거.”

 

 


사실, 혁재와 성민이 함께 재회한 모습을 미처 보지 못 한 채, 빠르게 빠져나온 시원이었다.

둘을 볼 자신이 없어서 울음을 토해낸 채, 그렇게 자리를 빠져나온 시원이었다.


하지만 상상할 수 있었다. 얼마나 행복해했을지.

 


그래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행복하다고.

 

 


“그렇겠지......”


“....니 말대로.. 다 잘 된거잖아. ”


“응... 다 잘 됐는데..... 하.... 이상하게.. 여기가 아프네...”

 

 

 


자기 가슴을 문지르는 동해의 모습.

그런 동해의 모습에 자신도 울컥해지려는 시원은 고개를 돌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참나. 그러게 나한테 오라고 할 때 오지... 결국 이렇게 될 거.”


“............”


“나한테 진작에 왔음 이렇게 마음 고생 안 했을거 아니야.”


“푸...”

 

 


약간은 장난스레 말하는 시원을 보며 동해는 피식 웃어버렸다.

하지만, 이내 안타까운 시선으로 시원을 바라보았다.

물끄러미 시원을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토하며, 뒷거울에 머리를 기댄다.

 

 


“그냥 울어라. 시원아.”


“...........”


“나도 우는데... 너라고 못 울게 뭐 있어.”


“...............”


“같은 아픔이 있는 사람끼리 서로를 보듬어야지.. 어쩌겠냐.”


“.............”


“우리 둘이 있을 때만 울어... 봐줄테니까.”

 

 

 


동해의 말에, 다시 눈물이 쏟아져나올 뻔한 시원은 천장을 바라보았고, 이내 곧 쾌활하게 웃으면서 동해

의 팔을 주먹으로 살짝 밀쳤다.

 

 


“야, 내가 뭐 운다고 그래! 나는 지 위로해주려고 달려왔구만..”


“치... 쿨한척 하기는.”


“야. 쿨한척 하는게 아니라 쿨 한거야.”


“말로만? ”


“뭐가 말로만이야. 나는 지 위로해주려고 부리나케 달려왔는데- 아.. 괜히 왔다. 정말.”


“치......”

 

 

 


씁쓸하게 미소짓는 동해를 보며 시원도 씁쓸하게 웃었다. 똑같이 거울로 몸을 기대는 두 사람..

 

 


“우리...”


“........”


“용서받지 못 하겠지...?”


“.........”


“혁재.... 단념하기로 했는데..... 좀 많이 힘드네....”


“..........”


“얼굴이라도 보면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은데.... 얼굴도 못 보게 하면 어쩌지... 성민이형이...”


“.........쓸데없는 걱정하기는.”

 

 

 


동해의 탄식섞인 목소리에 시원은 쓸데없는 걱정한다며 동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하지만, 좀처럼 동해의 얼굴에서 씁쓸함이 사라지진 않았다.

 

 


“완벽하게 졌어. 하... 이동해가....”


“.......”


“내가 졌다구.....”


“동해야.”

 

 

 


다시 고개를 숙이는 동해의 어깨를 잡는 시원.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동해에게 씨익, 미소지어주는 시원이었다.

 

 


“사랑에는 지는게 없는거야.”


“..........”


“사랑을 얻든지... 잃었든지... 최선을 다해서 그 사랑에 충실했으면..”


“...........”


“모두 다 사랑에 있어서 승리자인거야.”

 

“흑....”

 

 

 

 


시원의 품에 안겨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고야 마는 동해였다.

시원은 살짝 미소지으며 동해를 안아주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정말....?”


“응.”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던 혁재와 성민. 성민은 걸음을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혁재를 바라보았고, 혁재는

아무런 감흥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답답한듯한 표정을 하고, 혁재의 어깨를 잡아 자신쪽으로 돌려

세우는 성민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나와버렸어...?”


“어.”


“그럼 어떡해. 동해는.”


“..........”


“...........”


“동해 얘기 하지마.”


“......혁재야...”


“걔 생각만 하면.... 정말..... ”

 

 

 

 

 


뭐라 말을 이으려다 다시 몸을 돌려 길을 걷는 혁재였고, 성민은 다급히 혁재에게로 달려가 혁재의 팔을

붙잡았다. 혁재가 성민을 바라보자 성민은 씩 웃었다.

 

 

 


“이제... 다 끝난거잖아. 혁재야.”


“이성민.”


“그러니까....용서해주자... 응...?”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있어? 그렇게 쉽게 나와?”


“.........”


“안돼! 못 해!! 아니, 안 할거야. 이동해 얼굴... 다신 보고 싶지 않아. 최시원도 마찬가지고.”


“... 혁재야...”


“우리 둘을 갈라놓으려고 했어. 아니 갈라놨었다구!!!!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려.”


“........”

 

 

 


흥분하는 혁재의 손을 꼭 잡아 쥐는 성민.

혁재는 약간 표정을 풀고 성민을 바라보았고, 성민은 그런 혁재를 보며 웃어주었다.

 

 


“결과적으로.... 아니면 된 거잖아..”


“......이성민....”


“우리... 이렇게 다시 만났잖아...”


“........”


“둘 덕분에.... 다시 만났잖아.....”


“...........”


“그러니까.... 용서해주자.... 우리....”


“..............아, 참... 몰라!”

 

 

 

 


고개를 돌려버리는 혁재.

성민은 풋- 웃으면서 혁재의 얼굴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나.... 힘들었어... 그 둘 때문에.. 너도 마찬가지겠지. 그때 생각만 하면... 나도 동해를 용서할 수

가 없어... 나도 너랑 다를게 없어. 하지만...”


“..........”


“그래도...... 난.... 동해 마음이 이해가 돼...”


“........”


“결국은.... 동해도 너를 사랑해서 그런거잖아...나같아도 그랬을거야.”


“.......”


“니가 시원이었어도.... 그랬을거잖아.”


“...............”

 

 

 

 


웃으면서 말하는 성민의 모습을 바라보며 숨이 탁 막혀오는 혁재였다.

성민의 말은 틀린게 하나도 없었다.

 

단지.....지금 자신이 화가 나 있는건...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것이었다.

동해와 시원을 용서해주고 싶었다. 둘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성민을 힘들도록 방치해둔 자기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나 있기에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 몰라.”


“이혁재. 너 정말 그럴거야?”


“몰라. 몰라. 아 진짜. 나 너 때문에 잠도 못 잤어. 내일 라디오 스케쥴 있는데 어쩔거야!”


“뭐, 뭐????그게 왜 나때문이야!!!”


“그러니까 누가 거기서 최시원하고 사라지래!!!! 사람 눈깔 뒤집히게!!!!”


“야!!!!! 난 나름대로 너를 생각....”


“제길... 너 때문에 내 감기 더 심해졌음 책임져!”


“아, 맞다!!!!!”

 

 

 


불같이 소리지르는 혁재에게 마주 보며 소리를 지르다가 생각난 듯, 황급히 손을 들어 혁재의 얼굴을 감

싸쥐는 성민이었고, 혁재는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라버렸다.

 

 


“뭐, 뭐하는거야!”


“야!!! 너 말을 했어야지!! 세상에!!! 열나는것좀 봐!!! 안되겠다. 병원가자!!”


“아, 아... 괜찮대도... 가서 누워서 쉬면..”


“시끄러!!! 벌써 몇일... 아니 한달이 다 되가는데!!!”


“괜찮다니깐.... 니가 나 여기 뽀뽀해주면 나을 것 같은데.........”

 

 

 

 


성민은 자기 볼을 가리키는 혁재를 어이없이 바라보았고, 능청스럽게 자기 볼을 가리키는 혁재의 배를

주먹으로 퍽소리가 나도록 때리고 혁재의 소매를 붙잡고 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거 봐. 진작에 병원 가서 주사 맞고 그랬으면 될 거 가지고... 그렇게 버티고 그래.”


“쳇. ”


“봐봐.. 어디.. 열은 좀 내렸나.”

 

 

 

 


숙소로 돌아오는 길, 큰 종합병원으로 달려가 진단을 받고 오는 혁재와 성민이었고, 성민은 혁재의 이마

에 손을 올려 본다. 성민의 손길이 닿자마자 어린아이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는 혁재.

 

 


“주사 맞으니까 열도 내렸네.. ”


“헤헤. 너랑 있으니까 내린거라니깐.”


“이게 꼬박꼬박 너래. 형 안 붙여?”


“형 같아야 붙이지.”


“진짜..”

 

 


주먹을 올리는 성민의 오른 팔을 잡는 혁재.

씨익 웃고는 자신의 손으로 성민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고 자신의 외투 주머니로 집어넣는다.

 


“야, 야... 뭐해. 밖인데.”


“뭐 어때. 내껀데.”


“야아!”

 


성민이 아무리 뭐라고 소리쳐도 막무가내인 혁재였고, 성민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숙소 앞까지

다다라 있는 둘이었다.

 

 

 


“....어...?”

 

 

 

 


아파트 입구... 걸어들어오던 동해와 마주쳐 버렸고 셋 다 동시에 자리에 멈춰 서 버렸다.

성민은 황급히 혁재의 외투에서 자신의 손을 빼려 했지만, 혁재는 성민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꽉 쥐었다.

 


“혀, 혁재야...”


“잡고 있어. ”


“그, 그래도...”


“왜 형이 피하려고 그래.”


“혁재야....”


“이러는게 동해한테도 더 좋아.”


“.......”

 

 

 

 


천천히 동해쪽으로 몸을 옮기는 혁재였고, 성민 역시 그런 혁재를 따라 동해에게로 걸어갔다.

동해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둘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씁쓸하게 미소를 지은 채.

 

 


어느새 동해 앞으로 다가와버린 둘이었고, 동해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둘을 바라보았다.

오히려 시선을 피하는 건 성민이었다. 아무 말이 없었다. 마치 언젠가처럼.

그렇게 한동안 아무 마도 없이 서 있었고, 침묵을 깬 건 동해였다. 성민을 바라보면서.

 

 


“형.”


“........”


“좋아보이네요.”


“.......”


“왜 나 안 봐요.”


“.......”


“형 시선을 피해야 할 사람은 난데... 왜 형이 피해요.”


“....동해야.....”

 

 


천천히 고개를 드는 성민에게 동해는 웃어주었고, 시선을 돌려 혁재를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의 혁재. 숨이 막혀오는 듯 했지만 다시 밝게 말을 이어가는 동해였다.

 

 


“행복하니?”


“.......”


“안 힘들고?”


“.......”


“그래... 그거면 됐어.”


“..........”


“내가 너무 늦게 알아서.... 늦게 깨달아서 미안.”


“........”


“형한테도 죄송해요...”

 

 

 


동해의 미소를 보면서 성민은 눈에 띄게 초조해 했고, 혁재는 그런 성민의 손을 더욱 꽉 잡아주었다.

 

 


“그냥... 뒤에서 보기만 할게요.”


“......”


“두 사람 행복한 모습... 보기만 할게요.”


“........”


“그러니까.... 밀쳐내지 말아요.”


“.........”


“하... 숙소 들어가려고 했는데... 사무실로 가 봐야겠네요... 그럼 들어가세요...혁재 아픈데.. 쉬어야죠.”


“그, 그래....”

 

 

 

 


지나치게 밝아보이는 동해의 표정에 가슴이 아파오는 성민이었고, 동해는 그런 성민과 혁재를 지나쳐

반대쪽으로 다시 걸어가는 것이었다. 동해의 뒷모습에서 끝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 성민.

 


“가자.”


“혁재야.”

 

 


성민은 끝까지 동해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혁재를 보며 다시 가슴이 아파왔다.


자신 역시 화가 나고.. 억울하고... 그동안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동해에게 화를 내고도 남았다.

하지만...

역시,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그러나 자신이 해줄수 있는 말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혁재의 화가 풀리기를 바랄 뿐.

 

 

 

 

 

 

 

 

 

 

 

 

 

 

 

 

“나 몸 좀 담글게.”


“어? 어....”

 

 

 


동해 때문이었는지, 혁재는 짧게 한마디만 남긴 채 욕실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성민은 멍하니 욕실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짧게 한숨을 내뱉고는 방안으로 걸어들어가는 성민..

 

 

 

 

 


욕실문을 닫고 욕조에 물을 받는 혁재 역시 마음이 편치많은 않았다.

동해에게 해 줄 말이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옆에 서 있는 성민의 초조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 역시 또 다시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이었다.

바보같이 착하기만 한 이성민을 보고 있자니 또 이번엔 성민에게 화가 나고....

도무지 자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후.....”

 


천천히 욕조 안으로 발을 내딛는 혁재. 그대로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아버렸다.

 

 

 

 

 

 

 

 

 

 

 

 

 

 

 


-달칵-

 

 

 


혁재의 옷을 가져다 주러, 천천히 욕실문을 여는 성민이었고, 얼굴을 빼꼼 내민 성민은 혁재가 욕조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혹, 잠이 든 걸까- 하는 마음에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

는 성민이었고 혁재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옆에 옷을 놓고 나가려 했지만...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혁재의 모습을 보자니 가슴이 아려오는 성민

이었다. 항상 스케줄에 쫓겨 매일 지쳐 있는 혁재의 표정. 자신이 옆에 있을 때도 편하게 해 주려 하지만

역시 피곤함이 항상 베어있는 혁재로선, 힘들었던 혁재의 표정이었다.

 


저렇게 편한 혁재의 표정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

 

 


천천히 욕조 옆으로 다가가 쭈그려 앉고 혁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성민.

살짝 손을 들어 혁재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행여나 잠에서 깰까 조심스럽게....

 

 


눈....코.... 그리고 입.

 

 


혁재의 입술을 만지던 성민은 새벽에 키스했던 기억에 얼굴이 빨개져 버렸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의

입술을 쓰다듬었다.

 

아직도 그 느낌이 남아있는 듯- 뜨겁기만 한 혁재와 자신의 입술..

 

 

 


“..............”

 

 


조용히 살짝 혁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혁재가 깨지 않도록- 아주 살짝.

 

 


“!!!!!!!!”

 

 


입술을 떼려 눈을 떴을 때, 성민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혁재.

 

 

 


“아, 저....”


“..........”


“난 그냥 옷 가져다주러.....”


“......”


“하..하하.... 나가볼.....”

 

 

 

-첨벙-

 

 


“으앗!!!!!!”

 

 

 

 


뭐라 말하기도 전에 성민을 끌어당겨 욕조로 끌어당겨 빠트려 버리는 혁재.

 


순식간에,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아둥바둥 거리다가 정신을 차린 성민은 얼굴을 한번 닦고는 혁재를 바

라보며 소리질렀다.

 

 

 

 

“푸하- 야. 이게 뭔 짓이야!!!!”


“......”


“으아...나 옷 다 젖었어..... 나 나갈....”


“그렇게 유혹해놓고.. 그냥 나가려고.....?”


“......뭐....?”


“.........먼저 유혹한 건 형이잖아.”

“........??”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성민을 바라보다가 씨익 웃으며 흠뻑 젖은 성민의 볼을 한 손으로 쓰다듬는 혁

재였고, 성민은 눈만 크게 뜨고 혁재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흠뻑 젖은 성민의 머리에서 물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져 내렸고,


약간의 오한이 느껴졌는지 살짝 몸을 떨며 자신을 바라보는 성민의 모습에 혁재는 씨익 웃었다.

 

 

 

"먼저 유혹해놓고서...."

"................"


“그렇게 대책없이 무턱대고 섹시하면......”


“.........”


“덮치고 싶잖아.”


“!!!!!!!!!!!!!!!!!”

 

 

 

 

 

 

 

 

 


팬픽? 리얼! -# 53

 

 

 


팬픽? 리얼!

 


“하...하하... 혀, 혁재야.. 무, 무슨 말이야...”


“........”


“저, 저.... 쉬던거 방해해서 미안. 나 먼저 나갈...”

 

 


-탁-

 


“으앗!!!”

 

 


성민이 몸을 일으켜 빠져나가려 하자,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성민의 팔을 붙잡고 벽쪽으로 성민을 밀

어붙이는 혁재였고, 양 손으로 성민의 팔을 붙잡아 결박시켜 벽쪽으로 밀어버렸다.

눈을 꽉 감았던 성민이 눈을 뜨자 바로 앞에 보이는 건, 혁재의 무표정한 얼굴.


한참을 그렇게 성민을 바라보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는 혁재였다.

 

소름이 끼쳐왔다.

 

 

“말했지.”


“..으으......”


“먼저 유혹한 건 형이라고.”


“으아........”


“그럼 책임도 형이 져.”


“무, 무슨.. 읍!!!!”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민의 입술을 찾아드는 혁재의 입술.


강하게 조여드는 혁재의 혀가 성민을 유린했고, 숨막히는 긴장감에 성민의 온 몸이 떨려왔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더욱 강하게 입술을 탐하는 혁재였고 성민의 머릿속은 아득해져만 갔다.

 

 


“흐읍... 하아...하아...”

 

 

 


천천히 입술을 뗀 혁재는 숨을 몰아쉬는 성민에 아랑곳 없이 성민이 위에 걸치고 있는 티를 말아올렸다.

 

 

 

“야, 야!!!”


“.........”

 

 

 

성민이 다급히 손으로 제지했지만, 역시 혁재의 다른 손에 의해 제압당했고,

결국은 말아올려진 티셔츠 마저 욕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혁재는 눈이 부시도록 하얀 성민의 상체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혁재의 시선에 성민은 두 손으로 가슴께를 가리며 몸을 돌렸고,

그런 성민의 모습에 혁재는 픽 웃었다.

 

그리곤 성민의 몸을 돌려 세운 뒤, 턱을 올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나 봐. ”


“.......”


“다른데 보지 말고. 나만 보라구.”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성민의 입술을 찾아드는 혁재의 입술.

찬찬히 목쪽으로 훑어내려가는 혁재였고, 성민의 붉게 달아진 입술에선 쉬지 않고 뜨거운 입김이 나오

고 있었다. 그 입김은 혁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얀 피부 위를 멤돌며 살짝 깨물었다 놓고, 더욱 더 자극적으로 성민의 목 주위에 자신의 표시를 새겨

가는 혁재였다.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치루 듯...

하나하나 정성스레 자신의 표시를 새겨가는 혁재의 움직임에 성민은 정신이 다 아찔해졌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혁재의 움직임에 하나하나 반응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아......하아......”

 

 

 


혁재는 그런 성민의 반응에도 상관없다는 듯 어느새 가슴께로 내려가 자신의 표시를 새겨가고 있었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이건 내꺼다- 라고 어린 아이가 장난감에 이름을 써 넣어 내려가듯...

구석구석,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자신의 흔적을 새기는 혁재였다.

 

 

 


“하아.....하아.....”

 

 

 

 


자꾸만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겨우 잡고, 혁재를 내려다보았다.


한참 자신의 몸을 탐하는 혁재가 원망스럽게만 느껴졌다.

 

 


혁재를 사랑한다. 모든걸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지금 드는 이 느낌은 뭘까... 자신을 배려해주지 않는 혁재에 대한 원망감때문일까...

 

 

 

 

 

“흑...”

 


어느새 눈물이 성민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고, 성민의 울음에 잠시 멈칫한 혁재가 천천히 몸을 일

으켜 성민을 바라보았다.

 

 

 

 

“......형.”


“흐흑.....”

 

 

 


한 손으로 성민의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주는 혁재였고, 성민은 눈을 감아버렸다.


흘러내리는 눈물...

 

 

 

 

 

“미안.....”


“...흑......흐아.....”


“.......내가 너무 성급했지... 미안해.....”


“......”


“울지마.... 후......”

 

 

 

 


손을 내리고 몸을 돌려 서는 혁재.


천천히 욕조에서 발을 빼고, 벽에 걸려 있는 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닦았다.


약간은 쳐져 있는 혁재의 뒷모습...

 

 

 

 


울음이 터져나오긴 했지만......

 


왠지 지금 혁재를 그냥 내보내면- 자신이 더 후회할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성민이었다.

 

 

 

 

 

 

 


“........”


“..........형.....?”

 

 


욕조에서 빠져나와 성민이 가져다 놓은 옷을 집으려는 혁재를 뒤에서 끌어안는 성민이었고,

약간 발을 들어 혁재의 귓가로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

 

 

 

 

 


살짝- 혁재의 귀를 깨무는 성민. 갑작스런 성민의 행동에 놀란 혁재였고, 그런 혁재의 반응에 상관없이

이제는 성민이 천천히 혁재의 목을 훑어내려오기 시작했다.

 

 

 

 


양 손으로는 혁재의 허리에 두른 수건을 풀러내리는 성민이었고,

 


수건이 흘러내려가자마자 보이는 건, 이미 고개를 들고 있는 혁재의 심볼.

 

 

 

 


한 손으로 혁재의 페니스를 움켜 쥐었고, 입술은 다시 혁재의 입술을 찾아들었다.

 

 


“으읏....하아...하아...”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다시 성민을 벽으로 밀어붙이는 혁재.

다급한 손길로 성민의 바지버클을 풀어내린다.

 

 

 

 


마지막 남은 천조가리마저 벗어버려, 어느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성민의 몸.

 

혁재는 성민을 안고 욕조 안으로 들어가 성민을 편안하게 눕혔고,

성민은 그런 혁재의 몸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다.

 

 

 

 


“으읏... 하아... 혀, 혁재.....으윽...”

 

 

 

 


어느 순간인지, 혁재의 손가락이 성민의 야릇하고 예민한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성민의 손이 혁재의 어깨를 붙잡았지만...

 

 

 


“하앗... 시, 싫어.. 으읏... 혀, 혁재... 으아아....”

 

 

 


혁재의 자신을 가지고 노는 듯한 손놀림에 금방 힘이 풀려 뒤로 몸을 젖히는 성민이었고,

익숙한 듯 움직이는 혁재의 손놀림은 성민의 모든 신경을 자극했다.

 

 


이미 충분히 뜨거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더욱 더 뜨거워지기만 하는 성민의 몸이었고,

성민 자신도 그걸 느끼고 있었다.

 

 

 


“흐....아앗....ㅇ....."

 


계속되는 흥분에 혁재의 손 안에서 성민의 그것은 절정을 맞이해버렸고, 성민은 힘이 빠지는지 고개를

다시 옆으로 젖혀버렸다.


이 정도에 쉽게 흥분해버린 성민이 귀여운 혁재였다.

하지만 그런 성민에도 상관없이 여전히 성민의 안에서 성민을 농락하고 있었다.

 

 

 


“흐읏... 하아... 하아....”

 

 


더욱 더 깊숙이 성민의 안 속으로 들어가는 혁재의 손놀림에 성민은 그만, 다시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자신의 입술로 성민의 눈물을 핥아내리는 혁재였고, 성민은 그런 혁재에 다시금 몸을 떨어야만 했다.

 

 

 

 

“아악....!”

 

 


다른 한 손가락 마저 안으로 들어갔고, 성민은 다시금 허리를 젖혔다.

성민으로서는 생전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물질의 느낌에 고통만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성민에 상관없이 천천히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혁재의 손....


하지만, 아주 최소한으로 움직였다.


성민에 대한 배려-

 

 

 

 


“아.... 아파.....아...파...혀...혀.......으윽.......”

 


다시 혁재의 어깨를 움켜쥐는 성민이었고, 혁재는 그런 성민을 달래기라도 하듯, 성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댈 뿐이었고, 여전히 혁재의 두 손은 성민의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흐앗....!!!! 으으응.....흐응.....”

 

 


자신의 어깨를 움켜잡고 있던 성민의 팔에 힘이 빠지자 그제서야 성민의 안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빼내

는 혁재였고, 자신의 입에서 나온 야릇한 소리에 당황한 표정의 성민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됐다..."

"...흐응....하아..."

 

 

 

천천히 자신의 상체를 성민의 상체 위로 옮기는 혁재였고, 한손으로는 벽을 잡은 채, 한손으로는 성민의

얼굴을 감싸 쥔 채, 말을 이어나갔다.

 

 

 

 

“하아... 형...”


“......흐으....”


“아파도... 조금만 참아...”


“......하아...흐읍.....흑....”


“나... 믿지.”


“흐읍...”

 

 

 


주체할 수 없이 성민의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에 가슴이 아파오는 혁재였지만, 이내 성민의 볼에 입을 맞

춰주었고. 성민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을 믿냐는 혁재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민의 몸에 점점 더 밀착시키는 혁재의 몸...

 

 

 

 


“........”


“...으으...으아아악!!!”

 

 

 

 

 


아까와는 또 다른 느낌에 성민의 허리는 크게 휘어졌고,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참을 수 없어 하는 성민의 허리를 꽉 끌어 안는 혁재였고, 성민은 혁재에게 안긴 채,

혁재의 목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성민의 깊숙한 곳까지 자신을 밀어넣은 혁재는 성민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마주대었다.

 

 

 

 

 

“잘 참았어.... ”


“으으윽... 하아아..”


“또... 아플거야.”


“으...하아....흐응.....”


“하아... 형.... 움직인다...”


“으윽...하...하지... 으아앗....”

 

 

 


서서히 움직이는 혁재의 몸짓에 성민은 미칠것만 같았다.


자신의 내부에서 살아움직이는 혁재의 것만도 감당을 할 수가 없는데 간간이 자신의 몸을 자극하는 혁

재의 손길에 더욱 더 미칠 것만 같은 성민이었다.

 

 


“흐응..흐읏....하아..하아.. 흣...!!!”

 

 

 


행여 혁재의 몸에 상처라도 날까, 마음대로 혁재의 등을 부여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목에 자신의 팔만 두를 뿐...

 

 

 

 


“하아...하아... 이성민...”


“흐읍.....”


“이성민.. 사랑한다.... 사랑해... 하아...”


“흐읏...하아......흐으....”


“사랑한다...사랑한다....”


“아앗!!!!!”

 

 

 


점점 더 강도를 높여 오는 혁재에 성민은 외마디 비명을 질러버렸고, 다시금 허리를 뒤로 젖혀 버렸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혁재를 더욱 흥분시킬 뿐이었다.

 

 

 

 

 


“하앗!!! 아악!!! 응..... 그, 그만!!! 으으읏...”


“하아... 이성민.... 하아...”


“아아악!!!! 하악!!! .... 으응.... 하아...하아....”

 

 


가만히 있으면 혁재가 아플까봐 어느새 혁재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까지 같이 흔들고 있는 성민이었고...

 

그런 성민이 혁재에게는 귀엽게만 보일 뿐이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건지- 아까보다는 편한- 하지만, 결코 편하지는 않은 표정의 성민이 천천히 눈을

뜨고 혁재를 바라보았다.

 

 

많이 버거운 얼굴.... 안쓰러운 마음에 혁재는 한 손으로 성민의 얼굴을 쓸었다.

 

 

 

 

 

 

“오늘은...여기까지 할까....?”


“......”

 

 

 

 

 

 

자신을 배려하는 혁재의 목소리에 다시금 왈칵 눈물이 쏟아질뻔 했다.

그랬기에- 멈추고 싶지 않았다.

혁재가 원하는 만큼 해주고 싶은 성민이었다.

 

 

성민은 혁재를 끌어안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고, 그런 성민의 움직임에 혁재는 성민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더욱 강하게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흐읏- 흐으... 하아..하아...아앗!!!!”


“하아.. 하아... 성민......”


“혀, 혀재야.. 으응..... 아앗..!!!!”


“으아아앗...”


“하앗...흐윽!!!”


“으윽...!!!!!!!!!!!!”

 

 

 

 

 

강하게 피스톤질을 하던 혁재의 허리놀림이 순간적으로 멈췄고, 성민 역시 자신의 몸 안으로 퍼지는 따

스한 기운에 천천히 혁재의 품 안으로 쓰러져 버렸다.

 

 

성민의 안에서 자신의 것을 뺀 채, 축 늘어져버린 성민을 안아주는 혁재.

 

 

 

 

 


“후아..........이성민...”


“하아......”

 

 

 

 


그대로 성민을 끌어안은 채, 욕조 벽에 기대어 앉은 혁재였고, 성민은 좀처럼 일어나지를 못 했다.

천천히 등을 쓸어내리는 혁재의 손놀림에 움찔하는 성민이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줬으면 싶었다.

 

 

 

 

 


“잘 했어... 이성민....”


“..........”


“........”

 

 

 


성민의 고개를 들어 자신과 눈을 맞추게 하는 혁재였고, 성민의 힘이 다 빠진 얼굴에 미안한 마음마저

드는 혁재였다. 그런 혁재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이내 싱긋 미소짓는 성민이었고, 그대로 혁재의 품

안으로 파고 들었다. 성민을 더욱 더 꽉 끌어안는 혁재.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


“우리 둘이... 하나가 됐으니까......”


“..........”


“여한이 없어.......”


“후.... 이혁재....”

 

 

 


혁재는 천천히 고개를 드는 성민의 이마에 천천히 자신의 입을 맞추었고, 성민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이마....

 


눈....

 


그리고 코...

 

 

 

 

 


“.....?”

 

 

 


입술로 이어질 것 같던 키스가 이어지지 않자 눈을 떠 혁재를 바라보는 성민이었고,

혁재는 픽 웃으며 살짝 입만 맞춰주었다.

 

 

 

 


“변태. 아까도 그러더니.. 밝히기는.”


“뭐, 뭐!!!”


“아까 스케이트장에서도 내가 안 해주니까 눈 떠서 바라보고. 나 자고 있을 때 들어와서 키스하고. "

“그, 그건!!!!”


“쿡. 그렇게 나랑 키스하고 싶어? ”


“뭐, 뭐????”

 

 

 

 

흥분하는 성민의 입술을 지긋이 손가락으로 누르는 혁재.

 

 

 

 


“이만큼 해 줘도 모자란가봐... 에휴...내 입술은 남아날 날이 없겠구나.”


“야, 야!!!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아깐 단지....”

 

 

 

 

 

 


-chu-

 

 

 


"!!!!"

 

 

 


흥분해서 소리지르는 성민의 볼에 소리나도록 입을 맞추는 혁재였고, 순식간에 빨개지는 성민의 볼..

 

 

 

 


“귀엽다. 이성민. 큭...”


“.......”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이는 성민.

혁재는 그런 성민을 다시 끌어안았다.

 

 

 

피식 웃은 성민 역시 혁재를 마주보고 끌어안았다.

 


천을 걸치지 않은 채, 마주 닿아있는 살과 살의 느낌이 좋았다.

허리에서 느껴져 오는 통증 따위 신경쓸 일도 아니었다.

지금, 이렇게 혁재와 함께 숨쉬고 함께 심장을 마주하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좋았다.

 

 

 

 


“얘... 다시 뛴다?”


“....응...?”

 

 

 

 


갑자기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말하는 혁재.

 

 

 

 

“잠시 주인이 버리고 도망갔었는데.....”


“.....”


“다시 들어앉았거든. 못난 주인 때문에 얘만 고생했지. 뭐.”


“...쿡....”


“........그래.. 그렇게 웃어. 이성민.”


“........”


“나랑 있을 땐, 앞으로 그렇게 웃을 일만 있게 해 줄게. ”


“헤헤.....”


“항상 웃는거야. 알았지...?”

 

 

 

 

 


너랑 있으면 언제나 웃음부터 나오는 걸.

 

 

 

 

 

 

 

-달칵-

 

 

 

 

 


“아.. 졸리다.... 지금이 몇시야....”

 

 

 


갑작스레 열리는 문에 서로를 끌어안고, 서로에게 기대어 있던 성민과 혁재는 문쪽을 바라보았고,

막 하품을 하면서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영운을 발견했다.

 

 

 

 

 


“........응.....? 어어어엇!!!!!!!!”

 

 

 

 

 


자신의 눈을 비비다가 옆쪽을 바라본 영운은 뒤로 물러서며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러버렸다. 혁재

는 골치 아프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고, 성민은 화들짝 놀라 혁재에게서 떨어졌다.

 

 

 


“너, 너네...!!!!!”


“..........”


“흐, 흠... 하, 하려면 무, 문이나 잠가놓고 하던가!!!!!”


“.....”


“에잇.”

 

 

 

 


-쾅-

 


자기가 얼굴이 다 빨개져서는 문을 쾅 소리가 나도록 닫고 나가는 영운이었고, 성민은 얼굴이 빨갛게 변

한 채로 망연자실하게 혁재를 바라보았다.

한숨을 푹 내쉰 혁재는 자신을 바라보는 성민에게 물을 튕겼다.

 

 

 


“뭐야!”


“이성민. 바보 아니야? 좀 문 좀 잠그고 들어오던가!!”


“뭐?? 야!!! 내가 이럴 줄 알았...”


“하여튼... 둔팅이에다가 멍청이에다가....”


“야!!!!”


“그리고. 살 좀 빼!!!! 무거워 죽는 줄 알았네. 정말.”


“뭐, 뭐?? 내, 내 몸이 어때서!!!!!”


“어휴... 진짜. 완전 살 덩어리잖아. 살 덩어리! ”


"뭐??? 야!!"

"아휴.. 정말....."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으로 몸을 가린 채, 욕실을 빠져나가는 혁재였고, 성민은 어이없다는 듯이 그런 혁

재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성민.

 

 

 

 


“으읏!!!!”

 

 

 

 

 


갑작스레 몸을 움직였기 때문에 느껴져 오는 통증에 약간 비틀거렸지만 움직일만은 한 통증이었다.

 

 

 

 

세면대 거울 앞에 선 성민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아까 전 혁재의 몸을 떠올렸다.

 

 

 

 


마른 듯, 다부진 혁재의 몸. 물론 춤도 추고 운동도 해서 그렇게 다져진 몸매 이겠지만...

 


새삼 자신의 몸을 새롭게 내려다보는 성민이었다.

 


그리고..

 

 

 

 


“아아아악!!!!!! 이혁재 이 나쁜 놈!!!!!! 내가 다이어트 하고 만다!!! 하고 말아!!!!!”

 

 

 


욕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성민이었다.

 

 

 

 

 

 

 

 

 

 

 

 

 

 

팬픽? 리얼! -# 54

 

 


“아아... 허리야...”

 


-꺄아아악!!!-

 

 


성민이 겨우겨우 허리를 부여잡고 욕실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쯤....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소리.

 

 


-달칵-

 


“아!! 나!! 진짜!!!!”


“야!!! 너 뭐야!!!!!!”


“뭐가!!!!”


“아, 이 변태야!!!!!! 어디서 자고 있는 사람을 덮쳐!!!!!”


“참나. 덮치긴 내가 뭘 덮쳤다고 그래!!!!”


“그럼 도대체 내 위에 올라타서 뭐 하고 있던건데!!!!!!! "


"아, 씨.....몰라!!!!“


“아, 진짜 이 변태새끼!!!!! 어??? 성민아!!!!!!!!”

 

 

 


이불을 돌돌 말아가지고 서서 영운에게 소리를 지르던 정수가 울상이 된 표정으로 성민에게 달려와 성

민의 팔을 붙잡았다.

 

 

 

“성민아, 성민아!!! 있지!! 있지!!! 저 변태놈이!!!!”


“아, 박정수!!!!”


“저 자식이.. 글쎄!!!! 흑....”

 

 


“혀, 형....”

 

 


허리가 아픈데다가, 갑작스레 자신에게 달려드는 정수 때문에 어쩔줄 몰라하던 성민은 영운과 눈이 마

주쳐버렸고, 아까전 영운이 자신과 혁재의 모습을 본 게 생각나 먼저 시선을 피해버렸다. 영운은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더니 천천히 성민과 정수 앞으로 걸어와 팔짱을 끼고는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정수형. 얘한테 말해봤자 소용없는데.”


“뭐가!”


“얘 지금 몹시 어디가 아파서 형 얘기 못 들어줄걸.”

 

 

 


흠칫하는 성민이었고, 정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성민을 바라보았다.

성민은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을 뿐.

 

 


“하..하하... 아, 아니에요... 그건 그렇고... 왜.. 싸워요??”


“있지!!!있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성민에게 하소연을 시작하는 정수였다.


이야기의 핵심인즉- 정수가 한참 꿈나라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숨이 막혀오는 느낌에 뒤척거리다가 눈

을 떠보니, 바로 앞에 영운이 앉아 있는게 아니던가- 그것도 자신의 바로 위에 올라타서는 얼굴 바로 앞

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 앉아있었더랜다.

 

 


“흑... 변태새끼...”


“아, 나 진짜.. 야!!! 이성민!!! 이게 다 너랑 이혁재 때문이잖아!!!!”


“그게 왜 얘네 때문이야!!! 별걸 다가지고 핑계를 대고 있어!!!”


“아니 그게!!!!”

 

 

 

 

 


“혀, 형!!!!!!”

 

 

 


영운이 정수에게 말을 꺼내려 하자 성민은 다급하게 영운 앞으로 다가가 영운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으읏...”

 

 

 

 

 

 

다시금 뒤에서 느껴져 오는 통증에 고통에 가득찬 얼굴로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어?? 성민아!!! 왜 그래!!!!!”

 

 

 


자신을 둘둘 말아싸고 있던 이불을 버려둔 채, 성민에게 달려온 정수는 성민을 걱정스레 바라보았고, 성

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허리를 부여잡고 일어난다. 영운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성민에게 물었다.

 

 

 


“야, 근데 이혁재는??”


“.....?”

 

 

 

 


그리고 보니, 자기보다 먼저 욕실에서 나온 혁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랬기에 성민은 더욱 더 서럽게만 느껴졌다.

 

 

 


“아, 이혁재. 이 자식 안되겠네. 이거이거. 자기 와이프가 이리 고통스러워하는데, 얘는 어디 있는거야. ”


“영운아~ 왜 그러는데~ 응응? 왜 그러는데~~~”

 

 


어느새 아까 전 변태 이야기를 하며 글썽거리던 정수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영운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영운에게 달라붙고 있었다.

 

 


“뭔데.. 뭔데~ 응?? 뭔데~~~”


“아, 몰라몰라!”


“알려줘~ 응? 알려줘어~~”

 

 

 


자꾸만 자신에게 들러붙는 정수가 귀찮았던지, 이제는 영운이 정수를 피해 방 안으로 들어가버리고, 정

수는 영운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후.....아아.....”

 

 


둘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성민은 그제서야 다시금 느껴오는 허리통증에 몸을 앞으로 숙였다.

괜히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이렇게 자신을 혼자 내팽개쳐버린 혁재의 행동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후회는 없었다. 혁재에게 모든 걸 주고 싶었으니까- 자신이 선택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만큼은 무심한 혁재가 서럽게만 느껴지는 성민이었다.

몸을 일으키려 하면 할 수록 더 심해져만 오는 통증에 아예 다시 앞으로 몸을 숙여버린 성민.

 

 


후.. 방까지 기어가야 하는건가.

 

 

 

 

몸을 똑바로 펼 수도 없었다. 점점 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왔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정신마저 혼미해져 오는 성민.

 

 

 

 

 

 

“......?”

 

 

 

 


갑자기 자신의 몸이 붕 뜨는가 싶더니 어느새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성민이었고, 성

민은 고개를 들어 위쪽을 바라보았다.


걱정스레 자신을 안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는 혁재의 모습.

 

 

 


“혀, 혁재야...”


“나왔으면 바로바로 방에 들어와야지. 여기서 뭐하고 있어.”


“그, 그게 맘대로 되냐! 아, 아파죽겠는데...!”


“들어가자.”

 

 


성민을 번쩍 안아 들고는 방 안으로 향하는 혁재.

왠지 자꾸만 달아오르는 얼굴에 혁재의 품 안에 자신의 머리를 더욱 더 깊숙이 기대는 성민이었다.

 

그런 성민의 머리에 입을 맞춰주고는 천천히 침대에 성민을 눕히는 혁재.

성민이 아프지 않도록, 허리에 손을 대어 최대한도로 성민을 배려하면서 눕혀주는 혁재였다.

 

 

 


“...어....?”


“따뜻할거야. ”

 

 


자리에 눕던 성민은 갑자기 등뒤에서부터 느껴져 오는 따뜻한 느낌에 혁재를 올려보았다.

 

 


“희철이형 방에서 전기매트 빼왔어. 형 지금 없어서 쉽게 빼올 수 있었어.”


“...혁재야.....”


“먼저 나와서 깔아놓고 데우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통 들어오질 않으니 말이지. ”


“.........”


“바보같이 거기서 그렇게 쓰러져 있냐. 이럴 줄 알았으면 나올때부터 아예 들쳐 엎고 나올 걸 그랬나...”


“........”


“좀 무겁긴 해도 내가 들 정도는 되.........어...? 형... 울어....?”


“흑......”

 

 

 

 


혁재의 따뜻한, 장난섞인 말을 들으면서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성민이었다.

아니, 저절로 알아서 눈물샘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나마 혁재를 야속하게 생각한 자신이 한심스러워서- 견딜 수 업이 미워서...


그리고...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혁재가 자신의 사람이라는게 너무 감격스러워서.

 

 

 

 

“울지마. 내가 형 웃게만 한다고 그랬는데... 또 울면 어떡해.”


“흑.....흐윽....”

 

“피곤하니까... 푹 쉬고.. 이따 밤에 라디오스케쥴 있잖아. 갈 수...있겠어.....?”


“......”


“아프면... 가지 말고 쉬어도 돼.”


“.......”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성민. 씨익 웃은 혁재는 성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럼, 푹 쉬어. 나는 나가볼게..”


“...........”


“.......?”

 

 

 


몸을 돌리려는 혁재의 옷깃을 꽉 부여잡는 성민.

의아한 듯, 성민을 바라보는 혁재였고, 성민은 시선을 다른쪽으로 돌리며 머뭇머뭇 말을 꺼냈다.

 

 

 


“같이.... 자....”


“.........?”


“나 혼자.... 못 자겠어.......같이..... 자....”


“푸.....”

 

 


머뭇머뭇 말하는 성민의 모습이 미칠 듯 사랑스러운 혁재의 입가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형. 솔직히 말해서 너무 밝힌다고 생각하지 않아?”


“야, 야!!!!!”


“하지만......공주님이 원하신다면야.”


“.......”

 

 

 

 


성민의 옆자리로 눕는 혁재였고, 혁재가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벽쪽으로 붙는 성민이었다.

하지만 혁재의 단단한 팔이 성민을 붙잡아 자신의 품 안으로 가두었다.

 

 

 


“왜 자꾸 도망가.”


“........아.. 난.. 너 편하게 해주려고.......”


“바보 아니야? 내가 진짜 편한게 뭔지 몰라서 물어?”


“........”


“아... 향기 좋다...”

 

 

 

 


성민의 머리에 자신의 코를 가져다 대고 눈을 감는 혁재.

성민 역시 혁재의 품에 안겨 혁재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향기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지금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혁재가- 자신의 사람이라는 자체에 가슴이 너무 벅차왔다.

 

 

 


정말, 시간이 이대로 멈춰 줬으면 싶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다.

 

 

 

 

 

 

 


“근데... 형.”


“........?”


“형, 진짜 살 좀 빼야겠더라.”


“뭐?!”


“거실에서부터 여기까지 들고 오는데... 아후... 팔에 알 베겠어.”


“뭐야!!!! 앗!!!!”

 

 

 


혁재를 두 팔로 밀쳐낸 성민은 다시금 몸을 움츠렸다.


혁재를 밀쳐내느라 힘을 쓰는 바람에 다시 허리쪽으로 통증이 전해진 것이었다.

 

 

 

 

“거봐. 그냥 가만히 있으라니까.”

 

 


혀를 쯧쯧- 차면서 다시 성민을 끌어안은 혁재의 두 손이 성민의 허리에 닿았다.

 

천천히 쓰다듬 듯- 쓸어주는 혁재의 손길-

 

 

 

 


“귀엽다니까. 쿡...”


“치....”

 


쑥쓰러운 듯, 혁재의 품 안으로 더욱 파고드는 성민이었고, 혁재는 성민을 더 꽉 끌어안아주었다.

마치 정말 한 사람이 자듯-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잠을 청하는 두 사람.

 

 

 

 

 

 

 

 

 

 

 

 

 

 

 

 

 

 

 

 

 

 


“동해는 오늘 못 가겠다고 연락 왔고... 시원이는?”

 


매니져의 목소리에 성민은 고개를 숙여버렸다.

동해와 시원의 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성민이었다. 그들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었다.

 

 


“.......?”


“.........”

 

 

 

 


고개를 든 성민은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혁재의 모습을 보며 어색하게나마 따라 웃었다.

바로 옆자리에서 자신의 손을 꽉 잡아 주는 혁재가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죄인이야? 왜 그래.”


“응? 아니.. 그래도.. 후....걱정은 돼.”


“걱정할 거 없어... 형은, 형 걱정만 하면 돼.”


“.......”


“....안 아프지?”


“응? 아아....”

 

 

 


다시금, 새벽의 일을 떠올리고는 얼굴이 붉어져서 고개를 숙여버리는 성민이었고, 그런 성민을 보며 히

죽 웃고는 창 밖을 바라보는 혁재였다.

 

 


“너네!!!!”

 

 


갑자기 앞자리에서 뒤로 돌아보는 정수였고, 혁재는 왜- 라고 입모양으로 말 해보였다.

 

 

 


“어쩜, 숙소에서 그럴 수 있어!!!!”


“뭐?”

 

 


아직, 무슨 일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는 혁재가 정수에게 되물었고, 정수는 씨익 미소 짓더니,

성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성민아. 허리는 안 아프니? ”


“예? 아아....”


“많이 아프면 쉬어야지... 흑.. 불쌍한 성민이...”


“아... 괜찮아요.”


“어디서 늑대같은 놈이 성민이 아프게 해가지고는.. 흑..”

 

 

 

 


“아, 형!!!!!!!!”

 

 

 

 


소리지르는 혁재에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돌아앉는 정수였고, 성민은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숙

였다. 티격태격대는 혁재와 정수의 말 싸움 사이로 들려오는 목소리.

 

 

 

 


“형- 늦었죠~”

 

 

 


밝게 인사하며 안으로 올라타는 시원이었다.

 

 

 

 


시원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정수와 티격태격 하던 혁재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굳히고, 다시 자리에 앉았

고 잡고 있던 성민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맞은편으로 올라탄 시원과 성민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히

자, 성민은 먼저 그 시선을 피해버렸다. 씁쓸하게 미소짓는 시원의 모습.

 

 

 


“시원아. 동해는??”


“아.. 동해는 오늘 못 나가겠다고... 실은, 저도 라디오는 못 나가요~”


“어?? 왜??”


“그냥, SBS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따라가는거에요~ 가다가 저 내려주심 돼요~”

 

 

 

 

매니져의 목소리에 호쾌하게 대답한 시원은 다시 성민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 채, 죄지은 사람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는 성민이었다.

 

 


“시원아. 우리 숙소에는 늑대만 사는거같아. 그런 늑대들한테 괴롭힌 당하는 순한 양 두마리랑...”


“...예???”

 

 

 


갑작스레 짐짓 심각하게 말을 걸어오는 정수 때문에 성민을 바라보던 시원의 시선이 정수를 향했다.

시원의 손을 붙잡고 울먹이며 말을 꺼내는 정수.

 

 

 


“있지... 오늘 아침에는 김영운이 그러더니.. 글쎄... 오늘 새벽엔 혁재가 성민이를......”


“박정수!!!!!”

 

 


급하게 정수를 막는 영운이었고, 정수는 영운에게 이끌려 다시 몸을 돌려 앉았다.

 

시원은 정수가 한 말의 의미를 곰곰이 곱씹어보더니, 그제서야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씁쓸함이 묻어나오는 시원의 미소.

 

 

 

 

 

 

“성민이형.”


“...........”


“나 좀 봐봐요.”


“..........”


“인사도 못 했는데... 인사는 해 줘야죠. 형.”


“........”

 

 

 

 


밝은 시원의 모습. 하지만, 그런 시원과도 눈을 마주칠 수가 없는 성민이었다.

시원에게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배신감, 미안함, 그리고..... 고마움.

 

 

 

 


“.......”


“행복해요...?”


“........”


“난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그러면 나도 행복하니까.”

 

 

 

 

 


고개를 들어 시원을 바라보았다. 미소를 짓고 있는 시원을 보며 성민도 미소를 지어보였다.

 

 


응. 행복할게. 그러니까... 시원이 너도 행복해야 해.

 

 

 

 

 

 


“웃기고 있네.”

 

 

 

 

 


갑작스레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원은 성민의 옆쪽을 바라보았고, 성민 역시 자신의 옆쪽으로 고

개를 돌렸다.

 

 

 

 


“최시원. 너 영화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쿡....”


“그렇게 당연한 걸 왜 묻냐? 당연히 이성민은 이혁재랑 있으니까 행복한거 아니야???”


“쿡.. 그래. 니 말이 맞어.”


“흠흠.. 하여튼, 느끼하게 말하지 말고 그쪽일이나 신경쓰시지? ”


“........”


“이쪽일은 내가 신경쓸테니까.”

 

 

 

 


성민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성민의 목을 끌어안아 자신쪽으로 끌어당기는 혁재.

갑작스레 끌어당기는 바람에 다시 통증이 오는 성민이었고, 성민은 외마디 비명을 질러버렸다.

 


“아악!!!”


“어?? 왜 그래!!!!”


“야!!!!!! 죽을래?!?!?! 누가 그렇게 갑자기 끌어안으래!!!!!!”

 

 


-퍽!퍽!-

 

 


“아, 그러길래!!!! 누가 저 자식한테 웃어주래!!!!!”


“남이사!!!!!”


“에이씨!!!!”


“아악!!!!!”

 

 

 

 

 


둘이 티격 태격 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미소지은 시원은 뒤에 몸을 기대어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가 나한테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백번, 천번도 말해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형의 사랑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해.


나에게 이런 행복을 준 형에게 고마울 뿐이야.

 

 

팬픽? 리얼! -# 55

 


팬픽? 리얼!

 

 


“형들- 오셨어요~?”

 

 


라디오 부스 안으로 들어서니, 대본을 읽고 있던 려욱이가 일어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고, 나는 그런 려

욱이의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물론, 성민이형의 손을 잡은채.

 

 


“에에- 이젠 대놓고 연애 하시네요.”


“시끄러. 임마. 대본이나 읽어.”


“치.... 형은 맨날 저한테만 그래요.”


“니가 맞을 짓만 골라서 하니까 그렇지.”


“뭐가요. 치....”

 

 


입을 삐죽 내밀며 대본읽는 것에 열중하는 려욱이 옆으로 삐죽 삐져나온 책이 눈에 띄었고,

나는 한 손으로 그 책을 잡아 빼내었다. 오호- 또 팬픽 제본이구나.

 

 


“야. 너 아직도 이런거 보냐?”


“뭐가 어때서요. 얼마나 재밌는건데요.”


“참나. 이번엔 또 누구랑 누구야.”


“예? 아~ 이번엔 성민이형이랑 시원이형이요. 요즘엔 은성보다 원민이 더 인기가 있다나요?”

 

 

 

 

뭐?


원민?

 

 

최시원, 이성민????


이런 쌍쌍바를 봤나!!!

 

 

 


책을 촤르륵- 펼쳐보다가 려욱이 말을 듣자니 내 이마에 힘줄이 여러개 솟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나는 책을 탁 소리가 나도록 닫아버렸다.


PD님과 재잘거리던 성민이형 역시 나를 의아한 듯 쳐다보았고, 나는 들고 있던 책으로 려욱이 머리를

사정없이 난타했다.

 

 

 

“야!!! 공부나 해!! 공부나!!!”


“아, 아!!! 왜 때려요 혀엉....”


“맨날 이런거나 읽고 있고.. ”


“저 이제 졸업했다구요오오...”

 

 


울상을 지은 채, 쇼파에서 일어나 후다닥 반대편으로 달려가는 려욱이.

하여튼간에 려욱이 저 자식은 내 화를 돋구는데 뭐 있는것만 같다.

 

건방진 놈. 이제는 말대꾸까지 늘었다.

 

 


려욱이가 일어난 자리에 남겨져 있는 팬픽을 바라보았다.

 

 

 

 


“.........”

 

 

 

따지고 보면, 성민이형과 이렇게 된 것도 다 이 팬픽이 시발점이 되어서 아니였는가.


그렇게 생각하면 려욱이에게 고마워 해야겠지만... 아니, 도대체 왜 최시원이랑 이성민이냐구!!!!

 

 

 


하긴, 그도 그럴 법 한 것이 둘이 붙어 있는 모습을 좀 많이 보였어야 말이지. 나랑 사이가 안 좋았을 때.

 

 


“혁재야. 왜 그래???”

 


나에게 걱정스레 물어오는 성민이형의 목소리.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성민이형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내가 어깨에 머리를 기대자마자, 앞에서 려욱이녀석의 놀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내가 들고 있던 팬

픽제본을 던져버렸다.

 

 

 

 

-퍽-

 

 

 

“아, 아야....”


“시끄럽다. 방송 불 들어왔는데.”


“치... 맨날 나만 미워하구... 형, 미워요오...”

 

 


이제는 구석쪽으로 가 쭈그리고 앉아버리는 려욱이였다.

옆에서는 성민이형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 아직도 많이 비틀거렸다.


나는 다급히 성민이형을 부축했고, 성민이형은 나를 바라보며 괜찮다는 표시를 해 보였다.

 

 

 

 

 

이거야 원. 두 번만 더 했다가는 ...

 

 

 

 

 

 

 

 

우리 코너의 시작- 경쾌하고 발랄한 목소리로 코너의 시작을 알렸다.

우리들은 테이블에 둥그렇게 둘러 앉았고, 나는 성민이형의 옆에 앉아서 성민이형의 손을 꼭 잡았다.


흠칫하는 성민이형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나는 그저 싱글 벙글 거리면서 앉아 있었다.

 


“후. 진짜..”

 

 


이런 나를 포기 했는지 싱긋, 웃으면서 다시 앞을 바라보는 성민이형.

 

 

 


“안녕하세요~ 성민입니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다른 날보다, 애교를 더 만이 부리며 소개를 하는 성민이형이었다.

물론, 내 눈에는 어떤 모습인들 이쁘게 보이지 않겠냐마는-

 

 


“아.. 진짜 그만 좀 하지..”


“진짜....”

 

 

 


저런 형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웃고 있는 성민이형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항상 김희철씨 자리를 노리고 있는 은혁씨.”


“안녕하세요~ 은혁입니다.”

 


“마이크 꺼주세요!!!”

 

 


부스 안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어버렸고, 그렇게 순조롭게 라디오는 잘 흘러가기 시작했다.

보통날보다 많이 흥분한 라디오였다.

영운이형과 정수형 역시 딱 달라붙어 앉아서는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 말하고 있었고, 려욱이는 우리 둘

과 영운이형, 정수형 사이에 앉아서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나 역시 왠지 오늘따라 기분이 무척 좋아 한참 시끄러운 방송을 이어나갔다.

간간이 아픈 표정을 짓는 성민이형은 말을 하라고 할 때만 하기도 했지만. 간혹, 말을 할 때면...

 

 

 


“상식이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안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이런 희철이형 질문에..

 

 


“지금 그거 강인이가 어렸을 때, 강인아 너는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이런 투랑 똑같았어요.”

 

 

 


이렇게 영운이형의 대답이 이어졌고.

 

 


“둘다 좋아요~”

 


“또, 또 , 또...”

 

 


애교섞인 성민이형의 대답으로 나는 물론이오, 부스 안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얼어버렸다.

 

제발, 이사람아. 아무데서나 애교 부리지 마. 내 앞에서만 부리라고.

 

 

 

 

 

“단호박... 그만 삶아!!!!”

 

 


결정타.

 

 

 


“또! 또!!! 또!! 또!!!!”

 

 


흥분한 멤버들의 목소리. 난 그저 한 손으로 내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성민이형을 바라보았다.

 

연신 싱글벙글 웃는 성민이형.


저, 저, 저!!! 희본이 누나 웃는거 보라구!!! 이사람아. 자제 하란 말이야!

 

 

 


질투심에 눈이 먼 나와는 달리 너무나도 활발하게 말을 하고 있는 성민이형.


예쁜 사람이 내 사람이라는 것도 죄라면 죄일 것이다. 이렇게 좌불안석이니 말이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성민이형이 퀴즈를 내기 시작했다.

 

 

 


“....마지막 노래로는요. 여자친구가 생기면 꼭 불러주고 싶은 노래죠. 제목은 뭘까요~?”

 

 

 

 

여, 여자친구....?


여자친구..


여자친구.....

 

 

 

어쨌든- 잠시 노래가 흘러나오고 나는 정답을 외쳤다.

 

 

“음.. 정답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노래는 원타임의 몇 번이나. 두 번째 노래는 이루의 다시 태어나

도, 마지막 노래는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 그러니까..이어보면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나도 너를 사랑해...”

 

 


퀴즈의 정답을 말하고 성민이형을 바라보았다.

형 역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희철이형의 멘트가 나가는 도중 나는 성민이형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인거 알지?”


“응? 아아....”

 

 


다시 고개를 숙이는 성민이형. 얼굴 빨개진거 다 안다구.

 

 

 


“근데... 나 놔두고 다른 사람 사귈거야? 여자친구한테 그 노래를 불러준다 그러게???”


“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대본에 써있잖아!!!”

 

 

 


대본을 가리키며 버럭 화를 내는 성민이형.


나는 그런 성민이형이 귀여워 그냥 웃어버렸다.


흥분하며 화를 내는 성민이형의 모습도 모두 다 사랑스럽기만 하다.

 

물론, 이성민의 어느 모습이 사랑스럽지 않겠느냐만.

 

 


순조롭게 라디오 진행을 마치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길에- 성민이형이 나를 붙잡는다.


잠시 차 뒤편으로 나를 데리고 가는 성민이형.

 

 

 

 

“왜???”


“저기....”


“왜 그러는데~”


“....동해 말이야.”


“.....”

 

 


갑작스레 형의 입에서 동해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그대로 얼굴을 굳혀버렸다.

내 굳은 표정을 보면서 안절부절해 하는 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아직 동해라는 이름에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시원이도...잘 됐으니까... 동해한테....”


“말도 마!!”


“혁재야.”


“앞으로 최시원한테 웃는 모습 한번만 더 보이면 죽을 줄 알아!”


“야아....어떻게 그래. 같은 멤번데.”


“멤버도 멤버 나름이라구.”


“혁재야... 그러지 말구... 동해한테 한번만 가봐.. 응..? 내가 가는것보다.. 니가 직접 가서...

해결하는게 더 낫잖아. 응...?”


“..................”


“같은 멤버잖아... 평생 이럴꺼.. 아니잖아..”


“......”


“.......결국은..동해도 너를 사랑해서 그런거잖아......”

 

 

 

 

 


사랑...

 

 

 


그래.....

 


다 그 감정 때문이지.

 

 

 

 

 

 

 


난 나를 붙잡고 애원하다 시피 하는 성민이형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그제서야 성민이형의 표정이

풀리면서 나를 끌어안았다.

 

 

 


“고마워. 혁재야. 고마워.. 고마워...”


“후... 이 바보야..... ”


“......”


“화를 내. 그렇게 착해빠져서 어떡할래. 우리 공주님.”


“피... 맨날 내가 너한테 화내는데.”


“그건 화도 아니야~”


“우웩.... 닭살.”

 

 

 


자기 팔을 더듬으며 말하는 형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은 뒤, 이번에는 내가 형을 꼭 끌어안았다.

아무 말 없이 내 품으로 안겨오는 형.

항상 느끼는거지만, 형을 안을 때면 내 가슴이 너무나 벅차올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지금도 그렇다. 정말. 끝까지 벅차오른다.

 

 

 

 


“아이고.. 허리야. 정수야! 내 방에 전기매트 사다놓은거 봤어? 그저께 놓고 잤는데. 끝내주더라!!!”

 

 

 

 


버스에 올라타는 희철이형의 목소리...

 

 

 

 

 


전기매트......?

 

 

 

 

 

“혀, 혁재야. 전기매트 저거...”


“........”


“우리가 놓고 잤던거 말하는거 맞지...?”

".............."

"우리... 안 가져다 놓지 않았니... 제자리에..."


“......에잇. 몰라! 이따가 몇 대 말고 말지 뭐. 들어가자 들어가자~”

 

 

 

 


사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언제나 희철이형이 말하는 그 맴매퍼레이드 라는 것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기

에... 살짝 두려워지는 나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동해가 연습실에 있다는 말에 나 혼자 연습실로 향했다.

성민이형의 애원에 그러겠노라고- 대답은 했다만...


도대체 동해를 만나면 어떤 말부터 해야 하는걸까.

화부터 내야 할까. 아니면,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

 

 

 


아니... 우리는 다시 친구로 돌아갈 수 있는걸까....

 

 

 

 

 

 

 

 

 

-끼이이익-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땐, 정 중앙에서 온 몸이 땀에 젖은 채, 미친 듯이 춤만 추고 있는 동해의 모

습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도 크게 틀어놓은 음악 때문에 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 한 듯 했다.

 

 


-삑-

 

 

 


“......?”

 

 

 

 


오디오 스위치를 꺼버렸고, 갑작스레 음악이 꺼지자 그제야 뒤로 돌아 나를 바라보는 동해였다.

약간 놀라는 듯한 동해의 얼굴.

 

 

 


“뭔 춤을 그렇게 춰대. 미친사람처럼.”


“후.....”

 

 

 

 

 


내 말에 아무런 대꾸도 않은 채, 터덜터덜 벽쪽으로 가 주저 앉는 동해.

나 역시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동해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 둘다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하는걸까..

 

 


복잡한 머릿 속을 정리하는 도중- 동해가 먼저 말을 꺼내주었다.

 

 

 

 


“왜... 왔어.....?”


“..............”


“...............”


“.......”


“성민이형이 가보랬구나.”


“.....”


“푸..... 난 결국 끝까지 형한테 안 되는구나. 정말 적수가 못 되네.”


".........."

"난 아직도 마음 속에서 형을 미워하고 있었는데.........그래서... 이렇게 그 미움 없애려.. 이렇게... 미친

사람처럼....춤 추고 있었는데... 하하..."

"............."

"형은....나를 용서했나보구나.....하..."

 

 

 

 


씁쓸하게 웃는 동해의 모습. 땀에 흠뻑 젖은 동해가 처연하게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미안함마저 들었다.


동해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 한 마음에... 그리고, 동해를 용서하지 못 했던 옹졸한 자신 때문에.

 

 

 

 

 


“동해야.”


“달게 받을게.”


“........?”


“나한테 화내는거... 나한테 소리지르는거... 다 벌이라 생각하고 달게 받을게. 니가 나 보기 싫다고 그러

면, 그래줄게. 정말이야. 물론, 활동하면서는 자주 부딪히지만...”


“..............”


“......용서는 구하고 싶지 않아. 그냥... ”


“..........”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


“...........”

 

 

 

 

 

 

 


동해의 말에 나는 다시금 한숨을 낮게 내쉬었다.

 

 

 

 

 

 


-.......결국은..동해도 너를 사랑해서 그런거잖아......-

 

 

 

 

 


..............

 

 

 

 

 

 

 

 

 

 

 


“......?”


“빨리 잡아. 임마.”


“...뭐....하는거야....?”


“용서와 화해의 악수.”


“하.....”


“다시 친구로 돌아가자는 악수.”


“이혁재.”


“실은 정말 너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는데.”


“.......”


“그래서 용서하지도 않고. 니 말처럼 너 보지도 않으려고 했는데.”


“.....”


“그건 모두 다 불행해지는 길이잖아. 너도 그렇고. 친구를 잃은 나도 그렇고.. 그리고....”


“.......”


“......성민이형까지.”

 

 

 

 


성민이형의 이름이 나오자 픽 웃으며 고개를 숙여버린 동해였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더니 한손을 내밀어 내 손을 마주 잡는다.

 

 

 

 

 


“미안해......”


“...동해야....”


“미안해.. 혁재야..... 미안해... 미안해... 정말 ... 정말... 진심으로..... 미안해......”

 

 

 

 


이내 내 손으로 고꾸라지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동해.... 나는 그저 동해의 손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동

해의 등을 토닥여줄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나야말로. 동해야.”


“흑....”


“끝까지 니 마음 못 받아줘서 미안해.”


“.........”


“이렇게 널 친구로밖에 받아들이지 못 해서....미안하다.”


“...........”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동해.


나는 아무 말 없이 웃어주었고.. 동해 역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 나에게 웃어보였다.

 

 

 

 


“노력할게.”


“........”


“친구로 돌아가도록...”


“.......”


“하지만, 진심으로 응원할게. 두 사람..”


“..........고맙다.”


“..........”

 

 

 

 

 


그렇게 우리 둘은, 서로 손을 부여잡고 웃음을 나누었다.

 

 

 

 

 

 

 

 

 

 

 

 

 

 

 

 

 

 

 

 

 

 

 

 

 


“야, 너네 둘. 언제 화해한거야. 엉? 빨리 불어라~”

 

 


숙소로 들어오자마자 성민을 붙잡는 영운이었고, 성민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쇼파로

주저 앉았다. 영운이 자꾸만 캐묻자 부엌에서 물을 마시던 정수마저 성민에게 쪼르르 달려와 눈을 동그

랗게 뜨고 묻기 시작했다.

 

 

 


“맞어. 맞어. 너네 언제 화했어??? 언제 화해하고... 응응까지 한거야???”


“아 이제 그말 좀 그만해요. 형. 저 피곤해요.....”


“에이 성민아~~~~”

 

 

 

 

 

 


“으아아아악!!!!! 내 전기매트!!! 어딨어!!!!!!! 5만 8천원짜리 내 전기매트!!!!!!”

 


-쾅-

 

 


방문이 열리며 희철이 달려나왔고, 소리지르는 희철 때문에 성민을 들볶던 둘도 희철을 바라보았다.

 

 

 


“또 왜 그래. 김희철.”


“야. 정수야. 내가 전기매트 사 놓은거!!!! 없어졌어!!!!!! 어디 간거야!!!!!”


“잘 찾아봐~ 옷장이나 그런데..”


“없어!! 없어!!!!”

 

 


안절부절하며 집 안을 돌아다니는 희철의 모습에 성민은 마른 침을 삼켰다.

 

자신의 침대 위에 있다고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 저 사람은 놔두고. 이성민~ 빨리 말하라니까? 어떻게 화해했어?? 응??”


“아.. 모른다니....”

 

 

 

 

 

-딩~동-

 

 

 

 

 


마침,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성민은 쇼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혀, 혁재 왔나봐요!”

 

 

 

 

 


어색한 웃음과 함께 허리를 부여잡고 종종 걸음으로 현관으로 나간 성민.


이 시간에 올 사람은 아직 밖에 있는 혁재밖에 없기에-

동해와 화해하고 들어올 혁재밖에 없기에 싱긋 미소부터 짓는 성민이었다.

 

 

 


-끼이익-

 

 

 


“혁재야. 왔........”


“.....................”

 

 

 

 


혁재의 모습은 아무데도 없었다. 현관 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은...

 

 

 

 

 

 

 

 


“이성민!! 이혁재!!! 너네 둘........어.......?”


“왜 그러는데에~~~~ 아.......”

 

 

 

 


동시에 멈춰 서버린 영운과 정수...

 

 

 

 

 

 

 

 

 


“아악!!! 이성민!! 니 침대에 있었...... 뭐야. 왜 그...........사장님.”

 

 

 

 

 

 

 


희철의 놀란 얼굴.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남성이 성민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남성은..... 슈퍼주니어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의 사장이었다.

 

 

 

 

 

 

 

“뭐, 뭐에요!! 여기까지 찾아오구!!!!”

 

 

 


정수의 당황스러운 목소리. 하지만 사장은 안경너머로 차갑게 정수와 영운쪽을 바라보고 내뱉는다.

 

 

 


“너네 둘은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지.”


“무슨...!!!!!!”


“이성민군.”

 

 

 


바로 앞에 서 있는 성민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사장.

 

성민은 약간 움찔했지만, 사장을 올려다보았고, 사장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성민을 바라보았다.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왔네.”


“...무.....슨.....얘기시죠...?”

 

 

 

 

 


왠지 불길한 느낌..

 

 

 

 

 

 

 

“잠시... 나가지.”


“......”

 

 

 

 

 

 


“안 돼!!! 가지마! 성민아!”

 

 

 

 


소리치는 영운의 목소리. 그리고... 어느새 땅으로 주저앉아 울고 있는 정수..

 

 

 

 

 


“혁재 오면 같이 가!!!! 너 혼자 나가서 뭔 말을 들으려구!!!!!! 혼자 나가지마!!!!”


“시끄럽군.”


“당신!!!! 이제는 호락호락하게 안 당해!!!”


“너네 둘은 나중에 이야기 한다고 했어. 이성민군. 잠시 이야기좀 하게 나오지.”

 

 

 

 


먼저 밖으로 몸을 돌리는 사장이었고,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던 성민은 천천히 뒤를 돌아 영운을 바라보

았다. 안 된다고 고개를 젓는 영운이었지만 성민은 씨익 미소지었다.

 

 

 

 

“....다녀올게요.”


“야!!!!!”

 

 

 

 

 

 

 


만류하는 영운을 뒤로 한 채 표정을 굳히고 사장을 따라나서는 성민.

 

 

 

 

 

 

 

 

 

 

팬픽? 리얼! -# 56

 

 

 

-달칵-

 

 


“나 왔어요~”

 

 

 


동해와 화해하고 난 뒤 곧장 숙소로 달려온 혁재였다. 성민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동해와 이제 정말 친구로 남게 되었다고, 그리고 성민을 안아주고 싶었다.

이제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제 자기만 믿고 바라보면 된다고.

 

 

 


“형들~ 저 왔다니까요~”

 

 


하지만. 이상했다.

 


숙소로 들어서면서부터 약간은 싸늘한 기운. 항상 누가 오든지 간에 현관으로 달려나오던 멤버들이 아

니던가- 또 가장 중요한 건. 항상 자신이 오면 가장 먼저 달려나오던 성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혁재야.”

 

 


혁재가 거실로 들어서자 심각한 표정의 영운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혁재에게 다가왔다.

그 뒤를 따라오는 정수와 희철.

 

 

 


“.....무슨...일 있어요...?”


“........후.......”


“...성민이형은요.”


“.............”

 

 

 


점점 안색을 굳히는 영운을 보면서, 무언가 일이 터졌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혁재야. 으흑.....”

 

 

 


혁재에게 말을 꺼내려다 울음을 터뜨리는 정수.

 

 

 


“성민이형 어디 있어요. ”


“............”


“........어디 있냐구요.”


“...............”

 


자꾸만 말을 꺼내지 않는 영운과 정수, 희철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