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슈주팬픽

오직성민SJ 2008. 8. 12. 21:31

“누나, 빨리 끝내죠?”
“맞아요.”


특이형이 작가누나한테 일찍 끝내자는 말을 한다.
그에 나도 적극 동의.


“뭐야, 숙소에 꿀이라도 감춰났냐? 어째 맨날 일찍 끝내달라고 난리야.”
“아 몰라요. 숙소가 제일 편해.”
“맞아요.”
“라디오 시간도 있고 한데 내가 무슨 수로 일찍 끝내 주냐?”
“누나가 대본 짧게 쓰면 되잖아요.”
“말이 돼는 소리를 해라.”
“아, 몰라! 빨리 숙소 가고 싶단 말 이예요!”


특이형이 저렇게 일찍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다.
물론 나도 같은 이유고.
나도 어서 숙소 가고 싶어 미치겠다.


“너네 수상해. 숙소에 뭘 숨겨놨어!”


작가누나가 의심을 가득 담은 눈으로 쳐다본다.
나와 특이형은 약간 움찔했지만 이내 웃으며 동시에 말했다.


“여우요.”

 

 


우리 숙소에는 여우가 산다.
여우주의보
w.일랑

 

 

 


[혁재야~ 어디야?]


숙소로 가는 차 안.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짧게 진동해 꺼내어 보니 여우형의 문자가 와 있다.


[나 지금 가고 있어.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사갈게.]


내가 문자 보내는 것을 봤는지 특이형이 “누구야?” 라고 물어왔다.
우리 여우형이 특이형한테는 문자 안 보낸 모양이다.
또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여우형” 이라고 대답하니 특이형 표정이 순식간에 바뀐다.
아마 서운한 모양이다.
그러더니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빛의 속도로 문자를 보낸다.
형이 뭐라고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문자를 보낸 얼마 후 특이형 휴대폰이 길게 진동했다.


“여보세요?”
-형? 무슨 일 있어요?


여우형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걱정을 가득 담은 목소리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심퉁난 얼굴을 하고 있던 특이형이 여우형의 목소리에 표정이 눈 녹듯 부드러워졌다.


“아니야, 형이 그냥 장난 친 거야. 애기 놀랐어?”


특이형은 여우형 보고 애기라고 부른다.
나도 애기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에 저번에 애기라고 불렀다가 형들이 “성민이가 너보다 형이야!!” 라고 하며 마구 때리는 바람에 마음속으로만 애기라고 부르고 있다.
나 원, 치사해서.
그래봤자 성민이형이랑 나랑은 3달차이라고.
 

-형도 참, 깜짝 놀랐잖아요.
“미안, 미안. 애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형이 사갈게.”
-음...없는데..
“없어? 생각해봐-”


칫. 누가 들으면 서로 죽고 못 사는 연인들인 줄 알겠네.
성민이형은 누구에게나 친절해서 우리 멤버들뿐만 아니라 다른 연예인들도 좋아라한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건 좋은 일이지만 우리 멤버들은 항상 노심초사다.
누가 저 여우 엎어 가면 어떡하나 항상 감시. 또 감시!
우리들의 그런 속마음도 모르고 아무 나한테 눈웃음 흘리고 친절하게 대해주고.
그런 게 여우형의 매력이지만.


-아, 떡볶이랑 튀김이요. 사올 수 있어요?
“그럼! 형이 빨리 사갈게! 기다려!”
-고마워요, 형. 조심해서 와요-


전화를 끊은 특이형의 표정이 밝다.
칫. 먹고 싶은 거 나도 물어봤는데 특이형이 선수 쳤다.
문자의 내용?
그것 정도야 추측할 수 있다.


[성민이..실망이다.]


이런 식으로 보냈겠지.
착한 성민이형은 또 그 문자보고 걱정 되서 전화 한 걸 테고.


“형, 떡볶이랑 튀김 사가야 되요!”
“알았어.”


우리가 타고 있던 차는 어느덧 길가에 잠시 세워졌고 차에서 내린 매니저형은 빛의 속도로 떡볶이와 튀김을 사왔다. 덧붙여 따끈한 어묵도.
매니저형도 성민이형을 아끼는 탓에 어묵도 추가한 모양이다.

특이형이 더 밟으라고 재촉해서 평소보다 일찍 숙소에 도착했다.
음식이 식으면 안 된다나.
어쨌든 특이형은 차에서 내려 숙소까지 뛰어가 급하게 초인종을 눌렀다.


“야, 빨리 문 열어!”
-알았어. 좀 만 기다려.


숙소 안에서 동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내 문이 열렸다.
부스스한 차림의 동해가 특이형의 손에 들린 봉지들을 보고 물었다.


“뭐야?”
“떡볶이랑 튀김이랑 어묵.”
“와! 나 이거 먹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고!!!!!”


동해가 신나서 소리쳤다.
그리곤 특이형의 손에서 봉지들을 빼앗으려고 했으나 특이형이 재빨리 봉지들을 뒤로 숨겼다.


“뭐야.”
“기다려. 성민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사온거야.”


그 때 성민이형이 방에서 나왔다.
그리곤 현관으로 쪼르르 와 나와 특이형을 반겼다.


“자, 성민아. 먹고 싶다던 거.”


형이 성민이형에게 봉지를 내밀었다.
그 봉지를 받아든 성민이형이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하고는 주방으로 가져갔다.
성민이형은 꼭 그릇에 예쁘게 담아서 먹기 때문에 설거지거리만 는다.

얼마 후 그릇에 예쁘게 담은 떡볶이와 어묵, 튀김을 가지고 성민이형이 나왔다.

강인이형과 예성이형, 신동이형은 라디오 때문에 숙소에 없고 시원이도 중국에 가서 숙소에 때문에 숙소에 있는 사람은 나랑 특이형, 성민이형, 동해, 려욱이 규현이 이렇게 6명이다.

자리를 잡고 앉은 우리는 성민이형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 바쁘다.
그걸 알아챈 성민이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들을 바라봤다.


“다들 같이 먹자. 뭐해?”
“아, 아니야. 맛있겠다!”


성민이형의 물음에 동해가 약간은 오버스럽게 대답했고 이내 모두들 젓가락을 들어 먹기 시작했다.


“동해야, 많이 먹어. 너 아까 떡볶이랑 튀김 먹고 싶다고 했잖아.”


성민이형의 목소리에 특이형이 고개를 들었다.


“성민이 네가 먹고 싶은 거 아니었어?”
“예? 물론 저도 먹고 싶었죠!”


거짓말.
저거 동해 때문에 사오라고 그런 걸 꺼다.
당황해하는 게 다 보인다.
얼굴로 다 들어나는 사람이니까.


동해는 감동받았다는 표정을 하고는 음식들을 우왁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성민이형도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고.
특이형은 약간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성민이형이 떡볶이 하나를 집어 먹여주자 또 좋다고 싱글벙글 이다.


다 해치우고 성민이형과 설거지를 하려는데 규현이놈이 와서 방해를 놨다.
오랜만에 둘이 있고 싶었는데..
왠지 짜증이 나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휴대폰 게임이라도 하려고 봤더니 언제 왔는지 문자가 와 있다.


[혁재야, 조심해서 와♡]

 

 

......내가 이래서 여우형을 미워할 수가 없다.

 

 


-

 

 

“아 속 쓰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강인이형이 배를 긁으며 방에서 나왔다.
어제 회식이 있다더니 술을 꽤 많이 마시고 왔는가보다.
성민이형이 아까부터 바쁘게 뭘 만들던데..아마 강인이형 줄 해장국이 아닐까 싶다.


“어? 형! 일어났어요?”


주방에 있던 성민이형이 강인이형을 보고 말했다.


“어. 지금 방금. 어제 많이 마셨나봐..속 쓰리다.”
“그럴 줄 알고 해장국 끊여 놨어요. 지금 드릴까요?”
“역시 성민이야.”


둘이 저러고 있는 걸 보니 왠지 신혼부부 같아서 약간 심통이 났다.
저런 건 나한테나 해주지 강인이형한텐 왜 해주고 난리람.
강인이형의 큰 손이 성민이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야-! 역시 맛있다.”
“맛있어서 다행이다.”


주방에서 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아까 아침도 먹었는데 왜 배가 고픈 거야.
지금 주방에 가면 강인이형한테 한 대 맞을 거 같아서 가지고 못하고 있다.
쩝쩝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더 배가 고프다.
어쩌지..


“혁재야- 일로와! 너도 먹어!”


성민이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뒤로 강인이형이 “쟤는 왜 불러. 아까 아침 먹었을 거 아냐.” 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민이형은 내가 있는 거실까지 나왔다.

 

“혁재 너 지금 배고프지? 너 배고플 때 됐어. 밥 퍼 놨으니까 가서 먹어.”

 

역시 성민이형.
나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다.

 

 

우리 숙소에는 여우가 산다.
여우주의보
w.일랑

 


결국 나와 강인이형 둘이서 밥을 먹게 됐다.
먹는 내내 강인이형의 눈치를 보느라 체하는 줄 알았지만 성민이형이 직접 끊인 이 국을 먹고 어떻게 체할 수 있으랴.
여차저차해서 밥을 다 먹고 성민이형과 단둘이 설거지를 하려는데 강인이형이 또 방해를 했다.


“내가 설거지할게. 혁재 너는 쉬어.”
“괜찮은데..”
“아 형이 한다고.”


강인이형이 째려보는 게 무서워서 주방에서 나왔다.
할 것도 없어서 TV를 보려고 소파에 앉았다.
그 둘은 또 신혼부부처럼 즐겁게 설거지를 하고 있겠지?
어째 난 항상 밀리는 느낌이란 말이야.


우리 멤버 모두가 성민이형을 좋아하지만 방송에서 그렇게 티 내고 그러는 건 아니다.
사장님이 지시하신 강특,은해 공식을 깨지 않기 위해서도 있고 스캔들도 조심해야 되기 때문이다.
예전일이지만 모 그룹에서 남자멤버끼리 스캔들 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일을 생각하면 남자끼리도 조심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데뷔 전 이 그룹의 스캔들을 예로 들으며
‘동성애 삘 나게 가라. 그러나 스캔들까지는 나지 않게 해라.’ 라는 보통 사람은 생각할 수도 없는 교육을 받았었는데..


그런데도 강인이형은 방송에서고 뭐고 맨날 성민이형만 찾느라 난리다.
그 때, 강인다이어리 할 때도 소세지를 빌미로 삼아 여우형한테 뽀뽀를 하더니만 그 뒤부터 계속 성민이형 입술에 집착했다.
물론 그 뽀뽀 때문에 멤버들에게 무진장 밟히긴 했지만 그런 걸로 굴할 너구리가 아니지.


그리고 내가 모를 줄 알았나본데..
성민이형 잘 때마다 입술에 맨날 뽀뽀하는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진짜 너구리가 따로 없다.
아마 여우형이 알면 난리칠걸?


생각해 보면 강인이형이 조금 부러워진다.
나도 저런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걸..
사장님의 지시를 어길 만한 스캔들을 걱정 안 할 수 있을 만한 강한 심장이 나에겐 없다.
바보 같아.

 

“어? 왜 너 혼자 그러고 있냐?”


고개를 들어보니 동해다.
아까 희철이형 숙소 놀러간다고 나가더니 생각보다 빨리 왔네?


“성민이형은?”
“강인이형이랑 주방에”
“둘이서만?”
“어.”


내 말을 들은 물고기 놈은 눈에 불을 태우며 주방으로 가버렸다.
이 물고기야.
넌 강인이형이 무섭지도 않냐?
아마 지금 가면 맞을 걸?


“성민이형!!”
“아 뭐야!”
“형은 상관하지 말라거.”
“뭐?!”


강인이형과 동해의 말다툼소리가 들려온다.
동해 저 놈은 강인이형한테 어떻게 개기는 걸까?
무슨 깡이냐..


“성민이형한테 왜 설거지 시키냐고! 성민이형 일로와.”
“어어?”


동해가 성민이형을 끌고 거실로 나왔다.
물론 성민이형은 계속 주방 쪽을 뒤 돌아봤지만.
마구잡이로 끌고 와서 인지 성민이형은 고무장갑도 아직 못 벗은 채다.


“형. 잠깐만 기다려!”
“어? 알았어.”


형을 뻘쭘하게 세워놓고는 동해는 내 옆에 있던 종이봉투를 가져갔다.
뭐야..아까 사온건가?


“형 얼마 전부터 계속 가지고 싶다고 노래 한 거 있지?”


동해가 씨익 웃으면서 종이봉투를 형에게 내밀었다.
형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종이봉투를 받았다.


“..뭐야?”
“열어보면 형이 진짜 좋아 할 거야. 빨리 열어봐!”


동해의 재촉에 성민이형이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그리고는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내용물을 꺼냈는데 성민이형의 눈이 약간 커졌다.
내가 봤을 때는 CD같은데..?


“동해야..너 설마..?”
“음하하하- 열어봐.”


성민이형의 목소리가 떨려오는 걸 느낄 수 있다.
형이 가지고 싶다고 노래하던 CD라면 그거 밖에 없는데..
설마 그걸....

어느새 고무장갑을 벗은 성민이형이 급하게 CD케이스를 열었다.


“우와!!!!!!!!!!!!!!!!!!!!!!!!!!!!!!!!!!!!!!!!!!!!”


성민이형이 CD를 들고 방방 뛰었다.
진짜 그걸 구했나보네..
능력 좋은 녀석.

성민이형이 얼마 전부터 가지고 싶어 하던 건 에픽하이형님들의 3집 한정판 백조의 피라는 앨범인데 그 앨범이라 함은 에픽하이형님들의 자필사인이 담겨져 있다.
그것뿐만 아니라 1번째 버전부터 100번째 버전까지 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한정판이란 말이다.


성민이형이 바랬던 건 그냥 백조의 피가 아니라 1번째 백조의 피였다.
그러니까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CD 라는 소리.


“동해야, 진짜 고마워!!”
“뭘.”


동해가 쑥스럽게 웃었다.
정말 기쁜지 성민이형이 마구마구 뛰어다녔다.
치. 나도 그거 구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었는데.
타블로 형님한테도 가보고 그랬는데.
또 선수 뺏겼군.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새 왔는지 강인이형이 내 옆에 앉으며 투덜거렸다.


“나도 저거 구하려고 그랬는데. 이동해 뭐냐.”


그렇게 우리 둘은 소파에 앉아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성민이형과 뿌듯해하는 동해를 지켜봐야만 했다.

 

 

 

-

 


“형, 이거 좀 볼래요?”
“뭔데?”

 

숙소에서 할일 없이 뒹굴던 내게 규현이가 말을 걸어왔다.
녀석의 손에 들린 것은 A4용지 묶음인 것 같은데..


“재밌어요. 한번 봐보세요.”

 

녀석의 재촉에 하는 수 없이 A4용지 묶음을 받아들었다.
글자가 빼곡하다.
...이거 설마..


“야..이거..”
“맞아요. 팬픽이예요.”


그것쯤은 나도 알거든?
문제는 말이야..

 

“이거 너랑 성민이형이잖아?”
“네. 요즘 공식이라고 하던데요? 강특,은해,규민 이렇게.”
“뭐? 공식?”


공식이라고?
그래, 어쩐지 요새 팬들이 보내 준 팬픽들 중에 규민이 늘었더라니.
예전에는 강특, 은해만 엄청 많았었는데..
그 자작극을 찍고 나서부터 규민팬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 같다.
규현이 녀석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내 심정은..
아씨, 짜증나.
 

 

우리 숙소에는 여우가 산다.
여우주의보
w.일랑

 


가상이지만 성민이형과 엮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게다가 리얼 이니 뭐니 해서 우리들의 사소한 행동까지도 캐치해 내 커플행각이라고 하는 것도 기분 좋다.

물론, 그 상대가 성민이형일때만.


규민이라..
어째서 새로 들어온 녀석이! 게다가 우리 중에 가장 어린 녀석을 성민이형과 엮는 거야!


내가 성민이형하고 같은 팀만 됐어도 이런 불상사는 안 일어났을 텐데..
어쩔 수 없다.
솔직히 강특, 은해와 같이 회사에서 새로 내린 공식 커플이 규민이다.
그래서 그 공식 이미지 굳히려고 자작극도 찍은 거고.


“읽어보세요. 진짜 소설 같이 재밌어요.”
“싫어.”
“왜요?”
“아 그냥 싫어.”


녀석이 준 A4용지 묶음을 바닥에 내려놨다.
야, 내가 미쳤냐?
나랑 성민이형하고 엮인 거를 봐도 모자를 판에 너랑 성민이형이랑 엮인 걸 보게?


가끔 팬들이 보내 준 팬픽 중에는 나와 성민이형이 엮인 게 있는데 찾아보기 드물다.
내가 있는 소설에서 내 애인은 거의가 이동해다.


치. 이동해도 얼마나 성민이형 좋아하는데.
솔직히 은해 소설이 와서 손해 보는 건 나다.
‘내가 왜 너랑 커플이어야 되냐고!!!’ 라면서 나를 무지막지하게 때리기 때문이다.

나를 때리는 동해를 말릴 수 있는 건 우리 여우형 뿐이다.
여우형이 ‘동해야! 이러다 혁재 죽겠어!’ 라고 말하면 그제야 ‘성민이형 때문에 참는다.’ 라고 말하면서 나를 때리는 것을 멈춘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에픽하이형님들의 백조의 피 첫 번째 버전을 구해다 준 후로 성민이형과 더 각별하게 지내는 것 같던데..?


“근데 성민이형은 진짜 귀여운 것 같아요.”
“..맞는 말이긴 해.”
“자작극 찍는데 얼마나 귀여웠는데- 그 넘어지는 부분 있죠? 제가 성민이형 위로 넘어지는 장면이요. 거기서 진짜 입술하고 입술이 거의 부딪칠 뻔 했거든요? 거기서 진짜 뽀뽀할 뻔한 거 있죠.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오래 전 일을 왜 지금 와서 이야기 하고 난리냐.
이상한 놈이야.
어린놈이 입맛까지 다시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아, 그리고 오픈카에서 뽀뽀씬 찍는 데 진짜 좋았거든요. NG도 100번 넘게 내고 싶었는데..형도 동해형이랑 뽀뽀씬 있었잖아요? 그 때 좋았어요? 자작극 보니까 형이랑 동해형 잘 어울리더라고요? 역시 공식은 공식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야, 내가 그 때 이동해 히스테리 받아주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 내가 왜 원숭이새끼랑 이딴 짓을 해야 되냐고!! 성민이형 데려오라고!!’ 쉬지도 않고 따발총 같이 쏘아대는데..생각도 하기 싫다.
그리고 나랑 이동해랑 잘 어울린다고 이동해 앞에서 그래봐라.
넌 최소한 사망이야.

근데 너 지금 나한테 이런 말 하는 의도가 뭐냐..
 

“형, 제가 강인이형을 이길 수 있을까요?”
“.......절대 못 이길걸?”
“근데 형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규현이 말에 놀란 내가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지금 얘가 뭐라고 그런 거야?


“별 뜻 없이 말한 거예요.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이렇게 말하더니 지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이거 약간 기분이 나쁘네.
도대체 무슨 의미로 말 한거냐?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로 직행했다.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손을 씻는데 거울로 내가 보였다.


“흐음..”


거울로 가까이 가서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다.
뉘 집 아들인지 참 잘생겼네 그려.
몸? 몸도 뒤지지 않지.
나는 몸을 움직여 보디빌더들이 하는 자세를 취했다.
요새 운동을 좀 했더니 근육들이 새싹 돋듯 올라오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갑자기 춤이 추고 싶어 거울 앞에서 춤을 추니 내가 봐도 잘 추는 것 같은데?


어이, 막내야.
내가 너보다 다 잘난 것 같은데 어쩌냐.


아, 성민이형은 뭐하고 있으려나?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성민이형이 있을 방으로 향했다.
거실에는 아까 내가 내팽개친 규민 팬픽들이 나부러져 있다.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형이 침대 위에서 엎드려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엎드려 있으니 엉덩이가 잘 보인다.
예전에 통통했을 때는 엉덩이도 토실토실해서 귀여웠는데.
살이 너무 빠졌어.
그래도 아직까지 탱탱하게 오른 엉덩이를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발을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게 참 귀엽다.
하얗고 남자치고는 약간 작은 발.
변태 같지만 발에다 뽀뽀해주고 싶다.


형은 MP3를 듣는 건지 노래 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린다.
그렇게 좋다고 난리를 치던 나윤권 노래 같다.


“형.”


한 번 불렀는데 대답이 없다.
못 들었나..


“형. 성민이형.”


내 부름을 듣지 못했는지 심지어 형은 노래를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대답을 안 해준 거에 대해 약간은 심술이 났지만 형이 흥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니 심술도 다 들어가는 기분이다.
형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에겐 형과 내가 같이 하는 시간이 더 좋다.
다시 한 번 부르려고 목소리를 가다듬는데 갑자기 형이 뒤를 돌아봤다.


“형..”
“언제 들어왔어?”
“방금 전에.”
“나 부르지. 왜 혼자 서있었어.”
“불렀는데 형이 못 들은 거야.”
“그래?”


내 말에 미안했는지 형이 자세를 고쳐 침대에 앉는다.
형 뒤로 무언가가 보이는데..
....A4용지 묶음..?


“형 뭐하고 있었어?”
“응? 아..팬들이 보내준 팬픽 읽고 있었어.”
“그래?”


형도 설마 규현이처럼 규민팬픽을..?


“너도 볼래? 재밌는데.”
“아니..됐어.”


난 참 용기 없는 놈이다.
형이 보고 있는 게 규민일까봐..혹은 나 아닌 다른 멤버들과 엮인 팬픽일까 봐 못 보겠다.
내 반응에 형이 중얼거렸다.


“흐음..그래? 여기서 너 진짜 멋있게 나오는데..그럼 나 혼자 보지 뭐.”
“어?”
“아니- 어떤 팬이 은성이라고 너랑 나랑 커플인 팬픽을 보내줬거든. 꽤 재밌어서 너랑 같이 보려고 했는데..”
“아냐! 볼게!!”


내 우렁찬 목소리에 형이 벙쪄 있다가 큭큭큭 거리면서 웃었다.
이내 나에게 A4용지 묶음을 건네며

“분명 너도 재밌을 거야.”

라고 하는데.........

 


역시 나는 성민이형이 너무 좋다!

 


-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멤버들은 아직까지 자지 않고 놀고 있다.

규현이랑 예성이형은 컴퓨터 게임 하느라 바쁘고 특이형하고 강인이형은 오랜만에 우리 숙소에 놀러온 희철이형이랑 술 한 잔하고 있고.

희철이형은 원래 피부 관리 한다고 술 안마시고 일찍 자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자기가 먼저 술을 마시자고 술을 사왔다.

나? 나는 혼자서 케이블 TV에서 하는 심야영화를 즐겁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감정을 가지고 감상하고 있다.
아무도 나랑 놀아주지 않으니 TV라도 봐야지 뭐.


주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희철이형하고 강인이형, 특이형은 뭐가 좋은지 계속 웃어대고 있다.
희철이형 목소리가 제일 큰 거 보니까 취했네. 취했어.
희철이형이 취하면 나오는 버릇이 있는데..그건..


“내 여우 데려와!!!!!!!!!!!!!!!!!!!!!!!!!!”


바로 이성민을 찾는 거다.

 

 

우리 숙소에는 여우가 산다.
여우주의보
w.일랑

 

 

“여우야 여우야 어디 있니?”


이제 아주 노래까지 부르면서 성민이형을 찾는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희철이형은 취하면 성민이형을 찾는다.
이름은 부르지도 않고 그냥 여우, 여우거리면서.


“야, 자는 애는 왜 찾냐?”


특이형이 말렸지만 성민이형은 이미 방에서 나온 상태였다.
자는 줄 알았는데 자지 않았던 건지 성민이형은 어디 나갈 사람처럼 겉옷을 다 챙겨 입고 방에서 나왔다.


“어? 성민아, 어디가?”
“아..네. 윤호가 술 한 잔 하자고 해서요.”
“늦었는데...”


정말 늦었는데..
왜 이런 시간에 불러내고 난리냐.


“야! 여우, 나도 갈래.”
“희철이형, 취했어요.”
“나도.”
“에휴..”


단호하다 못해 비장함이 서려 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희철이형.
안 데려가면 숙소 물건 다 부실게 뻔하므로 성민이형은 한숨을 내 쉬었다.


“우리도 같이 가자.”
“네?”
“밤길도 위험한데 형님들하고 같이 가야지.”
“에이, 제가 여자도 아니고.”
“자, 가자!!”


강인이형과 특이형이 술판을 접고 각자 방에서 외투를 가지고 나왔다.
물론 나도 그 틈에 잽싸게 끼었지.


“우리 나갔다 온다-”


강인이형의 우렁찬 목소리가 숙소에 울렸다.

 

 

결국 성민이형은 이미 취한 희철이형과 나, 강인이형, 그리고 특이형과 함께 윤호형을 만나러 갔다.

희철이형이 취하면 성민이형은 아무도 건들지 못한다.
건들기만 하면 “왜 만져!!” 라고 하며 멤퍼를..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른다.
그러므로 지금 희철이형 옆에는 성민이형이 있다.


“형, 괜찮아요?”
“당연 괜찮지. 우리 여우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예쁘냐?”


희철이형은 반쯤 풀린 눈으로 성민이형을 바라보며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린다.
분명 내일 아침이면 기억 못 할 테지.

특이형과 강인이형은 내심 분하다는 표정으로 성민이형과 거리를 유지하며 걷고 있다.

저번에 희철이형이 취했을 때 강인이형이 성민이형 머리 한 번 쓰다듬었다가 무지하게 맞은 적이 있다.
발길질에 바지 벗겨서 엉덩이 찰싹찰싹 때리기, 머리 꿀밤에 여러 가지 기술이 동원되어 그 다음날 강인이형 엉덩이에는 멍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웃긴다.
생각해봐라. 덩치 큰 강인이형을 눕혀 놓고 엉덩이를 까서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리는 희철이형이라니..


윤호형이 성민이형을 불러낸 곳은 약간은 어두침침한 곳이었다.
우리가 자주 가는 술집이기도 하고.
연예인이다 보니 나름대로 신경 써서 선택한 게 이 집이다.
조명이 은은하고 칸막이가 잘 쳐져 있어서 은밀하기 때문.

아마 연인들도 이 곳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된다.
애정표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왔어. 근데..”


윤호형의 표정이 약간은 굳었다.
분명 성민이형과의 데이트(물론 윤호형이 생각했을 때)를 꿈꾸며 왔을 텐데 방해꾼이 4명이나 따라 왔으니..


“이 녀석 표정 봐라? 우리가 따라온 게 그렇게 싫냐?”


특이형이 윤호형을 째려보면서 자리에 앉았다.
성민이형은 자연스럽게 희철이형 옆에 앉으려고 했는데 윤호형이 성민이형을 잡았다.


“내 옆에 앉아.”
“어?”


희철이형의 술버릇을 아직 모르는 건지 아니면 그냥 무대포로 나가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윤호형의 표정이 진지하다.


“여우. 이리와.”


졸지에 두 남자한테 양 손이 잡혀버린 성민이형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희철이형에게 맞는 윤호형을 생각해서인지 성민이형은 희철이형 옆에 앉았다.
‘미안.’ 이라는 말을 윤호형에게 남긴 채.
결국 성민이형은 희철이형 옆에 앉게 됐고 윤호형은 분하다는 표정을 했다.

안주가 나오고 술이 나오고 우리는 서서히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강인이형하고 특이형은 나오기 전에도 한 잔 한터라 맛이 갔다.
희철이형은 뻗은 지 오래다.


“성미인아- 너 내가 좋냐, 영운이가 좋냐.”
“당연 내가 좋지? 이런 늙은이보단 내가 낫지. 푸헬헬”
“이런 곰탱이는 버려버려~”


특이형과 강인이형이 또 시작했다.
둘이서 자기 매력을 말하면서 배틀하기.


“너 이렇게 예쁜 보조개 봤냐? 성민이가 내 보조개가 제일 예쁘데.”
“그러는 형은 나처럼 웃을 수 있어? 성민이가 내가 웃는 게 제일 예쁘데.”
“야, 웃기지 마. 내 보조개가 짱 이야.”
“꺼져.”


술집이 많이 시끄럽다.
성민이형은 의외로 주량이 세서 꽤 마신 것 같은데 멀쩡하다.
그 대신 성민이형을 불러낸 윤호형이 뻗어버렸다.
언제 자리를 옮겼는지 성민이형 어깨에 기대서자고 있다.
나야 원래가 술을 잘 안마시니 정신이 멀쩡하고..
시간이 지나자 특이형하고 강인이형도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뻗어버렸다.


“어쩌지..우리 둘로는 무리겠다.”
“애들 불러야지 뭐. 준수한테 내가 전화 할 테니까.”
“알았어.”


전화 후 손살같이 달려온 준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15분 만에 왔으니까 진짜 빨리 온 거다.
준수 혼자 부축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여 내가 같이 윤호형을 부축해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와, 술 냄새 장난 아니다.”
“좀 많이 마셨어. 희철이형 때문에 성민이형이랑 얘기도 잘 못 나눴거든.”
“쯔쯧. 오늘 성민이형이랑 술 마신다고 좋아하더니.”


준수가 완전 뻗어 뒷좌석에 누워 있는 윤호형을 보면서 혀를 찼다.


“내일 스케줄 있는데 매니저 형한테 혼나겠다.”
“그래? 빨리 가봐라.”
“오냐~”


준수가 가고 술집으로 들어오니 동희형하고 동해 그리고 기범이가 와 있다.
동희형은 강인이형을, 동해는 특이형을, 기범이는 희철이형을 부축했다.

덕분에 나는 부축할 사람도 없이 편하게 숙소로 향했다.
물론 내 옆에는 성민이형이 있고.
숙소에 거의 다 와갈 때 쯤 성민이형이 내 팔을 잡아끌었다.


“왜?”
“쉿.”


조용히 하라는 성민이형.
형을 따라 간 곳은 숙소 근처 놀이터였다.
날 끌고 온 형은 날 신경도 안 쓰고 그네에 앉아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서울이지만 별이 있어.”
“그래.”
“뭐야, 나랑 같이 있기 싫어?”
“아니~”


내 대답에 성민이형이 입술을 삐죽였다.
귀여워.


“그네 타고 싶었어. 낮에는 못 타잖아.”
“진작 말하지.”
“다들 피곤하니까. 오늘 나온 김에 타고 가야지.”
“그래~실컷 타.”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30분이다.
꽤 많이 늦었네.
멤버들 걱정하는 거 아닌 가 몰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이동해.

“여보세요?”
-야! 너 어디야. 성민이형하고 같이 있어?
“어.”
-우씨! 왜 단 둘이 있고 난리야! 어디야! 나도 갈래!


내가 대답을 하려는데 성민이형이 핸드폰을 뺏어서 ‘지금 가니까 숙소에서 봐~’ 라고 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가자!”
“어? 어..”
“으으~ 추워.”


춥다고 하면서 팔짱을 껴오는 성민이형.
놀란 내가 성민이형을 보자 형이 샐쭉 웃었다.
뭐, 나도 좋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야지.


그렇게 우리 둘은 숙소까지 팔짱을 끼고 걸었다.

 

 

-

 

K.R.Y 로 활동 중인 예성이형과 려욱이, 규현이는 스케줄 때문에 숙소에 없고 대신 스케줄이 없어 심심하다는 희철이형과 시원이가 숙소에 놀러와 있다.
 
강인이형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는 성민이형을 대신해 점심준비를 하고 있다.

성민이형이 우리 밥을 해결해줄 때가 많았는데 오늘따라 늦게까지 자는 성민이형 때문에 우리들 중 음식 솜씨가 가장 좋은 강인이형이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 거다.


“야! 김강인아, 나 배고픈데 아직 멀었냐.”
“아 좀만 기다려. 남의 숙소 와가지고 어디서 행패야.”


소파에 앉아서 소리를 지르는 희철이형에게 강인이형이 소리쳤다.
꽤 맛있는 냄새가 숙소 전체를 둘러 샀다.
나도 배에게 꼬르륵 소리가 아까부터 들려왔고 멤버들 모두가 배가 고플 때다.


“다 됐어. 와서 밥들 먹어.”


멤버들에게 소리치는 강인형은 어느새 성민이형이 자고 있는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분명 자기가 성민이형을 깨우려는 속셈인 거다.
그걸 알아챈 멤버들과 강인이형 사이에 불이 붙었다.


“내가 깨울 거야.”
“싫어. 왜 형이 깨워. 내가 깨울래.”
“싫으면 밥 먹지 말던지.”


와, 치사하다.
밥을 먹지 말라는 강인이형의 말에 모두들 기가 죽어 주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흐뭇해하는 강인이형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곤히 자고 있을 성민이형의 방에 들어간 강인이형.
그 늑대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우리는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때,


“아악!!!!!!!!!!!!!!!!!!!!!!!!!!!!!!!!!!!!!!!!!!!!!!!!!!!!!!!!!!!!!!!!!!!!!!!!!!!”

 

성민이형의 깜찍한 비명소리가 아닌 강인이형의 굵직한 비명소리가 숙소를 덮었다.

 


우리 숙소에는 여우가 산다.
여우주의보
w.일랑

 


예상치 못한 강인이형의 비명소리에 우리는 무슨 일이지? 라고 생각하며 성민이형의 방으로 향했다.
물론, 성민이형의 비명소리가 들렸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성민이형 방으로 뛰어갔겠지만.

우리가 방에 도착하기도 전에 방문에서 나온 강인이형이 보였다.
강인이형의 얼굴색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성민이형을 가장 좋아하지만 강인이형도 굉장히 아끼는 희철이형이 먼저 강인이형 걱정을 했다.


“야, 왜 그래.”
“서, 성민이.........!!!”


강인이형 입에서 성민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멤버들은 방 안으로 튀어 들어갔다.

성민이형은 침대에서 고이 자고 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소동을 아는지 모르는지 색색거리면서 자는 성민이형은 정말 귀여웠다.
멤버들 모두가 침을 흘릴 정도로.
잘 자는 성민이형을 확인한 특이형이 어느새 방안으로 들어온 강인이형의 뒤통수를 때렸다.


“야, 잘 자는 애가 뭐 어쨌다고 이 난리야.”
“놀라지마.”
“뭐가.”
“이불을 걷어봐..”


강인이형의 말에 침대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동해가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었다.
이불을 걷자 성민이형의 뽀얀 몸이 보였다.
평소에는 옷을 다 껴입고 자는 형인데 오늘은 웬일인지 윗옷을 벗고 자고 있다.
그런데..


“헉!!!!!!!”


성민이형의 뽀얀 몸에 저 울긋불긋한 것들은 도대체...
멤버들이 모두 놀라 굳어 있을 때 성민이형이 깨어났다.


“..........무슨 일 있어요?”


아직도 졸린 지 눈을 부비적대며 말하는 게 정말 귀여워 멤버들이 잠시 멍해져 있었지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동해가 소리쳤다.


“형! 그, 그거 뭐야!!??”
“응? 뭐가?”
“그..모, 몸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성민이형이 자신의 몸을 쳐다봤다.
자기도 몰랐는지 양 손으로 가슴을 가리면서 당황해했다.
당황해하는 성민이형을 보면서 멤버들은 망연자실한 눈치다.


“성민이 너..!!”


강인이형의 말을 무시한 채 여우형은 윗옷을 주워 입었다.

 

“헤헤...방에 벌레가 있나?”


우리는 이미 모두 눈치 챘는데 자기 혼자 웃으면서 벌레에 물렸단다.
바보같이 우리 나이가 몇인데 설마 벌레 물린 데랑 키스마크랑 구분도 못하겠냐고.
게다가 겨울에 벌레가 어디 있어.
멍해져 있는 우리를 지나쳐 형은 화장실로 향했다.


“야, 그거 맞지?”
“어. 아무리 봐도 맞아.”
“누구야. 누군 거야!!”
“우리도 한 번 못 건들 여 본걸!!”


멤버들은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거실에 모여 앉아 회의를 시작했다.


“누구야. 밝혀지면 정말 죽었어.”
“그러다 대 선배님이면 어쩌려고.”


강인이형이 정말 화가 났나보다.
저런 표정으로 ‘죽었어.’ 라고 하면 진짜 죽는 건데..


“몰라. 내가 고이 아껴 논 걸 이렇게 한 순간에!!”
“야, 너만 아껴놨냐? 우리 다 아껴 놨다. 임마.”
“아 몰라! 진짜 누구야!”


아, 나야 어제 늦게 들어와서 몰랐지만 성민이형은 나 들어오기 1시간 전 쯤에 숙소에 들어왔다고 한다.
내가 어제 들어온 게 새벽 2시쯤 이었으니까..약 1시쯤에 들어온 게 된다.

멤버들의 말을 들어보면 어제 들어왔을 때는 평소보다 더 예쁘게 웃으면서 “지금까지 안 자고 뭐했어요.” 라고 했다고 한다.
다른 날과는 약간 다르게 묘하게 섹시한 분위기가 풍겼다던데..


“묘하게 섹시한 그 느낌은 일을 치러서 그런 거 였어.”
“그것도 모르고 병신같이 침이나 흘리고 있었다니..”


멤버들은 시간이 갈수록 침통해했다.
그 때 화장실에서 성민이형이 나왔다.
형은 거실에 모여 앉아 있는 우리를 보며 “밥 안 먹고 뭐해요?” 라고 물었다.
형의 그 말에 우리는 죄다 주방으로 향했다.


“우와, 맛있겠다.”
“다 식어서 어쩌냐. 데워줄까?”
“괜찮아요. 진짜 맛있겠다. 형이 한 거죠?”


성민이형이 강인이형을 쳐다보며 말했다.
강인이형은 아까일은 잊었는지 뿌듯해하면서 “응. 맛이 어때?” 라고 물었다.
찌개를 한 숟갈 떠먹은 성민이형은 “진짜 맛있어요!!” 라고 소리쳤다.
순식간에 여우형의 사랑을 받게 된 강인이형을 모든 멤버들이 째려봤다.


“형, 진짜 나랑 결혼할래요? 그럼 맨날 이렇게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으려나?”
“헙! 겨, 결혼?! 그래. 결혼하면 맨날 맛있는 거 해줄게!”


성민이형이 강인이형한테 결혼하잔다.
멤버들은 모두 놀라 먹던 음식이 사례 들렸는지 켁켁 거렸다.
나도 못마땅해서 밥만 휘젓고 있었는데 성민이형하고 눈이 마주쳤다.
형의 눈이 곱게 휘어졌다.
기분이 이상했다.


“형, 나도 요리 잘해. 알잖아. 응?”
“성민아, 형도 요리 잘한다. 오죽하면 별명이 용유야.”
“너 내가 한 김치볶음밥 먹어 봤잖아. 그거보다 더 맛있는 게 세상에 어디 있냐.”
“아 왜들 그래! 나랑 결혼하고 싶다 잖아!”
“넌 좀 닥치고 있어!”


멤버들이 밥상에서 싸운다.
우리 엄마가 밥상 위에서 싸우면 복 떨어진다고 그랬는데..


나야 솔직히 요리엔 잼병이지만 그런 거 요리학원 다니면 돼.
형을 위해서라면 요리학원이 뭐야, 외국으로 유학 갈 수도 있어!
나도 맨날맨날 맛있는 거 만들어줄 수 있는데.
나랑 결혼하면 안 될까?


내 간절한 마음을 알아챘는지 모르는지 형은 계속 웃고만 있다.

 


-

 

누굴까. 도대체 누굴까.


“야, 아무래도 우리가 나서야 될 것 같다.”
“맞아요. 누군지 꼭 밝혀내야겠어요.”


얼마 전 목격한 성민이형의 뽀얀 몸에 키스마크를 남긴 주인공을 찾기 위해 우리 멤버들은 눈에 불을 켜고 있다.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규현이와 려욱이, 그리고 예성이형까지.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마 성민이형은 방에서 음악을 들으며 팬픽을 읽고 있을 거다.


“용의자를 대충 추려 내보자.”
“설마, 우리 멤버들 중에 있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예성이형의 말에 강인이형이 하하거리면서 웃었다.
나는 우리 멤버들 중에도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멤버들 모두 시시탐탐 성민이형을 노리고 있으니까 믿을 사람 아무도 없는데 강인이형은 왜인지 우리 멤버들 중에 없다고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잘 생각해봐. 그 날 나랑 동희는 천지 라디오 하느라 12시가 넘어서 들어왔어. 나랑 동희가 들어왔을 때 이미 성민이는 없었고 규현이랑 려욱이 그리고 동해는 숙소에 있었지.”
“맞아. 들어오자마자 성민이형 찾길래 ‘성민이형 누구 만난다고 나갔어.’ 라고 내가 직접 대답했어. 내가 기억하는데 성민이형이 8시 쯤 나갔을 걸?”


강인이형의 말에 동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 동해를 보며 강인이형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종운이랑 특이형, 은혁이도 우리랑 마찬가지로 라디오 때문에 늦게 들어왔어.”
“맞다. 아, 근데 혁재형은 숙소 왔다가 다시 나갔잖아요.”


려욱이 말에 강인이형이 날 보다가 이내 푸하하하 웃었다.

“야, 이혁재 저 놈은 의심할 여지도 없어. 저 숙맥이 어떻게 성민이하고..풉.”
 

별 뜻 없이 한 말인데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런 내 행동들이 거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놨다.


“얼굴 빨개진 거 봐봐! 푸하하하하하”
“그만들 웃어.”


멤버들이 웃겨 죽으려고 하고 있을 때 성민이형이 방문을 열고 나오면서 말했다.


“무슨 일 이길래 그렇게 재밌어? 나도 껴줘!”

 

 

우리 숙소에는 여우가 산다.
여우주의보
w.일랑

 


성민이형의 출연에 멤버들 모두 언제 웃었냐는 듯이 흠흠-거렸다.
갑자기 솨- 해진 분위기에 여우형이 당황한 것 같다.


“뭐야, 내가 끼면 안돼는 거야?”
“그런 건 아니고- 아, 성민아. 형 배고픈데 라면 끓여주면 안될까?”
“돼지.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배가 고파요!”
“형 돼지인거 이제 알았냐. 얼른 끓여! 사랑을 듬뿍 담아 끓여야 된다!”
“알았어요.”


강인이형 부탁에 성민이형이 라면을 끓이러 주방에 갔고 우리는 또 다시 속닥거렸다.

 

“일단, 동방 애들이 제일 유력해. 특히 윤호. 걔 성민이 노리는 거 알잖아.”
“윤호형 일은 혁재한테 시키자. 준수 있잖아.”
“그리고 대충 의심 가는 사람은 알아서 조사해라.”
“오케이. 그럼 이따 성민이 자고 나면 거실로 모여.”


방안으로 들어온 나는 준수에게 문자를 했다.


[꼬붕, 지금 안 바쁘냐.]
[오냐.]


보낸 지 2초 후에 바로 도착한 꼬붕의 문자.
이 새끼, 진짜 할 일 없나보네.
준수가 바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는 준수에게 전화를 했다.


“야, 꼬붕.”
-오냐. 무슨 일이냐?
“음,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 했다.”
-뭔데?


내가 준수에게 물어 본 것은 물론 3일 전 윤호형의 행실에 대해서다.


-음, 그 날 좀 늦게 들어온 것 같아. 새벽 2시 다 되서 들어온 것 같던데..그 때까지 뭐 하느라 안 잤냐고? 야! 내가 넌 줄 알아?! 야동이나 보고 앉잖게! 나 대답 안 해준다? 아, 그리고 왠지 기분이 좋아보였어.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들어오던데? 근데 왜 이런 걸 물어보는데?


준수의 말을 들으니 그 범인이 윤호형 같다.
감히 성민이형을 건드려?
형들한테 말하면 이제 윤호형은 저 세상감이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잠을 안 자는 성민이형 덕분에 우리가 모인 시간은 새벽 3시.
이 시간이면 모두들 피곤할 텐데 이상하리만치 눈이 반짝인다.
아마 성민이형과 관련 된 일이라서 그런 거겠지.
윤호형에 대해서 말하려는데 강인이형이 먼저 말을 했다.


“야, 범인은 현우형 같아.”
“현우형이 왜?”
“그 날 만났데. 내가 직접 보진 않았지만 팬카페 후기에 누가 올려놨어.”
“뭐라고?”
“한 9시쯤 어느 술집에서 그 둘이 있는 걸 봤데.”


강인이형이 이를 갈며 말했다.

최현우. 직업은 마술사.
성민이형에게 첫눈에 반해 열렬히 대쉬하고 있지만 번번이 강인이형과 우리 멤버들이 방해해서 실패.


그렇게 대쉬하더니 성민이형이랑 단 둘이 술집에?!
그렇다면 최현우형이 범인인가?

하지만 특이형의 말에 모두들 말문이 막혔다.


“난 정민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생이한테 캐보니까 그 날 ‘나 성민이형이랑 데이트!’ 라면서 잘 차려입고 나갔데.”
“그게 몇 시쯤인데?”
“정민이가 12시쯤에 나가서 1시에 들어왔데.”
“뭐라고!”


박정민. 직업 가수.
ss501에 소속 되어 있다.
자신들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성민이형에게 호감을 표시한 후부터 우리 멤버들이 경계하고 있는 남자다.


형들 얘기를 들어보면 성민이형은 일단 현우형과 만났다가 정민이와 만났다는 건데..
그렇다면 윤호형은 뭐지?
내가 의문에 차 있을 때 강인이형이 나를 보며 말했다.


“윤호는 뭐래?”


솔직히 이야기 할 수 없는 게 윤호형은 정확히 성민이형이랑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도 모르고 그냥 시간대만 맞는 거라서..
에라, 모르겠다.


“그 날 새벽 2시 쯤 들어왔데. 왜인지는 몰라도 기분이 좋아보였다는데?”
“야! 그럼 정윤호 이 새끼잖아!”


내 말에 동해가 소리쳤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형이라고도 안하고 그냥 정윤호도 모자라 새끼까지 붙였다.


“임마, 시끄러. 성민이 깨겠다.”


씩씩대던 동해는 특이형의 핀잔에 자리에 앉았다.
얼굴까지 새빨개져서는..


“그럼 아무리 봐도 범인은 정윤호야.”
“왜? 성민이형 만났는지 아니면 다른 일 때문에 그런 건지 확실하게 모르잖아.”
“야, 생각을 해봐. 성민이가 그렇게 쉬운 남자냐? 솔직히 현우형이나 정민이랑 성민이가 얼마나 친하겠어. 몸을 허락할 정도면 윤호 밖에 없어.”


강인이형의 말을 들으니 진짜 윤호형이 범인 같다.
우리는 모두 범인을 윤호형으로 생각했고 해산했다.


몇일 후에 동방 애들이랑 같이 뛰는 공연이 있는데..내 생각엔 그 때 윤호형은 정말 죽었다.
불쌍한 윤호형.


나는 우리 멤버들에게 처참히 밟히는 불쌍한 윤호형을 잠이 들었다. 


 


-

 

“헉, 헉, 헉…”
“하악, 하악, 하악”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우리 숙소 거실.


“혀엉- 그만 하면 안돼요? 내일 스케줄도 생각해야지..”
“허억, 시끄러워. 다 널 위해서야.”
“그치만..”
“널 보면 참을 수가 없어진 단 말이야. 흐업-”
“맞아, 참을 수 없어.”


막내 규현이와 K-1으로 다져진 강인이형, 허리 아프다고 할 땐 언제고 제일 열심히 하고 있는 특이형, 땀 흘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희철이형에 밥 달라고 꼬리치는 바다를 외면하고 있는 동해, 가장 작은 체구로 제일 오래하고 있는 려욱이까지.

 

“아니, 도대체 왜 나를 위해서 운동을 하는 거냐구요!!”

 

 

우리 숙소에는 여우가 산다.
여우주의보
w.일랑

 


성민이형의 목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후우… 다 널 위해서야.”
“그러니까 왜 날 위해서 운동을 하는거냐구요!”

 

열심히 아령을 하고 있던 특이형이 아령을 내려놓고 성민이형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성민아, 형 믿지?”
“네? 물론 믿지만..”
“그럼 계속 믿어.”


그리고는 하던 아령을 들어 열심히 운동하는 특이형.
그런 특이형을 바라보다가 운동하는 멤버들을 한명씩 바라보던 형은 제일 만만해 보이는 나에게 왔다.


“혁재야- 나 놀아줘. 심심하단 말이야.”
“응? 어엉..”


멤버들의 눈치가 보였지만 난 런닝머신을 멈추고 성민이형과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온 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나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저렇게 운동 하는 거야? 넌 알지?”
“응? 나도 모르겠어..그냥 요즘 몸짱이 트랜드니까 그런 거 아닐까?”

 

차마 윤호형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운동하는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
요 몇 일전 여우형의 몸에 키스마크를 남긴 파렴치한 놈이 옆 동네 리더 정윤호라고 생각한 우리 멤버들은 그 날부터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그 정윤호 토벌이 바로 내일.
4일 운동한다고 갑자기 힘이 세지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멤버들인데 포기하지도 않고 열심이다.


“그래? 그래도 이상한데...어쨌든 혁재 너 밖에 없어. 모두 운동한다고 나 신경도 안 써.”
“내가 놀아줄게. 너무 서운해하지마.”

 

그렇게 우리는 같이 MP3를 들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성민이형을 보며 윤호형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후후..바로 오늘이다.”
“얘들아. 각오는 되 있지?”
“그럼요. 오늘을 위해 4일 동안 열심히 운동 했다구요.”


거실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는 멤버들.
바로 오늘이 정윤호 토벌의 날 인 것이다.


“다 안나가고 뭐해요?”


준비를 제일 늦게 한 성민이형이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아, 오늘 동방 애들이랑 같이 하지?”
“어? 어..”
“윤호도 볼 수 있겠다.”


성민이형의 입에서 윤호라는 이름이 거론되자 멤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무섭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다.
사태 파악이 아직 덜 된 여우형은 말했다.


“안 그래도 그 날 잘 들어갔는지 궁금한데, 오늘 물어봐야지.”


멤버들을 더 자극하는 말을 해버렸다.
그 날이라 함은 일주일 전 바로 그 날이라고 밖에 추측할 수가 없는데..
아직도 사태파악이 안 된 성민이형은 헤헤거리면서 웃고 있을 뿐이다.

 


동방 무대가 끝나고 난 후 정윤호 토벌을 하겠다는 멤버들.
그렇게 우리는 끝을 장식하는 동방신기의 공연이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


“성민이는 너한테 맡긴다.” 라는 말을 나에게 남기고 가버린 멤버들.
근데, 나한테 너무 느슨한 거 아닌가?
나도 하라면 할 수 있는 남잔데..


순식간에 사라진 멤버들.
화장실에 갔다가 온 성민이형은 “어? 다들 어디 갔어?” 라고 물었다.


“어? 뭐, 볼일 있데. 우리 먼저 가라는데?”
“그래?”


약간은 의심이 담긴 표정을 하고 있던 성민이형이 이내 헤헤거리면서 웃었다.
그리고선 내게 팔짱을 껴왔다.


“그럼 오랜만에 데이트?”
“크크, 말 함부로 하지마. 멤버들이 들었으면 난 이미 골이야.”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성민이형도 같이 웃었다.
그게 귀여워서 볼을 꼬집자 “쓰읍- 형한테!” 란다.
꼭 이럴 때 형이고 싶어 한다니까.

그나저나, 멤버들 잘 도착 했으려나?

 

 

같은 시간.
스케줄을 마치고 벤에 타려는 동방신기.
그 때 반가운 얼굴을 발견한 재중이 소리쳤다.


“어?! 희철이형이다!”


반가워하는 재중과 창민, 준수 그리고 유천을 무시한 채 암흑의 무리는 윤호를 향했다.
윤호는 그들의 의도도 모른 채 반가워하며 소리쳤다.


“뭐야, 모두들 내가 제일 좋은가. 왜 나한테..으하하하! 어? 근데 성민이는?”
“임마, 성민이가 니 집 개 이름이냐. 너 따라와!!”

 

갑자기 윤호의 귀를 잡고 가버리는 강인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동방신기 멤버들과 매니저에게 “윤호 좀 빌려갈게.”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암흑의 무리 가장 연장자 이특.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 몰라. 그냥 신경 쓰지 말자. 무서워.”
“그래, 그래.”

 


정윤호가 끌려 간 곳은 다름 아닌 희철과 한경, 제이와 기범이 거주하고 있는 숙소.
거실에 패대기쳐진 윤호는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떨었다.


“왜, 왜 그래..”
“일주일 전 성민이와 만난 적 있나?”
“있지. 아주 좋았는데..”
“그래, 좋았겠지. 성민이 맛은 좋든? 하긴, 좋겠지.”
“무, 무슨 말이야!”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요! 진짜 윤호형, 그렇게 안 봤는데!”
“다신 성민이 앞에 얼쩡 대지마.”

 

“왜, 왜들 이래..! 아, 아악-------------!!!!!!!!!!!!!!!!!!!!!!!!”

 

 


“으음, 멤버들 좀 늦네? 뭐하는 거지?”
“신경 쓰지마. 알아서 잘 들어오겠지. 한두 살 먹은 어린애들도 아니고.”


지금 쯤 멤버들에게 처참하게 밟히고 있을 윤호형.
그런 윤호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우형은 신나서 콧노래만 흥얼거리고 있다.

 


-

 

“이번 크리스마스엔 트리가 진짜 많다. 그치?”
“그러게.”


아이같이 웃는 성민이형을 보며 멤버들은 다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팬들이 보내 준 트리만 해도 30개가 넘으니 각 방에 2개씩, 거실에 3개, 베란다에 5개 이렇게 트리를 배치했다.
그래도 많이 남는 트리를 우리는 어쩔까 하다가 집에도 보냈고 사무실에다가도 기증했다.
(사무실에서는 안 그래도 남아도는 트리가 많다고 거절했지만)
트리뿐만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엄청 많이 왔으니 정말 우리가 연예인은 맞구나 라고 느꼈다.


“이제 내일이면 크리스마스네.”
“시간 진짜 빠르다.”
“어제 데뷔한 것 같은데..”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라서 모처럼 멤버들이 다 모였다.
파티를 한다나 뭐라나.

우리는 거실 가운데 모여 앉았다. 건장한 청년 13명이 다 모이니 좁다.
케이크도 있고 과자도 있고 치킨에 피자, 족발에 탕수육, 깐풍기 등 등 많은 음식들을 언제 준비했는지.. 물론 시켰겠지만.
파티에 술이 빠져서야 되겠는가? 물론 술도 있다.
아예 작정을 한건지 소주 15병에 맥주 픽쳐로 20병 와인에 샴페인까지 준비 해 놨다.


“야, 오늘 마시고 죽자.”
“오예!!”


우리는 건배를 했고 안 그래도 시끄러웠던 거실이 더 시끄러워졌다.
그런데 갑자기 성민이형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산타할아버지나 가지고 다닐 법한 빨간색 자루를 가지고 나왔다.


“뭐야?”
“선물이요. 우리 멤버들 주려고 직접 샀어요.”
“진짜?!”


예상치 못한 성민이형의 선물에 모두들 놀란 듯 하나 기분은 좋아 보인다.
스케줄도 빡빡 했을 텐데 언제 12명 몫을 다 샀냐..
감동해서 성민이형을 바라보니 형이 베시시 웃었다.

 

 

우리 숙소에는 여우가 산다.
여우주의보
w.일랑

 


내가 제일 처음 받겠다, 아니다 나다.
시끄럽게 싸우던 멤버들은 ‘나이 순서대로’ 라는 성민이형의 말에 따라 순서를 기다렸다.
나이 많은 게 뭐 그리 좋은 거라고 가장 먼저 선물을 받게 된 특이형은 “형이야~” 라면서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순서대로 선물을 주던 성민이형이 내 앞에서 멈춰 섰다.
난 물론, 나에겐 무슨 선물을 줄까 행복한 고민에 쌓여 있었고.
그러나 성민이형은 계속 자루 안을 휘적휘적 대더니 미안함을 가득 담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 어떻게..”
“어?”


성민이형은 곧 울 것같이 울먹였고 난 당황했다.
물론, 멤버들도 당황해서 안절부절 이었다.
형의 그런 모습을 봤지만 난 기대를 져 버릴 수 없었다.
설마, 내 선물만 안 샀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혀, 혁재야. 미안..진짜 미안해.”
“형, 설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형이 어쩜 그래?
연습생 시절부터 나랑 제일 친했고 나랑 안지도 제일 오래 됐고..
또, 난 형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선물 하나 때문에 쪼잔 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난 화가 났다.
내 선물만 빼 놓고 다른 멤버들 거는 다 사고!
그러나 정말 미안하다는 듯이 촉촉이 젖은 형의 눈을 보고, 내가 어떻게 화를 낼 수 있으랴.
무너지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난 괜찮아." 라고 했다.

그런 나를 보며 멤버들은 배를 잡고 쓰러졌다.
성민이에겐 네 존재가 없다는 둥, 12명 중에 널 제일 싫어한다는 둥 말이 많았다.
그런 말들 때문에 더욱 더 성민이형이 미안해했지만 난 초지일관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라고 말했다.

사실 하나도 안 괜찮은데.
나도 형한테 선물 받고 싶은데.
멤버들도 한 대씩 때려주고 싶었고 소리도 치고 싶었지만 나 때문에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브가 망쳐질까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속이 탔다.

 

성민이형의 선물 전달식이 끝난 뒤로는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음식이야 벌써 없어진지 오래고 안주가 없어진 우리는 냉장고를 뒤졌지만 마땅히 안주로 삼을 만한 것은 없었고 그저 팬들이 보내준 단호박들과 햄 밖에 없었다.


“야~ 이혁재. 나가서 안주 사와라.”
“....알았어.”


냉장고를 뒤지던 내게 강인이형이 소리쳤다.
평소 같았으면 내가 왜! 라고 소리치면서 반항했겠지만 지금 나는 솔직히 담배가 너무 피우고 싶었으므로 군말 없이 안주를 사러 나갈 차비를 했다.
반항 없는 내가 약간은 놀라웠는지 멤버들이 거실에서 “쟤가 웬일이래?” 라면서 웅성 이는 소리가 들렸다.


방을 나오자 성민이형이 언제 입었는지 외투를 입고 있다.
그런 형을 멤버들이 억지로 자리에 앉혔다.


“그냥 쟤 혼자 가게 내버려둬.”
“맞아. 밖에도 추운데 그냥 우리랑 따시게 여기 있자.”


성민이형은 곤란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숙소에 남아있으라는 뜻이었다.
그리고는 그냥 나와 버렸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근처 마트에 가서 안주가 될 만한 것은 다 쓸어 담았다.
물론,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나를 잡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양 손 가득 안주거리가 든 봉지를 들고 숙소로 향했다.

올려다본 하늘이 언젠가 새벽에 놀이터에서 형과 함께 본 하늘처럼 맑고 별이 떠 있다.
갑자기 그 놀이터가 가고 싶어 그 놀이터로 향했다.
나는 형이 앉았던 그 그네에 앉아서 담배를 하나 물었다.
아마 형이랑 나왔다면 이렇게 담배도 필 수 없겠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내 발로 비벼 끌 때까지 내내 성민이형 생각만 했다.
우리가 같이 지낸 크리스마스만 벌써 몇 년째지.
아마, 우리 멤버들 중에 성민형과 크리스마스를 보낸 횟수가 가장 많은 건 나 일거다.
왠지 모를 자부심에 기분이 좋아졌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지나 크리스마스다.
내가 나온 게 10시 30분 정도 였으니 밖에서 오래도 있었다.
들어가면 멤버들이 뭐라고 하겠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적당히 해주겠지 뭐.
난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나 왔어~”


시끄러워야 할 숙소가 조용하다.
거실을 보니 멤버들의 표정이 심각하다.

 

“무슨 일 있었어?”
“혁재 왔냐.”


다들 시무룩한 표정이다.
내가 이렇게 늦게 돌아온 것에 대해 뭐라고 하지도 않고 이상하다.
무슨 일 있었나...?
멤버들이 이렇게 될 정도면 성민이형이 관련된 일 아니면 우리 사무실 문제다.
불안한 마음에 성민이형을 찾으니 형이 없다.


“성민이형은?”
“방에서 자.”
“왜?”
“우리가 좀 많이 먹였어.”


주량이 은근히 센 성민이형이 뻗어서 잘 정도면 많이도 먹였나보다.
정작 자신들은 하나도 취하지 않은 분위기다.
성민이형에게 술을 많이 먹여서 뭘 할 생각이었는지..
근데, 형이 뻗은 거랑 이 분위기가 무슨 상관이지?


“근데 분위기가 왜 이래.”
“혁재야, 잘 들어.”
“어.”
“성민이에게 정말 애인이 있는 것 같다.”
“....뭐??!!”


나는 마시고 있던 맥주를 뿜었다.
도대체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30분 전. 술에 취한 성민이형이 화장실에 간다고 화장실에 갔어요. 근데 꽤 시간이 지나도 안 나오기에 걱정이 된 저는 화장실로 향했죠.”

 

려욱이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근데 화장실에서 들려온 형의 목소리는 가히 충격적....”
“뭔데?”
“전화를....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화장실에 간다고 한 지 10분이 넘었는데도 나오지 않는 성민 때문에 려욱은 화장실로 향했다.
주량이 꽤 세다고 생각했던 성민은 형들이 술을 거의 퍼부어 먹여 논 상태여서 술에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하는 걱정에서 였다.
굳게 닫혀있는 화장실 문을 열려고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댄 순간 화장실에서 성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취했지만 여전히 조근조근대는 말투가 사랑스러웠다.


-응,.미안, 멤버들 때문에..나도 너랑 단 둘이 크리스마스 보내고 싶지. 당연한 거잖아. 응. 나? 많이 안 마셨어. 에이~ 많이 안 마셨다니까 그래. 내 말투가 뭐 어때서! 으흥, 네가 바로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나 지금 막막 키스하고 싶단 말이야. 일로 달려오면 안 될까? 치이, 바보. 보고 싶다...응. 나도. 정말 사랑하는 거 알지? 진짜 너무 너무 사랑해. 응. 메리크리스마스.


손잡이를 돌리려던 려욱의 손이 덜덜덜 떨렸다.
전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 내용을 들어보면 연인과 하는 대화다.
키스가 하고 싶다는 둥, 사랑한다는 둥, 단 둘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는 둥.
려욱은 비틀대며 자리로 돌아왔고 성민은 화장실에서 나와 바로 방으로 가 뻗었다.

 


“...정말 누굴까요.”
“유, 윤호형 아닐까?”


려욱이가 말해준 것을 들은 나는 목소리가 떨려왔다.
저번에 키스마크 주인이 윤호형 이었으니, 분명 윤호형 일거라고 난 생각했다.
그러나 멤버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 시간에 내가 윤호랑 통화하고 있었어.”


희철이형이 시크하게 말했다.
그럼 도대체 누구냔 말이야.

멤버들도, 나도 그냥 술만 마셨다.
속이 탄다.
기뻤던 크리스마스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

 

-

 

“5, 4, 3, 2, 1 드디어 2007년 새해입니다!!”


MC들이 소리치고 관객의 함성소리가 임진각을 울렸다.


“Happy Birthday.”


나는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던 성민이형의 뒤로 가 조용히 속삭였다.

1월 1일.

새해가 시작되는 첫 날이기도 하지만 나에겐 아니, 우리 멤버들에겐 새해가 시작되는 첫 날이라기 보단 누구보다 소중한 성민이형의 생일이라는 게 더 익숙하다.

내 목소리에 성민이형의 뒤를 돌아봤고 이내 환하게 웃었다.
아..예쁘다..


“고마워.”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닌다.
그걸 또 알았는지 멤버들이 와서 방해를 한다.
그래도 내가 제일 먼저 형의 생일을 축하해 준 것에 대해 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요즘, 이상한데서 자부심 많이 느끼네.


“이성민! 생일 축하한다!”
“고마워요.”
“형,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


우리 멤버들뿐만 아니라 SS501멤버들도 동방신기 멤버들도 그 외 여러 사람들이 와서 형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 어느 때보다 형의 얼굴이 밝다.
그래서 나도 기분이 좋다.

 

 

우리 숙소에는 여우가 산다.
여우주의보
w.일랑

 


굉장히 피곤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연말시상식이다 뭐다 해서 스케줄이 계속 있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보일 퍼포먼스다 뭐다 해서 연습실에 쳐 박혀 있었던 시간도 많았고 라디오 때문에 밤늦게 숙소에 도착해 늦게 잠이 들었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멤버들 모두가 피곤하겠지만 이따 오후에는 성민이형을 집으로 보낼 생각이었으므로 지금 파티를 하지 않으면 파티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멤버들은 성민이형 생일 파티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아까 미리 사 놓은 생일 케이크와 여러 가지 인스턴트 음식들(지금 시간이 너무 늦어 시켜 먹을 수 없었기에) 그리고 파티에는 빠지지 않는 술까지.

형은 기뻐했고 우리도 기뻤다.
예쁘게 웃음 짓고 있으면 피로가 다 풀리는 듯하니까.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성민이~ 생일 축하 합니다~!!”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형이 촛불을 껐고 우리는 1조각씩 케이크를 먹었다.
팬 분들이 준 케이크도 있었지만 형은 굳이 우리가 직접 산 케이크를 먹어야 한다고 케이크를 13조각으로 커팅했다.
물론, 13조각으로 자르기엔 무리가 있어 보여 우리가 말렸지만 반드시 13조각으로 잘라야 한다며 고집을 부려 결국은 13조각으로 잘라서 멤버 한 사람씩 케이크 조각을 나눠 받았다.

케이크를 다 먹고 나서는 당연 서로의 얼굴에 생크림을 묻히고 난리가 났다.
예쁜 성민이형의 얼굴에 하얀 생크림이 가득.
어쩌면 사람이 저런 모습까지 예쁠까.
내 얼굴에 강인이형이 생크림을 묻히는 것도 모른 채 난 형의 얼굴을 감상했다.
저 얼굴에 묻어있는 생크림을 한 번만 먹어 봤으면..
변태 같다고? 아마 우리 멤버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분명히.


“성민아, 너무 맛있어 보인다.”


물론 저렇게 생각으로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실행하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이다.
가장 연장자인 특이형이 성민이형의 얼굴을 붙잡고 쪽쪽 빨아댔다.
아씨..드럽게.


“혀, 혀엉..”
“야!!!!!!!!!!!!!!!!!!!!!!!!!!!!!!”


성민이형은 곤란해 했고(당연 곤란하겠지. 누가 자기 볼을 쪽쪽 빤다고 생각해봐라. 기분 얼마나 더러 울지.) 멤버들은 격분했다.
가장 힘 센 강인이형과 무서운 희철이형이 특이형을 성민이형에게서 떼어놨다.

그리곤....


“아악!! 미안해!! 잘 못 했어!!”


신나게 밟았다.
거기에 신동형이랑 려욱이, 그리고 동해가 가세했고 특이형은 더 괴로워했다.
거참 쌤통이다.

특이형 토벌을 마친 멤버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건배를 외쳤고, 성민이형만 특이형을 걱정했다.
착해 빠져가지고는..


“이성민의 22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건배-!!”


기분이 업 된 멤버들은 술을 마구 퍼 마셔댔고(내일 스케줄도 없으니) 거실은 아까보다 더 시끄러워졌다.


“야, 여우. 너 일로 와.”


드디어 술에 취한 희철이형이 성민이형을 독점하려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그 독점을 보고만 있을 멤버들이 아니다.
결국 멤버들은 술에 취한 희철이형에게 술을 더 먹이고 더 먹여 희철이형을 쓰러트리는 데 성공했고 희철이형은 방에 아무렇게나 버려졌다.


“아오, 형. 형은 왜 그렇게 예쁘냐. 진짜 내 색시하면 안될까?”
“야. 성민이는 내가 제일 좋대. 그치 성민아?”
“웃기지 마. 형 같은 늙다리를 왜 좋아하냐?”
“야! 성민이는 내 보조개가 제일 예쁘댔어!!”
“웃기지 마! 내가 웃을 때가 제일 멋있대!”


색시 삼고 싶다는 건 동해였는데 어느새 또 특이형과 강인이형의 말싸움으로 번졌다.
저 둘이 취하면 하는 짓이 매번 똑같다.
안 그래도 목소리 큰 두 사람인데 거실이 시끄러워 죽겠다.


“아, 형들. 시끄러워요.”
“야 김려욱. 솔직히 말해봐. 우리 둘 중에서 누가 더 잘생겼어!?”
“.....솔직히 제가 제일 낫죠.”
“뭐!!??”


정말 난장판이 따로 없다.
저 셋이 다투던 말 던 성민이형은 두 훈남 시원이와 규현이 사이에 앉아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나는 여기도 저기도 끼지 못한 채 소파에 앉아서 오징어만 질겅질겅 씹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갑자기 동해가 진실게임을 하자고 난리를 쳐서 멤버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소주병을 돌려 지목된 사람이 걸린 거고 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질문은 3개.
말하기 싫으면 대답 안 해도 되지만 냉면 사발에 듬뿍 담긴 쏘맥을 전부 마셔야 한다.
규칙도 살 떨리게 무섭다.
나는 저거 마시면 그냥 쓰러지겠는데?


특이형에 의해 소주병이 돌아갔고 멤버들은 모두 침을 꼴깍 삼켰다.
제발, 성민이형이 걸려야 할 텐데..!
우리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시원이가 걸렸다.
멤버들은 허탈해했고 질문조차도 하기 귀찮아했다.


“음, 시원이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낭랑한 목소리. 첫 번째 질문의 주인공은 성민이형이었다.
바보 같이 자기 좋아하는 거 모르나?
시원이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밝힐 수 있냐?”


2번 째 질문을 한 건 강인이형이었다. 짓궂다.
그게 성민이형인지 뻔히 알면서.
시원이는 성민이형의 눈치만 보다가 결국 냉면 사발에 가득 차 있던 쏘맥을 전부 마시고 쓰러졌다.

이번에는 강인이형이 소주병을 돌렸다.
소주병은 돌고, 돌고 돌다가 기범이 앞에 멈췄다.
다시 한 번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고 기범이도 자기가 걸린 걸 한탄하며 질문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냥 냉면 사발 쏘맥을 마시고 쓰러져버렸다.

다시 강인이형이 소주병을 돌렸고 우리는 또 다시 숨을 죽였다.
소주병은 과연 누구를 택할 것인가. 침을 꼴깍 삼키는 순간, 소주병은 려욱이를 향하나 싶었는데 그 옆에 있는 성민이형을 가리키며 멈춰 섰다.


“흠흠, 그럼 우리는 질문에 대해 상의를 할 테니까 성민아, 조금만 기다려.”
“네.”


성민이형이 지목되자 우리는 질문에 관한 회의를 시작했다.
아까 시원이 때랑은 너무 다른 분위기다.
간단한 회의를 마친 우리들의 첫 번째 질문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였다.

성민이형은 약간 곤란해 했지만 이내 다부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멤버들은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부터 수상하다 했지만 본인의 입에서 확실한 대답을 들으니 충격이 컸다.


“그, 그럼, 그 사람 이름에 J가 들어가니?”


특이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건 회의 내용에 없었던 내용이라 멤버들이 격분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성민이형 앞에서 무너졌다.
크리스마스 때 일어난 사건으로 그럼 성민이형의 그는 윤호형이 아닌가? 라면서 궁금해 했던 멤버들은 지금 형의 대답으로 성민이형의 그가 윤호형이라고 확정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내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음..그럼 그 사람 이름에 H도 들어가?”


아예 대 놓고 그 사람이 정윤호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조금 그랬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물었다.
형은 눈이 커지더니 베시시 웃으면서 응- 이라고 작게 말했다.

진실게임은 성민이형을 끝으로 끝나버렸고 형은 아쉬워했다.
그리곤 피곤했는지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남은 멤버들은 남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정윤호, 그 놈은 전생에 어떤 착한 일을 했길래..”
“솔직히 윤호형보단 제가 낫죠.”
“아 진짜..”


정말 암울한 분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 분위기에 나도 이끌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 퍼 마셨다.


“야, 내일 정윤호 토벌 Ver 2 들어간다.”
“예. 형님. 이번엔 운동기간을 일주일 정도로 잡죠?”
“그래. 저번 4일은 너무 짧았던 것 같다. 내일부터 열심히 운동하자.”

 

참내, 4일이나 일주일이나.
이렇게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금 말 하면 나도 죽을 것 같았으니까.

 

-

 

오늘로 3일째.
생일을 맞아 집에 간 성민이형의 부제가 숙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성민이형이 직접 해주는 맛있는 아침밥 대신, 그나마 우리 중 요리를 잘 하는 강인이형의 구박이란 구박은 다 받으며 아침밥을 먹어야했다.
어찌나 구박을 하던지 아침밥 먹기가 두려울 정도 였다.
 
그리고 평소에 성민이형과는 민망해서 볼 수 없었던 야동들을 꺼내어 보기 시작했다.
형은 우리와 같이 보고 싶어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랑 야동을 함께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멤버들은 참을성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윤호 토벌 Ver2 였다.
일주일동안 운동하자고 한 멤버들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성민이형을 집까지 데려다 줄 택시가 떠나자마자 동방신기 숙소로 쳐들어갔다.
그 날 일을 회상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린다.


‘야!!! 문 열어!!’
‘누구..어? 영운이형이 웬일로..’
‘준수야, 잠깐 들어간다.’
‘어? 어..’


윤호형은 그 때 식탁에 앉아 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그걸 그대로 끌어 내려서 퍽퍽퍽.
영문도 모른 채 윤호형은 그렇게 맞아야 했다.


‘갑자기 왜 윤호형을..’
‘몰라, 그냥 내비 두자. 끼어들면 우리도 맞을 것 같아.’
‘그래.’


여전히 윤호형에게 무심한 동방신기 멤버들이었고 말리는 사람이 없어 멤버들은 편안하게 윤호형을 토벌했다.
그 날 동방신기 숙소에는 처절한 윤호형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우리 숙소에는 여우가 산다.
여우주의보
w.일랑

 


갑자기 소름이 돋아 몸을 떨었더니 옆에서 려욱이가 어디 아프냐고 물어왔다.
아픈 거 아니라고 걱정 말라고 했더니 려욱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거실로 나갔고, 마땅히 방에서 할 일이 없었던 나도 려욱이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서는 특이형과 강인이형이 컴퓨터로 신나게 야동을 보고 있었다.

 

“스읍.”
“이야, 죽인다..”


침 삼키고 닦고 난리가 났다.
저렇게 좋아하는 야동을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싶다.
사운드를 빵빵하게 하고 들어야 한다며 TV도 못 켜게 해서 난 TV도 못 보고 그냥 소파에 앉아서 여자의 앙앙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때, 갑자기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고 놀란 특이형과 강인이형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 둘은 설마 성민이가? 라고 생각해서 쫄았겠지만, 그 주인공은 바로 희철이형이었다.


“야! 성민인 줄 알고 놀랐잖아!”
“이 새끼들, 대낮부터 야동이나 보고 있고. 야, 비켜봐. 나 좀 하게.”
“지금 저녁 10시 거든?”
“어쨌든. 빨리 비켜봐.”


갑자기 숙소에 쳐들어와서는 컴퓨터를 내 놓으라고 하는 희철이형.
이유를 물으니 희철이형 컴퓨터가 맛이 갔다고 한다. 기범이랑 한경형은 자기들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느라 양보 할 생각을 안 하고 그래서 우리 숙소로 왔다고.


“싫어! 아, 너도 같이 야동 보자.”
“이런 미친 놈. 빨리 꺼져. 맴퍼 들어간다? 김영운, 엉덩이 까라.”
“아 왜 내가 까야 돼! 정수형, 그냥 비켜주자.”


안 그래도 저번에 희철이형한테 엉덩이를 맞아서 멍이 든 경험이 있는 강인이형은 바로 꼬리를 내리고 컴퓨터를 조용히 양보하자고 특이형에게 권유했고 강인이형에게 이길 수 없는 특이형도 꼬리를 내리고 컴퓨터를 희철이형에게 양도했다.
이게 바로 약육강식의 세계다.


“근데 뭐 하려고?”
“어, 운세 보게. 누가 공짜 상품권 줬거든.”
“그래?”


희철이형은 빠른 손놀림으로 어느 사이트에 들어갔고 회원가입을 했으며 로그인을 했다.
잠시 후, 강인이형이 소리를 내어 읽었다.


“김희철. 1983년 7월 10일생. 올해 총 운세. 06년에는 잔병치례가 많았으나 07년은 발 쭉 뻗고 자겠다. 고속도로를 마음껏 달리는 것과 같이 진행하는 일이 잘 되겠다.”
“오오, 좋은데?”


희철이형도 만족하는 듯 했으나 곧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주변사람들로 인해 연애운이 없어지므로 커플인 사람은 연인과 헤어지고 솔로인 사람은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과 이루어 질 수 없겠다.”
“아 씨발!”
“푸하하하하, 이루어 질 수 없데~”
“이 새끼들, 너네 때문에 연애운이 없어지는 거야! 아오, 정말.”
“나도 볼래. 나도!”


강인이형이 자기도 본다고 소리치자 특이형도, 아까부터 거실 바닥에서 뒹굴던 시원이도, 갑자기 방에서 나온 동해도, 나와 같이 소파에 앉아있던 려욱이도, 규현이도 서로 자기도 보겠다고 소리쳤다.
나도 궁금해서 볼 생각이었으나 만약 나쁘게 나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 두고 그냥 모니터 앞에 가서 구경이나 할 생각으로 컴퓨터 앞으로 갔다.
먼저 본 사람은 강인이형이었다.


“김영운. 1985년 1월 17일생. 올해 총 운세.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가히 최고의 자리라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를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오니 항상 지갑이 두툼하겠다. 애정면에서는 안타깝게 운이 따르지 않겠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가슴에 새겨라.”
“아 뭐야!!!”
“푸하하하,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가슴이 새기라잖냐.”


다음엔 특이형이었는데 특이형의 2007년 총 운세는, -07년에는 유독 트러블이 많겠으며 직장 내 스캔들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여러 사람들과 대립하게 되겠다.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다니 가까운 사람에게 뺏기겠다. 트러블이 많겠지만 사업도 잘 될 운이다. 지금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면 사업을 시작해도 괜찮겠다.- 였다.


“가까운 사람? 그건 정윤호를 뜻 하는 건가?”
“그런가보다. 정윤호 토벌 Ver.3를 계획해야 하는 건가.”


지금 특이형이 신경 쓸 데는 그 쪽이 아니라 트러블이 많다는 내용 아닌가.
어쨌든, 이런 것들은 100% 다 믿으면 안 되는데(재미로 보는 거니까) 이미 멤버들은 100% 전부 믿고 있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애정운 빼고는 전부 좋은 말이었으니까.
그리고 특이하게도 지금까지 운세 본 멤버들의 애정운이 없다.
지금 성민이형과 윤호형의 관계를 철썩 같이 믿고 있는 멤버들로서는 당연히 이 운세를 믿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아 형, 내 꺼도 보자고.”
“알았어. 급하기는. 1986년 10월 15일. 이동해.”
“음.. 지금 일 하고 있는 분야 말고도 다른 분야에서 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니 참아라. 지금의 일을 꾸준히 하면 저절로 다른 분야에서도 일하게 되니 때를 기다려라. 애정문제로 친구와 싸울 조짐이 있으니 날카로운 성격을 죽일 필요가 있다. 라는데?”


나름대로 동해는 놀란 눈치다.
물론, 애정문제로 그렇게 친하던 윤호형을 복날 개 패듯 팼으니 싸웠다고 할 수 있고 지금 동해는 연기를 너무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슈키라에서 목소리 연기 하는 것 때문에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동해는 요즘 계속 연기, 연기 거리면서 다니고 있는 데. 이 운세. 뭔가 무시할 것은 못 되는 것 같다.


“다음은 우리 심바- 1987년 2월 11일. 맞나?”
“아 형! 저 10일이예요. 정말 너무한다.”
“아아, 미안. 2월 10일. 최시원. 음..지금 하고 있는 일의 분야 말고도 여러 분야에서 스카웃제의가 들어온다. 하는 일 마다 전부 좋은 성과를 이루니 많은 일을 해도 좋겠다. 다만,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니 조심해라.”
“오, 좋은데?”
“그러게요.”


운세에 나름대로 만족했는지 시원이의 얼굴이 밝다.


“형, 저도 보자고요.”
“알았어. 누가 안 해준 댔냐. 1987년 6월 21일 김려욱. 07년에는 기분 좋은 일의 연속이겠다. 지금 가지고 있는 직업의 최고가 될 수 있는 길운의 해이다. 그러나 연애사업에서는 단단히 실패하겠다. 짝사랑을 하고 있다면 이미 그 사람의 마음에는 다른 이가 있으니 관두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푸하하하하, 적극권장한데.”
“아씨, 형들 웃지 마세요.”


려욱이가 울상이다.
마지막으로 운세를 본 건 막내 규현인데 대충 돈이 잘 들어와서 항상 주머니가 든든하지만 애정운이 없고 주변 사람에게 속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돈이 들어온다는 내용에 좋아하다가 애정운이 없다는 내용에 급 침울해진 막내를 보고 있자니 조금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멤버들 모두 애정운이 없다는 그런 내용이 운세에 있었기에 멤버들은 정윤호 토벌 Ver.3를 준비하는 회의로 바쁘다.
불쌍한 윤호형.
우리 멤버들이 너무 극성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성민이형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여러모로 불쌍하고 안 된 건 윤호형 이라는 거.

회의를 하는 멤버들 사이에 낄 수 없어 방으로 들어왔는데 때마침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기다리는 문자가 있었기에 얼른 문자를 확인했다.


[항상 만났던 그 곳으로 1004]


귀엽게 1004로 번호를 속여도 이런 문자를 나에게 보낼 만한 사람은 이 세상에 단 1명밖에 없기에 나는 실실 웃으면서 겉옷을 챙겼다.
거실로 나가니 아직도 멤버들은 정윤호 토벌 Ver.3를 계획하고 있느라 날 신경도 안 쓴다.
뭐, 이 편이 좋기도 하지만.

그를 기다리게 하지 않기 위해 약간은 속력을 붙여 뛰었다.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항상 만났던 그 놀이터에 도착하니 익숙한 인영이 그네에 앉아 발장난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또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서 계속 지켜보니 날 알아챘는지 내 쪽으로 뛰어온다.


“왔으면 말을 해야지!”
“너무 귀여워서 계속 보고 있느라.”
“으힉-! 느끼해.”


느끼하다고 타박하면서 웃는데 가로등 하나 없는 이 어두운 데서도 얼굴에서 빛이 난다.
아..예쁘다..


“나 안 보고 싶었어?”
“응.”
“거짓말하고 있어. 거짓말 안 하면 뽀뽀해 주려고 했는데.”
“사실 너무 보고 싶었어. 맨날 네 사진만 봤단 말이야.”
“진작 그랬어야지.”


싱긋 웃던 그가 푹 눌러 쓴 자신의 모자를 벗고 내 모자도 벗기더니 입술을 부딪쳐 왔다.
맨 처음에는 쪽쪽거리면서 뽀뽀를 하더니 내 아랫입술을 앙- 하고 물고는 풉- 하고 웃는다.
자꾸 애 태우네. 쓰읍, 안 되겠어.
애 태우게 한 벌로 그를 주변 미끄럼틀에 거칠게 눕혔더니 아- 하면서 입술을 벌려온다.
그 때를 놓치면 이혁재, 인간이 아니지.
몇 일 동안 못 봤다고 이 입술이 얼마나 그립던지.
꽤 격하게 키스를 했더니 내 등을 팡팡 하고 때린다.


“아, 왜.”
“내가 뽀뽀 한 다 그랬잖아! 누가 키스까지 하래!”
“네가 유혹 했잖아.”
“형이야.”
“꼭 이럴 때만 형 타령 하더라.”
“형이니까..읍!!”


다시 말하려는 그의 입을 다시 막아버리고 계속 키스했다.
아, 맛있어.
안 되겠는지 내 옆구리를 세게 꼬집는 바람에 키스는 중단 됐다.


“하아, 보고 싶었어.”
“치이, 또 괜히 할 말 없으니까.”
“보고 싶었다. 진짜야.”
“....나도.”


서로의 얼굴을 보고 풉 하고 웃었다.
이그, 이쁜 것.


“우리 오랜만에 할까?”
“변태.”
“형도 좋잖아. 싫으면 말고.”
“내가 언제 싫댔어! 가자.”
“푸하하하, 그럴 줄 알았지.”
“너, 저번처럼 키스마크 많이 남기면 알아서 해! 그 때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지가 옷 벗고 자 놓고는. 이번에도 들키면 또 윤호형한테 뒤집어씌우지 뭐.”
“와, 이혁재 못됐다.”
“자기도 같이 윤호형으로 몰고 갔으면서 말이 많아.”
“난 우리 서방님 지키느라 그런 거지.”
“말은 잘 해요.”


정말 말은 잘 하는 우리 여우, 이성민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한 번 꼬집어 주고 모자를 예쁘게 씌어줬다.
내 모자는 물론 우리 여우가 예쁘게 씌어줬고.
우리가 그거 할 때 자주 가는 그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 곳의 주인은 할머니로 우리를 전혀 모르니 우리의 파라다이스라고나 할까.


“오늘 좀 격하게 놀아볼까?”
“어쩜, 말 좀 예쁘게 해. 변태 같아.”


그러면서도 춥다고 팔짱을 끼어오는 우리 여우 때문에 내가 제 수명에 못 살지.
빨리 가서 하고 싶다. 라고 말하니까 내 옆구리를 꼬집는다.
아, 행복해.
윤호형에게는 미안하지만 당분간 신세 좀 져야 겠다.
미안, 윤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