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세상을 찾아서

저녁노을 2020. 4. 20. 09:47




그때 저 보살대사들의 설법에 감동한 천녀 하나가 문득 유마거사의 방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는 곧 대보살들과 대성문들의 머리 위로 아름다운 꽃비를 내렸다. 그러자 보살들의 몸에 내린 꽃잎들은 금방 밑으로 떨어졌지만 대성문들의 몸에 내린 꽃잎들은 웬일인지 그대로 붙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대성문들은 온갖 신통력을 동원해서 떨쳐내려고 했지만 그것은 몸에서 도대체 떨어질 줄 몰랐다.
그러자 천녀가 사리불에게 물었다.
“대덕이시여, 굳이 꽃잎을 떨쳐내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리불이 답했다.
“쳔녀여, 모름지기 출가수행자의 몸으로 꽃을 가까이한다는 것은 법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천녀가 말했다.
“대덕이시여, 그러한 말씀은 부디 삼가시기 바랍니다. 이 꽃은 조금도 법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꽃은 정작 아무런 생각도 분별도 없기 때문입니다. 법에 어긋나는 것은 오히려 거듭 분별하고 생각을 굴리는 그대 자신입니다. 대덕이시여, 출가하여 훌륭한 법을 따르면서도 거듭 분별하고 생각을 굴리는 일이야말로 법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대덕께서는 법과 율에 대해 늘 머리를 짜내어 분별하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진정 바른 일인 것입니다. 대덕이시여, 잘 보십시요. 사려와 분별을 벗어났기에 저 보살대사들의 몸에 정작 꽃잎 하나 붙어 있지 않은 모습을……
두려운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그 틈을 노리고 온갖 악령들이 달려듭니다. 마찬가지로 생사윤회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색, 소리, 냄새, 맛, 촉감이라는 다섯 가지 욕망이 더욱 세차게 비집고 들어옵니다. 하지만 모든 법에 의한 번뇌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정작 색, 소리, 냄새, 맛, 촉감의 다섯 가지 욕망이 아무리 강해도 결코 그를 위협하지 못합니다. 애착에 의해 길들여진 습관을 끊어내지 못한 사람에게는 꽃잎이 달라붙지만 그로부터 훌쩍 벗어난 이에게는 꽃잎이 달라붙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잘못된 습관을 모두 떨쳐버렸기에 보살들의 몸에는 꽃잎 하나 달라붙지 않는 것입니다.”   [글 : 유마경의 7장(觀衆生品) 4절 천녀와 꽃비]





<유마경>에서는 꽃의 화려함을 걱정하지 말고 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가르친다. 이것은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과 이것을 일으키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초월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꽃을 통해 이런 가르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꽃은 화려한 형상과 색으로 인간의 감각과 욕정을 자극하기 쉽기 때문이다. 꽃을 보면서 꽃이 왜 꽃인가, 왜 이 꽃은 이렇게 화려한가를 따지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꽃은 그 자체로 완결된 여래장의 씨앗이다. 꽃은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한다. 이것을 화려한 형색으로 보는 것은 인간이다. 감각적 욕심 때문에 꽃을 자극적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변질시켜 본다. 꽃은 자극적 아름다움과 전혀 상관 없는 독립적 존재인데 사람들의 욕정으로 인해 꽃에서 자극적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다. <유마경>은 이것을 벗어나 꽃에서 분별상을 찾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가르친다.







































 

[사진 : 2020년 4월 19일 강원도 홍천에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