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저녁노을 2021. 6. 14. 15:11

 

 

접시꽃(Althaea rosea)

 

일요일에 운동 겸 광교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버스정류장 담벼락에 접시꽃이 너무 예쁘고 소담스럽게 피어 있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간단한 산행이라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그래도 아쉬울 때는 이렇게 스마트폰이 요긴하게 쓰인다.

 

접시꽃은 촉규화(蜀葵花)라고도 하며 원산지는 중국 서부 지역으로 역사가 오래된 꽃이다. 아욱과의 두해살이풀 혹은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국에서 자란다. 봄이나 여름에 씨앗을 심으면 첫 해에는 잎만 무성하게 영양번식을 한다. 잎은 전체가 억센 털로 덮여 있으며 손바닥 모양으로 5~7갈래로 갈라지며 가장자리는 톱니 모양이다. 줄기가 1m에서 크게는 3m 정도까지 곧게 자라며 가지는 갈라지지 않는다,

 

꽃은 이듬해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짧은 자루가 있는 꽃은 6월~7월 사이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아래쪽에서 피어 시작해 위로 올라간다 꽃의 크기는 지름 5~10cm 정도다. 꽃잎 5개가 나선형으로 붙으며 꽃잎 끝이 물결 모양인 경우가 많다. 꽃가루가 많아서 벌과 곤충이 즐겨서 찾는다. 멀리서 보면 같은 아욱과의 식물인 무궁화 꽃과 비슷한 모양이다. 꽃색은 붉은색, 분홍색, 노란색, 흰색, 등 다양하고 꽃잎도 겹으로 된 것이 있지만 홑꽃이 더 아름답다. 수술은 서로 합쳐져서 암술을 둘러싸고 암술머리는 한 개로 끝이 갈라진다. 열매는 9월경에 익는데 씨앗이 촘촘하게 타이어 바퀴 모양으로 둘러싸여 여물고 마르면 열매가 갈라져 씨앗이 떨어진다.

 

접시꽃의 이름은 열매의 둥근 모양이 접시를 닮아서 붙여졌지만, 꽃의 모양도 접시와 비슷하게 생겼다. 촉규화는 접시꽃의 한자 이름이며 융규(戎葵), 호규(胡葵), 오규(吳葵) 같은 별칭이 있다. 규(葵)는 본래 채소 아욱을 뜻하는 글자인데 촉규(蜀葵)란 ‘촉 땅의 아욱’이란 의미로 붙여진 것 같다. 우리의 꽃노래 중 화편(花編)에 "규화(葵花)는 무당(巫堂)이요 / 해당화(海棠花)는 창녀(娼女)로다."라는 가사가 있다. 접시꽃을 무당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마도 울긋불긋 현란한 꽃들이 무당의 오방색 옷을 연상시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촉규화는 옛날부터 많은 문인묵객들이 시를 지어 부르던 꽃이다. 당나라의 시인 장삼, 두보, 이교가 시를 지어 촉규화를 노래하였고, 우리나라에는 신라 시대의 최치원, 고려말의 이색, 조선 중기의 고상안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 대해 한탄하는 최치원(崔致遠)의 <촉규화(蜀葵花)>라는 詩가 있다.

 

寂寞荒田側(적막황전측) : 적막하고 황폐한 밭 가에
繁花壓柔枝(번화압유지) : 흐드러지게 핀 꽃송이 가지 눌렀네
香經梅雨歇(향경매우헐) : 향기는 장마 비 겪어 사라지고
影帶麥風의(영대맥풍의) : 꽃 그림자는 맥풍에 흔들리네
車馬誰見賞(거마수견상) : 수레와 말 탄 사람 중 누가 보아 주리
蜂蝶徒相窺(봉접도상규) : 벌 나비만 부질없이 찾아 드네
自慙生地賤(자참생지천) : 천한 땅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堪恨人棄遺(감한인기유) : 사람들에게 버림받음을 한스러워하네

 

여기서 '황폐한 밭'은 바로 평민 출신인 자신의 신분을 비유하며, 골품 제도의 귀족들인 '수레와 말 탄 사람'이 눈 여겨 보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알아 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흐드러지게 핀 꽃송이'는 뛰어난 자신의 능력을 비유하고 있다.

 

 

 

꽃 이야기에서 전설이 빠질 수 없다. 먼 옛날 꽃의 나라 화왕이 궁궐 뜰에 세상에서 제일 큰 어화원(御花園)을 만들고는 세상에 있는 꽃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모아서 기르고 싶어했다.
“천하의 모든 꽃들은 나의 어화원으로 모이도록 하라.”
화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세상의 모든 꽃들은 어화원으로 모여 들었다. 그 무렵 서천 서역국 어느 곳에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세상의 모든 꽃을 모아 심어 가꾸는 꽃감관(監官)이 있었다. 그 때 화왕의 명령을 전해들은 꽃들은 술렁거렸다. 그런데 꽃감관은 계명산 신령님을 만나러 가고 없었다. 어화원에서 내일까지 도착하는 꽃들만 받아 준다고 누가 말하자 꽃들은 너도나도 모두 어화원으로 달려갔다. 망설이던 꽃들도 다른 꽃들이 떠나니까 모두 따라서 어화원으로 향했다. 계명산 신령님을 만나러 갔던 꽃감관이 돌아왔을 때 꽃으로 가득했던 산과 들이 텅 비어버렸다. 아무리 불러도 집안에는 메아리조차 없었다. 온갖 사랑과 정성을 기울여 가꾼 꽃들이 자취도 없이 몽땅 사라진 것이다. 자기는 꽃들을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 바쳤는데 꽃들은 몰래 자기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때 대문 밖 울타리 밑에서 접시꽃이 방긋이 웃으며 꽃감관을 쳐다보며 말했다.
“감관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여기 있습니다.”
“야! 너였구나. 너 혼자니? 다른 꽃들은 모두 어디 갔니?”
“모두 감관님이 안 계시니까 제멋대로 화왕님의 어화원으로 갔습니다.”
“내 허락도 없이 가다니. 괘씸하구나. 그런데 너는 왜 떠나지 않았니?”
“저는 여기에서 감관님의 집을 지켜야지요. 저마저 떠나면 집은 누가 봅니까?”
“고맙구나. 내가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꽃은 너였구나.”
꽃감관은 지금까지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던 접시꽃에게 미안하면서도 혼자 남아서 집을 지켜준 접시꽃이 너무도 고마웠다. 꽃감관은 그 때부터 접시꽃을 대문을 지키는 꽃으로 삼게 되었고, 그래서 접시꽃은 지금까지도 시골집 대문 앞에 많이 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접시꽃은 햇빛이 충분하고 배수가 좋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토양 조건에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습한 토양에서는 생존하기 힘들 수 있다. 접시꽃은 양지바른 곳에서는 로제트 상태로 겨울을 난다. 로제트형 식물이란 추운 겨울에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잎을 활짝 펼친 식물을 말한다. 땅에 잎을 마치 장미꽃잎처럼 펼치고 있어 장미(로즈)에서 이름을 따와 로제트형 식물이라고 부른다.

 

접시꽃의 학명은 Althaea rosea이다. 속명은 라틴아 알케아(Alcea)에서 왔으며 아욱, 당아욱을 뜻하는데 영어명 Holly Hock가 아욱과에 속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종명 로제아(rosra)는 장미 또는 분홍색을 의미하는 말로 '장미를 닮은 아름다운 꽃'이라는 의미로 만들어 졌다..

 

접시꽃은 전 세계 온대 지역에서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한다. 야생종 이외에도 원예용으로 개량된 다양한 품종이 있다. 특히 원예용 품종은 꽃잎이 겹으로 풍성하게 나는 겹접시꽃(Double hollyhock)이 많다. 대표적인 품종으로 ‘채터스(Chates)’ 시리즈와 ‘썸머카니발(Summer Carnival)’ 시리즈 등이 있다. 진한 자주색 꽃이 피는 ‘크림 드 카시스(Creme de Cassis)’와 검은색에 가까운 적갈색 꽃의 ‘왓치맨(The Watchman)’도 인기 있는 품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담장이나 울타리, 벽 근처에 관상용으로 심는 경우가 많으며 약재로도 이용한다. 한방에서 꽃은 그늘에, 잎과 뿌리는 햇볕에 말려 쓴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환제 또는 산제로 하여 사용하며, 술을 담가서도 쓴다. 주로 운동계, 비뇨기과·순환계 질환을 다스린다. (2021-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