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 화법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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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4.

유체이탈 화법에서 벗어나기

  • 입력 : 2019.11.02 00:07:01   수정 :2019.11.02 21:23:36
메타인지와 유체이탈. 자신의 관점에서 한 발짝 벗어난다는 점에선 같지만 본질에선 하늘과 땅 차이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발견·통제하는 정신 작용을 뜻한다. 유체이탈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건이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처럼 하는 것이다. 특히 책임 회피 화법에서 많이 쓰인다.
유체이탈 화법은 날로 진화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비판받는 당사자가 오히려 자화자찬을 일삼는 적반하장(賊反荷杖) 전략이다. 모두가 비판하는데도 리더 본인만 100% 잘하고 있다고 확신에 차 말하면 상대방은 어이없어 하다가 슬며시 `내 비판이 옳은 거였나` 근원적 고민까지 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또 다른 유체이탈 화법은 구절양장(九折羊腸). 아홉 번 꼬부라진 양 창자처럼 굽이굽이 배배 꼬고 복잡하게 길게 말해 미로에서 길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쉼표, 마침표도 없이 길게 이어나가면 책임 추궁은커녕 상대의 기를 차게 하고 숨까지 막히게 하는 신공을 발휘한다.

그 외에 기존 단어를 사전적 의미와 다르게 사용해 자신만의 용어로 바꿔치기 하는 양두구육(羊頭狗肉) 방법도 흔히 쓰인다. 양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팔 듯 모든 사람이 원하는 용어는 남발하는데 책임 실체와 변화 내용이 없는 경우다. 지당하기 그지없는 말을 하는데 제3자들에게 화살을 돌려 반성을 촉구하거나, 혁신의 대상이 주체로서 가열한 혁신 기치를 내거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또 성동격서(聲東擊西) 즉 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에서 적을 치는 기법도 많이 쓰인다. `뭣이 중헌디` 하며 현재 난국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해 관점을 돌려놓고선 쾌재를 부르는 경우다.

경영학자 존 코터는 리더들의 유체이탈 이유를 △본인의 문제를 정말 알아차리기조차 못해서 △알긴 하지만 심각성을 과소평가해서 △실행에 따르는 불편함을 감수하기 싫어서라고 지적한다. 결국 메타인지 리더와 유체이탈 리더 간 차이는 문제를 분칠하지 않고 정면 대처하는 데 있다. 공자의 원포인트 레슨을 통해 둘 사이의 차이를 알아보자.

첫째, 유체이탈 리더는 적반하장으로 부인하지만, 메타인지 리더는 반구저기(反求諸己)를 되새긴다. 공자는 "활쏘기는 군자와 비슷한 것이 있다. 정곡을 맞히지 못하면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고 말한 바 있다. 과녁을 맞히지 못했다면 바람 세기, 화살 등 외부를 탓하기보다 본인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눈 내리는 것도 리더 책임이란 말이 괜히 있겠는가. 공은 리더에게서 멈춘다.

둘째, 유체이탈 리더는 구절양장으로 에두르지만, 메타인지 리더는 사달이이의(辭達而已矣], 숏컷이다. 리더의 말은 뜻을 충분히 전달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짧고 간결하고 분명하게 하라. 본인 의도가 순수할수록 말은 쉬워지는 법이다. 누가 책임이고, 어떻게 대비책을 세울 것인지가 빠지면 단팥 없는 찐빵이다.

셋째, 유체이탈 리더는 양두구육으로 분칠하지만, 메타인지 리더는 정명(正名), 즉 민낯으로 승부한다. 공자는 이름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말이 서지 않고, 말이 서지 않으면 모든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도덕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도덕성을 강조하거나, 앞뒤 꽉 막힌 사람이 창조를 강조하거나, 편 가르기를 하는 사람이 포용력을 운운할 때 의미 충돌이 발생한다. 정명은 이름과 실체가 일치해야 힘을 발휘한다.

넷째, 유체이탈 리더는 성동격서 작전을 쓰지만, 메타인지 리더는 능근취비(能近取譬) 처방을 사용한다. 맹자는 자기 밭은 버려둔 채 남의 밭을 매는 어리석음을 질타한 바 있다. 즉, 담요 밑 먼지를 덮어두고 청소를 아무리 해봤자 소용없다. 현안을 덮어둔 채 장밋빛 전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미망이다. 현재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늘어놓는 먼 미래 이야기는 발밑 맨홀을 방치한 채 북두칠성만 보며 길을 가라는 것과 같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