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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65%가 언 채, 심장 부근만 피 돌아… 청개구리의 눈물나는 겨울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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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의 창가에서/재미있는 자연이야기

2014. 12. 14.

올 초 본란에 '식물의 월동'이 나갔다. 늦가을에 접어들면 소나무는 닥쳐올 고달픈 냉한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월동 준비하느라 부동액을 비축하니, 세포에 프롤린이나 베타인 같은 아미노산과 수크로오스 따위의 당분을 저장한다고 썼다. 봄동이나 된서리를 맞은 늦가을 배추는 그래서 더더욱 달착지근하고 고소하다.

더우면 더위가 되고 추우면 추위가 되라 한다. 말이 그렇지 추운 날 아무리 겨울다워 좋다고 되뇌어도 살밑, 뼛속으로 파고드는 냉기에 쩔쩔맨다.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한여름에도 목장갑을 끼는 걸 보고 의아했는데, 늙고 보니 수족이 냉한 까닭을 알겠다. 체온대사가 예전만 못한 탓이다. 세월 앞에선 청솔도 이기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살을 에는 매운 겨울 추위에 식겁(食怯)한다. 그러나 보라. 정적이 감도는 황량한 야산에는 고추바람 무릅쓰고 보란 듯 기세등등하게 설치는 놈들이 있다. 까막까치는 물론이고, 참새·뱁새·딱따구리·꿩·산비둘기·어치들과 청설모·들쥐·길고양이·고라니들이다.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것들은 애오라지 온혈동물인 조류와 포유류들뿐이다. 여타 냉혈동물은 칼 추위에 죽었거나 온기 있는 곳에 숨어들었다.

우리나라 청개구리
이명원 기자
일례로 우리나라 청개구리〈사진〉의 겨울잠을 본다. 동면(冬眠)은 보통 곰·다람쥐·박쥐 같은 온혈동물이 하지만 개구리도 동면한다. 겨울 냉혈동물은 기온이 내려가면 체온도 따라 곤두박질쳐 심장박동과 호흡수가 뚝 떨어진다. 송곳 바람이 불면 물개구리는 냇물의 바위 밑에서, 참개구리는 땅굴이나 바위틈에서 떼거리로 어렵게 멀고도 험한 동절을 간신히 보내는데, 미련퉁이 바보 청개구리는 안타깝게도 홑이불인 가랑잎 더미 속에서 꽁꽁 언 채 고된 겨울과 겨룬다.

돌멩이처럼 얼어버린 청개구리는 일각이 여삼추로 생명만 근근부지한다. 연둣빛 살갗은 빛바래어 거무죽죽해지고, 야들야들했던 몸뚱이도 빳빳하게 굳어서 잡아 건드려 보아도 꿈쩍 않는다. 앙상하고 파리해진 검질긴 청개구리는 몸의 65%가 깡깡 얼어버려 심장 어름에만 피가 돌 뿐 시체나 다름없다. 그러나 포도당 등 여러 부동 물질 때문에 그리 쉽게 세포가 죽진 않는다. 녀석들도 가을에 겨울 채비로 벌레를 잔뜩 잡아먹어 몸에 글리세롤 같은 기름기를 비축해 놓았기에 심장이나마 살아 뛴다. 참 눈물겹고 가련한 청개구리다. 아니다. 청개구리도 다 꿍꿍이속이 있다. 체온이 내려가면 물질대사가 멈추다시피 하여 양분 소모를 몹시 줄인다. 다시 말해 에너지 소비를 목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초대사율 이하로 줄인다.

어떻게든 양분 소비를 줄여 새봄까지 견디겠다고 그러는 것이다. 그건 액체질소로 영하 196℃로 얼린 동결 정자나 냉동 인간이 오래 보관될 수 있는 원리와 같다. 남극해에 서식하는 대구의 일종인 얼음물고기도 생물 부동액(不凍液)인 포도당·글리세롤·당알코올(소르비톨)·당단백질들을 이용하여 바닷물이 얼기 직전 온도인 영하 1.8℃에서도 끄떡 않는다.

어찌 겨울을 지나지 않고 봄이 오랴. 힘든 일을 굳세게 이겨내야 좋은 일이 생긴다. 봄 타령이 좀 이르지만, 겨울을 난 소나무가 푸름을 되찾고 청개구리들이 펄떡펄떡 날뛰는 포근하고 화사한 춘절은 분명 오고야 말 터다. 동장군과 기꺼이 벗하여 아린 이 세한(歲寒)을 마냥 즐기자.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