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고유의 글

동숭동지킴이 2013. 5. 6. 19:16

 

 

 

<한국의 공무원 보수는 적절한가 - 국내적 국제적 비교>

    

얼마 전에 저의 페친 중 한 명이 언론보도를 계기로 한국의 공무원 보수가 적절한지 하는 질문을 저에게 던져왔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제 전공이 아니지만, 간단하게 제 생각을 페북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왕 페북에 글을 올린 김에 좀더 사정을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해서 이 분야에 관해 글을 많이 써온 다른 페친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통계를 이리저리 들여다보면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1)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의 현금보수는 다른 나라나 한국의 다른 직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드시 높다고 단정짓기는 힘듭니다.

 

(2) 그러나 공무원의 직업안정성과 연금제도는 민간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바뀌어 고도성장시대가 중성장-저성장 시대로 되고,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직업안정성과 연금의 중요성이 점점 커졌습니다.

 

(추가 5월 14일: 대학생들에 대한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공무원을 희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제가 지적한 점들이라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경향신문 기사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5140953081&code=920100 )

 

(3) 또한 과거의 국가주도적 개발체제는 끝났으므로, 인력의 올바른 배분이나 사회적 위화감 해소를 위해 공무원과 민간부문의 상대적 격차를 조정할 필요가 대두되었습니다.

 

(4) 따라서 민간부문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공무원의 처우를 낮추는 길을 모색할 수 있겠습니다. 그를 위해선 사회보장제도의 발전을 통해 민간부문에서의 ‘삶의 안정성’을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공무원의 현금보수나 연금을 적절히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본 내용에 들어갑니다.

 

우선 통계를 100%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컨대 한국의 이때까지 소득분배 통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최근에 김낙년 교수가 논문을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과거의 기업체별 고용자 통계에 큰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은, 제가 최근 통계청 발표를 이용해 페북에서 알려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제비교 통계가 되면 더 신뢰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점도 전제해야 할 것입니다. 나라마다 통계작성 기준이 다를 수 있고, 또한 사회시스템이나 경제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통계를 무시하고는 직관으로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심조심 통계를 다룰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러면 발견(?)한 사실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한국 공무원 중 국제비교가 용이한 교사의 연봉을 국제비교해 보았습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0년치를 OECD에서 나온 <Education at a Glance>라는 자료를 통해 비교해 보았습니다. (김대호 소장이 <2013년 이후>라는 책 99쪽에서 인용한 통계는 2007년치입니다.)

 

그랬더니 한국 교사의 연봉을 1인당 GDP로 나눈 수치는 1,75배였습니다. 독일의 경우는 1,74배였습니다.(독일은 초-중-고에 따라 연봉이 달라서, 초등학교는 이보다 낮고 고등학교는 이보다 높습니다. 물론 독일의 학제는 우리와 조금 다릅니다.) 포르투갈의 경우는 1.67배였습니다.

 

(참고로 김대호 소장 책이 인용한 2007년 수치에서는 한국 교사의 연봉이 1인당 GDP의 2.2배로 나옵니다. 2007년의 2,2배에서 2010년의 1.75배로 떨어진 이유는 그 기간 동안의 공무원 봉급 상승률이 낮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공무원 봉급 상승률은 2008년 1.3%, 2009년과 2010년엔 동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11년은 5.1%, 2012년은 3.5%, 2013년은 2.8%이네요.)

 

한국, 독일, 포르투갈 세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교사 연봉이 1인당 GDP에 비해 높은 축에 들어가는 나라입니다. 만약 교사 연봉이 공무원 연봉을 대표한다고 가정하면, 마찬가지로 1인당 GDP에 대비한 곰무원 연봉이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합니다.

 

해당수치가 일본은 1.48, 덴마크는 1.37, 미국은 0.97이니까요.(다만 미국은 제가 알기로는 국제비교되는 연봉은 9개월치분이고, 나머지 3개월은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2) 그러면 국제적 비교를 근거로, 한국, 독일, 포르투갈의 공무원은 민간기업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요. 연봉 액수만 가지고 꼭 그렇게 결론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한국의 경우, 공무원과 민간의 보수를 비교한 조사가 행안부에 의해 최근 몇 년 간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2011년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와 <2012년 민관보수수준 실태조사>가 그것입니다. 각각은 2010년치와 2011년치에 대한 것입니다.

 

2010년의 경우, 공무원보수는 직원 100인이상 민간기업 보수의 85%였고, 2011년의 경우엔 그 수치가 84%였습니다. 대졸일반직 공무원의 평균보수는 2011년의 경우 민간기업 대졸자의 69%였습니다.

 

직원 100인 이상 기업과 비교하는 게 적절한지 하는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만약 그게 적절하다면 적어도 현금보수면에선 공무원의 대우가 민간에 비해 떨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 정확한 수치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인터넷에서 확인해 본 바로는 2005년 공무원 평균연봉이 6만 달러인 데 반해, 민간부문의 평균 연봉은 4만 달러였습니다. 이때 ‘민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공무원의 대우가 민간보다 나은 셈입니다.

 

3) 왜 앞의 공무원(교사가 대표)의 연봉과 1인당 GDP를 비교한 수치와, 공무원과 민간부문을 직접 비교한 수치가 이렇게 전혀 달리 나올까요.

 

그 수수께끼의 비밀을 풀기 위해 몇 개 국가의 대졸 초임을 비교해 보겠습니다.(각국간의 비교가 가능한 민간 부문 평균임금 수치를 아직 구하지 못했습니다.)

    

먼저 2012년 한국 민간기업의 4년제 대졸 평균초임은 2880만원입니다. 1인당 GNI(GDP와 별 차이 없음)는 2560만원이므로 민간대졸 평균초임을 1인당GNI로 나누면 1.13배가 됩니다.

 

반면에 2010년 일본의 민간기업 대졸평균 초임연봉은 대략 300만엔(월급 20만엔에 보너스 3개월분) 플러스이고, 1인당GDP는 376만엔 정도입니다. 그러니 민간 대졸초임은 대략 1인당GDP의 0.8배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2013. 1. 24)에 보도된 2012년 미국의 대졸평균 초임은 44,500 달러입니다. 반면에 1인당GDP는 49,900 달러입니다. 따라서 대졸 평균초임은 1인당GDP의 0.9배입니다.

 

요약하면, 1인당 GDP에 대비해볼 때, 한국의 대졸초임은 1.13배, 일본은 0.8배, 미국은 0.9배로 나옵니다. 앞에서 1인당 GDP에 비해 교사연봉은 한국, 일본, 미국이 각각 1.75, 1.48, 0.97였습니다. (다만 각국에서 대졸 초임을 계산할 때 어떤 범위의 기업을 대상으로 했는지에 따라 사정이 다르므로, 여기의 수치를 절대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뭐가 좀 복잡하지요. 무슨 말이냐 하면, 한국인의 연봉은 공무원이든 민간부문이든 1인당 GDP와 비교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민간부문의 대졸초임과 일본의 대졸초임을 보면, 한국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서 1.4배(1.13배 /0.8배)입니다. 교사(공무원) 평균연봉의 경우엔 한국이 일본의 1.2배(1.75배/1.48배)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수치를 그대로 거칠게 적용하면, 한국의 공무원 처우가 일본에 비해 못한다는 해석이 됩니다. 결국 국제적으로 볼 때, 한국공무원의 상대적 처우가 민간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는 수치가 됩니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국제비교는 대단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수치만으로 한국의 공무원 처우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형편없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추가: 재미삼아 독일의 대졸 초임 'Einstiegsgehalt für Bachelor'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2007년의 경우 대졸초임은 36,000유로이고, 1인당 GDP는 29,500유로였습니다. 따라서 대졸초임을 1인당 GDP로 나눈 수치는 1.22였습니다. 1인당 GDP에 대한 교사연봉의 배율이 독일에서 한국처럼 높은 수준이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는 셈입니다.)

    

4) 그러면 왜 이렇게 한국에선 공무원이든 민간부문이든 1인당 GDP와 비교할 때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른 수치가 나오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이 분야의 본격적 전문가가 밝혀야 할 일이지만, 제 나름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 나라마다 고용률(취업자/인구)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15-64세 인구를 대상으로 하면, 2010년 고용률이 한국은 63%인 데 반해 미국은 67%, 일본은 70%, 덴마크는 73%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일하는 사람의 소득이 1인당GDP와 가까워지지요. 극단적으로 노동소득만이 있고 또 모두가 일한다면,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소득은 1인당 GDP와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보듯이 한국의 일하는 사람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기 때문에 월급을 받는 사람들(공무원이든 민간기업 종사자든)의 소득을 1인당 GDP와 비교하면 높게 나오는 것입니다.

 

둘째로, 한국에선 (영세)자영업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습니다. 영세자영업자는 낮은 소득을 벌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비해 높은 소득을 벌고 있는 공무원이나 민간기업종사자는 1인당GDP에 비해 높은 소득을 나타내게 됩니다.

 

그리고 (영세)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것은 지하경제의 비중이 높다는 것과 연관이 됩니다. 대표적인 지하경제인 유흥업소 중 기업형 룸살롱은 자영업에 속하지 않지만, 많은 유흥업소를 비롯한 영세자영업은 지하경제입니다. 게다가 한국에선 자영업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하경제의 비중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높은 편일 것입니다.

 

지하경제의 비중이 높으면, 실제 국민소득은 통계상의 국민소득보다 상당히 높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지하경제를 감안한 1인당GDP는 통계상의 1인당GDP보다 높습니다. 그걸 감안하면 공무원이든 민간기업종사자든 1인당GDP에 대한 배수는 위에서 인용한 통계치보다는 작아지지요.

 

국제비교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와 차이가 나는 이유로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대충 이 정도입니다. 혹시 다른 이유를 아시면 알려주십시오.

 

5) 그렇다면 한국 공무원의 보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을까요 낮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국내 민간기업과의 비교나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가지고 볼 때는 꼭 높다고 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적어도 보수 면에선 공무원들이 민간을 착취하는 ‘악마’는 아닌 것이지요.

 

그런데 근로조건에는 임금(보너스, 복지혜택 포함)만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첫째로, 직업의 안정성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공무원은 대체로 정년까지는 직장에 붙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민간기업의 경우엔 언제 기업이 망할지 모릅니다. 꼭 망하지 않더라도 구조조정 때문이나 상사에 밉보여서 언제 짤릴지 알 수 없습니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사오정’ 같은 말이 왜 나왔겠습니까.

 

과거 고도성장 시대엔, 회사가 계속 커나갔기 때문에 짤릴 염려도 적었고, 비록 짤리더라도 다른 회사에 쉽게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본의 성숙과 노동의 성숙으로 한국이 중성장-저성장 단계에 접어들면서 민간부문의 고용불안정 문제가 점점 심각해진 것입니다.

 

그리해서 공무원의 직업안정성이 갖는 의미가 상대적으로 점점 중요해졌습니다. IMF사태를 맞아 구조조정을 겪고 난 이후 민간부문의 고용불안정은 더욱 심각해졌지요. 앞으로 세계적 경쟁이 치열해지면 질수록 공무원과 민간부문의 고용안정성 격차는 커질 것입니다.

 

둘째로, 민간의 국민연금과 다른 공무원연금(사학연금, 군인연금 포함)의 차이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공무원연금의 경우는 정년 이후 평균적으로 2~3백만원대 수준을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국민연금의 경우엔 평균적으로 100만원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이것까지 일일이 찾지는 않았으니 누가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물론 이렇게 차이가 나는 데는 불입하는 연금보험료가 다른 게 하나의 원인입니다. 공무원은 월급의 17%(본인 8.5%, 국가 8.5%)를 불입하고 국민연금에선 8.5%(본인 4.5%, 국가 4.5%)를 불입합니다.

 

그래도 정년 이후 공무원들은 그 불입보험료 차이 이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국가가 불입해주는 연금보험료 자체가 국민연금의 2배 가까이 되지 않습니까.

 

특히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가면서 연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고, 따라서 공무원들은 이런 점에서 민간부문보다 혜택을 받는 셈입니다. 연금을 포함한 소득이 ‘평생소득’(permanent income)이므로, 수명의 연장에 따라 공무원의 평생소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원래 제도상으로는 공무원의 처우가 특별히 민간부문에 비해 좋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세상이 변해서, 즉 고도성장시대가 끝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공무원의 상대적 지위가 올라 간 것입니다. 실제로 공무원이 되려는 젊은이들도, 공무원의 현금보수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직업안정성과 연금혜택을 이유로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쨰든 공무원의 지위향상은 공무원들이 거대기업의 노조처럼 투쟁을 전개해 상대적 지위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셈이지요. 공무원노조는 민간기업이나 공기업과는 달리 파업권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되겠습니다.

 

요컨대 이런 결과로 대기업과 더불어 공무원은 근래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졸자들이 별로 응시하지 않던 9급공무원 시험에도 대졸자들이 몰려듭니다.

 

대졸자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탓도 있지만(한국은 대학진학률 세계최고의 82% 수준을 자랑(?)합니다), 공무원의 상대적 지위 향상이 중요한 요인인 것 같습니다.

 

6) 공무원의 상대적 지위 향상이 좋은 것인가요 나쁜 것인가요.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제가 늘 강조했듯이, 시장과 국가가 얼마나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가가 나라의 질적 수준을 좌우합니다.

 

따라서 우수한 인재들이 공무원으로 취직해서 나라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런 우수한 인재를 충원하기 위해 공무원 대우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공무원의 처우가 향상될수록 당연히 공무원의 부패가 줄어듭니다. 과거에 비해 교통경찰의 부패가 줄어든 데에는 감시카메라의 보급과 더불어 그들의 처우향상이 작용했습니다. 교사들이 촌지를 덜 받게 된 데에도 전교조의 노력만이 아니라 처우향상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만 이런 처우향상이란 것도 도가 지나치면 곤란합니다. 좋은 인재가 주로 공무원으로만 몰리고 민간에서 일하지 않으면 시장경제가 잘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박정희정권시대처럼 국가주도의 경제개발을 담당하던 시대가 아닙니다. 따라서 국가 인력자원의 배분차원에서 공무원의 대우를 조정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이건 상대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처우를 개선해 양자 사이의 갭을 줄이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부문의 처우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처우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하나가 고용불안정 문제입니다. 세계경쟁의 치열화 속에서 고용의 유연성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짤리더라도 실업수당을 통해 삶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할 수 있고, 또 재취업을 위한 국가적 지원을 확대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게 ‘유연안정성’이지요.

 

다른 하나는 연금 문제입니다. 공무원처럼 연금보험료율을 높이고 나중에 공무원처럼 많은 연금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당사자의 보험료율이라기보다는 국가가 대납해주는 보혐료율일 것입니다.

 

이걸 공무원 수준으로 높이면 대단한 국가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려면 세금을 많이 거두어야 하지요. 그게 북유럽과 같은 고부담-고복지 국가입니다. 그게 당장 불가능하다면, 조금씩 당사자 부담과 국가부담을 늘리는 길이 있습니다. 그걸 모색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공무원과 민간의 상대적 처우를 조정하는 또다른 방법은 공무원의 처우를 떨어트리는 길입니다. 직업안정성과 연금이라는 상대적 특혜를 받으니, 그걸 상쇄하는 의미에서 보수수준을 낮추는 게 하나의 방법입니다.

 

앞에서 최근 공무원 봉급인상률을 소개했습니다만, 세계금융위기를 빌미로 봉급을 두 해나 동결했는데도 공무원들이 크게 반발한 것 같지 않습니다. 저도 그런 동결이 있었다는 걸 몰랐으니까요.

 

봉급이 동결되더라도 호봉이 올라가는 데 따른 봉급상승은 있으니 견딜 만 한 것이지요. 따라서 민간에 비해 적당하게 낮은 수준으로 봉급상승률을 낮추는 게 하나의 방법입니다.

 

다음으로 공무원의 직업안정성을 민간기업처럼 떨어트리는 것은 어떨까요. 이와 관련해 우선 짚어봐야 할 것은, 이른바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의 직업안정성이 100%의 안정성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1997년 IMF사태 당시 일부 공무원에 대해  일률적으로 10%(?) 감원 따위의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다만 공무원들은 편법을 동원해 실제 감원비율은 꼭 그만큼 되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또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능력한 시공무원 3%인가를 퇴출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대학교수의 경우에도 정년보장을 받지 못한 조교수-부교수-교수에 대해선 탈락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부정을 저지르면 징계라는 형태로 퇴출되기도 합니다. 일찍 승진한 공무원은 정년이 되기 전에 공직을 떠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이처럼 100% 안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의 직업안정성은 민간에 비하면 훨씬 높습니다. 현대-기아차 생산직도 민간 중에선 아주 높은 편이지만, 만약 현대차 그룹의 경영위기가 닥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이런 공무원의 직업안정성을 더 낮추는 게 바람직할까요. 그리고 그게 가능할까요. 시장만능주의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미국에서는 지자체가 재정적으로 파산하면 공무원을 감축합니다. 그리고 일부 주에선 성적 나쁜 학교를 문닫아서 교사들을 쫓아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도 공무원의 직업안정성은 민간부문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그건 국가전체가 기업처럼 파산하는 일이 잘 없고, 또 국가에 대해선 시장의 경쟁이라는 원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료체제의 안정성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릴 위험도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경우엔 그리스처럼 국가가 파산위기에 처한 경우엔 공무원을 감축하지만, 평상시에 공무원을 대폭 감축하는 선진국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정말로 대국민 서비스가 엉망인 공무원에 대해서는 직업안정성을 부여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유연안정성> 국가인 덴마크에 가보니 일정 직급 이하의 공무원에 대해선 해고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제도가 실제로 어느 정도 실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도 대국민 서비스가 엉망인 공무원에 대해선 그런 제도를 어느 정도 도입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교육청에선 교사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그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금수준을 낮추는 방법이 있습니다. 실제 과거에 비해 공무원들의 연금혜택은 낮추어져 왔습니다. 예컨대 연금지급액의 기준을 마지막 근무 3년치 평균월급으로 하던 데서, 지금은 근무기간 전체평균으로 바뀐 걸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거기서 조금만 더 손을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민간의 처우를 높이거나 공무원의 처우를 낮춤으로써 국가 인력자원의 배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사회적 위화감을 줄이는 길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도대체 얼마나 조정해야 하는가는 많은 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공무원 내부에서 상후하박인지 하후상박인지를 제대로 따져보고 조정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사실 보수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서비스하는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민간부문과 달리 공무원에 대해선 시장의 견제가 작동하지 않으므로, 공무원의 보수든 서비스질이든 민주적 견제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이상 공무원 보수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공기업의 사정은 또 다를 것 같은데 혹시 이에 대해 공부할 여유가 있으면 정리해볼까 합니다.

 

 

 

공무원에게 직업적 안정성을 부여한 것은 공무원의 복지를 위해서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엽관제(미국이 대표적인 국가였지요.)라고 해서 공무원들에게 직업적 안정성을 부여하지 않는 체제를 운영해 본 결과 공무원들이 투표를 통해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자신의 직업을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정권에 취향에 맞추어 행정을 시행하게 되었고 이는 원칙 없고 일관성 없는 행정운영으로 이어져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더라는 역사적 경험에 따라 정치가들이 공무원을 함부로 해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공무원이 원칙과 소신에 따라 행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요. 국민들이 볼 때 지금의 한국공무원들의 현실이 비록 그 제도적 이상을 만족스럽게 실현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만약 교수님이 주장하듯이 공무원들의 직업적 안정성을 하락시킨다면 한국공무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정치가들에게 종속될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예를 들으셨는데 그때도 오세훈 시장이 한강르네상스나 용산개발사업 등 논란이 많은 사업들을 시행함에 있어서 이를 반대하는 공무원들을 위협하고 침묵시키는 용도로 3% 감축안을 사용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과거의 역사적 경험에 따라 도입된 제도를 변경하자고 주장하실 때에는 그 제도가 도입된 원인을 밝히고 시대적 상황 변화에 따라 원인이 이미 해소되었다는 것을 입증하거나 그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후에 제도의 변경을 주장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은 교수님의 주장처럼 공무원이 평가에 따라 해고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경우에 우리나라 정치가들이 과거 미국의 정치가들과는 달리 자신의 정치적 소견과 다른 공무원들을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시는 가요? 아니면 정치가들이 오용을 방지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무원 평가제도를 만들 수 있으신가요? 제가 알기로는 공공부분은 오직 돈이라는 단일하고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 평가기준을 가지고 있는 민간과 달리 평가의 기준이 다양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조합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오세훈과 같은 정치가가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해고를 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주장할 때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까요? 그리고 그 경우 공무원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될 까요? 그 것이 우리나라 국민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글 잘 읽었습니다. 긴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윗글에서 이미 썼듯이, 공무원을 함부로 해고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절대로’ 해고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아니고, ‘함부로’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실제 내막을 더 자세히 봐야 하겠지만, 오세훈씨의 행태에 대해서 찬성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럼 안녕히.
스스로 절대성을 부정하며 공부하는 글이라 좋습니다.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성실한 글입니다. 공공영역에 좋은 인력이 몰리는 것이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나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시험이 좋은 인력을 뽑는 효율적인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객관식 시험의 공정성을 대체할만한...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공정성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도 하고... 더 나은 제도도 모르겠고요. 향후 연금비율 조정이나 그런방식으로 조금씩 기울어진 부분을 조정해야죠. 참고로 저도 공무원 식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