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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동지킴이 2015. 12. 8. 03:51

 

아내가 없는 그 곳에서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당신?

당신이 없으면 한 발짝도 혼자 못 다니고,

집에서도 갑자기 당신이 보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못하던

당신의 아내입니다.

그래서 출장도 늘 데리고 다니던 당신이,

이렇게 긴 여행은 왜 혼자 떠나셨나요?

 

사돈 결혼식에서 처음 당신을 소개 받던 날

유난히도 수줍어하던 당신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래서 당신을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늘 순수했던 당신은

언제나 날 부끄럽게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늘 엄격했던 당신

부부는 일심동체라서 아내=자신이라면서

당신의 아내에게도 엄격하던 당신

그래서 많이 힘들었던 당신의 아내도

어느덧 그 생활이 당연하게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겨우 당신과 일심동체로 느끼게 되었는데

당신은 제 곁을 떠나 벌써 수개월이 흘렀습니다.

 

공부하는 것을 너무도 좋아한 당신

공부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밥 먹는 시간과 산책하는 시간만 대화를 나누자던 당신

잘 때도 머리를 비우지 못하던 당신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해두고 자던 당신

여행도 쉬러 가질 못하고

늘 사회를 공부할 수 있는 나라들만 선택하던 당신이었습니다.

그럴 때도 언제나 당신의 자리는 가이드 옆에 바짝 붙어 앉아

틈나는 대로 질문을 했습니다.

당신 덕분에 당신의 아내도 공부 많이 했습니다.

독일에 가서도 20대 입시생처럼 공부했던 당신,

그래서 당신이 떠난 직후에 그렇게 자주

당신 아내의 꿈에 찾아 왔었나요?

병이 다 낫게 되면 공부할 거라고

많은 자료를 저에게 주면서 책상에 갖다 놓으라고 했답니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전 언제나 당신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많이 울었습니다.

 

당신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삼성 등 재벌과 싸웠고, 진보와 싸웠던 당신

그러나 당신은

재벌의 거듭남을 바랐고

진보가 더 진보다워져 세상이 따뜻해지기를 바랐습니다.

TV 드라마에서조차 싸우는 장면을 싫어한 당신,

슬픈 영화를 보면서 자주 울던 당신,

따뜻한 음악을 CD에 담아 나눠주던 당신,

그 음악이 너무 따뜻해 지금도 들으면 눈물이 나옵니다.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려고

부단히 애쓴 당신,

그래서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사랑했고

당신을 존경했습니다.

당신은 늘 비판에 앞서 합리적 대안을 찾으려고 고민했습니다.

무모한 투쟁과 대안 없는 비판은 무의미하다며

우리 사회의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우리 지식인의 임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안이 필요한 일들이 아직 이렇게 산적해 있는데

왜 그렇게도 빨리 우리들 곁을 떠나가셨나요?

 

너무나 소시민으로 살고 싶어 한 당신

신림동 산자락에서 살고 싶어 했고,

동대문 시장에서 산 만원짜리 티셔츠를 좋아했습니다.

그런 당신이 아내를 위해

지금의 집에서 살아 주었고,

백화점 아울렛에서 산 옷을 입어 주었지요.

 

아내와 한 약속을 그렇게도 잘 지키던 당신

석달에 한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예배에 참여했고,

주 세번 아내와의 저녁약속도

꼭 지키던 당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산만큼

암과 함께 살자고 약속했던 당신이,

왜 그 약속은 지키지 않고

내 손을 놓아 버렸나요?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던 당신이...

이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 당신의 아내는

당신이 퇴근해 올 시간이 되면

아직도 넋 나간 사람처럼

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아직도 독일에서 돌아오면서 말하던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제 겨우 내가 바라는 통일 경제 연구의 방향이 잡혀가는데...”

지금도 그 목소리가 들릴 때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서

자주 눈물을 흘립니다.

 

당신,

앞으로 살아나가는 동안

비록 학문적 과제는 이어받을 수 없지만,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당신의 뜻은

조금이라도 이어받으려 노력하겠습니다.

 

201512월 7일

 

당신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내

가슴이 멍먹해집니다 김교수님의 칼럼을 반갑게 읽었던 동시대 사람으로서 가슴아픕니다 하지만 남은자의 할 일은 김교수님이 꿈꾸었던 사회를 꿈꾸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렵니다 사모님 건강하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남편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절절하게 전해지는 슬픔에 콧잔등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솟습니다. 따뜻한 진보적 경제학자로서 존경을 받으시던 교수님께서 그토록 염원하셨던 한반도의 평화가 깃들고 있는 꿈같은 현실을 함께 하셨더라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한겨레 김영배 기자의 칼럼을 읽고 찾아왔습니다. 사모님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김영배기자님의 글을 블로그로 옮겨 왔습니다.
언제나 우리 동기들의 우상이었던 기원이.

연필로 눌러 쓴 자네의 노트가 눈에 선한데,
먼저 간 하늘나라 동기들과 편히 쉬고 계시게.

우리 모두도 차례로 뒤 따를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