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고유의 글

동숭동지킴이 2021. 3. 6. 00:24

<베네주엘라를 보며 북한을 생각한다>

오늘 베네주엘라의 대통령인 차베스(Hugo Chavez)가 사망했습니다. 여러 해 암으로 투병하면서 쿠바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회복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차베즈의 사망 소식에 맞추어, 오늘 아침에 BBC는 2010년 6월에 이루해진 차베스와의 토크 프로 (Hard Talk)를 재방송했습니다.

 

Hard Talk 프로는 한국의 인터뷰 프로와는 달리 신랄하게 질문을 던지는 걸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프로를 보니 차베스가 공격을 잘 받아넘겼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라 BBC가 좀 봐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베네주엘라 경제가 어렵지 않느냐고 공격하니, 미국이나 스페인이나 다 어렵지 않느냐. 그리고 베네주엘라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7.8% 성장을 해왔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독재를 하지 않느냐고 공격하니, (국제기구가 감시를 한) 공정한 선거에서 당선되었고, 언론에서 자신을 공격하는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구속된 전 국방장관은 부패혐의 때문이라고 받아쳤습니다.

한국의 진보파 중 극히 일부지만, 차베즈의 베네주엘라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상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불 정도이고, 우리나라 60-70년대의 달동네 같은 게 많이 남아 있는 베네주엘라가 우리의 이상향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 점을 일단 전제로 한 다음에, 차베즈의 베네주엘라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있습니다. 차베즈 이전에 비해 베네주엘라의 빈곤율은 저하되었고, 앞서 이야기한 대로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꽤 높은 성장율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차베즈 사망 이후 베네주엘라가 어찌될지는 의문입니다. 베네주엘라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온 석유의 수출가격이 미국의 shale 가스 및 석유 발견 등으로 어찌될지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차베즈와 같은 카리스마 없이 다른 좌파 지도자가 차베스와 같은 노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차베스는 쿠바정권보다는 민주적이고, 브라질의 룰라 정권보다는 독재적이었습니다. 물론 북한 정권이나 한국의 유신독재 정권보다는 훨씬 민주적이었습니다.

브라질의 룰라처럼 시장경제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면서 분배개선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차베스처럼 사회주의경제를 내거는 게 별로 지속가능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박정희의 유신체제가 일정한 경제적 성과를 거둔 정도는 달성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BBC의 인터뷰 중 차베스는 클린턴 정권 때는 클린턴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도 하면서 사이가 괜찮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부시가 들어서면서 사이가 악화되었고, 오바마 정권 이후도 그 악화된 상태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차베스를 쓰러트리려 한 쿠데타도 부시가 등장한 이후인 2002년에 발발했던 바 있습니다. (국민의 반발로 쿠데타는 48시간 만에 실패했습니다.)

이 대목은 북미 관계를 연상시키는 부분입니다. 클린턴 정권 말기 클린턴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클린턴이 친서를 김정일에게 보내고 당시 미 국무장관이 직접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북한에서 김정일의 요리를 담당하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에 따르면, 김정일은 클린턴의 친서를 받고 너무도 기뻐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이런 방향으로 잘 나아갔으면, 북미관계가 중미관계처럼 개선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중지되었을지도 모릅니다.(물론 단정은 힘듭니다만.)

그런데 민주당의 고어가 아니라 부시가 당선되면서, 북미관계의 개선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차베스와 부시의 관계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걸 보면 미국의 대통령이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의 극단적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그놈이 그놈인 것이 아닌 것처럼")

다만 베네주엘라-미국 관계에서와는 달리 북미 관계에서는 남한 및 중국이라는 변수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남한이 하기에 따라 북미 관계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요.

일단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좀 있다가 이 글 내용을 보완해서 제 블로그에 올릴까 합니다. 참고로 BBC의 인터뷰는 <Hugo Chavez BBC Hard Talk>를 유튜브(www.youtube.com)에서 치면 Part 1 과 Part 2로 나누어서 볼 수 있습니다. 차베스의 발언은 스페인어이고, 그걸 영어로 번역한 것이 자막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미국의 유명한 스톤(Oliver Stone) 감독이 차베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게 있습니다. South of Border라고 하는데, 이 역시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