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쁜 나이에.....

댓글 54

추억에잠기는시간

2012. 11. 27.

 

 

                                                          평산이 준비했어요, 사과 드세요...^^*

 

 

 주말에 배추김치 속 천천히 넣으며......

이쁜 나이에 말 못한 사연 하나 떠올랐습니다.

아직 새색시가 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낭군 될 사람과 전화통화 하고 싶어서 걸었는데 지금의 시어머님이 받으시는 것이었어요.

인사를 드리고 김장은 하셨냐고 여쭈니 지금 절이고 있다 하셔서...

그냥 지나가는 인사말로 도와드리러 갈까요? 했더니만.....

앞에 아무런 수식어도 붙이질 않으시고 오라하시는 거 있지요?

아~~~ㅎㅎ

 

 어렸으니 마음 약하기도 했겠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다음 날 뵈러 갔습니다.

낭군 될 사람은 학교에 갔었는지 연구소에 다녔었나 집에 없던 기억이고 아버님은 댁에 계시더군요.

베란다에는 배추들이 함지박에 가득가득 놓여있었고 일하실 분은 어머님 혼자셨습니다.

팔 걷고서 배추 씻기에 들어갔는데 여기까지야 어려움이 있나요?

어딜 가나 3번만 헹구면 되는 것이니 얼른 끝마쳤지요.

그나저나 양말이 젖었지만 말씀 못 드리고 체온으로 말렸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김치담기에 들어갔는데요,

배추 속에 양념 넣는 것이야 집에서도 해봤으니 쉽게 도와드릴 수 있었는데......

포기김치가 아니라 어딜 가서 먹어본 적도 없는 보쌈김치를 담그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밑동을 자르시고 배추 허리부분과 잎으로 보자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갖가지 양념들을 준비하시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김치 맛은 마찬가지여서 한꺼번에 버무려 넣으셨으면 손이 덜 갔을 텐데...

모든 재료를 하나하나 넣으셨으니 모양이야 좋았겠지만 시간이 엄청 걸렸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보따리가 단단하게 싸지질 않아 애먹었습니다,

도무지 헐거워서 주인공들이 빠져나려다가 애송이라 참아주는 모습이었다 할까요

 '그렇지 않아도 매우 어려운 자리이니 얌전히들 앉아 있자!'

 

 장갑을 끼지 않으시고 시작하셨습니다.    

속으로야 걱정이 되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저도 맨손으로 보쌈을 싸기 시작했지요.

작은 국그릇에 잎들 걸치고 속 이것저것 넣고 마무리하기를 2시간쯤...

살갗이 따금거리더라고요,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참아야 하느니라!!...ㅎㅎㅎ....'

시간이 가며 손 따가운 것이 얼굴로 전해졌을 것입니다. 덥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얀 얼굴이 창백해지다가 붉은색으로 변했을 것입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어요. 계속 앞만 보며 싸고 또 싸고 했겠지요.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손에 불이 난 듯했습니다.

손을 달래봐도 소용이 없고 내내 붙잡고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화악~끈 ...화끈확끈...확확확...

화악~~~~~끈!!!

화악화악~~~♩~♪~♩~♪~

확확~~♪♪

손 여기저기서 무엇들이 마구 뛰었습니다.

 

 찬물에 담갔더니 고통이 덜했지만 꺼내기만 하면 괴로웠다지요.

더욱이 한밤중에 잠이라도 청해보려니 추워서 이불은 덮어야겠는데....

손은 밖으로 내놔야하고 눈이며 머리며 다 자자고 하지만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나!  어쩌란 말이냐~~~ㅎ'

이틀 저녁을 그러더니만 가라앉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주 혼났습니다.

그러니까 시집도 가기 전에 값진 시집살이를 했나요?

 

 

 

 

 

 2012년   11월   27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