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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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고난후

2016. 6. 16.


 오랜만에 일행들과 서점에 들렀다.

입구에 베스트셀러가 놓여있어 요즘 상을 탔다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집어 들었다. 

도입부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재밌었다.

 '음~~~상을 탔다는 것은 이런 의미인가!'


 꼼짝 않고 서서 읽다 일행들이 볼일을 보고...

나오는 김에 책을 놨는데 아쉬움이 두 알 남았다.

백화점이라 할인도 없이 책을 산다는 것은 아까웠고, 온 김에 같은 층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인사차 이러저러 일로 왔다 서점에 들러 책 읽다 나왔다니,

마침 읽었다며 빌려주겠다네?

                                                                        

 햐~~~

짧은 순간에 어찌나 행복하던지!

누가 책 읽기를 엄청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에...^^

그래서 밤 시간에 주로 읽었다.

야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 가 오랜만에 속도가 붙어

읽은 책이며, 주인공인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되는

과정은 거의 꿈 이야기라 感은 오는데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이를 테면...


 어두운 숲에서 누구와 함께 했는데 어느 순간...

혼자 동떨어져 길을 잃고...춥고 무서운 사이..

헛간을 발견하고...고깃덩어리들이 매달려 있어...

어떤 덩어리들은 피를 흘리고...한 덩어리 먹다가...

입었던 옷에 피가 젖고...그 게 내 얼굴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가...피와 살은 소화를 시켰지만...

동물들의 목숨이...끈질기게 잡고 늘어지는 두려움.

아침이 늦어.. 빠르게 칼질을 하며 고기반찬을

하는데...남편이 먹다가...칼 조각을 발견하는 등...



 이런 꿈의 연속에 그녀는 냄새가 난다며 냉장고에

있는...고기, 생선을 모조리 꺼내서 버리게 되고...

잠을 못 이루며...먹는 것이 션찮아 비쩍 말라 식구들이 걱정을 하게 되는데...마침 친정아버지 생신날이

되어 군인출신이라 다소 거친 성품의 아버지가 뺨을 치면서까지 고기를 억지로 먹이려하자...비명을 지르며...급기야 칼로 손목에 자해하여 병원에 실려간다.


 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정신적으로 허약했을까? 지극히 평범해 보이던 영혜는 퇴원할 무렵, 병실에서 나와 덥다며 여러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분수대 옆에서 상의를 모조리 벗고 앉아있기까지 해서...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나름 주관이 있어보였는데 정신병원까지 가다니...조금 설정이 심한 것은 아니었나, 식구들이 좀 더 이해했으면 어땠을까. 정신병원에서 몇 개월을 지내다 언니네 집에서 한 달간 요양을 한 후 이런 여인과 살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하자 혼자 사는 자취방으로 향한다.

                                                                 

 언니네 집에 있으면서 형부하고 별일은 없었다.

몽고반점이 알려지기 이전이었고 연민의 눈초리로 바라다보았을 뿐! 예술가인 형부는 마지막 작품을 한지 2년이 흘러 초초한 상태로...어느 날 아들의 목욕을 시키다 아직도 몽고반점이 있으니 언제 없어질까의 물음에...아내가 동생 영혜는 스무 살까지도 남아있었다는 사실을 무심코 말하게 되었는데...


 몽고반점이 왜 그렇게 중요하게 되었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인 듯하다. 비밀스런 곳, 벗어야만 보이는 곳! 이때부터 처제가 성적인 대상으로도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해왔던 기존의 작품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화가는 '포르노그래피'를 혼자 연출해보며, 여자 주인공은 몽고반점이 있는 처제여야 하고, 남자와 같이 교합하는 장면을 찍을 경우 자신이 남자주인공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형부이기 이전에 남자라서 본능에 충실하고 싶다는 뜻이런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은근히 처제와의 관계를 꿈꾼다.  


 언니한테는 비밀이라며...옷을 벗고 물감으로 꽃을

그리는 비디오작업이란 설명에...



 처제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무덤덤으로 대신하며 약속한 작업실에 나타났다. 몽고반점은 과연 왼쪽 엉덩이 윗부분에 찍혀있었다. 그녀는 엎드리고 그는 캠코더를 삼각대에 고정시켜 위치를 잡은 뒤...목덜미에서부터 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다 그린 후 근접촬영으로 몽고반점을 클로즈업 시키고...다시 천장을 향해 누워서 쇄골부터 가슴까지 커다란 꽃송이를 그리며 예술가는 사십년 가까이 경험해보지 않았던 희열을 느낀다.


 그녀를 찍은 테이프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더 나아가 진공공간과 같은 침묵 속에서 몸에 꽃을 그린 남녀가 교합하는 장면을 찍고 싶었다...전신에 꽃이 그려져 있으니...오랜만에 불길한 꿈을 꾸지 않아 좋았다는 처제의 긍정적인 대답에 희망을 갖게 된 화가는... 본인은 배가 나와...남자역할로 먼저 후배를 설득하게 되나 여러 가지 요구사항에 한계를 느끼며 그가 물러서자 '내 몸에 꽃을 그리고 오면 나를 받아주겠냐.'며...처제에게 욕망덩어리를 표출한다. 


 스스로는 그림을 앞뒤로 그릴 수 없어 4년간 연애 끝에 헤어진 여인을 찾아가 그동안 작업한 영상을 보여주고...그림을 그려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황급히 처제 자취방으로 돌아와 캠코더와 조명을 설치하고 몽고반점을 앵글로 잡으면서 여러 교합장면을 찍는데...

영혜가 한편으로 외로웠을까,

남자가 그리웠을까.

아직도 병이 있어 분간을 못하는 것일까!


 영상을 담고...깊은 잠에 빠진 후...그가 깨어난 오후 한 시쯤, 늘어놓았던 장비를 정리해야겠단 생각에 조명과 삼각대를 챙겼으나 중요한 캠코더가 보이지 않았다. 촬영을 마친 후 넘어지지 않도록 현관 쪽에 따로 두었던 기억이 나는데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혹시 잠자고 있는 처제가 다른 곳에 치웠나 싶어 부엌 쪽으로 걸음을 돌렸을 때...???


 식탁에 엎드려 있는 아내를 발견한다. 남편이 생계에 책임을 못 짓는 예술가라 가게에 나가기 전,동생이 연락이 없자 반찬 몇 가지를 싸들고 들렀는데 온몸에 물감칠을 한 영혜의 모습도 이상했지만 벽 쪽으로 누운 남자를 보고...동생에게 남자가 생겼나? 아니면 두 번째 발광인가? 그냥 돌아서려다 어떤 남자인지도 모르겠고.. 동생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선뜻 일어나질 못했는데...낯익은 캠코더가 있어...예전에 남편이 가르쳐준 대로...테이프를 되감고 돌려봤더니 누구였겠는가!


 아내의 목소리는 긴장되었고, 침착하려 했으나 두 손이 벌벌 떨리며 둘 다 치료가 필요하니 구급차를 불러놨다고 말한다.

 "나쁜 새끼."

 "아직 정신도 성치 않은 애를...저런 애를..."


 시대를 반영한 듯 어마어마한 비극이었다.

부모님은 이런 자식을 안 본다하고...동생은 이혼을 당하고...언니는 남편의 행동을 보고 스스로도 제정신이 아니었으나...동생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측은해서 정신병원에 반찬을 싸들고 다니며 보호자가 되어준다. 남편은 정상이란 판결이 나왔지만 정상이었나? 어떤 모습이 정상일까! 복역한 후 스스로 사라졌다.


 영혜는 밥을 거부하며 30kg이 나갈 정도로

무섭게 말라갔다. 식물처럼 햇빛만 있으면 살 수 있다며...물구나무를 서서 다리부분은 가지가 되어 위로 뻗고...손 밑으로는 뿌리가 자란다는 망상에 젖기까지 하는데...의사는 비로소 튜브로 생명을 연장시키려하나 그 마저 거부하여 마지막으로 커다란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영혜가 왜 그런 꿈을 밤마다 꾸는지 신중하게 들어주었으면...꿈일 뿐이라고 따뜻하게 안아주었으면...내가 지켜준다며 안심시켰으면...정신병원에 무작정 입원시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앞만 보고 부지런히 걷더라도 나무그늘에 앉아 곪은 곳은 없는지 나와 주변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매순간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반성해본다.




  2016년  6월  16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