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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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문

2016. 6. 20.

 

 

         

 

 

 

 아끼던 운동화를 더 신으려 해도...

밑창이 달아 비가 오면 미끄러워 신을 수가 없었다.

아스팔트길은 괜찮았으나 하얗고 노란 페인트가 칠해진 바닥에서는 

다리가 순식간에 찍~ 미끄러져서 맑은 날엔 더 신어도 되었지만...

벼르다 비슷한 색으로 올봄에 장만했다.

 

 종로에서 볼일을 보고 음식점에 들러...

복잡하지 않아 그냥 바닥에 놓을까하다 아끼는 맘으로 신발장에 올렸는데,

먹고 나오니 옆으로 몇 칸 이동해있어서 주인이 옮겨놓았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의심 없이 신고 몇 발자국 나서는데...

 '어라?'

볼이 작아서 운동화 끈을 촘촘히 매어 신는 편이건만

벗겨질 지경의 헐렁함과 폭신함이 적었으니 이상하여 두리번두리번...

운동화 끈 매는 방법이 다르고 바닥이 바깥쪽으로 닳아 내신발이 아니었다.

새 것이 탐나서 신고 갔을까?

 

 어젯밤에 밑창을 빨아 새롭게 깔고 갔는데 이별수가 있었나!

이렇게 볼이 넓은 사람이면 신발 신기가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그냥 신고 갔을까?

먹었던 음식이 뱃속에서 편치 않다 소리 지르는 것 같고

얼굴은 촛농이 떨어져 식은 냥 굳어버렸다.

 '내 것 네 것을 구별 못하다니 나쁜 사람이구나!'

볼이 왕창 벌어져 신발을 신고 가는 것인지 끌고 가는 것인지 분간이 없었다.

일 년에 300일을 넘게 신는 신발이라 아쉬움이 더했다.

다른 사람에게 신겨져 간 운동화는 또 얼마나 당황되었을까!

 

 아마도 건너편에 한 무리 앉았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걸어가는 동안 운동화를 연신 바라보며 얼마나 밉던지!

그러고 보니 너도 심란하겠구나! 하루아침에 이상한 발이 들어왔지?

문득, 새 것이 탐나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우르르 나가며 신은 신어야겠는데...

발이 좁아 들어가지 않으니 어찌된 일일까!

 '내가 언제 마지막 구멍까지 끈을 꿰었지?'

 '어서 신어야겠는데 이상하네......'

 

 정말 그랬을 지도 몰랐다.

똑같은 신발이 있으리라고 생각을 못한 것이지.

단지 내 것보다 새 것이라고 기분 좋으리란 법도 없고 말이야.

정들고 사연이 있을지 모르는 운동화에 누군들 아련함이 없을라고...?

처음에 부글부글했던 생각이 조금은 누그러지며 식은 촛농일랑 거두고 온화해지고 싶었다.

 '그 사람도 그러고 싶었겠냐고...위로해보았다.'

 

 

 그렇다고 내 것으로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장 뒷산이라도 가려면 어찌해야 하나...

우선 밑창이라도 빨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볼까?

아니야, 마음에 들지 않아! 어떤 사정으로 다른 사람 영혼이 녹아 나를 따라 왔을까!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운동화를 바라보다 문을 열고 얼른 밖으로 내놓았다.

 '넌, 오늘밤 이곳에서 지내야겠어.'

벽에다 신발을 기대 놓으며 벌 받아 마땅한 것처럼 빠르게 시선을 거뒀다.

그 사람의 향기라도 빼기위해서...

 

 

 

 

2016년   6월  20일   평산.